소설리스트

45. 약속된 시간, 60분 (47/53)

45. 약속된 시간, 60분

* * *

“좋은 아침.”

문을 열기 전 깊게 숨을 들이쉰 미주가 방긋 웃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의미 없는 인사말을 건넸다.

“어, 미주야, 왔어?”

누가 들었으면 어디 사이좋은 사람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한 재민이 저를 보고는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미주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 놀랬잖아. 오빠가 사무실을 바꿨을 줄 몰랐어.”

문을 닫고 해사하게 웃으며 서 있는 미주에게 재민은 고개를 까딱이면서 대답했다.

“서 있지 말고 앉아. 벌써 힘 빼면 어쩌려고?”

익숙한 가죽의 질감이 미주의 허벅지와 등에 닿았다. 원래 진우가 늘 앉아서 업무를 보거나 사람들을 응대하던 자리에 앉아 이제는 재민의 사무실이 된 곳을 훑어보았다.

“남는 사무실이 여기밖에 없었나 봐?”

“아니, 내가 콕 집어서 여길 달라고 했어.”

책상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재민이 담배를 하나 집어 들더니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아 참, 담배 한 대 피워도 되지? 너 원래 담배라면 치를 떨었잖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미주가 재민에게 물었다.

“근데 본사 건물, 통으로 금연 건물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내가 담배를 피운다 한들 뭐라 할 사람은 없어.”

정말 재민은 연호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기시감이 드는 말이 오래전 연호가 했던 말과 비슷해 미주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긴, 이제 차현 그룹의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오빤데 누가 감히 지적하겠어?”

“내가 애덤 스미스라고?”

“싫으면 프리메이슨이라고 해 둘까?”

“미주 너 음모론자였니? 하긴, 어릴 때 미스터리에 관한 다큐를 너무 열심히 보긴 하더라.”

재민은 의자에 앉은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담배를 깊게 빨고는 미주를 비릿하게 보았다.

“옷은 또 왜 수녀같이 입고 왔어?”

“…알다시피 내가 원래 화려한 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데 내가 오랫동안 지켜보니 넌 화려한 게 어울려. 약간 모순되는 그 맛이 있거든.”

자리에서 일어난 재민이 책상 위에 놓인 담배를 양복 안에 넣은 후 재떨이를 손에 든 채 소파 맞은편에 털썩- 하고 앉았다. 탁- 소리가 나게 꽁초 하나가 버려진 재떨이를 소파 테이블 위에 올려 두면서 말이다.

“오빠가 약속한 한 시간은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인 거야?”

“아니, 내가 지정하는 순간부터.”

“좋아, 이사회에 늦지 않게만 해 주면 돼.”

“그래. 네가 동의해 주니 나도 좋네. 그러면 미주야, 잠시 시끄러울 수 있는데 괜찮겠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미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민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솔직히 말해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발정 난 짐승처럼 달려들 거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재민은 너무 차분했다.

미주가 두렵다는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 볼 때였다.

소파에서 일어난 그가 다시 책상 앞으로 가더니 서랍을 열어 정말 상상도 못 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있잖아. 박힌다는 말, 되게 재밌지 않아?”

왼손에 들린 한 뼘만 한 못 두 개와, 오른손에 들린 망치.

“이건 오늘 내가 널 위해서 직접 준비했어. 진우 형이 평소에 이런 걸 책상에 뒀다면 이상하잖아?”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책상 왼쪽 위 모서리에 재민이 못을 대고는 망치를 내려치면서 말했다.

“이것 봐, 한 번 칠 때마다 못이 박혀 들어가잖아? 나는 지금 못을 박고 있는 거야. 못을, 박고. 박아, 넣는 거지.”

반쯤 못이 박혔을 때, 재민이 똑같은 동작으로 반대쪽 모서리에도 못을 박아 넣었다.

미주는 탕탕-거리는 소음 속에서 엎드려 울었던 진우의 책상이 훼손되는 걸 보고 있었다. 가슴에, 심장에 재민이 못을 박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였다.

다 됐다는 듯 재민이 박은 못이 튼튼한지 손으로 잡아 흔들어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망치를 제자리에 두면서 말했다.

“일어나.”

그리고, 미주를 향해 저열한 미소를 지었다.

“어때? 내가 박아 넣는 걸 보니까?”

굳은 표정으로 재민이 시킨 대로 엉거주춤 일어난 미주가 대답했다.

“잘하네.”

“박는 거 말고도 잘하는 거 많아. 어때, 보고 싶지 않아?”

“별로.”

어쩌면 저렇게 간교한 말로 은유적이면서도 직설적으로 수치스럽게 하는지. 지금 여기서 얼굴을 붉히거나 부끄럽다는 태도를 보이면 그가 더 쾌감을 느낄 것 같아 미주는 최대한 무덤덤한 자세를 취했다.

“이제 못을 다 박았으니 슬슬 준비해야지.”

대체 책상에 왜 못을 친 걸까? 그것도 끝까지 다 박은 게 아니라 제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남겨 두었다. 책상에 박힌 못을 한 번 더 손으로 흔들어 보며 제대로 들어간 건지 재차 확인하는 재민의 모습에서 싸한 느낌을 받을 때였다.

“이쪽으로 와 봐.”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저를 부르는 재민에게 최대한 떨리는 마음을 숨긴 채 발걸음을 뗐다. 책상 의자에 앉은 재민이 발을 까딱거렸다. 미주를 책상 앞에 세워 두고는 한참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보았다.

시선으로 미주를 이미 범하고 있던 재민이 눈치 없냐는 말투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톡톡- 치면서 말했다.

“뭐 해, 미주야? 벗어야지.”

“…….”

사무실로 불렀을 때부터 각오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밝고 해가 환히 떠 있는 공간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민망했다. 하지만 정훈이 부탁한 걸 잊지 않으며 당당히 말했다.

“그 대신 오빠 핸드폰 전원은 좀 꺼 줬으면 좋겠어. 만에 하나 오빠가 지금부터 우리 사이에 있을 일, 녹음이나 녹화할 수 있으니깐.”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은 재민이 보란 듯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끄는 걸 눈앞에서 확인시켜 주었다.

“자, 이러면 돼?”

“그래, 좋아. 마음에 들어.”

“그런데 내가 초소형 카메라 같은 걸 이 사무실에 몰래 숨겨 놨을 수도 있는데, 핸드폰만으로 되겠어?”

“그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핸드폰은 너무 눈에 보이는 물건이니깐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히 체크하고 싶어서 그랬어.”

조금 이상한 논리의 제 말을 재민은 깊게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한 말을 했다.

“진수오처럼 영상 같은 거 찍어 두는 건 취미가 없어. 나도 같이 찍힐 건데, 증거를 남기는 걸 싫어하거든.”

“다행이네. 그것만큼은 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나?”

“인사는 됐고, 빨리 벗기나 해.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 끌지 말고.”

미주는 이를 악물었지만, 화사하게 웃으면서 서서히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지금부터 한 시간.”

재민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미주도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각인되는 현재 시각, 11시 27분.

“약속 꼭 지켜, 정재민. 나도 약속한 한 시간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 안에 있을 테니.”

“알겠으니 벗기나 해.”

조용한 사무실 안에 찌익- 하는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륵-거리는 옷을 벗는 소리와 벗은 옷을 몸에서 완전히 빼내기 위해 발을 움직이느라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울렸다.

“이것도 다 벗어?”

속옷만 입은 채 태연한 말투로 묻는 미주에게 재민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미주가 펼치는 스트립쇼를 의자에 몸을 푹 기댄 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톡- 하고 브래지어 훅이 열리고, 어깨와 팔을 이용해 미주가 브래지어를 벗어 보란 듯이 땅에 탁- 떨어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검은색 아무 무늬도 없는 심플한 팬티를 골반에 손가락을 걸고 천천히 내렸다.

아름다운 여자의 나신이 재민의 눈앞에 펼쳐졌다. 너무나 오랫동안 갈망하고 가지고 싶어서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청아한 팜므파탈을 드디어 벗겼다.

한참을 말없이 미주의 나체를 눈에 담던 재민이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소파에 두었던 미주의 핸드백을 손에 들고는 건넸다.

“머리가 길어서 잘 안 보여, 응? 그러니 묶어. 목덜미도 보고 싶거든.”

재민의 뜨거운 숨결이 바로 코앞에서 느껴졌다. 미주는 차분하게 건네받은 핸드백에서 머리끈을 찾아내 머리카락을 잘 갈무리했다.

막상 다 벗고 재민 앞에 서니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라 수치도 두려움도 겁마저도 모두 얼어붙은 것 같았다.

몸은 주더라도 마음을 주는 게 아니었다. 아무 의미 없는 섹스에 그저 육체만 잠시 능욕당하는 것뿐이라고 스스로 다잡고 있을 때였다.

머리를 틀어 올린 덕분에 드러난 하얀 목덜미와 더불어 머리카락에 가려졌던 탐스러운 가슴이 재민의 시야에 박혔다. 마치 물건을 품평하듯 재민은 느린 동작으로 손을 뻗어 와 그녀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역시 의외로 클 줄 알았어.”

뽀얀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가 놓으면서 유두를 꼬집었다. 미주는 인상을 썼지만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차연호가 물고 빨았을 건데 아직 색이 이렇게 예쁘게 핑크네. 어떻게 빨아 먹을까 늘 궁금했는데 보니 정말 귀엽고 예뻐서 나라도 입에 넣고 계속 굴렸겠다.”

미주는 한 귀로 흘리며 계속 마음을 굳건하게 먹으려 애쓰고 있었다.

‘정재민의 말 몇 마디도 못 견딜 거면 이곳에 내 발로 걸어오지도 않았어.’

참을 수 있었다. 이 정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 말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미주를 보며 재민은 놀랍다는 듯 계속 음흉하게 뇌까렸다.

“아, 수술했다고 하더니 역시 자국이 남아 있네… 명의가 집도했다 해도 아직 흉은 어쩔 수 없나 봐.”

복부에 있는 제왕절개의 흔적을 재민이 유심히 보더니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는 게 가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여기 등… 김 기사가 그랬어? 아팠겠어. 씹새끼, 내 물건에는 분명히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이렇게 흠집을 내다니.”

칼을 들고 나타난 김 기사가 저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미주는 등을 만지는 재민의 손길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처음부터 날 노리개로 만들고 싶었구나, 정재민. 진우 오빠가 죽으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차연호를 구하기 위해 몸을 팔 거로 생각했어.’

울면서 무릎 꿇고 남편을 도와 달라,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면 절대 그가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을 테다. 차라리 창녀가 되어 이 순간을 그저 하나의 일처럼 치부해 버리겠다 생각하면서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주변을 한 바퀴 돈 것 같은 재민이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가 있었다. 책상을 두고 마주한 남자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조용히 명령을 내리듯 말했다.

“여기로 와. 이 책상 앞에 서.”

드디어 재민이 본심을 꺼냈다 생각하면서 미주가 망설임 없이 책상 앞에 섰을 때였다.

옆으로 재민이 다가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무릎쯤에 있는 서랍을 열고는 다시 닫으며 해맑게 말했다.

“못을 박았으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재민의 손에 들린 걸 보며 미주는 겨우 다잡았다 생각한 결심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듯했다.

“진우 오빠 책상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한동안 말 없던 미주가 내뱉는 떨리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 재민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이제 알겠지? 못을 박은 이유.”

두 마디 정도 들어가지 않은 채 책상 위로 튀어나온 못에 재민이 밧줄을 걸고 있었다. 미주 역시 그 밧줄의 용도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연호는 그런 성향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겪어야만 했던 끔찍한 일을 알기에, 아무리 부부이고 합의되었다 한들 말이다. 가학적이거나 폭력적이라 볼 수 있는 섹스는 한 번도 한 적도, 그가 원한 적도 없었다.

그랬기에 재민이 밧줄을 꺼내는 순간, 앞으로 벌어질 일이, 트라우마와 직결된 것임을 느꼈다.

‘두렵지 않아. 무섭지 않아. 여기서 못 하겠다 울기라도 하면 나는 지는 거야.’

이겨야만 했다. 살아야만 했다.

그 어떤 처참한 굴욕의 순간도 참아 내리라 피눈물을 쏟으며 결심하면서 옷을 벗었다. 미주는 재민이 튀어나온 못에 밧줄을 걸고 매듭을 짓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익숙해, 동작이. 전혀 서툴지 않고, 많이 해 본 듯 능숙해.’

제가 알았던 재민 오빠는 언제나 다정하고 세심하게 저를 뒤에서 든든히 지켜 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자 정재민이 이토록 위험한 취향을 가졌을 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정재민과 정재민 사이의 이 커다란 갭.

그 역시 너무나도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며 지금껏 살다가 결국 가면이 벗겨져 폭주하는 건 아닐까?

복잡한 심경으로 양쪽 모서리에 묶인 밧줄을 보고 있을 때, 재민이 손을 탁탁 털면서 말했다.

“엎드려.”

미주는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풍만한 가슴이 진우의 마호가니 책상에 눌렸을 때 재민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팔을 뻗어야지.”

마른침을 삼키며 미주가 몸을 Y 자로 만들자 재민이 왼쪽 손목을 낚아채면서 밧줄을 걸었다.

“걱정하지 마.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고. 다만 쓸릴 순 있어.”

오른쪽까지 완벽하게 결박시키자 미주는 제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양팔이 구속된 채 책상에 엎드린 것도 굴욕적이었지만 더한 게 있었다. 몸을 숙여 버린 바람에 아마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둔부를 재민이 어떤 시선으로 볼지 너무 뻔했다.

미주가 책상에 이마를 대고 얼굴을 묻을 때였다.

“이 가느다란 거 봐. 여잔 역시 발목이 가늘어야 해. 하이힐을 신으니깐 더 다리가 예뻐 보여서 얼마나 먹음직한지, 차연호가 얘기 안 하던가?”

천천히 다리를 타고 끈적한 손길로 올라오던 재민이 허벅지에서 멈추더니 놀랍다는 듯 물었다.

“뭐야? 설마… 너네 나이프 플이나 블리딩 하면서 섹스한 거야?”

많이 흐려지고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자해의 흔적을 보고 재민이 중얼거리는 말. SM 플레이 중 가장 위험하다 볼 수 있는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미주가 그걸 알 리 없었다.

“뭔 소리야… 그냥 상처야.”

재민이 뒤에 있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순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벌어져 있는 두 다리 사이에 시선이 꽂혀 있다는 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기도 핑크색이네. 예쁘다, 미주 네 보지. 차연호가 널 놔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도 노골적인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남편이 아닌 타인에게 듣다니. 미주의 귀 끝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이 핑크색 보지에 차연호 좆이 막 꽂히고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그랬겠네?”

“…….”

“그놈 좆은 얼마나 컸어? 좆이 박히니깐 어땠어?”

“듣고 싶어?”

미주가 코웃음 치며 묻자 재민은 정말 듣고 싶다는 듯 대답했다.

“어, 말해 줘. 차연호 좆이 어떻게 네 보지에 박혀서 질질 쌌는지.”

일부러 굴욕을 주려 했는데 말이다. 그녀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거나 정말 의외로 꽤 밝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재민은 생각했다. 되려 당당하게 해 볼 거면 해 보라는 식으로 나오는 먹잇감이 건방지기 짝이 없어 장난은 그만 쳐도 될 것 같았다.

“지금부터 알아 가면 되지, 뭐.”

발을 움직여 책상을 돌아 미주의 머리 쪽으로 서서 머리채를 잡아챘다.

“미주야, 너 섹스가 무슨 뜻인지 알아?”

“설마 모를까 봐.”

양팔이 묶인 미주가 강제로 머리를 든 채 저를 고양이 눈으로 올려다보는 게 역시 좋아 재민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남녀 간의 성기를 통한 육체적 관계를 섹스라고 보통 정의한대.”

“…….”

“근데 있잖아, 난 너랑 섹스는 안 할 거야.”

지금 저를 엎어 둔 것도 모자라 팔까지 결박해 놓고는 섹스를 하지 않겠다니?

대체 재민이 무슨 생각인지 점점 알 수 없어지는 기분에 미주는 겨우 갈무리시킨 두려움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나는 듯했다.

제 적의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보고도 재민은 계속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소름 돋아… 대체 뭘 하려고…….’

차라리 이 책상에 묶였을 때 재민이 바지를 내리고 잔뜩 부푼 더러운 것을 그냥 몸에 넣었다면 이 굴욕의 순간이 금방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음에 조금씩 몸이 경직될 때였다.

“내가 섹스를 안 할 거라서 네가 실망했을 수도 있겠어. 차연호가 들어간 지 벌써 넉 달 가까이 됐으니, 마지막 섹스를 한 지도 벌써 그렇게 됐다는 뜻이잖아? 몸이 동했을 건데 어쩌나.”

재민이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머리채를 놓으며 일부러 발소리를 둔탁하게 내면서 말했다.

“일단 손부터 좀 깨끗이 할게. 지저분한 건 딱 질색이라.”

벌어진 다리 사이를 보고 있을 재민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로 짐작하자면 물티슈로 손을 닦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여자를 묶어 두는 게 너무나도 일상인 듯 굴다니. 재민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결의 도착증을 가진 것 같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악착같이 버텨 보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지만 나는 살 거야. 절대로 안 죽어……!’

손에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재민이 벌어진 엉덩이에 손바닥을 대자 차가운 느낌에 미주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보지가 움찔거리네? 여기 네 구멍이 한 번 뻐끔거렸어.”

할 수만 있다면 재민의 혀를 잘라내거나 제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이건 섹스보다 더한, 언어폭력이었다. 연호와 사랑을 나눌 때 그가 흥분하면 내뱉는 말도 충분히 더티하다 여겼는데.

‘차연호는 진짜 점잖았던 거야. 세상에…….’

재민의 더러운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손이 결박되어 있어 이 끔찍한 세 치 혀의 겁간을 견디고 있을 때였다.

“손도 깨끗이 했으니 검사부터 좀 해야겠어. 어디서 듣기로는 옛날 여자 닌자들이 여기에 무기를 숨겼다 하더라고.”

남자의 손가락이 꽃잎을 벌리더니 그냥 쑥- 하고 질구에 들어왔다. 차가운 타인의 신체가 제 몸 안에 삽입되자 이물감이 잔뜩 들었다. 재민의 손가락이 정말 뭔가를 찾듯이 안을 마구 헤집고 있어 미주는 인상을 쓰면서 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그 어떤 전희도 없이 정말 저를 섹스 토이 취급 하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미주는 재민이 몸에 어떻게 손을 대든 절대로 반응해 주지 않겠다 밤새도록 자기최면을 걸다시피 했다. 그랬기에 안을 쑤셔 대는 재민의 끔찍한 희롱에도 결코 야릇한 소리 한 점 내지 않으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네? 근데 있지, 되게 조인다, 너. 여기까지 타고난 거야? 엄청 쫀득쫀득했어. 전혀 젖지 않아 좀 뻑뻑하긴 했지만.”

미주의 몸에 넣었던 손가락을 빼낸 재민이 맛이 궁금하다는 듯 제 손가락을 혀로 할짝대면서 빨았다. 그리고 지금 저를 보지 못하는 미주에게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해줬다. 점점 수치심에 귀부터 시작해 목 아래까지 붉어지는 여자의 몸을 즐겁게 감상했다.

“네 보지 맛도 괜찮아, 미주야. 차연호는 많이 빨아 먹었지? 혀로 할짝대면서 입구에 대고 빨아 마셨지?”

“…….”

“나도 빨고 싶어졌어. 여기 분홍색이랑, 핑크색, 막 혀로 간질이면서 적셔 주고 싶은데 괜찮을까?”

“…….”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그게 규칙이니깐 내 말을 따라.”

머리채를 다시 뒤에서 잡아끄는 바람에 턱 끝이 천장을 향할 정도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너무 강하게 당기는 힘에 두피가 뽑혀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고통 따윈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주는 입매를 올리며 웃었다.

“좋아.”

제 대답에 재민이 머리를 놓아주니 이마가 다시 책상에 닿았다.

“그럼 다시 물을게. 네 거 빨고 싶은데 어때?”

“싫어. 하지 마.”

“네가 안 된다고 해도 내가 안 할 건 아니잖아?”

“미친 새끼, 그럼 묻지 마.”

팽팽하게 당겨지는 밧줄을 보니 분노로 몸을 떠는 미주가 팔을 잡아 빼려 한 것 같았다. 재민은 진정하라는 듯 그녀의 뽀얀 엉덩이를 탁탁- 치면서 얼렀다.

“자꾸 까불면 점점 조여서 손목이 아파. 뭣 하면 네 머리 위에 못 하나 더 박! 아! 서! 목도 묶어 버릴 수 있으니깐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박는다’는 말에 힘줘서 말하는 걸 보니 그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흥분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것이 섹스와 성기, 성적인 행위들처럼 보이는 걸까?

미주가 엎드린 채 이를 갈고 있음을 알았기에 재민은 더 노골적으로 더러운 욕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여자 보지는 안 빨아. 왜인 줄 알아?”

“…글쎄.”

“암캐 년들 보지 빨아 주면 좋아서 질질 싸는 게 싫거든. 내가 노력해서 굳이 느끼게 해 주기도 싫고.”

“그래, 더러운 수캐야. 내 거는 안 빨아 줘도 돼. 너한테 느낄 일도 없어.”

미주가 저를 개에 비유하자 재민은 어쩐지 기분이 조금 상했다. 저는 되지만, 남이 저를 비하하는 건 듣기 싫었다. 병신한테 병신이라고 하면 열 받는 것처럼.

그래서 몸을 움직여 책상 앞에 떨어져 있는 검은색 팬티를 집어 들고는 천천히 미주의 턱을 잡고 흉악하게 웃었다.

“방금 한 말 취소. 암캐 년이 왈왈 짖어서 조용히 시켜야겠어.”

재민이 우악스럽게 입에 팬티를 밀어 넣자 미주의 코끝에 청 테이프의 역한 휘발성 냄새가 느껴졌다. 15년 전 까만 밤에 놈들도 입을 틀어막았는데, 재민 역시 제 입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봉했다. 하지만 더는 겁에 질려 패닉 상태에 빠졌던 열아홉이 아니었다.

‘죽는 것보단 나아. 여기서 혀를 빼물고 죽기라도 하면 정재민이 제일 신나서 춤을 출 테니깐. 그 꼴을 보기 싫어서라도 악착같이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해!’

육체의 정절을 지키지 못해 연호를 배신했다 해도 끝까지 살아야 했다. 재민이 제 손을 지금 당장 서랍에 넣어 둔 망치를 꺼내 짓이겨도 괜찮았다. 팔을 하나 못 쓰게 한다 해도, 걷지 못하게 만들거나 요한처럼 눈을 멀게 해도 살고자 했다.

‘살아남아서 네놈의 최후를 보겠어. 지금의 능욕은 잠시 스치고 지나갈 뿐이야.’

미주가 눈물을 삼키며 입안에 가득한 속옷을 물고 있을 때였다. 재민이 발끝으로 하이힐을 신고 있는 발을 탁탁- 치면서 미주의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그래, 이렇게 A 자 모양이 돼야 보지가 예뻐. 한 가지 흠이라면 이렇게 다리가 예쁜데 허벅지에 뭔 짓을 해 놓은 건지.”

혀를 끌끌 차는 재민의 숨결이 피부 가까이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은밀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라도 하는지, 보지 못해도 느껴지는 음흉한 시선에 주먹을 꽉 쥐었다.

“진우 형이 이걸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형도 분명히 너한테 박고 싶었을 건데.”

죽은 자를 욕되게 하다니. 지금 재민을 보면 악마마저 너무 심하다 고개를 저을 것이다.

움켜쥔 엉덩이를 더 넓게 벌린 재민이 정말 뜻하지 않은 곳으로 포커스를 맞춰 미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로는 해 봤어? 차연호가 여기에도 좆을 박아 댔을까? 근데 여기, 조그만 게 쪼글쪼글해서 되게 귀엽다, 미주야.”

엎드린 탓에 좀 더 위쪽에 위치한 주름진 곳을 엄지로 한 번 꾹- 누르자 미주가 상체를 튕기며 저항했다.

“으… 으…….”

“아, 쏘리. 내가 입을 막아 놔서 대답을 못 하지?”

엄지로 살살 원을 그리듯 주변을 쓸자 그녀가 예상외로 격렬하게 펄떡이면서 싫은 듯 몸을 흔들어 대며 거부하고 있었다.

“윽! ……으읍!”

뚫고 나오지 못하는 소리는 분명 욕일 것이다. 미주의 반응을 보니 이곳은 다른 쓰임으로 유희된 적 없음을 느꼈다. 놀랍다는 듯 재민은 더 악랄하게 손을 놀리면서 미주를 모욕해 보았다.

“처음이면 좋겠다. 내가 처음이면 더 좋고. 근데 의외네, 미주야. 차연호가 정말 널 사랑했나 봐.”

재민이 손을 바꿔 검지를 한 마디 정도 넣고는 빙빙 돌렸다. 생경한 감각에 미주는 허벅지가 떨려 더는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았다.

“나였으면 네 몸의 구멍에 모두 날 꽂아 넣었을 텐데. 여기도 느끼게끔 개발해서 내 암캐로 만들어 손만 대도 질질 싸게 했을 건데, 차연호 그 새끼가 다 망쳐 놨잖아.”

미주가 갑자기 이마를 쿵쿵- 책상에 찧기 시작했다. 이미 김 기사 때문에 깨진 이마를 다시 한번 깨뜨리고 싶은지. 반항의 의미가 아닌 정말 자해를 하는 수준으로 머리를 찧자 재민은 손을 거둬들이면서 말했다.

“그래 봤자 너만 손해야. 예쁜 얼굴 흉 지게 더는 그러지 말고. 자꾸 까불면 그냥 손등에다가 못을 쳐 버리는 수가 있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지 말라는 듯 저를 달래는 손길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소름이 돋았다.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이러한 건 줄 몰랐다. 성에 대해서는 보통의 남녀가 나눌 수 있는 행위 위주로만 알았지, 이렇게 고문하듯 학대를 가할 줄 예상치 못했다.

‘단순히 몇 번 몸을 섞고 말 거로 생각한 게 어리석었어… 정재민이 그리 쉽게 나랑 자고 거래를 해 줄 거로 생각했다니.’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을 때, 틀어 올린 제 머리를 재민이 풀기 시작했다. 사르륵-거리는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이 풀어져 등에 닿아 간질거렸다.

그런데 제 머리를 마치 손으로 빗질하듯 손가락을 넣어 쓸던 재민이 머리카락을 몇 묶음으로 나눠 쥐는 게 아닌가?

또 어떤 도착적인 짓을 할지, 꽉 쥔 주먹에 눌린 손톱 때문에 손바닥이 아려 올 때 그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머리가 기니깐 땋는 맛이 있다. 너 어릴 때 가끔 양 갈래로 땋아서 다녔던 거 기억나?”

3등분으로 나뉜 머리를 하나의 모양으로 땋고 있는 재민이 꽤 집중하면서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게 길게 형태를 내렸다. 마지막에 입에 물고 있던 머리 끈을 여러 번 동여매 잘 여몄다.

뜬금없는 행동에 미주가 황당해할 때, 재민이 왼쪽과 오른쪽 서랍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에 두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왼쪽에서는 뭘 꺼냈으며 오른쪽에는 뭐가 있는 걸까?’

묶인 탓에 시야가 좁아 겨우 앞과 45도로 튼 각도까지만 볼 수 있어 미주가 답답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말했잖아, 섹스는 안 할 거라고.”

“……!”

길게 내려 땋은 머리를 마치 고삐를 잡듯 재민이 당기자 고개가 또다시 뒤로 젖혀졌다.

제가 또 이마를 찧으며 격하게 분노를 표출할까 봐 그런 건지, 단순히 억압하고 지배하는 걸 즐겨 이러는 건지. 아마 둘 다의 이유로 재민이 제 머리를 탁탁탁- 잡아당기며 재밌는 놀이를 하듯 괴롭혔다.

머리카락 뿌리가 뽑힐 것 같은 통증이 머리 전체에 전해질 때, 그가 머리를 놓아줬다. 왼쪽 귀를 책상에 대고 숨을 헉헉- 몰아쉬고 있을 때 재민이 책상 위에 둔 것을 집어 든 것 같았다. 이어지는 바스락-거리는 비닐 찢는 소리.

“내 좆을 네 보지에 박지 않겠다는 뜻이지, 네 보지에 아무것도 박지 않겠다는 아니야.”

“으…! 윽……!”

“이런 거 차연호랑 넣고 놀아 봤어? 응?”

뭔가 아주 작게 달칵하고 버튼이 올라간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잉지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재민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미주의 척추 위에 그것을 올렸다.

“읍……!”

피부에 닿는 질감과 살짝 미끈거리는 감촉으로 볼 때 뭔가에 콘돔을 씌운 듯했다.

“난 안전한 게 좋아.”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제 말은 가로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마치 안마 의자에 누웠을 때처럼 몸에 드르르-거리는 진동이 전해지고 있었다. 미주가 놀라 소리를 뱉어 보지만, 속옷을 물고 있는 탓에 소리는 그저 ‘으으’밖에 들리지 않았다.

“계속 까먹네. 입을 막아 놔서 말 못 하는데. 그냥 혼잣말한다고 생각해 줘, 미주야.”

허리에 올려져 있던 바이브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몸을 세로로 가르는 중심선에 맞춰서 몸에 떨림을 전하다가 질구에 다다랐을 때였다.

재민은 망설임 없이 손가락 길이 정도의 날렵한 진동기를 미주의 몸속에 넣으면서 말했다.

“바이브를 쓰면 거기 느낌이 좋아지거든. 차연호가 이걸 쓰면서 네 보지에 자지를 쑤셔 넣었겠지?”

기구를 사용해서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걸 미주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처음 느끼는 이 끔찍한 진동이 아래에 박혀 배 속을 뒤흔들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몸속에 들어온 그것과 연결된 가느다란 줄을 재민이 조금 전 제 머리를 당기듯 탁탁- 당기자 다시 쏙- 하고 밖으로 빠져나갈 때, 미주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이어지는 계속 반복되는 동작. 몸에 넣고, 빼는 걸 재민이 즐기는 것 같았다.

“원래는 네가 힘을 줘서 뱉어내야 하는데, 시켜도 안 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뽑고 있는 거야. 구멍이 벌렁거리면서 톡- 하고 내뱉는 거 꽤 재밌거든.”

미주의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몸에 힘을 너무 주면서 모든 걸 거부하는 중이라 어깨가 점점 굳어 아팠다. 몇 번이나 견딜 수 없어 묶인 팔을 흔든 탓에 여린 팔목이 조금 쓸렸다.

“…으…….”

더는 하지 마라 고개를 미친 듯 저은 탓에 콧잔등이 마호가니 책상에 살짝 찰과상을 입은 것 같았다.

재민은 셀 수 없을 만큼 미주의 몸에 바이브를 넣었다가 빼고 있었다. 넣었을 때는 엉덩이를 꽉 잡아 조이다가 뺄 때는 수치스럽게 활짝 벌려 모든 게 벌어지도록 하기도 했다.

이토록 자극을 받으니, 제아무리 미주가 육체의 쾌감을 느끼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한들 의지와 관계없이 조금씩 아래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물이 나오기 시작하네. 느끼나 봐?”

“…….”

“액이 끈적하면서 번들거리는 게 딱 내가 좋아하는 점도야.”

갈라진 꽃잎 사이를 훑은 재민이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가 떼면서 생기는 실선 같은 걸 쭉- 늘리면서 감탄했다.

“이제 보지 물이 나오기 시작하니깐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되겠어.”

재민이 전원을 끈 바이브를 몸속에서 빼내 책상 위에 보란 듯이 올렸다. 미주의 시선 끝에 보이는 핑크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유선형 죄악의 산물. 멍하게 저를 유린하던 것을 보던 미주의 턱을 재민이 잡아 들어 흔들었다.

“암캐가 조용해진 것 같아서, 이제부터 뭐라고 떠드는지 들어 보려고.”

제 입에 박혀 있던 속옷을 재민이 꺼냈다. 가까이 다가온 재민의 얼굴이 역겹다 못해 추악해 미주는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으면서 일갈했다.

“정재민! 너 혹시… 임포야? 어? 발기 불능? 그거 맞지?”

“…씨발년이.”

“맞구나. 좆이 잘 안 서서 여자를 만족 못 시키니깐 이 지랄병을 하고 앉아 있지.”

이만큼 괴롭혔으면 백기 들고 앙앙거릴 줄 알았는데. 재민은 침을 맞은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 두면서 뇌까렸다.

“내 좆은 네년을 상상할 때 제일 잘 서더라. 내가 그동안 자위하면서 수없이 상상하던 걸 이제 실제로 해 본다니, 너무 기뻐서 좆이 이렇게 바짝 서는 거 있지?”

잡고 있던 미주의 턱을 그대로 제 사타구니 쪽으로 잡아당겨 짓이겨 보았다. 불룩 솟은 페니스가 팬츠 넘어 미주의 얼굴에 딱딱하게 닿아 흥분이 느껴졌으리라, 생각하며.

붙잡은 미주의 얼굴을 그대로 책상으로 패대기치며 뒤쪽으로 다시 돌아가 섰다.

“으으…….”

머리를 꽤 세게 박았는지 눈앞에 별이 번쩍인다고 미주가 느낄 때 다시 비닐을 뜯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까 전과 사뭇 다른 붕붕-거리는 소리가 귀에 박혀 오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거는 뭔지 말 안 해도 알겠지? 응?”

제 엉덩이에 지그시 대고 누르는 그것은 길쭉한 형태를 가진 회전하는 기구였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포르노를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미주는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일부러 겁을 주듯 재민이 제 엉덩이를 몇 번 탁탁- 때리더니 조금 전 못을 박듯 제 몸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아아…! 흐……!”

숨이 턱- 하고 막혀 오면서 아랫배가 순간 꽉 차는 듯했다. 사람의 페니스와는 전혀 다른,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가짜가 질에 박혀 빙글빙글 돌았다.

콘돔이 씌워진 커다란 물건이 저를 쑤셔 대기 시작하자 미주는 사지가 뒤틀렸다. 끝까지 저를 장난감 취급 하는 재민을 참아 내려 애써 보지만 이번만큼은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미주야, 지금 진우 형 자지가 네 구멍에 씹질을 하고 있어.”

“아… 으읏……!”

“진우 형이 널 얼마나 먹고 싶어 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매일 밤 널 생각하면서 딴 년들 구멍에다가 좆을 쑤셔 박았지.”

지금까지 육체에 가해졌던 가학적인 행위도, 변태적인 재민의 언사도 저를 놓으니 스치는 바람처럼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우를 들먹이며 서서히 정신을 공격하는 재민의 말에 단단히 다졌다 여긴 멘탈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거 알아? 진우 형 취향도 꽤 쎈 거? 너한테 좆질 하고 싶은 거 푼다고 애먼 여자 여럿 잡았거든.”

“…그만… 그만해……!”

사람의 몸은 지치기라도 하기에 일정하게 기계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제아무리 철인이라고 한들 피스톤질을 하다가 쉴 수밖에 없는데. 오로지 삽입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전원이 더는 공급되지 않는 이상 끝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래서 미주는 지금 질 속에서 붕붕- 소리를 내며 앞쪽으로 계속 박듯 밀고 쑤셔 들어오는 딜도가 주는 감각에 음부 전체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진우 형 자지 맛이 그리 좋나 보네. 네 남편 좆이랑 진우 형 좆이랑 뭐가 더 맛있어?”

재민이 더 깊게 푹푹- 후벼 파듯 질에 딜도를 꽂아 넣으면서 미주를 망가뜨리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꽂힌 채 혼자 빠지지 않고 잘 들어가 있자, 악의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떼어 냈다.

경련이 나듯 원치 않은 삽입이 주는 감각이 조금씩 몸으로 퍼졌다. 미주가 반쯤 넋을 잃은 표정으로 더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움찔거리고 있을 때 재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있잖아…, 난 진우 형이랑 널 같이 먹는 것도 참 많이 상상했었어.”

재민이 천천히 팬츠를 내리고는 브리프를 벗었다. 시커먼 음모 사이에 솟은 페니스가 배에 딱 붙어 끔찍하게 까딱까딱하는 게 보였다.

“입에 박고 싶은데 아무래도 넌, 깨물고도 남을 것 같아서 말이야.”

미주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아 페니스로 뺨을 툭툭- 쳤다.

“…….”

“차연호 좆 빨면서 무슨 생각 했어? 그 새끼 자지 맛이랑 내 자지 맛이랑 다른지 평가 좀 해 보라고 하고 싶은데, 아, 어쩌지? 어때? 빨아 줄래?”

그 순간만큼은 완전히 무너질 뻔했다. 차라리 제 입에 흉측한 걸 넣는 게 오히려 나을 정도로, 뺨을 툭툭- 치는 그것이 주는 모멸감이 너무나도 심했다.

더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만큼 엉망으로 정신이 흐려지는데, 여전히 밀부에선 딜도가 박힌 채 돌아가고 있었다.

“미주야, 상상해 봐. 지금 진우 형이 뒤치기를 하고 있는데 네가 내 좆을 빨아 주고 있는 거야.”

“흐억……하아…… 흐읍……!”

재민이 미주의 턱을 우악스럽게 쥐더니 손가락을 목구멍까지 집어넣었다.

“내 손을 내 자지라고 생각하면서 느껴 봐, 응?”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침이 줄줄 흘러 턱을 적셨지만, 그것보다 미친 것 같은 재민의 말 때문에 미주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 우린 더는 둘과 하나가 아니라, 진짜 셋이 된 거야. 네가 우리를 셋으로 만들어 준 거야. 사이좋게 네 보지에 좆을 흔드는 사이가 된 거 같아서 너무 좋아서 안심된다.”

그 순간, 미주는 재민의 진짜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셋을 강조하면서 쓰리썸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하는 미친놈의 말 속에서 말이다. 마치 저도 이제 하나 된 것에 다행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삐뚤어진 욕망을 품고 살아왔으면 이런 짓을 하면서 저도 너희 둘 사이에 끼워 달라 말하는 건지.

진우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정재민은 어쩌면 저를 질투했던 걸까? 이 변태 배신자의 약점이 오래된 외로움과 열등감임을 미주가 눈치챌 때였다.

“벌써 싸면 재미없거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깐.”

펠라티오 흉내를 시키던 제 머리를 놓았다. 재민이 페니스를 손으로 잡고는 자위하듯 눈앞에서 만져 댔다.

덕분에 겨우 산소가 공급되어 컥컥거리던 미주가 비로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듯할 때, 재민은 부족하다는 듯 벌건 눈동자로 입맛을 다셨다.

“진우 형이랑 해서 셋이 하는 것도 좋은데, 이왕이면 네 남편도 끼워 주자.”

“…허억, 미친 새끼, 대체 뭔 말……!”

책상 위에 뒹굴고 있던 바이브를 집어 든 재민이 콘돔을 벗겨 내더니 새로운 콘돔을 꺼냈다.

“썼던 거 또 쓰는 거 정말 싫다, 나는.”

재빨리 바이브에 콘돔을 씌운 재민이 딜도가 박힌 곳이 아닌, 가장 예민하고 은밀한 부분에 바이브 끝을 조금씩 밀어 넣기 시작했다.

“……!”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어, 미주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러나 겉으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이미 선을 넘은 광기의 성벽이 견딜 만하다는 듯 끝없이 저를 채찍질하는 중이었다.

질구 안에서 끝도 없이 움직이는 가짜 때문에 배 속이 터질 것 같았는데, 거기에 다른 곳에 들어간 진동이 더해지다니. 미주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기분 속에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 다 들어갔네. 어때? 두 구멍에 앞뒤로 박고 흔들어 대니 죽을 것 같지 않아?”

“그래, 좋아 죽겠어.”

조금 전까지 다 죽어 가는 것 같았던 미주가 톤을 높여 대답했다. 재민은 눈썹을 삐죽 올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어느 구멍이 진우 형이고 차연호인지는 네 마음대로 정해. 지금부터 넷이서 즐겨 보자. 이 순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재민은 제 손으로 땋은 머리를 천천히 미주의 목에 한 바퀴 감아 조르기 시작했다. 목이 졸리는 죽음에 가까운 감각에 미주의 입이 벌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재민의 손가락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왔다.

“부산에서 어떻게 당했어? 이런 식으로 셋한테 당했어?”

퍽퍽- 제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질문하는 재민은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것 같았다.

“동시에 셋이서 한 거야? 아니면 한 명씩 차례로 돌아가면서 네 보지에 박아 댔어?”

“…….”

“말 좀 해줘, 미주야……. 네가 어떻게 당했는지 얼마나 궁금했는데.”

징징 떨리는 진동이 질 외벽에서 타고 들어와 딜도에 닿아 깨지자 그 여파가 온통 아래를 뒤흔들었다. 이미 견딜 수 없는 임계점 이상의 쾌락이자 고통이었지만 실제로 육체가 통증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이런 행위를 통해 저를 굴복시키고 영혼을 파괴하려는 재민의 생각이 이제는 읽혔다.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 속에서 잠시 생각이 흐려졌지만, 이제는 정신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읍… 흡…….”

“아, 씨발, 너 잘 빠네?”

미주가 혀를 입안에서 굴리며 손가락을 자극하기 시작하자 재민이 살짝 인상을 쓰면서 중얼거렸다. 마치 그녀가 이 하드코어적 상황을 받아들였거나 자포자기했거나 둘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었다.

십수 년간 상상했던 제 것을 빠는 미주를 현실로 대면했지만 진짜 페니스를 입에 집어넣지 못해 아쉬웠다.

재민은 미주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느긋하게 내려다보면서 목을 감았던 땋은 머리를 놓아주었다.

압박에서 해방되자 미주가 본격적으로 펠라티오를 하듯 손가락을 빨았다. 입술을 쓰기도 하면서 혀끝을 세워 자극하다니.

“씹, 잠깐만.”

마치 진짜 펠라티오를 받는다 착각이 들었다. 촉각과 더불어 시각적인 쾌감까지 충족시켜 주니 순간 사정감이 치솟아, 그녀의 입에서 손을 빼고는 페니스를 만지며 자제시켰다.

그런데, 아쉽다는 듯, 치켜올린 눈매로 저를 노려보는 미주가 씨익- 웃는 게 아닌가?

“지금 웃음이 나와?”

페니스를 계속 문지르며 그녀를 내려다보자, 미주가 턱을 최대한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어, 웃겨서.”

“뭐가 웃긴데?”

“그냥, 정재민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싶어서 실망했거든.”

갑작스러운 미주의 태세 전환에 재민이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왜 뺐어? 더 빨아 줄 수 있는데?”

“…….”

“겨우 손만 빨아 줬는데 좆이 쌀 것 같아서 그랬어? 겨우 세웠는데 벌써 싸면 아까워서?”

한쪽 입꼬리를 올린 미주가 보란 듯이 살짝 입을 벌렸다. 혀로 입술을 쓸면서 재민을 놀리듯 도발했다.

“어때, 내 오럴 솜씨? 차연호 거를 많이 빨면서 습득했거든.”

“괜찮네. 나쁘지 않아.”

눈앞에 여전히 빳빳하게 서 있는 재민의 페니스를 노골적으로 보면서 미주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아까 물었지? 누구 것이 더 맛있냐고?”

“…그랬지.”

“손가락만 빨아봐도 딱 알겠더라. 차연호 좆이 훨씬 맛있어. 너는 맛도 하나 없어서 힘들게 빨기도 싫더라?”

“…….”

“심지어 진짜 좆도 아니라서 재미도 없었어.”

재민이 오랫동안 옆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주는 지금 혀를 놀리며 말로써 그를 흔들어 보려 하고 있었다. 함께 지냈던 시간 동안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제게 많이 알려 줬으니 보고 배운 대로 그대로 돌려주겠다, 이를 갈면서 말이다.

“근데 있잖아, 오빠. 솔직히 말해 봐. 여자랑 섹스해 본 적 별로 없지?”

“뭐?”

“섹스. 아까 오빠가 말한 그대로,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통한 육체적인 행위를 몇 번 해 본 적 없지?”

갑자기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듯 미주가 실실 웃으면서 저를 조롱하기 시작하자 부아가 조금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무시해야 했을 그녀의 말에 대꾸해 주면서 저도 모르게 서서히 상황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었다.

“지금 내 보지에 꽂아 놓은 거, 이제는 아무 느낌도 없어.”

“웃기고 있네, 질질 싸고 있는 게. 딴 년들은 좋다고 질질 싸면서 죽는소리 내거든?”

“연기한 거겠지. 여자들 원래 그런 거 잘해. 그리고 포르노 좀 그만 봐. 현실은 야동이 아니야.”

오히려 훈계하듯, 제가 묶어서 책상에 엎어 놓은 미주가 혀를 끌끌 차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변주해야 재밌고, 다양하게 자극을 받아야 흥분되고 느끼지. 이렇게 쑤셔만 대면 처음에는 좋을지 몰라도 지금쯤 되니 그냥 몸속에 있는 것뿐인걸. 나도 알겠는데 그동안 오빠랑 즐긴 여자들은 이런 건 얘기 안 해 줬나 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더 말해 보라는 듯 코웃음을 치는 재민을 보며 공략이 먹힐 수 있을 것 같아 미주는 계속 떠들어 댔다.

“그리고 있지, 왜 내가 진우 오빠랑 안 잤을 거라 단정적으로 생각해?”

“…뭐?”

“아까 오빠가 너무 신난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미주의 음부에 끝도 없이 박혀 있던 딜도가 서서히 밀려 나오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 빠졌다. 오빠, 지금 박아 줘. 오빠 자지, 오빠 좆. 빨리 내 보지에 박아 줘.”

“이 창녀 같은 게…….”

엉덩이를 흔들며 천박한 몸짓을 해도 재민은 고개만 저을 뿐 제 몸에 성기를 꽂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뒤쪽으로 움직이더니 다른 곳에 넣어 둔 바이브마저 빼내 화가 난 듯 바닥에 던졌다.

미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일부러 계속 재민을 살살 긁으며 흔들었다.

“오빠 좆, 빨리 내 구멍에 쑤셔 박아 줘. 막상 빠지니 허전해 아쉬운 대로 오빠 거라도 좀 넣고 흔들어야겠어.”

“우리 미주 엄청 밝히는 년이었네?”

“오빠가 그랬잖아? 질질 싸는 암캐라고. 맞아, 나 암캐야. 더러운 창녀고, 밝히는 섹스 중독자야.”

제가 놓은 덫에 재민이 걸려들었다.

‘정재민, 저속한 말과 끔찍한 행위로 날 파괴시키려고 했겠지만, 반대야. 내가 널 부숴 버리겠어.’

거기에 저를 괴롭히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 두 개도 몸에서 사라졌으니 말이다. 온 신경을 재민을 농락하는 것에 미주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 재민 오빠, 임포이긴 한데 막상 서면 그걸 뭐라더라? 아, 지루. 지루라서 싸지 못하는 거 맞지?”

“막 지껄여 봐.”

“아닌가? 아니면 미안, 쏘리. 아, 날 생각하지 못하면 잘 안 서니깐 여자들 맨날 이렇게 묶어 놓고 괴롭히고 때리고 막 이런 거면 좀 안됐기도 하다. 삽입하는 거 진짜 기분 좋은데.”

재민이 벗고 있던 브리프를 다시 입었나 보다. 말쑥한 차림으로 앞으로 다가온 재민이 노여운 듯 저를 내려다보았다.

“왜? 박아 달라고 애원했는데 안 박아 줘? 오빠 말대로 보지 물이 줄줄 흐르는데 나 흥분시켜 놓고 발 빼면 쓰나.”

“어릴 때부터 따박따박 말대답 정말 잘하더니, 구멍 두 개, 아니 세 개를 나한테 먹히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정말 재밌다, 미주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구멍 두 개는 차연호랑 서진우가 넣고 즐겼는데.”

재민은 제가 땋아 놓은 미주의 머리채를 세게 잡아당기며 읊조렸다.

“아까 말하려 한 게 뭐야? 내가 신나서 말 안 하려고 했다는 거.”

너무 세게 당겨진 탓에 거의 천장을 보고 있는 미주가 깔깔 웃으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내가 차연호랑 서진우랑 셋이서 안 해 봤을 것 같아?”

“……뭐?”

미주가 새빨간 거짓말로 너무나도 능숙하게 진짜인 거처럼 재민을 속이고 있었다.

“진 회장 죽이고 신나서 어쩌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셋이서 붙어먹었어. 좋더라. 한 명이랑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역시 넌, 개갈보 창녀였어…….”

“아까 진우 오빠 좆이 어쩌고 했지? 네가 준비한 그 도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날 만족시켜 줬거든. 그딴 거 가지고 진우 오빠 자지를 상상하라니, 감흥이 없더라.”

마치 세 사람이 흘레붙는 게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미주가 거짓말한다는 걸 알았지만 피가 온통 아래로 쏠렸다. 재민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재차 그녀의 머리를 당겨 압박을 가했다.

“궁금하네. 셋이서 어떻게 씹질 했을지.”

“매일매일 셋이서 하고 싶을 만큼 짜릿했어.”

“자세히 말해 봐, 미주야. 진우 형 좆이 널 어떻게 쑤셨는지, 차연호가 널 어떻게 형이랑 나눠 먹었는지, 상세히 알려 줘.”

“왜, 내 말 들으면서 자위라도 하게?”

하지만 재민이 듣고 싶은 말은 미주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빠, 미안해서 어쩌나? 오빠는 진 회장을 죽이는 계획에도 끼지 못했는데, 우리 쓰리썸에도 끼지 못했어. 정재민은 어떻게 떡칠 때마저도 외면받는 건지.”

“…이 좆 같은 게…….”

화가 잔뜩 났는지 제 머리를 책상에 찍어 누른 재민이 노여운 듯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미주는 기세를 꺾지 않고 계속 그의 멘탈을 흔들었다.

“진우 오빠를 죽였는데도 넌, 내 보지에 좆을 꽂지도 못하잖아?”

“…….”

“넌 절대로 우리 사이에 끼어들 수 없어. 진우 오빠와 나 사이에도, 차연호와 나 사이에도.”

“…….”

“심지어 서진우와 차연호와 나, 셋 사이에서도 영원히 이방인이야. 절대로 셋과 넷이 될 수 없어. 넌 언제나 영원히 혼자니깐.”

미주가 저를 능욕하자 화를 참지 못한 재민이 바닥에 떨어진 딜도를 집어 들었다.

“씨발년, 살려 달라 할 때까지 박아 주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폭력적으로 비부에 그것을 밀어 넣었다.

“썅년, 보지가 찢어져도 계속 짖어 대는지 보자고!”

딜도가 다시 박히는 순간, 너무 깊고 우악스럽게 함부로 몸을 헤집어 눈물이 날 뻔했다. 하지만 재민이 지금 잔뜩 격양된 상태라 오히려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어 미주는 계속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아앙, 오빠! 그거 말고! 오빠 거 넣어 달라니깐!”

교태 부리는 목소리를 내며 비음 섞인 신음을 마구마구 질러 댔다.

“아앙! 흐읏! 아, 좋아! 앙!”

들으랍시고 포르노 배우가 된 듯 뱉는 연기 톤의 가짜 신음과 진짜를 구별 못 할 정도로 재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산산이 조각내, 미주를 폐인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그래서 그녀의 트라우마까지 끌어들였지만 이제는 점점 몸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안 서서 그래? 응? 섰으면 넣어 봐. 차연호랑 서진우는 몇 번도 더 싸고 세우고 넣었는데.”

“씨발, 좋아. 그토록 원하면 박아 줄게.”

전원을 끄지도 않고 그대로 내팽개친 덕분에 딜도가 바닥에서 혼자 붕붕- 소리 내며 돌아갔다. 재민이 급하게 브리프를 내려 페니스를 꺼냈지만 어쩐지 자꾸만 흐물거리며 죽기 시작했다.

“이… 하아, 씨발, 왜 지금.”

몸이 뜻대로 되지 않나 보다. 역시, 진우와 연호를 향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일부러 계속 언급하며 재민이 그랬던 것처럼 자극적인 거짓말을 계속했더니. 재민은 심리적으로 이미 위축된 게 분명했다. 미주는 깔깔깔- 웃으면서 큰 소리로 마구마구 떠들어 댔다.

“역시 넌 안 돼. 나한테도 안 되고, 진우 오빠한테도, 내 남편한테도 안 돼.”

“다시 서면…….”

“좆도 하나 마음대로 못 세우는 새끼가 차현을 마음대로 하겠다?”

완전히 페이스에 말려 버린 재민은 이를 뿌드득 갈며 미주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까 못 박았던 망치로 네년 구멍을 쑤셔야겠어.”

“쯧쯧쯧, 불쌍한 재민 오빠. 나라면 있잖아, 그 망치로 날 때려죽였지 더는 밑을 들쑤시지 않을 것 같은데.”

저를 동정하는 미주가 얼굴은 쓸리고 박혀 멍들고 붉어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반짝이며 속삭였다.

“섹스에 콤플렉스가 있으니 뭐든 하나같이 섹스에만 집착하는 거, 병이야.”

저를 꿰뚫어 보고 있는 미주의 눈에서 더는 수치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당당하게 더 해 보라는 표정으로 저를 같잖게 여길 때, 급한 듯 톡톡-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실장님, 연락이 안 돼서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빨리 나와 보셔야…….”

갑작스럽게 비서실 직원이 격양된 목소리로 문 앞에 서서 재민을 부르고 있었다. 저를 찾는 목소리에 재민이 거머쥔 미주의 머리채를 당기며 화를 꾹꾹 눌러 담아 물었다.

“너… 아까 핸드폰 전원 끄라고 한 게 설마?”

“뭔 소리야. 난 정말 섹스 동영상의 주인공이 되기 싫어서 부탁한 거뿐인데?”

정훈이 뭔가 판을 흔든 것 같다, 미주는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계속 밝히는 여자 흉내를 냈다. 정말 급한 일인지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재민도 더는 저를 희롱하는 데 집중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씨발, 뭔 수작 부렸는지 너… 나중에 두고 봐. 지금은 아쉽지만 여기까지 해야겠어.”

“왜? 더 해 줘. 난 이제 느끼고 있는데, 벌써 끝이야?”

미주 눈에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12시 24분.

“오빠, 3분 남았잖아?”

“보내 줄 때 가. 아님 네 말대로 망치로 쳐서 머리를 깨 죽여 버릴 테니깐.”

재민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묶어 놓은 밧줄을 풀며 미주를 드디어 해방시켜 주었다.

“난 약속은 지켜. 그게 룰이니깐.”

하도 쓸려 피부가 벗겨진 채 찰과상을 입은 손목을 보면서 미주는 비틀거리며 한 시간 만에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허벅지가 바르르 떨리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듯 덜덜거렸다. 높은 굽의 하이힐을 견디느라 발목이 아파 절뚝절뚝 걷는 미주가 스스로 벗었던 옷을 다시 입는 걸 재민이 보고 있었다.

마침내 이 방에 들어설 때와 비슷한 복장을 갖춘 미주가 엉망이 된 얼굴로 재민을 빤히 보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가 땋아 놓았던 머리 끝의 매듭을 풀자, 스스륵- 꼬여 있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미주는 아프다는 듯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치면서 재민의 옆으로 바짝 붙어 그의 귀에 제 입술을 붙였다.

“덕분에 즐거웠어, 오빠.”

“그래, 나도 즐거웠어. 네가 수작 부린 거랑 별개로 내가 널 죽이지 않아도 네 남편이 널 죽일지도 모르겠어.”

재민의 말뜻을 안다는 듯 미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했다.

“이사회 끝나고 나서 바로 차연호한테 가서 알려. 윤미주랑 붙어먹었다고.”

“그래도 돼?”

“어. 가서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 줘, 그 사람한테.”

히죽이는 미주가 딱하다는 듯 재민을 보면서 말했다.

“하나도 겁 안 나. 들킬까 봐 겁냈으면 오지도 않았어. 정재민, 곧 풀려날 차연호 앞길 막으면 네 목숨, 예상보다 더 빨리 끊어질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고는 여전히 바닥에서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가짜 성기를 보면서 재밌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거, 딱 오빠 같아. 그렇게 열심히 제 일을 했는데도 상대는 감흥도 없지, 심지어 바닥에 혼자 안쓰럽고 외롭게 있잖아?”

저를 자위 기구에 비유한 미주가 핸드백을 집어 들고는 문 앞에 서서 덧붙이는 말에 재민은 입술을 꽉 물며 분노를 삭였다.

“아, 못을 박는다고, 오빠? 일상생활 가능해? 세상 모든 게 다 좆이며 박고 박히고 싶은 거로 보이는 거면 정말 심각한 병신 새끼인데, 어째 오빠만 모르고 있을까?”

“그러게. 나만 몰랐네.”

“응, 빨리 병원부터 좀 가 봐. 정신병원. 그럼 나 갈게. 아 참, 30분 뒤에 이사회에서 봐. 그럼.”

탁- 소리와 함께 문을 닫은 미주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다시 문이 열렸지만, 재민은 들어오려고 하는 이를 제지했다.

“씨발, 잠시 밖에 있어. 이미 생긴 일이면 5분 늦든 10분 늦든 늦은 건 매한가지니깐.”

“네, 알겠습니다.”

탁- 하고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란과는 다르게 조금 전까지 있었던 온갖 음란했던 행위를 언제 했냐는 듯, 조용했다.

다만, 뭔가가 있었다는 걸 보여 주는 진우의 책상 귀퉁이에 삐죽 솟은 두 개의 못.

재민은 일그러진 얼굴로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그녀가 말한, 여전히 혼자 붕붕- 소리 내는 것을 물끄러미 보았다.

“저게 나라고?”

미주를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끌어내리고 정신을 무너뜨려 더는 항거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려고 했던 제 계획이 무참히 깨졌다.

그녀를 망가뜨리면 이제 곧 열리는 이사회에 불참하거나 참석해도 제정신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몸은 엉망으로 망가졌을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티끌도 흠집 내지 못했다.

“아아아악……!”

되려 제가 당한 꼴에 손에 잡히는 대로 몽땅 집어 던지고 부수며 분풀이를 해 보지만.

“뭐? 나는 끝까지 혼자일 거라고?”

저주 같은 미주의 말이 뇌리에 심겼다. 재민이 가장 두려워했던 일.

영원히 저만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할지 몰라, 차라리 모두를 깨뜨리고 싶었다.

저처럼 조각이 나 버리면 모두 혼자가 될 테니 차연호를 제물로 삼고 진우를 죽이고 결국 미주까지 욕보였는데. 과소평가하다 못해 제 적수가 아예 되지 않는다 너무 쉽게 여겼다.

“대단해, 윤미주. 난 정말 네가 이토록 정신력이 강할 줄 몰랐어.”

오늘의 싸움은 사실상 미주가 이긴 게 분명했다.

“한 시간이 아니라, 굴복할 때까지 감금해서 완전히 몸과 마음을 개조시켰어야 했는데.”

진우를 모욕하며 미주를 농락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차현 그룹 본사로 부른 게 실수였다. 더 뭔가 흉악한 짓을 미주에게 하려 해도, 문만 열고 나가면 보는 이가 많았고 미주 역시 뭔가 대비를 해 놓고 제 발로 걸어왔을 것이다.

심지어 핸드폰을 꺼 둔 덕분에 지금 이 방 문밖과 단절된 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순순히 그녀를 보내 주는 척했지만, 상황은 결국 제가 그린 대로 흐를 것이다.

“너희가 이기게 해 줄게. 그게 바로 내가 진짜 이기는 거니깐.”

재민은 흉흉하게 눈빛을 내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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