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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무릎이라도 꿇어서 (34/53)

32. 무릎이라도 꿇어서

* * *

연호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우습게도 이 집은 여전히 제집이 분명한데 말이다. 차고에 주차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 같은 현관 앞에서 어쩐지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완전히 맨정신으로 들어가는 건 거의 2년 만이긴 하지만.”

몇 번이나 손을 멈칫거리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가 현재 집에 없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었다.

“원래 오늘 너랑 이야기 좀 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어딜 간다니 내가 기다리는 게 당연하지.”

듣는 이도 없는데, 괜히 혼잣말을 크게 하면서 여전히 멈칫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기억 속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렀다.

“하긴, 비밀번호가 그대로니 내가 만취해서 여기로 잘못 와도 들어올 수 있었구나.”

슬쩍 밀자 부드럽게 열린 문으로 발을 움직여 집 안으로 들어서다가 말이다. 방금 중얼거린 말을 다시 되뇌었다. 미주가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라.

뒤집어서 생각하자 그녀가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는 느낌이 밀려들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가끔 취했을 때 아침에 눈뜨고 여기로 온 걸 알고는 자책하며 도망가기 바빠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어.’

제가 미주였으면 집 비밀번호를 수백 번도 바꾸고 남았을 것이다. 아니, 이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제가 오지 않을 먼 곳으로, 어쩌면 서진우 옆이든 정재민 옆이든 떠났을 것이다.

두 사람이 별거하게 된 원인은 바로 미주에게 몹쓸 짓을 할 뻔한 저였는데. 조금 슬프기도 했지만, 갑자기 눈이 확 떠지며 마지막 작은 희망의 불씨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하나도 바뀐 게 없어서 오히려 이상해, 미주야.”

언제라도 제가 돌아오길 미주는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정말 그랬던 걸까? 아니, 어쩌면 그저 착각일 수도.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익숙한 천장과 그리운 내음이 느껴질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술이 문제였다. 그것도 자주 있지도 않은, 완전히 취해 버린 밤에 혹시라도 미주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에 무너졌었다.

다행히 옆에 미주가 없음에 안도하며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와 보면 거실 소파에 누워 잠든 그녀가 보였다.

언제고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비겁한 저는 미주의 곁에서 도망치기 바빴다. 사실은 미주가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는 걸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연호는 조금 혼란스러운 머리를 몇 번 털었다. 두 사람의 흔적이 가득한 집 안을 보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너랑 떨어져 사는 동안 편히 잠들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네가 왜 예전에 술 없이 잠을 못 잤는지, 그 기분을 이해하게 됐어.”

그리운 그녀의 향기가 가득한 곳.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밀번호도, 거실 커튼도, 심지어 미주가 습관처럼 정리해 둔 몇 가지 리모컨이 놓인 방향과 모양도. 지난 2년간 시간이 멈췄던 것 같은 거실을 하나씩 눈에 담던 연호가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찾았어, 변한 거. 여기 액자가 몇 개 더 있네.”

손을 뻗어 거실 한편에 전시된 액자들 속에서 처음 보는 것을 집어 들었다. 꼬맹이 미주와 제 기억보다 조금 앳된 윤희주와 어쩐지 상상이 잘 안 되는 소년 시절의 진우까지. 셋이 사이좋게 앉아 웃고 있는 오래된 사진에서 미주는 행복해 보였다.

“앞니도 하나 빠졌으면서 해맑게 웃으면 반칙이지.”

별거 아닌 것에 하나하나 파르르 떨면서 미주에게 치졸하게 굴었던 게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턱수염이 너한테 가져다준 액자, 내가 너무 싫어하니깐 어머니, 아니 나한텐 장모님이지. 장모님이 갓난쟁이 널 안고 있는 것만 화장대 위에 두고는…….”

벌써 해가 질 시간. 미주가 언제 돌아올지 몰랐지만, 오늘은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연호는 주방으로 가 물컵을 꺼내 정수기 물을 받으며, 고용인들을 모두 내보내 이 큰 집을 혼자 쓸고 닦고 살았을 미주를 상상했다.

목을 축인 연호가 싱크대에 물컵을 내려놓으며 무의식에 박힌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열자 서늘한 냉기가 제 얼굴을 스쳤다.

“역시, 혼자 살아도 잘 먹고 있을 줄 알았어.”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운 먹거리들. 그런데 어쩐지 오와 열을 맞춰 칸칸이 정리된 식자재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하나같이 전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 걸 말하면 바로 만들 수 있을 것같이 재료들이 완벽히 준비된 상태였다.

“대체 이건 무슨 의미야? 어? 미주야, 정말 그랬던 거야? 하아…….”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다리가 살짝 풀리기라도 했는지 비틀거렸다. 연호는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는 괴로워했다.

“이제 알 것 같아. 너…….”

미주는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게 아닐까?

두 사람이 무너져 내려 서로 등을 돌리기 전에 아직은 헤어질 수 없는 마음으로 먼저 떠날 때, 그녀는 저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라, 기다리고 있다 말할 수 없었던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아 연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자존심 때문에 그 마지막 말을 못 하는데, 너도 당연히 그렇겠지. 네가 서진우랑 나쁜 짓을 꾸미는 걸 말리고 싶었다면 딱 한마디만 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 나는 결국 못 하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데 동조했으니깐.”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리워서 헤어지고 싶지 않다, 내 마음엔 오직 너만 있다, 이 말을 만나서 전했다면 말이다. 폭주하는 미주를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에.

하지만 이젠 알 것 같았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지만, 한마디 말에도 태산을 움직일 힘이 있음을.

제가 미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얼마나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저렸다.

어쩌면 미주를 향한 제 사랑보다 그녀의 사랑이 훨씬 더 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일까?

어느덧 해가 지고 불을 켜지 않으면 안 될 무렵, 차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월패드 알림으로 떴다. 이제 곧 미주가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조금 긴장될 때였다.

“아…….”

이미 차고에 주차된 연호의 차를 보고 그가 와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밖이 아닌 집에서 마주하게 되자 미주는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현관 쪽까지 나와 저를 보고 서 있던 연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녀왔어?”

뜻밖의 연호 말에 미주는 희미하게 미소 지은 채 대답했다.

“…네, 다녀왔어요. 일찍 왔네요.”

마치 어제도, 그제도 함께 살았던 것처럼 말했지만 미주는 연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조금 후련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이별을 말하고자 저를 찾아왔다고 여겨 애써 마음을 다잡을 때였다.

“조용히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그래서 먼저 와서 기다렸고.”

예상과 한 치도 빗나감 없음에 미주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해요. 길어질 수도 있으니깐.”

미주는 일부러 연호를 스쳐 지나가며 주방에 가 괜히 분주하게 홍차를 낼 준비를 했다. 아끼던 티 세트를 진열장에서 꺼낸 후 물을 끓였다. 제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조용히 보던 연호가 옆으로 다가와 섰다.

“원래 홍차 별로 안 좋아하잖아. 뭔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커피가 더 낫다고, 굳이 꼽자면 밀크 티가 취향이라고 하더니.”

“그럼 커피로 바꿀까요?”

옆에 선 연호가 조금 망설이듯 말했다.

“이젠 나한테 안 맞춰 줘도 돼.”

연호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이 느껴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낄 때였다. 그가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아 돌렸다.

“우리 계약, 아니 계약이 아니지. 일방적으로 너를 협박한 건데 말이야.”

저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흑요석 눈동자가 오늘따라 슬퍼 보여서 미주는 마음이 아팠다.

“8년, 지났잖아.”

“…….”

“사랑해, 미주야.”

행복했던 두 사람의 시간 속에서 그가 단 한 번도 해 주지 않았던 말이 있었다.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그 한 마디를, 아이를 사산하고야 듣게 될 줄 몰랐었다. 그리고 피 끓는 애증 속에서 저를 떠날 때 처음으로 가슴에 와닿도록 말해 주기도 했었다.

아마 이제 헤어짐을 말할 연호가 뒤늦은 깊은 진심을 전하고 있어, 미주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울지 마. 더는 널 울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 미주야. 이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다 끝났으니 날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좋아. 놓아줄게.”

“…….”

“그런데… 날 떠나도 괜찮지만……”

처음 보는 듯한 소년의 얼굴을 한 연호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에 미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생각 뭔지 다 알아. 내가 널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지?”

“…….”

“…죽지 마, 미주야. 날 위해서라도 살아 줘. 제발…….”

어깨를 부여잡고 있던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저처럼 눈물을 흘리며 젖은 목소리로 간절히 부탁하는 말에 미주의 눈물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연호의 말대로 이제 다 끝났으니 어느 날씨 좋은 날, 조용히 웃으면서 유주의 곁으로 가려고 했는데.

“죽으면 안 돼.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 미주야, 날 증오하기 위해서라도 살아 줘. 날 미워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살아.”

“…….”

너무 사랑해서 미워했기에 떠날 수 없었고, 떠나고 싶었지만 놓아주지 않아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가 죽지도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심장이 칼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이 세상에 더는 미련 없다 여겼는데, 사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구질구질한 이 끔찍한 삶을, 더 살고 싶었던 걸까?

대답 없이 그저 눈물을 흘리던 미주가 바스러질 것 같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안 죽어요.”

“…….”

“아무 데도 안 가요.”

소리 없이 뺨에 흐르던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미주는 몸을 천천히 낮춰 제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연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연호 씨… 내가 있을 곳은 여기니깐.”

“…미주야…….”

“나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어. 아이를 잃은 걸 남 탓으로 다 돌리고 싶었어. 그러면 나한텐 잘못이 없는 거니깐 누굴 미워해도 될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신을 미워했어. 증오하고. 또…….”

말을 채 다 잇기도 전에 연호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괜찮아. 죽을 때까지 날 원망해도 좋아. 내 곁을 떠나지 마. 제발… 죽으면 안 돼.”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체온일까? 익숙한 남자의 품에 안기자 귀에 들려오는 심장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이젠 이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연호와 조금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안 죽어요. 억울해서 못 죽어.”

눈물을 그친 채 미주가 대답하자 연호는 으스러질 듯 그녀를 안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래, 죽지 마.”

“…내 유서에도 써 놔야겠어. 나 죽으면 차연호도 꼭 순장시키라고.”

“그래, 꼭 적어 놔.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게.”

“미친놈.”

“진짜야, 따라 죽을 테니깐 꼭 같이 묻어 줘. 아니, 관에도 같이 들어가서 네 옆에 나란히 누울 거야.”

어이가 없는 듯 미주는 웃었다. 그래, 죽을 이유도 사소하지만, 살아야 할 이유도 사소할 수 있겠지.

한참을 말없이 체온을 나누던 두 사람의 기분 좋은 침묵을 깬 건 연호의 행동이었다.

오른손을 미주에 뺨에 대더니 사랑스럽다는 듯 어루만졌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살짝 입술을 맞춰 왔다.

가볍지만 달콤하고 그리웠던 입맞춤. 하지만 섞이는 남녀의 시선은 조금씩 온도가 오르고 있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뜨거운 욕망. 오고 가는 눈빛 속에 얽히고 있는 사랑을 나누고 마음을 함께하는 또 다른 방법.

“…….”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연호가 입술을 잡아먹자, 기다렸다는 듯 미주가 받아 주었다.

뜨거운 입술이 서로를 빨면서 혀들이 갈급하게 뒤엉켰다. 끈적한 타액이 뒤섞여 습습한 소리를 내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더 격렬하게 상대를 원했다.

제 목을 미주가 양팔로 끌어안자 더 밀착되는 여자의 아름다운 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숨을 쉬기 위해 한 번 떨어졌을 때, 입술 사이에 생기는 가느다란 실 같은 점성이 더 늘어지기도 전에 다시 연호가 미주를 덮쳐 왔다.

“…하아, 흡…….”

연호가 아랫입술을 깨물자 미주는 짧게 신음하면서 혀로 그의 윗입술을 핥았다. 달콤해서 맛있는 위험한 육체의 끌림은 오직 연호에게서만 느낄 뿐이었다.

키스의 짜릿함을 미주가 다시 한번 느낄 때, 연호가 원피스 스커트를 들추었다.

“아……!”

성마른 연호의 손이 팬티에 닿았다. 미주도 손을 뻗어 그의 허리에 있는 버클을 풀었다. 마치 그녀와 처음 몸을 섞었을 때처럼, 연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침대까지 갈 생각조차 못 하고 거실 한쪽 벽으로 밀어붙였으니깐.

끌어 내린 팬티가 다 벗겨지지 못한 채 미주의 한쪽 발목에 걸렸지만 말이다. 그녀 역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연호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허벅지를 잡고 들어 올리자 잔뜩 상기된 얼굴의 미주가 제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하읏… 하아……!”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지금 오로지 빨리, 하나가 되길 원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참다못해 터질 것같이 부푼 연호의 페니스가 인정사정없이 흉기처럼 음부를 뚫고 들어왔다.

키스만으로도 흥분해 이미 아래가 흠뻑 젖어서일까? 연호가 포악하게 저를 들쑤셔도 미주는 아릿한 쾌감만 느껴졌다.

“하아… 읏!”

연호가 허벅지를 세게 쥐고는 밀어붙이고 있었다. 미주의 등과 머리가 자꾸만 벽에 쿵쿵 닿았다. 그가 박아 대는 속도대로 리듬을 그대로 느끼면서 몸이 제멋대로 움직일 때였다. 허리 짓이 조금 느려지더니 연호가 왼손으로 제 머리를 받치고는 다시 입술을 찾았다.

“…으응.”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혀가, 그리고 아래에서는 여전히 깊게 박아 넣은 페니스가 각자 다른 움직임을 펼쳤다.

미주는 바르르 떨며 움찔움찔 그를 견뎌 내기 바빠 보였다. 아무리 입술에서 츄르릅거리는 소리를 내도 결합한 곳에서 나는 찌걱거리는 소리만 못했다.

연호가 미주를 벽으로 밀듯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앞으로 튕겼다. 침대 매트리스와 다른 딱딱한 감촉이 주는 기분 좋은 충격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아아, …아읏! …하아, 앗…….”

최대한 부드럽게 섹스를 하고 싶어도 그간 참아 온 세월이 얼만데, 연호는 폭주하면서 조금 거칠게 계속 미주를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주는 짐승 같은 연호에게 동조한다는 듯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더 세게… 해 줘.”

“진짜로 세게 해?”

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 연호는 계속 기세를 몰아쳐 피스톤질하면서 대답했다.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는 사랑하는 남자를 올려다보면서 미주는 달뜬 목소리를 냈다.

“응, 세게…….”

한 번 깊게 박아 넣자 부르르 떠는 미주가 야한 얼굴로 하는 말에 연호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보았다.

“이렇게?”

연호가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허리를 양손으로 안아 들듯이 잡고는 성큼성큼 침실로 걸어갔다.

“아…….”

침대에 미주를 눕힌 연호가 여전히 몸 안에 들어가 있는 페니스를 더 격정적으로 움직이면서 몸을 겹쳤다. 급하게 몸을 섞느라 속옷만 겨우 벗고 옷을 입은 채 섹스를 하는 게 어째 더 음탕한 기분이었다.

“으음, 흐읏……!”

퍽퍽-거리는 살이 맞대어지는 차진 소리가 침실을 가득 채웠다. 쾌락에 젖은 미주의 신음도, 억지로 참아 내다 겨우 한 번씩 토해 내는 연호의 짧은 비음도. 그리움이 욕정이라는 이름으로 풀어져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 쌓여 있던 감정들을 녹여 내고 있었다.

“흐읏! 하아… 아……!”

저를 끌어안은 남자가 묵직하게 몸을 눌렀다. 기분 좋은 무게감과 굵고 단단한 것이 안을 헤집는 뜨거움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 기억하는 것보다 어째 더 큰 것 같은 페니스가 내벽을 마구마구 찔러 대는 아찔한 쾌감에 저도 모르게 연호의 등을 꽉 잡았다.

“미주야.”

“…응?”

“아무래도 난 너한테만 서는 것 같아.”

아래에 깔린 미주가 몽롱한 눈빛으로 피식 웃다가 더는 말도 못 하고 신음 소리만 흘리는 게 연호는 좋았다.

원래도 섹스할 때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오늘만큼은 말보다 육체가 주는 강력한 언어로 대화를 하는 듯해 연호는 더욱 강하게 그녀 안에 저를 가득 채웠다.

이제는 노곤한 미주의 내밀한 곳이 살아 있는 것처럼 저를 잡아 쥐었다가 놓아주면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쫄깃쫄깃한 근육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 움찔거리다가 어느 한 점을 집요하게 퍽퍽 찌르자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 으… 읏……!”

그와 동시에 미주가 인상을 쓰며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고개를 좌우로 몇 번 젓더니 숨을 헐떡이면서 눈을 꼭 감아 버렸다.

그녀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극이 페니스로 전해졌다. 내벽이 불규칙적으로 꿈틀거리자 안쪽 주름진 도돌도돌한 감촉이 뜨겁게 휘몰아쳐 연호도 이젠 어쩔 도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아!”

마지막 피치에서 연호가 미주의 아랫배를 뚫을 듯 강하게 찍어 누르자 그녀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씨, 읏…….”

연호는 살짝 몸을 움찔거리며 파정을 하면서도 끝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허리를 쓰던 연호가 마침내 동작을 멈췄다. 겨우 눈을 뜬 미주가 땀에 젖은 얼굴을 한 저를 보았다.

“하아… 허…….”

“웃지 마. 우리 비슷한 생각 한 거 다 알거든?”

뜨겁게 교접한 뒤에 몰려오는 허무함도 있지만 말이다. 정말 애무고 나발이고 그냥 삽입부터 허겁지겁한 게 웃겼다.

“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꼭 이랬어요. 퇴근하고 같이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당신이 지금처럼 내 팬티만 벗기고 그냥 막…….”

“운전하는 내내 좆이 서서 꼴려 죽을 뻔한 걸 겨우 참아 낸 나를 칭찬해 줘야지. 퇴근하다 말고 길가에 차 세워 두고 그럴 순 없잖아?”

흥분으로 발그레 홍조가 뜬 미주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연호가 조금 짓궂게 대답하고 천천히 페니스를 빼냈다.

“하…….”

미주가 살짝 묘한 비음을 낼 때였다. 입술에 가볍게 쪽- 소리가 나게 키스를 한 연호가 손이 바빠졌다.

“급한 불은 껐으니깐 이젠 천천히 즐겨야 하지 않겠어?”

미주를 살짝 옆으로 밀어 등을 보이게 했다. 연호가 원피스 지퍼를 내리면서 야살스럽게 속삭였다. 순식간에 벗겨진 옷을 저 멀리 내팽개치고 브래지어 훅을 간단히 툭- 열어 그것마저 벗겨 내 알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저 역시 거추장스럽다는 듯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었다. 조금 음흉한 눈빛으로 미주의 두 다리 사이로 자세를 잡았다.

“아, 뭐 하는… 읏!”

미주가 살짝 부끄럽다는 듯 몸을 틀면서 피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움직이는 바람에 음부에서 연호가 쏟아 낸 정액이 꿀렁이며 나왔다. 연호가 미주의 무릎을 잡고 조금 넓게 벌렸다. 체액이 적나라하게 하얗게 흐르는 모습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이렇게 내 거로 젖어 있는 걸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갈라진 틈을 슬쩍 만져 대면서 연호는 흘러나온 정액을 윤활제 삼아 손가락을 적셨다. 그러고는 조금 수줍게 부풀어 있는 클리토리스를 지그시 눌렀다. 미주의 반응을 살피다 살짝 혀를 내밀어 그것을 빨았다.

“아아, 으으읏……!”

“역시, 좋아하잖아, 내가 빠는 거.”

연호가 혀끝을 세워 원을 그리듯 굴리자 미주가 허리를 휘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좋아해. 더 빨아 줘.”

온갖 체액이 뒤섞여 음란한 물소리를 내지만 이번에는 미주가 쾌락으로 앓는 소리가 더 컸다.

“아읏! 으… 연호… 씨, 아, 좋아……!”

부드럽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혀가 아이스크림을 먹듯 클리토리스를 핥아 댔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좀 더 숨겨진 수줍은 돌기를 벌렸다. 연호가 입술로 춥춥-거리며 빨아 대기 시작하자 미주의 골반이 들썩였다.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벌어진 상태라, 움찔하고 벌름거리는 곳을 그대로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예쁜데, 여기까지 너무 예쁘잖아.”

연호는 뿌옇게 흘러내린 정액이 미주의 엉덩이 사이를 하얗게 적셔 놓은 걸 보면서 음부에서 얼굴을 떼어 냈다. 그러고는 검지와 중지를 붉게 열려 있는 질구 앞에 문질렀다.

“…하으읏, 하아… 흣……!”

일부러 애태우려는 듯 반 마디만 넣은 손가락이 빙빙 돌면서 저를 괴롭히고 있었다. 안에서는 어서 쑤셔 달라고 뜨거운 걸 쏟아 내고 있는데, 연호는 계속 뜸만 들이면서 야릇하게 웃었다.

“연호 씨, 해 줘요. 응?”

제가 잘 아는 그의 악취미. 참지 못한 미주가 수치심을 뚫고 애원해 보지만, 연호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더 간절히 부탁해 봐.”

결국 이 말까지 내뱉게 만드는 연호가 원망스러웠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 저속한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을 미주 역시 즐기고 있었다.

“박아 줘.”

흥분한 미주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든 게 마음에 든다는 듯 연호는 목울대를 꿀렁이며 침을 삼켰다.

“이거부터 박고.”

그의 말과 함께 들어온 굵은 손가락이 안에서 마디 끝을 위로 살짝 구부려 내벽을 살살 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가락만 움직이던 것이 나중에는 손목 스냅까지 더해져 일정한 리듬으로 미끈거렸다.

“흐으… 아!”

톡톡 치기도 하다가 손끝으로 누르면서 깊은 곳에서 얕은 곳까지 위아래 구분이 없는 원통 모양의 근육을 농락했다. 그러다 안쪽에 숨겨진 둥그스름하게 부푼 것 같은 포인트를 강하게 자극하니, 미주의 발등이 고를 만들면서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여기, 여기 좋지? 말해 봐, 응? 여길 이렇게 내가 만지면 할 것 같잖아?”

“아, 잠시만… 흣……!”

손가락을 안에 박은 채 연호가 손목을 쓰기 시작하자 차원이 다른 느낌이 음부 전체로 퍼지는 듯했다. 마치 흰 화선지 위에 빨간색 잉크를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붉은빛이 번져 나가듯 아래로부터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몸의 말단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전신으로 순식간에 전달된 쾌감에 미주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듯 바들거렸지만, 연호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더 집요하게, 더 깊게 파고들자 미주의 비명 같은 울부짖음이 들리면서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졌다.

“……!”

흡사 발정 난 짐승처럼 팔딱거리는 몸이 제 의지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육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절정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 어… 미주야, 혹시 아파서……?”

제 눈물에 놀란 연호가 황급히 손을 거둬들이며 당황 섞인 목소리를 내자 미주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이게 사람이 극한으로 느껴 버리니깐 다 터지는 거야, 아래도 위도.”

연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주의 다리 사이에서 위로 올라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언제나 널 만족시킬 수 있는 건 나뿐인 거지? 응?”

습관처럼 섹스할 때마다 연호가 묻는 말. 제가 떠날까 봐 불안해 섹스를 통해서 안심했었던 걸까? 이젠 그 마음을 다 아는 미주가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켜 연호를 돌려 눕혀 버렸다.

“그래, 너뿐이라고 늘 말했잖아.”

이제부턴 반격이라는 듯 방금 연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느껴 봐.”

연호의 몸에 올라탄 미주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연하게 난 잇자국을 보면서 미주는 입술을 열어 혀로 쇄골을 핥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한번 해 보라는 듯 살짝 몸을 일으킨 연호가 침대에 반쯤 기댔다. 오히려 미주의 행동을 전혀 제지하지 않고 즐기는 듯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미주의 작은 입술이 연호의 가슴에 닿았을 때 그녀가 남자의 유두를 입안에 넣고 살살 혀로 굴리기 시작했다.

“음…….”

“좋아하긴 아직 일러.”

왠지 미주가 하는 말이 평소 섹스할 때 제가 내뱉는 말 같아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미주야, 어째 꼭 하는 짓이 낯설지가 않네?”

그의 유두를 살짝 깨물면서 미주가 말했다.

“너한테 다 배웠으니깐. 야한 것도, 음란한 짓도.”

쪽쪽- 소리를 내며 타액으로 적시듯 빨면서 덧붙였다.

“날 음탕한 여자로 만들어 놨으니 책임져야지.”

그러고는 혀로 쓸어내리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손에 잡히는 묵직한 것을 꽉 쥐었다. 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연호 보란 듯이 살짝 빳빳하게 서 있는 페니스의 선단 쪽으로 침을 묻혔다.

남편은 너무 세게 쥐는 것보다 부드럽게 터치하면서 끝을 만져 대는 걸 더 좋아했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윤활제 삼아 느긋하게 손을 쓰다가 살살 엄지로 귀두 끝을 문질렀다.

“…읍, ……흠. 아.”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포인트에서 연호도 참을 수 없다는 듯 잇새로 신음을 흘렸다.

“여기도 좋잖아? 응?”

조금 전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미주의 머리 양쪽으로 삐쭉하게 뿔이 나와 보였다면 미친 걸까? 섹시한 악마 같은 모습으로 페니스를 잡은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더 아래를 터치했다.

“으…….”

고환을 감싸 쥐고는 만져 대는 손길에 연호는 아찔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미주를 잡아채 그대로 제 것을 꽂아 넣고 싶었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랑이 듬뿍 담긴 애무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라, 조금 즐겨 볼까 했다.

제 것을 만지며 움직이던 두 손을 멈춘 미주가 허리를 세워 내려다보면서 보란 듯이 하는 행동. 풍만한 가슴을 양손으로 쥐고 안쪽으로 가슴을 모았다가 빙빙 돌리면서 에로틱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 누구 말려 죽이려고……!”

참을 수 없어 상체를 일으켜 미주의 어깨를 잡았지만, 그녀는 아직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연호의 단단한 가슴을 밀었다.

“쉬잇, 아직 멀었어. 응? 얌전히 있어 봐.”

다시 반쯤 누운 듯 기댄 자세가 된 연호의 사타구니 사이에 올라탄 미주가 자세를 낮췄다. 가슴 사이에 페니스를 끼우듯 넣고는 말캉거리는 가슴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오늘 작정을 했구나, 읏.”

페니스에 닿는 보드라운 살결에 연호는 점점 이성의 끈이 가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못된 짓, 대체 누가 알려 준 거야?”

흥분된 목소리로 연호가 묻는 말에 미주는 새삼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대꾸했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차연호지.”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 속에서 연호의 아랫배가 슬슬 당겨 왔다. 살짝 사정감이 치솟아 눈썹을 찡그릴 때, 미주가 자세를 조금 고쳐 앉고는 턱을 아래로 당겨 귀두를 입안으로 삼켰다. 기둥을 자극하는 따뜻한 여자의 살결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심지어 펠라티오까지 연달아 하다니.

뜻밖의 공격에 연호도 더는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페니스를 가득 물고 있는 음압이 조여 주는 맛도 상당한데 그 속에서 혀까지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저를 가지고 놀았다.

“씨발, 어쩜 이렇게 잘 빨아?”

뿌리까지 들어간 페니스 끝이 연한 속살에 부딪혀 미주의 뺨을 불룩불룩 솟게 하고 있었다.

“흡…….”

이가 닿지 않게 입술을 안쪽으로 오므린 미주가 열심히 사랑하는 남자의 성기를 물고 빨고 있을 때 연호가 제 머리카락을 손에 갈무리했다. 이 순간 그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를 수가 없기에 미주는 타액으로 범벅된 얼굴을 다리 사이에서 떼어 내면서 말했다.

“날 마음대로 해. 엉망으로 만들어 줘.”

연호가 입꼬리로 호선을 그리더니 쉬운 일처럼 대답했다.

“늘 하듯이 하면 되잖아?”

“응, 잔뜩 싸 줘. 아래에도 위에도.”

침대에서 일어난 연호가 가장자리로 걸터앉으며 다리를 바닥으로 내려 벌렸다. 미주는 당연하다는 듯 침대에서 내려갔다. 무릎을 꿇고 입술로 귀두 끝을 비비면서 쿠퍼액을 맛보며 중얼거렸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 해 주고 싶어. 오늘은 날 배려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말을 끝낸 미주가 입을 천천히 벌려 고개를 숙이며 목구멍까지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제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 연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치켜뜬 이 자세로 날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꼴려.”

연호가 키가 큰 탓에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젖혀졌지만, 입안에 물려 있는 건 그대로일 때였다.

“읍…! 흡……?”

제 머리를 연호가 떼어 내더니, 자세를 낮춰 시선을 마주치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깐 아니더라. 세상에서 제일 좆이 빳빳하게 설 때가 바로 이때거든.”

다시 머리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긴 연호가 아래가 아닌 입술로 미주를 끌어당겼다. 쪽- 하는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 계속 이어지는 키스 세례는 뺨에도, 눈에도, 이마에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좋아한다는 듯 미주의 몸에 순흔을 남기고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니까…….”

키스가 뭐 그리 부끄럽다고. 불과 5분 전까지 포르노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서로의 아랫도리를 물고 빨고 난리였는데. 갑작스러운 전체 연령가에 어찌할 바 몰라 쑥스러워할 때, 연호가 저를 꼭 안았다.

“사실, 이게 제일 하고 싶었어. 정말 널 너무 안고 싶었어.”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녹아 있는 연호의 마음이 느껴졌다. 미주도 두 팔을 올려 그를 있는 힘껏 안아 보았다. 두근두근 박동하는 심장이, 키스할 때보다 섹스를 할 때보다 더 떨려 왔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몸에 체중을 실어 기댔다. 땀과 체액들이 섞인 살 내음이 좋아 행복했다. 물론, 언제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둘이 부둥켜안고 있을 순 없으니 미주가 연호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여긴 화가 나 있네요.”

배 언저리쯤 닿는 툭툭하고 단단한 뜨거운 물건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미주가 웃었다.

“두 번째 하고 싶은 건 알다시피 섹스니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지 않겠어?”

연호가 말을 끝내고는 그대로 허리를 들어 침대로 올렸다. 그러자 미주가 연호의 몸 위로 올라타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연호야, 아까 하던 거 계속해야지.”

미주가 다시 페니스를 입에 넣으려고 하자 연호가 저를 말렸다.

“아까워. 안에만 쌀 거야. 줄줄 흘러넘칠 때까지.”

연호가 꽤 단호한 표정을 짓자 미주는 몇 초간 생각하더니 알겠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 안에다가 잔뜩 흘려 줘. 대신 내가 할 거야. 당신이 좋아하는 거로 해 줄게.”

수없이 맞대고 섞고 뒹구는 유희를 즐겨 봤으니 서로의 취향과 좋아하는 체위가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누워 있는 연호의 발끝을 보면서 미주가 등을 보이며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뜨거운 손으로 페니스를 쥐고는 제 몸에 맞추며 주저앉았다.

“응, 꽉 찼어…….”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 척추가 오목하게 팬 미주가 음부를 비비듯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 흐응…….”

교접한 부위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 사정했던 정액과 홍수라도 난 듯 계속 음부를 적시는 애액이 비벼지면서 철벅거렸다.

허리를 움직이는 미주의 등을 어루만지던 연호가 마른 입술을 적시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읏…! 하아아…….”

둔부를 잡은 연호가 엉덩이를 바깥쪽으로 지그시 벌리자 미주가 조금 더 허리를 뒤로 뺐다. 활짝 열려 붉게 벌어진 꽃잎 사이로 페니스가 보였다가 사라졌다. 미주가 허리만 움직이면서 위아래로 탁탁- 찧으며 남근을 먹어 댔다.

“…흐읏, 아……!”

미주가 연호의 무릎을 짚으면서 좀 더 몸을 앞쪽으로 숙였다. 마찰 때문에 뿌옇게 변한 체액들이 끈적하게 늘어졌다.

“내 좆 먹으니깐 어때?”

제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려 잡고 주무르고 있는 남자의 말에 미주가 슬쩍 고개를 뒤로 돌리며 대꾸했다.

“맛있어.”

대답이 흡족했는지 연호가 손을 뻗어 제 등을 훑으면서 상체를 세웠다. 미주가 여전히 연호의 발끝을 보는 방향으로 이젠 몸 위에 올라앉은 모양새가 될 때, 연호가 제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으으응…….”

목덜미를 혀로 빨고 있는 연호의 오른손이 미주의 속살로 향했다. 이미 잔뜩 부풀어 있는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지분거리자 질구가 뜨겁고 단단한 걸 씹어 댔다.

연호는 왼손으로 미주의 가슴을 조물거렸다. 유두를 꼬집었다가 손바닥 전체로 가슴을 누르듯 만져 댔다.

“아…! 앗! 으… 읏……!”

보통 여자들의 성감대라고 불리는 곳을 동시에 세 곳이나 농락당하니, 어찌 절정에 다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음부를 위로 척척 쑤셔 대는 페니스가 주는 쾌감과 더불어 음핵을 만져 대면서 동시에 가슴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니 말이다. 이건 참을 수가 없어 미주는 숨이 넘어갈 듯 교성을 질렀다.

“씨발, 너무 조이니깐……!”

오르가슴을 느낀 덕분에 미친 듯이 벌름거리는 질구가 요동을 치듯 페니스를 자극했다. 연호가 허리를 양손으로 쥐고는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내벽을 넘어 경부 끝까지 자극해 오는 감각에 죽을 것 같았다.

“연호 씨, 이렇게 해 줄…….”

호흡이 거칠어진 미주가 제 허리로 손을 뻗어 연호의 손 위에 겹쳐 놓자 뜻을 읽은 연호가 손을 놓았다. 잠깐 숨을 가다듬은 미주가 허리를 빙빙 돌리면서 음부를 연호의 치골 위에 마찰시켰다.

“허리 돌리면 내가 미치잖아.”

“그럼, 미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호가 미주의 어깨를 아래로 누르면서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체위를 바꾸는 움직임이 커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몸에서 미끈거리며 페니스가 빠져나갔다. 아래가 허전하다 느낄 때 연호가 무릎을 꿇으며 엉덩이를 잡았다.

“살짝 들어 봐.”

“응….”

미주가 다리까지 쭉 뻗어 일자로 엎드린 탓에 삽입하기 위해 둔부를 추어올렸다. 그러자 연호가 움켜쥔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벌리고는 페니스를 다시 밀어 넣었다.

“읏… 아응… 하!”

“아, 씨발…….”

다시 꽉 차오르는 가득한 충전감. 제 골반을 잡고 말을 타듯 허리를 쓰고 있는 연호가 느끼는 쾌감이 강한지 짧게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그가 제일 좋아한다고 미주가 생각했던 사랑을 나누는 방법. 오늘이야 여러모로 급하다 보니 침대에서 뒤로 즐기고 있지만 보통 이건 거실에서 어쩌다 스파크가 튈 때 즐겨 취하던 체위였다.

가끔 눈이 돌아간 연호가 팬티만 벗겨 내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에 미주를 엎드리게 한 뒤 퍽퍽 찌르며 몸을 탔었다. 물론 미주 역시 이 굉장히 음란한 체위가 좋았기에 군말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 주었고.

다정한 연호도 좋았지만 섹스할 때만큼은 위협적일 정도로 강하게 저를 몰아붙이는 게 솔직히 흥분됐었다. 그래서 미주는 꽤 오랜 시간 쌓였던 욕정을 폭발시키면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배설의 쾌락을 연호와 나누었다. 이렇게, 잔뜩 느끼는 얼굴로 야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하으읏……!”

이번에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정말 무서울 정도로 연호가 아래를 뚫어 대고 있었다. 살이 닿으며 발생되는 물소리가 쩍쩍 났다. 미주의 신음 소리와 연호가 드문드문 뱉어 내는 뜻 모를 욕설이 침실을 가득 메웠다.

다리를 모으고 있는 여자의 수렁 사이를 제 것이 마구마구 헤집을 때 느껴지는 빡빡한 내벽의 감각은 실로 환상적이었다.

땀방울이 하나씩 미주의 등으로, 골반으로, 엉덩이로 떨어져도 연호는 멈추지 않았다. 오랜 소망대로 이러다 죽고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집요하게 피스톤질하면서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으, …으으.”

반쯤 쉬어 버린 목소리로 미주가 매트리스에 고개를 처박고 그저 덜덜 떨면서 온전히 즐겁게 견디고 있었다. 연호가 너무 세게 치댄 탓에 아랫배가 울릴 정도로 얼얼한 쾌감이 쏟아질 때, 그가 어깨를 잡아당겼다.

“흡!”

연호의 뜨거운 혀가 질리지도 않는다는 듯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체는 여전히 박히고 있어, 미주는 허리에 힘을 줬다. 상체를 들어 고개 돌려 짐승 같은 키스를 나눴다.

연호가 혀와 페니스로 위아래 모두 미주를 점령하면서 깊게 몸 안에 각인시키는 듯했다.

“하아, ……하아!”

키스를 퍼붓던 연호가 천천히 그녀의 몸을 돌렸다. 이윽고 마지막에 살짝 속도가 느려진 페니스가 몸 밖으로 빠졌다. 미주가 등을 매트리스에 붙이고 다시 그를 마주 보았다.

“아무리 별별 짓 다 해도 역시 이게 제일 좋아.”

“조금 전까지 이게 좋니, 저게 좋니 하더니.”

미주를 껴안듯 몸을 숙인 채 엎드린 연호가 페니스를 잡고는 다시 있을 곳을 향해 밀어 넣으며 말했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더는 뒤로 못 하겠어. 앞으로 할래.”

미주의 양손을 잡고 머리 위로 올린 연호가 꽉 누르며 아래도 힘껏 눌렀다.

“아, ……흐읏!”

미주의 탁성을 다시 연호가 먹어 버렸다. 절대 놓아주지 않고 헤어지지 않겠다는 듯 퍼붓는 키스 세례 속에서 뱀처럼 미주의 혀를 옭으며 구속했다.

깊은 곳까지 찔러 대는 남근이 주는 쾌락에 미주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탁탁-거리며 국부에 닿는 음낭이 주는 촉감과 더불어 온몸으로 퍼지는 후끈거리는 황홀경의 극치란.

“으읍…… 으읏!”

미주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제가 입을 막아 버린 탓에 뭐라고 하는지 들리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넘치는 사랑이 느껴졌다. 연호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기 위해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사랑해요…….”

“내가 더 사랑해.”

눈이 반쯤 풀린 미주가 녹아내리듯 달콤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연호는 기쁜 듯 허리를 더 움직였다. 그러자 동시에 느껴지는 절정의 순간에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더는 못 하겠어요. 무거워…….”

저를 껴안고 늘어진 연호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미주가 힘들다는 투정을 했다.

“안 돼, 무슨 소리야?”

일부러 한 번 쿵- 하고 아래를 찍는 연호 때문에 미주가 인상을 쓰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몰라, 좀 쉬었다가… 하읏!”

연호가 천천히 몸을 빼낸 후 갈라진 계곡 사이를 비벼 댔다. 아직도 완전히 식지 않은 채 여운이 남았나 보다. 고개가 빳빳한 붉은 페니스를 질척이자 미주가 한 번 더 허리를 틀었다.

부드러운 살성의 선단으로 문지르면 간지러운 감각이 올라왔지만 말이다. 딱딱한 기둥으로 음부를 쓸어내리면 짜릿함에 발끝이 휘어졌다.

“그만, 그만! 하려면 쉬었다가 해요!”

다리 사이가 온갖 것들로 범벅이라 쓸려 아프진 않았다. 하도 마찰되다 보니 봉긋하게 부어오른 듯해 미주는 연호를 애타게 제지해 보았다.

“같이 씻을까? 아니, 같이 씻자.”

“아니, 은근슬쩍 말려서 욕실에서 또 할 것 같아서 거절할래요.”

미주에게 거절당한 연호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아내는 남편을 노련하게 달랬다.

“앞으로 우리 시간은 많잖아요.”

미주가 귀엽다는 듯 연호가 입술에 키스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먼저 씻고, 내가 간단하게 먹을 거 준비하고 있을게.”

“그래요.”

침실 밖으로 빠져나간 연호가 욕실 문을 열고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쏴아- 하는 물소리를 경쾌하게 들으면서 안을 찬찬히 살피니, 마치 제가 어제도 이 집에 있었던 것 같았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샤워용품이 그대로 변함없이 있었다. 언제든 돌아와도 전혀 불편함 없이 어색하지 않게끔 저를 기다리고 있어 행복했다.

‘겨우 다시 찾았는데. 널 절대로 놓지 않을 거야. 언제나 널 되찾을 방법을 분명 강구할 테니깐.’

지난날을 후회한들 소용없었지만 잃어버린 두 사람의 2년이 안타까워 저를 자책해 보면서. 필요하다면 평생 무릎으로 기어 다녀도 좋으니, 몇 번이고 용서를 구하겠다 마음을 다졌다.

“안방에서 씻었어?”

욕실에서 나와 다시 침실로 가니 미주가 저처럼 샤워 가운을 입고 물 냄새를 풍기며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혼자 살 때 여기 욕실에서 씻어 버릇을 했더니, 여기가 편해서요.”

미주의 젖은 머리칼에서 저와 같은 샴푸 향이 났다. 미소를 살짝 지은 채 노곤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던 미주의 뒤로 연호가 다가가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뭐 먹고 싶어? 냉장고 열어 보니깐 뭐든 만들 수 있겠던데?”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어요. 대단하게 요리하기도 좀 그렇고.”

화장대 위에 놓인 로션 뚜껑을 열면서 미주가 대답하자 연호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 배고파. 그러니 밥 차려 줘요.”

저를 흘겨보는 미주가 놀랍지도 않다는 듯 연호는 화장대 위에 놓인 드라이기를 집어 들었다.

“라면 가지고 되겠어?”

“뭐래.”

2년에 가까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어제처럼, 내일처럼 미주와 연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연호가 드라이기 스위치를 켠 후 긴 머리카락을 말려 주자 기분 좋다는 듯 미주가 눈을 감았다.

“내일 사람 시켜서 한남동 집에 있는 짐들 옮겨 놓을게.”

“아니면 내가 그 집으로 들어가도 되니깐, 너무 급하게 서두르진 마요.”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미주가 고개를 돌렸다. 연호를 올려다보면서 살짝 눈꼬리를 올렸다.

“근데 누가 먼저 집을 나갔더라?”

미주의 시선에 연호가 뜨끔한 표정을 지으면서 드라이기를 계속 움직이며 생각했다. 그래, 이게 먼저인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물론 윙윙 드라이기 소리에 미주가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다. 보자니 분명 사과를 들은 게 분명했다. 제가 사랑하는 모습대로 눈꼬리를 휘면서 웃고 있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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