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할 말은 다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여름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할 사람이 하나 있다. 하얗고 예쁘던 어린 나의 짝꿍. 오래도록 나의 겨울로 남은 서은오. 처음 만나 친구 하자고 손 내민 것은 나. 겨울 방학식에서 몰래 나가자고 꼬드긴 것도 나. 망설이던 너를 혼자 보낸 것도, 나. 재벌가 도련님들 납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나. 그런 나에게 기회가 왔다. 마음의 빚을 청산할 기회. “나 방 한 칸만 내어 줘.” “뻔뻔하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친구냐, 너하고 내가?” 무작정 매달려 다시 옆자리를 얻었다. 지나치게, 너무 잘 자라 심장 떨리게 하는 은오의 옆에. “나랑 다시 친구 해 주라.” “…….” “이번엔 절대로 너 혼자 안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