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꽃공꽃수

꽃잎을 삼켜 버린 남자에 대하여.
“……멍청하긴. 사람 흉내를 낼 재간이었으면 주제에 맞게 굴어야지.”
이곳이 제 무덤이 될 곳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도, 살가운 친척인 양 친근하게 말을 붙여오는 것도, 천하디천한 종놈과 저리 말을 섞는 것도. 모두가 김시래를 부정하는 것들뿐이다.
내 집 마당에서 실실거리고 있는 저것은, 김시래가 아니다.
개 궁둥이를 닮은 꽃은 만지지 말아라!
마음에 귀천이 없듯이, 똥개에도 귀천은 없다.
어쩌다 귀하디귀한 도련님은 똥개가 되었을까?
“그래, 그렇게 먹는 것이다.”
“찹찹!”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만 발정하게 하는 지독한 꽃.
나를 연모하는 것이 아니냐.
붙잡고 따져 묻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네 눈은 충분히 제 심정을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끝을 모르는 적군과의 대치 속에서 오로지 네가 나를 밀어낸 연유만을 곱씹으며 버텼다.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꽃이 도와줄 테니까.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
3
3화 0
2023-09-22   90
(5)
2023-09-22
0
2
2화 0
2023-09-22   83
(5)
2023-09-22
0
1
1화 0
2023-09-22   95
(5)
2023-09-2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