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의 모두가 동경하는 한주혁.
자신과는 먼 존재 같은, 그의 시선이 때때로 느껴지는 건 우연일까.
그와 단둘이 있을 기회가 연이어 생기며 그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되었고,
어느새 주혁을 좋아하게 되었다.
“저 선배 좋아해요. 진심이에요.”
“미안. 널 좋은 후배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
세 번을 고백하고 세 번 다 차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내게
나를 찬 장본인이 시비를 걸어왔다.
“다른 새끼에게 바로 갈아타라고는 안 했는데.”
“선배가 갖긴 싫지만 다른 사람 주기도 싫다…
이런 마음인 거네요?”
한주혁의 실체는 쓰레기였다.
그녀와 사귈 순 없다면서도 다른 남자와 있을 땐
질투가 나고 욕정을 느낀다는 개자식.
“너 볼 때마다 꼴려. 안고 싶어.
너랑 자고 싶다고.”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주혁에게
예서는 속절없이 흔들린다.
그녀는 결국 그런 존재였다.
늘 사랑받기 위해 애썼던 모친에겐 그다지 아프지 않은 손가락,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버겁고 피곤한 손가락.
다른 놈에게 넘기긴 아깝지만 온전히 가지기는 싫은 존재.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