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화>
혀끝이 젖은 소리를 내며 팅팅 부어오른 돌기를 입 안 가득 머금었다. 그 상태로 천천히 힘을 주어 빨아당기자 예서의 다리 사이를 잠식하던 열락도 격렬해졌다.
“아, 선배… 그만 만… 흐으….”
다리 사이, 뜨거운 것이 주륵 흘렀다. 아직 허리에 걸쳐진 속옷 한가운데가 질척거리며,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흥분이 극에 달하며 머릿속이 흰 백지처럼 바래어갔다. 그 역시 그녀의 상태를 느꼈는지, 유두와 입술에 차례대로 입을 쪽 맞추고 그녀를 안아 올렸다.
“사랑해.”
매일 몇 번씩 반복되는 사랑의 고백에 이어, 커다란 두 손이 예서의 양어깨를 부드럽게 밀쳐서 시트 위로 쓰러뜨렸다. 음부를 가린 천을 벗기는 손길은 다정했지만, 예서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끙끙대자 더는 참지 못하고 양 허벅지를 거칠게 확 벌렸다.
“아! 선배….”
그는 예서의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두 무릎을 세우고 제 속옷을 벗어 제꼈다. 복부까지 우뚝 올라붙은 성기는 언제 봐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저렇게 굵고 큰 살점이 좁디좁은 제 몸속으로 들어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늘 낯설고 생경했다. 하지만 일단 들어오는 순간부터, 처음의 버거움이 거짓말처럼 그녀의 몸에 꼭 맞았다.
“무슨 생각해.”
어느새 한주혁이 그녀의 몸 위로 바짝 엎드린 채 예서의 뺨을 다정하게 매만졌다. 발기한 성기 끝이 허리며 복부에 스치는 감각에 전신이 떨렸다.
“아무것도… 응!”
중지가 어느새 음부를 비집고 들어와 내벽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하나 더 가세한 틈에선 애액이 진득하게 흘러내려 보기에도 음란해 보였다. 그가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중지와 검지를 좀 더 세게 움직이자 음핵이 벌름거리듯 쿨쩍여댔다.
“아… 흐… 으응! 아!”
손가락이 앞뒤로 쑤셔댈 때마다 쾌감에 시야가 흐렸다. 그 와중에도, 그의 것이 갈라진 틈에 맺힌 체액을 질질 흘리는 것만은 똑똑히 보였다. 날 것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싫지 않은 그만의 냄새였다.
손가락이 내벽의 주름 어딘가를 훅 찔러왔다. 예서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 그만 희롱하고 빨리 넣어줬으면 싶었다.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항의하듯 신음을 흘리자 한주혁이 손가락을 느리게 빼냈다.
“하도 꽉 물어서 끊어질 것 같아. 하아….”
“그만… 그만요…. 이제 들어와요….”
음순에 입술을 대고 빨기 직전, 그가 고개를 들었다. 혀로 좀 더 풀어주려 했지만 빨리 넣어달라는 명령엔 기꺼이 따를 생각이었다.
“서두르지 말고, 살살… 흐….”
“알았어. 천천히 할게.”
빨리 좀 하라고 말을 바꿀 만큼 아주 천천히.
음흉한 웃음이 어두운 침대 위에 내려앉았다. 한 손이 골반을 들어 올려 받쳤다.
엉덩이를 잠시 주무르는 손바닥 가득, 굳이 숨기려고도 않는 욕망이 진득하게 배어났다. 이윽고 귀두가 갈라진 틈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아아…! 읏!”
익숙한 압박감, 파고들수록 촉촉하게 꾸물거리는 속살의 진동이 생생했다. 경부 앞까지 닿아오는 살기둥의 감각에 숨이 막혔다. 쾌감으로 저릿한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예서야.”
괜찮아? 한주혁이 밭은 호흡 속에서도 부드럽게 물었다. 몸속을 파고든 엄청난 압박감과 완전히 괴리되는 다정함이다.
“으응, 안, 안 괜찮… 흑!”
그가 허리를 손톱만큼 물렸다가 다시 치받아 왔다. 낮은 욕지거리가 흘렀다. 도무지 제어할 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었다. 하지만 그뿐, 한주혁은 단 한 순간도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귀두가 질 안쪽, 제일 깊고 오목한 곳을 사정없이 짓쳐 들었다. 날 것의 냄새, 질척거리는 마찰음과 음란한 호흡이 하나로 뒤섞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까무룩 정신을 놓을 듯, 말 듯, 머릿속은 혼탁하고 몸은 뜨거웠다.
연신 박히는 아픔 뒤에는 녹아들 것 같은 전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것이 맹렬히 부딪쳐 올 때마다 눈물이 찔끔 흘렀다. 아픈데 너무 좋았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다.
예서는 엉엉 울면서도 그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매달리듯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짓에 더 자극을 받았는지, 그가 더 빠르고 거세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음경 표면이 속살의 주름을 바짝 흡착했다가 짓뭉개는 감각이 너무도 선명해 기절할 것만 같았다.
“아! 흣, 흐… 아흑!”
예서는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그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한주혁 특유의 체취가 짙게 흐르며, 매 순간 더 깊은 열락으로 빠져드는 아찔함에 목이 메었다. 내벽이 그의 것을 부드럽게 감싸다 콱 조여대는 느낌이 제 몸 같지 않았다.
한주혁은 격렬하게 안쪽을 힘껏 짓찧으며 박차를 가했다. 밀려오는 사정감을 계속 억누른 탓인지 이마에 핏발이 서 있었다.
흐읏, 잠시 울음을 참았던 예서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의 팔뚝을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는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 선배, 좀 천천, 히, 으응! 응! 아아-”
경부 앞까지 빠듯하게 들어찬 성기가 잔뜩 수축한 내벽을 마지막으로 크게 찔러 올렸다. 한순간 힘을 놓아버린 성기 끝에서 파정이 일어났다.
“응, 으읏! 아아-”
그와 나란히 절정을 맞은 예서의 목 깊은 곳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질 안쪽을 가득 메운 사정액이 바짝 맞물린 접합부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한주혁은 사정한 뒤로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더 힘주어 끌어안았다.
둘 다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숨만 색색 대며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행복한 무력감이었다.
예서는 나른한 충만감에 휩싸여 감기는 눈을 살짝 떴다. 한주혁이 그녀를 제 품에 끌어당겨 안으며 웃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그 짧은 사이 기력을 회복한 듯 멀쩡해 보였다.
“선배… 나 못 일어나겠….”
“일어나지 마.”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눈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예서가 자기 편하도록 머리 아래 베개를 받쳐주곤 얼굴 여기저기 키스를 퍼부었다.
“씻어야 되는데….”
“자는 동안 내가 씻겨줄게. 어서 자.”
우리 공주님. 덧붙이는 음색 가득,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이 묻어났다.
“알람 울리면 바로 깨워줄게. 밀린 원고 제때 쓸 수 있게.”
“꼭 깨워야 돼요…? 저번처럼 모른 척 꺼버리기만 해 봐….”
응. 한주혁의 대답에 예서는 그제야 눈을 감았다. 주혁은 색색, 아기처럼 곤히 잠든 양 뺨에 다시 입을 맞췄다.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꾸 만지고 싶지만 그랬다간 잠에서 깨 성질을 내겠지.
성질부리는 것조차 귀여워 미칠 것 같았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그녀도, 단잠을 잘 때 귀찮게 하는 것만은 고양이처럼 질색했다.
주혁은 예서의 목 끝까지 담요를 덮어주곤 알람이 세팅된 시계와 랩탑을 중문 너머 제 서재로 가져갔다. 앞으로 다섯 시간 뒤, 알람이 울릴 때쯤 욕실로 데려가 씻길 생각이었다.
원고도 내가 대신 써 주면 좋겠는데.
마감일에 맞춘답시고 어쩔 땐 대여섯 시간밖에 잘 수 없는 예서가 안타까웠다. 뭐 하러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 그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그가 가져다주는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편하게 살면 좋으련만.
하지만 주혁은 어느덧 예서의 새로운 모습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의 빛나는 눈동자와 열기 어린 몸짓 또한, 어느새 그녀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주혁은 그녀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서재로 건너갔다. 일을 할 때조차 예서의 존재감을 최대한 가까이서 느껴야만 직성이 풀렸다.
***
1월 하순, 그해의 설 연휴는 예년보다 이른 날짜였다. 잔설이 곳곳에 남은 도심은 추위가 한풀 꺾여 하늘도 맑고 포근했다.
예서는 예비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연휴 마지막 날 한주혁을 공항까지 따라가 그의 일본 출장을 배웅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수행원인 한 비서에게 낯선 주소지를 하나 건넸다.
“한 비서님. 아까 말씀드렸던 곳이에요. 집에 가기 전에 잠시 들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지시하셨던 선물은 트렁크에 다 준비해두었습니다.”
“아, 벌써… 감사합니다.”
예서는 한 비서가 다시 운전하는 동안 차창 너머 빠르게 변해가는 풍경에 시선을 주었다. 한강 다리를 건너, 점차 낯선 외곽이 시야에 들어오는 내내 가슴이 이상하게 뛰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이사했다며.
-어. 그렇게 됐어. 이제야 연락하게 됐네. 하하.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정우는 말끝을 흐렸다. 수화기 너머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아이를 달래는 정우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낯선 음성이었다.
아이는 그 새 많이 컸겠지? 수민 언니가 보여준 사진이 한참 전이니까….
차는 폐업한 상가 건물들과 ‘B구역 재개발로 인해 이전합니다’, ‘도로폐쇄 안내’ ‘철거 가림막 공사가 시작되어 구역 내 주차 및 출입을 통제합니다’라는 노란 현수막들을 지나 건너편, 낡은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 한가운데서 멈췄다. 도로 반대쪽 주택가는 아직 이사를 가지 않은 주민들이 꽤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예서는 한 비서와 함께 과일 바구니와 아기용품, 장난감을 4층짜리 다세대 주택 꼭대기 층까지 날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했기에, 한 비서가 혼자 들 수 있다고 말렸는데도 듣지 않았다. 겨울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고생하셨어요, 한 비서님. 그럼 차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닙니다. 저도 같이 안으로….”
“괜찮아요. 별일 없을 거예요.”
예서는 한 비서를 반강제로 차로 보낸 뒤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문이 벌컥 열리며 이국적인 외모를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혹시… 예서 아가씨?”
“소라 씨? 아니, 올케언니 맞으시…?”
예서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최소라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시했다. 그녀의 등 뒤로 막 잠에서 깬 듯 와아앙- 우렁찬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츄리닝 차림으로 현관까지 뛰어나온 정우의 초췌한 모습도 보였다.
예서는 올케에게 안긴 채 정우의 품에 안긴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살 된 아기가 너무 예뻐 눈을 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