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그는 대답 대신, 반으로 잘린 딸기를 손으로 집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예서의 턱을 잡고 제 쪽으로 살짝 돌려 딸기를 내밀었다. 이번에도 본능적으로 입을 벌렸지만 딸기는 제 입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놀리듯 딸기를 제 입 속으로 쏙 넣었다가 다시 입술 사이에 물었다. 그러고는 어서 가져가라는 듯 입술을 더 바짝 기울여왔다. 젖은 눈빛에 음험한 장난기가 가득했다.
예서가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른 채 침을 꼴깍 삼켰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변태 같았다. 그런데도 싫지 않았다. 싫기는커녕 다리 사이가 더 저릿해지며 흥분감이 고양되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냐, 민예서… 정말.
그녀가 딸기를 가져가지 않자 그가 눈을 가늘게 휘고 웃었다. 그러고는 벌주듯, 그녀가 다시 추스른 니트를 두 손으로 브래지어째 끌어올려 가슴을 움켜잡았다. 방금까지 아래쪽 구멍에 파고들었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젖꼭지를 잡고 지분대기 시작했다.
“아아! 아, 흣! 선, 배, 그만….”
턱 아래를 받친 손에, 고개가 한껏 뒤로 젖혀졌다. 딸기가 콧대를 지나 입술 위에 닿자 반사적으로 입이 크게 벌어졌다. 어느새 딸기가 제 입 속에 들어와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를 움직여 딸기를 씹었다. 착각일까. 상큼하게 터지는 과즙에서 한주혁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도 같았다.
“착하네. 우리 애기.”
그가 진짜 아기를 어르듯 피식 웃었다. 정수리에 와닿는 입술이 뜨거웠다. 두 몸이 하나로 얽혀 하나의 발열체가 된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뜨겁고 홧홧하다.
“이번엔 아이스크림. 자.”
이번에는 몽블랑 아이스크림 꼭대기에서 밤 조림을 떼어 내 그녀의 입에 물려주었다. 예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기처럼 순순히 받아먹었다. 그녀가 다 씹어 넘기는 걸 확인하자 이번에는 포장용 용기를 쥐고 뿔 모양의 아이스크림 끝을 내밀었다.
“선배도 먹어요….”
“너 먼저.”
예서가 고양이처럼 혀를 내밀어 한 입 베어 물자 그도 아이스크림을 제 쪽으로 가져가 한 입 먹었다. 한주혁이 다시 예서 쪽으로 아이스크림을 내밀었을 때였다. 예서가 몸을 기울이다 실수로 그의 손을 쳐서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앗, 어떡해….”
아이스크림이 소파 위로 거꾸로 처박히며 그와 그녀의 몸 여기저기 튀어 버렸다. 예서가 수습하려고 몸을 일으켰지만 한주혁이 놓아주지 않았다.
“괜찮아. 나중에 치우면 돼.”
“하지만, 소파 비싼 거 아니에요? 옷에도 다 묻었는데….”
“그러게.”
그가 허리를 굽혀 널브러진 컵과 라떼를 바닥에 내려놨지만 예서를 놓아주진 않았다. 대신, 그녀를 더 바짝 끌어당겨 안으며 아이스크림이 튄 귓불을 지그시 물었다.
“이걸 다 어쩌지. 여기저기 튀어서… 혼나야겠네.”
음험한 목소리였다.
“아, 선….”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히며 몸이 소파 위로 쓰러졌다. 그의 너른 어깨 너머,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까마득히 높은 천장이 보였다. 한주혁이 제 윗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예서의 옷도 속옷째 머리 위로 벗겨 버렸다.
하아, 예서가 숨을 헐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니트 옷자락이 브래지어끈에 휘감겨 양 손목에 걸려 있었다.
“선배, 이것 좀… 풀어줘요.”
끈이 단단히 엉킨 모양인지 풀리지가 않았다. 한주혁이 두 손을 뻗었다.
머리 위로 만세를 부르다 만 것처럼 마주 묶인 손목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가느다란 손목을 애무하듯 매만지고, 손바닥을 펼쳐 손가락 마디마디 깍지를 끼기도 했다. 하지만 도무지 풀어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선배, 뭐 해요….”
“그대로 있어도 될 것 같은데…?”
그가 그대로 상체를 기울여 와 예서의 아랫입술을 물고 당겼다.
“넌 그대로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느른하게 웃는 미소가 정말 변태처럼 보였다. 선, 예서가 다시 입을 떼려 했지만 그의 입술이 그녀의 것을 단번에 덮쳐왔다. 예서가 혀 둘을 입 안 가득 머금은 채 신음을 흘렸다. 딸기와 밤, 크림과 한주혁 특유의 체취가 한데 뒤섞이며 입 속에서 춤을 추었다.
동시에 그의 양손이 가슴을 움켜쥐고 거세게 주무르며 희롱해왔다. 바짝 선 유두를 엄지로 빙글빙글 돌렸다가,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살며시 힘을 줄 때마다 허리가 감전된 것처럼 움찔거렸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입술이 이윽고 혀를 떠나, 이번에는 크림이 군데군데 묻은 몸을 공략해왔다. 열기에 녹아서 끈적해진 아이스크림은 쇄골과 겨드랑이 아래, 그리고 그의 손에 말려 올라가 있던 스커트 안쪽까지 튀어 있었다.
“안 되겠네, 여기도 묻어서.”
어쩔 수 없이 벗겨줘야겠다는 듯, 그가 피식 웃으며 스커트를 단번에 벗겨 내렸다. 예서가 흐읏, 몸을 떨었다. 그의 손 아래, 한 주먹도 안 되는 마지막 속옷이 발목 아래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이것 봐. 이렇게 흠뻑 묻어서는….”
음험한 손이 허벅지의 크림을 닦아내, 움찔거리는 틈새에 다시 펴 바르기 시작했다. 음핵과 비부가 반쯤 녹은 크림으로 질척거려 한층 더 음란해 보였다. 한주혁은 망설임 없이 혀를 쑥 내밀어 돌기부터 회음부 끝까지 길게 훑어내렸다.
아아! 예서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흘렀다. 한순간 눈앞이 흐려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몇 번 더 거세게 빨다가 한숨을 들이쉬곤 몸을 떼어 냈다.
“욕조에 크림 잔뜩 받아놓고 거기에 푹 담그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루 종일 핥고 빨게.”
“선배. 원래… 이렇게 변태였어요?”
경악에 찬 물음에, 그가 즐거운 듯 실소를 터트렸다.
“이 정도가 변태면….”
한주혁이 순순히 시인하며 허리를 세웠다.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기겁하겠어, 민예서.”
그가 그녀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는지, 앞으로 뭘 어떻게 또 하고 싶은지, 낱낱이 알게 되면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물론 도망가게 놔두지도 않겠지만.”
커다란 혓바닥이 다시 돌기와 회음부를 빨다 내벽으로 쑥 들어갔다. 속살과 설단이 맞부딪치며 서로의 몸체를 비벼댔다.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쩍쩍 들러붙는 감촉에 예서가 흐읏, 다시 끙끙대며 눈을 감아 버렸다. 요의 비슷한 감각이 빠르게 밀려오는 순간 그의 혀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바지 벨트에 이어 지퍼 내려가는 소리에 예서가 눈을 떴다. 바짝 융기한 살 기둥이 보였다. 연분홍빛 색을 띤 성기는 지난번보다 더 커 보였다. 체액을 머금고 번들거리는 귀두가 꺼덕거리며 쿨쩍이는 모양새가 말할 수 없이 음란했다.
“못 참겠어. 넣을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 예서가 숨을 가다듬었다. 한주혁은 늘 여유롭다 못해 무엇에도 연연해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 그가,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만 이렇게 조급해 하며 밑바닥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생경하면서도 기뻤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골반이 위로 들렸다. 잔뜩 흐트러진 앞머리에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 이 악물고 흥분을 억제하는 입술은 그녀의 체액에 젖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숨결만은 어쩌지 못해 짐승처럼 밭은 호흡으로 너른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거렸다.
“선배, 너무….”
예서가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 한주혁이 제 것을 잡은 채 움직임을 멈췄다.
“너무?”
“역시 변태 같아… 흑….”
다시 웃음이 터졌다. 어떤 칭찬보다 더 듣기 좋다는 듯, 그가 한쪽 골반을 받친 손으로 엉덩이를 살며시 꼬집었다.
“그래서. 싫어?”
“아흣!”
“오빠가 변태 같아서 싫으냐고. 응?”
“아, 아니… 싫지 않….”
예서가 흐윽, 훌쩍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숨을 씨근거릴 때마다 쇄골과 유두가 귀엽게 움찔대며, 그를 더 미치게 했다.
“싫지 않아….”
주혁이 하아, 숨을 들이쉬며 이를 더 꽉 물었다. 좆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기처럼 앙알거리는 얼굴이 얼마나 꼴리는지 본인은 죽어도 모를 것이다.
“그럼 좋아?”
예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조급하게 재촉했다. 기둥이 그 심정을 반영한 듯 선단에서 좆물 같은 쿠퍼액을 뚝, 뚝 흘려댔다.
“말로 해야지, 예서야. 반말해도 되니까 말로 해.”
“좋아요.”
“내가? 아니면 이 새끼가.”
그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곧추선 제 물건을 눈짓해 보였다.
“좋아.”
예서가 칭얼거리듯 머리 위로 묶인 두 손을 바르작거렸다.
“다…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좋다고요….”
씨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혀 위에 맴돌았다.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그가 예서의 발목을 잡아 거칠게 끌어내렸다. 자, 잠깐- 예서가 울먹거리며 그를 제지했다.
“이것 좀 풀어줘요.”
그녀가 누운 채 브래지어끈에 엉킨 팔을 흔들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유두가 삐죽 솟았다.
“만지고 싶어, 나도… 선배 몸, 만지고 싶다고요…!”
좆이 터지다 못해 빠개질 것 같았다. 잔뜩 굳은 턱 끝에서 땀이 한 방울 더 떨어졌다.
“민예서. 너 아주… 작정을 했구나.”
하, 밭은 웃음이 터지며 그가 양손으로 골반을 잡고 기둥을 단번에 꽂아 넣었다. 아아! 예서가 허리를 휘며 울었다. 끄트머리만 들어갔을 뿐인데도 골이 찡 울렸다.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몸 어딘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끝만 넣은 채 두 손을 뻗었다. 가늘고 하얀 손목이 마침내 자유를 되찾고 주혁의 어깨를 짚어왔다. 주혁이 그 손을 잡고 제 입가로 가져가 손등에 쪽, 입을 맞췄다.
“넌… 어떻게 이래? 안 예쁜 곳이 없어.”
손가락을 하나씩 입 속으로 넣고 느리게 빨아대는 동안, 두 눈은 한시도 예서의 것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는 건 늘 그녀 쪽이었다.
“뭐 해, 예서야.”
“……?”
예서가 눈을 반짝 떴다. 그가 사랑해달라는 듯 애걸하는 눈빛으로 제 손가락을 지분거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평소의 냉랭함, 오만함은 일말도 없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나 만지고 싶다고 했잖아.”
어서 만져 줘, 애원하는 눈빛에 이번에는 예서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진동에, 아직 선단만 들어온 내벽이 덜덜 떨렸다. 예서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아, 핫, 저릿함에 탄식을 뱉었다. 성기 끝이 들어온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려니 쾌감으로 전율이 찌르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