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선배, 아! 뭐가 자꾸 나오… 으, 흣!”
그는 다시 다리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혀를 더 거세게 놀렸다. 혀 선단이 안쪽을 찌를수록 내벽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더 진득해졌다. 예서의 헐떡임도 더 빨라지며 시야가 점점 부옇게 흐려졌다.
아흐흣, 쥐어짜는 신음이 더 커져갔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터질 듯한 절박함 끝에, 그가 마침내 손가락을 빼냈다. 예서가 뒤로 쓰러지듯 누우며 숨을 할딱거렸다. 그녀가 흘린 체액으로 비부 입구며 시트 아래가 흥건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맛있어.”
혼잣말 같은 욕지거리에 예서가 축 늘어진 채 눈을 떴다. 평소에 전혀 쓰지 않던 상스러운 말들이었다. 욕설은 딱 질색이었지만 이상하게 지금은 듣기 싫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느껴져서 이상했다.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다. 섹스 전 전희 때는 다들 이렇게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걸까? 아직 삽입 전인데도 이렇게 무아지경인데 막상 그게 들어오면….
“이제 넣을게.”
“네? 아, 잠, 잠깐.”
눈을 활짝 열자 한주혁이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그녀의 골반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허벅지 안쪽에 번갈아 입을 맞추는 감촉이 간지러웠다.
“선배,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요. 1분만, 아니 5분만….”
“5분?”
그가 실소를 터뜨렸다.
“5분 동안 그럼 무릎 꿇고 명상하고 있을까?”
“…….”
“무서운 거지? 살살 할게. 최대한.”
예서는 방어하듯 가슴 위에 두 손을 꼭 모으고 고개를 모로 돌렸다. 색깔만 예쁘지, 저렇게 크고 두꺼운 말뚝 같은 게 들어오면 기분이 어떨지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그런 공포감을 읽었는지, 그가 제 것을 받쳐 든 손을 놓고 예서 위로 몸을 겹쳐오며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고 두 손으로는 봉긋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떻게든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기 위한 몸짓 같았다.
그의 자상함에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한편, 데일 듯 뜨거운 성기가 복부 위를 눌러오는 압박감에 전율이 다시 엄습해왔다. 사람의 살갗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묵직했다. 유두를 다시금 희롱하고 혀끝으로 살살 비벼오자 다리 사이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다시 열기가 몰렸다.
“아아… 흐…응….”
다음 순간 한주혁이 가슴에서 혀를 떼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조금이라도 더 젖었을 때 들어 올 생각인지, 그는 더는 끌지 않고 예서의 골반을 들어 올렸다. 한 손으론 음경 아래를 받치고 귀두를 구멍에 맞추는 동작에 주저함이 없었다.
“으으….”
“힘 빼, 예서야.”
“…….”
“힘주면 더 아플 거야. 최대한 힘을 빼고 축 늘어져 있어 봐.”
응? 그가 달래듯 허벅지와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예서가 눈을 꼭 감고 그의 말대로 시체처럼 늘어지려 애썼다. 잘하고 있어, 한주혁이 격려하듯 종아리 안쪽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귀두가 음부 입구를 살며시 젖히고 파고들었다. 조금씩, 더 조금씩 밀려드는 이물감에 예서가 으흣, 다시 신음을 높였다. 얼굴이, 몸속이 그대로 타 버릴 것처럼 뜨거웠다. 심호흡하듯 색색거리는 제 숨소리가 이명처럼 아련하게 들려왔다.
끄트머리만 들어왔는데도 감전된 듯 전율이 전신을 거세게 후려쳤다. 과연 다 들어 올 수 있을까, 끝까지 다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기절하진 않을까, 공포감이 다시 수면 아래서 고개를 쳐들었다.
“아, 서, 선배, 그거 끝까지, 흑, 못 들어올 것 같아요….”
제 귀에도 헛소리 같은 말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오, 오늘은 반만 넣고 다음… 다음에….”
그가 제 것을 넣은 채 실소를 터트렸다. 내벽에 곧바로 진동이 전해지며 한층 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어깨를 떨며 웃다가 허리를 바짝 굽히고 예서의 입술에 다시 키스해왔다.
“아, 선, 흑! 으, 흐…!”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 바람에 음경이 쑥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숨이 막혔다. 강렬한 열감에 이어, 뭔가가 꿰뚫리는 격통이 뒤를 이었다. 다행히 한주혁은 그 상태에서 허리를 더 쳐올리진 않았다.
“아, 읏! 흑!”
쉿, 괜찮아. 그가 연신 부드럽게 속삭이며 예서의 얼굴 여기저기 키스를 퍼부었다. 이마며 눈두덩, 콧대와 뺨, 입술과 턱 아래까지 닿아오는 입맞춤도 다정했지만, 그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 한마디가 가장 저릿했다.
“너무 예뻐, 예서야.”
내벽을 파고든 엄청난 압박감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숨만 색색거릴 뿐, 아무 화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주혁은 개의치 않는 듯 반복해서 여러 번 속삭였다.
예서야. 좋아해. 너무 예뻐.
그 말에 취한 나머지, 그가 조금씩 허리를 밀어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아! 격한 신음이 터졌을 땐, 성기가 속살을 끝까지 짓치고 뿌리까지 박혀 들어 있었다.
그 큰 게 어떻게 끝까지 들어 올 수 있었을까. 예서가 잠시 멈췄던 숨을 크게 토해냈다.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기절해 버릴 것만 같았다.
“서, 선… 흐으….”
허공에 들린 발가락 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거근이 꽉 들어찬 충격 때문에, 열 손톱이 한주혁의 벗은 어깻죽지를 꾹 박고 있는 것도 모른 채였다. 그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젖혔다.
안쪽에 꽉 들어차 있던 페니스가 구멍을 느릿느릿 빠져나갔다.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귀두만 남기고 빠져나갔던 기둥이 다시 속살을 가르고 박혀 들었다.
“아, 앗! 흑!”
예서가 밭은 탄식을 토해내자 그가 움직임을 늦췄다. 완전히 멈추지도, 더 거세게 파고들지도 않고, 잘근잘근 씹듯 허리를 조금씩 앞으로 밀자 예서의 고성도 달뜬 신음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느리게 다시 끝까지 파고든 선단이 자궁구 앞, 오목하게 들어간 곳을 긁자 예서의 허리가 펄쩍 뛰었다. 그 움직임이 일종의 시그널이 된 것처럼, 한주혁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두 손이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으며, 벗은 어깨와 등의 근육이 잘게 흔들렸다. 틈 하나 없이 맞물린 접합부가 출렁이며 질퍽대는 교음이 연이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아아, 아, 흑, 밭은 신음이 조금씩 더 커지며 젖은 마찰음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미칠 것 같았다. 그가 멈추길 바라면서도, 정말로 멈추길 바라지는 않았다. 불에 달군 쐐기가 내벽 끝을 박는 아픔 뒤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번갈아 밀려오고 있었다.
굵직한 살 기둥이 구멍을 바삐 드나들며 깊숙이 찔러왔다. 부딪쳐 올 때마다 흑, 목구멍에 뭔가 걸린 듯 교성이 터졌다. 아픈데도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그의 손이 위로 올라와 한쪽 가슴을 감싸 쥐었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선을 따라 둥글게 어루만졌다가, 손바닥을 쫙 펼쳐 원을 그리는 손길 아래 유두가 뾰족하게 솟으며 단단해져 갔다.
“흐으… 하… 으응….”
허리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가슴을 지분거리는 손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숨 쉬는 게 더 쉬워지진 않았다. 한 번 호흡할 때마다, 안쪽 깊숙이 꽂힌 성기의 미동이 제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베개 뒤로 기울어졌던 머리를 들어 올리자 한주혁의 정수리가 보였다. 동시에, 습한 열기가 유륜을 감싸오며 야릇한 쾌감을 일으켰다. 애무로 딱딱해진 유두가 이내 입 속으로 삼켜지며, 혓바닥이 지그시 눌러오는 감각에 머리끝이 다시 쭈삣 섰다.
“아, 서, 선… 흐으응! 응!”
츳,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마찰음이 귓전을 스쳤다. 그가 허릿짓을 재개하자 가슴에 집중되었던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갔다. 처음과 달리,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인두로 달군 듯 뜨거운 기둥이 강도를 높여가며 깊숙이 밀려들 때마다 버거웠다. 버거운데 멈추고 싶진 않았다. 그 뒤에 꼬리처럼 따라붙는 야릇한 쾌감이 점점 커져서 그에 잠식될 것만 같았다. 간간이 허리를 멈추고, 맞물린 부위의 돌기를 문지르고 잡아당길 때마다 그 쾌감은 배가 되었다.
“읏, 서, 선배, 거긴 그만… 아, 흣!”
그가 마지못해 손을 떼는 척하다가 다시 손가락으로 톡 튀어나온 돌기를 비벼댔다. 예서가 허리를 들썩이며 쾌락에 어쩔 줄 몰라 바르작대는 몸짓을 즐기는 것 같았다.
“싫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엷게 웃는 이마에서 땀방울이 투둑 떨어져 예서의 복부 위에 떨어졌다. 체액이 튀어 번들거리는 상앗빛 살결이 뼈대를 드러내며 움찔거렸다. 그가 두 손을 골반 뒤로 돌려 엉덩이를 꽉 그러쥐었다.
“아! 선배….”
허리가 활처럼 휘며 머리가 뒤로 한껏 젖혔다 다시 돌아왔다. 다리 사이에 꽉 낀 선홍빛 성기가 끄트머리만 남기고 다시 빠져나갔다. 울 듯한 눈동자가 그의 것과 맞닿았다. 원망이 담긴 시선에 그가 실소하듯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어떻게 해 줄까.”
“선… 흐윽….”
“말을 해야 알지.”
그가 그 상태로 허리만 기울여 예서의 콧잔등에 입을 맞췄다. 예서가 칭얼대듯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장난치듯 놀리는 게 얄밉고 어쩐지 억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주혁이 입술에 키스해오자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리고 그의 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든 분노와 원망이 한순간 눈 녹듯 허물어지고 있었다. 한참 만에 입술이 떨어지고, 그가 재차 속도를 내며 퍽, 퍽, 부딪혀오자 다시 눈앞이 아찔하게 돌았다.
“아아! 선, 선… 흑! 아! 흣!”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숨이 가빴다. 푹, 푹, 끝까지 박혀올 때마다 성대가 음란한 교성을 뱉어냈다. 몸속이 너무 뜨겁고 저릿해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어느새 허공에서 흔들리던 종아리가 그의 허리를 휘감으며 꽉 조여대고 있었다.
안쪽의 기둥도 호응하듯 약동했다. 뱀처럼 꿈틀댄 것도 같았다. 예서가 머리를 베개 뒤로 다시 젖혔다. 쾌감에 뇌 속까지 통째로 절여지는 것 같았다.
하아, 억눌린 숨결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