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미치겠어.”
씨발. 그가 스스로에게 욕설을 짓씹었다.
“너무 예뻐서 돌아 버릴 것 같아.”
“하… 으, 흣….”
손바닥이 얇은 속옷을 비집고 기어이 입구 위를 느른하게 쓸었다. 갈라진 틈새가 촉촉하게 젖어 있어 손목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끈적거리는 애액이 손바닥 한가운데 묻어나왔다.
“보고 싶어.”
“흐….”
“보게 해줘.”
응? 그가 보채듯 예서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몇 번이나 입술을 물고 당기고 덮기를 한참,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양손이 옷자락을 잡고 속옷째 단번에 끌어내렸다. 레깅스 자락이 발목에서 단번에 분리되며 운전석으로 던져졌다.
“흣! 아, 선… 흐으윽!”
다리가 활짝 벌어지며 종아리가 그의 양 어깨에 걸쳐졌다. 수치심에 얼굴이 폭발 직전까지 달아올랐다. 가장 은밀하고 내밀한 부위를 그의 눈앞에 버젓이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입구가 저도 모르게 움찔움찔, 빠끔거리고 있었다.
“아, 선배, 이런 자세 너무… 흐윽….”
“예뻐.”
그가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예뻐서… 널 놓칠 뻔했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서 돌아 버리겠어. 내가 미친놈이었어, 정말로.”
“선배. 혹시….”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며 시야가 흐려졌다. 어떻게든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려고 눈을 깜빡이던 중 혀가 멋대로 움직여댔다.
“내, 내 몸만 좋은 거 아니죠? 그런 건… 아니겠죠?”
“뭐?”
실소가 터졌다. 그가 어깨까지 흔들며 웃자 좌석이 수면 위 돛단배처럼 흔들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예서야.”
한주혁이 웃음을 억누르며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키스는 눈두덩과 광대, 코, 뺨까지 느릿느릿 이어졌다. 갑자기 심장이 뻐근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누군가 이 정도로 애정을 표해준 적이 있었던가.
친할머니, 고모가 다정하게 안아주고 예뻐해 주긴 했으나 아빠의 죽음 이후 친가와는 완전히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모친과의 뿌리 깊은 갈등 때문이었다. 외할머니는 쌍둥이에게 나름대로 친절했지만 깊은 정을 느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민예서 자체가 좋아.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모도 무척 좋아하지만, 네 머릿속과 가슴 속에 담긴 모든 게. 네 과거까지 죄다.”
지금의 너로, 네게 오기까지 네가 겪은 모든 것들도.
속에서 울컥, 다시 솟구쳤다. 눈물이 글썽거려 코를 훌쩍이고 이를 악물었다.
“왜 그래. 왜 울어, 또.”
한주혁이 그녀의 콧잔등과 입술에 다시 키스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주었다. 하지만 달래던 것도 잠시, 혀가 맞닿자마자 이성이 빠르게 흐물어지는 듯했다. 숨결이 재차 거칠어지며 평소로 돌아갔던 음성이 다시 한 톤 낮아졌다.
“하나 빼먹었어. 네 몸속도… 좋아.”
“앗! 아, 흣!”
잠시 돌아왔던 이성이 욕망에 밀려난 듯, 가운뎃손가락이 갈라진 틈새의 물기를 가르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예서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아니, 제 손끝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내밀한 공간에 한주혁의 손가락이 들어오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더 알고 싶어. 안쪽 살도.”
“으, 선, 선배… 하으응…!”
본연의 장소로 되돌아간 중지가 안쪽을 천천히 찔러 들어 끝까지 박혀 들었다. 더 들어갈 곳이 없어진 손 마디가 점막을 찌르고 비비자 예서가 흐으, 그의 팔꿈치 안쪽을 꽉 잡았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아찔함에 숨이 가빴다.
미칠 것 같았다. 한주혁의 손가락이 제 질벽을 마구 휘젓고 짓치는 감각에 등줄기가 오싹, 전율이 일어났다. 너무 좋았다. 예서는 저도 모르게 안쪽에 힘을 꾹 주었다. 내벽의 속살이 그의 손가락을 꽉 물고 조이자 한주혁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하….”
잔뜩 미간을 모으고 이를 악문 얼굴과 씹, 알아듣기 힘든 상스러운 욕설마저 좋았다. 예서야, 그가 들릴 듯 말 듯 쉼 없이 그녀를 불러댔다. 목이 점점 더 잠기며 음색의 쇳소리가 더 짙어졌지만, 제 귀에는 꿀처럼 달콤하게만 들렸다.
모든 게 젖어 있었다. 긴 속눈썹 아래, 예서의 얼굴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눈동자와 서로의 타액이 뒤섞였던 입술, 물기를 머금은 뺨과 빗방울처럼 맺힌 이마 위 땀까지. 한주혁은 온통 젖어 있었다.
그녀 또한 그의 눈에는 그렇게 젖어 보일까. 장마 때의 불쾌한 습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촉촉하게 젖은 물기는 비 온 뒤의 상쾌함, 날 것의 습윤함, 그리고 가열한 음란함이 혼재된 더위 같았다.
안쪽을 느리게 치대고 질척이던 손가락이 어느 순간 갈고리처럼 휘며 속도를 빨리했다. 아아, 아- 예서가 허리를 뒤틀며 신음을 뱉길 한참, 한주혁이 손가락을 빼내고 골반을 더 벌리더니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서, 선배! 그건 안… 정말 안 돼요…!”
예서의 새된 비명은 이내 달뜬 교성으로 바뀌었다. 춥, 춥, 혓바닥이 음부 위로 톡 튀어나온 음핵을 머금고 빨아대다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흠뻑 젖은 속살 안으로 미끄러져 파고든 혀가 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안쪽을 마구 헤집고 넘실거렸다. 본연의 의지를 가진 생물이 몸속에 들어와 활개를 치는 이물감이 이럴까.
으, 흣, 목에서 색스러운 신음이 연이어 새어 나왔다. 차 천장 바로 아래까지 닿은 발가락이 쾌락에 못 이겨 잔뜩 곱아들어 있었다. 시야가 가물거리며, 바르르 떨리는 종아리와 발끝이 점점 뿌옇게 보였다.
“하아, 선… 흐, 읏, 그, 그만, 아흣!”
그녀가 바르작거릴수록 억센 손이 허벅지를 양쪽에서 움켜쥐고 더 크게 벌려댔다. 단전 아래가 바짝 수축되며 요의처럼 원초적인 감각이 빠르게 몰려오고 있었다. 뭔가 싸 버릴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든 참고 억누르려 이 악무는 순간, 자궁구 쪽에서 뭔가가 쑥 흘러내렸다.
낯설고도 익숙한 묵직함에 예서가 아, 안 돼, 소리치며 그를 힘껏 밀어냈다. 한주혁이 느릿느릿 혀를 빼내고 고개를 들었다.
예서가 황급히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불투명한 체액에 검붉은 피가 방울져 있었다. 생리가 예정보다 며칠이나 일찍 시작한 것이다.
“아, 어떡해. 생리가… 다음 주 예정이었는데.”
“맛있어, 이것도.”
한주혁이 입맛을 다시듯 혀로 제 입술을 할짝 핥고는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콘솔박스의 물티슈를 꺼내 예서의 비부에 맺힌 핏방울부터 깨끗이 훔쳐냈다. 값비싸 보이는 가죽 시트는 얼룩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 뭐라고 하지? 패드나 탐폰은 있어?”
“네, 가방에 있긴 한데….”
예서는 그가 닦아주는 걸 말릴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보는 앞에서 처리하는 건 민망했다. 깊은 스킨십에, 입으로 빨기까지 했지만 그것과 이건 다른 경우 같았다.
“난 상관없지만, 네가 마음에 걸리면 5분만 밖에 있을게.”
예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볼 거 못 볼 거 다 보여 버렸는데도 볼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차 문을 열려는 찰나 예서가 더듬거리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선배.”
“뭐가? …그게 왜 나한테 미안할 일이야.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자극해대는 바람에 예정보다 빨리 나와 버린 듯한데.”
“그건 그런데… 선배 입 안에….”
수치심에 혀를 깨물 뻔했다. 아무리 타액을 나누고 체액까지 빨았다지만 그것까지 맛보고 얼결에 삼켜 버리다니. 변태가 아닌 이상, 좋았을 리가 없다.
“맛있었다니까.”
“…….”
“정말이야.”
예서는 제 귀를 의심했다. 혹시 선배, 변태일까? 화내고 불쾌해하는 것보다야 훨씬 마음이 편한 반응이긴 했다. 그래도 그걸 맛있다고 하다니.
“진짜라니까. 네 몸에서 나온 건데 맛없을 리가 없잖아.”
그가 싱긋 웃었다. 고개를 기울여 예서의 입술에 다시 쪽, 키스하는 눈빛은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천천히 해. 나가는 김에 저 앞에 편의점에 갔다 오려고. 안전상 도어는 잠글게.”
한주혁은 차 밖으로 나갔다. 옷매무새를 바로잡는 동안 다시 수치감이 들었다. 아무리 한갓진 공터 구석이고, 차창이 새카맣게 틴팅되어 있다지만 어떻게 차 안에서 거기까지 갔는지.
잠시 후 새카만 창 너머로 한주혁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 손에 뭔가 들고 있었다. 차 문이 벌컥 열리자 바깥의 냉기가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문을 닫고 따뜻한 병 음료와 핫팩을 건넸다. 예서는 민망하던 것도 잠시, 픽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 이건 뭐예요? 쌍화차?”
“응. 생리 중일 땐 몸을 따뜻하게 해야 된다면서. 좀 써도 마시고 10분만 더 있다가 집에 가자. 너 쉬어야지.”
그가 아쉬운 듯 시계를 흘깃 보았다. 시간은 11시가 넘어 있었다. 예서가 쌍화차를 한 모금 홀짝이다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는 그마저도 귀여운 듯 빙긋 웃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리는 옆얼굴이 어딘지 슬퍼 보였다.
“사실은 오늘….”
“오늘?”
그가 뜸을 들이자 예서가 독촉했다.
“오늘 뭐요?”
혹시… 오늘 집에 안 보내려고 했다든가, 같이 호텔에 가려고 했다든가. 그런 얘긴 아니겠지.
“너, 집에 안 보내려고 했어. 혹시 몰라 호텔 예약해뒀거든.”
풉, 하마터면 쌍화차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예서는 사레가 들리기 전에 재빨리 목청을 수습하고 그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