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해방(1) (19/27)

7. 해방

(1)

무언가 잘못됐다.

“이서윤.”

“…….”

그가 부르자 멍하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서윤이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으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눈동자에는 문도하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문도하가 성큼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불안으로 흔들려야 할 그녀는 평온하기만 했다.

아니, 저걸 평온이라 말할 수 있는가.

문도하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건 이서윤을 되찾아 오고 하루가 다 지나서였다.

거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짙게 깔리던 그녀의 우울은 서서히 옅어졌다. 그는 그걸 단지 상황을 납득한 이서윤이 그저 진정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그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 희미해져만 갔다. 그 후로 3일, 이서윤의 감정은 이제 한 톨도 남김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마치 그녀의 속에 있던 것들이 싹 흘러나와 버려진 것처럼.

“……그렇게 시위한다고 해서, 내보내 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

일부러 매서운 말을 뱉어 보아도 이서윤의 텅 빈 시선은 바뀌지 않는다. 다시 초조함이 그를 엄습했다.

그동안은 그녀가 그의 곁을 싫어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감정이 낱낱이 전해졌다. 비록 그것이 온통 부정적일지언정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이서윤은 그저 공허했다. 혹시 갑작스럽게 그녀의 감정이 보이지 않게 된 건 아닐까. 이상하게 애타는 마음에 문도하는 자꾸만 서윤을 자극했다. 미움받을 걸 알면서도 그는 이렇게밖에 그녀와 소통하는 법을 몰랐다.

“……뭐라고 말 좀 해봐.”

“…….”

처음엔 그저 그녀가 이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제 방에 틀어박히지 않는 게 조금 의외이긴 했으나, 언제든 현관문으로 나갈 준비라도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녀가 꼬박 하루를 앉아 있던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았을 때가 돼서야 문도하는 이서윤이 습관적으로 켜곤 하던 TV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식사를 할 시간이 되자 문도하는 본격적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그가 주는 것은 전부 거부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그녀의 앞에 음식을 내려놓자 조금 느리긴 했어도 얌전히 받아먹었던 것이다.

그건 꼭 모든 걸 놓아 버린 사람의 모습 같았다.

그날 이후로 이서윤은 잠도 소파에서 잤다. 정확히는 버티고 버티다가 기절이라도 하듯 잠이 드는 식이었다. 차마 그녀의 몸을 건드리지 못한 문도하가 이불을 가져다주었으나, 언제까지 저 꼴을 두고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그녀의 감정을 엿볼 눈이 가려졌다기엔 이서윤의 공백이 눈에 너무 잘 들어온다. 대체 그 많던 회색빛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서윤은 고장 난 인형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다.

“말 좀, 해 보라고!”

나가게 해달라고 한 이후로 이서윤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문도하는 숨이 막힌 나머지 이서윤의 손을 거칠게 잡아챘다. 차라리 저 가슴속에 두려움이라도 차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나 놀란 기색도 없이 그를 올려다보기만 하는 서윤을 보며 문도하는 심장이 철렁이는 감각을 선명히 느꼈다. 확실히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으니까.

이를, 이를 대체 어찌해야 하지?

* *

꼭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문도하에겐 이건 퍽 이상한 감상이었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길을 잃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앞에 수많은 갈림길이 있는데도 섣불리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주어진 모든 길은 이서윤의 안색처럼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지금도 집에서 멍하니 소파에 앉아만 있을 이서윤을 떠올리며 문도하는 초조하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예상했던 일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속절없이 다독이기만 했다. 어차피 이서윤을 이렇게 가두지 않으면 남은 건 최악의 시나리오밖엔 없었다. 영영 그녀가 없는 컴컴한 어둠 속을 헤매는 일.

이서윤이 원하는 건 무척이나 명확했다. 그런데도 그녀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문도하는 밖으로 나돌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

“예상대로 경호 인력 중 하나가 이강덕 이사에게 정보를 흘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동기는?”

“이강덕 이사가 클랜의 업무인 척 강요했다고는 주장하지만, 금전으로 매수된 듯합니다.”

들어오는 실장의 보고를 한 귀로 흘리면서 문도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와 대놓고 척을 지면서까지 협회와 손을 잡아서 얻는 게 과연 무얼까.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문도하를 막아서는 짓까지 할 정도라면 그 관계가 여간 돈독한 게 아닐 터다. 이서윤이 가이드 명단에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이서윤 씨는, 괜찮으신가요?”

“…….”

그 때 한참 보고를 올리던 실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시 돌아온 후로는 실장의 출입조차 막아 버린 탓에 그는 무척이나 걱정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문도하는 문득 말문이 턱 막혔다. 괜찮지 않았다. 이서윤이, 이 상황에서 괜찮을 리가 없었다. 그걸 이토록 생경하게 느끼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도 이 짓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걸 보면 저가 감정을 알게 되었어도 그들의 운명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속이야 어떻든 문도하는 지금 도구를 다루듯 이서윤을 가둬 놓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고동 소리로 격하게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심장에서는 꼭 핏물이 흘러내리는 감각이 들었다.

도무지 괜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서윤도, 문도하도.

* *

다시 며칠이 흘렀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뒤에서는 몬스터가 매섭게 추격하는데도 그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아무런 길을 선택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주저앉기로 결심한 이들처럼.

이서윤은 여전히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모습이었다. 밥을 주면 먹었고 소파에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어느 순간 잠들었다. 그 외의 일은 일절 하지 않는 모습에 문도하는 매 순간 모래를 호흡하는 기분으로 이서윤을 돌봤다.

분명 자신이 이렇게 순순한 꼴을 바라고 있다 생각했는데.

“좀 씻는 건 어때.”

“…….”

그래도 부르면 문도하 쪽을 쳐다보긴 했었는데 점점 그 빈도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처음엔 기본적인 생활은 챙기는 듯 느릿하게 움직이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 그녀는 꼭 자기 안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사람 같았다.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 익사해 버리려고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문도하는 이서윤이 저러다 어느 순간 숨 쉬는 것조차 놓아 버릴까 봐 덜컥 무서웠다.

“이서윤.”

점점 하나둘 자신을 잃어 가는 이서윤과는 다르게 문도하가 그녀를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는 이서윤의 이름을 부르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어쩌다가 텅 빈 눈길이라도 그에게 돌아오면 그걸로 하루를 더 주저앉은 채 버티는 것이다. 덧없는 희망을 애처롭게 붙들고는 말이다.

아주 천천히 이서윤에게 다가간 문도하는 그 앞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았다.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쓸었다. 눈이 마주치고는 있으나 그가 내민 자극에 이서윤이 반응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애먼 곳만 바라보는 이서윤의 시야에 문도하가 끼어들었을 뿐이다.

“씻겨 줄까.”

이제는 차라리 이서윤이 매섭게 자신을 노려봐 주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이 차오른다. 애써 던진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이서윤은 반응하지 않았다. 심장에는 핏물 대신 물이 차오른 듯 먹먹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대답 안 하면, 내 멋대로 할 거야.”

“…….”

거진 일주일 만에 문도하는 그녀의 몸에 손을 댔다. 그간 행여 스칠까 이불을 덮어 줄 때도 자제하던 손속이었다. 무릎 밑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리자 그녀의 고개가 툭 힘없이 그의 어깨에 닿는다. 갈수록 가벼워지는 그녀의 무게가 금방이라도 닳아 없어질 듯 애처롭다.

뜨거운 물로 그녀를 구석구석 어루만질 때까지 이서윤은 단 한 번도 문도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게 더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이.

다시 찌르는 듯한 두통이 시작되었다.

* *

한쪽 팔을 차 창문에 기댄 채로 문도하는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일이 있어 먼저 간 실장을 대신해 파견된 운전기사는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유독 심기 불편해 보이는 문도하에게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숨소리마저 균일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한층 그를 거슬리게 한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다음부턴 바빠도 실장이 운전을 하게 해야겠군.

이러다간 정말 도심 한가운데에서 폭주를 하게 될지도 몰랐다. 지끈거리는 두통은 예전에는 그나마 간헐적으로 찾아오더니 이제는 마치 몸의 일부라는 양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이서윤의 수발을 본격적으로 드느라 신체 접촉이 있지만 가이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흡사 그의 인형이라도 자처하듯 이서윤은 그저 그가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대로 쪼그라들어 사라지고 싶다는 것처럼.

왜 이번엔 화를 내지 않는 걸까.

그에게는 늘 새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그녀의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와 문도하의 세계를 부순다. 매끈하게 다듬어둔 곳이 이제는 흔적도 남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원래 그런 개성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듯이.

“다 왔습니다.”

음성마저 파르르 떨리는 운전기사를 흘긋 쳐다본 문도하는 그저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래도 급할 땐 혼자 운전을 곧잘 하곤 했으나 최근 들어 시야가 더 막혀 가는 기분이 들어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전용 엘리베이터로 거침없이 향하는데, 귀는 여전히 아주 밝은 그에게 박남일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게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여기 분명 명함 두고 가셨잖아요. 서윤이 어디 있어요!”

실랑이를 하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들을 따라가니 로비 구석에서 쩔쩔매고 있는 박남일 실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뜻밖의 인물이 있다.

“무슨 일이지?”

분명 이름이 강하나였지.

* *

불필요한 이목이 모이는 걸 경계한 박남일 실장은 빠르게 빈 사무실을 수배하려 했다. 하지만 그걸 만류한 문도하는 강하나를 그의 사무실로 초청했다. 한껏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강하나는 그를 따라왔다.

막상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온 강하나를 보고 혼란에 빠진 건 문도하였다. 뭘 얻자고 여기까지 들어오도록 내버려 뒀을까.

일단 애먼 곳에 가서 들쑤시고 다니는 것보단 나았기에 말을 들어보는 게 좋을 듯했다. 아직까지 강하나가 손에 쥐고 있는 박남일 실장의 명함을 보고 그는 사태를 파악했다. 이서윤이 몬스터를 만난 직후 뒷수습을 위해 실장이 여기저기 두고 온 명함이리라.

그녀를 만나러 대체 어디까지 움직였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강하나는 이렇게까지 이서윤을 위해 애쓸 이유가 없었다. 저번 주에 뜬금없이 그녀에게 걸려 왔을 이서윤의 전화를 생각해도 말이다.

“문도하 씨.”

“……그래서, 네가 이서윤을 왜 찾지?”

많은 생각들 사이에서 문득 그가 사로잡힌 것은 정말 어이없게도 한 가지였다. 그저 이서윤이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

“서윤이 어디 있어요.”

“그쪽이 알 필요 없는 일 아닌가.”

“서윤이가, 서윤이가 몬스터를 만났다면서요. 카페 사장님이 그랬는데. 괜찮은 거예요?”

“…….”

이서윤이 옮긴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찾아가 물어본 건가. 고작 아르바이트 동료였다기엔 과한 행동이다. 뒷조사에서도 별 내용이 없던 강하나를 새삼 바라보며 문도하는 인상을 굳혔다.

그걸 그녀도 아는지 강하나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내 행동이 과한 건 알아요. 우린 사실 그다지 친하지도 않고.”

“잘 아는군.”

“하지만 서윤이가, 제게 전화를 했어요. ……울고 있었다고요.”

“…….”

익히 아는 사실인데도 가슴에서 다시 찰랑 물소리가 난다. 바닷물 냄새나는 그 불길한 감각에 문도하는 잠깐 침묵했다. 두통이 잠깐 해일처럼 거세었다가 아주 조금 물러난다.

“제가 분명 말했어요. 도움 청할 일이 있으면, 꼭 말하라고. 제 말에 책임을 지고 싶어요.”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겁도 없이 곧게 그를 바라보는 눈길은 꼭 이서윤을 닮아 있었다. 단지 그 사실 때문에 문도하는 강하나에게 대답해도 될지 가치를 따졌다. 고작 저런 약속 하나에 기댔어야 할 정도로, 무서웠던 걸까 이서윤은.

“……일단 내 거처에 있어. 다소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요양 중이고.”

“뭐라고요? 다친 거예요?”

“이제 상처는 없어. 어쨌든 그쪽도 혼자 이렇게 돌아다니면 위험할 수 있으니, 당장 그만둬.”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해요.”

단호하게 흘러나오는 강하나의 음성에 문도하는 성마르게 미간을 문질렀다. 지겹게도 들어 본 말이었으니까. 자제할 겨를 없이 시니컬한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하, 그래. 그러시겠지.”

“…….”

속이 답답하다. 어차피 이서윤에게는 자신이 강하나보다도 못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스치자 한층 답답함이 커졌다. 강하나 자체도 의문이었다. 대체 그깟 약속이 뭐라고 겁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그에게는 전부 이해 못 할 일투성이였다.

이걸 이해하면, 이서윤이 다시 눈길을 줄까.

“왜 그렇게까지 하지?”

홀린 듯 흘러나간 질문은 주워 담기엔 너무 늦었다. 그게 이상하긴 했는지 강하나의 얼굴도 조금 미묘해졌다. 퍽 멍청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어쩌면 많은 게 늦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서윤이는, 제 동생을 닮았어요.”

머뭇거리던 강하나는 먹먹함을 담아 말을 뱉었다. 그 말을 들으며 문도하는 다시 눈썹을 까딱한다. 뒷조사한 바로 강하나에겐 여동생이 하나 있긴 했다.

몇 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 동생이.

또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서윤은 삼촌이라는 단어에 제 발로 몬스터의 앞까지 도망을 치고 말았는데, 강하나는 동생이라는 단어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었다.

염동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붕 떠버린 기분이다. 이대로 바람에 흩날려 먼 곳까지 밀려날 것처럼.

“서윤이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했잖아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게 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하지?”

“네?”

“편하게 살게 해주겠다는데도 말을 안 들어서 말이지.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어. 넌 그걸 이해할 수 있나?”

이서윤과 비슷한 눈길로 대차게 말하는 강하나라면 해답이 있을까. 기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미묘한 심정으로 문도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애먼 곳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이 상황이 퍽 멍청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서윤과 관련된 일에는 그는 늘 멍청했다.

“원하지도 않는 걸 떠안기면서 뭘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

“…….”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서윤이에게 먼저 물으셔야죠.”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하던 강하나가 불쑥 그에게 의문을 던졌다. 말해 놓고 잠깐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대안을 제시한다.

그 건방진 소리에도 문도하는 그저 침묵하는 수밖엔 없었다.

* *

어두워진 사무실에 앉아 문도하는 강하나가 툭 던지고 간 말을 곱씹었다. 먼저 필요한 걸 물으라니,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돌아올 대답이 뭔지 알지만, 그걸 들어줄 수 없다면. 그땐 어떡하라는 말인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낮에 멍청한 질문을 한 대가인지 두통이 계속 두개골을 쪼갤 듯 엄습했다. 생전 처음으로 길을 잃더니 절실하긴 한 모양이었다고 스스로를 사정없이 조소해도 낫지를 않았다.

습관적으로 이서윤의 위치를 보고받은 후에도 문도하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까만 핸드폰의 화면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이서윤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단 한 번뿐이었는데.

대체 뭘 원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늘 원하는 게 명확했던 그에게는 이조차도 낯설다. 이서윤이 이제 와 그를 모두 용서하고 웃어 줬으면 하는 걸까. 억지로라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가.

그때 그에게 답이라도 주듯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상한 예감에 문도하는 잠시 고민하다 그걸 받았다.

“…….”

―문도하 이사님?

“겁도 없이 먼저 전화를 했군.”

―하하. 잘 지내셨는지.

매서운 추격에도 행적이 묘연한 이강덕 이사였다. 그의 힘이 만능은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꼬리잡기가 힘들다는 건 분명 더 큰 권력이 뒷배에 있다는 소리와 진배없었다.

그 와중에 먼저 접촉을 해 오다니, 무슨 꿍꿍이일까.

“이번엔 얼굴 하나 안 비추면서 뻔뻔하기까지 하고.”

―저런. 얼굴 마주하는 순간 제 목뼈가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저도 보험 하나는 있어야죠.

일전에는 퍽 용감하게도 그를 붙잡아 시간을 끌었다는 걸 빈정거리는데도, 웃음기 남아 있는 목소리는 변화가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둘 사이에 흐르고, 이윽고 건너편에서 먼저 한숨 소리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게 얌전히 일본에 다녀오셨다면 일이 다 잘 끝나 있었을 텐데요. 제가 기껏 일본 정부에 직접 만들어 둔 채널이 소용없게 되지 않았습니까.

뜬금없는 말에 문도하는 일본 정부가 무리하게 그의 파견을 요청했던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저 중간에서 협회가 장난질을 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대체 어느 선까지 이 일에 가담한 건지. 그 이후에도 파견 요청은 끈질기게 왔으나 문도하는 단칼에 거절했다. 애초에 고려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었고, 이서윤이 이곳에 있는 지금은 더더욱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때는 알아봐야 한다고 같은 편인 척 입을 놀리더니 이런 꿍꿍이였던가.

여론을 선동하기 위해 한발 물러나는 척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 후에 진짜 일본 정부에서 말이 흘러나온 게 맞다고 판명 난다면 교묘하게 말을 바꿀 작정으로 말이다.

이쪽이 단순히 일본 정부의 진짜 의향이 아니라는 핑계로 그걸 거절했다면 추후에 외통수를 맞았을지도.

“머리를 열심히 썼군. 칭찬해주지.”

―하하.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군요. 그나저나, 요새도 맡은 업무는 빠짐없이 잘 소화하고 계시다지요?

“말 돌리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차갑게 일갈하자 조금 뜸을 들이던 이강덕 이사가 본론을 말했다.

―위에서 찾으십니다.

* *

더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이 야심한 밤 문도하를 초대한 곳은 협회장실이었다. 입구부터 휘황찬란한 현판을 걸고 내부를 온통 고급 가구로 채운 것을 보니 주인의 성정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왔군.”

그 비대한 몸만큼 거대한 의자에 앉은 늙은 인간의 얼굴에는 욕심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문도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종래에는 협회를 향해 매서운 손가락질을 할 때부터 이 순간을 떠올리긴 했다.

그가 에스퍼로 각성하고 난 후로 맨 처음 정치싸움이라는 걸 하게 만든 장본인.

‘협회’로 통칭되어 벌어지는 모든 일은 이 두꺼비 같은 인간의 의지에 따른 결과였다. 혐오를 채 감추지 못한 문도하는 삐딱하게 선 채로 말을 뱉었다.

“……용건만 간단히 하시죠.”

건방진 그의 말에도 인자한 척 웃음을 띠고 있었으나 협회장은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협회장의 뒤에 경호라도 서듯 기립한 에스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가 단적으로 자신과 에스퍼를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구도였다.

한낱 준정부기관이 가졌다 하기에는 지금의 협회, 통칭 ‘에스퍼‧가이드 관리 협회’의 권한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몬스터와의 전쟁 속에서 생겨난 기구였던 덕분에 협회는 탄생 당시부터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때에도 이미 노회한 정치인이었던 협회장은 이런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파격적인 일들을 단행했다.

인류는 기어코 몬스터를 막아냈고, 덕분에 표면적으로는 그 모든 일에 빠짐없이 끼어 있던 협회의 위상이 무척 높아졌다. 실질적으로 그 안에 녹아 있는 에스퍼의 핏물 값을 아는 클랜을 제외하고.

그다음부터는 계속해서 빼앗는 싸움이었다. 협회의 말도 안 되는 권한을 빼앗고 또 없애는. 그럼에도 협회는 아직도 문도하를 상대로 이런 짓거리를 할 능력이 있었다. 법 따위 무시하면서 진즉 그 뿌리를 뽑았어야 했다는 생각은 이따금 문도하를 자극했으나, 지금만큼 후회가 되는 순간은 없었다.

문도하는 오연하게 협회장을 내려다보았다. 쓸모 있는 말이 아니라면 감히 그를 여기까지 불러낸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듯이. 아직 키가 작았던 어린 시절의 그를 윽박지르며 협회장이 보여줬던 태도를 이 순간 고스란히 돌려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는 협회장의 얼굴에 아주 잠깐 실금이 갔다. 하지만 뼛속까지 정치인답게 협회장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가 절대 이곳을 뛰쳐나갈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요새 가이드가 말을 듣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지?”

습관적으로 눈썹을 꿈틀할 뻔했던 문도하는 가까스로 그런 자신을 추슬렀다. 협회장이 ‘가이드’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의 어감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암시를 담고 있었다.

그가 이서윤이 가이드인 걸 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문도하를 떠보자는 단순한 수작일 수도 있다. 너구리 같은 작자이니 절대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마음과는 반대로 선명한 비웃음을 날리며 그는 협회장의 탐욕스러운 눈을 마주 보았다. 이대로 눈을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여태 그 난리를 떤 이유가 그겁니까? 이서윤이 가이드라서, 혹시라도 내 운명일까 봐?”

이제야 협회의 무모한 짓거리가 납득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의 운명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정도는 되어야 모험을 할 유인이 생기겠지. 이강덕 이사가 이제 와 포섭된 인물인지 처음부터 심어 둔 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기회는 그를 써먹기 아주 좋은 자리로 보였으리라.

그저 문도하가 신경 쓰는 인물과 문도하의 운명인 인물은 그 값어치가 달랐다. 새삼 사람의 가치를 이렇게 생각하는 게 역겨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딱 저들이 생각하는 방식일 테니까. 최소한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차가운 비늘 덮인 손 하나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기이한 예감이 구체화한 그 감각이 날카롭게 문도하를 자극했다.

협회장은 다시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쐐기를 박듯 선언했다.

“하하. 이서윤은 자네의 운명이 맞지. 그렇게 날 세울 것 없네.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일 테니.”

단순히 떠본다고 하기엔 협회장의 음성엔 큰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사이 에스퍼의 운명을 찾아내는 기계를 발견한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폭주하던 문도하가 가이딩을 받는 장면을 본 것도 아닐 테고, 뭘까.

침묵을 선택한 문도하에게 협회장은 화두를 던졌다.

“운명이 정말 등급으로 맺어진다고 생각하나?”

“아니라고 생각하기엔, 예시가 너무 많지 않나?”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문도하는 협회장과 똑같이 빈정거렸다. 일단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듯이. 다만 한번 그의 발목을 잡은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은 협회장이 슬그머니 일어나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미니바로 다가갔다. 값비싼 양주를 컵에 따르며 말을 계속 잇는다.

당연하게도 컵은 하나였다.

“그래, 그게 정설이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었지. 가령, 자네에게 운명이 나타나지 않는 일 같은 것 말일세. 그래서 우린 그간 다른 가설을 생각했었지.”

“…….”

“바로 희소성이네.”

말에 질량이 있다면 쿵 하고 그의 고막을 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도하는 이 나라의 유일한 S급 에스퍼였다.

간혹 외국에서 에스퍼와 가이드의 운명이 닿는 일도 있긴 했으나 대부분은 같은 나라, 혹은 적어도 같은 대륙 내에서 이뤄지곤 했다.

그리고 이서윤은, 행방이 확인된 이 나라의 유일한 E급 가이드였다.

말은 가설이라지만 협회장은 확신을 담아 말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놈이 이미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면, 이제 이서윤이 그의 운명이 아니라는 연막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게 확실해질 때까지 이서윤을 물고 늘어질 테니.

아지랑이같이 손끝에 스치기만 했던 그의 불안감이 급격히 의식 위로 부상했다.

그동안은 그저 이서윤을 노리는 무리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컸다. 그녀의 삼촌이 이서윤을 노리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일어나던 일이었다. 이서윤이 협회의 감시를 받고 있던 것도, 그녀가 본래부터 가이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도하의 존재는 단순히 이서윤의 인생 중간에 끼어든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문도하가 원인이었던 건 아닐까.

습관적으로 넥타이를 풀어 내리려는 손을 멈췄다. 그의 반응을 뱀처럼 살피는 작자 앞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자제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폭풍우 치는 바다보다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이 나라에는 몬스터 루어 수십 기를 파괴해가면서 얻을 만한 가치 있는 물건이 없었다.

문도하 자신이라는 전략 무기를 제외하면.

“자네도 이미 파악했겠지만, 이서윤은 이미 협회의 감시 대상이었다네. 보호자로 등록된 삼촌의 통제에도 따르지 않고 가출을 했다는 모양이더군. 생각이 제대로 박힌 보호자 덕분에 어릴 적엔 그래도 꽤 협조적으로 굴었는데 말이지.”

“…….”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자네가 나타났지 뭔가.”

히죽 웃으며 술을 마시는 협회장의 얼굴은 뱀과도 같았다. 꼭 그를 무기로만 보는 협회장의 시선에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분노가 그를 사정없이 부수고 사라질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가슴엔 의문점만 하나 남았다.

분명 그는 저 빌어먹을 시선을 없애려고 오랜 세월을 싸워 왔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까.

그저 이서윤의 위치를 살피고 그녀가 안전한지가 알고 싶었다. 그를 여기까지 끌어들인 이상, 이들은 이서윤을 납치하기보다 그와 협상하는 쪽을 택했다는 걸 아는데도 그랬다. 그는 초조함을 애써 숨겼다.

“우린 그저, 가이드 통제를 위해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네.”

통제라는 말을 들으니 이상한 교리를 내세우던 사이비 교단이 생각났다. 상대가 저렇게 나불댈 때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문도하는 겨우 쓸 만한 질문을 내뱉었다.

“자금을 빼돌렸다더니, 이따위 사이비 교단을 세우는 데 낭비하고 있었나?”

적절히 정보를 주고받겠다는 심산인지, 술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간 협회장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건 그저 연막에 불과하네. 멍청한 국민들에겐 믿음이 필요한 시대긴 하니까.”

선명한 비웃음이 살찐 볼에 더덕더덕 내려앉았다. 그 혐오스러운 광경을 보면서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문도하는 못내 한스럽다.

“이서윤을 우리에게 보내게. 그럼 통제를 도와주지.”

마치 문도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없다는 저 확신이 그를 아프게 찌른다. 서로 탐색하듯 고요히 시선을 마주치지만, 욕심 이외의 것을 읽어 낼 수는 없었다.

그 시커먼 욕망을 마주하자 문도하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어코 아픈 단상이 하나 떠올랐다. 애써 누르고 외면하면 사실.

그녀를 둘러싼 불행이, 모두 그 때문이라면.

* *

“협회장이 눈치를 챘다고요?”

아침부터 문도하의 집 서재로 달려온 박남일 실장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괴성을 냈다. 이내 옆방에 있을 이서윤을 의식해 한껏 목소리를 낮췄지만, 불필요한 일이라는 걸 문도하는 잘 알았다.

이서윤의 수발을 본격적으로 들면서부터 문도하는 그녀를 그의 침실에 데려다 놓았다. 사실 그곳이 싫다면 거실로 움직이는 모습이라도 보길 바란 짓이었지만, 이서윤은 그저 놓인 자리에 얌전히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제안을 한다는 겁니까 그 작자는.”

협회장에 대한 오랜 원한은 클랜의 상층부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를 갈 듯 초조하게 문도하의 반응만 살피는 실장에게 문도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구체적인 얘기를 전했다.

그걸 다 들은 실장은 들어올 때부터 옆구리에 끼고 있던 파일을 하나 문도하에게 건넸다.

“……저야 두 분이 운명인 걸 확실히 아니까 그럴지 몰라도, 그 희소성이라는 건 어쩌면 맞는 가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내민 파일에는 그간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있던 나머지 E급 가이드의 상세한 행방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사이비 교단을 전수조사하며 발생한 실종자와 대조를 한 모양이었다. 대부분 사망이 확인되었다.

그들이 사이비 교단으로 끌려간 게 맞다면,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어쩌면 놈이 직접 희소성 운운한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협회의 검은 손으로 이서윤이 유일한 E급 가이드가 되도록 만들었을 테니.

“그런데, 그런 소리를 듣고 그냥 돌아오셨습니까?”

“그래.”

뭔가 수습해야 할 사고를 치고 오진 않았는지 궁금해서 물었지만, 문도하는 그저 덤덤히 대답할 뿐이었다. 이번엔 그 고요함이 실장의 감을 자극한다. 가만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았으니까.

한참을 서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책상을 톡톡 건드리던 문도하는 돌연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주 찰나의 고민 끝에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건다.

침묵은 길지 않았다. 상대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실장은 일단 입을 다문 채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리곤 이어지는 문도하의 대답에 소리 없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

“대신 제대로 된 방법인지부터 확인해야겠어.”

아무래도 정황상 그들이 제시한 방법을 받아들이겠다는 수락과도 다름없었다. 가이드를 통제하다니, 대체 뭐기에. 떨리는 눈으로 그런 문도하를 바라보면서 실장은 마른 침을 삼켰다.

도무지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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