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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그> (1/6)

<1. 다시 그>


저녁 7시. 백화점 창립기념일 파티가 계열사 리조트 파티홀에서 시작됐다. 그 안에 불순물처럼 어정쩡하게 자리한 김우희.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오프숄더 시스 드레스 밑단을 끌어 내리며 한숨 쉬었다. 밑을 당기면 위가 드러나는 웃지 못할 굴레에 갇혀 있었다.

분명 노출이 과하단 말을 했지만, 새어머니는 못 들은 척하며 단장을 강행했다. 그 불편함을 우희가 고스란히 떠안은 형국이었다.

유연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를 건성으로 흘려들으며 언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셈했다. 파티를 발판 삼아 실속을 챙기는 고상한 사냥은 우희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부모의 강압에 떠밀려 참여한 자리였다. 내키진 않지만, 부모의 뜻을 잘 따라두어 나쁠 건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버지의 점수를 따야 했다.

세기의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부모의 허락받기 위해 벌벌 기는 모양이라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었다.

우희는 새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은행장 손주와 기계적으로 인사를 나누며 눈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이번 인사만 끝나면 화장실을 핑계로 빠져나가야지.

“따님께서 이렇게 미인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표님께서 여태 꼭꼭 숨겨두신 게 이해됩니다.”

은행장 손주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부를 떨었다. 그러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새어머니 주선혜가 말했다.

“보시다시피 우리 우희가 워낙에 숫기가 없어서 이런 자릴 불편해해요. 내 자식이라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희는 적절치 못한 단어가 배합된 주선혜의 말을 곱씹으며 문가를 살폈다. 탈출의 바람을 담은 그녀의 눈동자가 불시에 커졌다.

짙은 어둠을 맞닥뜨린 것처럼 몸이 굳었다. 눈을 깜빡이며 시야를 정돈했으나 제대로 본 게 맞았다. 진무헌이 서 있었다.

그가 왜 여기에 있지? 정말, 진무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도주하다 덫에 걸린 사슴처럼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무헌은 처음 만났던 때처럼 예고 없이 나타나 멈춰버린 우희의 시간 안을 깨부수며 떨어졌다. 째깍. 째깍. 째깍. 고장 난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 심장이 뛰고 피가 뜨겁게 회전했다.

그가 여유로운 동작으로 파티장 내부를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파티장 입구를 벗어난 무헌은 단번에 우희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가 목표를 정한 듯 곧장 홀을 가로질러 왔다. 사냥감을 확인한 범처럼 주저 없는 걸음이었다. 그의 뒤로는 그쪽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새로운 수하도 함께였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희의 숨소리가 애처롭게 갈라졌다. 몸에 새겨진 무헌의 목소리, 향기, 언어가 밀려 들어와 녹녹하게 묻어둔 감정을 일깨웠다.

높은 힐에 지탱한 두 다리가 추락하듯 힘이 쭉 풀렸다. 탄식하며 테이블을 짚었다.

“괜찮으세요, 우희 씨?”

은행장 손주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예의 있게 물었다. 다만 불필요한 친절이었기에 우희는 이마를 찌푸리며 난감한 티를 냈다.

“네. 괜찮아요.”

“이리 기대세요.”

“죄송한데, 손 좀 놔주시겠어요?”

무헌을 의식해 서둘러 남자의 팔을 밀어냈다. 남자의 손목이 뎅겅 잘려나갈지 모를 일이었다. 무헌은 그토록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무헌은 제집인 양 유유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메마른 태양 같은 시선이 우희를 바싹 태웠다. 건조하게 작렬하는 눈빛.

무헌의 곁에 있으면 말라비틀어져 가는 잡초가 되었다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선인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이 두려웠다. 무헌은 그녀의 목숨줄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무헌이 비로소 코앞에 당도했을 때 우희는 은행장 손주를 등지며 어깨를 돌렸다. 오로지 무헌만 상대하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입 밖으로 말은 나오질 않았다.

다신 만나주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할까. 아니면 기다렸다고 할까. 우선 잘못을 빌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무헌은 기회를 주듯 우희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옆에선 주선혜가 눈썹을 찡긋거렸다. 볼일이 있는 것처럼 찾아와선 말을 아끼는 그의 무례함이 의아한 거다.

무헌의 인사말을 기다리던 주선혜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의문을 드러냈다.

“실례지만 어디서 봤었죠? 흔한 마스크는 아니라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약간 기대를 품은 목소리로 주선혜가 말했다. 무헌이 지닌 분위기만으로 그의 위치를 가늠한 듯이 부쩍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무헌이 내리깐 시선을 우희에게 빈틈없이 박아 넣고 대꾸했다.

“최근이라면 2주 전 홍콩 선상에서 봤습니다.”

“크루즈에서 봤군요.”

주선혜는 오늘 창립기념일을 맞은 백화점과 같은 계열사인 동람 식품 대표였다. 주선혜의 해외 출장에서 두 사람이 맞닥뜨린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우희는 초조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헌의 뒤에서 남자가 튀어나와 고개 숙였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비서, 유태준입니다.”

그가 주선혜에게 내민 것은 말랑한 재질의 명함이었다. 유 비서가 명함을 보기 좋게 건넨 덕에 우희도 명함의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준대 호텔 진무헌 대표.]

호텔 대표? 우희는 몰랐던 직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헌은 건축과 금융, 유통 관련 조폭 사업에 몰두하는 거대 조직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텔이라니?

우희는 양지의 직함을 달고 나타난 무헌을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바라보았다. 그가 맞닿은 눈빛만으로 그녀를 압도했다. 우희는 겁먹은 작은 새처럼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김우희.”

낮은 목소리였다. 딱딱한 듯했으나 약간의 노곤함이 담긴, 미미한 짜증이 깃든 음성.

“내 휴가를 파투 내놓고, 다른 데서 꼬리를 흔들고 있나.”

내가 언제 꼬리를 흔들었다고. 우희가 억울함을 담아 치켜든 눈꼬리를 실룩였다. 그녀가 꼬리를 흔들고 싶은 사람은 무헌이 유일했다. 그도 그걸 잘 알았다.

“아, 진 대표님이셨군요. 부임 축하드려요. 관장님 통해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형님들 쪽만 안면을 터서 몰라뵈었네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주선혜가 우아한 손짓으로 무헌의 비서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러곤 무헌의 의도가 궁금한 듯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 우희랑은 어떻게 아시나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 우희가 누구랑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 진 대표님과 친분이 있다는 게 놀라워서요.”

무헌의 시선이 그제야 주선혜를 향했다. 오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주선혜가 무언가 깨달은 듯 짧게 탄식했다.

“이런. 내가 눈치가 없었네요.”

“자리 비켜달란 말이 필요합니까.”

“내 정신 좀 봐. 가봐야 할 데가 있었는데. 그럼 얘기 나눠요.”

말을 마친 주선혜가 한 번 더 무헌을 흘긋 바라보았다. 무헌의 관심이 오로지 우희에게 닿아 있단 것을 깨닫고선 닭 쫓던 개가 된 은행장 손주를 수거해서 사라졌다.

사위가 조용해졌다. 워낙 구석진 곳에 있었기에 주변이 한산한 탓도 있었다. 넓은 홀에 무헌과 둘만 남은 기분이 됐다.

무헌이 서서히 우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발가벗겨져 기어 다니던 별장에 선 것처럼 부끄러워졌다.

파티복을 빙자한 얇은 천 쪼가리를 걸쳤다는 사실이 알몸보다 더 창피하게 느껴졌다. 천덕꾸러기 딸을 결혼 시장에 내던지기 위해 선정적인 포장지를 택한 부모의 계산을 무헌은 전부 꿰뚫어 보았을 거다.

우희가 천 년쯤 막혔던 숨을 토해내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어떻게 오셨는지가 궁금해?”

“…그럼 왜 이제 오셨어요?”

우희가 눈물을 쏟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툭하면 집 나가는 강아지 버릇이 워낙 고약해야지. 이제 좀 고쳤나?”

한 달이란 짧은 시간 동안 진무헌을 알았다. 또 두 달이란 짧은 시간 헤어져 있었다. 고작 석 달. 무헌이 스며든 시간은 90일이 채 안 되는데 끊을 수 없는 끈끈한 무언가가 둘 사이에 존재했다.

“스스로 돌아올 생각은 안 하지.”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요. 저는, 진무헌 씨가 저 잊어버리신 줄 알았어요.”

“이거 아직도 꽃밭에 가 있네.”

“…화나셨어요?”

우희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어떨 것 같은데.”

날숨이 쓰리게 우희의 목 안쪽을 훑었다. 무겁게 내리찍는 시선을 보고 있자 무헌이 채운 목줄이 한 번도 풀린 적 없단 생각이 들었다. 무헌의 손과 연결된 사슬은 계속해서 그녀를 속박하고 있었다. 그가 허락했기에 줄이 길어졌고 여기까지 달아날 수 있었던 것뿐이란 걸 막 느꼈을 찰나였다.

“살 빠졌네.”

그가 우희의 뺨을 손끝으로 툭 쳤다. 살짝 닿은 체온이 불씨가 되었다. 둑이 터진 것처럼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섹스 후 다정하게 입을 맞춰주던 온기와 그녀의 입맛에 맞춰 채워준 식탁. 그 다정함을 누리지 못해 살이 빠졌노라고 말한다면, 무헌은 뭐라고 할까. 자초한 일이라며 벌을 내릴까? 그 뒤엔 잘 견뎠다고 칭찬하며 고삐를 더욱 졸라매려나.

무헌과 만났단 생각에 안도감이 출렁였다. 이젠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란 결심을 다지자, 인공적으로 부풀린 속눈썹이 점차 젖어갔다.

“사람 없는… 곳으로 가요.”

“또 다리 벌릴 생각이 먼저지.”

“안 벌린다고 하면 억지로 벌리게 할 거면서.”

입술을 비죽인 우희는 앞장서 홀을 나섰다. 파티장을 빠져나오긴 했으나, 처음 오는 곳이라 사실 구조에 어두웠다. 이리저리 헤매며 볼품없이 안내판을 찾아 읽던 그녀의 어깨 위로 팔이 올라왔다.

“이따위로 헤맬 거였어?”

“길을 모르겠어요.”

“몸소 겪어야 아는 것도 재주야.”

그가 말하는 건 비단 지금의 상황만이 아니었다. 멋대로 그의 곁을 탈주한 우희를 향한 질책이었다.

그녀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슬쩍 멀어지려고 하자, 무헌이 어깨를 감싼 손을 좀 더 당겨 막았다.

“건방지게 굴지 말고 가자.”

“사람들이 봐요.”

리조트 로비엔 보는 눈이 많았다. 이렇게 밀착한 채로 무헌과 동행한다면 오늘 저녁에라도 약혼설이 돌지 모르는 동네였다. 그만큼 소문이 빠른 바닥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무헌과의 관계를 허락하지 못한 부친 김중혁의 반응이 심히 걱정됐다.

“우리 강아지가 또 도망갈까 봐 안심이 안 되는 게 누구 탓일까.”

“도망 안 가요.”

“내가 더 참아야 하나.”

인내심 없단 말뜻과 다르게 목소리는 태평했다. 로비의 끝으로 그녀를 인도한 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내부의 금색 벽면에 비친 그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긴장과 설렘으로 점철된 두근거림이 심장을 에워쌌다.

한쪽 어깨를 감싼 팔의 힘이 좀처럼 헐거워지지 않았다. 맨살에 닿은 손바닥이 커다랬다. 무헌은 이 강인한 힘으로 우희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곤 했다.

습관적으로 치맛단을 내리는데 허벅지 뒤로 손바닥이 들이닥쳤다.

“왜, 왜요.”

무법자는 제 땅을 누비듯 지체함이 없었다. 무헌이 보들보들한 살을 주무르며 물었다.

“이딴 건 누가 입혔어.”

“새어머니가….”

“취향 한번 촌스럽네.”

무헌과 생각이 통했단 이유로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우희가 허리를 살짝 뒤틀며 불편함을 표했지만 기다란 손가락은 바득바득 치맛단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예요.”

“누구 눈에 들게 하고 싶어서 다 벗겨서 내보내. 아까 그 멀대?”

은행장 손주를 말하는 건가. 이름도 벌써 잊었는데 얼굴이라고 기억날 리 만무했다. 그 사이 층을 나타내는 숫자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희가 아무리 길눈에 어두워도 그가 누른 층이 리조트 객실이란 걸 모르진 않았다.

“아… 들어가서….”

“이 속옷도 그 멀대를 위한 거고.”

달라붙는 드레스 라인을 의식해 입은 티팬티를 옆으로 젖히며 무헌이 물었다. 이내 뒤쪽 끈 사이로 길쭉한 손가락이 침투했다. 우희는 차마 밀어내진 못하고 허리를 앞으로 뺐다.

“아까 우리 엘리베이터 탈 때… 아버지랑 눈 마주친 것 같아요. 혹시 봤어요?”

“봤으면 떡 치러 가는 줄 알겠지.”

“그걸 말이라고… 읏.”

“지금은 김 의원 말고 다른 걸 무서워해야 할 것 같은데.”

“흣….”

엉덩이를 파고든 티팬티가 위로 당겨지며 성기 틈새와 주름진 뒷구멍을 자극했다. 우희는 힐의 뒤꿈치를 들며 자극을 줄이려 노력했다.

“제발… 그만.”

“제발 그만 뭐, 다시 사라져 줘?”

“아니, 싫어. 흣… 아버지가 아직 마음을 안 바꿨어요.”

“이 좆 같은 드레스를 보니까 오늘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드네.”

무헌이 풍선처럼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꽉 쥐었다. 살점을 둥글게 치대다가 뒤가 벌어질 정도로 옆으로 벌렸다.

“흐읏….”

“순서가 틀렸어.”

“제발… 들어가서 해요.”

“내 좆 받을 생각밖에 없다고 아양부터 부렸어야지. 그래도 봐줄까 말까인데.”

“아, 안 돼….”

“안중에도 없는 티를 내면, 내가 열 받잖아.”

두 다리가 들릴 만큼 거센 힘이 엉덩잇살을 쥐어 올렸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린 순간 그가 치맛단을 내리고 손목을 잡았다. 때맞춰 열린 엘리베이터 밖으로 딸려 나갔다.

손목을 잡고 앞서가는 무헌의 모습이 낯설었다. 올려다봐야 할 만큼 큰 키와 앞을 가리는 넓은 어깨는 그대로지만, 평소완 다른 분위기였다. 언제나 여유로웠던 그가 성급하게 카펫을 짓이기며 초조한 듯 굴고 있다.

두 달 전, 우희는 멋대로 그를 떠나며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껏 우희는 그날의 선택을 후회했다.

“열어.”

카드를 스쳐 고개를 까딱인 무헌은 돔과 섭이라는 관계를 주장하고 있었다. 우희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수직적인 관계. 우희는 그의 독단적인 모습에 반항할 마음은커녕 흥분했다.

이미 밑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우희가 걸을 때마다 티팬티의 얇은 면적 밖으로 새어 나온 애액이 허벅지 사이에서 미끄럽게 마찰하고 있었다.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뒤쪽으로 무헌의 향이 엄습했다. 조금 전 잡혔던 한쪽 엉덩이가 욱신거리며 매서운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우희의 움직임에 맞춰 호박색 실내등이 은은히 발광했다.

“잠깐 얘기부터 해요.”

다급히 말하며 우희가 채 몸을 돌리기도 전에 무헌이 내리누르듯 말했다.

“내 강아지가 지고지순하게 구멍 잘 지켰나 확인부터 해야지.”

가볍게 문을 눌러 닫은 무헌이 언뜻 지겨워 보이는 시선을 그녀에게로 내던졌다.

“기다려야 되나.”

“…아니요.”

겨우겨우 바닥을 버티고 있던 두 다리가 굽혀졌다. 우희는 고이 접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주먹을 허벅지 위로 올렸다.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이 드러나게 맞춰 입은 스커트가 하반신을 조이기 시작했다.

“치마 올려.”

우희는 다시 허벅지를 펴고 일어나 치마를 허리까지 걷었다. 다시 앉자 앞을 겨우 가린 속옷이 샅 사이로 파묻혔다. 통통한 대음순을 압박한 속옷이 수치스러웠다. 음모가 삐져나올 만큼 면적이 좁은 속옷에 할 말이 없어졌다.

무헌은 소유욕이 강했다. 종속되는 게 좋은 우희도 겁에 질릴 만큼 무헌의 욕망은 도화선이 없는 폭약처럼 갑자기 터져 나오곤 했다.

“허락도 없이, 개 같은 꼴을 했어.”

그의 구둣발이 시한폭탄의 카운트를 세듯 규칙적인 경고음을 남기며 그녀 곁을 스쳐 갔다. 테이블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무헌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를 만났을 때부터였다. 무헌만 보면 학습된 개처럼 밑구멍이 애액을 토해냈다. 우희는 가는 신음을 토했다.

“흣… 주인님.”

“좆 같이 알면서 주인은 무슨.”

두 손으로 대리석 바닥을 짚은 우희가 주인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잘못… 했어요.”

아아. 바라왔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등줄기가 쩌릿하게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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