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왕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혼인 명령이 떨어졌다.
‘데본셔의 캐번디시 공작가와 갤러웨이의 스튜어트 백작가의 혼인을 명한다.’
캐번디시 공작가가 어디인가.
명성으로나 재산으로나 여왕 위에 있다는 잉그린트 최고의 가문이다.
스튜어트 백작가는 어디인가.
허울뿐인 백작위와 황량한 갤러웨이 영지만이 전부인 스코틀린의 가난뱅이다.
그럼, 신랑이 될 데이모스 캐번디시는 어떠한가.
잔혹하고 방탕한 망나니다.
이런, 신부가 될 프시케 스튜어트는 어떠한가.
음침한 갤러웨이 성의 붙박이 유령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이 혼인의 무탈한 성사를 위해
공작가의 사생아. 반쪽짜리 캐번디시.
리던 숙녀들의 가슴에 황금화살을 쏘아대는 미남자.
에우로스 캐번디시가 스코틀린으로 떠난다.
푸른 수레국화와 노랑나비의 기억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