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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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깍듯한 목소리에 희민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보자마자 그의 표정이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일그러졌다.

"아까 그 미친놈이잖아.”

희민의 입에서 가차 없는 욕설이 내리쳤다. 하얀 피부에 반듯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것대로 오싹한 자극이 일었다.

날 향해 더 심한 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염원을 담은 눈으로 희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 새끼 눈깔이 왜 이래?”

희민은 미간을 찡그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진저리를 치는 그에게로 한 발 다가갔다.

"저랑 식사 같이하실래요?”

"방금 전까지 네 밑에 깔리는 시늉 했는데 밥이 넘어가겠냐, 미친 새끼야.”

도저히 그에게 틈이 없었다. 촬영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내 자지를 입에 물었으면서.

‘흣…….'

희민이 붉은빛 입술 사이로 내 성기를 빨아들이자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어떻게든 싸지 않으려고 희민을 바라보며, 그가 다른 남자들과 섹스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기가 더욱 흉흉하게 꺼떡거렸지만 효과가 있어서 파정에 다다르진 않았다.

양 감독이 손을 강하게 내저으며 이제 싸도 좋다는 신호를 하자 즉시 그의 얼굴에 하얀 액체를 흩뿌렸다. 눈가와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정액을 손으로 쓸어 입술로 핥으며 희민이 살짝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정액을 보는 순간 다시 성기가 강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희민은 순식간에 빳빳해진 내 성기를 볼에 비비며 살짝 눈을 감았다.

‘컷!'

양 감독의 흥분에 찬 컷 사인과 함께 희민은 즉시 잡고 있던 내 좆을 뿌리쳤다. 방금 전까지의 황홀한 표정과는 달리 온통 역겹다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의 흥분을 자극했다. 침대 위에서 저렇게 날 싫어하는 희민의 양 허벅지를 잡고 강제로 박아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 새끼 미친놈이긴 한데 정력은 세네. 얼굴도 잘생겨서 화면발도 잘 받고. 다음에도 나와.'

양 감독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또 영상을 찍게 생긴 희민의 얼굴이 샐쭉해졌다. 언뜻 씨발, 하며 나직한 욕설을 내뱉은 것 같기도 했다.

희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며 툭 쏘아붙였다.

"네가 아까 키스하는 바람에 식욕이 더 떨어졌어.”

붉은 혀를 내밀며 웩, 하는 시늉을 해 보이는 희민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그렇게 별로였어요?”

"너 아다지.”

거침없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희민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박는 척하는 것도 요령 없고, 자꾸 배우 앞에서 앞이나 세우고.”

"세워야 하는 배역인데요.”

"넌 다른 배우들이랑 느낌이 달라. 진짜 내 안에 넣으려고 하잖아.”

희민의 싸늘한 목소리에 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나요?”

"뭐래, 또라이 새끼.”

날 노려보는 희민의 목소리에 짜증이 들어찼다. 그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경험 없는 게 싫다면 다른 사람이랑 연습이라도 하고 올게요.”

희민은 대답하지 않고 날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저랑 같이 식사하러 갈래요?”

"내가 왜?”

짜증 난다는 목소리로 톡 쏘아붙인 희민은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가녀린 뒷모습이 뒤에서 꼭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남겼다. 오랫동안 집에 가지도 못한 채 그가 사라진 길목만 쳐다보았다.

희민을 처음 발견한 날은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기본적인 욕구를 어서 해결하고 싶은 날. 게이 동영상을 검색하다가 신인 배우를 홍보하는 배너를 보고 클릭했을 뿐이었는데.

화면을 응시하던 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렇게 완벽한 내 스타일의 남자는 바에서도, 클럽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성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우수에 찬 표정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귀퉁이엔 신인 배우 희민이라는 조잡한 폰트의 자막이 떠 있었다.

다른 남자의 좆을 물고 있는 입술엔 꽃물이 든 듯 붉은빛이 피었다. 입술과 대조되는 창백할 정도의 하얗고 말간 피부. 렌즈를 올려다보는 새카만 눈동자를 품은 희민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아름다운 배우는 처음이었다.

가녀린 반라의 몸이 만져보고 싶게 나긋했다. 체모도 없이 맨질한 둔덕의 연분홍빛이 감도는 그의 성기를 보자 파정에 다다를 듯 성기가 미친 듯이 꺼떡거렸다.

"이름이 희민…….”

침을 꿀꺽 삼켰다. 영상 다운로드 수는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색기를 품은 나른한 표정과, 눈을 질끈 감는 타이밍과 가녀린 몸 선 모두 최고였다.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단기간에 수십 편의 작품들을 쏟아냈다. 평범한 수위에서 점차 기구를 사용하거나, 여러 명의 남자가 나오는 등의 최고 수위의 작품도 몇 건이나 찍었다.

실제로 그를 만나보고 싶다.

희민의 상대 배우는 항상 바뀌었다. 같은 인물이 이어져가나 싶다가도, 어느샌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어 있곤 했다. 자꾸 촬영에 차질이 생겨 교체되는 것이라는 말을 얼핏 들었을 때, 난 결심했다.

그의 상대역이 되기로.

진짜 박는 게 아니고 박는 시늉만 하는 거란 걸 알고 나서 어찌나 허탈했는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희민과 몇 번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이 솟아오르는 소유욕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게 더욱 넘쳐흐르고 있었다. 희민이 사라진 곳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무 데도 보내지 않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하여 내 옆에만 묶어두고 싶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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