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계약 결혼인 줄 알았더니 계략 결혼이었습니다

“부부가 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이상합니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
고개를 갸웃하던 제빌이 뭔가를 알았다는 듯 제 셔츠에 손을 올렸다.
톡, 톡.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헤치자 하얀 셔츠 깃 사이로 보기와 달리 단단하게 근육이 붙은 가슴이 드러났다. 몇 번이나 봤던 소꿉친구의 몸인데도 밤의 어둠이 스며들자 묘하게 요염해 보여서, 루비나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제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하나 남은 단추까지 모두 풀어헤치곤 싱긋 웃었다. 상쾌한 미청년의 웃음에는 옅은 색기가 스며 있었다.
***
로간 제국 19대 황제이자 대륙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제 루비나드 디 테비시안.
빨리 국서를 들이라는 귀족들의 성화와, 제 멋대로 자신을 국서후보라 생각하는 젊은 귀족들의 구애에 지친 그녀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자신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옆에 있어 줄 사람.
이십삼 년동안 변함없이 제 곁을 지켜준, 그녀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남자.
"우리, 결혼할까?"
보라색 눈동자가 장난기를 가득 머금고 부드럽게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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