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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엑스트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69화 (69/200)

69화 고생했어요

“아델라인 폰 로피츠 여사님?”

아델라인이 황후궁을 나오자, 마차에서 한 라이플맨이 아델라인을 향해 다가왔다. 알렉스와 같은 제복인 걸 확인한 아델라인은 그 라이플맨을 바라봤다.

“중대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나이아… 레이크 양도 관사에서 밥 먹고 있습니다.”

“아. 그러면 안내 부탁드릴게요.”

아델라인의 부탁이 떨어지자마자, 그 라이플맨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반 발짝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관사 안 식당으로 들어가자, 일을 마치고 뒤늦게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식사 당번들 사이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는 나이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지금은 집사로 잘하고 있대?”

“그 양반은 어딜 가서도 중간은 한다니까. 나중에 나도 자리 하나 알아봐 달라고 할까.”

“그래도 멀쩡히 벌어 먹고살고 있다니 다행이다, 야.”

알렉스에게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안드레이의 유일한 가족인 나이아가 전해 주는 말은 훨씬 더 자세했기에 식사 당번들의 말과 미소는 그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상대하던 나이아는 아델라인이 온 걸 확인하자,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라인에게 다가왔다.

“아, 오셨어요?”

“어, 밥 먹고 있었네?”

“네. 근데…….”

나이아가 아델라인을 바라봤다. 어떻게 되었냐는 무언의 질문. 심각한 나이아의 표정에, 아델라인은 곧바로 그녀에게 결과를 알려 줬다.

“잘 풀렸어. 황제 폐하께서 오셔서.”

“황제… 폐하께서요?”

나이아는 놀란 눈으로 아델라인을 바라봤다. 그러다 이러나저러나, 일단 잘 되었다는 생각에 나이아는 미소를 지으며 아델라인을 향해 말했다.

“잘 되었네요.”

“점심은 다 먹었어? 구호소에 가는 일정이 촉박할 것 같은데.”

아델라인은 벽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1시 반. 마차로 열심히 달리면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도로 사정은 미지수니까.

그때, 나이아가 미소를 지으며 아델라인에게 말했다.

“아, 그건 두 시간 정도 늦췄어요.”

“아, 그래?”

“네, 여유롭게 움직이셔도 시간이 넉넉해요.”

“다행이네. 너도 밥 마저 먹고 있어. 저기 혹시…….”

아델라인이 한 병사에게 묻자, 그 병사는 아델라인이 뭘 물으려는지 알고 곧바로 알렉스의 집무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집무실에 계십니다.”

“아, 응, 고마워요. 나이아 넌 밥 먹고 쉰 다음에 집무실로 와.”

“알겠습니다.”

아델라인은 나이아의 대답을 들은 뒤 알렉스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려는 찰나, 아델라인의 머릿속에서 몇 시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분명 사고라고 합의했는데. 아직도 입술에 느껴진 그 감촉이 생생했다. 아델라인은 엄지로 입술을 만져 봤다. 그러나 결코 비슷한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입술이 뭐가 특별하다고.

아델라인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휙휙 저은 뒤, 가볍게 알렉스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델라인이에요, 들어가도 되죠?”

“들어와요.”

알렉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델라인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차를 마시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상쾌한 솔향으로 가득 찬 방 안의 향기가 아델라인을 먼저 맞았다.

아델라인은 알렉스를 올려다봤다. 장난이라도 쳐 보려 했는데, 알렉스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아델라인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알렉스에게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러자 알렉스는 고개를 저으며 아델라인에게 답했다.

“아뇨, 어째 희소식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아델라인의 표정을 보면.”

“점쟁이네, 점쟁이.”

아델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의 찻주전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알렉스는 잔을 하나 새로 꺼내 따른 뒤 아델라인에게 건넸다.

“황제 폐하께서 와서 상황이 해결되었어요. 알고 보니까 저번에 도와주신 것도 황제 폐하시더라고요.”

“그런가요?”

알렉스는 아델라인을 바라보며 차를 홀짝였다.

“…알고 있었죠?”

“나름의 연이 있는지라.”

알렉스는 그리 말하며 쿠키 통을 꺼내 뚜껑을 열어 줬다. 황후궁에서 내오는 다과보다는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그래도 입에 넣어 보니 맛있었다. 분위기가 편하니 뭐든 맛있었다.

한동안 차와 과자를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같은 침묵이라도, 알렉스와 함께하니 편하고 좋았다. 그때, 그 평온함을 누군가가 문을 열며 흩뜨렸다.

“중대장님. 일 끝냈습니다.”

“아, 아.”

알렉스나 아델라인이나, 별것 한 것도 없는데 스워포드의 등장만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게 느껴졌다. 스워포드도 그 어색함을 느낀 건 마찬가지였는지, 들고 온 서류철을 알렉스에게 건네고는 곧바로 문을 닫고 사라졌다.

“…평소에는 노크 꼬박꼬박하더니만.”

알렉스는 살짝 뜨거워진 얼굴로 이미 사라진 스워포드를 향해 원망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서는 아델라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얼굴 붉어진 거 보니까 많이 놀랐나 보네, 괜찮아요?”

자기도 똑같으면서 아델라인의 상태를 살피는 알렉스를 보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아델라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자 알렉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얼굴 붉어졌으면서. 알렉스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도, 알렉스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얹으며 아델라인의 말대로 뜨거워졌는지 확인해 봤다. 아델라인의 말대로였다. 괜스레 더 부끄러워진 알렉스는 입에 손을 가져다 댄 뒤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스워포드가 가져온 서류철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빤히 쳐다보는 아델라인의 시선을 막기에는 서류철이 너무 얇았는지, 결국 알렉스는 얼굴의 열기를 채 식히기도 전에 서류철을 내렸다.

“…왜 그리 바라보십니까, 사람 부끄럽게.”

“그냥. 보면 닳나요?”

“…그건 아니고.”

평소에는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던 알렉스가 이렇게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아델라인은 미소와 함께 알렉스에게 천천히 몸을 붙였다. 지금이라면 일방적으로 알렉스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항상 자신에게 장난을 치던 알렉스에게 무슨 장난을 쳐 볼까. 아델라인은 마치 어릴 적 엄마와 장 보러 간 마트에서 과자 매대를 앞에 두고 무엇을 먹을까 고를 때처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

아델라인은 천천히 알렉스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러자 아델라인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알렉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아델라인은 더더욱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이렇게 만지면 닳나요?”

“그것도 아니기는 한데…….”

“아니면…….”

아델라인은 마치 관성처럼, 더욱더 알렉스에게 몸을 붙였다. 알렉스와 맞닿은 부분에서 그의 체온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따듯했다. 너무 따듯하고 포근해서,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더 짓궂은 장난을 치겠다는 아델라인의 마음은 그 온기에 녹아 흩어진 지 오래였다. 결국, 아델라인은 그 상태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알렉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이렇게 해야 닳으려나.”

그때, 알렉스의 집무실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공녀님, 계신가요?”

문 너머에서 들린 나이아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마치 하면 안 될 거라도 저지른 것처럼 후다닥 거리를 벌렸다. 알렉스에게 붙어 있던 아델라인은 훨씬 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드, 들어와.”

알렉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이아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아델라인을 바라봤다.

“이제 슬슬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그러자 아델라인은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분명 알렉스와 함께 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왜 이리 시간이 빨리 지나간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델라인은 알렉스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맺혀 있었다. 아델라인은 미소를 지으며 알렉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봐요.”

“고생했어요.”

알렉스는 쑥스러움이 남아 있었는지, 서류철로 얼굴을 가리며 아델라인에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델라인은 더욱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을 나왔다.

아델라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알렉스는 얼굴의 열기를 식히며 스워포드가 건넨 보고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베른하르트 공방에서 만들어진 이 목걸이는, 경매 당시 다른 목걸이보다 더 높은 입찰액을 지니고 있었다. 수많은 보석이 들어갔지만 도그 테일 목걸이라는 양식으로 인해 매력을 깎아 먹은 상황.

높으신 분들을 향한 로비용으로는 쓰이기 힘든 목걸이였던지라, 1년 만의 베른하르트 제 목걸이였음에도 경쟁은 미적지근했다.

“근데, 그걸 누군가 압도적인 돈으로 찍어 누르고 가져갔다라…….”

알렉스는 고민을 이어 나가며 다음 장을 펼쳤다.

한 항만의 관세 납부 기록. 앤트워프 해운 소속 쾌속선 한 척이 오베른 항에서 출항, 한 주 만에 수도 근교의 항만에 입항했다는 기록이었다.

화물 대부분이 우편과 문서였기에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단 한 가지 화물만큼은 정확히 포착되어 과세를 당했다.

바로 베른하르트 공방의 목걸이. 세금 부과를 위해 오베른 경매소의 영수증까지 사본을 떠서 보유했기에, 헷갈릴 수 없었다.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상병 스워포드.”

“들어와.”

알렉스의 부름에, 스워포드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막힌 우연이군. 앤트워프 해운을 이용해 배송된 목걸이가, 아델라인을 향해 겨눠진 화살이 되었어.”

“그리고 기막히게도, 로피츠 여사가 위원회 후보로 오른 다음 날, 오베른 경매장이 경매를 열었고, 출품 목록에 이 목걸이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스워포드는 첫 장의 보고서에서 날짜를 짚어 주며 알렉스를 바라봤다.

“이런 경우가 있었나?”

“없던 건 아닙니다만, 흔하지도 않지요. 베른하르트 공방이 12월에 물량을 쏟아 내는 이유도 그때 돈 좀 쓴다는 왕실이나 가문들이 모이니까 그런 거지.”

스워포드는 그리 말하며 알렉스를 바라봤다.

“이건 황후가 벌인 짓이 아닙니다. 황후와 드라무스 후작가가 위세가 강하다고 해도 그건 국내에 한해서만이지.”

“…누군가가. 황후를 조종했다.”

“황후의 행동을 유도, 했다고 합시다. 황후를 조종 가능한 세력이라면 저는 당장 전역 신청서 쓰고 산으로 숨어들려니까.”

스워포드의 엄살에, 알렉스는 보고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더 추적이 가능하겠냐?”

“드라무스 후작 계파의 남부당 의원들이 이번에 재건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는 페드로 위원. 그리고 페드로 위원은 공교롭게도.”

스워포드는 그리 말하며 보고서의 맨 뒷장을 펴 알렉스에게 보여 줬다. 지난번 세이드의 아지트를 털었을 때 확보한 장부의 내용이었다.

“몇몇 수도 내 재개발 사업 직전에 세이드에게 돈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면.”

“세이드의 뒷배는 이번 남부 개발 사업에서 크게 한탕 하려 하나 봅니다. 아직 데이터가 없는 로피츠 여사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로 보고 페드로 위원을 이용해 제거하고자 한 거고요.”

그 말에, 알렉스는 서류철을 소리 나게 덮었다.

탕!!

“그린우드 부의장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지금은 지방 순방 중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돌아오지?”

알렉스의 질문에, 스워포드는 수첩을 꺼내 읽어 내렸다.

“8일 뒤입니다.”

“8일 뒤에 약속을 잡기엔 너무 늦어. 지금 연락을 넣어 둬. 그래야 일정이라도 빨리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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