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헤이스팅스 공작 부처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사교계에서 서로를 가장 사랑하는 부부는 세 딸을 낳은 뒤 마침내 아들을 얻었다.
본 필자는 그들이 얼마나 기쁜지 상상만 해볼 따름이다.
결국 막강한 재력을 보유한 유부남이면 누구나 다 후계자를 원한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은 아직 정식으로 공표되지 않았으나, 본 필자는 짐작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자부하는 바이다.
누나들의 이름이 아멜리아, 벨린다, 캐롤린이었으니, 새 클라이브던 백작은 데이비드란 이름 외에는 또 뭐라 불릴 수 있단 말인가?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7년 12월 15일.
사이먼은 놀라서 양팔을 허공에 치켜들었다. 신문지 한 장이 허공을 갈랐다.
"그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다 아는 거지? 아이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기로 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다프네는 남편이 계속 중얼거리며 방안을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우연의 일치였음에 분명해요."
그녀는 품에 안은 갓난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아이의 눈이 계속 파란색으로 남아 줄지, 아니면 누나들처럼 자라면서 갈색으로 변할지는 단정지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벌써 제 아버지를 꼭 빼어 닮았으니, 그런 아기의 눈이 짙은 색으로 변해 그 효과가 반감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 스파이를 숨겨 뒀을지도 몰라."
그는 양손을 엉덩이에 얹으며 말했다.
"틀림없이."
"우리 집에 스파이가 있을라고요."
다프네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데이비드의 조그만 손이 자신의 손가락을 움켜쥐는 모습에 그녀는 넋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다프네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사이먼, 말이 안 돼요. 그저 가십 신문일 뿐이라고요."
"휘슬다운......하!"
그가 투덜댔다.
"휘슬다운이란 이름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정말이지 그 망할 여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고."
"당신뿐 아니라 런던 사교계 전체가 궁금해해요."
다프네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누가 그 여자 사업을 완전히 망하게 해버려야 한다고."
"그 여자가 망하길 바란다면,"
다프네는 지적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신문을 사지 말았어야죠."
"난......"
"휘슬다운을 나 때문에 산다는 말은 할 생각도 말아요."
"당신도 읽잖아."
사이먼이 중얼거렸다.
"당신도 읽잖아요."
다프네는 데이비드의 머리에 키스했다.
"그것도 내가 보기도 전에 먼저 보면서. 게다가, 난 요새 레이디 휘슬다운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요."
사이먼은 잔뜩 의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왜?"
"우리에 대해 뭐라고 썼는지 안 읽었어요? 우릴 런던에서 서로를 가장 사랑하는 부부라고 했잖아요."
다프네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난 그게 마음에 드는데."
사이먼은 끙 소리를 냈다.
"그건 전부 필리파 페더링턴이......"
"이젠 필리파 버브룩이에요."
다프네가 그에게 상기시켰다.
"좋아. 이름이 뭐건 간에, 그 여잔 정말이지 런던에서 제일가는 수다쟁이야. 지난 달 극장에서 내가 당신을 "예쁜이"라고 부르는 걸 그 여자가 들은 뒤로는 난 아예 클럽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고."
"남자가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도 유행에 뒤떨어진 건가요, 그럼?"
다프네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이먼은 짜증난 어린 소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만두세요."
다프네가 말했다.
"당신 대답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사이먼은 수줍음과 사악함이 반반씩 섞인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자."
그녀는 데이비드를 내밀며 말했다.
"당신이 안아 볼래요?"
"물론이지."
사이먼은 방안을 가로질러 아이를 품에 받아들었다.
그는 잠시 아이를 안고 있다가 다프네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 녀석, 날 닮은 것 같네."
"알고 있어요."
사이먼은 아들의 코끝에 키스한 뒤 속삭였다.
"걱정하지 말아라, 꼬마야. 난 항상 널 사랑할 테니까. 내가 글자도 가르쳐 주고 숫자도 가르쳐 주마. 말 타는 법도 가르쳐 주지. 세상에 있는 모든 끔찍한 사람들로부터 널 지켜 주마. 특히 휘슬다운이란 여자에게서."
그리고 헤이스팅스 저택에서 그리 멀지 떨어지지 않은 우아하게 장식된 조그만 방안에서 젊은 여인이 책상 위에 종이와 잉크병과 깃펜을 두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펜으로 종이 위에 썼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7년 12월 19일.
아, 본지의 독자들이여. 본 필자는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바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