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6/23)

어젯밤 레이디 댄버리의 무도회에 참석하셨는지? 참석하지 못하셨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즌의 가장 놀라운 광경을 놓친 것이니 말이다. 

모든 파티 참석자들 및 본 필자의 눈에도 

다프네 브리저튼 양이 얼마 전 영국으로 돌아온 새 헤이스팅스 공작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레이디 브리저튼이 얼마나 마음을 놓았을지 쉽사리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다프네가 팔리지 못해 한 시즌 더 선반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면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레이디 B에게는 아직도 결혼을 시켜야 할 딸이 세 명이나 더 있다는 말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였으리라.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913년 4월 30일. 

다프네가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어머니가 옆에 버티고 서서 "난 네 엄마니까 감히 나에게 거역할 생각도 하지 마"란 시선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공작 역시 앤소니에게 어두운 복도에서 일어났던 일의 전모를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춤 신청을 거절한다면 필시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페더링턴 자매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 

얼른 댄스 플로어로 나가지 않으면 곧 그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다프네의 마음 어느 한 구석에는 공작과 춤을 추고 싶다는 자그마한 욕구 하나가 숨어 있었다. 

물론 거만하기 짝이 없는 공작은 그녀가 제의를 수락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가 "기꺼이" 나 "네"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댄스 플로어 한가운데 서 있었다. 

단원들이 조율을 끝내지 않아 오케스트라는 여전히 끔찍한 소음만 내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가만히 서서 음악이 시작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당신이 거절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오." 

공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 기회를 주시기라도 했나요?"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다프네는 대답으로 얼굴을 찌푸려 보였다. 

"게다가 공작님께선 제게 승낙할 기회도 주지 않으셨어요." 

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당신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는 거요?" 

"아뇨,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다프네는 눈을 굴리며 대답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건 좀 유치할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짓을 하면 끔찍한 광경이 벌어질 거예요.

 우리 두 사람 다 그런 일은 바라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점수를 매기듯 그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다프네는 기분이 나빴다. 

마침내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끝내고 왈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직까지도 젊은 레이디들과 왈츠를 추는 데 신청을 하고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 거요?" 

다프네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영국을 떠나 계신 지 얼마나 되었죠?" 

"5년. 그런 거요?" 

"네." 

"허락하는 거요?" 

그는 페더링턴 자매로부터 탈출할 계획이 무너질 것 같아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지요." 

그는 그녀를 안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커플들 사이로 끼여들었다. 

"다행이군." 

무도회장을 한 바퀴나 돌았을 즈음에야 다프네가 물었다. 

"오빠들에게 우리 만남에 대해 얼마나 얘기했죠? 아까 오빠들과 함께 계시는 모습을 보았어요." 

사이먼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왜 웃으시는 거죠?" 

그녀가 불안한 듯 물었다. 

"당신 자제력이 놀라워서." 

"무슨 말씀이시죠?" 

그는 어깨를 살짝 치켜올리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당신이 이토록 인내심이 강한 레이디인 줄 몰랐소. 당신 오빠들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묻기까지 거의 3분 하고도 반이 지났잖소." 

다프네는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 애썼다. 

그 얘기를 묻지 않은 건 공작이 아주 훌륭한 댄스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와 추는 왈츠가 흥겨운 나머지 그들이 아까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대답을 해드리겠소.

 내가 한 말이라곤 그저 복도에서 당신과 우연히 마주쳤는데, 당신 외모를 보고 단박에 당신이 브리저튼 가의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내가 먼저 소개를 했다고 한 것뿐이오." 

"오빠들이 그 말을 믿었을까요?" 

"그렇소."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것 같소." 

"그렇다고 우리가 감출 일을 한 것도 없지만요." 

그녀가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이오." 

"나쁜 사람은 나이젤뿐이니까요." 

"물론이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람 아직도 복도에 있을까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소만."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다프네가 말했다. 

"런던 무도회에 참석하신 지 오래되셨지요? 나이젤과 제가 대단한 환영을 해드린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소. 물론 나이젤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지만." 

그녀는 칭찬을 듣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엉뚱한 모험만 빼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겠죠?" 

사이먼은 기가 막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정말이오?" 

그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흥미로운 일이로군요." 

"내가 괴로웠다는 게 흥미롭소? 어쩌다 병이라도 걸리면 절대 당신에게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군." 

"과장하지 마세요. 그렇게 끔찍했을 리가 없어요." 

"그럴 수도 있소." 

"저보다는 덜했을 거예요." 

"아까 맥클스필드와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비참해 보이긴 하더군." 

"그 점을 지적하시다니, 무척이나 친절하시군요." 

"그래도 내가 더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오." 

다프네는 웃음을 터뜨렸다. 가볍고 유쾌한 웃음소리가 그의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정말 처절하게 슬픈 커플이로군요. 서로가 얼마나 끔찍한 시간을 보냈는지 말고도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사이먼은 침묵을 지켰다. 

다프네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글쎄. 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그가 말했다. 

다프네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좀 더 즐거운 듯이. 사이먼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웃음에 넋을 잃었다. 

"포기하겠어요."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늘밤이 그렇게 끔찍해진 거죠?" 

"무엇, 아니면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라구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데요?" 

"오늘밤 내가 만났던 모든 "누군가"들을 묘사할 형용사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 "흥미롭다"는 들어 있지 않소." 

"자, 자." 

그녀가 꾸중하듯 말했다. 

"그렇게 무례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공작님께서 제 오빠들과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저도 보았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의 허리에 얹은 손에 약간 힘을 주고 우아한 반원을 그리며 돌았다. 

"사과하겠소. 물론 브리저튼 가의 사람은 모욕의 대상에서 제외되오." 

"다행이군요." 

사이먼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야 브리저튼 가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사는 사람인걸." 

"그런 말씀을 하셨다가는 나중에 큰코다치시는 수가 있어요." 

그녀가 꾸중했다. 

"아무튼,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 거죠? 만일 아까 저와 나이젤을 만난 일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즐거울 리가 없었겠지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뭐라고 말해야 당신 기분을 상하지 않을까?" 

그가 중얼거렸다. 

"그냥 말씀하세요." 

그녀가 흔쾌히 말했다. 

"기분 나빠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사이먼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을 했다간 나중에 큰코다칠 수도 있다오." 

그녀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조명이 그리 밝지 않았으므로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사이먼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가 말을 이었다. 

"뭐, 꼭 알아야겠다면 어쩔 수 없지. 오늘 파티에 참석한 미혼 여성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소개받았소." 

다프네의 입에서 억눌린 웃음 비슷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왠지 그녀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또한 그들의 어머니들에게도." 

그녀는 목을 꿀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쁜 버릇이군. 자신의 댄스 파트너를 비웃다니." 

"죄송해요." 

그녀는 웃지 않으려고 부자연스럽게 입술을 놀렸다. 

"아니, 당신은 미안해하지 않아." 

"좋아요." 

그녀가 인정했다. 

"그래요. 하지만 그건 저 역시 똑같은 고문을 2년 동안 겪어 왔기 때문이에요. 고작 하룻밤 당했다는데 딱하게 여기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요?" 

"그냥 적당한 사람 아무나와 결혼해서 고통에서 벗어나지 그러오?" 

그녀는 그를 쏘아보았다. 

"지금 제게 청혼하시는 건가요?" 

사이먼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느꼈다. 

"아닌 줄 알았어요." 

그녀는 그를 한 번 바라본 뒤 한숨을 쉬었다. 

"아, 이젠 숨을 쉬셔도 돼요, 공작님. 저도 농담이었으니까요." 

사이먼은 뭔가 재치 있고 신랄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공작님의 질문에 답하자면." 

다프네의 목소리가 전과는 다르게 건조했다. 

"레이디에겐 원래 선택을 할 여유가 있어야 해요. 물론 나이젤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적당한 후보자가 아니라는 점은 공작님도 동의하시겠죠?"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울 초에는 캐머스 경이 있었죠." 

"캐머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사람 혹시......" 

"60대 후반이 아니냐고요? 네. 언젠가는 저도 아이를 낳고 싶었기에, 그 사람은......" 

"그 나이의 남자 중에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사람도 있긴 있소." 

사이먼이 지적했다. 

"하지만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온몸으로 혐오감을 표현하며 부르르 떨었다. 

"그 사람의 자식을 낳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짜증스럽게도 사이먼은 다프네가 나이든 캐머스와 침대에 있는 광경을 떠올리고 말았다. 욕지기가 치미는 광경이었고, 화까지 날 지경이었다.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끔찍한 광경을 굳이 그려 본 자기 자신에게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캐머스 경 전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죠. 마찬가지로 끔찍한 사람들이었어요." 

다프네가 말을 잇는 덕에 그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생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는 주의 깊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혼을 하고 싶긴 한 거요?" 

"물론이에요."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두 다 그렇지 않나요?" 

"난 아니오." 

그녀가 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공작님은 그렇게 생각하실 테죠.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결국은 결혼을 하실 거예요." 

"아니오." 

그가 딱 잘라 말했다. 

"난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요." 

다프네는 입을 딱 벌렸다. 공작의 목소리 어딘가가 그의 말이 진심임을 말하고 있었다. 

"공작 작위는요?" 

사이먼은 어깻짓을 했다. 

"작위가 어쨌단 말이오?" 

"결혼해서 후계자를 낳지 않으면 작위는 사라질 거예요. 혹은 끔찍한 사촌 그 누군가에게 가겠죠." 

그 말에 그는 우습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 사촌들이 끔찍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소?" 

"차기 작위 계승권을 가진 사촌들이란 원래 모두 끔찍한 법이지요." 

그녀는 장난스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면, 적어도 작위를 가진 남자들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정보는 남자들에 대한 당신의 해박한 지식에서 나온 거요?" 

그녀는 화가 날 정도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이지요." 

사이먼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거요?" 

그녀는 그가 갑자기 주제를 바꾸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뭐가 가치가 있느냐는 거죠?" 

그는 그녀의 손을 잠시 놓고 사람들을 가리켜 보였다. 

"이것 말이오. 이 끝없는 파티들의 연속. 당신의 팔꿈치를 끊임없이 꼬집는 당신 어머니." 

다프네가 놀랐다는 듯 쿡쿡 웃었다. 

"그 비유를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군요."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예스"예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다프네는 다시 시선을 그의 얼굴에 고정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녹을 듯 진실했다. 

"전 남편을 원해요. 가족을 원해요. 생각해 보시면 그게 그리 어리석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거예요. 저는 여덟 남매 중 넷째예요. 제가 아는 것은 대가족뿐이죠. 대가족 밖에서 살아가는 법은 알지 못해요." 

사이먼은 다프네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눈동자도 타오를 듯 뜨거웠다. 그의 머리 속에서 경고의 종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원했다. 너무도 그녀를 원했기에 온몸이 타 들어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손끝 하나 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그녀의 꿈은 산산이 부서질 테니까. 바람둥이건 난봉꾼이건, 사이먼은 그녀에게 그런 일을 하고 난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절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인데,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이다. 

다프네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그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각하?" 

다프네가 나직하게 불렀다. 사이먼이 눈을 깜박이자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공상을 하셨군요." 

사이먼은 우아하게 고개를 들었다. 

"당신의 말을 잘 생각해 본 것뿐이오." 

"마음에 드셨는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센스를 가진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해본 것이 언제인지조차 기억할 수가 없소." 

사이먼이 천천히 말했다. 

"자신이 인생에서 뭘 바라는지 안다는 건 좋은 일이오." 

"공작님은 뭘 바라는지 아세요?" 

아. 그 말에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말해서는 안 될 것들이 몇 개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다프네에게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뭔가가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비록 그의 육체는 욕망에 들떠 따끔거릴 지경이지만 말이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마침내 사이먼이 말했다. 

"난 좀더 나이가 어릴 때 몇 가지 결정을 내렸소. 난 그 맹세들을 지키며 살고 싶소." 

다프네는 그게 뭔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그녀가 약간 경직된 미소를 띠었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처음에는 그저 누가 더 끔찍한 시간을 보냈는지 논쟁을 벌이던 것뿐인데." 

두 사람은 갇혀 버린 것이다. 사교계의 관행과 기대에 갇힌 것이라고 사이먼은 생각했다. 

그때 그 생각이 떠올랐다. 기묘하고 놀랍고 당혹스러울 지경으로 멋진 생각이었다. 어쩌면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 계획대로 하자면 그녀 곁에 꽤 오랫동안 붙어 있어야 할 테니까. 그는 충족되지 못하는 열망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은 자제력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기본적인 욕구쯤은 통제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지 않겠소?" 

그가 갑자기 물었다. 

"휴식시간이라고요?" 

다프네가 멍하게 되물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무도회장을 따라 춤을 추면서 이쪽 저쪽을 바라보았다. 

"이것들로부터?"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건 아니오. 이런 것들은 여전히 참아내야만 할 테지. 내가 생각하는 것은 뭐랄까, 당신 어머니로부터의 휴식이오." 

다프네는 놀란 듯 헛기침을 했다. 

"제 어머님을 사교계에서 추방하기라도 할 참인가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당신 어머님을 추방하자는 얘기가 아니오. 오히려 난 당신을 사교계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싶소." 

다프네는 발을 헛딛고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다가 이번에는 그의 발을 밟아 버렸다. 

"무슨 뜻이죠?" 

"난 원래 런던 사교계 전체를 무시할 작정이었소." 

그가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소." 

"왠지 모르게 물 탄 레모네이드와 래터피어(아먼드로 맛을 낸 과실주)가 좋아지시기라도 했나요?" 

그녀가 빈정댔다. 

"아니오. 그 이유는, 내 대학 동창들 중 절반이 내가 없는 사이 결혼을 했고, 그 아내들은 모두 완벽한 파티를 여는 일에 열광적으로 집착을......" 

"그리고 그 파티에 모두 초대되셨다?" 

그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프네는 뭔가 엄청난 비밀을 말하려는 듯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공작님이시잖아요." 

그녀가 속삭였다. 

"싫다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그녀는 그의 턱이 긴장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 여자들의 남편들......그들은 내 친구란 말이오." 

다프네는 어느새 입술이 곡선을 그리는 것을 느꼈다. 

"친구 부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군요." 

사이먼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칭찬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저라도 그럴 거예요." 

그녀가 장난스레 말했다. 

"공작님도 결국은 좋은 분이었군요." 

"난 좋은 때라곤 없는 인간이오." 

그가 코웃음 치듯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잔인할 때도 없으실 거예요." 

음악이 끝나가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녀의 팔을 잡고 무도회장 구석으로 이끌었다. 춤이 끝났을 때 두 사람은 브리저튼 가족 반대편에 서 있었으므로, 천천히 걸어가면 대화를 끝낼 여유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아까 교묘하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을 때 내가 하려던 말은, 난 결국 사교계 행사 몇몇에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거요." 

"그래서요?" 

"당신 역시 참석하지 않고 버틸 수는 없을 텐데." 

그녀는 뚫어져라 그를 바라보았다. 

"계속 말씀해 보세요." 

"우리가......" 

그는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최면을 거는 듯했다. 

"모종의 관계를 가지면 되는 거요." 

다프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남자인지, 아니면 단지 머리가 돈 것뿐인지 판단하려고 애썼다. 사이먼이 초조한 듯 말했다. 

"진짜 관계를 맺자는 건 아니오. 세상에, 도대체 날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글쎄요, 공작님의 악명에 대해서는 진작에 경고를 받았거든요." 

그녀가 지적했다. 

"게다가 아까 복도에서도 바람둥이 같은 태도로 저를 겁주려고 하셨잖아요." 

"그런 짓은 한 적이 없소." 

"무슨 말씀을." 

그녀는 그의 팔을 두드렸다. 

"하지만 용서해 드릴게요. 공작님 본인도 어쩔 수 없이 그러셨을 테니까."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자에게 이토록 무시를 당해 본 적은 없는 것 같군." 

그녀는 어깻짓을 했다. 

"그럴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거 알고 있소? 난 당신 오빠들이 구혼자들을 다 질리게 해서 쫓아버려서 당신이 여태 결혼을 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오빠들 도움 없이 혼자서 해치운 것 같군." 

놀랍게도 그녀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아니에요. 제가 미혼인 이유는 모두가 절 친구로만 보기 때문이에요. 그 누구도 제게 낭만적인 괌심을 보여주지 않거든요."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이젤만 제외하고요." 

사이먼은 잠시 그녀의 말을 되새겨보다가, 자신의 계획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들어 봐요. 그리고 결정을 빨리 해주시오. 당신 가족들 근처에 다 왔으니까. 앤소니는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뛰어올 것 같은 기세로군." 

두 사람은 얼른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앤소니는 여전히 페더링턴 자매들에게 파묻혀 있었다. 전혀 기쁘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척하는 거요. 그렇게 되면 내 앞에도 아까처럼 많은 아가씨들이 찾아들지 않겠지, 당신 때문에라도 말이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공작님께서 결혼식장에서 성혼 서약을 하시는 날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할 걸요?" 

그건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힐 일이었다. 그가 대꾸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결국 사교계 사람들은 내가 그 누구와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요." 

"저만 빼고 말이죠." 

다프네가 지적했다. 

"당신만 빼고." 

그가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지." 

"물론이에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솔직히 전 이게 그리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공작님께서 그렇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다고 확신하오." 

"좋아요. 그럼 저는 뭘 얻는 거죠?" 

"일단은 당신 어머님도 당신이 내 관심을 끌었다고 생각하시면 더 이상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끌고 다니지 않으실 거요."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신 편인가 보군요. 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사이먼은 그녀의 빈정거림을 무시했다. 

"둘째로, 남자들이란 원래 다른 남자가 관심을 갖는 여자에게 더욱 흥미를 느끼는 법이오." 

"그 말의 뜻은?" 

"뜻이라, 아주 간단한 건데......잘난 척해서 미안하오만," 

그는 냉소적인 표정을 지음으로써 그녀가 아까 빈정거린 말을 놓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만일 세상 사람들이 내가 당신을 공작 부인으로 만들 작정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을 그저 호감 가는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았던 남자들도 당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거란 뜻이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말은 결국 공작님께서 저를 버리신 뒤에 전 그냥 제 주위를 둘러싼 남자 중 하나와 결혼을 하면 된다는 뜻인가요?" 

"아, 헤어지자고 한 쪽은 당신이 되게 해주겠소." 

그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제 생각에는 우리 두 사람의 계약에서 제 쪽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는 것 같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가볍게 그녀의 팔을 쥐었다. 

"그렇다면 하겠소?" 

다프네는 먹이감을 찾아 헤매는 독수리 같은 페더링턴 부인을 쳐다본 다음 목에 닭 뼈가 걸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수없이 보아 왔던 표정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또 다른 운 나쁜 남자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던 그 표정. 

"네."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 하겠어요." 

"도대체 왜 저렇게 시간을 끄는 걸까?" 

바이올렛 브리저튼은 장남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딸은 헤이스팅스 공작의 관심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 같았다. 헤이스팅스 공작. 런던에 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올 시즌 최고의 대어가 된 남자. 

"잘 모르겠습니다." 

앤소니는 다음 목표를 찾아 이동하는 페더링턴 모녀의 뒷모습을 감지덕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벌써 거의 한 시간 정도 저러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가 다프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바이올렛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다프네가 정말 공작 부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니?" 

앤소니의 눈이 초조함과 불신으로 가득 찼다. 

"어머님, 다프네에게는 그와 있는 모습조차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결혼을 생각하시다뇨?" 

"너무 성급하게 말을 한 것 같아." 

바이올렛은 태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알고 보니 매너 좋고 교육 잘 받은 신사더구나. 그건 그렇고, 내가 다프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네가 어떻게 아니?" 

"다프가 말해 주었죠, 물론." 

앤소니는 거짓말을 했다. 

"흠. 하여튼 포시아 페더링턴은 오늘밤을 쉽게 잊지는 못할 거야." 

앤소니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다프네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시키시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페더링턴 부인에게 이기고 싶으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물론 다프네 때문이지." 

바이올렛이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구나." 

그녀는 다프네와 공작에게서 시선을 돌려 포시아 페더링턴과 그 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프네가 올 시즌 치고의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 여자가 깨달았을 때의 표정을 바라봐 주는 기분도 나쁘진 않겠지." 

"어머니, 정말 가망이 없으시군요." 

"그렇진 않아. 어쩌면 뻔뻔스럽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절대 가망이 없진 않단다." 

앤소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낮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사람을 앞에 두고 혼자 중얼거리는 건 무례한 행동이야." 

바이올렛은 그저 아들을 골려 주려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공작과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아, 이쪽으로 오는구나. 앤소니, 무례하게 굴지 말아라. 다프네! 공작 각하!" 

두 사람이 곁으로 다가왔다. 

"춤은 즐거우셨는지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사이먼이 말했다. 

"따님께서는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우아하기까지 하군요." 

앤소니는 코웃음을 쳤다. 사이먼은 그를 무시했다. 

"곧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이올렛은 얼굴을 환하게 빛냈다. 

"오, 다프네 역시 기꺼이 그러리라 믿습니다." 

다프네가 얼른 대답하지 않자 바이올렛이 물었다. 

"그렇지, 다프네?" 

"물론이에요." 

다프네가 고분고분 말했다. 

"당신 어머님께서 오늘 내게 왈츠를 두 번이나 허용해 주실 리가 없지만, 적어도 무도회장 주위를 함께 거닐 기회쯤은 주실 테지요." 

사이먼은 공작다운 세련된 태도로 말했다. 

"그건 방금 하고 왔잖아." 

앤소니가 지적했다. 

사이먼은 다시 한 번 그를 무시한 뒤 바이올렛에게 말했다. 

"물론 저희들은 자작 부인의 눈에 띄는 곳에만 머무를 것입니다." 

바이올렛은 손에 든 라벤더 색 실크 부채를 마구 부쳐댔다. 

"물론 기쁩니다. 아, 제 말은 다프네도 몹시 기뻐할 거란 뜻이지요. 그렇지, 다프네?" 

다프네는 여전히 순진하게 굴었다. 

"네, 그래요." 

"그리고 난," 

앤소니가 발끈해서 말했다. 

"어디 가서 해열제라도 먹어야겠군. 열이 날 것 같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앤소니." 

바이올렛이 외치며 얼른 공작에게 얼굴을 돌렸다. 

"저 아이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 원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이먼이 사근사근 말했다. 

"다프네." 

앤소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기꺼이 네 보호자가 되어주마." 

"앤소니, 얘야." 

바이올렛이 끼여들었다. 

"무도회장 안에 있을 거라는데 보호자가 무슨 필요가 있겠니?" 

"그래도 꼭 그래야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만 가봐요." 

바이올렛이 손짓을 하며 다프네와 사이먼에게 말했다. 

"앤소니가 곧 따라갈 겁니다." 

앤소니는 당장 따라나서려 했지만 바이올렛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도대체 너 이게 무슨 짓이냐?"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이동생을 보호하는 겁니다!" 

"공작에게서?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일라고. 게다가 그는 네 친구잖니." 

앤소니는 신음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제가 보호해야겠군요." 

바이올렛은 아들의 팔을 두드렸다. 

"그렇게 과보호할 필요 없어. 만일 공작님이 다프네를 데리고 발코니로라도 나가거들랑 가서 동생을 구해 주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성싶지도 않구나. 그때까지는 네 동생이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거라." 

앤소니는 사이먼의 등을 노려보았다. 

"내일 저 녀석을 죽이고 말 거야." 

바이올렛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참 복도 없지. 네가 이렇게까지나 융통성이 없는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네 어미인 난 알고 있을 줄 알겠지. 게다가 넌 첫애잖니. 자식들 중 그 누구보다 널 오래 알았는데......" 

"저건 콜린인가요?" 

앤소니는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바이올렛은 눈을 깜박였다. 

"아, 그래. 어 애가 일찍 돌아와서 기쁘지 않니? 한 시간 전에 저 애를 처음 봤을 때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지. 사실 난......" 

"전 이만 콜린에게 가보겠습니다." 

앤소니가 얼른 말했다. 

"콜린이 쓸쓸해 보이는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머님." 

바이올렛은 앤소니가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설교를 피하려고 그러는 것일 테지. 

"어리석은 것."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자식들 중 그 누구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다. 그저 아무 말이나 늘어놓기 시작하면 눈 깜박할 사이에 달아나고 만다. 

그녀는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며 딸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도회장 반대편에서 다프네는 공작의 팔꿈치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래. 바이올렛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생각했다. 내 딸은 정말 훌륭한 공작 부인이 될 거야. 

그녀는 잠시 앤소니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원했던 바로 그 자리에 앤소니가 서 있었다. 다프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식들을 조종하기란 너무 쉽단 말이야. 

그리고 다프네가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바이올렛은 공작은 찾아 얼른 무도회장을 훑어보았다. 

젠장. 도대체 왜 그는 페넬로페 페더링턴 따위와 춤을 추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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