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2 상견례 (12/13)

외전2 상견례

솔애담이 다스리게 되면서 테오의 세계와 이한결의 세계 간 시차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한결이 일과를 끝낸 뒤 테오의 세계에 들렀다 돌아와도 보낸 시간은 똑같다는 뜻이다.

세외는 시간에 비껴나 있어서 세계 사이를 오가는 시간은 계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랜 고민 끝에 대학에 입학한 이한결은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를 지향하여 모든 학과 행사에서 빠졌다.

육체 나이 28세. 정신연령은 그보다 높으니 한참 어린 꼬꼬마들과 친구 먹기는 겸연쩍었던 탓이다. 종종 과 대표가 얼굴 좀 비춰달라고 연락할 때를 제외하면 하교 후에는 언제나 테오를 만나러 갔다.

이한결은 현재 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꼈으나 주변 인식은 조금 달랐다. 그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은 특히나.

“우리 아들, 배우고 싶은 거 찾아서 대학 들어간 건 자랑스러운데 잘 다니고 있는 거지? 전처럼 동기라며 데려오는 애가 없어서 엄마가 조금 걱정이 되네.”

“걱정하실 만도 합니다, 어머니. 저 극강의 인싸가 자발적 아싸 행세를 하고 있으니까요.”

“전에는 알바하면서도 가끔 술 마시러 다녔잖아. 설마 불러주는 애들이 없는 거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쟤 폰 보니까 같이 놀자는 연락은 많은데 다 쳐내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좀 놀아주고 그러렴. 친구는 원래 나이 가려가면서 사귀는 거 아니야. 엄마도 강찬이랑 친구처럼 지내잖아.”

“저랑 어머니는 짱친이죠! 완전 세대를 초월한 우정!”

한가로운 주말 아침. 이한결은 밥상머리 앞에서 온화한 얼굴의 정희선과 아침부터 쳐들어온 서강찬에게 혼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가 없는 동안 깊은 유대를 쌓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죽이 잘 맞을 줄은 몰랐다.

‘완전 둘째 아들 다 됐네.’

속으로 투덜거린 이한결은 밥을 우물거리며 마주 앉은 이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친구나 술자리 얘기를 꺼내긴 했으나 실제로 하고 싶은 주제는 따로 있을 것이다.

“진짜로 술 마시러 다니라고 하는 소리는 아닐 테고.”

“…….”

“난 맞는데? 너 요즘 나한테 차갑다?”

“제가 자꾸 다른 세계로 가서 걱정되세요?”

정희선이 한숨을 내쉬고, 서강찬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한결은 텅 빈 밥그릇 옆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와 달리 두 사람은 밥을 반 공기도 비우지 못했다.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정희선 대신 서강찬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른 세곈지 뭔지. 벌써 몇 달째 저녁이면 연락이 안 되잖아. 자꾸 말도 없이 외박도 하는데 어머니가 걱정 안 하시고 배겨?”

“으음. 세계 간 통신은 불가능해서. 외박은…… 잘못했다.”

“그 세계를 구하느라 엄청 오래 있었다며. 겨우 여기로 돌아온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직도 볼일이 남았어?”

서강찬은 이한결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믿어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직은 친구의 의리로 맞춰준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이한결이 연락이 안 될 때마다 불안했다. 전처럼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같은 걱정을 정희선도 공유하고 있었다.

“연락하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네가 왜 계속 거길 다녀오는지 모르겠어. 구하고 싶다던 사람은 구했다면서. 그럼 다 끝난 거 아니니? 네가 구했다고 해서 계속 그 세계나 사람을 책임질 필요는 없잖아.”

이한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때가 오고야 말았다. 설명하기 어렵고 쑥스러워서 미루고 있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깊게 심호흡한 그가 결연하게 말했다.

“사실은…….”

잠시 뒤, 이한결의 집에서 해괴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그렇게 된 거야.”

“흠.”

테오는 이한결이 내민 종이 가방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이질적인 재질의 옷과 신발이 들어 있었다. 푸른색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래서 이 옷 입고 너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한다는 말이지?”

“강요는 아니고! 엄마가 그냥 궁금하다고 하신 것뿐이야. 그냥 제안이야, 제안.”

“그럼 옷은 왜 가져왔느냐?”

“그건 서강찬이…….”

다른 세계에 연인이 생겼다는 말에 정희선보다 서강찬이 더 펄쩍 뛰었다. 반드시 만나봐야겠다고 길길이 날뛴 것도 그였다. 테오가 그쪽 세계를 오래 비우기에는 이르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는 약간 이한결이 사기를 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았다.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모두 달라서 서로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도 들어먹질 않는 거야. 뭐가 다르냐고 묻길래 일일이 설명해 줬더니, 일단 복식이라도 맞추라면서 내 옷을 쑤셔 담더라고.”

“어쩐지 네 냄새가 나더라니.”

“미안. 기분 나빴지.”

“딱히. 오히려 입어보고 싶은걸.”

테오는 드물게 즐거운 표정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테오의 침실과 연결된 응접실이라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이한결은 반사적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너른 방 한가운데서 순식간에 나신이 된 테오가 그에게 눈짓했다.

“입는 방법을 모르는데 알려주어야지.”

“엉큼하긴.”

“눈이나 돌리고 그런 말을 하거라.”

이한결은 피식 웃고는 테오의 옷시중을 들었다. 테오가 그의 귓가를 만지작거리며 유혹했지만 인내심을 가졌다. 서강찬이 등 떠미는 와중에도 테오에게 어울릴 법한 옷을 골라 왔기 때문이다.

늦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하늘색 카디건과 하얀색 반팔 티셔츠, 베이지색 반바지는 테오와 무척 잘 어울렸다. 여기에 캐주얼한 운동화까지 신으니 대학교 신입생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오가 바지의 넉넉한 허리 부분을 잡아당겼다.

“허리 빼고는 얼추 맞는군. 어때, 잘 어울리나?”

“…….”

“그리 좋아하니 내가 다 뿌듯하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이한결을 보며 테오가 실소했다. 평생 맞춤옷만 입어서 몸에 딱 맞지 않는 옷이 조금 불편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을 보니 입은 보람이 있었다.

테오는 옷의 전체적인 모양, 재봉 상태, 천의 질감 등을 자세히 살피다가 카디건을 벗었다. 그러자 이한결이 서둘러 다가왔다.

“버, 벗는 것도 도와줄게.”

“엉큼하구나.”

“먼저 시작한 건 너거든?”

이한결은 도와준다고 해놓고 하얀 티셔츠 위로 테오의 몸을 만졌다. 반질반질한 천 아래로 근육의 굴곡과 가슴 형태가 그대로 느껴졌다. 딱딱하게 두드러진 유두를 손가락으로 덧그리던 그가 탄식했다.

“아무래도 새내기 룩은 안 되겠어. 차라리 꽁꽁 싸매는 게 낫지, 이건 너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너무 귀여워서 죄악감이 들어. 새내기를 희롱하는 화석이 된 기분이야. 아니, 사실 가끔 네 어릴 적이 떠올라서 양심이 너무 아파.”

대충 어조로 이해한 테오가 정색하며 티셔츠를 턱까지 끌어 올렸다.

“헛소리하지 말고 만져.”

“으응…….”

이한결은 발그레한 얼굴로 명령에 굴복했다. 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웠다. 그대로 살살살 비비자 테오의 표정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꼬집고 당기고 비비며 자극하던 이한결이 오른손을 반바지 위로 내렸다. 완전히 발기한 테오의 성기가 바지를 빳빳하게 당기고 있었다. 그 위를 몇 번 더듬던 이한결은 테오를 소파에 앉히고 다리를 들어 올리게 했다.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

“괜찮다.”

양손으로 상의를 끌어 올려 가슴을 드러낸 채 다리를 M자 모양으로 올리자 무척 음란한 자세가 되었다. 혹시라도 수치스러울까 봐 물어봤지만, 테오는 이한결의 모든 행위를 용인해 주었다.

이한결은 약간의 배덕감을 느끼며 테오의 허벅지를 쓸어 만졌다.

반바지 통이 넓은 덕에 바지는 허벅지 위로 흘려내려 속살을 드러냈다.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니 테오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벌써부터 선액을 흘리는지 성기에 닿은 옷감이 짙은 색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러려고 속옷을 안 챙긴 건 아니었는데. 새로 살 시간이 없어서…….”

“변태.”

“으윽.”

반박할 수 없던 이한결은 열심히 손을 놀렸다. 반바지 안으로 들어간 손이 테오의 고환과 성기를 자극했다. 다른 손으로는 바지의 천 위에서 귀두를 문질렀다.

성기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흥분한 테오가 허리를 움찔움찔 튕겼다.

“흐, 흐앗. 안, 벗겨?”

“이대로도 잘 느끼는 것 같아서.”

이한결은 바지통으로 넣은 손으로는 고환과 회음부를 문질렀고, 바깥 손으로는 성기 기둥을 쳐올렸다.

천과 손이 비벼지는 마찰에 성기에 열이 올랐다. 제 유두를 만지작거리던 테오가 머지않아 사정했다. 바지가 정액 때문에 눅눅해지자 테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별로다.”

“그래? 그래도 벗기기 아쉬운데.”

테오는 이한결이 상당히 흥분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처음 입은 다른 세계의 옷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못 어울려 줄 것도 없다고 생각한 테오가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라.”

흥분으로 눈가가 발개진 이한결이 히히 웃었다. 그는 테오를 소파에 엎드리게 하고는 바지의 엉덩이 쪽 재봉선을 살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천을 잡고는 재봉선을 따라 바지를 찢어버렸다.

“뭐, 뭐하는 것이냐.”

“안 벗고 하려면 이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훤히 드러난 테오의 엉덩이를 이한결이 살짝 깨물었다. 테오는 연신 돌아보며 이한결을 살폈다. 그러나 엉덩이에 얼굴을 박은 탓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흣!”

엉덩이를 살짝 벌린 이한결이 구멍을 집중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혀로 구멍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넓혔다. 미끄덩한 살덩이가 자꾸 밀려 들어오니 구멍이 반사적으로 조여들었다.

한참 동안 숨도 안 쉬고 아래를 쑤시며 빨기를 반복하자 테오가 반쯤 흐느꼈다.

“그, 그만해. 으응, 읏, 그냥 손으로 해라.”

“네가 먼저 풀어달라고 한 건 처음이네.”

이한결이 키득거리자 테오는 신력으로 가져온 향유를 그에게 던져 버렸다. 아까 이상한 자세는 봐줄 수 있어도 이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테오의 엉덩이에 순흔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테오가 원하던 대로 손으로 충분히 풀어준 뒤 이한결은 지퍼를 내려 무섭게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엎드린 채 엉덩이를 치켜든 테오가 기대감에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성기에도 향유를 듬뿍 바른 이한결이 귀두를 구멍에 맞추고 바로 삽입했다.

“아!”

“흣, 하아…….”

빠듯하게 벌어진 내벽이 성기 모양대로 촘촘하게 조여들었다. 이한결은 성기를 뭉근하게 놀리며 그 감촉을 만끽했다. 합일의 고양감은 언제나 빈 속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테오는 이것으로는 부족한 것처럼 먼저 허리를 살살 치대기 시작했다. 엎드린 자세에서 불편할 텐데도 열심히 움직이며 자신의 욕구를 채웠다.

이제 더는 쾌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이한결은 테오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으, 앗! 흐앗!”

본격적으로 추삽질을 시작하자 테오가 달아오른 교성을 내질렀다.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흥분한 건 이한결뿐만이 아니었다. 테오는 소파에 유두를 문지르고 지퍼를 내려 꺼낸 자신의 성기를 애무했다.

이한결은 테오의 티셔츠를 끌어 올려 맨 등에 입을 맞췄다. 척추 선을 따라 길게 핥아 올리자 테오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바르르 떨었으나 스스로 요도구를 막아 사정을 참았다.

“흐으, 왜, 읏- 참아?”

“같이, 가고 싶어서. 앗, 하아…….”

이한결의 손길에 쉽게 느끼는 터라 테오는 매번 먼저 사정하곤 했다. 이번에는 같이 가길 원한다니 이한결도 맞춰주고 싶었다.

그는 깊게 호흡하며 테오 위에 엎드리듯 몸을 숙였다. 성기를 한번 깊게 삽입했다가 빠르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이쯤이었지.’

성감대를 꽉꽉 누르며 쑤시자 테오도 구멍을 조이며 반응했다. 이한결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며 성기를 겨우 부여잡았다.

이한결은 테오의 어깨와 목, 등을 깨물면서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으, 아, 앗! 하아!”

“후읏, 테오, 이제 곧……!”

성기를 잡고 있는 테오의 손을 이한결이 떼어냈다. 오랫동안 참은 탓에 테오의 성기에서 정액이 물처럼 사출됐다. 동시에 이한결도 테오의 안에 깊숙이 사정했다.

힘이 쭉 빠져 엎드린 테오 위로 이한결이 몸을 겹쳐 누웠다. 묵직한 질량감에 빼지 않은 성기가 깊게 파고들자 테오는 또 흥분하고 말았다. 그는 손을 뒤로 뻗어 이한결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더 할 거지?”

“우리가 언제 한 번으로 끝낸 적 있어?”

“없지.”

결국 이한결이 챙겨 온 옷은 입고 나갈 수 없게 되었다.

* * *

이한결은 자신의 욕심과 만나야 할 상대, 입는 이의 특수성을 타협하여 새로운 옷을 골라 왔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 셔츠에 그보다는 밝은색의 검푸른 재킷과 슬랙스를 매치한 세미 정장이었다. 무난한 검은 구두를 신고 어깨를 넘어선 머리는 단정하게 묶으니, 소위 말하는 상견례 프리패스상이 되었다.

테오는 여전히 딱 떨어지지 않는 옷을 신력을 이용해 수선했다. 면밀한 관찰이 선행되었기에 수선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아직 신력 사용이 어설픈 이한결이 감탄했다.

“신력을 그렇게도 사용할 수 있구나. 신화에 기반을 둔 힘이라 제약이 있을 줄 알았어.”

“말 그대로 신의 힘이니, 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원활한 운용을 위해 연습이 필요할 뿐이지.”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처음 세외로 나온 테오는 주변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몇몇 신들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반신이라 얕잡아 볼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기색은 없군.”

“솔애담께 들어보니까 우리 전에 반신이었던 다른 존재가 엄청 대단했다나 봐. 굉장히 많은 세계를 구하고 다녔대. 그래서 아무도 반신이라고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더라.”

“우리로서는 다행인 일이로군.”

“맞아. 언젠가 만나 뵙게 되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이한결과 테오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솔애담의 세계로 향했다. 본래 창조신이 다른 세계였던 만큼 그에 따른 차이는 미리 숙지한 상태였다. 테오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이한결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창조신이 같아서 그런지 다른 세계라 느껴지는 압박감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테오는 생전 처음으로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평생을 증오하던 세계의 것이 아닌 공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우리 세계에 온 걸 환영해.”

그들은 이한결의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

이한결은 테오가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분명 같지만 낯선 하늘과 태양, 바람이었다. 네모나고 높은 건물과 시커먼 물질로 덮인 땅은 새로웠다.

테오는 묵묵히 새로운 세계를 모든 감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충분하다. 네 가족을 만나러 가자.”

다른 곳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뤘다. 오늘의 목적은 정희선과 서강찬을 만나는 것이었으므로.

테오는 속이 울렁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냥 밥 한 끼 먹는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두 사람 다 널 좋아할 거야.”

“보통 날 보자마자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려워한다면 모를까.”

굉장히 호감 사기 쉬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천공의 악명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악명이 전혀 없었다. 괜한 걱정을 하는 테오를 떨떠름하게 보던 이한결은 그냥 초인종을 눌렀다. 맞닥뜨리고 나면 테오도 깨달을 것이다.

“네, 나갑니다!”

긴장한 티가 나는 정희선의 목소리가 들리고 금방 문이 열렸다. 곱게 차려입은 정희선이 문을 열었고, 그 뒤에는 때 빼고 광낸 서강찬이 서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이던 그들은 이한결 옆에 서 있는 테오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엄마, 강찬아. 이쪽은 전에 말한 테르세오 파네트, 테오라고 해요. 테오, 우리 엄마랑 친구 서강찬이야.”

“안녕하십니까.”

“아, 어, 음…… 어?”

“와…….”

정희선과 서강찬은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못내 부끄러워진 이한결이 큼큼 헛기침했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손님을 현관 앞에 세워둘 수는 없잖아.”

정희선은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양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서강찬은 연신 눈을 비비며 끔뻑거렸다. 이한결이 그를 밀어내도 시선은 테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테오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부터 집 안 인테리어까지 흥미로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정희선과 서강찬의 반응이 이상하긴 해도 부정적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이한결 혼자 부끄러워서 두 사람을 먼저 자리에 앉혔다.

“테오, 너는 여기 앉아.”

이한결이 자연스럽게 테오의 의자를 빼주는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던 정희선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어떡해! 우리 아들이 푹 빠질 만하네! 테오라고 했죠? 배고프지 않아요? 이거 내가 만든 잡채인데 먹어봐요. 젓가락 불편하면 포크 가져다줄까요?”

“연습하고 와서 괜찮습니다.”

“어휴, 기특하기도 하지. 많이 먹어요!”

정희선은 테오의 자연스러운 젓가락질에 크게 감동하며 이 반찬 저 반찬 날라다 주었다. 낯선 음식을 오물오물 잘도 먹는 모습이 어여뻤다. 그녀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요리한 보람을 제대로 느꼈다.

테오는 친근하게 구는 정희선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뺨을 붉히고 웃는 얼굴이 이한결과 닮았기 때문이다. 쓸 일이 거의 없는 존댓말도 그녀에게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홀로 얼이 빠져 있던 서강찬이 버럭 소리쳤다.

“이한결, 이 새끼! 어쩐지 눈이 드럽게 높더니만 이런 사람을 만나려고! 어?!”

“밥상머리 앞에서 뭐라는 거야? 예의 없게.”

“와, 진짜 괜히 걱정했어. 사기당하는 줄 알았는데! 와…….”

서강찬이 테오를 데려오라고 닦달한 가장 큰 이유는 사기꾼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도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정희선에게 사기를 치려는 사람은 많았다. 이한결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은 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들 법한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 세계의 것이 아닌 테오의 얼굴이 그 걱정을 날려 버렸다. 저 얼굴로 고작 사기를 치는 건 세계적인 손실이었으니까. 현대인의 상식으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얼굴이었다.

“그게 다 진짜였다니. 그 미친 이야기가, 아니, 그럼 신이 실존하는데 세상이 이 꼬락서니란 말이야? 개판이네. 회사나 망했으면…….”

기승전회사욕으로 끝나는 직장인의 푸념을 무시한 채 식사는 무사히 끝났다.

자기가 하겠다는 아들들을 무시한 채 정희선은 사과를 깎아 테오에게 쥐여주었다. 들은 대로 고귀한 태생이라서 그런지 과일 한 쪽을 먹는데도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테오의 몸짓 하나하나에 감탄하던 정희선의 시선이 어딘가에 꽂혔다. 포크를 잡은 하얀 손은 마냥 부드러워 보이는 다른 곳과 달리 굳은살투성이였다. 태생만큼 고귀하게 살아왔다면 있을 수 없는 흔적이었다.

“한결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아주 많이 고생했다고 들었어요.”

“한결이 제 세계를 위해 한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당연한 걸 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실천하는 용기는 대단한 거예요.”

정희선이 조심스럽게 테오의 손을 붙잡았다. 굳은살이 잔뜩 박여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손이었다.

“한결이를 돌려보내 줘서 고마워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정희선에게 잡힌 손을 내려다보던 테오가 부드럽게 웃었다. 살짝 어색하게 진심을 드러낸 미소에는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쑥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저야말로 한결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이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며, 끝내 존중해 주었다.

이한결은 자신의 가족을 두 눈과 마음에 담았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 * *

“사람들 뭐야? 왜 이렇게 몰려 있지?”

“무슨 촬영이라도 있나?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평소처럼 강의가 끝나자마자 학교를 빠져나가려는데 정문 쪽이 소란스러웠다. 오늘도 동기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이한결은 익숙한 기운을 감지하고 흠칫 놀랐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인파를 헤치고 나가보니 테오가 있었다.

테오는 검은색 세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몸에 딱 맞춘 감색 쓰리피스 정장에 고급스러운 재질의 푸른색 타이를 매고 어깨에는 검은색 코트를 걸친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

하얀 얼굴에 얹어진 금빛 속눈썹과 반만 묶어 어깨에 늘어뜨린 금빛 머리카락이 쨍한 가을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 중 반절이 홀린 것처럼 서서 넋이 나간 상태였다. 몇몇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려다가 옆 사람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저 그림 같은 미인을 방해하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잠이 든 것처럼 미동도 없던 테오가 눈을 떴다. 선명하고 투명한 벽안이 드러나자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테오의 시선이 막 인파를 뚫고 나온 이한결에게로 향했다.

“그,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이한결은 주변을 의식해 테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테오의 이름을 알려주기 싫었다. 그런 생각을 간파했는지 테오가 슬쩍 웃었다.

“가끔은 내가 마중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네가 다니는 대학교가 궁금하기도 했고.”

“아니, 온 건 너무 좋은데, 그게, 음…….”

테오의 정장 차림은 그를 오래 보아온 이한결조차 말문을 막히게 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던 세미 정장과는 달리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완벽한 슈트 핏은 금욕적인 동시에 묘한 매력을 풍겼다. 꽁꽁 싸맸는데도 어쩐지 그게 더 야하게 느껴져서 사람들이 못 보게 숨기고픈 모습이었다.

‘버, 벗기고 싶…….’

뭐라 말하고 싶은데 사람이 많은 데서 실언할까 봐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이한결에게 테오가 손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주변에서 꺅꺅거리는 비명이 들려왔다.

이한결의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너무 좋은데 그걸 드러낼 수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동기들에게 인사했다.

“그럼 내일 보자!”

“으, 어? 혀, 형! 저 사람 누구-”

“그냥 친구야! 내일 얘기해 줄게!”

그러곤 후다닥 차에 오르자 테오가 운전을 시작했다. 히터를 틀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솔솔 부는 것이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라 신력을 사용하는 듯했다.

심호흡하며 안색을 되돌린 이한결이 입술을 삐죽였다.

“놀라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엄마 차까지 빌려서는. 일부러 정문에서 기다린 거지?”

“사람이 많이 오가니까 정보 모으기 용이했지. 그러니까, ‘천기과 존잘남’?”

“으악! 아아악!!”

이한결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운전대를 놓은 테오가 아예 몸을 틀어 그 모습을 감상했다. 삐뚜름하게 올라가는 입꼬리에 심술이 살짝 묻어났다.

“대학교는 여러 계열의 학부와 과로 나누어져 있고,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교류도 별로 없다지? 한데 너를 모르는 재학생이 없더군. 나를 보는 이마다 천문기상학과의 그분을 불러와야 한다고 난리였어.”

“으앗, 악…….”

“강찬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했다. 인기 많은 연인을 둔 건 참 괴로운 일이야. 그래서 중간에 누가 채가지 못하도록 데리러 왔지.”

수치스러움을 못 참고 양손에 얼굴을 푹 묻었던 이한결이 슬쩍 고개를 들어 테오를 보았다. 깊은 바닷물처럼 짙은 색으로 침잠한 눈동자에 격렬한 감정이 일렁였다. 그것은 수평선을 뒤엎고 하늘 높이 치솟을 것 같으면서도 중력에 이끌려 다시 가라앉는 파도 같았다.

테오는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다. 넘실거리는 질투를 풀어내지 않고 품는 게 테오의 사랑이었다. 이한결은 자신만을 올곧게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아까 그냥 친구라고 해서 미안.”

“이곳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알고 있으니 괜찮다. 나야말로 너무 눈에 띄게 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라. 목격자들은 금방 잊을 테니. 신력을 썼거든.”

“아.”

이한결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테오의 저 멋진 모습을 자신만 기억하게 된다니. 잊을 사람들이 안됐으면서 동시에 은근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테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한결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그나저나 검은색 머리카락도 잘 어울리는구나.”

“아무래도 여기서 회색 머리나 눈동자는 너무 눈에 띄어서. 괜찮아?”

“색다른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 오늘은 그 모습으로 다니자꾸나.”

상견례 이후 테오는 꽤 자주 이 세계로 넘어와 이한결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원래 세계의 일을 등한시할 수는 없어 아주 여기서 살지는 못하지만, 증오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몹시 마음에 든 눈치였다.

그는 특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정희선에게서 운전 등 이 세계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해 나갔다.

테오가 이한결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물었다. 목덜미를 스치는 손끝이 은근했다.

“가고 싶은 곳 있나? 어디로든 데려다주지.”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알 것 같은데.”

“거긴 천천히 가도 되니까.”

“아니. 그냥 바로 호텔로 가자. 내가 못 참겠어.”

깜짝 놀라게 하려고 몰래 정장을 맞춰 입고 온 게 이한결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는 테오의 손바닥에 뜨거운 입술을 묻었다. 테오가 입꼬리를 길게 늘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신력으로 조종되는 자동차가 곧장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 * *

반쪽이라도 신이 되어 좋은 점 중 가장 유용한 것은 사람의 인지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 상식이나 윤리, 사상 등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했다.

덕분에 아무런 이상한 눈초리 없이 호텔 방에 들어선 두 사람은 정열적으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이한결은 테오에게 입을 맞추며 온몸을 붙여 문질렀다. 잔뜩 부푼 성기가 서로 비벼지자 짜릿한 열감이 올라왔다. 테오가 어깨에 걸쳤던 코트를 바닥으로 떨어뜨리자 이한결이 거의 흐느끼듯이 탄식했다.

“오늘은 정말 벗기기 싫다. 아니, 벗기고 싶은데 벗기기 싫어……. 안 어울리는 옷이 없겠지만 네 정장은 정말 완벽해.”

“그러다가 전처럼 옷 찢지는 말고.”

“조심할게…….”

이한결은 테오를 침대에 앉히고 쪼듯이 입을 맞췄다. 손으로 허벅지를 문지르다가 다리를 벌리게 해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바지 지퍼만 열어 속옷을 젖히자 열기를 머금은 성기가 퉁 튀어나왔다.

전체적으로 고른 분홍빛에 귀두 부분 색만 살짝 짙어 예쁘장했지만, 크기는 훌륭하게 컸다. 이한결은 거의 숭배하는 눈으로 테오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떻게 여기도 예쁘지? 자지나 좆이라고 부르기엔 아까울 정도야. 먹어도 돼?”

“읏, 마음대로 해라.”

평소보다 흥분한 이한결의 모습에 테오는 살짝 당황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이한결은 혀를 내어 성기 뿌리부터 귀두까지 길게 핥았다. 싸악싸악 아이스크림을 먹듯 골고루 핥다가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에 키스 마크를 남기듯 쪽쪽 빨았다.

테오의 허벅지가 오므려지자 그는 양팔로 막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아읏, 흣, 흐으…….”

테오는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처음으로 성기가 핥아지는 데다 이한결이 검은 머리를 하고 있으니 낯설면서도 자극적이었다. 게걸스럽게 성기를 탐하는 이한결의 흥분이 테오에게로 옮겨붙었다.

성기 끝에 선액이 맺히기 무섭게 이한결은 그것을 핥아 먹었다. 예민한 귀두를 빨며 요도구를 혀로 쑤시다가 목구멍 깊이 밀어 넣었다.

천천히 입으로 삽입하는 감각이 생경해서 테오가 이한결의 머리를 붙잡았다.

“흐읏! 윽, 아!”

이한결은 헛구역질을 참으며 성기를 끝까지 삼켰다. 생각보다 버거웠으나 흥분되는 마음이 더 컸다. 테오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머리를 붙잡는 떨리는 손이나 쏟아지는 신음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아, 안 돼. 한결! 나, 그, 그만…… 읏!”

입안에 완전히 삽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테오가 이한결을 밀어냈다. 그러나 이한결은 양손으로 허벅지를 주무르며 사정을 재촉했다.

엄지로 바지에 가려진 회음부를 꾹 누르고 문지르자 테오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튕겼다. 그 바람에 성기를 목구멍 깊이 박은 채 사정하고 말았다.

이한결은 사정이 끝날 때까지 놓아주지 않다가 발기가 살짝 풀린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빼내면서도 힘 있게 흡입하여 정액을 모두 빨아 먹었다. 테오가 반은 부끄럽고 반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왜 그걸 그렇게 다 먹는 거야?”

“옷에 묻으면 안 되니까.”

“그런 거라면 그냥 벗겠다.”

“으음, 아니야. 벗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입고 있는 게 더 흥분되는 것 같아.”

테오가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한결은 키득키득 웃으며 테오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안 벗긴다고 했지만 다음 단계를 위해서 바지는 벗겨야 했다.

상의는 다 갖춰 입은 채 아래를 훤히 다 내보인 모습은 상당히 외설적으로 보였다. 이한결은 성기가 터질 것 같았지만, 객실에 배치된 젤을 찾아 손에 짰다. 테오가 대충하라고 칭얼거려도 언제나 그랬듯 정성껏 구멍을 풀었다.

준비가 끝나고 삽입할 자세를 취하니 테오의 흐트러진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새빨개진 채 더운 숨을 쌔액쌔액 내뱉으며 열망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는 테오는 이한결의 정복욕에 불을 지폈다.

짓궂은 표정을 지은 그가 삽입하는 대신 회음부 쪽으로 성기를 미끄러뜨렸다.

“흣!”

“후으, 기분 좋다. 그치?”

“장난치지 말고, 빨리 넣어.”

“바로 하는 것보단 조금 더 애가 탄 다음에 넣는 게 더 기분 좋을 거야.”

“지금껏 애태운 건 뭔데……!”

테오가 이를 갈자 이한결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테오의 회음부와 성기에 허릿짓하며 계속 자극했다. 손으로는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가슴을 부드럽게 쥐어 주물렀다. 테오의 얼굴이 금세 쾌감으로 물들었다.

“여기 만져주는 걸 깜빡했네.”

“으, 으응. 흣.”

“좀 부족하지? 재킷이랑 조끼 단추만 풀어야겠다.”

재킷과 조끼 단추를 풀어 헤치니 하얀 셔츠 아래로 빳빳하게 선 유두 윤곽이 드러났다.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살살 꼬집자 테오가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성기에서 선액이 뚝뚝 떨어지는 게 유두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한결은 셔츠 위로 입술을 내려 유두를 빨았다. 하얀 셔츠가 타액으로 금세 젖어 들었다. 셔츠가 미끌미끌해 유두를 놓치지 않게 가슴을 크게 물며 정성껏 핥았다.

“하읏! 윽, 으윽, 앗!”

양쪽 유두를 번갈아 가며 빨고 꼬집기를 반복하자 쾌감에 도리질 치던 테오가 끝내 사정했다.

몸부림치느라 셔츠 자락이 올라가 드러난 배 위로 하얀 정액이 뿌려졌다. 그것마저 싹싹 핥아 먹은 이한결이 슬쩍 테오의 눈치를 살폈다.

“하아, 하아, 읏…….”

아직 성감이 가라앉지 않은 듯 헐떡이던 테오가 이한결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러곤 양팔과 양다리로 그를 단단히 결박한 뒤 굶주린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이대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이한결은 테오가 이렇게 자신을 원하는 눈을 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원한다는 사실은 영혼 깊은 곳까지 충족시켜 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입을 맞추며 성기를 쑤셔 박았다.

“흡! 우웃!”

퍽 소리가 날 만큼 이한결의 성기가 깊은 곳까지 들어와 안을 가득 채우자 테오는 만족스러움에 허리를 발발 떨었다. 한참 애를 태웠던 만큼 잠깐 적응할 시간을 가질 것도 없이 이한결은 허리를 거칠게 털었다.

뜸 들이지 않고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귀두가 퍽퍽 들이받자 사정한 지 얼마 안 된 테오의 성기가 크게 꺼덕였다. 부드러운 내벽이 이한결의 성기를 여유 없이 꽉꽉 조여댔다.

“윽, 후으, 테오. 힘 빼…….”

“하읏, 흐! 으앗, 하아!”

테오는 대답할 정신도 힘을 뺄 여력도 없었다. 다른 부분은 다 죽고 이한결과 맞닿은 부위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여린 속살을 빠듯하게 벌리는 성기에 고통이 일었으나 그것마저 쾌감으로 치환되었다.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 눈앞이 뿌옜다.

이한결은 쉬지 않고 추삽질하면서 셔츠 밑으로 손을 넣었다. 빈틈없이 맞붙은 탓에 살짝 떠오른 허리부터 위쪽으로 쓱 훑어 올라갔다. 예민한 등을 손끝으로 누르며 쓸어내리자 구멍이 확 수축했다.

성기가 끊어질 것 같은 감각에 이한결이 참지 못하고 토정했고, 그에 맞춰 테오도 사정했다.

“허억, 헉. 후우…….”

“으읏. 흑.”

눈동자가 흐릿하게 풀린 테오가 멈추지 않고 구멍을 조였다. 사정 후 한껏 예민해진 성기에 자극이 가해지자 이한결이 움찔 떨었다. 테오는 제 손으로 발기가 풀리지 않은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아직 모자라…….”

그가 끙끙거리며 허리를 흔들고 구멍을 조이며 자위하자 이한결이 숨을 들이켰다. 아까와 반대로 이번에는 테오의 발정이 이한결에게 옮겨 버렸다.

금방 흉흉하게 몸집을 불린 이한결의 성기가 테오의 속살을 헤집었다.

“테오, 큭, 너 너무 야해.”

“흐으, 앗! 아, 아아!”

테오는 성기에서 정액이 물처럼 흘러나오는데도 자위를 멈추지 않았다. 터질 것처럼 붉어진 성기를 위아래로 강하게 문지르며 미끌미끌한 귀두를 손가락으로 자극했다. 이한결이 성감대를 찌르는 박자에 맞춰 요도구를 막으니 분출되지 못한 욕망이 속에서 자글자글 끓어올랐다.

이한결은 다시 테오의 가슴을 손에 쥐었다. 잘 단련된 근육에 지방이 적절히 섞인 가슴은 만지는 맛이 있었다. 타액으로 젖은 셔츠 아래로 비치는 분홍색 유두가 외설적이었다.

손바닥으로 유두를 뭉개며 가슴을 짓누르면 테오는 구멍을 마구 조이며 헐떡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요도구를 막고 성기를 쳐올리고 있었다.

이한결은 그의 쾌감을 극점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허리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가슴을 크게 그러쥔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꼬집었다.

천과 함께 비벼지는 유두에 테오가 숨을 참았다. 이한결은 아플 정도로 세게 문지르며 성기로 성감대를 빠르게 자극했다.

“크흣! 윽!”

테오의 가슴을 거의 쥐어뜯을 것처럼 세게 잡으며 이한결이 먼저 사정했다. 정액을 분출하면서도 추삽질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안으로 퍼지는 정액을 느끼며 테오도 요도구를 막고 있던 손을 놓았다.

“흐윽! 흐아앗!”

참았던 숨을 들이켜는 동시에 묽은 물줄기가 성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정액과는 다른 맑은 체액이 테오의 배와 셔츠를 흠뻑 적셨다. 그러나 뇌가 온통 쾌감으로 절여진 두 사람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몸을 겹친 채로 숨을 고르며 후희를 즐겼다.

테오는 힘없는 팔로 이한결의 등을 쓸어내렸다. 이한결도 풀썩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맞닿은 가슴에서 빠른 심장박동과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여전히 안쪽을 채운 성기도 그 기세를 잃지 않았다.

이보다 만족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대로 널 가진 채 죽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군.”

“으응? 그럴 리가. 아직 멀었는걸. 여기서 세 번은 더 할 수 있다고.”

“좋아. 하다가 내가 죽어도 멈추지 마라.”

“뭐? 하하하!”

농담인 줄 알고 웃던 이한결은 테오의 진지한 표정에 멈칫했다. 피곤해서 죽겠다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얼굴이었다. 이한결이 식은땀을 살짝 흘렸다.

“그…… 내가 더 잘할 테니까 죽지는 말자.”

“여기서 더 잘하겠다는 건 날 죽이겠다는 소리 같은데.”

“아니, 섹스 얘기가 아니라! 내가 널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죽기 아까울 만큼.”

이한결은 테오의 이마와 눈가, 콧잔등, 양 뺨에 입을 맞췄다. 신이 세례를 내리듯 보드라운 접촉에 테오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확실히 죽으면 네 입맞춤도 느낄 수 없겠군.”

“그치? 그러니까 죽는다는 소리는 하지 마.”

테오는 이한결의 목을 끌어안았다.

“키스해 주면 그리하마.”

“기꺼이.”

이한결의 사랑은 다시금 테오를 침범했다. 테오는 그 달콤한 침략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사랑이었으나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