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1 우리는 서툴러서 (11/13)

외전1 우리는 서툴러서

악룡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원한 업적은 신화로 쓰이기에 차고 넘쳤으나, 이한결은 곧바로 신이 되지는 않았다. 피조물이 신이 되기 위해서는 피조물로서의 삶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정희선과 친구인 서강찬을 두고 일찍 죽을 수 없던 이한결은 자신의 세계에서 신화 기록을 정리했다. 조건은 불충분하지만 신의 격을 충분히 갖춘 존재, 반신이 된 것이다.

신의 격을 갖추었으되 신화, 신전, 신도를 모두 가지지는 못한 반신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신과 같은 수준의 권능을 부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한결은 세계와 세계를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오늘도 그는 대학 수업이 끝나자마자 테오의 세계로 넘어온 참이었다.

“여, 영웅님을 뵙습니다! 지금 당장 천공 각하께-”

“잠깐! 지금 테오 일할 시간이잖아. 몰래 일찍 온 거니까 알리지 말아줘.”

이한결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입 앞에 가져다 댔다. 그를 맞이한 시종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은 기색이었으나 이한결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기척을 숨기고 살금살금 정원으로 이동했다.

슬슬 날이 더워지는 6월의 오후. 오늘의 날씨는 맑디맑았고 적당한 바람이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르는 피부를 식혀주었다. 반파되었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지어진 천공성은 동화 속에 나올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테오가 공작들을 비롯한 관료들과 회의를 하는 회장에는 천공성의 훌륭한 정원으로 연결된 발코니가 여럿 있었다. 이한결은 그중 하나에 접근해 벽 뒤에 숨었다.

슬쩍 창문을 엿보니 발코니 선정을 잘한 덕에 테오의 옆모습이 아주 잘 보였다.

격렬하게 토론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토론자들의 공방을 분석 중이라는 것을 이한결은 알았다.

그가 드물게 입을 열어 의견을 말하면 회의장의 모든 이가 조용히 경청했다. 저 이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니 서둘러 온 보람이 있었다. 조각처럼 아름다운 얼굴로 무심하게 상대방 의견의 허점을 노리는 모습은 절대적인 심판관을 보는 것만 같았다.

관료들의 혼이 쏙 빠진 듯한 표정을 보며 이한결은 일방적인 동질감을 느꼈다.

‘다들 테오의 훌륭한 반론에 감탄하는 것 좀 봐!’

……정작 그들은 사람의 말에 찔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콩깍지가 단단하게 씐 이한결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테오를 흘끗거렸다.

그 순간, 돌연 테오가 고개를 획 돌리더니 이한결이 있는 쪽을 정확하게 보았다. 동시에 회의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입꼬리가 가볍게 말려 올라간 것만으로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한결이 심장을 부여잡는 사이, 테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코니로 달려왔다.

“한결! 오늘은 일찍 왔구나. 왜 숨어 있느냐?”

“그, 크흠! 그게, 너 일하는 거 구경하려고…….”

회의장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자 얼굴이 빨개진 이한결이 손부채질을 했다. 그걸 본 테오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발코니에 숨어 있던 영웅님을 구경하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한결은 어쩐지 더 창피해졌다.

“일은 다 끝났으니 이만 가자꾸나.”

“앗! 그건 아니죠, 각하!”

혼자 고개 숙이지 않고 뺀질뺀질한 얼굴로 웃고 있던 클로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잽싸게 달려가 이한결을 데리고 발코니를 넘으려는 테오를 붙잡았다. 무시무시한 천공이 노려보아도 주눅 들지 않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클라브 왕국과의 무역 협정 논의가 아직 안 끝났잖습니까. 어딜 튀시려고!”

“나 없이 논의해도 될 문제 아닌가. 그것보단 한결이 더 중요하지.”

“영웅님을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하던 일은 다 끝내셔야 합니다. 특히 이런 외교나 무역은 각하 전문 분야시니 자문해 주기로 하셨잖아요.”

“지금까지 충분히 해줬는데.”

“이…… 자문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잖아, 인마! 논의를 끝내야지!”

공과 사가 뒤섞인 말투로 대화를 하던 클로이가 안 되겠는지 간절한 눈으로 이한결을 바라보았다. 테오가 바로 막아섰지만 눈빛은 이미 접수됐다. 이한결은 웃음을 참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나 너 일하는 거 더 보고 싶은데. 엄청 멋있었거든.”

“…….”

“아까는 밖에 있어서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어. 괜찮으면 옆에서 구경해도 될까?”

테오는 뚱한 얼굴로 이한결을 흘겨보고는 그의 손을 잡고 자리로 돌아갔다. 클로이가 비열하게 웃으며 이한결이 앉을 의자를 내왔다.

공작들을 제외한 관료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천공과 영웅을 번갈아 보았다.

“서둘러 끝내도록 하지.”

테오의 선언 이후,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된 회의는 정해진 시간을 꽉 채우고 나서야 끝났다. 너덜너덜해진 관료들이 천공을 붙잡은 클로이를 괜히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흑, 죽겠네.”

물론 그녀도 멀쩡한 몰골은 아니었다.

* * *

기상이 회복되고 세계가 안정된 후, 공작의 자리에서 물러나려던 테오를 붙잡은 건 클로이였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천공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테오는 이제 홀로 설 때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의지하기 위해 붙잡은 게 아니었다.

‘이대로 우리에게만 맡길 셈이야? 권력에 물들어서 변질하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하지 않겠어?’

‘너희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우리가 너나 절대적인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줘.’

이 또한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 중 하나로 볼 수 있었지만 테오는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미 3년간 홀로 선 바 있었다. 한 번 걸음마를 배운 이상 주저앉지 않고 걷거나 뛰도록 등 정도는 밀어줄 만했다.

그들이 자신이 준 실마리를 외면했다 하더라도, 그가 세계를 멸망시키려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므로 그 정도 보상은 할 생각이었다. 테오치고 이 세계 사람들을 위한 결정을 내렸으나 당연하게도 다른 목적 또한 있었다.

그와 함께 후원의 숲을 거닐던 이한결이 넌지시 물었다.

“어때, 성과는 있었어?”

“음.”

“없어도 괜찮아. 세계를 사랑하는 게 쉬울 리 없지.”

테오는 태생적으로 세계를 증오했다. 오직 이한결만을 사랑하여 그를 착취하는 세계와 인간을 제거하기 위해 재앙이 될 정도로. 나중에는 사랑보다도 증오를 우선시했으니, 증오를 위해 설계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 테오가 이 세계의 신이 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증오하는 것을 대가 없이 돌보는 건 영혼을 메마르게 하게 마련이니까. 테오가 공국의 일에 유독 게을러지는 것이 바로 그래서였다.

이 증오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자문관으로서 공국 일을 거들기로 한 셈이다. 이한결은 그런 테오가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웠다. 테오가 신이 되려는 이유는 그저 이한결과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였으므로.

“자, 이거 받아.”

그런 테오를 돕고자 이한결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다. 그중 가장 자주 쓰는 게 ‘이 세계의 것 선물하기’였다.

테오는 이한결이 주는 것은 다 좋아했으므로 좋은 접근이었다. 이한결은 자신이 테오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를 바랐다.

“머리핀이구나.”

“푸른 보석이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구해봤어. 어때? 예쁘지.”

“예쁘구나.”

테오는 의식적으로 이한결의 감상을 베꼈다. 언젠가는 저렇게 자연스러운 감상을 내놓겠다고 각오하며 머리에 핀을 꽂았다.

다시 기르기 시작해 어깨까지 내려오는 결 좋은 머리카락에 핀이 엉성하게 매달렸다. 살짝 웃은 이한결이 제대로 달아주었다.

푸른색의 작은 보석들이 꽃과 풀잎 모양으로 자잘하게 박힌 머리핀은 예상대로 테오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 친하지도 않은 로디온을 통해 어렵사리 구한 보람이 있었다.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때?”

“너무너무 예뻐. 완전 잘 어울려.”

이한결이 헤실헤실 웃으며 뺨에 입을 맞춰주자 테오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한결의 선물 공세는 잘 먹혀드는 것만 같았다.

* * *

세계를 사랑하는 것을 도우려다 보니 선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값비싼 장신구, 실용적인 디자인의 만년필, 정원에서 한 아름 따 온 꽃다발, 제철 과일로 만든 디저트와 그에 어울리는 찻잎 등등. 마음 같아서는 ‘이 세계 전부 너에게 선물할게!’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부끄러워서 그러지는 못했다.

세계를 무심하게 보는 게 최선이었던 테오가 선물을 받을 때만큼은 조금 온화한 눈을 했다. 이한결은 자신의 방법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커플링을 선물한 다음 날 깨지고 말았다.

“안 끼고, 왔네……?”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힌 은반지는 이한결이 정말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고른 선물이었다. 직접 손가락에 끼워주자 테오도 얼굴까지 붉히며 좋아했다. 그런데 막상 다음 날이 되니 테오의 약지는 텅 비어 있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한결을 보고 테오는 당황했다. 이한결이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끼고 와야 하는 거였나?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군. 또 보고 싶어 할 줄은 몰랐어.”

“그야 반지는 특별하니까? 몰랐으면 어쩔 수 없고. 네 잘못이 아니야.”

“아니다. 지금 당장 끼고 오마.”

자신을 두고 서둘러 응접실에서 나가는 테오를 보며 이한결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다른 장신구들도 다시 하고 온 적이 없잖아?’

테오의 성장 배경을 생각하면 반지의 사회적 의미를 모를 수도 있었다. 어렸을 때는 생존하느라 바빴고, 커서는 이안의 복수에 혈안이었으니 그런 로맨틱한 감성에 관심 가질 틈이 없었을 터.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장신구가 귀찮고 불편한 걸지도 모른다. 선물을 받았으니 기쁘기는 하지만 하고 다닐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한결은 테오의 취향에 대해 알아볼 생각하지 않고 들입다 선물한 것을 반성했다.

“가져왔다.”

돌아온 테오는 반지를 끼지 않고 케이스째로 이한결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왼손을 내밀며 살짝 웃었다.

“끼워다오.”

예쁘게 휘어진 입매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반사적으로 따라 웃은 이한결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어제처럼 약지에 반지를 끼운 뒤 손을 잡은 채 물었다.

“테오, 내가 준 선물은 마음에 들었어?”

“마음에 들고말고. 전부 다 좋았다.”

“그럼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뭐야?”

테오는 망설임 없이 반지를 가리켰다. 이한결의 반지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게 반지를 나눠 낀 의미를 유추한 모양이었다.

“그럼 그다음으로 마음에 든 건?”

“음. 다 좋아서 고르기 어렵구나.”

“그렇구나. 혹시 이 반지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네가 나에게 준 선물이고, 네가 두 번이나 직접 끼워주었고, 네가 가진 것과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

이한결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마음에 드는 이유가 모두 테오 개인의 감정이 아니었다. 테오는 그의 얼굴을 살피다가 한 가지 더 말했다.

“반지 몸체의 색이 네 눈동자 색과 닮은 것도 마음에 든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테오의 호오는 철저히 이한결을 기반으로 두었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 무의식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 같았다.

‘잠깐, 테오가 정말 모를까? 이렇게 똑똑한 애가?’

이한결은 생각에서 빠져나와 테오를 살폈다. 예상대로 표정이 어두웠다. 동그란 눈매의 끝이 살짝 처진 게 자책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이한결의 표정을 확인한 테오는 한숨을 내쉬며 실토했다.

“결국 들켰군.”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해서 다 좋아할 필요는 없어, 테오. 싫거나 마음에 안 들면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아니. 나는 분명 네가 준 선물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에게 이 세계의 물건은 이한결이 주는 선물일 때만 가치 있을 뿐이었다.

“네가 나에게 건넬 때는 그렇게나 찬란하던 보석들이 네가 없는 순간에는 바닥에 떨어진 돌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더군. 네가 꺾어 준 꽃들의 향기도 나 홀로 맡으면 거슬릴 뿐이었고, 달콤하던 과일도 삼키기 버거웠다.”

“잠깐만, 그럼 나 없을 때 밥은?”

“반신이 되면 영양 섭취가 거의 필요 없지 않더냐. 식사는 너와 함께할 때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말에 이한결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는 조금 전부터 굉장히 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있었다. 표정 관리를 위해 딱딱하게 굳은 이한결의 얼굴을 본 테오는 음울해졌다.

“네가 있을 때는 괜찮던 것들이 혼자가 되면 견딜 수 없게 된다. 네가 없는 세계에서 어떠한 가치도 느낄 수 없어. 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테오의 고해를 들은 이한결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씰룩씰룩 경련했다. 그는 속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었다.

‘뭘 좋아하는 거야! 테오가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그러자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반박했다.

‘하지만 저건 그거잖아! 테오가, 테오가 나를……!’

격렬한 내적 자아를 진정시키고 이한결은 헛기침했다. 붉어진 뺨이 도통 돌아오지 않고 웃음이 자꾸 삐져나왔지만, 애써 진지한 얼굴을 만들었다. 테오가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네 말을 들어보니 원인을 알겠어.”

“원인? 그야 내가 이 세계를 증오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테오 네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야.”

테오는 그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는 표정이었다. 그에 더 민망해진 이한결이 뺨을 문질렀다.

“사랑해도 너무 심각하게 사랑해서 그런 것 같아. 사랑하는 마음에도 한계가 있는데 여유를 두지 않고 나만, 크흠, 나만 사랑하니까. 다른 걸 사랑할 마음까지 끌어다가 말이야.”

“그렇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군. 널 덜 사랑하는 건 나에게 불가능해.”

“아니, 해결 방법은 있어.”

이한결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테오가 그 미소에서 얼마나 깊은 사랑을 느끼는지 짐작하지도 못한 채.

“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널 사랑하면 돼.”

그는 사랑을 선언했다.

“네 마음에 여유가 생기도록 내가 열심히 사랑할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라 마음을 쏟는 만큼, 나도 너에게 사랑을 쏟을게. 언젠가 네가 자연스럽게 다른 것도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계속 노력할게.”

이한결은 테오가 낀 반지에 입을 맞췄다. 손을 움찔 떤 테오가 못 참겠다는 듯 이한결을 잡아당겼다. 자연스럽게 두 입술이 맞물렸다.

이한결의 사랑에 흥분해 버린 테오는 그의 혀를 뽑을 것처럼 빨아 당겼다. 혀뿌리까지 길게 얽어 문질렀고, 가쁜 숨을 받아 마셨다.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꽉 잡아 눌렀으나 이한결도 물러나지 않았다.

서로 호흡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다가 겨우 떨어졌다. 테오는 헐떡이면서 이한결의 입술을 물었다.

“난 욕심이 많아. 쉽게 만족하지 않을 거다.”

“그래? 그럼 엄청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네 노력을 배신할지도 몰라.”

“그래도 변하는 건 없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한.”

이한결이 등을 쓸어내리자 테오가 파르르 떨었다. 테오는 다시 그에게 입을 맞추다가 목을 훑으며 내려가 살을 빨았다. 붉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럼 지금 당장 나를 사랑해.”

이한결은 명령에 따르듯 테오를 번쩍 안아 들었다. 다리로 이한결의 허리를 휘감은 테오는 계속 그의 목을 물었다.

응접실에서 나온 이한결이 사람의 기척을 피해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천공성처럼 재건된 영웅성은 사용인이 적어 은밀히 움직이기 쉬웠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테오를 내려놓은 이한결은 그의 셔츠 단추부터 풀었다. 오는 길에 팔목의 천을 끄른 테오는 허리끈마저 풀어 침대 밖으로 던졌다.

곧 잘 조각된 하얀 상체가 맨살을 드러냈다. 옷을 입었을 때 말라 보이는 것과 달리 천 아래에는 단련된 근육이 섬세하게 짜여 있었다.

이한결은 손으로 테오의 가슴과 복부를 쓸어내리다가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피부 위로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순흔이 피어났다. 누운 채로 셔츠에서 팔을 빼내던 테오는 이한결이 유두를 핥자 작게 신음했다.

“읏.”

이한결은 양쪽 유두를 번갈아 가며 물고 빨았다. 발딱 솟은 유두가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혀끝으로 집요하게 문지르다가 유륜까지 함께 물어 빨았다.

테오가 헐떡이며 이한결의 옷을 잡아당겼다.

“너, 너도 어서 벗어.”

이한결은 테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조끼와 셔츠를 한꺼번에 벗어 던졌다. 테오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이한결의 목 뒤와 어깨를 쓸어내렸다. 예민한 귓바퀴를 문지르자 유두를 빠는 힘이 강해졌다.

가슴을 애무하는 와중에도 이한결은 손을 움직여 테오의 바지를 벗겨냈다. 속옷까지 다 벗기자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배에 올라붙었다. 벌써부터 붉게 물들어 선액을 찔끔찔끔 흘리는 성기는 모양새도 예뻤다.

그는 테오의 성기를 붙잡고 뿌리부터 귀두까지 강하게 쳐올렸다.

“으흣, 앗! 왜 안 넣고, 윽.”

“후- 윤활유로 쓸 만한 게 없어. 오늘은 이것만 하자.”

“뭐? 싫어. 흐으, 그냥 넣어.”

“그날 이후로 처음이잖아. 그때처럼 서투르게 해서 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이한결은 자신의 성기도 꺼내 테오의 것과 겹쳐 잡았다. 둘 다 크기가 커서 한 손으로 잡기에는 버거웠다. 그는 양손으로 두 성기를 감싼 뒤 박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찌릿찌릿한 쾌감에 덩달아 허리를 흔들면서도 테오는 갈증을 느꼈다. 처음으로 합일을 이루었던 날의 고양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눈가가 벌게진 그는 신력을 일으켜 휘둘렀다.

바깥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리더니 잠갔던 문이 벌컥 열렸다. 화들짝 놀라 돌아본 이한결에게 유리병 하나가 날아왔다. 그가 찾던 윤활유로 쓸 수 있는 향유였다.

“이제 됐지?”

문이 닫히고 철컥, 잠겼다. 이한결은 실소를 흘리면서도 끓어오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병을 열어 테오의 사타구니에 기름을 쏟았다. 부드러운 꽃향기가 훅 끼쳤지만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한결은 마사지하듯 기름을 꼼꼼히 펴 바르다가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오밀조밀한 구멍에 손가락이 닿자 테오가 살짝 긴장했다.

“빠, 빨리…….”

“잠깐, 만.”

기름에 미끄러지는 피부의 감촉이 미친 듯이 좋았다. 쫀쫀한 구멍이 손가락을 무는 것을 느끼며 이한결은 다른 손으로 테오의 성기와 고환, 허벅지를 주물렀다. 힘이 들어가 단단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느낌에 그는 거의 심취했다.

“어, 언제, 하읏…… 언제 끝나?”

“손가락 한 개만 더 넣을게. 아프면 안 되니까.”

“상관없, 는데.”

테오도 손에 기름을 묻혀 이한결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졸랐다. 유두를 꼬집을 때마다 흠칫거리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러나 이한결은 네 번째 손가락까지 넣고 한참을 풀어준 뒤에야 준비를 끝냈다. 귀두를 구멍에 맞춘 그가 테오의 얼굴에 잘게 입을 맞췄다.

“넣을게.”

“어서, 한 번에 넣어줘.”

테오의 말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이한결이 성기를 단번에 쑥 밀어 넣었다. 충분히 풀어준 덕에 조금 조이긴 해도 저항감 없이 끝까지 들어갔다.

깊숙한 곳까지 들어찬 쾌감에 테오가 발가락을 오므리며 떨었다.

“아, 좋아. 이안, 아니, 한결. 기분 좋아…….”

“나도 좋아, 테오.”

이한결은 테오의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성기를 꽉 물어 놓지 않는 내벽이 뜨거웠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소름 끼치는 쾌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테오는 이한결의 손이 닿을 때마다 불에 스친 것처럼 소스라치며 느꼈다. 이한결이 만지는 곳이 모두 성감대인 것처럼 신음하며 구멍을 조였다. 만지지도 않은 성기에서는 정액이 질질 새어 나왔다.

“사랑해, 테오. 사랑해.”

“흐으, 나, 나도, 윽!”

“널 정말, 읏, 사랑해.”

이한결이 귓불을 빨며 속삭이자 테오는 그대로 사정하고 말았다. 잠시 쉬게 해주려고 이한결이 멈췄지만, 테오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꾹 누르며 재촉했다.

발기가 풀리지 않은 성기와 발개진 눈가가 더 깊은 사랑을 요구했다. 이한결은 그 요구에 응해 테오를 꼭 끌어안고 다시금 허리를 빠르게 쳐올렸다.

직전의 사정으로 한껏 예민해진 몸이 무자비한 자극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고통을 닮은 쾌감이 테오의 뇌를 진탕으로 만들었다.

“하, 한결! 으으, 앗! 하으, 윽, 으흣!”

테오는 호흡하기 힘들 정도로 신음을 흘리면서도 이한결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의 품 안에서는 이렇게 통제 불능이 되어도 좋았다. 이한결이 구석구석 만지고 애무할수록 안심이 됐다.

“흐읏!”

오래지 않아 다시금 한계에 다다른 테오의 성기가 정액을 토해냈다. 구멍이 확 수축하며 조이자 이한결도 테오의 안에 사정했다. 뜨거운 몸을 꽉 끌어안아 성기를 끝까지 삽입해 깊숙한 곳에 정액을 뿌렸다.

빈틈없이 맞물린 몸이 사정보다 더 큰 쾌감을 선사했다. 잠시 숨을 고른 두 사람은 짐승처럼 입을 맞추며 다시 몸을 섞었다.

꺼지지 않는 열락의 불꽃이 밤새도록 타올랐다.

테오는 거의 매달리듯 이한결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수없이 반복된 행위로 땀에 젖은 몸이 끈적거렸으나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상체가 완전히 밀착돼 움직일 때마다 기름 묻은 가슴이 부드럽게 비벼졌다. 울퉁불퉁한 복근 사이에 눌린 테오의 성기가 연신 물을 흘렸다.

“아으, 흣, 윽!”

이한결의 성기가 깊은 곳을 찌를 때마다 테오는 거의 경련하며 목이 다 쉬도록 신음했다. 팔다리로 이한결의 몸을 꼭 끌어안고 더 깊게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이한결은 몸통이 조이는 통에 숨을 쉬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나 짧게 호흡하며 연신 허리를 쳐올렸다.

안쪽이 들쑤셔질 때마다 테오의 성기에서 실금하는 것처럼 정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테오는 몇 번을 사정해도 부족하다는 듯 그에게 달라붙었다. 통제하지 않은 욕망의 불길은 너무나 거셌다.

이한결은 흐트러진 테오의 얼굴과 몸짓을 두 눈에 모두 담았다.

새하얗던 몸이 흥분으로 인한 열과 울혈, 잇자국, 손자국으로 엉망이었다. 유두는 퉁퉁 부어 달아올랐고, 복부는 정액으로 흥건했다. 새빨간 입술 사이로 정제되지 않은 신음이 흘러나왔으며, 언제나 또렷하던 푸른 눈동자는 쾌락에 절여져 흐리멍덩했다.

“크흣, 테오. 정신 좀 차려봐.”

“으응, 흣, 아, 빼지 마. 더 계속 안에…….”

“너 그렇게 야하게 말하면, 나도 참을 수가…… 윽!”

이한결은 부르르 떨며 몇 번째일지 모를 사정을 했다. 입안에선 단내가 났고, 온몸은 땀과 체액에 절어 끈적거렸다. 그는 호흡을 고르며 테오 위에 잠시 늘어졌다.

혼몽한 표정인 테오의 안이 정액으로 꽉 찼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조르듯 조이는 구멍에서 성기를 빼니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우, 우왓.”

당황한 이한결이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아버렸다. 자신이 저만큼 싸질렀다는 게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새어 나올까 봐 손가락을 깊숙이 넣으니 구멍이 오물거리며 조여들었다.

“뭐 하는 거야?”

테오가 몽롱한 목소리로 물었다. 황당해서 약간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이한결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 나도 모르게 그만……. 요, 욕실 가서 씻을까?”

“난 아직 부족하다, 한결.”

“하지만 해가 떠버렸는걸.”

벌써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 다 크게 지치지는 않았지만 하루 일정을 위해서는 일어나야 할 때였다.

한숨을 쉰 테오가 몸을 일으키며 이를 갈았다.

“다음에는 휴가를 내든지 해야겠군.”

이한결이 수줍게 동의했다.

* * *

그날부터 두 사람은 마치 중독된 것처럼 섹스했다. 단둘이 있는 시간이면 반드시 옷을 벗고 침실에서 나뒹굴었다. 가끔은 옷을 입은 채로 하거나 욕실에서 하기도 했다.

반쯤 신인 자들이었으니 도통 지치지도 않았다.

이한결은 테오가 섹스할 때 솔직해지는 점이 좋았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반응하고, 사랑한다 속삭이면 몇 배로 되돌려 주었다. 섹스가 끝나고 쉴 때도 평소보다 훨씬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섹스가 사랑의 전부인 건 아니지만, 사랑의 일종인 건 확실했다. 몸이 이어지고 쾌감을 나누는 행위에서 테오는 큰 충족감을 느꼈다. 그가 예전보다 비교적 유해진 것을 본 클로이가 이한결에게 비결을 묻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었을 뿐입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답한 이한결을 클로이는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아무튼, 한동안 미친 듯이 섹스하던 그들은 점진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나갔다. 나란히 누워 오늘 하루 어땠는지 일상을 나누거나 이한결이 자기 세계에서 가져온 책을 보여주기도 했다.

테오는 이한결이 가져오는 물건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기상학? 이게 네가 다니는 대학교란 교육 시설의 서적이란 말이지? 흥미롭군.”

“우리 세계는 마법 대신 과학이 발달했고, 신의 개입도 적거든. 예측 불가한 기상을 관찰하는 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었어.”

“확실히 보는 관점이 다르구나.”

테오는 이계의 지식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소파에 느긋하게 기댄 채 책을 읽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한결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기에 테오가 저렇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거구나. 단순히 사랑 하나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야.’

사랑은 분명 놀라운 감정이고 그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테오가 이안을, 이한결이 테오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랑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특히 테오처럼 깊고 오래된 감정이 얽혀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내가 테오의 감정을 멋대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하다니. 너무 오만했어.’

이한결은 사랑에 취해 있었다. 그도 사랑은 처음이었기에 사랑의 힘을 맹신하고 말았다. 잠시 깊게 반성한 그가 테오에게 말했다.

“테오, 내가 생각해 보니까 이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그만둬도 좋을 것 같아.”

“뭐라고?”

뜻밖에도 테오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책을 떨어뜨린 것이다. 두꺼운 하드커버의 모서리가 허벅지를 찍었으나 아픔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왜,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느냐? 가망이 없어 보여?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내가 영영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내가 너를 실망시켰느냐? 네 사랑을 받고도 세계를 사랑하지 못해서?”

“헉! 그런 거 아니야!”

이한결은 서둘러 부정했다. 생각보다 테오가 받은 압박이 큰 모양이었다. 테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분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왜 난 네가 노력하는데도 세계를 사랑하지 못하는 거야…….”

그 목소리에는 사랑하지 못한 슬픔이 아니라 이한결의 노력을 배반했다는 자괴감이 묻어 있었다. 이한결은 자신의 서툰 사랑으로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테오와 눈을 맞췄다.

“그게 아니야.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라고 강요한 내가 잘못했어.”

“넌 아무 잘못도 없다! 잘못된 건 나겠지.”

“절대 그렇지 않아.”

테오의 자기혐오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한결은 심장이 서늘해졌다.

그가 증오하는 세계의 범위에 자기 자신마저 들어가 있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직접 마주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한결은 내색하지 않고 전할 말을 맹렬히 골랐다.

“내 사랑으로 너의 감정을 바꾸려고 한 건 분명 잘못이고 실책이었어. 사랑은 절대적인 힘이 아니니까 증오하던 것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

“…….”

“내가 아직 서툴러서 너에게 안 되는 일을 강요한 거야. 접근 방식부터 잘못되었던 거지. 사랑을 더하는 게 아니라 증오를 덜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했는데.”

증오와 사랑을 합쳐봤자 테오만 괴로울 뿐이라면, 짙은 감정을 희석하는 게 나을 것이다. 세계는 너무 커다랗고 증오는 너무 무거우니까. 시작은 테오 자신을 덜 미워하는 것부터.

이한결이 아까 책에 찍힌 테오의 허벅지를 문지르며 속삭였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어. 내가 그랬듯이 가끔 실수를 할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고 가끔은 용서해 주자.”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아. 안 괜찮으면 괜찮아질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테오는 초조한 사람처럼 입술을 짓씹었다.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두 눈에 두려움이 서렸다. 이한결은 그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사랑이 절대적이지 않다면, 네 사랑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계속 실수하거나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네가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두렵다.”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지. 내가 이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네가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은 절대-!”

발끈했던 테오가 자신의 말에서 답을 찾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한결은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나도 그래. 우리는 서툴러서 몇 번이고 실수하고 잘못하겠지만, 서로를 사랑할 거야. 그렇지?”

“……응.”

“절대적이지 않으면 뭐 어때. 우린 계속 노력할 건데.”

“맞아.”

그제야 이한결의 말에 테오도 맞장구치며 배시시 웃었다. 모든 게 서툴던 어린 시절처럼 싱그러운 미소였다. 이한결은 그 서투름에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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