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Chapter 3. 미래 (선정) (17/18)

Chapter 3. 미래 (선정)

툭툭.

나무로 된 문을 두들기는데도 와장창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문고리를 쥔 손이 떨리고 목이 아파 그의 이름을 부르기에 힘겨웠다. 이윽고 기다렸던, 낮고 청량한 목소리. 나는 문을 열고 바닥을 기다시피 몸을 웅크렸다. 그의 눈이 한순간에 커진다. 크고 넓은 어깨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따님.”

그 울림이 주는 의미를 어렸을 때부터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는 나를 항상 보살펴 주리라는 것. 이 커다란 울타리에 몸을 숙이고 있노라면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는 안정감.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가 깜짝 놀라 더 강하게 내 몸을 붙들었다.

“이 아비에게 말해 주십시오.”

그가 눈물에 젖은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한없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무엇이 따님을 괴롭게 하는 것인지.”

그 따듯한 말이 나를 이토록 무너지게 할 줄은 몰랐다. 나는 필사적으로 아버지의 품에 매달리며 지금껏 참아왔던 울분을 쏟았다. 내가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더는 살고 싶지 않아. 더는 괴로운 길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구원해 주길 바란다. 매번 갔던 길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싶었다.

“도와주세요…….”

얄팍한 목소리가 좁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 밖으로 흘렀다. 너무 작아서 가까이 다가가야만 들릴 만한 목소리. 그러나 아버지는 기꺼이 내 입술 가까이 다가와 그 이야기를 듣는다. 나와 눈을 맞추고, 경청한다.

“구해 줘요…….”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은, 아버지가 그 무엇보다 나를 구해 주길 원한다고.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을 보살펴 주길 바란다고.

그러나 수오가 줄곧 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날 구해 달라고 애원할 수 없었다. 나는 처참히 무너지고 싶었다. 이 죄책감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까.

“수오를 구해 줘요…….”

간신히 내뱉은 그의 이름. 아버지의 눈이 커다래진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미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듯이 눈꼬리가 곱게도 휘었다. 흑색의 머리카락이 유난히도 부드러워 보인다. 잠시나마 그가 신처럼 보였다. 나를 구원할 유일한 신.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아버지.

“황제가 따님께 무엇을 제안했는지 이 아비에게 말해 주십시오.”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끝이 도톰한 아랫입술에 닿았다.

“그가 제안한 것 이상으로 내가 모두 이뤄 드리겠습니다.”

이 선택은 옳을 것이다. 단 한 번도 선택해 보지 않은, 아버지를 선택한 삶.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그는 감은 내 눈꺼풀 위에 입술을 맞춘다. 발끝까지 간지러워져서, 나도 모르게 순간 입술을 물었다. 이 기분은 무엇일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얼어 버린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청아한 웃음소리에 쉽사리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았다.

“따님은 이제 이 아비의 품으로 돌아오십시오. 가족이 되는 겁니다.”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궁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다. 나를 7년간 애지중지 키워 주고, 해로운 것들로부터 보호해 준 것은 그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고 모든 것을 보일 수 있다.

“아버지…….”

나는 눈을 떠 그를 올려다봤다. 그 순간 섬뜩하리만큼 거친 눈빛과 마주쳤다. 그건 검은 세상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괴물의 형상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따님.”

“아…….”

“드디어 내게 와 주었군요.”

입가가 드높게 휘어진다. 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자신이 괴물임을 드러내기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엉거주춤 그를 밀어냈다. 찬물을 끼얹은 듯 몸이 기울어졌다. 그러나, 내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가 내 발목을 아프도록 쥐었다.

“아흑……!”

“어딜 도망가려 합니까?”

쇠가 부딪히면 나는 소름 끼치도록 불쾌한 소리처럼,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몸을 수그린다. 마침내 그가 내 발목을 놓아 주며 웃었다. 나를 다시 어르고 달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꽤 소유욕이 강한 남자입니다.”

그때, 그의 차가운 손길이 등줄기를 쓸어내린다.

“날 자극하지 마십시오. 따님.”

차갑고 싸늘한 말. 그러나 아버지는 더 이상 손을 움직이지 않고, 내 등을 단단히 받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조용히 동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어차피 홀로 일어설 수 없다면, 이곳에서 나는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 누군가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면 나는.

“네, 아버지…….”

차라리 가족의 품을 가장하고 있는 이 지옥을 택할 것이다.

* * *

모든 것이 아버지가 내게 한 약속대로였다. 사헌부의 무관을 시켜 해독약을 수오에게 전해 주었으며, 답례품 사이에 있던 화승총을 발견해 서현국의 사절단들을 투옥 시켰다. 그런 소동 가운데, 십사문책이 끝나고 황제의 대탄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후는 순탄하게도, 황제의 죄가 낱낱이 밝혀졌다. 그가 자신의 딸에게 했던 끔찍한 강간과 고문까지 환관들의 증언으로 민중에게 알려졌다. 그 탓으로 내가 가짜 공주였다는 것 역시 밝혀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바로 누가, 차기 황제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다행이었을까. 혹은 불행이었을까. 이 모든 진실을 민중에게 드러낸 아버지가 유력한 차기 황제로 추대받기 시작했다. 서현국의 영토 확장에 불안해하고 있던 주변 소국들 역시 아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춘왕이 가장 신임했던 자신의 책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책사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고, 아무도 그의 자취를 증명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틈에 여국이 서현국의 왕궁을 쳤고, 내전까지 장악했다. 그렇게 불과 한 달 만에 굳건하던 서현국이 패국이 되었다.

그로부터 반년이었다. 다시 사계절을 돌아 봄이 찾아왔을 때, 드디어 아버지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줄곧 비어 있던 황좌가 생기를 되찾았고, 그 자리의 유일한 주인이 되었다. 커다랗던 두 나라가 하나로 통일되었다. 전례 없던 태평성대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황제 폐하 납시옵니다.”

공주궁(公主宮)까지 친히 걸음 한 황제를 보고 나인들의 등허리가 절로 굽어졌다. 이윽고 커다란 옥문이 열리고 침의밖에 걸치지 않은 황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비단 치마를 정돈하고 그의 앞에서 절을 올렸다.

“아바마마. 오셨습니까.”

그와 마주 보는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어김없이 두 손바닥에 땀이 스며든다. 학황의 거짓 공주로 살다가, 이제 다시 그의 진짜가 되었다.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처조차 숨겨둔 정인을 지키기 위해 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바마마. 오늘은 어쩌신 일로…….”

“따님.”

밤중이라 유난히 잠겨있는 그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목을 가늘게 빼고 침을 꿀꺽 삼켰다. 들짐승과 마주한 작고 연약한 것들처럼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예. 아바마마…….”

“그런 딱딱하고 재미없는 호칭은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서로의 거리는 멀었다. 그런데도 귓가를 가깝게 간질이는 것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열었다. 그가 바라는 것을 서둘러 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쁜 일이 일어날 테니까.

“아버지…….”

친근해진 말투에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그는 궁녀가 준비해 둔 찻잔을 들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일이 기억나는군요.”

그가 슬쩍 나를 훑는다. 줄곧 궁에 갇혀 있어 희고 여려진 피부. 그리고 궁녀들이 그가 찾아오기 전에 발라 둔 연지와 입술 기름. 흡사 맹수의 눈이었다.

“처음 보는 나를 경계하지도 않고 아빠라 부르던 그 오밀조밀한 모습이…….”

툭. 그가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참 귀여우셨습니다.”

“…….”

“아, 깜빡 잊을 뻔했군요.”

아버지가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의미 없는 말은 삼가는 그가, 왜 지금 이런 말을 하는지도. 다시 옛날로 돌아가, 아버지의 손길을 바라는 순진한 딸을 바라는 것이다.

아니, 혹은.

“그자로부터 서간이 도착했습니다.”

나를 철저히 동요시킬 속셈이다.

“자, 가까이 와서 받아 가세요.”

그의 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품었던 경계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멋대로 몸이 날뛰었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하다. 끝내 아버지의 품에 안겨, 나는 그가 쥔 서간을 손에 넣었다.

“이걸 그토록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떨리는 손으로 서통(書筒)을 열었다. 그 안에 든 새하얀 종이 위에 얕게 그림처럼 그려진 필체. 수오의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이라 적혀 있습니까.”

나는 허겁지겁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애정 어린 인사와 서현국의 날씨 이야기. 그러나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아…….”

순간 숨이 턱 막혀 버린다.

“따님.”

사방이 어지러워 궁이 내 주위를 도는 것 같았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 눈물이 후두둑 가슴팍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가 나를 폭삭 품에 안는다. 따듯하고 넓은 가슴이 오늘따라 아늑하게 느껴졌다.

“이리 줘 보십시오.”

이윽고 그가 내 손에 있는 서간을 빼앗았다. 한동안 말없이 읽다가, 아버지는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불한당은 이제 잊으십시오.”

“흑… 으흑…….”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사태가 잠잠해지면 서로 만나 단란한 집을 함께 꾸려가기로 했었다. 지금은 궁에 있는 신세였지만 언젠가 그와 함께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수오가…….

“몸이 멀어지니 다른 여인을 탐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말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잔혹한 말이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가까이 있어야, 몸도 마음도 동하는 법이지요.”

“아… 흐윽…….”

“아아, 이리도 많이 우시니…….”

오열하는 나의 붉은 뺨에 갑자기, 뭉근한 입술이 내려앉았다. 순식간의 일이라 그를 밀어내는 것조차 잊고 만다. 촉촉한 혀는 점점 더 눈가로 올라왔다. 곧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까지 전부 그가 핥아 먹었다.

“내가 더는 못 참을 것 같습니다.”

“아, 아, 아버…….”

당황한 목소리가 눈물을 삼켰다. 곧 히끅대며 딸꾹질이 시작됐다. 가엾게도. 아버지가 그리 읊조리며 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참겠습니다. 따님이 그놈을 잊을 때까지.”

그의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의미를 알고 나면 더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마저 그의 놀이에 동조하게 되면 이대로 관계가 틀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공포는 그런 걱정까지 잊게 한다. 나를 그의 어둠 속으로 몰아간다.

“그럼, 마음 추스르고 편안히 주무십시오.”

잠시 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나인들이 양쪽으로 문을 열고, 황제가 가는 길을 따랐다. 어느새 서간은 내 곁에 없었다. 마치 착각이었던 것처럼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멍하게 있는 나를, 궁녀들이 침실로 안내했다.

밖은 새벽인데도 궁 곳곳에 뿌려져 있는 등불 때문에 이 안은 참 밝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참 환했다. 가짜 빛인지도 모를 만큼 야살스럽게, 눈이 부시다.

* * *

공주궁(公主宮)을 나선 선정의 옆에 소 사휼이 붙었다. 사휼은 과거 하생관(河省館)의 유생들을 위해 협서(挾書)를 작성했던 자였다. 후에 대과에서 대필을 한 죄로 꼬리가 밟혔지만, 학문에 용쓰는 자 중에서도 학식이 뛰어나고 어떤 필체라도 하루면 따라 베낄 수 있는 기인이었다.

선정이 그를 옥에서 풀어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루빨리 제 딸이 정인을 포기하길 바라는 만큼, 사휼만큼 제격인 자가 없었다.

“벌써 네 번째 서간이옵니다만, 오늘이 마지막인 겁니까?”

“그러길 바라야지.”

딸은 놈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처음 서간을 그녀에게 쥐여 주었을 때 자신을 의심하던 그 눈초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를 추락하게 만드는 일이 기대될 만큼이나.

하지만 이제 다른 여인과 혼례를 올린다는 서간을 받았으니,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선정의 미소가 달빛을 받아 더욱 푸르게 번져 갔다. 곧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그녀를 유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저는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겁니까? 폐하.”

선정은 소 사휼을 쳐다봤다. 처음 지었던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싸늘한 표정만이 남았다.

“그대는 이제 자유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감사합니다!”

소 사휼이 기뻐서 바닥에 바짓단이 끌리는지도 모른 채 펄쩍 뛰었다. 옥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것을, 서간 몇 통 쓴 것으로 감면받다니.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그러나 소 사휼이 선정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날카롭고 첨예한 칼날이 그의 뒤통수에 박혔다. 비명 하나 지르지도 못하고, 그는 눈을 뜬 채 바닥에 엎어졌다.

“하하…….”

선정의 입가에 다시 시퍼런 웃음이 걸린다.

“한 명이라도 내가 살려둘 것 같으냐.”

선정은 피에 얼룩진 손을 털어내 불쾌감을 억누르려 했다. 그런데도 피를 보면 놈이 마지막에 보인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딸이 사랑하는 그 정인의 독한 얼굴이. 그리고 부율, 그 자신만만하던 얼굴 역시도.

두 사람을 죽인 것이 꽤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딸이 그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않았어도 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쥐새끼처럼 이곳을 얼씬거렸을까. 상상만 해도 더러운 기분에, 선정이 발을 들어 죽은 소 사휼의 목덜미를 짓밟았다. 곧 뼈가 우두둑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모든 게 당신을 위해섭니다. 따님.”

이 피도, 무고한 자들의 죽음 역시 모두 그의 딸을 위한 것이다. 그는 죄를 짓지 않았다. 선정 역시 가족을 위해 하지 못할 것이 없는 그런 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까,

“어서 내게 마음을 열어야 할 겁니다.”

그가 그녀를 억지로 품고, 싫다는 비명조차 무시하기 전에, 그녀는 알아야 한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신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녀의 몸을 탐할 수 있는 사내 역시 아버지인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 * *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병자처럼 앓아누워, 수오를 생각했다, 처음에 드는 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맹렬한 증오였다. 수오를 선택해야 했을까. 처음부터 황제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오를 보러 서현국으로 향했어야 했을까. 그런 만일이라는 이야기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기분을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만일이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런 선택도, 나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율을 배신하고 수오를 선택했을 때 내가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버지를 선택했을 때, 부율은 궁 밖으로 떠나야 했지만 적어도 그의 가문은 무너지지 않았다. 선정의 배려로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내가 없었던 과거의 삶을. 그건 수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과 결말이 난 것뿐이다. 내가 없는 결말을. 그것에 좋고 나쁨은 없었다. 그저 운명일 뿐.

그래서 모든 게 포기가 되었다. 문을 열고 화원까지 나가, 싱그러운 꽃 향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나는 천천히 낡은 기억들을 잊어 가고 있었다.

“따님.”

동백꽃의 그윽한 향기에 취해 가고 있을 무렵,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화원 끝자락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곤룡포가 아닌 무반들이 입을 법한 검정 철릭 차림이었다. 그래서인지 매끈한 그의 몸매가 더 도드라지게 드러나 보였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귀까지 새빨개지는 느낌이었다.

“이곳까지 어인 일이신지…….”

“사냥을 같이 갈까 해서.”

귀가 쫑긋 섰다. 1년에 서너 번 황제가 총애하는 신하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사냥을 나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궁 안에서만 갇혀 줄곧 답답하던 내게 아버지의 말은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드디어 궁을 나갈 수 있다. 이곳을 나가, 울창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가, 갈게요!”

입가에 가득 번진 내 미소를 본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새 그의 입가도 해사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럼 마구(馬廏)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따님.”

* * *

궁에서 지내면서 처음 있는 외출이었다. 나는 상궁에게 받은 승마 바지를 입고 마구를 찾았다. 활과 화살을 시중하는 환관과 똑같은 철릭 차림의 무관들이 여러 명 있었다. 순간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감쌌다.

“춥지는 않습니까. 따님.”

아버지였다. 말을 타기 쉬운 차림으로 오느라 평소보다 얇은 옷을 입은 탓이었을까.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기에는 춥게 보였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아바마마.”

“그렇습니까.”

그러나 괜찮다는 내 대답에도 아버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한참을 나를 훑었다. 가슴부터 허리, 그리고 허벅지까지. 그러다 바지가 짧아 발목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그런 몸을 하고선 살결까지 내비친다라…….”

“네…? 그게 무슨…….”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고 싶은 겁니까.”

사나운 목소리가 내 말을 끊었다. 평소처럼 상냥한 어조가 아니었다. 순간, 그가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윽!”

“사내들에게 여지라도 주고 싶은 겁니까. 따님.”

무서웠다. 이런 아버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가 내게 묻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저 부정하기 바빴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더 맹렬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내 딸의 속살은 이 아비만 볼 수 있는 겁니다.”

“읏…….”

“다신 같은 실수 하지 마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아버지는 내 손을 놓아 주었다. 손목은 이미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 그랬다는 듯이,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내 말에 같이 올라타는 게 좋겠습니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네…. 아바마마.”

꺼림칙한 기분으로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곧 그가 내 허리까지 붙잡고 말 위로 올라 태웠다. 높은 광경을 보자, 그나마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버지는 내 뒤에 앉아, 말의 고삐를 잡았다. 열린 궐문으로 말들이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순식간이었다. 밖으로 나가, 들판을 달린다. 나는 빠르게 치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아까 전 불쾌감이 전부 사그라든다. 자유롭게 궁 밖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로 한 번에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어리석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몽상 밖의 현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내 어깨에 가끔 부딪히는 그의 단단한 팔을 느꼈을 때였다. 등 뒤로 스치는 넓은 그의 가슴이 유난히 벽처럼 느껴졌다. 커다랗게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나는 눈을 떴다. 멀리서도 산이 보였다. 저곳에 다다르는 것도 아마 순식간일 것이다.

“…….”

그 순간, 눈물이 나왔다.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얄팍한 눈물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슬픈 걸까. 억울하기라도 한 걸까. 이렇게 쉬이 나갈 수 있는 궁이었더라면, 왜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렸던 것일까.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었던 걸까.

“곧 도착합니다. 따님.”

바람이 셌다. 온순하던 봄바람은 말이 달리는 순간, 내게로 와 거칠어졌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홀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위로해야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러나 그 안은 텅텅 비어 있어 허무할 뿐이다. 그래도 합리화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를 잊을 수 있다.

“폐하. 도착했습니다.”

산에 먼저 도착한 무관들이 하나둘 안장에서 내려 황제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버지는 여유롭게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세웠다. 신하들의 손에 활과 화살, 그리고 화승총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윽고 말에서 내린 내 손에도 활이 들렸다. 아버지가 기분 좋게 웃었다.

“이 아비와 지금부터 사냥놀이를 하는 겁니다. 따님.”

산속에 들어가, 화살을 맞추고 물을 마시는 짐승을 노린다. 단순히 그뿐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미소가 음산했다.

무관들은 우리 뒤를 지켰고, 아버지는 처음으로 화살을 잡는 나를 도왔다. 내 허리를 감싸고 화살을 당기는 내 손을 주시했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그가 손을 뻗어와 몸을 만졌다. 닿는 곳마다 알싸하고 홧홧했다. 어째서일까. 나는 이런 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가슴을 더 곱게 펴야 화살촉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의 손길이 어느새 내 밑가슴에 와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복부가 뜨거워지려고 한다. 나는 불경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 그가 만족할 만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시위를 당길 때는 귀 뒤까지. 그래, 그렇게.”

손길은 밑가슴에서, 점점 더 위로 올라온다. 그저 착각인 걸까. 나는 동요하지 않기 위해 더 화살촉에 집중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위를 놓았다. 팽팽하던 줄이 몸통으로 돌아오자 날카로운 촉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곧 새들이 나무 위로 도망가고, 을씨년스럽게 나뭇잎이 흔들렸다. 불안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그가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었다.

“어떤 짐승인지 확인하러 갈까요. 따님.”

아버지는 화살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무신들을 뒤로 보내고, 내 손을 잡았다. 적막한 산속을 단둘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바스락거리는 발걸음 소리마저 잔잔해졌다. 그렇게 일각(一刻) 정도 더 걸었을까. 새끼 사슴 한 마리가 다리에 화살을 맞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도, 도와줘야……!”

스스로가 던진 화살촉이라는 것도 잊고, 가증스럽게 비명이 나왔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단단히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그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 보지만, 거친 힘이 여전히 나를 옭아맸다. 아버지는 낮게 웃었다.

“나약한 것이 죽는 건 당연한 겁니다.”

나약한 것. 강조된 말에 흠칫 힘이 빠졌다.

“하, 하지만…….”

이제라도 도와줄 수는 없을까. 혹시 살릴 수는 없을까. 처음 보는 죽어가는 것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이기적이고, 모순적이다. 반면 그는 놀랄 만큼 평온해 보였다.

“나는 약한 것들을 싫어합니다.”

“아…….”

“금방 죽어버려서 재미가 없거든.”

그때, 그가 내 허리를 쥐었다. 바득, 하고 얇은 천이 구겨지며 위로 올라갔다. 차가운 손이 민감한 살에 닿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뒷걸음질로 그를 막아 보려 한다. 하지만 속절없이 다시 붙잡혔다. 겁을 먹은 두 눈이 갈 곳을 잃고 밑으로 떨어졌다. 그제야 그의 앞섶이 커다랗게 부풀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시, 싫… 어.”

공포에 질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벌벌 떨며 그가 멈춰주길 기대할 뿐이었다. 어째서 그의 아랫도리가 커져 있는 것인지, 제발 착각이길 빌었다.

“그런데 너는 약해서 좋습니다.”

“아…….”

“네가 날 무서워해야 하거든요.”

그 순간, 그가 내 귓불을 삼켰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점을 뜯는다. 그의 이 모양으로 뜯긴 살점에서 피가 흘렀다.

“이제 내 것이 되십시오.”

나는 필사의 힘을 다해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그리고 벌어진 틈을 빌어 잽싸게 발을 움직였다. 도망가야 한다. 엉망진창이 된 머릿속에서는 단지 불쾌함만 기억할 뿐이었다. 그의 더러운 욕망이 담긴 눈빛. 그리고 나를 만지던 손길. 전부 다 답답하고 더러웠다.

그리고 더욱 끔찍했던 것은 그의 손에 반응하고 말았던 스스로였다. 그와 있으면 기이한 상상을 해버린다. 그의 것을 받아들이고 헐떡이는 자신을 보게 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던 해는 점점 기울어지고 어둠이 짙어져 갔다.

그때였다.

“내가 말했을 텐데.”

어느새 뒤로 다가온 그가 나를 붙잡고 땅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날 자극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수풀에 엎드린 채 힘도 못 쓰고 있는 나를, 아버지가 비웃는다. 그리곤 철릭을 헤집어 바지 매듭을 찾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두툼한 살덩이가 천 밖으로 튀어나오는 소리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웁… 웁…….”

이제 그가 내 바지를 벗겨냈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속곳마저 아래로 내려갔다. 무서워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애원이라도 해서 그를 말리고 싶은데, 입이 틀어막혀 목소리조차 나가지 않는다. 그때, 거짓말처럼 엉덩이에 축축한 것이 닿았다. 귀두가 번들거릴 만큼 그의 요도에서 자꾸만 물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많이 참았습니다. 공주궁에 드나들 때마다 발기가 돼서 곤란했던 거는 아십니까?”

“웁… 우웁……!”

“반항하든 말든 간에 보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강간하고 싶은 것을 꿋꿋이 참았다는 말입니다.”

내 엉덩이골에 발기한 그의 것이 슥슥 지나다녔다. 그는 일부러 입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기도 했고 항문 쪽을 느긋하게 문지르기도 했다. 수치심에 눈물이 떨어졌다. 아직 청년이었던 그가 나를 입양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관계가 틀어져 있었던 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런 상황이 납득가지 않았다.

“이런 얇은 옷으로… 커다란 젖가슴이 전부 다 드러나는데.”

“흑… 흐읍…….”

“이 꼴을 하고 나와 사냥을 가겠다고.”

“아… 아흐으윽……!”

젖지도 않아 빡빡한 그곳을 커다란 귀두가 난입한다. 나는 충격에 몸을 떨며 앞으로 기어나갔다. 그런데도 속절없이 자지가 점점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그의 것이 뿌리까지 내벽에 닿았다. 찢어질 듯한 아픔에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아흐… 흐윽……!”

“크윽!”

그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쑥 들어왔다 나가는 그의 두꺼운 살덩이를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불쾌한 상상이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현실은 상상보다도 더 잔혹했다.

“이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지 알겠습니까.”

“흑… 흐으…….”

“보지가 얼마나 쉽게 열릴 수 있는지 알겠냐는 말입니다.”

내게 대답을 강요하기라도 하듯 그의 움직임이 커졌다. 귀두 끝이 자궁에 닿을 만큼 깊숙한 곳에 푹 박히고, 양옆을 헤집었다. 나는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나약하고 쉽게 죽을 수 있는 짐승. 그게 바로 나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다면 됐습니다. 헌데…….”

그의 숨결이 뒷덜미에 닿는다 싶더니, 갑자기 그의 기둥이 더 두툼해져 갔다. 아랫배가 불룩 부풀어 올라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더 무자비하게 끝까지 자지를 밀어 넣었다.

“아… 악!”

“보지가 너무 많이 젖어 있습니다. 마치 내가 쑤셔줄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지금껏 이런 걸 기대한 적은 없었다. 평범한 가족의 울타리처럼 그의 보호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래. 분명 그뿐일 텐데. 그런데 왜…….

“아흐으! 아, 아아앙… 흣!”

쾌락이 줄기차게 내 온몸을 휘감고 있는 걸까.

“하아, 이렇게 박히는 게 좋은 겁니까.”

“아흑… 흐윽… 아!”

“이제 앞으로는 매일 따먹을 건데, 견딜 수 있겠습니까.”

“제발… 흑, 안 돼요… 아흑!”

폭력에 불과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도, 머릿속에 음탕한 생각이 치민다. 아버지는 광분해 성기를 밀어붙였다. 안 된다는 말이 그를 더 자극한 듯이. 살과 살이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까마귀 소리에 묻혀 저 밑에 있는 신하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 울음 역시 흩어져 사라질 뿐이었다.

절망스럽다. 그런데도 젖어 드는 이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하아, 보지에 힘 푸십시오. 좆을 끊어 드실 참입니까.”

“아… 하윽!”

그가 긴장하고 있는 내 엉덩이를 한차례 내리쳤다. 그런데도 내가 힘을 풀지 않자, 다시 반대편 엉덩이를 내리친다. 그러자 구멍이 벌름거리며 물을 쏟아냈다. 아버지는 공포를 이용해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자였다.

마침내 그의 의도대로 속살이 한껏 벌려진다. 그 틈을 타, 성기가 더 수월하게 구멍 속을 들락거렸다.

“앞으로는 내가 요구할 때마다 보지를 벌리십시오.”

“하, 으으… 으흑!”

“밤에는 물론이고, 발기할 때마다 이 보지를 찾을 거니까.”

길쭉한 자지가 끝까지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는 나를 보고도, 그는 망설임 없이 질벽을 꾹꾹 눌렀다. 그의 체모가 엉덩이에 비벼지고, 씨물을 담고 있는 주머니가 음핵에 닿았다. 그의 몸이 내게 밀착돼 있었다. 그러니 도망갈 수 없다. 그의 품을 벗어나기에 이미 많은 것이 늦어 있었다.

“다음번에는 씨주머니를 넣을 겁니다.”

그의 입에서 탁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러니 부지런히 보지를 넓혀 놓으세요. 아가.”

쑥쑥 보지 속을 긁던 성기가 팔뚝만 한 크기로 커졌다.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 구역질이 나올 만큼 아랫배가 더부룩하다. 고통스러웠다. 그런데도 묘한 쾌감은 커져만 가 하반신을 마비시켰다. 아픔을 감쇄시키며 나를 추악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는 노을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이 찾아왔을 때, 그가 드디어 정액을 뿜었다.

“크흐윽!”

족히 반 시진동안 지속된 정사가 끝이 났다. 정액을 내는 그의 귀두가 내벽 속에서 움찔거리며 진동한다. 그 아찔한 감각에 몇 번째일지도 모를 절정에 다다랐다. 수축하는 질을 느끼며 그가 성기를 빼내자, 요도로부터 한 번 더 걸쭉한 정액이 쏘아졌다. 그는 마침내 엉망이 된 내 입구를 보며, 만면희색을 띠었다.

“이 보지는 이제 나의 것입니다.”

아버지의 입꼬리가 드높게 올라간다. 그에게 있는 광기를 숨길 수 없어, 온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짐승처럼 사납게 나를 다시 짓누른다. 그는 내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려 내게 입을 맞췄다. 혀가 감기고, 뜨거운 타액이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그 강렬한 눈빛이 어느새 내 눈앞에 드리워져 있다.

“아시겠습니까. 다른 사내새끼들 앞에서는 조금도 벌리지 마십시오.”

억압되고, 넘어간다. 조금도 남김없이 통째로 잡아먹힌다. 어렸을 때부터 따랐던 그는 이제 내게 남자가 되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허울 안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죄를 저지를 것이다.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피. 부녀라기에는 황당하리만큼 적은 나이 차이. 그러나 우리는 계속되어 온 이 관계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었다.

“넌 내 것입니다.”

어김없이 다정한 그의 어조에, 피로한 몸이 스르륵 힘을 놓기 시작했다. 완전히 의식이 사라지기 전, 그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내 말을 어기셨다가는…….”

낮은 울림은 상냥함을 가장한다. 그러나 곧 발톱을 드러내고 내 목을 조여온다.

“아까 그 짐승처럼 취급받게 되실 겁니다.”

시야가 밤하늘처럼 잠깐 반짝였다. 의식은 그 순간 완전한 어둠으로 빠져들어 갔다.

* * *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더는 그를 아버지라고 생각할 수 없었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수치심 때문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가 내 몸을 알고 있다. 커다란 손에 단박에 잡혔던 허리와 젖가슴. 그리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며 소리를 내던 음부까지.

나는 아버지의 몸으로 절정까지 달한 파렴치한 사람이었다. 그 단단하던 가슴팍이 나를 가로막았고, 뜨거운 손이 나를 희롱했다. 나는 바싹 선 아버지의 성기 밑에서 다리를 벌리고 보지를 내보였다. 그 커다란 성기를 받으면서 신음했고 온몸이 땀과 타액으로 젖을 때까지 그를 품었다. 싫다. 싫은 기억이 자꾸만 내 몸을 기어 올라왔다. 차라리 꿈이길, 몇 번이고 바랐지만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피해 다니는 것 뿐. 그러나 이 황궁 안에서 공주인 신분으로 아바마마인 그를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공주마마. 폐하께서 문안을 들라 명하셨습니다.”

늦은 밤, 상궁이 처소로 들어와 내게 간청했다. 벌써 며칠째 황제의 명을 무시했을 텐데, 오늘도 끈질기게 그는 나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가지 않는다면, 상궁을 처벌할 게 뻔했다. 어제는 내가 그와 아침상을 함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라간 궁녀들을 모조리 궁 밖으로 내쫓았으니까.

“마마.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부디 폐하를……!”

“갈게요.”

나는 침의 차림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궁이 밝은 얼굴을 하고 내게 허리를 숙인다. 곧 궁녀 몇이 더 따라 들어와 등불을 켰다. 깜깜한 밤길을 위로하는 것은 오직 이런 사소한 것들뿐이다. 어스름한 달빛과 은은한 등불이 흙바닥을 비춘다. 그 길을 조금 더 따라가면 곧 황제의 처소가 나올 것이다.

“…….”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앞으로 뻗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나를 키워준 아버지였으며 그간 내 부탁을 전부 들어줬는데 왜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한 걸까. 그때, 멀리서 지밀(至密)이 보였다.

“공주마마.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사옵니다.”

상궁과 궁녀는 그대로 등을 돌려 다시 그 어두운 길로 돌아갔다. 이제 앞은 어둑하고, 끔찍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걸어가야 할 길.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 드디어 대전 앞에 섰다. 미리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환관이 큰 소리로 문을 향해 외쳤다.

“공주마마 오셨사옵니다. 폐하.”

곧 문이 열렸다. 나는 삐걱대는 몸을 추스르고, 치마를 곱게 올려 턱을 넘었다. 그 순간 뒤에 있던 문이 닫히고 커다란 방 안에 황제와 나, 둘만 남았다. 도저히 똑바로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나는 산속에서 있었던 그 악몽 같던 일을 떠올렸다. 질척하고 민망하다. 물에 젖은 생쥐처럼 떨고 있는 이 몸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찝찝하고 불쾌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몸에 닿고 싶다는, 그리하여 겹쳐지고 싶다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이.

“나를 피해 다닌 이유가 뭡니까.”

그의 화난 목소리에 흠칫 눈이 흔들렸다. 처음부터 질문이 던져질지 몰랐다. 다정했던 태도는 어디 가고 완전히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잠을 못 자 예민한 사람처럼 피폐해져 있다. 아무렇게나 입은 침의도 가슴이 다 내비칠 정도로 흘러내렸다.

“내가 부르면 꼬박꼬박 이곳으로 와야 하는 게, 공주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아비가 이 정도도 바라지 못하는 겁니까?”

그가 빠른 걸음으로 내 앞에 섰다. 당장이라도 입을 벌리고 먹이를 집어삼킬 듯이, 눈동자가 탐욕스러웠다. 나는 뒷걸음질 치며 그와 간격을 두려 했다. 그는 그런 나를 굳이 잡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영역이었으니까. 나를 그가, 결국은 잡아채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소, 소녀가 잘못했습니다. 폐하…….”

풀어 헤쳐진 침의 사이로 불끈 올라와 있는 그의 근육이 비친다. 과거 무과에 올라 전쟁에서 수차례 이겼던 그를 내가 감히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참담했다. 저 밑에 깔렸었던 작은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이 남자를 이길 수 없다. 그의 힘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내 처지였다. 그걸 아는데도… 나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기어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겁니까.”

그는 혼잣말인 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뒤로 물러서 있는 내 손목을 확 끌어당겼다.

“아!”

작은 힘으로도 금방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한 신체일 텐데도, 그는 나를 전혀 배려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넘볼 수 없는 힘 차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거칠게 제압했다.

“입 벌리고 혀 내미십시오.”

“이런 건 이상해요……. 아버…….”

“어서.”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에도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그는 그런 내 태도가 성가시다는 듯 짧게 웃었다. 잠시 후 그가 손으로 내 턱을 아프게 붙잡았다.

“으윽!”

“내 말이 말 같지도 않나 봅니다.”

곧 그의 힘으로 입이 벌려졌다. 그는 강제로 벌려진 내 입을 잠시 보다가 비소를 흘렸다.

“지금 이리 보니 혀가 움찔거리는데.”

“아…….”

그의 미소가 점점 더 비틀어지더니, 곧 악의에 가득 차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리가 너무도 가까웠다.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옅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얼굴이 바로 내 앞에 있었다.

“가득 적셔드리겠습니다.”

그가 내 목을 젖히더니 벌린 내 입속으로 침을 흘려보냈다. 끈적하고 미지근한 타액이 혓바닥을 적셨다. 입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의 침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놀라서 버둥거리자, 그가 다시 단단히 내 턱을 쥐었다.

“쉬이…. 전부 다 받아먹어야지.”

아이를 꾸중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이상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금기였고, 몸 구석구석 배덕한 마음이 솟구쳤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입안으로 계속 침을 흘려 넣었다. 목젖은 반사적으로 그의 침을 꿀꺽 삼키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혀는 그렇게 계속 안 내밀고 있을 겁니까?”

반쯤 감은 눈으로 그가 나를 내려다본다. 달빛에 비친 얼굴이 고혹적이어서 그를 뿌리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혀를 내밀자, 그가 짐승처럼 집어삼켰다.

“아웁…! 후웁… 웁!”

“하아… 혀가 이리 부드러워서야, 음, 하아…….”

촉촉한 혀가 빈틈없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몽롱하고 끈적한 감각이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무언가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기분이 붕 뜨기 시작한다. 그가 내 입을 희롱하고 있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희미한 쾌감이 전율처럼 하반신을 휘어 감고 있다.

“하읏…….”

한참을 유린당한 입술이 서서히 그의 곁에서 멀어졌다. 어깨가 오돌오돌 떨렸다. 기어코 중심을 잡지 못해 그 자리에 주저앉고야 만다. 그는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와, 커다란 몸으로 나를 품었다. 마치 추위에 얼어 있는 제 자식을 보호하려는 듯.

그러나 추위에 언 것이 아니라 나는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질려 버린 것이다. 공포가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더는 그의 앞에서 거절할 수 없도록. 그에게 반항조차 할 수 없도록 나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시, 싫어. 오, 오지 마요.”

“…….”

더는 뒤로 물러날 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지막 발악인 듯 다리를 찼다. 그러나 그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가소롭기라도 한 걸까. 아니, 이 표정은 마치…….

“내가 그리도 무섭습니까.”

그 순간, 그의 입가가 흡족하다는 듯이 휘었다.

“내 좆이 언제 네 보지를 휘저을지 모르니 무서운 것이지요.”

아버지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내게 재차 물었다. 나는 그가 두려웠다. 그 커다란 흉기 같던 물건이 언제 다시 내 구멍을 찢고 들어올지 몰라 초조했다. 그는 그런 나를 간파했다. 그리고는 유난히도 기뻐했다.

“이런, 가엾게도.”

아버지가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나를 꽉 껴안았다. 곧 축 처져 있던 그의 아랫도리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붉어진 내 뺨에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내게 속삭였다.

“오늘은 하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그 작은 말에, 안도의 숨이 길게 뻗어져 나왔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의 말과는 달리 굵은 성기는 더욱더 고개를 들이민다. 그만큼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목소리가 들려 온다. 희열에 찬 사람처럼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아찔한 손길이 옆구리에 스친다. 나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이 진심이었는지, 손길은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경계선 밑에서 뜨거운 손이 한참을 머물렀다. 그는 그 상태 그대로 나를 덮어, 내 몸을 달구었다.

“내일은 보지를 한껏 찢어 놓을 겁니다.”

“흣…….”

“꽤 아프시겠지만…….”

붉은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그제야 그가 기대에 차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내 아이가 아파하는 게 더 좋거든요.”

그가 쳐 놓은 덫에 내가 완전히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 * *

아침부터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지나가는 궁녀를 붙잡고 연유를 물어보니, 서방에서 여국까지 공물을 들고 왔다고 했다. 사신들뿐이겠거니 했지만, 왕자가 직접 황제를 알현하길 요청하니 황궁에서도 준비할 게 산더미였다. 그렇다면 오늘은 아버지를 보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안도의 숨이 나오는 것도 잠시, 상궁이 급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청혼서(請婚書)이옵니다! 마마!”

“청… 혼서?”

어색하게 단어를 입에 담자, 그제야 뜻을 깨달았다. 황가의 사람에게 구혼할 때 보내는 서신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만 있자, 옆에 있던 궁녀도 말을 거들었다.

“그 서방의 왕자님이신 게 틀림없어요!”

오늘 입궁한 왕자가 아버지에게…….

“폐하께서 공주마마를 찾으시옵니다. 어서 중제연으로 가보시지요.”

“하, 하지만…….”

“지금 두 분이 공주마마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상궁의 말에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두 분이라는 말은, 아버지와 그 왕자라는 분일까. 긴장한 탓인지 뱃속이 울렁거렸다. 그런데도 상궁은 내 등을 슬며시 밀며 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체념하고 중제연을 향해 따라 걸었다. 어차피 아버지의 명을 거스를 방법은 없었다. 모든 것이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이 황궁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니까.

* * *

“공주마마 납시옵니다.”

중제연의 문이 열리자 황좌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그 밑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낯선 남자가 보였다. 서방에서 입는다는 화려하고 각진 복장이 눈에 띈다. 금발의 머리카락과 눈송이처럼 새하얀 눈동자도 여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생김새였다.

아버지는 엉거주춤 눈치를 살피고 있는 내게 손짓을 한다. 그의 곁으로 다가오라는 것일까. 그때 마침 뒤를 돌아본 왕자와도 눈이 마주쳤다. 그는 처음 보는 내게도 싱긋 웃으며 예를 갖추었다. 그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서둘러 용상에 올랐다. 하지만 어디에 앉아 있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아버지가 내 허리를 잡았다.

“따님은 제 무릎에 앉으시면 됩니다.”

낮은 목소리가 몸 구석구석을 핥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주춤거리고 있는 나를, 그가 반강제로 무릎에 앉힌다. 넓은 치마폭이 펑퍼짐해지면서 아버지의 다리를 가렸다. 민망해진 나는 앞에 있는 왕자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공주마마. 내초국(來超國)의 3 왕자, 소류이옵니다.”

그의 인사가 끝난 뒤 나 역시 소개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였다. 뒤에 있던 아버지가 내 허리를 꽉 쥐더니 스산하게 경고했다.

“엉덩이 들어 올리십시오.”

아버지는 어찌 된 일인지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왕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아버지의 말대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난폭한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왔다. 곧 속곳이 아래로 내려가고, 차가운 손이 엉덩이 밑으로 들어왔다.

“왕자는 고개를 들어도 좋습니다.”

아버지의 명과 함께 그의 고개가 반듯이 들렸다. 동시에 손가락 하나가 질 속으로 들어왔다. 넓은 치마 때문에 앞에서 보일 리가 없는데도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졌다.

“존경하는 황제 폐하. 비록 내초국은 아직 서방의 소국에 불과합니다만, 곧 조선업이 발전하는 대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입니다. 아직 여국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으나 저희를 보살펴 주신다면…….”

“즉, 친교를 맺자는 건가.”

“예. 간청드리는 의미에서, 저 3 왕자가 감히 공주마마의 부실(副室)이 되길 간청하는 바입니다.”

“…부실이라.”

아버지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보지 속에 두 번째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나는 황급히 입술을 물어 신음을 참았다.

“아직 부마도 들이지 않은 공주에게 첩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아버지의 싸늘한 어조에 왕자의 얼굴이 당황한 듯 굳어졌다. 곧 손가락들이 질 속을 헤집으며 가장 예민한 살점을 꾹 찔렀다. 나는 당장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다리를 간신히 모으고, 가쁜 숨을 참았다.

“절대 부마의 자리를 탐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겠나이다. 폐하.”

“…….”

왕자는 집요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반면 아버지는 뜨거워진 내 몸을 힘 있게 잡으며,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온 신음에 황급히 왕자를 살폈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 작은 반응에 자극된 아버지는 급기야 딱딱해진 중심을 내게 들이밀었다.

“…왕자는 올해로 몇 살입니까.”

아버지는 태연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다가도,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자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적이 오면 음탕한 소리를 왕자에게 들키고 말 것이다.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또 있을까.

“스물하나이옵니다.”

“여자 경험은 몇이나 되지?”

“폐, 폐하. 그, 그것은…….”

왕자는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버지는 어리숙한 남자의 태도에 비소를 참지 못했다.

“설마 동정이기라도 한 겁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서둘러 대답을 해놓고도, 왕자는 시종 나를 힐끔거리며 불안해했다. 혹시 내가 기분이 상했는지 걱정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질 속에 세 번째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읏…….”

“공, 공주마마…….”

내 찡그린 얼굴을 오해 한 것인지, 왕자의 표정이 금세 가라앉았다.

“여, 여국으로 오기 전에 교육을 받았습니다. 초, 초야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말입니다.”

“누구와 했습니까.”

아버지의 날카로운 질문에 왕자는 더욱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나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그 어리숙한 모습조차 짜증이 난다는 듯, 세 손가락을 한꺼번에 움직였다.

“구, 궁녀와 딱 한 번입니다…….”

왕자는 부끄러움을 못 이기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청혼서를 건넸다고는 하나, 그는 서방에서 온 손님이자 왕족이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노여움을 풀지 못했다.

“한 번이면 아직 보지 맛도 모를 때군요. 공주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폐, 폐, 폐하… 그런…….”

아버지의 노골적인 언행에 왕자의 입술이 옴짝달싹했다. 이제 그만 멈추어줬으면 하는데, 아버지는 기어이 안쪽 끝까지 손가락을 움직였다. 질척한 보짓물이 치마폭을 적시고, 야릇한 냄새가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비비 꼬였다.

“화, 황송하오나, 저, 저는 공주마마가 원하시는 것이면 무엇이든…. 배, 배우는 것에는 자신이…….”

왕자가 물러섬 없이 제 의견을 피력하고 있을 동안에도,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동굴 속을 쑤셨다. 점점 엉덩이 밑이 축축해지더니 작은 물줄기가 분출됐다. 아버지는 흥건한 애액을 소음순에도 넓게 펴 바르며 음핵을 자극했다. 그 강렬한 자극에 순식간에 절정에 다다르고 말았다.

“아… 읏……!”

“왕자는 어떤 것을 좋아하십니까.”

끝까지 가버린 날 보며 아버지는 왕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황제의 의도를 알지 못했던 왕자는 또다시 어리둥절할 뿐이다.

“송구하오나 조, 좋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넓은 보지가 좋은지, 물이 많은 게 좋은지, 그런 것 말입니다.”

“아…….”

왕자의 시선이 나를 좇아왔다. 어째서인지 그의 눈이 풀려 있었다. 그는 치마폭 속에 숨겨진 내 음부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집요하게도 내 하반신을 쳐다봤다.

“저, 저는 물이 많은 것이…….”

왕자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손가락이 항문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보짓물로 얼룩져 있는 구멍이 흐물거리며 넓어져 갔다. 기다란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속살을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속이 토할 것처럼 울렁거렸다.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조금씩 몸부림쳐 아버지를 말려 보지만, 그는 오히려 내 반항을 즐거워했다.

“왕자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숨이 뜨거웠다. 본능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그가 어젯밤 내게 경고했던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잠시 왕자를 외명전으로 모시거라.”

아버지가 작게 읊조리자, 문 앞에 서 있던 태감이 커다란 보폭으로 왕자에게 다가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왕자도 입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꿎은 팔로 아버지의 손을 치워보지만, 붙잡히고 말았다. 처참하게도 문이 닫혔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윗옷을 거침없이 풀어 헤쳤다.

“저자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저, 저, 저는…….”

손바닥을 펴 황급히 젖가슴을 가리어 보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저지당했다. 나는 커다란 품속에 갇힌 신세였다. 그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엄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 뿐이었다. 그는 내게 무엇을 묻는 걸까. 그러나 답을 알기도 전에, 그가 섶을 풀어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자, 다시 묻겠습니다.”

“지, 지금 무슨…….”

“마음에 드십니까.”

방금, 엉덩이에 두툼한 귀두가 닿았다. 밀려드는 공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손이 덜덜 떨렸고, 입술은 얼어붙어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애원하는 신음만 반복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축축한 성기를 들이댔다. 조금만 움직여도 젖어 있는 보지 속으로 성기가 들어올 것만 같았다.

이런 건 이상해. 적어도 어렸을 때는 아버지라 믿었던 그와 이런 행위를 하는 건 이상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 그러나 그 비밀은 내게 너무 버겁고 질척하기만 하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 전부를, 이 작은 구멍 안에 넣겠다고.”

“제발… 제발 그만둬주세요……!”

“이미 늦었습니다.”

촉촉이 젖은 귀두 끝이 소음순을 사정없이 갈랐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보지만, 그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아 다시 제 쪽으로 이끌었다. 균형을 잡지 못한 몸이 크게 휘청거렸을 때, 그가 내 허벅지를 벌렸다. 곧 발딱 선 자지 끝이 속절없이 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하으윽……!”

“윽… 너무 좁은데.”

긴장한 구멍 속으로 뿌리까지 집어넣기에는 무리였는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내 젖꼭지를 잡았다.

“아, 으흥……!”

“이리 좁아선 왕자 좆도 다 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무심하게 내 두 젖꼭지를 비틀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그 거친 손길에도 젖이 부풀더니 조금씩 구멍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뿌리까지 깊게 박아 넣었다.

“헉……!”

“어떠십니까. 아까 그놈 좆도 먹고 싶은 겁니까.”

쾌감이 너무 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거의 반쯤 실신해 있는 나를, 그는 더욱 세게 밀어붙였다. 나는 크게 흐느꼈다. 이런 배덕한 관계를 견뎌낼 힘이 없었다. 내 몸이 더러워져 가고 있다.

“하아, 빌어먹을.”

대답 없는 내게 하는 말인 듯, 그의 목소리가 사나웠다.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로 몸을 겹쳐왔다. 이제 시야에는 난폭해진 아버지가 자리 잡았다. 그는 내 허벅지를 안기 쉽게 끌어당겨 더 깊이 자지를 박았다.

“아직도 좁습니다. 내가 분명 보지 넓혀 놓으라 했을 텐데.”

“아흑! 흑…! 빼주세요. 빼주세요……!”

“그딴 말 하지 말고, 더 넣어달라 울어보십시오.”

흥분한 그가 입을 벌려 내 젖가슴을 물고 씹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살점이 전부 붉어지며 알록달록해진다.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찌걱거리는 보지에 퍽, 퍽 자지를 꽂아 넣으며 구멍 벌리기에만 집중했다.

“흐윽… 제발 빼주세요…….”

“구멍이 여기 있는데, 어찌 빼달라 하십니까. 나는 아직 부족하기만 한데.”

고개를 내젓는 내 목을 그가 덥석 물어 버리며, 짐승처럼 이를 갈았다. 어찌나 세게 음부를 치대는지 종이쪽처럼 몸이 흔들렸다. 혹시나 구멍이 넓어지면 그가 상냥해질까 싶어, 다리를 좌우로 넓게 벌렸다. 그러자 그가 미소를 흘리며 체모가 소음순에 닿을 때까지 성기를 끝까지 넣었다.

“이제야 헐렁해졌습니다. 이렇게 세게 박아야 얌전해지시니… 쯧.”

못된 아이를 혼내는 듯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디어 끝이 난 걸까. 그가 바라는 대로 구멍이 넓어졌으니 이제 나를 놓아 주는 걸까. 나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애타게 바라봤다. 그러나 금세 섬뜩한 눈초리와 마주쳐 버린다. 활짝 웃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내 목숨을 앗아갈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알려줄까요.”

그는 부드럽게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착각이 들 것만 같았다. 그저 다정한 연인이 된 것처럼 난폭한 정사가 끝이 난 것만 같았다.

“아직 널 집에 들이기 전의 일입니다. 아내와 씹질을 해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길래 의원을 찾아갔었죠.”

그는 그날을 회상하듯 씁쓸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의원이 내게 불임이라고 했습니다. 원인 불명의.”

“…….”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내게 무당이라도 찾아가 보라더군.”

만일 그가 불임이 아니었더라면, 나를 입양하지 않았을까. 부인과 화목한 가정을 이뤄 나와 마주치는 일조차 없이 우리는 떨어져 살아왔을까.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아내 혼자 무당을 찾아갔었습니다.”

“…….”

“내가 전생에 끔찍한 죄를 지어 불임이 됐다고 말하더랍니다. 그 무당이.”

아버지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멈춰 있던 허리가 다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끝인 줄만 알았는데 그의 성기는 여전히 커다랬다. 다시 아랫배가 뜨거워지며 온몸에 열이 돌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흣…… 아흣…….”

“너를 범하는 것보다 큰 죄가 있을까 싶습니다.”

“아, 하응…… 아, 흐윽!”

“뭐, 임신시키는 것보단 못하지만요.”

그는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보지 속에 빠르게 박아 넣었다. 신음은 점차 높아져 갔고, 아버지 역시 얼굴을 찡그리며 열을 쏟았다. 그는 정신없이 내 속살을 먹어 치워 갔다. 그 거친 마찰로 인해 소음순이 얼마나 형편없이 너덜너덜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를 완전히 소유했다.

그렇게 한참을 박고 나서야 드디어 그의 요도 밖으로 정액이 벌컥벌컥 쏟아졌다.

“크흑, 으윽!”

귀두가 연신 움찔거리며 농후한 점액질을 뿜어냈다. 양이 너무 많아 그의 기둥을 타고 뿌연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그는 내 허벅지를 붙잡고 길쭉한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흐르는 정액을 좀 더 안쪽까지 밀고 갈 참일지, 한참 동안 자지를 박은 채 가만히 있는다.

“하아…… 넌 하나뿐인 내 소중한 아입니다.”

완연히 낮아진 목소리가 나를 휘감는다. 이대로 눈을 감고 숨을 죽이고 있노라면 더 깊이 빠져 버릴 것 같았다. 그만큼 그는 금세 나를 나쁜 곳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존재였다. 통제하고 어느새 그 통제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정액을 보지에 발라 놓았으니, 이제 고환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걸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내 반응을 예상한 것인지 내가 도망칠 수 없도록 내 발목을 붙잡았다.

“조금 아프겠지만, 맛있게 드셔야 합니다.”

그는 웃으며 자지를 깊이 박았다. 그러더니 이미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속에서 자지를 좌우로 움직이며 틈새를 만들었다. 나는 당황해서 그의 어깨를 때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고 도리어 단단해질 뿐이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나는 기겁하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러나 지친 나보다 그가 먼저 내 엉덩이를 붙잡았다. 곧 커다란 손이 높게 들리며 그가 내 볼기짝을 내리쳤다.

“아흐으윽!”

“움직이면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요.”

“죄, 죄송해요. 그러니까 제발…… 아, 으윽!”

내가 그에게 울며 빌고 있는 그때, 그의 몸이 커다랗게 움직이더니 곧 말캉한 것이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여린 살이 강제로 벌려지는 느낌에 한동안 충격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이 내 안에 들어온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충격받은 채로 침을 질질 흘렸다. 아버지가 그런 날 보며 웃고 있다. 아까보다 더 흥분한 것인지 성기가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지고 있었다.

“아… 읏…….”

“드디어 씨주머니가 보지에 들어갔습니다. 느껴지십니까?”

물컹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 속에 있던 단단한 고환이 보지 속을 돌아다녔다. 그는 촉감을 만끽하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익숙해지면 넣은 채로 박아도 보지가 찢어지지 않을 겁니다.”

“하…. 하아앙……, 흐윽!”

“쉬이. 아직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는 우는 날 달래며,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혀를 받아먹자 그제야 안심이 됐다. 어느새 나는 짐승 새끼처럼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엄격한 아버지로서 그가 내게 자리했다. 싫은데도, 밀쳐내고 그를 거부해야 함에도 나약한 마음이 그를 따라간다. 그에게 귀속되는 한 안전할 수 있다고 달콤한 밀어를 속삭인다.

그를 믿어도 될까. 점차 고통은 사그라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붉은 눈동자에만 집중한다. 어느새 그의 눈이 보드랍게 휘었다.

“처음에는 그저 하찮은 연민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내 귓가 가까이 다가와, 짧게 읊조렸다.

“이제는 깊이 연모하고 있습니다.”

그가 나를 품는다. 서로의 배가 맞추어지며 체온이 같아져 갔다. 그의 고백에 마음이 뭉근해졌다면 내가 미쳐버린 걸까. 우리는 점점 미쳐 가고 있는 걸까.

“넌 줄곧 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 그의 음낭이 팽창하며 내 질 속을 사정없이 넓혔다. 나는 숨이 막힌 사람처럼 끅끅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즐거워하며 더 깊이 자지를 밀어 넣었다. 충격으로 수축하는 속살이 그의 기둥을 빈틈없이 조인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두 번째 정액을 쏟아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내 것입니다.”

한껏 부풀어 오른 음낭과 함께 성기가 조금씩 앞뒤로 움직였다. 나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를 바라봤다. 그 붉은 눈동자 속에 기이할 만큼 익숙한 소름이 느껴졌다. 왜 하필 그때 그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 걸까.

내가 전생에 끔찍한 죄를 지어 불임이 됐다고 말하더랍니다. 그 무당이.

허무맹랑해야 할 전생의 이야기가 기묘하리만큼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 * *

그로부터 얼마 안 가, 황제가 내초국의 왕자를 부실로 간택했다.

“공주마마.”

거울 속 나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눈은 색이 없는 것처럼 텅 비어 있었고, 입술은 새파랬다. 아무리 연지를 찍어 발라도 안색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버려진 새끼처럼 오직 홀로 남은 것 같았다.

“공주마마. 이제 움직이셔야 하옵니다.”

소리가 들려 오는 곳이 어느 쪽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대로 영영 굳은 듯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여삐 꾸며 놓았지만,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울긋불긋한 표정이 전부 다 드러나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애처로웠다.

“공주마마…….”

남몰래 아버지를 원망해본다. 그러나 자신도 왜 이렇게까지 악독한 마음이 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해진 운명처럼, 공주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아니었던가.

“어서 신방으로 가시지요. 마마.”

재촉하는 상궁을 그제야 눈치채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제가 내초국의 왕자, 소류를 공주의 부실로 간택한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그러기 얼마 안 가 간소한 혼례식이 열렸고, 오늘이 바로 그 초야였다.

나는 문밖을 나서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기다렸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염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야만 했다. 설마 아버지가 계속 질투해주길 바란 걸까. 그래서 다른 남자와 혼례 시키지 않고 쭉 그의 여식으로만 달래주길 바랐던 걸까.

나는 그런 해괴하고 망측한 일을 은밀히 꿈꾼 것일까.

“공주마마. 어서요.”

억지로라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본다. 어느새 그런 걸 바랄 정도로, 아버지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걸까.

“공주마마 드시옵니다.”

신방 문을 두들기는 쾌청한 소리와 함께 곧 드르륵 문이 열렸다. 그 안에 수줍은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왕자가 보였다.

“안 오시는 줄만 알았습니다. 공주마마.”

줄곧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 원망 섞인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방 안에 들었다. 그에게 예의를 갖추어 허리를 숙였지만, 도저히 어색한 공기가 바뀔 것 같지 않았다.

“오늘 참 어여쁘십니다. 공주마마.”

“…….”

그는 굳어 있는 내 어깨에 금방 손을 올렸다. 이제 부부가 되었으니, 이런 작은 접촉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아버지는 왜 나를… 다른 남자에게 보낸 것일까. 온종일 의문에 사로잡혀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내 속을 알 리가 없는 남자는 천천히 손을 은밀한 곳으로 움직였다.

“이제 제 몸은 공주마마의 것이옵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흥분에 차 있었다. 나는 이 눈빛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를 거칠게 덮쳐 오기 전에 했던 그 위험한 눈빛. 남자의 눈에도 비슷한 것이 서려 있다. 순간 흠칫하고 놀라 몸을 뒤로 빼는데,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더는 못 참겠습니다. 마마…….”

등불에 비친 것은 딱딱하게 발기한 남자의 물건이었다. 어차피 치러야 할 초야였다. 나는 눈을 감고 남자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 마마.”

남자의 미숙한 손이 내 몸 위를 넘실거린다. 그러나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 위에서 땀을 흘리는 남자를 멍하게 올려다봤다.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아버지의 것이었다면 달랐을까.

“공주마마. 윽, 하아…….”

초연하게 밤을 지새우기로 했을 텐데, 가슴에 멍울이 진다. 나는 정사를 나누면서도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제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를 마음속에 들였다는 것을.

그만큼 다른 남자의 몸으로는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 * *

남자가 잠이 들었을 때, 나는 얇은 소의 차림으로 밖에 나왔다. 넉넉히 부드러운 바람이 맨살을 스치는 감촉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거칠고 나를 아프게 하는 고통을 바랐고, 그것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이를 간절히 찾았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내전으로 향한다. 내게 완벽히 어울리는 감촉을 줄 수 있는 남자는 오직 아버지뿐이었다.

“늦은 밤중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나지막이 울리는 목소리에 벌써 힘이 풀려 버린다.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 그에게 음탕한 말을 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변명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저는…….”

“다른 사내의 정액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는데.”

“아…….”

나는 민망해져 얼굴을 푹 숙였다. 첫날밤을 치룬지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그를 찾았다. 분명 아직 성교의 냄새가 나는 것이 분명했다.

“그놈이 보지 안에 쌌습니까?”

“…….”

나는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투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 그러나 웬일인지 아버지는 좀처럼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나는 한 발짝 걸음을 떼며 그에게 다가갔다.

“저는…….”

“얼마나 딴 새끼 정액을 넣어야 임신이 될지…….”

내가 그에게서 가까워져도, 그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힌 것처럼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 무관심조차 나를 무너지게 했다. 그가 그때처럼 내게 애정을 속삭여 주었으면 했다. 그건 욕심일까. 하지만 불안한 손은 멋대로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그제야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그게…….”

“이미 자지는 마음껏 드시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와는 그저 의무적으로 배를 맞췄을 뿐이다. 그의 명령으로 혼례를 올린 사이였으니까. 그저 그런 것뿐이니까. 하지만 아버지와 나는 달랐다. 내가 그를 원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었으니까. 난 그의 것을 원했다. 얄팍한 자지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깊은 곳까지, 그가 찔러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워, 원해요…….”

어린 시절, 뭣도 모르고 그를 따랐을 적이 생각났다. 드디어 고아 신세에서 벗어나 가족이 생겼는데, 그가 나를 버릴까 너무 무서웠었다. 그래서 온종일 그가 어딨는지 살폈고,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해사하게 웃었다. 그가 나를 어여삐 여기길 바랐으니까. 그 어린 마음에도, 그런 영악한 마음을 품었다. 바로 지금처럼.

“무엇을, 말입니까.”

“자…….”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여기서 솔직한 마음을 전하면, 그는 내 욕망을 들어주는 걸까.

“자지를… 원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거칠게 내 뒤통수를 붙잡았다. 그렇게 그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듯이 잡혀, 차가운 바닥에 내쳐졌다. 나는 쓰러진 채로 그를 올려다봤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아랫도리가 천장을 향해 우람하게 서 있었다.

“마침 체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아버…….”

“아무리 생각해도 좆 같았거든.”

그는 재빠르게 섶을 열어 자지를 꺼냈다. 아직 포피에 뒤덮여 있어 유난히 더 두툼해 보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벌렸다. 그가 말한 벌이라는 게 이런 걸까. 그러나 눈을 감고 있어도 입속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내 허벅지를 잡고 다리를 좌우로 쫙 벌렸다.

“보지에서 나는 정액 냄새가 역겨워서 말입니다.”

“죄, 죄송해요…. 저…….”

“다리 더 쫙 벌리세요.”

아버지의 어조가 사뭇 엄격했다. 결국 다리를 벌리자, 그가 반쯤 선 귀두를 질 속에 욱여넣었다. 아직 젖지 않아 빡빡한지 살결이 밀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상했다. 평소였다면 이대로 거칠게 박았을 그였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귀두가 움찔거리더니 뜨거운 물을 쏟아냈다.

“아, 아……. 흐읏……!”

“하아. 아직 멀었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처음에는 정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물에 정액이 아님을 깨달았다. 뱃속까지 거센 물줄기가 들어찼다. 이미 질 속을 가득 채웠는데도, 요도에서 계속 물줄기가 쏘아졌다.

“큭…. 보지가 소변으로 가득 찬 거, 느껴집니까?”

“시, 싫어요. 아……!”

“편식하지 말고 끝까지 받아먹으십시오.”

그는 반항하는 내 두 손목을 붙들고 내 안에 마지막까지 소변을 냈다. 귀두가 보지 밖으로 빠져나갔을 때는 이미 구멍 속이 물로 찰박거렸다.

“이제 이걸로 그놈 정액도 씻겨졌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흘러넘칠 것처럼 작은 구멍 안에 더러운 물이 가득했다. 자연스레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고,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계속됐다. 그런데도 속살은 넘치는 물을 흡수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한참 보던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자지를 원한다고요. 아가.”“흑… 하지만…….”

이런 형태로는 아니었다. 이렇게 비참하게 찬 바닥에 쓰러져 오줌통과 같은 취급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울먹일수록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중에 씻겨 드릴 테니 너무 울지 마십시오.”

“아…….”

“안 그래도 흥분해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그가 거친 손으로 내 다리를 넓게 벌렸다. 그리고는 물을 잔뜩 먹어 촉촉해진 입구를 지긋이 노려봤다. 아까 전만 해도 반밖에 서지 않았던 성기가 어느덧 꽉 찬 형태로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그 음탕한 모습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제는 그가 내게 와 주었으면 했다. 좁은 구멍을 그의 크기에 맞게 넓혀주길 바랐다.

“스스로 벌려 보십시오.”

“아…….”

그는 한껏 들떠 있었다. 자신이 싸놓은 물이 제대로 안쪽까지 담긴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성교로 인해 퉁퉁 부어오른 살점을 좌우로 벌렸다. 그러자 가득 담겨 있던 물이 좁은 구멍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며 항문을 적셨다.

“정말이지…….”

그가 낮게 신음했다.

“이런 보지를 다른 새끼한테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흐윽……!”

그 순간, 굵은 성기가 예고도 없이 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창자가 뒤틀리는 기분입니다. 빌어먹을.”

“아흐으윽!”

살과 살이 맞부딪히면서 접합부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내 아랫배를 힘있게 누르며 나를 지배했다. 손바닥의 온도 때문인지 하반신에 열이 몰리는 느낌이었다. 더워서 땀이 나올 정도였지만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는 내 신음에도 더욱더 세게 아랫배를 압박했다.

“여기에 애가 들어서면 그놈도 끝입니다.”

“하윽, 하아아응……!”

“회임할 때까지입니다. 젠장.”

평소 점잖았던 태도는 어디 가고, 그는 허리를 움직이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질투로 인해 시뻘게진 눈이 헐벗은 내 몸을 훑는다. 그 아찔한 시선에 취할 것처럼 까무러쳤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환희를 질렀다. 이제 이 몸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윽, 하아…….”

그는 통통한 볼기를 가득 쥐고 날카로운 손톱을 살점에 박았다. 살이 까지는 듯한 고통에 잠시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굵은 자지가 일부러 내벽을 긁는 것처럼 거칠게 돌아다녀도 쾌락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행위가 나를 위한 것처럼 황홀했다.

“흣, 아흑……!”

“크윽. 앞으로는 이 보지를 요강 대신 사용해야겠습니다. 하, 이렇게 조여서는.”

그의 장골이 손톱자국으로 너덜너덜해진 내 엉덩이에 자꾸만 맞닿았다. 딱딱하고 선이 굵어 그에게 엉덩이를 맞는 것만 같았다. 퍽. 퍽. 성교의 소리가 폭력적이기 그지없었다.

그의 눈이 흥분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돼버린 것처럼 난잡했다.

“젖도 이만큼이나 커서는…… 쯧.”

“아, 아흐으응……!”

그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젖가슴을 아무렇게나 움켜쥐었다. 음탕한 딸을 혼내는 것처럼 사정없이 주물럭거린다. 나는 그의 밑에 깔려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데,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했다.

“더, 더 세게… 읏, 더 만져 주세요.”

내 부탁에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가 미소 지으며 발딱 선 젖꼭지를 양껏 비틀어 주었다.

“아흐윽…! 아……!”

“젖통이 모유로 가득 찰 날이 기대됩니다.”

“흐으응…… 아흑!”

“커다란 만큼 분명 양도 많겠지요.”

그는 얄망궂게 미소 지으며 젖꼭지를 쭉쭉 잡아당겼다. 곧 젖은 온통 발갛게 부어올랐고, 그걸 본 그가 힘껏 자지를 밀어 넣었다. 접합부에서 빠른 마찰이 계속되자 서로의 분비물이 뽀얗게 농익어 갔다. 풀처럼 끈끈하여 살덩이들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질 내벽조차 그의 기둥에 찰싹 붙어 그를 놔주질 않는다. 그 역시 알아차린 것인지 은밀한 곳까지 더 깊숙이 삽입했다.

“매일 같이 씹질했으니 어느 정도 헐거워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아흐, 흐응… 아흐…읏.”

“전혀 넓어지질 않으니 참.”

그가 기껍다고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입가에 내리 앉은 희미한 미소가 아버지의 미모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는다. 아름답다. 이리도 아름다운 것을 왜 여태 모르고 있었을까.

“……아흣!”

“하하. 내 좆이 그리도 맛있습니까.”

“흐윽, 좋아요…… 너무, 아아……!”

그가 부푼 자지를 자궁에 닿을 정도로 깊이 쑤셔주었을 때, 머리가 울릴 만큼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엉덩이를 가득 잡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이런 천박한 년이 공주라니. 아, 윽.”

“제발 더… 더 가득……!”

“하, 네가 딴 새끼한테도 이럴까 불안합니다.”

화가 난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내 몸을 억압한다. 그는 팔딱거리는 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끌어안고 자지를 빠르게 박았다.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내 안을 집요하게 쑤시고 망가뜨렸다.

“어디 내 황궁에서 다른 놈한테 그래 보십시오.”

“흣, 아흑! 하으으윽! 아, 악!”

“그게 설령 부마라 해도 죽여버릴 거니까.”

진지한 어조에 몸이 경직되어 버린다. 농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말. 그러나 내게 집착적으로 성교를 강요하는 그를 보면 진심처럼 느껴졌다. 가벼운 질투인 줄 알았으나, 어느새 짙어져 있었다. 연약하게 떨리는 내 보지 속을 탐하면서도, 그는 노골적으로 소유욕을 내비쳤다.

“이 몸은 전부 내 것입니다.”

아버지가 이를 세워 떨고 있는 내 목덜미를 아득 깨물었다. 까진 살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자 그것마저 쪽쪽 빨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붉은 자국들이 몸 곳곳에 새겨졌다. 아버지의 흔적이 빈틈없이 들어차고 있다.

“자, 이제 말해 보십시오.”

“아, 흐… 으…….”

“자지 물이 먹고 싶다고 말입니다.”

나는 가쁜 숨을 참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자지 물이… 흐읏, 먹고 싶어요.”

“좋습니다.”

그가 환하게 미소하며 길쭉한 물건을 한 번에 빼냈다. 그리고는 애액으로 번지르르해진 귀두를 내 얼굴에 내밀었다. 요도에서 금방이라도 정액이 쏟아져 나올 것처럼 끝이 크고 붉었다. 맛있어 보인다. 하지만 너무 두툼해서 나도 모르게 허리가 뒤로 빠졌다. 아버지는 그런 내 태도에 미간을 좁혔다.

“그게 아니지. 입 크게 벌리고 내가 쌀 때까지 목구멍으로 조이셔야죠.”

“죄, 죄송해요… 아!”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말을 안 듣는 너는.”

그가 귀두 끝으로 내 입술을 때리며 미소 지었다.

“공주가 아닌 암캐처럼 취급할 거라고.”

“우우웁!”

생각지도 못한 비릿한 맛이 혓바닥에 달라붙는다. 턱이 빠질 것처럼 아팠지만, 어떤 불만도 내뱉을 수 없었다. 커다란 물건이 입속을 가득 메웠다. 그의 음부에 파묻힌 콧속으로는 숨도 쉬지 못했다.

“윽, 하, 별로 안 조이시니 더 오래 할 것 같은데.”

“웁, 우흐읍!”

“괴로우시면 혀끝으로 뿌리를, 아, 네. 그렇게요. 하…….”

어서 숨을 쉬고 싶어 본능적으로 그의 성감대를 찾아 혀를 놀렸다. 곧 아버지의 눈이 감기면서 낮은 신음이 들려 온다. 나는 최선을 다해 목구멍을 조이며 그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았다.

“하, 잠깐.”

조금만 더 있으면 움찔거리는 요도에서 정액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내 이마를 밀어내 자지를 꺼냈다.

“혀 내밀고 여기 밑에.”

“아…….”

“알까지 제대로 삼키십시오.”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크게 부푼 음낭을 바라봤다. 남근과 연결된 살점이 음란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가 시키는 대로 입을 벌리고 알주머니를 삼키자, 그가 스스로 자지를 흔들었다. 내 이마에 자꾸만 귀두가 닿는다. 그는 내 얼굴 위로 자위하며 고환을 내가 삼켜주길 바랐다.

“하, 혀 안쪽이 따듯해서 씨물이 금방이라도… 윽.”

“아웁… 읍… 으음…….”

“크흑!”

내가 열중해서 그의 고환을 핥고 있을 때, 갑자기 이마에 뜨거운 물이 뿌려졌다. 그가 드디어 사정한 것이었다. 그는 끝물까지 남김없이 뿌릴 생각인지 여전히 기둥을 잡고 내 얼굴에 비볐다. 곧 요도에서 다시금 정액이 쏘아지며, 내 눈꺼풀에까지 뿌려졌다.

“흑…… 아…….”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걸쭉했고 비릿한 향이 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웃었다. 완전히 그의 정액으로 더럽혀진 내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어여쁜 얼굴에서 내 좆물 냄새가 납니다. 아가.”

“다, 닦아 주세요. 흑…….”

“아아. 물론이요. 닦아 드릴 겁니다. 헌데…….”

아버지가 입맛을 다시며 내 고개를 위로 당겼다. 허리가 세워지며 몸이 완전히 그에게로 쏠렸다.

“한 번만 더 박고, 닦아 드리겠습니다.”

“지, 지금은 몸이……!”

“힘드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그 모습, 상상 이상으로 꼴리거든요.”

갑자기 그가 나를 바닥에 쓰러트리더니 이번엔 엎드린 자세에서 나를 덮쳐왔다. 언제 줄어들었냐는 듯 다시 커진 성기가 보지 속에 콱 박힌다. 나는 정액 범벅이 된 눈꺼풀을 올리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수치스러웠고, 음탕한 냄새 때문에 괴로웠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너를 연모하고 있습니다.”

“흑, 아흣…….”

좀처럼 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결말이었다는 듯이 나를 사로잡는다. 아프게 박히는 성기도 사랑스러울 만큼 가슴이 울렁인다. 이건 내게 있어 한 번도 선택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였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앞으로도 계속 범해드리겠습니다.”

“윽, 하윽……!”

“이 더러운 보지에 싫증 날 일 따위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는 내 눈을 빈틈없이 가리고 과거의 것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우리는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속절없이 패덕적인 관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 * *

석 달 뒤, 경사를 의미하는 회락루의 종이 울렸다.

며칠을 앓던 나를 진단하기 위해 진맥을 짚던 어의의 입에서 ‘회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내명부에서 널리 그 사실을 퍼뜨렸고 기어코 황제의 귀까지도 흘러 들어갔다. 아직 부마가 없기로서니, 공주의 첩실에게서 얻은 귀한 황가의 자손이었다. 황후의 자리가 줄곧 빈자리였기 때문에 황궁에는 더 없는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세자가 없으니 황제의 손주가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궁 안에서는 며칠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폐하께서 두 분을 같이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상궁이 기대에 찬 얼굴로 나와 부실(副室)을 번갈아 바라봤다. 나는 궁녀의 도움을 받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며칠간만의 외출이었다. 그래서인지 서늘한 바람에도 이마에 땀이 졌다. 곧 중제연에 다다르자, 황상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열린 문으로 조심스레 자리를 찾아가자, 아버지의 시선이 나를 좇아왔다.

“회임하셨다고요.”

“예! 폐하! 마마께서 제 아이를 배셨습니다!”

기쁨에 젖은 부실이 흥이 나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에게 물었던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부터 나왔다. 아버지의 눈썹이 와락 무너져 내린다. 노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실인 그를 내내 노려보았다.

“아이가 들어선 게 확실한 겁니까.”

다소 음산한 아버지의 목소리 때문인지 이번에 대답한 것은 부실이 아닌 어의였다.

“예.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하옵니다. 폐하.”

“…그렇습니까.”

아버지의 표정을 확인하려고 열심히 고개를 들어보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회임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애초에 내 옆자리에 다른 남자를 세웠던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기뻐하는 기색 하나 없이 그는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미소 하나 없이, 잠시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폐, 폐하……?”

줄곧 내 옆에 있던 남자가 아버지의 반응이 두려웠는지, 기어이 입술을 열었다.

“제, 제 아이가 확실합니다. 열흘에 한 번은 꼬박꼬박 합방했으니 분명…….”

“여 보아라.”

그때, 아버지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싸늘해진 표정으로 무관들을 바라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용장군의 적 철이 서둘러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명하시옵소서. 폐하.”

“네가 보았다는 것을 상세히 말해보아라.”

“예. 물론입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앞에 나선 적 철을 바라보았다. 나조차도 영문을 몰라 입을 벌렸다. 그러나 남자는 이미 예정되었던 일이라는 듯, 가벼이 입을 열었다.

“공주마마 옆에 앉은 부실(副室) 소류 님께서 공주마마에게 합방을 요구하며, 뺨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사옵니다.”

나는 당황한 낯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남자가 내뱉은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열흘에 한 번 의무적이었던 합방은, 사실 아버지가 내게 명령한 것이었으니까. 달거리를 한 날로부터 열흘이 지나 한번,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열흘 뒤 한 번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적 철이 내뱉은 말에는 온통 거짓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강제로 다리를 벌리고 몸을 겹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예. 폐하. 전부 사실이옵니다. 공주궁을 지키면서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불쌍한 공주마마께서는 겁을 먹고 말씀하지 않으셨던 것뿐입니다.”

부실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무엇도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었다. 부끄러워서 합방을 먼저 요구한 적도, 거칠게 안은 적도 없다. 합방한 당사자 둘만 아는 진실임에도, 모두가 거짓을 믿고 있었다. 어의의 얼굴이 새하얘지고 뒤에 있던 환관들의 입술도 새파래졌다. 나 역시 초조해서 입술을 뜯었지만, 함부로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그가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다. 허튼짓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무언으로 경고했다.

“더 들을 것도 없다. 저놈을 투옥하라.”

“예. 폐하.”

적 철의 손짓에 무반 둘이 부실의 두 팔을 제압하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순 소란이 일었지만, 누구도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부실이 황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살려달라고,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눈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만…….”

나약한 팔을 내밀어 부실을 끌고 가는 손들을 말리려 하는데, 뒤에서 섬뜩한 시선이 느껴졌다. 등을 돌려 황상을 올려다보니, 아버지가 끔찍이도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남자에게 뻗어나가려는 팔을 내렸다.

“공주를 모시고 나가거라.”

아버지의 말에 나인들이 서둘러 내 자리로 달려왔다. 궁녀들의 손에 이끌려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데, 아버지의 눈이 계속 나를 좇았다.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거역할 수 없다.

“공주마마. 괜찮사옵니까.”

다정한 궁녀 한 명이 새하얘진 내 낯빛을 보고 묻는다. 나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공주궁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였으리라. 그렇기에 어떤 말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뿐이다.

* * *

나흘 뒤, 황제는 부실에게 사약을 내렸다. 억울함에 참다못한 그는 결국 사약을 받기 전, 옥중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차마 믿을 수 없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형식적인 부부 사이였으나, 완전히 남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몸을 품었던 사람이 단 며칠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공포 속에서도 나는 아버지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곳 황궁에서는 모든 것이 황제를 위해 존재하니까.

“회임하고 나니 젖이 더 커지셨습니다.”

“으흣…… 싫어, 아흐응……!”

“착하기도 하지.”

처음에는 다정한 명분 때문이었다. 한순간에 지아비를 잃은 공주를 위해 황제가 친히 공주궁에 방문하였다고. 그러나 나인들이 사라지고 둘만 남은 방 안에서 그는 나를 쓰러트리고 부푼 가슴부터 탐했다. 그의 혀가 유륜을 핥고, 발기한 젖꼭지를 꾹꾹 눌렀다. 커다란 손으로도 젖가슴이 전부 담지는 못했다. 그만큼 회임하기 전보다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젖이 이리 커버렸으니 당분간 바깥출입은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매서운 얼굴로 튀어나온 젖꼭지를 비틀었다. 몸이 너무 예민했다. 평상시와 달리 춘약이라도 머금은 듯 온몸이 찌릿했고 그의 말 한마디로도 열이 났다. 얇은 내의 속으로 그의 손이 들어온다. 그는 따듯한 손바닥으로 동그란 내 배를 여러 번 쓰다듬었다.

“…그냥 없애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아, 아, 버…….”

“모유는 나와야 하니까요.”

어지러운 정신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도 어색하게 미소해야 했다. 그래야 그가 조금이라도 나를 가여워해 줄 테니까. 그러면 상냥해질까. 최근 들어 심해진 구속과 집착에 나는 조금이라도 숨을 쉬기 위해 그에게 매달렸다.

“내일은 바깥에 나가게 해주세…….”

“아까 한 말 못 들었습니까?”

아버지의 눈이 번뜩거렸다.

“이런 젖통으로 밖에 나가면 사내들이 한 번이라도 빨아보려고 입을 놀릴 텐데.”

“아……!”

“지금 나보고 그걸 용인하라고?”

젖을 쥐는 손힘이 거세진다. 아무렇게나 뭉개지며 찌그러지는 젖가슴이 형편없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손톱을 세워 젖꼭지를 긁었다. 나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지르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힘줄이 솟아 나와 있어 울긋불긋해진 두꺼운 팔뚝이 위협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 으흣, 나가지 않을게요. 흐윽……!”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아가.”

아까 지었던 무서운 표정은 거짓이었다는 듯, 그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잠깐 흘깃한 그의 앞섶이 크게 부풀어 있었다. 나는 아찔한 시선을 천장 위로 두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그가 섶을 풀고 성난 자지를 밖으로 빼냈다. 허벅지 안쪽에서 느껴지는 귀두 끝이 벌써 촉촉이 젖어 있었다.

“뒤로 도십시오.”

“아……!”

순식간에 몸이 돌려 세워졌다. 그에게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되자, 귀두가 재빨리 갈라진 틈을 찾았다. 자지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 내 허벅지에까지 흘러내릴 정도였다.

“회임 중에는 뒤치기가 안전하다기에.”

“아흑!”

“어디까지나 널 위해서입니다.”

두툼한 귀두가 그대로 얇은 살점을 가르고 안쪽으로 들어왔다. 끝을 모르게 길쭉한 기둥이 계속해서 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자궁 밑까지 가닿는다. 그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높게 들었다. 찰싹.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몇 차례 계속됐다.

“볼기가, 빌어먹을. 사내에게 먹히기 위해 있는 것처럼 부풀어서는…….”

“하윽! 흐으윽! 아하응……!”

“보지는 보지대로…. 자지 여럿도 먹어본 주제에 왜 이렇게 좁은 겁니까.”

그는 질투 어린 눈으로, 성기를 조이고 있는 붉은 속살을 노려봤다. 두꺼운 기둥이 나갈 때마다 속살이 쫄깃하게 들러붙어, 다시 자지를 원했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우습다는 듯이, 다시 엉덩이를 내려쳤다. 어느새 엉덩이 두 쪽이 그의 손바닥 자국으로 온통 새빨갰다.

“볼기가 보지처럼 붉어졌어요.”

“흑, 아파요…….”

“때릴 때마다 안쪽이 꿈틀거리는데 어떻게 그만두겠습니까.”

“아, 아흐으윽!”

쫘악. 쫘악.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볼기가 이제는 검붉게 물들어 갔다. 보기에도 흉측할 만큼 그의 손에 의해 엉망이 되어 갔다. 그럴수록 자지는 더 크고 두꺼워졌다. 좁았던 구멍이 끔찍이도 넓어질 만큼 그의 모양에 맞춰져 갔다.

“그나저나 좆이 깊이 박힐 때마다 젖이 흔들려서 아프시겠습니다.”

“흑, 아흐으으… 아응……!”

“내가 흔들거리지 않도록 꽉 잡아드리겠습니다.”

커다란 그의 몸이 빈틈없이 내게로 기울어졌다. 간신히 팔로 힘을 주며, 배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버티고 있는데 그가 거칠게 내 젖을 붙잡았다.

“그 조그맣던 몸에서 젖이 이렇게나 커버리니…….”

“아, 아하윽!”

“얼마나 괴로우셨겠습니까.”

그는 아래로 축 처진 젖을 와락 잡아들고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이나 세게 쥐어짰다. 호흡을 통제당하는 것처럼 숨을 모조리 빼앗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가냘픈 숨소리에도 그는 젖을 놓아 주지 않았다.

“이런 젖통에서 우유가 나오면 참 좋을 것입니다.”

“흑! 흐으윽! 아흑! 하아앙……!”

“내가 드디어 내 아이의 모유를… 하하.”

그의 손아귀에서 삐죽 튀어나온 젖꼭지가 가늘게 떨렸다. 퉁퉁하게 부어오른 젖은 피가 오래도록 통하지 않아 새하얗게 질려 있는 상태였다. 그는 그 상태에서 자지를 깊게 박았다. 내벽이 그의 것을 저지하기 위해 휘감는 줄도 모르고, 퍽퍽 자궁 밑까지 침입해 들어왔다.

“이제 씨물 드실 시간입니다.”

“흑, 흐윽… 하아앙……!”

“보지에 힘 빼고 내가 주는 정액 맛있게 드십시오.”

나를 그대로 깔아뭉개고, 그가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사정없이 푹푹 박히는 자지가 날카로운 흉기처럼 느껴졌다. 아랫배를 때리는 듯한, 난폭한 교합이었다.

“하, 크흑!”

“아흐으윽…! 으읏!”

이윽고 뿌연 정액이 내벽에 한가득 들어찼다. 한 번뿐 아니라, 귀두가 여러 번 움찔거리며 몇 차례나 사정이 계속됐다. 그는 땀에 젖은 내 목덜미를 핥으며, 천천히 기둥을 빼내었다.

“하아, 이번에는 뒷구멍으로 쑤셔 드리겠습니다.”

“이제 그만… 아……!”

“난 아직 멀었습니다.”

정액을 벌컥 쏟은 귀두가 다시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붉은 눈이 욕정에 차 있다. 내 애원이 보이지 않을 만큼이나, 그의 얼굴이 뜨거워져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내려놓는다. 반항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복종하는 것뿐이다.

“어서 구멍 벌리세요. 더는 참기 힘드니까.”

어차피 고통은 내가 이곳에 있는 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니까.

* * *

반년 뒤.

“폐하. 세손이옵니다. 정녕 이 아이를…….”

“공주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는가.”

“아닙니다. 바로 기절하시어 듣지 못하셨습니다.”

“잘 됐군. 공주가 깨어나거든 사산하였다고 하여라.”

“하, 하오나 폐하……!”

선정은 제 앞에서 울먹이는 상궁을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았다. 처음부터 이리될 줄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 저를 말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불쌍한 공주마마를 헤아려 주시옵소서. 아이마저 잃으신다면 마마께서는…….”

“외롭고 의지할 상대가 필요하겠지.”

“예. 그렇습니다. 하오니 부디…….”

“그게 내가 바라던 바다.”

선정의 입가가 잔혹하게 그어졌다. 아이를 잃으면 상실한 마음만큼이나 아비인 저를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궁을 나가,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의지도 사라지겠지. 선정은 노란 머리를 한 갓난아이를 흘깃 노려봤다. 제 아비를 똑 닮아 서방인의 생김새를 한 아이가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굶길 수도 방치할 수도 있었지만, 선정은 간신히 남은 이성으로 아이를 파양하기로 했다. 그게 그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온정이었다.

“사도 가의 영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일 터.”

“…폐하.”

상궁의 안타까운 숨이 황제의 귓가에까지 닿았으나, 굳은 입이 더는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체념하고 잠이 들어 있는 아가를 품에 꼭 껴안았다. 어쩔 수 없다. 공주에게는 아이의 죽음을 알리고 이 아이를 궁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폐하의 말씀대로 오늘 중으로 이 아이를 부부에게 건네겠습니다.”

상궁은 그리 말하고 뒷걸음질 쳐 내전을 나갔다. 선정은 혼자 남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제 아이를 상상했다.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것 같았다.

* * *

처음, 아이를 잃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줄만 알았다. 몸이 상해 시종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채였기 때문일까. 죽은 아가에 대한 것보다는 몸이 견디기 어려워, 계속해서 잠에 빠졌다. 눈을 뜨고 일어나보면 아버지가 내 곁에 있었고, 땀에 젖은 내 몸을 닦아 주었다. 포근하고 따듯하다. 언제까지고 이런 꿈이 계속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품고 있던 아이가 영원히 내 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회복되고 있을 무렵 나는 지독한 상실감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공주마마. 젖이 많이 뭉쳐있사옵니다.”

“…….”

“이대로라면 염증에 걸리실 겁니다.”

시간이 흘러 연약했던 몸에 살은 붙었지만, 여전히 나는 웅크린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의의 말대로 젖이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만지기만 해도 아파 도저히 스스로는 젖을 짜낼 수 없었다. 어의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그에게 내 몸에 손을 대지 말길 경고한 탓이었다.

“폐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그럼 푹 쉬십시오. 마마.”

어의가 나가고 방이 조용해졌다. 밖에서 잠깐씩 들리는 새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힐 뿐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했다. 나는 이 외로움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내게 남은 것은 아버지뿐이었다. 그가 하자는 대로 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로 곁에 있으면 이 고통도 끝이 날까. 나는 공허한 마음을 차곡차곡 접으며, 아버지가 찾아올 밤을 기다렸다.

* * *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따님.”

밤이 와 공주궁에 들른 아버지는 가장 먼저 내 안색을 살폈다. 핏기없이 식어 있는 얼굴이 그의 눈동자에 퍽 가련히도 비추었다. 그는 안쓰럽다는 듯 미간을 좁혔고, 손을 뻗어 내 뺨을 쓸어내렸다.

“이리도 땀에 젖어서는…. 그리도 괴로우셨습니까.”

“하, 읏……. 제발……요.”

나는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단단하고 커다란 팔을 끌어안으며, 나를 돌봐주길 애원했다.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그의 품이었다.

“어의에게 들었습니다. 젖몸살이 있다고요.”

“네……. 맞아요.”

나는 땀으로 젖어 있는 삼을 어깨 밑으로 끌어내렸다. 곧 퉁퉁 부어오른 젖가슴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아파요… 흑…….”

“저런. 젖을 빨 아이가 없으니 그런 겁니다.”

“도와주세요. 제발…….”

나는 가슴을 손으로 모아 그에게 간청했다. 젖을 짜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아버지가 어의에게 젖 을 짜내는 것을 금했으니 누구도 치료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천천히 내게 손을 뻗었다. 곧 커다란 그의 손이 가슴살에 닿자,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다.

“흣… 아파요.”

“아파도 참으셔야 합니다. 뭉친 유즙을 짜내야 하니까요.”

“하으윽!”

아버지는 나를 품에 끌어안고 부어오른 젖살을 조심스레 매만졌다. 평소보다도 더 상냥한 손길인데도 불구하고 통증이 심했다. 아직 모유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보다 더 세게 짜낼 필요가 있었다. 순간 아버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안쓰럽다고 눈가를 찌푸리던 그의 얼굴이 이제는 어쩐지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젖통이 찌그러질 정도로 세게 짜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너무 아파요.”

“참으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단호했다. 말투가 매서워 흡사 혼쭐을 내는 것도 같았다. 결국 반박하는 것도 무서워 나는 입술을 물었다. 곧 그가 다시 젖을 손에 쥐고 사정없이 쥐어짰다.

“흐으윽! 아흑! 싫어, 아파요……!”

“이걸 봐요. 젖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의 말대로였다. 젖꼭지에서 가느다란 모유 줄기가 세차게 터져 나왔다. 희멀건 유즙은 옷뿐만 아니라 그의 무릎에까지 흘러내렸다. 그저 치료뿐인데도 어째서인지 얼굴이 뜨거웠다.

“흑… 이제 그만…….”

“안 됩니다. 아직 젖통이 무거워요. 꽤 많이 쌓여 있는 걸 겁니다.”

그는 젖가슴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며 흘러넘치는 모유를 내게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모유를 빼내려면 한참은 걸릴 것이다. 아버지는 내 몸을 돌려, 편안히 그에게 안겨 있으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정녕 치료만을 위한 행위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의 눈이 잔뜩 흥분한 채였다. 섬뜩한 예감이 어김없이 좇아왔다.

“지금부터는 유즙이 꽤 흘러내릴 것 같으니, 입으로 빨아드리겠습니다.”

“그런 건 이상해요…….”

“이상하다니요. 내 아이의 몸에서 나오는 건 전부 나의 것입니다.”

그는 손가락 끝에 묻은 모유를 핥으며 미소 지었다. 그가 수양딸인 나를 돕는 건 분명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몸이 달아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망한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나는 고개를 푹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젖꼭지 내미세요.”

“네…….”

나는 그가 빨기 좋게 젖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주저 없이 그가 입을 벌리고 발딱 선 젖꼭지를 삼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유가 나오지 않아, 그는 손으로 젖을 짜내며 혀로 젖꼭지를 자극했다. 마치 소 젖을 짜는 것과 같은 적나라한 광경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음… 하아, 아직 부족합니다. 더 많이 짜내지 않으면…….”

젖을 빠는 힘이 점차 거세져 갔다. 어찌나 센지 젖꼭지가 금방이라도 너덜너덜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고 젖을 짜냈다. 그의 목울대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에 맞춰 쭉쭉 젖을 빠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은 수치심에 시달리며 아픔을 견뎌야 했다.

“으흣… 하, 으윽… 으흑!”

“즙이 자꾸만 흘러나와서, 하아… 달고 맛있습니다.”

그는 더 많은 즙을 짜내기 위해 이를 세워 꼭지를 잘근잘근 씹었다. 내가 울부짖든 간에 상관없이 딱딱한 젖통을 쉬지 않고 주물럭거렸다. 고통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의 고간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의식중에 허리를 움직이며 자지를 내 허벅지에 문질렀다.

“하아. 반대쪽도 짜드리겠습니다.”

“이제 그만 할래요. 차라리 혼자서… 아!”

“내가 묶어 놓고 즙을 짜기 전에, 얌전히 계십시오.”

그 순간, 그가 내 손목을 아프도록 쥐어 잡았다. 난폭한 눈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섬찟했고 금방이라도 나를 쓰러트릴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그에게 잡힌 손목이 공포로 오돌오돌 떨리자, 그가 그제야 나를 놔주며 미소했다.

“이제 편안히 누우세요.”

그는 나를 이불 위에 내려놓고, 가지런히 모여있는 다리를 좌우로 열었다. 곧게 선 자지가 금방이라도 천을 뚫고 구멍 속으로 들어올 것만 같이, 서로의 몸이 뜨겁게 교차했다. 이윽고 그가 반대편 젖을 쥐고 다시 즙을 짰다. 얄팍한 유즙이 쭉쭉 위로 솟아오르자, 그가 입을 벌려 그 줄기들을 모조리 삼켰다.

“흑, 흐윽……. 조금만 살살이요… 아흑!”

“그리 아프다고만 하시니…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그의 손이 서서히 내려가더니 결국 속곳에 닿았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얇은 속곳이 바닥을 적실만큼 축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젖이 빨리면서 이리도 흥분하신 겁니까.”

“아니… 흐읏, 그건 그러니까…….”

“양이 많은 건 모유뿐만 아니라 보짓물도 똑같군요.”

그가 재빨리 속곳을 벗기고 활짝 열린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나는 다리를 벌려 엉덩이를 움직였다. 쾌락을 음미했다. 그가 그런 날 보며 비웃는다.

“스스로 젖을 짜보시지요.”

“흐으… 으으응…….”

“말을 듣지 않으면 손을 멈출 겁니다.”

나는 허겁지겁 손으로 젖을 모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향해 조금씩 젖을 짜내었다. 처음에는 또르르 떨어지기만 하던 모유가 서서히 일직선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아깝다는 듯이 서둘러 입을 벌려 젖꼭지를 삼켰다.

“아흐으으응……!”

“하아, 음. 더 세게 짜보세요. 옳지. 그렇게…….”

그의 입가가 멀건 유즙으로 엉망이 되어 갔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갈증이 나는지 거칠게 내 젖을 씹고 희롱했다. 더는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굵은 손가락이 내 안을 깊게 파고든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안달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흐윽… 아… 아버, 흐읏……!”

“네. 말씀하지 않으셔도 이제 슬슬…….”

그가 입술에 묻은 모유를 핥으며 섶을 빠르게 풀어 헤쳤다. 천 밖으로 빠져나온 귀두가 미끄러운 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음탕한 생각을 돋구는 성기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는 웃으며 흥분한 물건을 구멍에 조준했다.

“아아… 언제 먹어도 참.”

“아아아으응… 하으으윽!”

“너무 맛있습니다.”

그는 숨을 끊어 쉬며, 거칠게 성기를 박았다. 그 포악한 움직임 때문일까. 젖이 무방비로 흔들리며, 짜내지 않아도 모유가 질질 흘러나왔다. 그는 감탄하며 혀를 내밀어 젖꼭지를 핥았다. 그렇게 끊임없이 내 유즙을 탐했다.

“맛있어요. 젖통에 꿀을 담아 놓은 것처럼 이렇게 달아서는… 음.”

“아흐… 우으응… 하아으응!”

“매일 신선하게 짜내서… 내가 다 마실 겁니다.”

엉덩이 아래는 질퍽했고 가슴 주변은 흐르는 모유로 미끈거렸다. 그야말로 난잡하고 더러웠다. 그런데도 아버지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힘껏 자지를 조였다. 습관처럼 그의 성감대를 찾아 질을 수축시켰다.

“하, 크윽!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그건……아, 아… 버, 으흣. 한테서…… 하응!”

“내가 너를 이토록 음란한 년으로 만든 겁니까.”

그는 미소를 흘리며 내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아기 새처럼 혀를 내밀어 그의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기특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칭찬을 받은 것 같아 더욱 아랫도리를 조이며 정액을 받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내가 전부 책임질 것입니다. 씹질하기 좋게 벌어진 보지도, 보짓물처럼 흐르는 젖도 전부다.”

“하으, 으으응! 하응! 아아아으!”

“그러니 너는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갈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시겠습니까.”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다리를 벌리고 쾌락을 만끽할 뿐이었다. 그 역시 반복해서 내게 경고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저 내 몸 안에 폭 안긴다. 그리고 굵어진 성기를 오물거리는 구멍에 푹푹 박았다.

“이제 내겠습니다. 네 더러운 보지에… 크흑!”

“아, 아…… 하아아으윽!”

이윽고 몽글몽글한 정액이 구멍 속에 쏘아졌다. 자지에 붙은 흉측한 혈관이 불끈거리는 게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내벽이 예민했다. 나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가 내게 가르쳐준 자세였다.

아버지는 그런 날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 아버지의 곁에 있으면, 나는 언제나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너를 은애하고 있습니다.”

“아…….”

“너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말입니다.”

그는 따듯한 몸으로 나를 넓게 안아주었다. 온몸이 녹진하여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데도, 그를 미워할 수 없다. 나는 지친 몸으로도 아버지에게 안겨 그가 원하는 전부를 내어주었다.

나 역시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령 그가 나를 이곳에 가두어 둔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완벽한 덫이었다. 헤어나올 수 없는 깊숙한 동굴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그와 같은 존재를 맹목적으로 필요로 했던 게 아니었을까. 부모에게 버림받아 길바닥을 전전하는 나를 찾아 준 그에게, 나는 가슴 벅찬 희망을 느꼈었다. 누군가 나를 보살펴 준다는, 끝없이 안전한 나만의 공간. 그라는 존재는 내게 한없이 커다랗기만 하다.

그렇기에 거부할 수 없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 빛을 잃고 싶지 않았다.

“나의 아가.”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가 내게 속삭이는 이 울림이 좋아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귀를 열고 그저 그의 목소리만 담는다. 나는 어릴 때처럼 몸을 웅크리고 그에게 안기길 기다렸다. 곧 그가 팔을 접어 내 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너는 영원히 내 것입니다.”

나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앞으로 이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복종하고 지배당하는 일에 습관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체념은 서서히 감정을 좀먹어갔다. 과거의 것이 점차 지워져 간다. 내게 있어 처음 맛보는 미래였다. 달콤해서 놓고 싶지 않은.

하지만 또 한 번 내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까. 그때에도 이 사람을 선택할까.

나는 잠에 빠진다. 그리고 오지 않는 검은 세상을 기다렸다. 내가 있던 곳이 지옥이었다면, 그래.

또 한 번 그 아름다움을 좇을 수는 없을까, 하고.

* * *

스물여섯의 아버지를 처음 만났던 날. 그때는 제법 밤공기가 쌀쌀한 무렵이었다. 처음 보는 웅장한 풍경에, 어린 마음에도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자신을 선정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약간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여기서 나와 함께 살게 될 겁니다.”

“…아.”

“넌 내 수양딸이 되는 거고요.”

아직 어린아이의 올망졸망한 눈으로도, 그가 뚜렷이 보였다. 유한 얼굴선과는 달리 눈매가 날 서 있었다. 하지만 웃으면 부드러워져, 어느 것이 그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게 아버지를 보았던 첫인상이었다. 내게 잠깐씩 비춰주는 그 상냥함에 마음껏 매달리고 싶은, 그래서 더 안달이 나는 사람이었다.

“아… 빠?”

“…….”

충동적으로 부른 아빠라는 말소리에 그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왜일까. 몸이 굳어 있는 것도 같았다. 어렸을 때 나는 그것을 미움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생겨버린 딸의 존재를, 분명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곳에서 지내는 게 가시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귀염을 받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나는 종종 그를 찾아갔다. 어느 날은 마당에 서 있는 그를 보고 환히 웃었고, 어떤 날은 내 방을 찾아와준 그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

하지만 그는 무표정으로 굳을 뿐, 내게 애정을 보여주는 일이 없었다. 하루하루 마음이 불편해져만 갔다. 양어머니라는 사람은 나를 한 번도 찾아와 주지 않았고, 그나마 사람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지나가는 시종, 그리고 아버지뿐이었다. 사람이 그리웠고, 몸이 시리도록 외로웠다. 악몽을 꾸기라도 한 날에는, 맨발로 뛰쳐나와 아버지를 찾아 헤맸으니까.

“아빠…. 아빠……!”

눈물이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듯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큰 소리로 불러봐도 그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내게 관심이 없으신 거야. 나를 미워하는 거야. 내가 싫은 거야…….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갑자기 뒤에서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였다. 나는 서럽게 울며 그에게 빠르게 안겼다. 악몽을 꾸었다고 흐느끼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의 몸이 다시 굳는다.

“아빠. 아빠…. 무서웠어요.”

“…그래서 날 찾은 겁니까?”

“흑, 흐윽…. 아무도 없는걸요. 아빠밖에 없잖아요.”

그래. 이곳에서 나를 보살펴 줄 사람은 그밖에 없으니까. 이 외로운 감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나는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온기를 나눠 받고 싶었다.

“정말이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매번 악몽을 꾸시지 않습니까. 걱정되게.”

그때 그가 내게 보인 얼굴은, 정말 내가 그의 딸이라도 된 듯 착각할 정도로 상냥한 얼굴이었다. 부드럽고 포근했다. 그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는 내 등을 토닥이며, 골똘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한다.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걱정이었다. 시린 맨발의 알싸함과 눈물로 뿌예진 시야. 그 감각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좀 진정되셨습니까.”

“네…….”

“아침이 올 때까지 방앞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럼 잘 수 있겠습니까.”

“죄송해요…….”

내가 혹시 그를 귀찮게 하는 걸까 봐, 괜히 주눅이 들었다. 축 처진 내 어깨를 본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또 무언가를 잘못한 걸까. 무서워서 가슴이 울렁이는데, 그가 갑자기 내 볼을 쥐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아…….”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돼요.”

그 말에 일순 안심이 된 건 왜였을까. 정말 내가 그와 한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에게 절대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마저 내쳐진다면 끔찍하게 아파질 것만 같았다.

나는 방앞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품에 꼭 안겨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불평 없이 나를 방까지 눕혀 주었고 약속한 대로 아침이 올 때까지 대청에 앉아 기다렸다. 그림자로 보이는 그 넓은 등을 보며 나는 그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아침이 와, 햇살이 눈꺼풀을 비추었을 때는 어느새 그가 사라진 뒤였다.

“…아빠.”

더 이상은 욕심인 줄 알면서도, 눈을 떴을 때 혼자인 것이 쓸쓸했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가 나를 찾는 것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대화하는 것도, 함께 밥상에 앉는 것도 좀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밖에 나가, 서투른 걸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혼자 있기 싫다는 오기가 만들어 낸 집착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떨어진 행랑채에서 나와 비슷한 체구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찾아냈다. 고작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햇빛에 닿아 은빛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하얀 피부와 깨끗한 손등.

“우아…….”

그 아이가 가진 모든 것이 아름다웠으니까.

“저…….”

그에게 말을 걸려고 발을 내딛는데, 그보다 앞서 누군가 나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당황해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뒤에 서 있었다. 눈가에 번진 어두운 그늘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의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간다. 피곤한 형색이었지만, 마치 내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잠시 씻으러 자리 비운 사이에 일어나신 모양입니다.”

영문을 몰라 조금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깨닫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나를 찾아 주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같이 먹는 게 좋겠습니다. 아침.”

그가 커다란 손을 내게 내밀었다.

“악몽을 꾸셨다니까… 무서우실 것 같아서요.”

나는 재빨리 그가 내민 손을 잡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제야 그가 그동안 내게 굳어 있던 이유를 깨닫는다.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고마워요…. 아빠.”

그도 나만큼 줄곧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따님.”

고아인 나를 딸이라고 불러준 그의 옆얼굴에 가슴이 뭉근해진다. 나는 그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아까 본 남자아이가 신경 쓰여 고개를 돌려 보는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쉬운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것이 영롱하게도 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어 바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그런 감상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