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계획(1)
부율은 혀를 찼다. 학식이 두텁기로 유명한 대감 집에 초대를 받아 아까운 시간을 쏟았건만, 앉아서 듣고 있는 것은 순 황궁의 이야기뿐이었다. 궁으로 가면 금으로 된 사발에 금 가루를 얹은 고봉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희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귀족들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수확이 있었다면 그 가옥 옆에 새로 생긴 비녀 가게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부율은 나가는 대로 누룩에게 줄 비녀를 골라서, 오늘 밤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콧노래라도 나올 것처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막상 도착해 마당에 발을 디디니 아비인 술원성이 새파란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손에 든 것은 무엇이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아들을 훑는 술원성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방황을 하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사춘기 아들을 단속하는 아비처럼 그의 목에 핏발이 섰다. 녀석의 행적은 이 연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하기 꺼려했던 연을 억지로 말하게 시킨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는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부율을 제 방으로 들였다.
“궁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너…….”
술원성은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렸을 때는 저를 제법 따르는 녀석이었거늘, 언제부턴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제 식구들을 무시하고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그래도 정해진 혼약만 무사히 마치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부율이 여자를 들이면서 그 작은 희망조차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계집은 첩으로 들이거라. 폐하께서도 그 정도는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실 것이니.”
“그리할 수 없습니다.”
“뭐라 하였느냐?”
“그리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고집스러운 제 아들의 말투에 술원성의 어깨가 절로 굳는다. 거기에 더해 황제가 기어이 혼인을 미룬 사실을 상기하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기까지 했다. 부율은 그런 아비를 보고도 일절 자신의 의견을 꺾지 않았다.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여인을 깊이 연모하고 있습니다.”
“하.”
도리어 부율의 사랑 고백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판이었다. 술원성의 머리가 바삐 돌아갔다. 부율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를 어찌 억지로 황궁까지 끌고 간다는 말인가.
“그 계집과 혼인이라도 할 셈이냐.”
“되도록 빨리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미친 것.”
출신도 모를 계집을 데려와 혼인하고 싶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것’이라. 선전포고 같은 아들의 말에 술원성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천향(千香)의 별가를 제게 주십시오.”
“별가?”
“아버지께서 도망 노비들을 벌주었을 때 쓰셨던 별가 말입니다.”
술원성의 눈썹이 휘어진다. 그가 아주 젊은 시절에 곧잘 관에서 쌓였던 피로를 노비들에게 풀곤 하였는데, 특히 도망간 노비들을 찾아 외딴 별가에서 벌을 주는 기이한 취미가 있었다. 황궁의 간섭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제법 희한한 짓도 했는데, 그곳을 달라니.
“그곳에서 신접살이라도 꾸미겠다는 말이냐?”
“폐하께서 저를 찾으실지도 모르니 그곳으로 가야겠습니다.”
부율의 침착한 설명에도 술원성은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많고 많은 별가 중에 그런 외딴곳을 고르는 이유가 있다면, 황궁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아낸다면 제 아들의 속을 가늠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아들의 눈빛은 제법 강고해 보였다.
“공주와 혼인하면 그 별가를 주겠다.”
술원성의 말에 부율이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부마도위에 올라 봤자, 궁의 개가 되는 것 말고 얻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실이었다. 부마가 되어 삼 대가 황궁에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조정에 의견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높은 관리가 되어 모두에게 선망받는 길을 택해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면 모를까. 하지만 가문은 습관처럼 부마를 만들어 내려고 했고, 단 한 번도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참으로 어리석게도.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술원성은 치기 어린 행동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부율을 날카롭게 훑었다.
“혼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네 놈 목이 날아갈 것이야.”
“무슨 말씀입니까.”
“폐하께서는 네 녀석을 두려워하니까.”
처음부터 황가는 술원성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정 1품 자리에까지 올라, 인덕 없는 황제보다 관리들의 신임을 줄곧 독차지해 온 결과였다. 이제는 그 화살이 제 아들에게 돌아갔다. 무관들보다 유연하고 단단한 몸은 그렇다 쳐도, 문관들보다 더 훌륭한 학식을 갖춰 문관들의 눈이 뒤집혔다. 현 황제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정통 후계자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꿀 기회였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황제가 허락할 리 없다.
“네놈의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멸족할 수도 있어.”
“…….”
“그런데도 네가 그 여인을 선택하겠다면, 나는 널 내 손으로 죽이는 수밖에 없다.”
술원성의 말이 거짓일 리는 없다. 부율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하나뿐인 아들보다 가문의 일을 중하게 여긴 정 없는 아비였다.
“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율은 씁쓸한 표정을 숨긴 채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바깥은 이미 노을에 얼룩져 그의 심란한 머릿속처럼 온통 붉어져 있었다.
* * *
“부율.”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그의 이름에 반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나를 줄곧 응시하고 있던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진다. 내 반응에 기분이 안 좋아진 것인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자와 함께 기거하고 계신 겁니까.”
“…네.”
갑자기 방 안이 서늘해졌다. 나는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단지 아버지의 얼굴을 살필 뿐이었다. 이 남자를, 나는 열두 살 때부터 아버지라 부르며 그가 하는 말이면 줄곧 믿어 왔었다.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신이었고 내가 직접 걸어서 갈 수 있는 한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기이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기껏해야 부율의 형님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를 계속 아버지라 부를 수 있을까. 상냥하게 휘어진 눈가에 날렵해 보이는 눈동자가 나의 전부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하기만 했다. 익숙하지만, 더는 편하지 않았다.
“추운 겁니까. 따님.”
“아, 괜찮…….”
“입술이 떨고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흠칫하며 몸을 뒤로 내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파래진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여름이라 하여 이리도 얇게 입으셨으니.”
그의 손가락이 내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하지만 놀란 것은 그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눈빛이었다. 조금 전까지 차가웠던 눈이 뜨거워져 있었다.
“아비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손가락이 입술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눈은 계속해서 내 차림새에 머물러 있었다. 순백의 얇은 피백(披帛)이 그의 눈동자에 비쳐 보였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는 내 대답을 듣고는, 다시 뒤로 물러갔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놓인 탁상 위의 찻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아, 괜찮…….”
“아비의 성의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기어이 작은 찻잔에 꽃내음이 가득 깔린다. 그는 찻물로 꽉 찬 잔을 내게 건네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뜨겁게 날 서 있다.
“부탁입니다. 따님.”
“…….”
콧속에 난입한 향기가 불쑥 불쾌해진다. 하지만 끝내 아버지가 건넨 잔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되살아난 기억처럼 그에게 귀속돼 있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차는 달았다. 독한 꽃내음만큼이나.
* * *
선정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눈을 지그시 감으며 솟아오르는 성체를 억눌렀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의 눈앞에 자신이 준 차로 인해 깊은 잠에 빠진 그녀가 있었다. 이제는 작고 어여쁘던 꼬마 아이가 아니었다. 어엿한 성인이 되어 제 발로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몹쓸 성욕이 발했다.
오랜 시간의 부성애가 애정으로 변모했음을 선정은 인정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제 아이가 자신의 손안에 놓여 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앞가슴을 가로막고 있는 매듭을 풀었다. 그러자 봉긋 솟아 있는 젖가슴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제 너를 무엇이라 불러야 합니까.”
선정은 자조했다. 그녀를 수양딸로 삼았을 때부터 황궁에 보낼 속셈이었으니 그녀에게 제대로 된 이름조차 지어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갑게 그녀를 딸이라고 부른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먼 발치에서, 마치 남의 자식을 대하듯 그녀에게 존칭을 섞어 사용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자식을 대하는 손길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의 젖꼭지를 매만지고 있는 자신의 손은, 절대 딸을 위하는 손이 될 수 없었다.
“젖이 이만큼이나 자라있었습니까.”
괜히 울적한 마음에 선정이 그녀의 젖을 다소 난폭하게 쥐었다. 여자의 피부를 처음 만져보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짜릿했다. 그녀와 자신의 피가 전혀 이어지지 않음에도 그는 배덕한 감정을 느꼈다. 더러운 욕망이 그의 성기를 더욱더 곧추세웠다.
“이 꼭지를 부율 그자가 삼키고 핥은 것입니까.”
그녀의 가슴 부근에 잇자국이 짙게 있는 것을 보아, 자국을 만든 자가 부율이라고 짐작했다. 선정은 혀를 내밀어 그녀의 붉은 젖꼭지를 조심스레 핥았다. 천상의 맛이었다. 온종일 그녀의 젖만 빨아 대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선정은 아예 그 발딱 선 정점을 입안으로 깊이 빨아 들이켰다. 유즙이라도 탐하는 것처럼 짐승처럼 그녀의 꼭지를 삼켰다.
“으…, 응…….”
잠들어서도 느껴지는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쾌락에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참을 수 없을 만큼 정욕이 솟구쳤다. 선정은 바지를 뚫고 나올 것 같은 기세로 발기한 제 것을 보고 결국 섶을 풀었다. 끝에서는 벌써 꿀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십 대 시절 부인과 했던 의무적인 관계 이후 성기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삼십 대 중반이 되도록 아직 샌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기방 출입도 하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자신이 이만큼이나 성욕에 사로잡힌 불한당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그녀 때문이었다.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정도로,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 때문이었다.
“하아…….”
선정은 뜨거워진 좆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젖에 문질렀다. 물이 얼마나 끈적한지 그녀의 가슴이 눅눅해질 정도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는 퍼진 언덕처럼 양옆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젖을 양손으로 붙잡고 그사이에 기둥을 끼웠다. 부드러운 피부가 그의 검붉은 포피에 찰싹 달라붙더니 껍질조차 아래로 훌쩍 벗겨 냈다. 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몸이 자신을 미치게 했다.
“하아, 읏…….”
성기가 기다란 탓에 그녀의 입술에까지 닿아버린 귀두가 쾌감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저 작은 입에 자신의 성기가 전부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음란한 상상을 하며 이리저리 그녀의 입안을 재는데, 갑자기 그녀의 속살이 궁금해졌다. 붉은 입안만큼 얼마나 충혈돼 있을까. 그는 그녀의 위에서 내려와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넓게 벌렸다. 그의 침입을 반기기라도 하듯 벌써 속곳이 젖어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정숙하셨는지 잠시… 검사를 해야겠습니다.”
선정은 단숨에 그녀의 속곳을 아래로 끌어 내리고 벌려진 속을 관찰했다. 음모 속에 숨겨져 있는 작은 성감대, 그 아래로 내려가자 물이 흐르는 골짜기가 있었다. 갈라진 틈새를 손가락으로 비집고 들어가니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렸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흘러, 아주 작은 뒷구멍까지 적셔 놓았다. 선정은 자신도 모르고 혀를 내밀고 그 샘물을 꿀꺽 삼켜 버렸다.
“아…. 음…….”
비릿하고 짠 보짓물 맛에 성기가 어서 작은 웅덩이에 박고 싶다고 안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정은 본능을 참고 그녀의 보지에 코를 박을 뿐이었다. 혀를 쑥쑥 그 안으로 집어넣기도 하며 붉은 속살의 감촉을 즐겼다.
“하, 읏……!”
그때, 그녀의 입 밖으로 날카로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선정은 그녀가 깰까 봐 긴장하면서도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보지 안에 정액을 배출하고, 그녀를 간음하고 싶었다.
“하아…. 이만큼 물을 쏟으시는 걸 보니 내가 처음은 아니신 모양입니다.”
선정의 입가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녀의 처음을 빼앗긴 것은 화가 났지만, 그나마 그녀의 어린 시절을 소유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있었다. 그는 입술에 묻은 보짓물을 마저 핥으며 그녀의 음모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살점을 좌우로 벌려 그곳에 난 작은 콩알을 찾아다녔다.
“아, 찾았습니다.”
음모 속에 가려진 음핵이 보이자, 선정은 냅다 혀를 내밀어 그곳을 상냥하게 훑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허리가 튀어 오른다. 잠결에도 음탕하디 음탕한 반응이었다. 그는 흥분해서 혀를 더욱 빨리 움직였다. 일부러 혀끝을 세워 그곳을 강하게 튕기기도 하고, 혓바닥 전체로 핥아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그녀는 울 것처럼 신음했다.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하, 아앙…. 으… 아읏……!”
선정은 더욱더 그녀를 괴롭혀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 젖은 동굴 속에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동시에 그녀의 앞을 개처럼 핥아댔다.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더니 악몽이라도 꾸는 사람처럼 헐떡댔다.
“아, 흑…. 아응…. 흐으윽…….”
그녀를 강간하고 있다는 죄가, 그 죄악감이 선정을 들뜨게 했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 쏟아진 그녀의 애액을 다시 혀로 핥으며 맛을 음미했다. 자신의 손으로 7년간 키웠던 그녀가 더러운 보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토록 남자를 끔찍한 괴물로 만드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어찌 이토록 맛있을 수가 있을까.
“젖이고 보지고 전부다…….”
“으… 아, 흑…….”
“앞으로 제가 관리해 드리겠습니다.”
선정은 다시 한번 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를 키운 지난날들이 망설임과 고민의 연속이었다면, 성인이 된 그녀를 만난 지금은 확신뿐이었다. 그녀를 공주로 만들 수는 없다. 폭정을 저지르는 황제에게 그녀를 넘겨줄 수 없다.
“…다시 제 아이가 되는 겁니다.”
선정은 포피를 내려 성기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음순에 귀두를 문지르며 아슬아슬한 거리를 즐겼다. 마찰이 점점 거세졌다. 그는 그가 빤 자국으로 붉어진 그녀의 젖가슴을 구경하며 자위를 했다. 그 자위는, 이제껏 홀로 방에서 의무적으로 뺐던 시시한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하아, 하아.”
언젠가부터 그녀의 보지에 넣는 상상을 했다. 그녀가 울고불고 매달리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줄 때까지 박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습관처럼 아버지라는 말을 내뱉으면 그녀를 끔찍하게 혼내줄 것이다. 엉덩이를 때리고, 그녀의 가슴을 터트릴 듯 꽉 쥐며 정액을 배출할 것이다. 그녀를 개처럼 다루다가도 다시 아비로 돌아가 그녀를 보살펴 줄 것이다. 그는 그런 난잡한 상상들을 해대며 기둥을 문질러 댔다.
“하아, 크윽…. 읏.”
그런데 그때, 그녀의 입구에 너무 가깝게 달라붙어 있던 귀두가 결국 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선정은 참을 수 없는 욕정을 느끼며 그녀의 구멍 속으로 기둥을 전부 밀어 넣었다. 그제야 속살이 남성기를 반기며 쫄깃하게 남근에 달라붙었다. 선정은 그 뜨거움 속에서 정액을 배출하고야 말았다.
“큭!”
주체할 수 없는 만족감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녀를 완전히 소유했다는 생각이 그의 온몸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평생 그녀의 아버지로서 그녀의 보지를 탐하고 싶었다. 그것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으… 응.”
그녀가 뒤척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정은 기어이 그녀의 보지 속에 자신의 씨물을 쏟아 냈다는 죄를 깨닫기도 전에 그 여린 몸을 품었다. 그녀를 달랬고, 그의 단단한 몸속으로 끌어안았다.
“…가엽게도”
선정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잠결에…… 몸을 허락하고 말았군요.”
선정은 창가에 비추는 노을이 완전히 지기 전까지 그렇게 그녀를 품고 놓아주지 않았다.
* * *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일어나 보니 익숙한 방의 풍경이 보였다. 1년 전까지 지냈던 방이었다. 처음 수오 님을 만난 곳도… 화향관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었다. 단이 있는 곳에 만들어진 침실. 내려가면 보이는 탁상과 좌식. 그리고 벽면에 작게 난 창문까지 모두 그대로였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방을 훑어보다가, 구석에 있는 작은 서랍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치 습관처럼 안에 있던 옥색 가락지를 찾아냈다.
“…….”
그가 내 생일 날 주었던 것이었다. 어느 것도 변한 게 없었다. 녹슬거나 곰팡이가 슨 흔적조차 없었다. 모두 그대로다. 내가 이곳을 떠난, 아니 그가 나를 납치하기 전 그대로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가락지를 바라보던 중,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는 방문을 두드리며 잠에 젖은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일어나셨습니까. 따님.”
나는 가락지만 집어 들고 서둘러 서랍장을 닫았다. 원래 내 것을 되찾은 것뿐인데 나쁜 짓을 한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어젠 잠이 들었기에 옮겨드렸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가락지를 속저고리 안에 넣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와 손가락이 맞닿았다.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서로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놀라서 눈이 동그라지는데, 그는 상관없는 것인지 미소를 지었다.
“햇살이 참 밝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빼내고 그를 방 안으로 재촉했다. 오래간만이었지만 이상하지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그가 내 방에 오는 것. 예전에도 종종 이렇게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돌아갔다. 나는 벌써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도 실감하지 못한 채 그와 상 하나를 두고 마주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나는 입가를 풀며 약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괜찮아요.”
그는 다행이라며 내 얼굴 곳곳을 살폈다. 어린 딸을 걱정하는 아비처럼 전혀 거짓되지 않은 진심인 듯.
“헌데…….”
부드러웠던 그의 목소리가 변한다. 방에 깔린 낮은 긴장감에 나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노비였습니까.”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서워졌다.
“따님을 납치했던 놈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앞에서 가락지를 숨겼던 것처럼, 나는 무의식중에 수오 님을 보호하고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변명이라곤 생각해낼 수 없는 짧은 찰나였다. 맥없이 나온 말에 아버지는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방 공기가 차가워진다.
“그럼 왜 창관에 계셨던 겁니까.”
“그걸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아버지가 알고 계신 걸까. 긴장으로 밴 땀이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그는 그런 나를 관철하듯 눈동자를 굴렸다.
“딸이 사라졌는데 찾지 않을 아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1년 동안 나를 어떻게 찾아다녔던 걸까. 그 방법이 궁금한 것도 잠시, 창관에 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오 님의 시종으로 생활했다는 말은, 그가 나를 납치했다는 말을 인정하게 된다.
“그건 그러니까…….”
간신히 말문을 열어 보지만, 다음에 이을 단어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리저리 요동치는 내 눈동자를 본 그가 알겠다는 듯 입꼬리를 당겼다.
“천한 것들에게 다리라도 벌린 것입니까.”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그곳이 남자 창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한 것일까. 더욱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어떻게… 설명을…….
“요즘 세상에 딸의 순결을 감시하는 아비는 없다 하나, 나는 다릅니다.”
그가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어깨를 건드린다. 그러더니 어깨에 닿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또렷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뒤늦게 엉덩이를 빼며 그를 피하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의 몸이 아슬아슬하게 내게 흘러내린다. 이대로 그가 내 위로 쏟아질 것 같았다.
“쉽게 허락하면 안 됩니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 오싹한 소름이 등줄기에 퍼지더니, 그대로 힘이 빠져 버린다.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그가 어느새 내 위에 있었다. 다시 기분 나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지긋이 바라봤다.
“이리도 연약하니…….”
“읏…….”
“잡아 먹히시는 겁니다.”
그의 손가락이 빗장뼈를 덮쳐 온다. 조금씩 간지럽히다가, 점차 아래로 내려왔다. 살이 차오른 봉긋한 가슴에 닿기 직전까지 내려온 아버지의 손가락은 딱 거기에서 멈추었다. 나는 숨이 모자란 사람처럼 입을 벌리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이 아비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가 내 턱을 잡아당겼다. 돌아간 시선이 다시 억지로 그에게 가 닿는다. 뜨거운 눈이 또 한 번 나를 범람해 왔다. 싫은데도, 도망갈 수 없었다. 예전처럼. 그가 나를 이곳에 가두어 놓았던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는 이제…….”
나는 이제 그의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가야 했던 여린 소녀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을 이유가…….”
아버지에게 제대로 말을 할 참이었다. 더는 그의 것이 아니며, 그의 딸로 살아갈 수 없다고.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하필 그때, 문이 열리고 노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부율 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나리!”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가 없는 틈을 타 몰래 이곳에 온 것이니, 분노하고 있을 게 뻔했다. 반사적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곧 가지.”
아버지는 내 위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그가 빠르게 내 손목을 낚아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같이 만나러 가죠. 따님.”
아버지는 싸늘하게 식어 있는 얼굴로 두 입꼬리만 늘어지게 올렸다. 그건 먹잇감을 고르는 듯한 짐승의 얼굴이었다.
* * *
부율이 열린 대문 앞에서 굳어진 얼굴로 서 있었다. 초조해 보이기도 했고 실색한 것도 같았다. 그러다 아버지 옆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 것처럼.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시다니 실례가 많았습니다.”
태연하게 말하는 아버지와 달리 그 말을 들은 부율의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마치 낯선 남자 옆에 있는 나를 탓하는 듯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한 태도를 보였다.
“이리 와. 누룩.”
그를 보는 아버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부율의 옆으로 다가갔다.
“누룩이라. 언제부터 이 아이 이름이 누룩이었습니까?”
“뭐?”
“아직 딸에게 이름을 지어준 기억은 없습니다. 아비로서.”
‘아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부율의 눈이 커다래진다. 그의 눈이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훑었다. 그의 나이를 가늠하고, 선정이라는 이름에 달린 명성을 기억해 낸다. 하지만 그럴수록 황당한 낯빛이 되어 갔다.
“…그게 무슨.”
“자세한 건 방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우리 둘을 안방으로 데려갔다. 처음 들어가 보는 아버지의 거처. 짙은 꽃 향인 것 같기도, 그의 체취인 것 같기도 한 독한 향기에 머릿속이 흐려진다. 아버지는 피어 있던 향초를 후 불어 끄며, 우리 둘을 자리에 안내했다. 그 텁텁한 공간 속에서 세 사람은 숨죽인 듯 조용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찾기 어려우셨을 텐데요.”
“…누룩에게 감시를 붙여 놨으니까.”
부율의 섬뜩한 말에도 아버지는 미동조차 없이 그를 정면에서 응시했다. 부율에게 잡힌 손이 점점 아파져 온다. 그는 내가 다시는 그에게서 도망갈 수 없도록, 가느다란 손가락까지도 그의 손아귀에 넣어 부서지라 압박했다.
“아까 했던 말.”
부율의 시선이 아버지를 향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누룩이 당신 딸이라는 게 무슨 헛소리지?”
“…….”
“아무리 봐도 성인이 된 딸이 있을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데.”
아버지는 웃었다. 그는 진작부터 부율을 시선 아래에서 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부율의 커다란 손 아래에 잡혀 있는 작은 내 손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검게 변해 있다.
“제 아이입니다. 제가 스물여섯일 적에 부인과 상의해서 입양했지요.”
“입양?”
“이 아이가 열두 살일 때 말입니다. 그때부터 이 집에 들어와 살았습니다.”
부율의 미간이 좁아진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듯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부녀간의 나이 차이가 고작 열네 살이었다. 어렸을 때야, 나보다 훨씬 키가 큰 그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그것도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 이야기였다.
“양반이 다 자란 여아를 입양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 갓난아기면 몰라도.”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무슨 속셈이었지?”
부율의 날 선 기세에 아버지 역시 더는 미소를 띠지 못했다.
“…속셈이라.”
“말하거라.”
부율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 명백한 추궁이었다. 아버지의 시선이 부율을 지나,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의 두 눈이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내 얼굴을 관찰한다. 그 시간 속에서 헤어 나오기까지 꽤 여러 번 숨을 참아야 했다.
“…따님을.”
아버지는 나의 두 눈을 바라보며 부율에게 대답했다.
“공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말에도 부율은 웃어넘기거나 쉬이여기지 않았다. 내가 초조해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있을 때도 부율은 미동 없이 아버지의 대답을 듣고 있었다.
“그때는… 부녀간의 정이 어떤 건지 몰랐었습니다.”
부율의 입이 열린 건 아버지의 흐릿한 두 눈이 내 어깨 아래로 떨어질 무렵이었다.
“공주는 역시 죽었던 거군.”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네 녀석 같이 찌든 파리들이 가짜 공주를 만들기 위해 날뛰었던 거고.”
부율의 서늘한 시선을 아버지는 그대로 맞닥뜨리며 자조할 뿐이었다. 변명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폐하께서는 이 사실을 아시고 계시는가.”
“네. 딸의 존재는 알고 계십니다.”
“그럼…….”
“제 딸은 공주가 될 겁니다. 폐하께서 그녀가 돌아왔다는 걸 아신다면.”
부율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만큼, 아버지의 눈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나는 그제야 아버지가 나를 바깥세상과 단절시킨 이유를 알게 됐다. 나를… 죽은 공주를 대신하기 위해서. 그 이유는 속이 새하얘질 만큼 아찔한 것이었다.
“딸을 되찾았으니 이제 나와 혼인시킬 일만 남았군. 그렇지 않은가.”
부율은 들뜬 얼굴로 아버지를 재촉했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묻는 말이었다. 두 사람에게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나의 존재를 지우고 있었다.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검은 속내를 숨기고 승냥이처럼 허리를 쭉 폈다.
“부율 님께서는 왕위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풀어졌던 부율의 두 뺨이 다시 경직된다. 아버지는 그 틈을 타, 그에게 마지막이 될 제안을 던졌다.
“제가 황제를 짓밟을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 하면, 어떻겠습니까.”
* * *
‘그게 무슨 소리지?’
‘제 딸과 결혼해 부마도위에 오르셔도, 언제 다른 생각을 품을지 모르는 것이 황제입니다. 이미 알고 계신 것, 아니셨습니까.’
‘…지금 내게 폐하를 배반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폐하를 배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올라야 할 자리를 차지하는 것뿐이지요.’
부율은 선정과의 대화를 상기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이미 몇 시간이 지난 대담(對談)인데도 아직도 긴장이 부율의 몸을 타고 질척거렸다. 해서는 안 되는 대화를 했다. 다른 누군가가 들었더라면 당장에 투옥되고도 남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필시 거짓이었다.
‘어떻게 돕겠다는 거지?’
‘저는 비록 지금은 관직에서 내려왔으나, 본래 무관이었던 몸입니다. 저를 도와 부율 님을 지지할 무반들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선정의 가문은 부율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전쟁에 나가는 족족 승리를 안겨 지금의 여국(麗國)을 만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온 지금은 기세가 꺾였으나 예전에는 명성이 자자한 가문이었다.
그 가문의 후계가 무반들을 이끌고 반정을 일으킨다는 그의 계획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있을 법한 일에 부율의 목이 타들어 갔다. 그자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반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상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내가 왕이 되면, 네 놈이 얻는 것은 무엇이지?’
그렇다고 수상한 기색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자신이 왕이 된다 해도 그자가 얻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황궁의 벼슬자리뿐이었다. 혹은 돈을 원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미 선대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넉넉한 그의 집안을 보면 단순히 재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황제에게 내 딸을 넘겨주지 않는 것. 오직 그뿐입니다.’
그때, 선정은 누룩을 제 품의 자식인 양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부율은 그가 못 미더웠다. 젊은 그가 고작 7년을 길러 냈다 해도 피도 섞이지 않은 제 양딸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이 기이했다. 하지만 그가 그다음으로 한 말이, 부율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폐하께서는 친딸을 고문으로 죽인 분이십니다.’
부율은 어렴풋이 공주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왔었다. 10년째 관직에 있는 양반들조차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흉흉한 소문은 백성들 사이를 돌았고, 평소에도 난잡한 일을 하기 좋아하는 황제에 대한 이상한 말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신하들로 하여금 공주를 강간하게 했으며, 손수 그녀의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뽑았다고. 말도 안 되는 질투에 먼 것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했지만, 공주가 고문으로 죽었다면 그 소문이 사실이 된다.
그런 황제가 한 나라를 다스린다. 그건 부율로서도 용납할 수 없었다. 허나, 더 안 되었던 것은 누룩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가짜 공주 행세를 하고 자신과 혼인하더라도, 황제가 추후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제기랄.”
부율은 그녀의 전부를 가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안전까지도 염려됐다. 차라리 잘 된 것일까. 그 자신이 반정에 성공해 왕이 된다면 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황제를 왕위에서 끌어내리냐는 것이었다. 백성들의 혼란은 쉽게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황제에게 불만을 품었던 것이 권력이 닿지 않은 백성들이었으니.
하지만 아직 황제는 건재했다. 그를 지지하는 관리들과 무반들. 그자들을 처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선은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과 그 자신이 어떤 일을 꾸밀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선정 그놈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밝혀내야 한다.
* * *
부율이 본가로 돌아간 뒤에도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이곳에 남았다. 아직 이야기의 결론이 나지 않은 지금 그의 본가에 있는 것보다, 잘 알려지지 않는 이곳에 있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였다. 하지만 답답했다. 한순간에 돌아온 과거의 기억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지난 1년간의 일들이 나를 더 숨 막히게 했다.
나는 모두가 돌아가고 조용해진 마당에서 복사나무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춰 섰다. 나의 수오 님이 바로 이곳에 서서, 어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정다감한 눈으로 나를 보며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그때는 억울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던 그 눈, 그 손길, 그 말투. 모든 것이 다 상냥했음을. 그래서 더 위험했다는 것을.
‘따님을 공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입양한 이유. 이곳에 감금해 두었던 이유가, 죽은 공주 대신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헌것들에 대한 익숙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공주가 된다는 것도, 부율과 혼인을 하게 된다는 것도 거짓말 같았다. 정신은 단순히 1년 전 수오 님의 시종이었을 때의 나로 되돌아간다. 그곳에서부터 내 인생이 시작이었고, 그와 나의 처음이 시작되었던 곳. 하지만 잔혹하게도, 모두가 그것이 사고였을 뿐이라고 했다.
나의 노비가 나를 납치하면서 약을 먹였기 때문이라고.
“…수오.”
나는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색한 부름이 입 밖을 나가는데도, 머리로는 여전히 창관에서의 수오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고 거적때기를 입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주인님. 우리는 1년 전, 그 처음부터 잘못된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잠이 오지 않으시는 겁니까.”
등 뒤에서 낮게 들려 오는 음성에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아버… 지.”
목소리가 떨린다. 그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몰랐다.
“그리운 것을 남겨 두고 온 것입니까.”
“…….”
그가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읊조렸다. 하지만, 잔잔한 바람에 흩날린다. 1년간의 추억과 괴로움은 그렇게 한순간에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 아무도 모르게.
“그 창관은 남자 기생들이 있는 곳이었지요.”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금 그와 눈을 마주치면 이 서러운 감정을 내비칠 것 같았다. 이 그리움을 꺼낼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원망도.
“…누룩이라는 이름도 그자가 지어준 겁니까.”
아버지가 묻는 사람이 부율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내게로 꽂힌다. 그 시선은 단순히 나를 몰아세우는 것만 아니라, 얼어붙게 했다. 복숭아의 단 향내가 그 사이에서 맴돌았다. 여전히.
“그리운 것을 잊어 내십시오.”
그럴 수 없었다. 그저 그리운 것만이 아니었으니까. 처음부터 나를 망가뜨린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도 뒤섞여 있는 감정이었으니까. 애증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함과 동시에 머리가 뜨거워질 만큼 증오했다. 나의 생일 선물을 위해 그 어린 나이에 몸을 팔았던 그가. 분노한 나를 억지로 잠재워 납치한 만큼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그가. 지난 1년간 나를 꼼짝없이 속인 그가.
하지만 어째서… 연모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지는 걸까. 바닥에 떨어져 짓밟힌 꽃이, 그 향기가 계속 코끝을 간질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처만 줄뿐입니다.”
가만히 서 있던 그의 발끝이 나를 향한다.
“그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짙은 밤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검은 바닥의 자리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눈물이 쏟아진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시야가 완전히 막혀 버린다. 그가 내 앞에 선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죽은 듯이 가만있었다.
“창관에 있던 창부들은 전부 다 죽었습니다.”
“읏…….”
“그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밖에 있던 종들뿐이라고 하더군.”
공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몸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아직도 몸이 떨렸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나를, 그는 강하게 붙잡아 주며 바라보기만 했다. 나무들이 흩날리는 산만한 소리에 울음소리가 잦아 들어갈 때쯤.
“…….”
그에게 안겼다. 내 등을 쓰다듬는 아버지의 손길이 수년 전의 기억과 달라져 있었다. 그의 허리까지밖에 가지 않았던 내 키는 어느새 그의 가슴까지 자랐고, 고개를 들면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잊으십시오.”
귓가에 목소리가 일렁인다. 간절한 주문처럼 눈을 감고 기억이 사라지길 빌었다.
하지만 사라질 길 없는 이 마음은 갈팡질팡 나를 괴롭혔다. 끝은 없을 것이다. 몇 년을 걸쳐 간직했던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 세상에서 없어질 리가 없으니까.
* * *
부율이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열흘 뒤였다. 수척해진 그의 얼굴이 그가 얼마만큼 고민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네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대청에 앉아 있는 내게 빠르게 다가와, 나를 덥석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수염 자국이 난 턱을 내 뺨에 여러 번 비비었다. 밤을 지새우기라도 한 걸까. 이렇게 핼쑥해진 그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맞닿은 그의 단단한 가슴은 여전히 크게 뛰고 있다. 나를 본 것이 좋았던 걸까. 그의 두 뺨이 금세 붉어진다.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아버지는 잠시 볼일이 있다고 나가셨…….”
“되었다. 너와 놀다 보면 오겠지.”
곧바로 그가 내 입술을 빠르게 삼켰다. 커다란 몸에 푹 안긴 상태에서 호흡마저 빼앗겨 버리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얌전해진 나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상하구나.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는데.”
“아…….”
“너만 보면 발기가 되는구나.”
부율이 아랫도리를 내 아랫배에 문지르며 점점 나를 사각지대로 몰아갔다. 나는 당황하며 손을 뻗었지만, 그조차도 그에게 잡혀 버렸다.
“아, 아직 사람이……!”
“내가 내 것과 사랑을 나눈다는데 누가 방해를 한다는 말이냐.”
황당해서 벌어진 입술이 그에겐 허락이라고 느껴지기라도 한 걸까. 그는 나를 담장으로 몰아넣고 저고리 매듭을 풀었다. 저항을 해보지만, 그가 한 손으로 내 두 팔목을 막아 버리는 바람에 소용없었다.
그는 저고리 밖으로 튀어나온 젖가슴을 보며 감탄했다. 수치스럽고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음흉한 시선을 부끄러워할 틈도 없이 그의 혀가 유두에 닿았다.
“음… 이리 통통한 것이 꽉 묶인 저고리에 갇혀만 있었으니…….”
“제발 여기서는…….”
“조물조물 씹어서 달래주마.”
그가 입을 벌려 한숨에 꼭지를 빨아 삼켰다. 나는 혹시나 사람이 들어올까 두려워 재빨리 입술을 물었다. 그는 그런 내가 괘씸하기라도 한 것인지 혀를 빠르게 놀리며 꼭지를 희롱했다. 그의 입안이 뜨거워서 평소보다 많은 땀이 이마에 흘러내렸다. 아직 햇빛이 쨍쨍한 이런 한낮에 바깥에서 정사를 나눈다는 게 짐승이나 하는 짓 같아,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제발…. 아, 읏.”
“다리 벌려. 제대로 더 넓게.”
그의 재촉에 못 이겨 다리를 열자 그 틈을 타고 그가 잽싸게 무릎을 세웠다. 곧 무방비해진 치마폭 속으로 그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쌓인 정액이 너무 많아서 네가 전부 먹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 흣…….”
“이대로 좆에 박히는 게 좋겠느냐.”
“읏…….”
“아니면 손가락으로 먼저 쑤셔지는 걸 바라느냐.”
그가 떨고 있는 내 몸을 조롱하듯이 웃었다.
“그것도 싫으면, 요 입 구멍으로 자지를 빠는 건 어떠하냐.”
부율이 내 정점을 살살 어루만지며 재촉했다. 안간힘을 쓰며 신음이 새어 나오는 걸 막아 봐도 축축이 젖은 그곳에서 나는 질척이는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아예 속곳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벌름거리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아……!”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널 막 다루어도 상관없겠구나.”
“흐으…! 아……!”
세 개의 손가락이 한꺼번에 보지 속에서 꿈틀거렸다. 오랜만에 접하는 쾌감에 어쩔 줄 몰라 몸이 반응했다. 부율은 그때다 싶어 속살에 파묻혀 있는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푹, 푹 그의 손이 구멍 속에 박힐 때마다 발꿈치가 섰다.
“아흐으읏……!”
“보지에서 나는 냄새가 여기까지 퍼지는구나. 이리 음탕해서야.”
갑자기 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치마를 단숨에 위로 끄집어올렸다. 순간 놀라 급하게 치맛자락을 내려보는데, 그가 내 두 손을 저지한다. 어느새 그의 코끝이 음모에 닿아 있었다.
“이 냄새를 맡고 발정 난 잡것들이 몰려들게 뻔하구나.”
“읏…….”
“핥아서 깨끗이 해주마.”
그는 코끝으로 내 음모를 가른 뒤, 혀를 내밀어 불쑥 튀어나온 그곳을 핥았다. 찌릿한 느낌에 더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거의 울 것처럼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더 흥분됐는지 혀를 할짝거리기 바빴다. 결국, 구멍에서 물이 질질 흘러 바닥에까지 뚝뚝 떨어져 내린다. 산짐승이 흙바닥에 오줌을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광경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아…. 치마 잡거라. 깊은 곳까지 혀를 쑤셔 넣어줄 테니.”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이윽고 그가 갈라진 소음순을 넓게 벌린 뒤 혀를 내밀었다. 그의 두툼한 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다. 추잡한 물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치 자지가 드나드는 것처럼 혀를 움직이다가 쑥 빼내어 다시 정점까지 핥았다.
“아흐으으윽!”
“하아, 보지 냄새가… 이제야 사라진 것 같구나.”
수치스러운 말에 눈물이 나왔다. 그는 나를 괴롭히는 것에 흥분됐는지 이미 아랫도리가 우람해져 있었다. 나는 아예 시선을 돌렸다. 그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다시 내 턱을 붙잡고 성 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서방으로 평생 모셔야 할 좆을 그리 외면하면 쓰겠느냐.”
“아, 읏…….”
“네 쫄깃한 보지가 밤마다 견뎌야 할 자지이거늘.”
그는 내 허리를 안고 사방이 뚫려 있는 대청마루에 눕혔다. 그리고 재빨리 내 위로 올라타 커질 대로 커진 성기를 끄집어냈다.
“여, 여기서는 안 돼요.”
내 방으로 가끔 출입하는 시종이 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분명 이곳 별가를 찾으실 텐데. 남자와 몸을 섞고 있는 반라 상태를 보이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부율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내 엉덩이를 잡고 벌어진 보지에 성기를 조준했다.
“제발… 아!”
“크흑!”
그의 귀두가 거칠게 빈틈을 파고들어 왔다. 일순 몸이 굳어 버린다. 그는 내 두 젖가슴을 쥔 채로 기둥뿌리를 완전히 구멍 속에 박아 넣었다.
“아흑!”
“하아, 선정 그놈이 네 헐벗은 몸을 보고.”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는 듯 그의 목소리가 예민해져 있었다.
“좆대를 세울지 내 심히 궁금하구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그의 자지가 속에서 꿈틀대며 안쪽까지 들어온다. 그는 기둥을 박은 상태로 내 젖꼭지를 아프도록 꼬집었다.
“다리를 더 벌려. 그래야 네 안쪽까지 제대로 닿지 않겠느냐.”
“흑…, 아아… 앙!”
“어서. 제대로 하지 못하겠느냐.”
그가 튀어나온 젖가슴을 막무가내로 비틀었다. 자극적이어서, 숨이 차오를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렇게 마냥 그가 주는 애무를 버텨 내는데, 갑자기 그가 내 입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우브웁! 우으으……!”
“자지가 쑥쑥 들어갈 수 있게 다리 더 벌려.”
“흑, 아흑!”
나는 결국 다리를 최대한 쫙 벌리고 그의 등을 붙잡는 수밖에 없었다. 평소 보았던 막힌 천장이 아닌 푸른 하늘 아래 추하게 벌려진 다리가 보였다. 한껏 벌려진 두 다리 때문에 그 커다란 성기가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쑥하고 빠져나갈 때면 안도하다가도 다시 난폭하게 내 속을 헤집는 그의 자지에 그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 윽, 하아아…! 으응…!”
“하…. 하하. 때마침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그의 웃음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맥이 풀렸다. 나는 서둘러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가 허벅지를 단단히 세우고 있는 탓에 벗어날 수 없었다. 얼굴이 새하얘지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싫어요. 제발……!”
“정액으로 너덜너덜해진 딸내미의 보지를 보는 아비 심정이 어떠할까.”
“흑! 제발, 부율 님……!”
“나는 그 상실한 얼굴이 퍽 기대되는구나.”
부율은 잠시 미소하다가, 다시 싸늘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이중적인 태세에 도망갈 생각이 사라져 갔다. 더 고집을 부렸다간 심한 벌을 받게 될 것 같아 입이 다물어진다.
“하아, 자세를 바꿔 놈이 보기 좋게 해주자꾸나.”
그가 대청 위에 앉은 상태로, 나를 자신의 무릎 위로 당겼다. 나는 어떻게든 벗겨진 옷을 주워 담으려고 꾸물대는데, 그가 뻗은 자지 밑으로 내 허리를 당겼다.
“아흐으윽!”
긴장한 구멍이 두툼한 귀두에 의해 무참히 벌려졌다. 그는 나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기둥을 단번에 밀어 넣었다.
“아아흑……!”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나오는 걸 보여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싫어요. 제발! 아흑!”
“네 흔들리는 젖통도.”
그는 뒤에서 내 두 팔을 잡고 가슴이 앞으로 흔들리도록 부추겼다. 이런 자세로는 마당에 들어오는 아버지가 전부 다 볼 것이다.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젖꼭지와 자지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보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이다. 수치심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머릿속이 새파래지고 구멍 속이 뜨거워진다.
“코앞까지 온 것 같구나. 울고 있는 네 소리는 이미 다 들었을 것이다.”
“흑. 흐윽……!”
“이대로 정액까지 내어주마.”
부율의 움직임이 가빠진다. 그가 내 안에 물건을 꽂을 때마다 구멍이 크게 넓어지며 물을 왕창 쏟아 냈다. 발끝이 저릴 정도로 난폭한 교합에 젖통이 아플 만큼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런 몸을 가리지도 못하고, 단지 푹 절인 신음만을 낼 뿐이었다.
“하아, 하아. 크흑!”
곧 그의 정액이 내 안 깊이 쏟아졌다. 평소 같으면 느릿하게 후희를 맛볼 그였을 텐데 오늘은 냅다 기둥을 뽑아냈다. 그러자 미처 다 나오지 못한 정액이 소음순을 난장으로 만들었다.
“하아. 도착한 모양이구나.”
“하, 응…. 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내게 부율이 작게 속삭였다. 나는 그의 귀두 끝이 계속해서 내 앞부분을 문지르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
마당의 끝자락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미적지근한 눈빛으로 흐물거리는 내 속살을 응시했다. 그러다, 구멍 안쪽에 뿌려진 그의 정액이 구멍 밖으로 흘러나오는 광경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버지는 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조금 늦었군. 선정.”
부율의 한 마디에 아버지의 입에서 낮은 숨이 빠져나갔다. 눈동자에는 어느새 너덜너덜한 보지가 아닌 바짝 서 있는 젖꼭지가 비춰 있었다.
“…제가 너무 늦었군요.”
“그래. 처음부터 보지 못한 게 한이겠지.”
부율이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통쾌하다는 듯 손길이 가벼워져 있었다. 부율은 흔들거리는 내 젖가슴을 손에 쥐고는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비틀어 짰다.
“으흐응……!”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신음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어 보지만, 이미 아버지의 눈썹이 구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부율은 그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젖까지 쥐어 잡아 한참을 장난감처럼 주물럭거렸다.
“아, 흐윽… 앙……!”
부율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입안에 한가득, 동그란 살덩어리를 밀어 넣었다.
“흑!”
부율은 일부러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혀를 내밀어 그 붉은 살점을 툭, 툭 튕겼다. 나는 쾌락과 공포 사이에서 덜덜 떨며 두 눈을 감아 버렸다. 어두워지는 시야의 마지막에 들어온 것은 부율과 똑같이 입꼬리를 당기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살결에서 나는 향이… 좋아.”
“흐윽, 하아아앙… 앙……!”
“이 젖에 좆대를 비벼서…, 꼭지 구석구석을 정액으로 칠해주고 싶군.”
한참을 양 젖꼭지를 희롱하던 부율의 입이 씩 올라가며 떨어졌다. 눈을 떠 부율의 무릎을 바라보니 애액이 물처럼 쏟아져 진탕이었다. 온몸이 발개지다 못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만큼 타올랐다.
“…몸을 깨끗이 정리하고 제 방으로 오십시오. 따님.”
아버지가 내게 경고하듯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그의 음성이 마치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부율은 이번에는 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나 대신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반 시진 후에 같이 들어가지. 한 발 더 빼야 할 것 같거든. 여기가.”
부율이 발기한 귀두 끝을 내보이며 미소 지었다. 요도 구멍은 이미 성교의 흔적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우리를 뒤로하고 등을 돌렸다. 그가 멀어지는 것이 보이자, 부율이 망설임 없이 내 소음순을 좌우로 벌렸다.
“청삼 아래 그림자가 져 있더구나.”
그가 짓궂게 손가락 하나를 그곳에 쑤셔 넣으며 웃었다.
“딸 보지를 보고 침을 흘리는 아비가 세상에 어디 있나 했더니.”
뒤이어 손가락 두 개가 더 구멍으로 들어온다. 제법 빡빡해진 안쪽 살점이 그의 손가락에 착 감긴다.
“바로 여기 있었구나. 누룩, 네 곁에.”
그가 무심하게 최악의 말을 내뱉는다. 나는 그의 희롱에 짓밟혀 얼굴을 내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다. 그는 품에 안긴 나를 뭉개며, 다시 좆대를 잡았다. 그리고 약속한 반 시진이 넘도록 내 안에 성기를 잔악하게 쑤셔 넣고 놓아주지 않았다.
* * *
아버지의 방을 찾은 것은 한 시진이 넘어 어느덧 밤공기가 들어차는 시각이었다. 선선한 여름 바람에도 불구하고 방 안은 훅 달아오를 만큼이나 더웠다. 그 텁텁한 공간에 부율과 나란히 허벅지를 맞대고 앉자, 아버지의 입가가 싸늘히 내려갔다.
그때, 바깥에서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툭. 창호지를 때리며 흐르는 빗줄기가 그나마 굳어 있는 침묵을 녹여 주었다.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부율 님.”
얼어있는 표정과는 달리 아버지의 목소리는 청청했다. 부율은 차게 식어 있는 내 손을 잡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계획은?”
부율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조용히 관망했다. 그는 재고 있었다. 만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목을 칠 기세로 날을 세웠다. 그때, 아버지의 눈이 내게 달라붙는다. 지그시 밟는 것처럼, 찬찬히 내 눈동자를 응시했다.
“…제 딸을 황궁으로 보낼 겁니다.”
그 정적 같은 미소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사나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은, 사실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동요가 일 정도로 방 안이 순식간에 들썩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부율이었다.
“딸을 황제에게 보낼 수 없다는 게, 네 놈의 이유가 아니었더냐.”
“예. 그러니까… 아주 잠깐이어야 할 겁니다.”
“무슨 소릴 지껄이는 것이냐.”
부율의 신경이 한계까지 치밀었다. 반면, 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음조로 부율의 거친 언동을 가벼이 넘겼다.
“군주는 주색에 빠져 빈틈을 보이시기는 하나, 주변 인물들의 경계는 결코 방심할 것이 못 됩니다. 그런 폐하의 주변을 술렁이게 하려면 큰 사건이 필요합니다.”
“그 큰 사건이라는 게, 누룩을 파는 것이고?”
“파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격정에 나는 힘없이 손을 떨었다. 고아로 이곳에 갇혀, 황궁에 보내지기 위해 길러진 운명이었다. 애초에 내게 선택지가 없었음을 안다. 그 속에서 누군가를 연모했고, 하늘처럼 모셨지만, 꿈꾸었던 것들은 모조리 깨어졌다. 모난 구석들이 제법 뾰족했다. 나의 의식은 닿으면 찔릴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한 거리에 있었다.
언젠가 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을 버텨야 했다.
“혼례식 전날 밤, 폐하의 목을 그을 것입니다.”
“뭐…….”
“그게 제 계획입니다.”
보슬비일 줄 알았던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큰 소리를 내며 창호를 때렸다. 퍼붓는 빗소리에 목소리마저 잠길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 그늘에 방 안은 얇은 등불에 기댈 뿐이었다. 빛 밖으로 쏟아지는 빗물이 그림자처럼 벽에 칠해진다.
“어째서 전날 밤이지?”
“입궁 후 측근들의 눈을 피해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오직 그날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동이 트기 전 황실을 장악하셔야 합니다.”
“…도와줄 사람은 있느냐.”
“용장군(龍長軍)의 군장이 부율 님 쪽에 설 겁니다.”
부율의 눈이 미심쩍다는 듯이 늘어졌다.
“용장군이라면 황제의 친위 부대인데, 그런 자가 나를 돕는다라…. 왜지?”
“제 친우입니다. 기꺼이 부율 님을 도울 겁니다.”
“…네놈의 친우라.”
부율의 입가가 썩은 것을 덴 듯 흐트러졌다. 그가 아버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한 눈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 피어나는 의심을 노골적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나의 고개가 자연스레 그에게로 향한다. 그러자 그가 내 턱을 붙잡고 입술을 부딪쳐 왔다.
“아… 응…….”
아까와는 달리 한없이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잠깐 혀를 내 안에 밀어 넣더니, 단 꿀만 훑고 뒤로 물러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입술을 핥고는 다시 허리를 곧추세웠다.
“태사 훈묵(勳黙)이 내 눈과 귀가 되어줄 것이다.”
“…태사가 말입니까. 그런 자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의 눈이 일순 작게 흔들렸다. 부율은 가당치도 않은 질문이라는 듯 미소를 흘렸다.
“이런. 혹시 반정을 네놈 혼자 하려 했던 것이냐?”
“말도 안 되는 말씀이십니다.”
“그런 것치고는 눈깔이 송장처럼 굳어지는구나.”
부율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아버지가 보인 작은 떨림을 파고들었다. 그 가시가 돋친 말투에 아버지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 그 눈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태사가 우리를 돕는다면 반역은 성공할 겁니다. 황제가 유일하게 믿는 분이 아닙니까.”
“폐하께서 나를 두려워하시는 이유지. 그런 자들이 나를 따르니까.”
부율이 자조했다.
“다만, 나는 정치에는 뜻이 없어.”
그의 손이 더욱 내 손을 꽉 끌어 잡았다. 마치 제 쪽을 봐달라는 듯이, 애타게 신호를 보냈다.
“반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천하를 돌보는 것은 책사들이나 할 테지.”
그의 시선이 나의 모든 것을 샅샅이 훑는다. 마침내 아버지와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같은 것을 바라는 것처럼 똑같아진다. 그 욕망에 얼룩진 번뜩거리는 눈길들이.
“난 이 아이를 돌볼 것이다.”
“…….”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족히 흐를 텐데.”
부율이 나를 보며 미소했다. 그 얼굴에는 어떤 속임도 없었다. 순수한 기쁨이었다.
“…헌데.”
그러다가 부율이 고개를 돌려, 다시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황궁을 칠 준비를 한 사람 같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부율의 꺼림칙한 시선에도, 아버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에게 겨눈 칼날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것 같다가도 다시 어물쩍 가라앉았다. 어느덧 미지근해진 빗물 소리가 다시 방 안의 침묵을 보챘다. 부율이 내 허리를 끌어당기며 귓속을 간지럽힌다. 그가 내뱉은 말은 조용해진 방 안에서, 아버지에게까지 가닿았다.
“보지를 네 아비에게 열어 주는 순간, 나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누룩.”
“읏…….”
“차라리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명을 질러야 할 것이다.”
그건 경고였다.
하지만 나를 향한 것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그의 눈은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 둘을 지켜보면서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묵직했다는 것을, 이미 부율에게 들킨 것 같았다.
“…제 딸 아이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긴 멈춤 끝에, 아버지의 입이 열렸다. 딸을 염려하는 보통의 아버지처럼 그의 목소리 역시 애타기 그지없었다.
“누룩은…….”
부율의 대답은 어렵지 않게 이어졌다. 그의 손이 내 겨드랑이 쪽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보면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집착과 폭정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잠시 모습을 감춰 나를 속여왔던 것뿐이라고. 그는 여전히 내가 알던 부율이었다.
그의 손이 결국, 내 젖가슴을 비빈다. 그의 이에 씹어 먹힌 젖 봉오리가 아픔에 우는 동안, 부율은 입가를 올렸다.
“황후가 되겠지.”
정해진 순서 같은 그의 말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검은 속내가 있었다. 부율은 기다리지 않고,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평생 남자라곤 나밖에 볼 수 없게 독채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완전히 잠잠해진 빗소리가 다시 귓속을 울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저리고, 그에게 잡힌 몸 구석구석이 아파 왔다. 나는 눈을 감고, 떠오르는 작은 희망을 짓밟았다. 창호지를 두들기는 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번개가 치는 것도 같았다. 그건, 절망 속에서 내가 낼 수 있는 유일한 절규였다. 아무 소리도 없는 이 방에서 자유로이 달릴 수 있는 내 안의 허상이기도 했다.
* * *
부율은 아버지와의 대화 후에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 그의 고집으로 나의 거처는 땅이 마르는 내일부터 옮겨질 예정이다. 수도에서 떨어진 작은 산속 고을이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의 계획이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도망갈 수 있을까. 혹은 홀로 남겨져,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을까. 그런 상념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수하가 그곳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 했다. 덧붙여, 부율 역시도 이 연을 보낸다고 했다. 자유는 내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 어두운 사실만이 내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따님.”
둘만 남겨진 아버지의 방에서, 그가 잠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비가 내려 습해서였을까. 땀이 몸을 얼키설키 가둬버린다. 나는 더위를 참기 위해 그가 내민 냉차를 훌쩍 삼켰다.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나를 염려하는 아버지의 말이 거짓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그의 시선이 땀으로 몸에 달라붙은 저고리에 가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애써 손을 펄럭이며 바람을 만들어 냈다. 목덜미를 답답하게 덮고 있던 머리카락이 순간적으로 확 걷힌다. 아버지의 눈은 다시 나의 맨 목덜미를 향했다.
“부율, 그자를 은애하고 계십니까.”
언제나 침착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말라버린 입술의 색이 이 정도 더위에도 불구하고 보라색으로 서 있었다. 입술을 한참 동안 물었던 것인지 태도가 불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은애.”
나는 단어를 품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를 보면 가끔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울렁거리고, 가슴이 뛰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불러야 한다면, 과거에 멈춰있는 그리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 욕정입니까.”
아버지의 질문이 바뀌었다. 아까 전 눈빛보다 조금 더 무섭게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입술을 다물었다. 그건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 앞에서 제 몸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답답한 대답이 숨처럼 입 밖을 빠져나갔다. 이 정도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부율에 대한 내 감정은 나조차도 혼란스러울 만큼 뒤죽박죽이었으니까. 매섭게 선 붉은 눈동자는 계속해서 내 몸을 따라다녔다. 나는 결국 고개를 숙여 최대한 비치는 살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렇습니까.”
아버지는 내 곁에 가까이 앉았다. 들고 있는 잔을 그만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그가 다시 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였다. 차는 새것처럼 차고 시렸다.
“무엇이건, 되도록 그 마음을 버리셔야 할 겁니다.”
차가웠던 손등에 아버지의 손이 올라탄다. 그는 잔이 내 입술에 닿기를 재촉하며, 나의 손을 이끌었다. 마시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어 보지만, 그는 완고했다. 고작 찻잔일 뿐인데도, 그는 완력을 써서 내 입술을 기어이 열리게 했다.
“아…, 잠깐…….”
다시 물속에 깔린 이상한 꽃내음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 어지러운 향기가, 구멍이란 구멍에 전부 다 들어와 내 안을 흔드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소리를 내어 봐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웅웅거렸다.
“아버지……?”
손에 힘이 풀리고, 잔이 바닥에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워지는 마음에 아버지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나를 끌어당겨 주며 다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운 것이 둘로 늘어나면 꽤 괴롭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버지…. 왜…….”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그의 목소리에 묻힐 뿐이었다.
“그자는 절대 황제가 되지 못할 겁니다.”
어두컴컴한 곳으로 깊이 빠져든다. 소리는 들렸지만, 머릿속에 남겨지지 않는다. 기억 밖으로 빠져나간다. 눈이 감겼다. 잠에 빠지는 것처럼 익숙하게 허리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그게 아버지의 품속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이제부터 재미있는 구경을 하시게 될 겁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따님.”
서서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돼 버린다.
* * *
오늘은 달랐다.
매번 그녀에게 사용했던 독화(毒花)만이 아니라 가장 독하고 효과가 빠르다는 약을 함께 섞어 넣었다. 그만큼 선정의 이성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는, 마냥 어린 딸 같아서 어여삐 여기는 마음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성년인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도 그는 그녀가 곤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수면제를 넣었지, 이런 목적으로 사용할 줄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하지만 완연한 여자가 된 이 아이의 몸을, 이제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뿐이랴. 다른 놈의 양물에 취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헐레벌떡 다리를 벌리던 딸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떤 죄목을 가져다 붙여도 상관없었다. 그녀를 범하는 것이 지옥에 떨어져야만 하는 일이라면, 담담히 그 벌을 받아도 좋았다. 선정은 그저 그녀에게 닿고 싶었다. 아직도 질투심으로 벌벌 떨리는 손을 그녀의 보지 속으로 쑤셔 박고, 새하얗게 질려 있는 입술로 그녀의 살점을 모조리 뜯어 버리고 싶었다.
선정은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낯설었다. 한창 양기가 충만하던 이십 대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무관으로 갑옷을 두르고 전쟁터에 나가 살육을 할 때도 이토록 분노가 일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성욕과 살의가 동시에 끓어오르다니. 뜨거워지는 몸을 차마 인내할 수만은 없었다.
선정은 그녀의 저고리를 풀어내며 그녀의 젖에 얼룩덜룩한 잇자국을 사납게 노려봤다. 어리석은 놈.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황제가 되어 딸 아이를 겁박하고 소유할 생각에 신이 났겠지만, 그는 절대 황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반정을 일으킬 생각을 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던 그때부터, 조금씩 계획했던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부율이라는 자를 방패로 더 안전한 작전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선정은 한 번도 자신이 황제가 되고자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나, 부율을 이용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되면 마음껏 그녀를 희롱하고, 제 것으로 삼아도 된다. 어린 여식의 방을 매일 같이 드나드는 황제는 부성애가 지극하다고 평가될 것이다. 그가 그녀의 몸에 억지로 삽입하며 짐승 같은 행위를 하는 동안에도, 백성들은 감히 공주와 황제의 부도덕한 관계를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우람하게 솟은 성기를 잡아 쥐었다.
황후로 삼을 수는 없으나, 이 아이를 딸로서 평생 가둬두는 것은 가능하다.
선정의 눈이 욕정으로 짙어져 갔다. 그는 그 잠깐의 상상에서도 절정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제 더한 자극이 필요할 때였다.
“응…….”
그가 찻잎에 섞어 넣은 가루약은 꿈을 꾸면서도 더러운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약이었다. 지아비가 있는 여인을 강간하려는 놈들을 위해 팔리는 암약(暗藥)이었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절정까지 느끼면서, 일어나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만일 관계를 했다는 것을 눈치채더라도, 간밤에 서방이 다녀간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아직은 자신을 믿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 입술로 순수한 것을 내뱉어야 했다. 아비의 욕구를 깨닫고 남자로 느끼게 되는 것은 반정이 성공한 후에도 늦지 않았다.
“입을 열어 좆을 무는 겁니다.”
“아… 웁…….”
선정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휘저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그녀가 불편해하며 입을 연다. 선정은 그녀가 입이 아닌 코로 숨 쉬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귀두를 밀어 넣었다.
“윽… 하……!”
매끈한 자지 끝이 그녀의 번지르르한 입술 안으로 쑥쑥 들어갔다. 선정은 거의 포효하는 짐승처럼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기다란 기둥을 그녀의 목구멍 안쪽으로 밀어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목에 무언가 걸려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캑캑거리며 숨을 토했다. 괴로워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아이의 얼굴이 썩 음란했다. 다음번에는 아예 목에 끈을 매달아 놓고 숨을 참게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오싹한 생각이 치밀었다.
“하아, 큭. 혀로 기둥을 밀어내시면 안 됩니다.”
“우우욱… 욱!”
선정은 귀두 끝을 그녀의 볼 안쪽에 대고 탁탁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며 입을 더 크게 벌렸다. 혀가 드디어 방해되지 않자 선정이 이때다 싶어 기둥을 전부 그녀의 입안에 욱여넣었다.
“우우우욱!”
“하아, 그겁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그녀의 목 중앙이 선정의 귀두 모양으로 볼록 튀어나왔다. 단단히 박혀버린 것인지 그녀의 눈꼬리에 이슬이 맺혔다. 선정은 손수 눈물방울을 훔치어 혀로 핥았다. 짜고 단 맛이 났다. 그의 요도에서 흘러나오는 물도 그녀의 것처럼 맛있을까. 선정은 그녀가 게걸스럽게 마셔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아, 목이 자지 모양으로 불룩해졌습니다. 내 것이 그리 맛있으신 겁니까.”
선정은 집안으로 화원을 데려와 이 장면을 화선지에 그려내도록 명하고 싶었다. 그녀의 작은 입술이 지금 무엇을 삼키고 있는지. 아까 전부터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끅끅대면서도 침을 흘려 이 아비를 어떻게 즐겁게 해주고 있는지.
다음 날 그녀가 그림을 보면 어떤 표정으로 일그러질까. 간밤의 교합에 얼굴을 붉힐까. 그렇지 않으면 토를 하여 저를 밀어낼까. 선정은 어느 것이든 좋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끌어 잡고 다시 강제로 보지를 열리게 하면 되니까. 어떤 것이든, 그는 작은 그녀를 집어삼키고 숨 한 모금조차 빼앗을 것이니.
“토정 하겠습니다. 걸쭉하겠지만, 전부 다 삼켜주십시오. 아, 크흑!”
“우우우…, 욱, 하우욱……!”
선정이 그녀의 뒤통수를 누르고 아주 깊게 자지를 밀어 넣으니, 잠결에서도 그녀가 팔을 휘저었다. 마치 반항하는 여자를 누르고 사정없이 정액을 싸지르는 것 같아 선정의 자지가 더 불끈해졌다. 굵은 핏줄이 움찔움찔하더니, 단단해진 귀두 끝에서 폭포수처럼 정액이 발사되어 나왔다. 갑작스레 액체가 입안에서 발하자 그녀의 양 볼이 부풀어 올랐다. 차마 작은 입으로는 담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컥, 컥! 아, 욱!”
“하아. 하아. 그리 토해 내면 다시 손수 먹여 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우우욱!”
“정말이지…. 아직도 아기처럼 내가 먹여 주길 바라는 겁니까.”
그녀가 몽글몽글한 정액 덩어리를 바닥에 쏟아 냈다. 선정은 침과 그의 것이 뒤섞인 점액을 손으로 집어 다시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응… 아… 웁.”
“나와 식사를 할 때는 맛이 없다고 함부로 뱉어내면 안 됩니다. 억지로 꾹 참고 전부 다 삼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선정은 결국 그녀가 토한 것까지 전부 다 삼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미처 입에 담기지 못하고 튀어나온 정액이 덩어리져 있었다. 하지만 굳이 떼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선정은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엎드린 자세가 된 그녀가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뺐다. 그는 그녀의 뒤를 감상하다가, 퉁퉁하게 불어 있는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은 고약한 사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정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새하얀 엉덩이를 보니 매 맞을 준비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동하는군요.”
선정이 시험 삼아 볼기 한쪽을 손바닥으로 세차게 때렸다. 그러자 악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떨렸다. 그 작은 뒤척임에 그의 성기가 천장 위로 바싹 솟아올랐다.
“내 좆을 세운 죄로 몇 대를 때려 드려야 하겠습니까.”
환락에 찬 선정의 입가가 한껏 느슨해졌다. 그의 가슴이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설렘으로 뛰고 있었다.
“한 대?”
선정이 다시 그녀의 볼기를 찰싹 때렸다. 그녀의 입 밖으로 아주 작은 신음이 터져 나온다. 선정의 자지가 더욱 딱딱해지며 요도에서는 다시 맑은 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 대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선정이 미소를 그리며 다른 쪽 볼기를 두 차례 때렸다. 그녀의 신음이 제법 커져서 그의 마음이 더욱 울렁거렸다.
“금세 발개지는군요. 피부가 여린 것은 어릴 적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선정은 그 뒤로도 몇 차례 그녀의 엉덩이에 매질을 가했다. 아마, 연달아 매질을 당한 몇몇 구석은 다음 날 멍이 들 것이라.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어느덧 발기한 자지는 한계까지 굵어져 있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선정은 붉어진 그녀의 두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구멍을 찾았다. 검은 풀숲을 헤치고 붉은 속살이 튀어나왔다. 그는 혀를 내밀어 벌어진 틈새를 핥다가, 그녀에게서 애액이 나오는 걸 보고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하하. 매질이 그리 좋으셨습니까.”
선정은 아예 그녀의 뒤에 올라타 팔뚝 크기만 한 자지를 구멍에 조준했다. 하지만 엎드린 자세 때문에 좀처럼 쉬이 들어가지 못했다. 다리를 벌리지 못해 좁아진 구멍도 어려움에 일조했다. 하지만 선정은 포기하지 않고 소음순 근처에 계속해서 귀두를 문질렀다. 구멍은 여전히 전혀 넓어지지 못했지만, 끈적해진 물 때문인지 조금씩 그의 귀두가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 보지가, 윽.”
선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안쪽이 너무 기분 좋아서, 순간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크윽!”
선정은 폭발했다. 그녀의 엉덩이를 좌우로 넓게 찢은 뒤 벌려진 살점을 이용해 결국 기둥까지 깊게 박아 넣었다. 그 뒤로는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붉은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고, 그럴 때마다 조이는 보짓살 때문에 탄식을 질렀다.
이런 몸을 부율이 한동안 주물거리며 만진 것을 생각하니 질투로 창자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감히, 저의 딸을 가지려고 하는 걸까. 아득해지는 욕망 속에서 선정은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느꼈다. 참아 왔던 것들이 봇물 터지듯 그의 정신을 지배해 가기 시작했다.
“하, 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제 것이. 너는 반드시 나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으… 아, 으… 응……!”
선정은 지금껏 자신이 개처럼 좆을 세우고 허덕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검을 잡는 주제에 문신들처럼 점잔뺀다고 뒤에서 시샘을 받아 왔던 그였다. 여색에 빠지거나 감정에 휩싸인 적도 없었다. 남들처럼 의무적으로 아내와 정을 통했고, 아이를 만들려 노력한 것이 다였다. 선정은 지금에서야 그에게 씨가 없는 것이 다행처럼 느껴졌다. 자신에게 자식이란 그녀 하나로 족했다. 사랑을 쏟아붓고 애틋하게 여길 존재는 오직 이 아이 한 명이면 된 것이다.
“맛있습니다. 보지가, 아… 읏, 이리 맛있을 줄이야.”
선정은 그녀의 등 뒤에 찰싹 붙어 체중을 전부 그녀에게 실었다. 그녀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듯이 쌕쌕거렸다. 선정은 그게 좋았다. 그녀의 몸에 자신이 새겨진 것 같아서 행복할 뿐이었다.
“이제 보지로 좆물을 받을 시간입니다. 조금만 더…, 구멍을 벌리는 겁니다. 아, 그래. 그렇게요.”
그녀가 뒤척이며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선정은 놓칠세라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고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퍽, 퍽, 퍽. 그녀의 볼기 살이 그의 장골에 맞부딪혀 찌그러지다 부풀어 오르길 반복했다. 선정은 그녀의 안쪽이 조금씩 빡빡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거센 그의 움직임에 보지 속에 상처라도 난 것인지 더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조이는 맛이 있어 선정의 흥분을 부추겼다. 딸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은 이미 비틀린 애정에 가려진 지 오래였다.
“하아, 크흑! 내겠습니다. 남김없이 받으셔야 합니다.”
기둥에 징그럽도록 박힌 핏대가 꿈틀대더니 구멍 속에서 벌컥 정액이 쏟아졌다. 선정은 그녀의 귓속에 혀를 집어넣고 희롱하며 후희를 즐겼다. 그녀가 얕게 숨을 쉬며 파르르 떠는 것도 좋았다. 정액을 삼킨 보지가 움찔거리며 오므라들었다. 선정은 그녀가 자신의 정수를 끝물까지 먹어 치우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가 그녀의 위에서 일어선 것은 성기가 완전히 줄어들었을 때였다.
“…이리도 사랑스러우시니.”
“…….”
“계속 탐하기를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선정은 엉망인 성교로 붉어지다 못해 충혈된 그녀의 몸을 안고 따듯한 물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 내렸다. 악몽에서 벗어난 그녀의 눈꺼풀이 조금씩 긴장에서 풀어진다. 선정의 손길도 더는 그녀에게 해가 되지 못했다. 한동안 선정은 작은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과거에 그녀를 차갑게 대했던 것이 이제야 아릿해졌다. 좀 더 따듯이 불러 주었을 것을. 딸이라며, 좀 더 다정히 불렀어야 했던 것을.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먼저 이름을 지어 주었어야 할 것을.
선정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지금에 와서, 처음으로 후회했다.
* * *
다음 날이었다. 나의 거취는 수도에서 그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외딴 마을로 옮겨졌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았지만, 어둑해지면 주변에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대문 밖을 지켰고, 외인의 침입을 철저히 감시했다. 그들은 내가 작은 소리라도 내면 방문 앞까지 쏜살같이 달려왔으며, 나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에서 나를 가두었다.
또 다른 감옥이었다. 혼자였지만, 부율이나 아버지가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한기가 매일같이 감돌았다. 차가웠고 쓸쓸했다.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
“…….”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이 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부율에게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이 연은 절대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체념하고 돌아서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방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경대 밑 서랍을 뒤적였다. 손에 잡히는 옥 가락지가 손마디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구석에 남는다. 가련하여 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그것이, 줄곧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하루가 열흘이 되고, 그 열흘이 일 석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어 문 앞으로 나가 보지만, 옛날처럼 그의 선물은 없었다. 지독한 실망감 속에서 견디다 보니 추운 날씨가 왔다. 눈이 내렸다. 새하얗게 쌓인 것들을 보니 눈이 부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쌀쌀한 온도만큼이나 감정은 무뎌져 가고 말았다.
습관처럼 경대 밑에 손을 넣어 보지만, 더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지 않았다. 시간이 참, 무서웠다.
다시 여름이 찾아 왔다. 지나가 버린 1년이 무색하리만큼, 나는 오늘도 담담한 표정 속에서 옥가락지를 매만졌다. 아침에 들어오는 쨍쨍한 햇빛에 옥색이 투명해 보일 만큼 반짝였다.
가락지의 안쪽에는 연(緣)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때는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글씨였다. 서툴게 깎은 것인지 세월의 흔적에 조금 그을려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선명했다.
“연(緣)…….”
그 날의 수오는 내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왜… 이걸 성년이 된 그 날에 준 것일까. 묻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때 내가 그를 밀쳐 내고 추궁하지만 않았어도,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후회를 토해내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는 내 곁에 살아 있지 않다. 가락지를 다시 경대 밑으로 밀어 넣고 나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누룩 님.”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꽤 오랜만이라, 하마터면 놓칠 뻔할 정도로 은은한 목소리였다.
“네.”
이윽고 그가 방문을 열었다.
“부율 님이 오셨습니다.”
부율이 왔다. 어떨 때는 일주일, 또 가끔은 일 삭에 걸러 나를 보러 왔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두 달 전부터는 연락이 없더니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이었다.
“지금 나갈게요.”
나는 작게 대답하고 경대 위에 있는 거울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예전만 해도, 이렇게 단장을 하고 규수처럼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분칠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지난날이 기억났다. 그건, 또다시 다른 기억으로 연결돼 나를 죄어 온다. 나는 생각을 지우고 발을 움직였다. 문을 열고 마당까지 나가자 정말이지 그가 보였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그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변함없는 다소 담백한 어조에 그가 웃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아 대문으로 이끌었다.
“나가는 건가요?”
평소였다면 나를 감추기 위해서 대문 안에서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옳았다. 나와 그가 함께 있는 것을 들킨다면, 나중에 황궁에 가게 되었을 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가 꾸미고 있는 역모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게 부율,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하지만 부율은 지금 이 순간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바깥으로 안내했다.
“그간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많이 미안하구나.”
“아니요. 어차피…….”
나를 다시 가둘 거잖아요.
쌜룩 튀어나올 뻔한 말 한마디가 그의 옅은 미소에 쑥 들어가 버린다. 따사로운 햇살에 밝아진 그의 용모가 눈이 부실 만큼 화창해 보였다.
“어차피? 계속 말하거라.”
“…아뇨.”
왜일까. 그를 향한 경계심이 옅어진 게 스스로 느껴질 만큼 분명했다. 원망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득해졌다. 나는 다만 햇빛에 반사돼 청색으로 보이는 그의 머리카락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싱겁구나. 그래서 더 귀여워.”
“아.”
그의 손바닥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이 남자를 보며, 어린 시절에 품었던 것 같은 붉은 마음을 느낀다. 나는 서둘러 그 감정을 부정해 보지만 자꾸만 그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게 된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있더구나. 더위를 피하기 좋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내 손에 깍지를 끼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서로의 손바닥에 땀이 배어있을 텐데 우리는 피하지 않았다. 서로의 피부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하는 다정한 연인처럼.
반 시진쯤 걸었을까. 그가 말한 커다란 송목(松木)이 보였다. 주변이 푸르른 풀과 나무들로 가득했다. 나는 오랜만에 들풀의 풋내를 맡으며 바람을 느꼈다.
“누룩.”
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가 아까 전보다 떨고 있는 것 같아, 나까지도 긴장됐다.
“이제 때가 된 것 같구나.”
그가 내 두 팔을 조심스레 잡았다. 마치 끌어안을 듯 애타는 거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용히 응시했다.
“폐하께 너를 찾았다고 고했다. 너는 사흘 후 황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례 날이 정해지겠지.”
혼례…….
“너도 알 것이다. 그 전날 밤,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석 달 전부터 이 연이 내게 가르쳐 주었던 것은 그날 밤에 대한 당부가 전부였으니까.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네게 피를 보이게 될 것 같구나.”
“…….”
그의 눈에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애틋한 정이 너무 깊어진 나머지, 내가 부율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것이. 그는 전보다 더 진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기이하게도 그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용서해다오.”
그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새하얀 장삼(長衫)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흙과 돌에 닿는다. 그는 자신을 더럽히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우리의 혼례는 그날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겠다만…….”
그가 긴장한 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계획에 성공하면 며칠 뒤 너를 나의 유일한 지어미로 봉할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아 이끌고 품속에 있던 함을 꺼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금빛이 뚜렷한 화려한 반지였다.
“나의 황비가 되어다오.”
반지를 건네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다.
“…….”
반지는 누가 봐도 부부의 연을 이어줄 값비싼 보석으로 보였다. 녹슬거나 절대 깨어질 리 없는…….
그런 싸구려, 싫으셨죠. 이제는 보석이 가지고 싶으실 나이신데…….
그러나 나는 부율의 호화로운 반지를 보면서, 수오가 내게 선물했던 투박한 가락지를 떠올렸다. 하필 그가 주눅 든 채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어쩐지 그때 그 빗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파란 날씨인데도.
하지만 수오는 이제 이곳에 없다. 과거도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나는 도망을 선택했고, 이제 내 가슴 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그럴 터인데, 이따금 울적해지는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 거다.
나는 동요를 숨기고 웃었다. 나를 아까부터 줄곧 바라보고 있는 부율, 그에게.
“고마워요.”
“대답은……?”
그답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초조해 보였다. 이미 눈은 젖어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그게… 그러니까 얼른 대답해다오.”
피식 웃음이 피어 나왔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의 뺨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야윈 그의 뺨이 생기를 되찾은 것처럼 마냥 환해진다.
“아…….”
그는 낮게 감탄했다.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의 손바닥에 있는 반지를 집었다.
“네.”
“네?”
부율의 눈이 커지더니, 내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람이 바보처럼 변할 수 있을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가 땅에서 일어선다. 이미 삼의 자락이 흙먼지로 검게 퍼졌는데, 그의 얼굴은 한없이 깨끗해 보였다.
“그 말은, 내 청혼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냐.”
나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잽싸게 내 두 손을 붙잡았다.
“직접 끼워 주어도 되겠느냐……?”
나는 이번에도 긍정했다. 부율의 눈이 휘어지며 티 없이 맑게 나를 바라본다. 손이 많이, 떨리고 있었다. 눈에 보일만큼이나. 하지만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의 커다란 손에 잡힌 나의 한쪽 손이 긴장으로 저릿하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정말 이제 나의 사람이 되었구나.”
나는 반지가 끼워진 오른손을 한참 들여다봤다. 아직 실감 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그의 정인이 되어, 얼마 뒤에는 그의 지어미가 된다는 것이.
“연모하는 마음이 나날이 커져 큰일이다.”
그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두꺼운 뼈마디가 피부를 간질이는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발뒤꿈치를 들어 버렸다.
“정말 큰 일이구나. 너는 모르겠지만.”
그의 손아귀 안에 뜨거워져 있는 양 볼이 있었다. 그는 그 한가운데 가장 붉어진 입술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다가, 단숨에 삼켰다.
“누룩…….”
“아, 응…….”
언제 따로였냐는 듯, 서로의 입술이 빠르게 맞붙는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그가 바라는 대로 입술을 벌렸다. 혀가 내 안에 들어와 그렇게 한참을 촉촉이 적셨다.
“하아…….”
멀어진 거리조차 아쉬워 그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서로의 눈이 피할 수 없을 만큼 달아 있었다. 주변은 아직 울창했고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그가 입을 연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오직 이 순간 하나만을 위한 음조였다.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다오.”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무엇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그가 말한 우리의 전생에서 내가 그를 떠났을 때처럼, 그는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나는 그가 내게 했던 것처럼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네. 떠나지 않을게요.”
“영원히?”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이토록 불안해하는 사람이었을까. 하지만 그의 물음에 담긴 깊이가 너무 깊어, 일순 망설여졌다. 나는 이 사람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
“네. 영원히.”
하지만 답은 너무도 쉽게 나왔다. 어둠에서 허우적거리며, 스스로 혐오하던 나날들은 이제 지났으니까. 그보다는 차라리 자유를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옆에 있는 게 나았다. 내가 알던 소설 속 세상은 내 현실이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너무도 많았다. 그것을 외로이 견뎌내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비겁한 마음일까.
“너를 연모한다.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부율의 고백에 나는 그를 끌어안으며 침묵을 즐겼다. 그는 묻고 싶은 말은 애써 삼키는 것처럼 등을 곧게 폈다.
그가 물어야 할 말은 안다. 내 마음도 그와 같은 사랑인지…….
나는 자문했다. 이 마음을, 그를 향한 이 떨림을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나날들을 어찌 버틸 수 있겠느냐고.
그러니까 나는 완벽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수오 님을, 나의 정인이었던 그 남자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그리고 부율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3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