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프롤로그 (1/12)

목차

프롤로그

“아, 싫어……. 읏, 그, 그만.”

“내게 거짓말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 레인?”

식기가 모두 깨끗이 치워진 차가운 식탁 위에 엎드린 레인의 하늘빛 머리칼이 어질러졌다. 입고 있는 드레스 자락은 남김없이 걷어 올라가 비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한껏 벌어진 구멍을 드나드는 성기의 접합부에서는 살과 살이 마찰하는 야살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이든이 허리를 힘껏 움직여 레인의 가장 깊은 곳을 퍽퍽 소리 내어 쳐올리면 레인은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딱딱한 대리석 식탁 위에서 고개를 저었다.

“흐윽, 자, 잘못했어요. 아, 하응!”

“잘못을 했으면, 후우, 벌을 받아야지.”

땀과 함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차분히 쓸어 올리며 속삭이는 에이든의 목소리가 위험하리만큼 감미로웠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그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신에 열기가 홧홧하게 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척추가 곧추섰다. 에이든의 성기를 집어삼키고 있는 내부 또한 함께 조여 들자, 그는 상이라도 내리듯 귀두 끝을 레인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순식간에 밀어 넣었다. 레인의 입에서 새된 비명과 같은 신음이 흐르면서 허리를 파르르 떨었다. 절정에 달한 것인지 새하얗게 쭉 뻗은 다리 사이로 애액이 주르륵 흘러 대리석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아슬아슬하게 까치발을 하고서 지면에 닿아 있는― 곧게 뻗은 다리나, 무식하게 큰 성기를 욕심껏 집어삼키는 음부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에이든은 일부러 레인의 새하얀 둔부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아흑!”

순간 레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통에 눈앞이 새하얗게 번졌다.

에이든에게 맞은 엉덩이가 따갑고 아팠으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속살은 기쁜 듯이 그의 성기를 우물우물 삼켜 대고 있었다.

“레인은 왜 이렇게,”

“윽!”

“몸이 음란할까,”

“하윽!”

“아주 성기를 씹어 삼키겠어.”

“흐응!”

제 머리 위로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레인은 에이든이 건네는 고통에 충실히 반응했다.

레인의 새하얗던 볼기짝은 어느새 그의 손길이 여러 차례 닿아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부어오른 엉덩이가 홧홧하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했으나 레인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자극제였는지 신음에 비음이 섞여 드는 것이 아주 발정 났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미 이전에도 수없이 치른 정사로 그녀가 어디를 쑤셔 주면 기뻐하는지, 어떤 말을 속삭여 주면 아랫입을 오물대며 성기를 빨아들이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에이든은 그런 그녀의 음란한 몸을 더욱이 조롱하고 비웃어 주었다.

“아주 좋아 죽는데, 레인.”

“…으, 아니, 에요, 흑…….”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렇게 자꾸 거짓만 입에 담는 건 계속 벌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으응! 잘못…….”

“잘못을 비는 건, 먼저 내 정액을 받고 나서 얘기하지.”

그 말을 끝으로 에이든은 말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커다란 성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속살이 같이 딸려 나가는 듯한 기분에 숨을 삼키면, 다시 박아 댈 적에는 온갖 성감대를 훑고 지나오는 바람에 저절로 허리를 비틀며 신음만 줄줄 흘렸다.

쉼 없이 제 안에다 쑤셔지는 격렬한 성기의 움직임에 머릿속이 쾌감으로 살살 녹아들어 견딜 수 없어진 레인은 거의 침대나 다름없어진 식탁 표면을 손끝으로 긁어 봤지만 몰려드는 쾌락을 견디는 데에는 도움이 되질 않았다.

다리를 오므리고 싶어도 에이든의 두툼한 몸이 다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고, 허리를 비트는 척 슬금슬금 몸을 앞으로 움직여 성기를 빼내려고 하면 알아채기가 무섭게 골반을 양손으로 붙잡고는 이전보다 퍽퍽 소리가 다 울리도록 안에다가 박아댔다.

레인이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울면서 제 골반을 붙잡고 있는 손을 힘없이 밀어내며,

“으흣, 제발……. 흐윽, 이것만 좀 놔주세요.”

하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에이든은 되레 보란 듯이 음모가 닿을 만큼 깊숙이 레인의 구멍에다 성기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 레인.”

“흐읏! 아…….”

“응? 이렇게 무자비하게 범해 줄 때마다 안이 얼마나 조여 대는지.”

“아, 안 돼……. 흑, 갈 것 같아.”

“마계에 떨어졌다면 모든 악마들이 널 먹겠다고 난리였을 거야.”

“으흥, 흐……. 히익!”

“이렇게 음란하면서도 정기가 달콤한 인간은 흔치 않거든. 응?”

“아, 아흑, 흑, 잘못했어요, 잘못……. 아!”

환락에 젖어 에이든이 귓가에다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신음만 흘리던 레인은 절정이 가까워지자 넘치는 쾌락이 두려워 도리질을 치며 다시금 에이든에게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그의 무자비한 움직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레인이 느끼는 부분을 거칠게 찌르고 문질렀다.

이윽고 레인의 새하얀 몸이 부들부들 떨면서 울컥 애액을 뱉어 냈다. 그와 동시에 에이든 또한 파정하며 그녀의 자궁 안에 남김없이 정액을 쏟아부었다.

마침내 에이든이 레인에게서 성기를 빼내면, 한껏 벌어져 있던 구멍이 몇 차례 뻐끔거리는가 싶더니 서서히 다물렸다. 얼마나 거칠게 해댄 건지 음부와 그 주변이, 손바닥으로 내리친 엉덩이만큼이나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에이든이 제법 다정한 손길로 둔부를 어루만져 주면, 식탁 위에 축 늘어져 있던 레인의 어깨가 조금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퍽 지쳐서 식탁에 얹어져 있는 거나 다름없으면서도 제 손길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레인이 만족스러워 에이든은 소리 없이 웃었다.

바지춤을 정돈한 그는 쌕쌕 숨을 고르고 있는 레인에게 다가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하늘빛 머리카락을 퍽 다정한 모양새로 쓸어 넘기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입가에 띤 미소가 악마의 그것처럼 사악했다.

만족스레 식사를 마친 에이든은 자신의 사역마를 불러내어 뒤처리를 지시하고는 곧장 자리를 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여자는 가볍게 묵례를 올린 뒤 식탁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레인의 곁에 섰다.

온몸이 열락에 절여져 천지 분간을 못한 채 그저 숨만 쉬고 있던 레인은 한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두 다리로 버티고 서야 하는데 격렬한 정사로 힘이 풀린 것인지 곧장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에이든에게 맞아 부어오른 엉덩이가 바닥에 닿으면서 저릿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짧은 비명을 흘리자 여자가 다가와 자신의 몸을 안아 일으켰다.

훌쩍 높아진 시야에 놀라서 숨을 헉, 들이마시면 여자는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레인 님의 뒤처리를 맡기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잘 부탁드릴게요.”

무뚝뚝한 문체로 쓰인 보고서를 감정 없이 읽는 것 같은 말에 달리 뭐라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 레인은 그렇게 대꾸했다.

자신이 정신을 잠시 놓은 사이 바깥 공기에 훤히 드러난 비부를 모두 보였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기는 했으나 수치심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었고, 예전에 한 번 에이든과의 잠자리를 거부했다가 그가 거느리는 모든 사역마가 보는 앞에서 사흘간 쉬지 않고 몸을 섞은 적도 있었다. 이 정도는 새 발의 피나 다름이 없었다.

악마의 사역마들은 하나같이 힘이 센 건지 여자는 자신을 안아 들고 있음에도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몸을 맡겨도 떨어질 일은 없겠다는 태평한 생각을 하며 주위를 살피면 높아진 시야 사이로 방금 전까지 질펀하게 정사를 벌였던 식탁 위의 광경이 오롯이 눈에 들어왔다. 질펀하게 묻은 애액이며 미처 받아 내지 못하고 흐른 에이든의 정액이 적나라하여 레인은 뒤늦게 얼굴을 붉혔다.

레인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여자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 조금 창피해서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려다 어차피 볼 꼴 못 볼 꼴 다 보였겠다, 딱히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레인은 이실직고했다.

여자는 도통 무엇이 창피한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레인을 쳐다보았다. 여자가 보내오는 시선에 이것을 제 입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연히 창피해졌다.

“저거… 좀 그렇지 않나요?”

레인이 꼬물꼬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식탁과 그 바닥에 눈길을 던지면 여자는 눈썹을 살짝 들어 으쓱거리더니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저는 딱히 잘 모르겠군요.”

“아, 그런가요.”

냉랭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차라리 그것이 다행이라고 레인은 생각했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레인도 덩달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욕실에는 이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이 한가득 받아져 있었다. 여자는 근처에 있는 푹신한 의자에 레인을 앉혀 더러워진 레인의 드레스를 능숙한 손길로 벗긴 뒤 다시금 자신을 안아 들고는 욕조에 조심스레 몸을 내려 주었다.

옷을 벗는 것도,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도 자신이 하겠노라 말해 봤지만 주인님의 명령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그녀 앞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아 레인은 순순히 여자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목욕이 끝나자 여자는 커다란 수건을 들고서 레인의 몸을 닦았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딱딱한 식탁 위에서 허리를 흔드느라 남아 있던 피로와 근육의 뭉침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가 안에다가 뿌린 정액이 자꾸만 슬금슬금 흘러내리는 기분 나쁜 느낌만 없었었어도 좀 더 좋을 뻔했지만, 그의 정액을 받아야 조금이나마 마력을 받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흡수가 다 될 때까지 정액을 안에 품고 있어야 했는데 무식하기 그지없는 성기 사이즈를 받아 내느라 잔뜩 벌어진 구멍은 쉬이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님께서 준비하신 옷과 속옷입니다.”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그녀가 건넨 것은 몸의 실루엣이 죄 비치는 가벼운 소재의 드레스와 속옷이라는 이름을 한 딜도였다.

레인은 제법 오랫동안 에이든에게 성적으로 길들여져 왔고, 덕분에 웬만한 것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만큼 음란해졌노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자부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았다.

에이든은 악마였고, 자신을 사랑해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인간계의 저택에 머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그가 탐하기에 가치 있는 정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었고, 레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 대신 계약 조건으로 저택에 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그가 원하는 어떤 때에라도 다리를 벌려야 했다.

에이든은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먹어 치웠고, 애무 없이 곧장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상시 딜도를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물건을 받아 낼 수가 없었다.

레인은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한 흐린 눈동자로 여자에게서 옷과 딜도를 받아 들었다. 에이든의 것을 본떠 만든 그것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사이즈였다. 좀 전까지 제 안에 넣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삽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크기이기도 했다.

“도와드릴까요?”

딜도를 앞에 두고 푹푹 한숨을 내쉬는 레인의 모습에 여자가 물었다. 그녀 나름의 친절이었으나 레인은 괜찮다며 사양했다. 일단은 해 보고 안 되면 부르겠노라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꾸벅 조아린 뒤 말없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레인은 여자가 목욕을 하기 전에 앉혔던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단단한 딜도의 귀두 끝을 질구에 맞추었다. 이미 몸은 이런 행위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아직 삽입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입구가 뻐끔거리는 것이 제 스스로도 느껴졌다.

전부 에이든의 작품이었다.

“으…응…….”

레인은 귀두 끝으로 회음부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앓는 신음을 흘렸다. 금세 울컥 하고 음부가 촉촉이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귀두가 애액으로 충분히 적셔졌을 때 즈음, 다시금 그 끝을 질구에 맞추고서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레인의 질구가 기쁜 듯이 딜도를 삼키기 시작했다. 에이든의 성기 모양을 본떠 만든 기둥이 거칠게 내벽을 긁으며 자극했다.

“아흑! 흐으… 으응.”

레인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 허리를 흔들며 딜도를 야금야금 삼켜갔다. 빨리 자신의 내부를 저 커다란 것이 가득 채워 줬으면 해서, 에이든이 자신에게 그러하듯 3분의 2까지 들어왔을 때쯤, 딜도를 잠시 뒤로 빼냈다가 한 번에 끝까지 쑤셔 넣었다.

딜도로 내부 깊숙한 곳까지 범해진 레인은 헉, 하고 숨을 삼키며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허리가 경련하듯 바르르 떨리면서 발가락이 안으로 곱아들었다. 목욕으로 깨끗해진 아랫도리는 이미 애액으로 엉망진창 젖어 있었고, 황금을 녹여낸 듯한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맛있다는 듯 딜도를 삼키며 우물거리는 구멍 사이로 물이 질질 흘러 앉아 있는 의자를 적셨다.

“흐으, 흑, 하아… 으읏!”

후희를 겸하여 쾌락으로 달달 떨리는 손을 움직여 딜도로 두어 번 더 질 내벽을 쑤시고 나서야 레인은 겨우 손을 뗄 수 있었다. 아랫배를 가득히 채우는 모조 성기의 압박감을 느끼며 레인은 의자에 파묻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다행히도 딜도는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일 없이 레인의 질구를 빈틈없이 막고 있었다.

레인은 후들거리는 다리 사이로 흐르는 애액을 근처에 놓여 있는 수건으로 훔치고서 준비해 준 옷을 입었다.

희한하게도 몸 실루엣이 다 비칠 만큼 희고 얇은 드레스였는데, 입고 나니 긴팔에 치마 길이가 복사뼈를 덮을 만큼 길었다. 자신의 몸을 보고 싶어 하는 건지, 감추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참, 취향 한번 이상하셔.’

이미 질리도록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나 새삼스레 깨달은 레인이 거울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이런 쪽으로 에이든만의 남다른 기준이나 취향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 드레스의 무엇이 에이든을 자극하는지 알 수 없었다. 케이크를 포장할 때면 밑에 깔아 주는 유산지 포장지 같은 느낌인가, 했지만 물어볼 용기가 나지도 않았고 딱히 깊이 알고 싶지도 않아 레인은 그쯤에서 생각을 접었다.

대신 에이든의 사역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물결치는 하늘빛 머리칼을 빗으로 빗어 정돈하고, 노란색 실크로 만들어진 머리끈으로 하나로 질끈 묶었다. 화장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차피 아래에 깔려 우느라 다 지워질 텐데 뭣 하러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만두기로 했다.

식사도 마치셨고, 또 아카데미에서 오랜만에 저택으로 돌아왔으니 서재나 응접실로 부르실 테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사라졌던 여자가 홀연히 다시 나타나 레인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어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서재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네, 곧 그리로 갈게요.”

여자가 아주 약간의 친절을 담아 가는 길을 안내해 드릴까요, 하고 물었지만 괜찮다고, 혼자서 갈 수 있다며 사양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로는 저택을 떠나 일주일에 한 번 씩 찾아오고 있다고는 해도 그전에는 매일같이 살았던 집이었다. 집 구조를 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제 안에 삽입되어 있는 딜도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걷는 제 모습을 들키는 것이 창피한 탓도 있었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신음이나 다리 사이로 흐르는 액체의 감각은 둘째 치더라도 걸음걸이가 한없이 이상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레인은 여자의 제안을 거절했고, 여자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여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하지만 레인은 몰랐다. 에이든의 마력으로 지어진 이 저택에서 그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에이든은 언제나 레인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세 번쯤 기다란 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 것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자극에 푹 젖은 내벽이 딜도를 다섯 번쯤 놓칠 뻔한 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레인은 무탈하게 서재 앞에 도착했다.

저택은 언제나 그렇듯 사용인 하나 없이 고요했고, 사람 하나 없으면서도 지나치게 청결하고 깨끗했다.

육중해 보이는 짙은 암적색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두어 번 내뱉은 레인은 이내 가볍게 문을 두들겼다.

“들어와.”

아직 누군지 밝히지도 않았는데 차갑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저택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자신 하나뿐이었고, 예의 바르게 노크까지 해 가며 들어갈 만큼 예의 바른 인간도 저 하나뿐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몰랐다.

레인은 문손잡이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에이든은 온갖 책들로 빼곡한 서재 한가운데에 위치한 책상 앞에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고 있었는지 푹신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서 반쯤 누워 있는 나른한 옆모습에 레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날카롭게 쭉 뻗은 콧날, 짙게 쌍꺼풀이 진 시원한 눈매, 얇은 입술과 깎아지른 듯한 옆모습과 이어진 목울대, 그리고 단단한 가슴팍에 절로 시선이 갔다. 이마를 반쯤 가린― 흐트러진 앞머리는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자주 잊고 살지만, 정말이지 자신의 취향에 꼭 들어맞게 생긴 외모였다.

레인의 기척을 느꼈는지 에이든은 감고 있던 눈을 소리 없이 뜨고는 고개를 돌려 레인을 아래위로 훑었다. 자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는 짙은 잿빛 시선이 숨이 막힐 듯 따가워서 레인은 에이든을 바라보던 시선을 떨구었다.

숨 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중압감 속에서도 레인은 이상하게 혀 밑에 침이 고이고 유두가 빳빳하게 고개를 들며 옷자락에 스치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가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볼 때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 흥분이 되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이것도 지난 교육의 효과인 것인지, 그냥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운 건지, 그가 시선에 담고 있을 자신의 차림이 수치스러운 탓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레인을 바라보던 에이든은 예의상 아주 옅은 미소를 띠며 책상 앞에 있는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를 권했다.

“앉아.”

“네, 감사합니다.”

레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에이든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 에이든에게 정신이 팔려 잠시 잊고 있던 거대한 딜도가 제 속살을 가르고 깊숙이 파고들면서 레인은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렸다.

“흐읏……!”

자신이 흘린 신음에 깜짝 놀라 뒤늦게 손으로 입을 막고서 에이든의 눈치를 살폈지만 듣지 못한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때마침 에이든의 사역마가 유령처럼 나타나 차를 내왔다. 쟁반 위에 담긴 찻잔은 레인의 몫, 하나뿐이었다.

에이든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차를 홀짝이는 레인을 보며 일주일간의 근황을 물었다.

“그래서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그것은 자신의 생활이 꼭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후원자이기에 묻는 의무적인 질문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레인은 그와 몸을 섞지 않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제법 좋았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딱히 위험한 일도 없었고요.”

“성적은?”

“그리 나쁘지는 않아요.”

“학과 곧 없어질 것 같다면서?”

“그렇긴 한데…….”

사역마가 내온 차를 홀짝이며 차분히 대답을 이어 나가던 레인은 눈앞에 펼쳐진 막막한 현실을 찌르는 질문에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요즘 시대에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전공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마력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그다지 범용성이 없었고, 배우려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어 언제 폐과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덕분에 위에서 내려오던 활동비가 거의 끊겨 연구 비용을 마련하느라 교수들도 난리가 아니었다.

“기부금이라도 내줘?”

“네?”

레인이 깜짝 놀라서 되물으면, 에이든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팔걸이에 팔을 얹고서 레인과 비딱하게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입가에 띤 미소도, 보내오는 시선도 평소답지 않게 제법 다정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저를 그물망에 걸린 물고기를 보듯 느껴졌다.

“학과가 없어지는 건 싫을 거 아니야. 기부금을 내면 졸업 때까지는 계속 다닐 수 있을 거고.”

“그건 그런데요…….”

“얼마나 필요해? 필요한 만큼 불러.”

“아, 아뇨! 괜찮아요. 지금 주시고 계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레인은 화들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까지 내저으며 거절했다. 물론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싶지는 않았고, 또 그것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필시 몸이 부서져라 갚아야겠지.

그런 레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에이든이 불현듯 입을 열었다. 다정했던 미소는 어디로 가고, 입가에는 한쪽 입꼬리를 비뚜름히 끌어 올린―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왜? 좋아하잖아, 몸으로 갚는 거.”

“아.”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세워서는.”

거의 힐난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며 에이든은 드레스 위로 도드라진― 바짝 서 있는 유두를 손끝으로 긁어내렸다.

천 하나를 두고 있다고 해도 드레스의 옷감이 얇은 탓인지 그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져, 레인은 몸을 파르르 떨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음란한 몸을 탓하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아래가 이유를 모를 기대감으로 벌름거렸다.

얼마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레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결이 순식간에 더워졌다.

정신을 차리니 에이든은 어느새 제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몸으로 가두고 있었다. 근육으로 다부진 한쪽 팔은 소파 등받이에 얹어 두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봉긋한 가슴을 반죽처럼 주물렀다. 자신의 몸은 그의 두툼한 양 허벅지 사이에 끼어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다.

머리 위로 에이든의 시선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레인은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두 눈으로 마주하기가 두려워 단추를 두어 개쯤 풀어 헤친 가슴팍만 괜히 바라보았다.

에이든은 자신의 손길을 받아 점점 더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는 유두를 손으로 꼬집으며 물었다.

“그래서, 왜 내 제안을 거절한 거지?”

“읏! 아, 아파요……. 하읏!”

“네가 다니는 학과도 무사하고, 이렇게 몸으로도 즐겁고 일석이조잖아.”

“흐으……. 읏, 아, 제발…….”

“일주일 만에 만나는 건데 대답을 잘해야지.”

갑자기 젖꼭지를 힘주어 꼬집혀 고통스러워하는 레인의 반응에 에이든은 엄격한 목소리로 타이르고는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요량인지 빳빳하게 서 있는 유두를 꾹 잡아당겼다.

머리카락 끝까지 쭈뼛 서는 듯한 고통에 레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지만 에이든은 고작 눈물 하나에 봐줄 만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레인은 고통을 눌러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학과는… 제가 졸업할 때까지는 괜찮다고…….”

“…누가?”

“교수님께서요.”

“그래서 내 기부금은 딱히 필요가 없다?”

사실대로라면 그가 하는 말이 옳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학과가 무사한 것이 확실하다면 에이든이 굳이 거액의 기부금을 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어미를 들어 올리며 묻는 물음의 저의에 (이런 게 악마에게 있는지 모르겠으나) 자신의 성의와 마음 따위는 무시하냐는 듯한 뉘앙스가 선연해서 레인은 선뜻 그렇노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명령에 곧잘 따라 상이라도 주듯 유륜 주변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에이든은 곧장 젖꼭지를 꼬집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사이좋게 양쪽 모두 괴롭혀지면 차라리 나을 텐데 집요하게도 한쪽 유두만 괴롭혀오는 통에 그가 만지면 만질수록 밀려오는 저릿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항복을 선언하듯 레인은 다급하게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며 외쳤다.

“네, 네!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

“그… 저도 언제까지나 의지만 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은혜는 갚겠지만, 저도 제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 너무 직설적이었나 싶어서, 괜히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그 끔찍한 지하실에서 밤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닌가 뒤늦게 걱정이 든 레인은 황급하게 그렇게 덧붙였다.

철저히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에 은혜를 갚는다는 표현을 들먹이는 것이 조금 우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정기를 밑천 삼아 원하는 것을 얻는― 건조한 거래 관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레인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지낼 수 있게 해 준 에이든에게 고마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고, 비록 잠자리 매너가 거칠긴 해도 최고의 열락을 맛 보여 주는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이런 관계를 영원토록 지속할 수는 없을 거라는 냉정한 현실 판단이 레인에게는 있었다.

지금이야 자신의 정기를 만족스럽게 취하고 있지만, 그 가치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리는 만무했고, 에이든이 없으면 자신은 알거지가 되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레인은 에이든을 만나기 이전처럼 미래를 불우하게 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아카데미 졸업도 코앞이었고, 다들 자신의 진로를 찾아 떠나는 시기라 요즘 들어 에이든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도록 슬슬 준비해 둬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그것을 입에 담았다.

레인은 그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비웃으며 코웃음을 치거나, 무슨 은혜니 미래니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피곤하게 사느냐는 듯 한심하게 쳐다보거나 둘 다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에이든은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듯한 얼굴로 레인을 차갑게 내려 보았다. 오만하게 들린 한쪽 눈썹이 레인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빨간 불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건드린 것 같은 반응이었다.

“…미래?”

“…….”

“무슨 미래?”

“네?”

갑작스럽게 싸늘하게 분한 분위기에 레인이 놀라서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니 에이든은 피식, 어처구니가 없다는 웃음을 흘리며 마치 레인이 바보 같은 말을 지껄이기라도 한 것처럼 화난 음성으로 되물었다.

“도대체 네 미래라는 게 뭐지?”

레인이 당황하여 그게 아니라고, 뒤늦게 해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그는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레인의 드레스 자락을 걷어 허벅지 사이를 벌린 뒤 음부에 손을 뻗었다.

제 아래가 엉망진창으로 젖어 있어 남에게 보이기에 부끄러운 상태라는 것을 알았지만, 계약은 계약이었고 화가 난 그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눈물을 머금고 순순히 다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딜도를 품고 있는 레인의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입고 있는 얇은 드레스는 물론 소파에도 옅은 자국을 냈다.

에이든은 한껏 벌어진 구멍이 삼키고 있는 딜도에 손을 뻗어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이 찰박이는 음란한 소리와 끙끙 앓는 듯한 신음이 서재에 가득 차올랐다.

“이런 음란한 몸을 하고 무슨 미래를 생각한다는 거야?”

“으, 그게, 그게 아니라…….”

“응? 뭐, 다른 남자라도 만나서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서 살게?”

“흐읏, 응, 히익!”

“누가 너 좋아한다고 쫓아다니기라도 해? 그러니까 갑자기 행복한 미래라도 꿈꾸고 싶어졌나 보지?”

“그런 게, 흑! 아니에요… 아닌데……. 흐응!”

레인이 그런 게 아니라고, 그저 에이든이 자신을 버리는 순간 비참해질 삶이 싫어서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래를 거칠게 쑤셔 오는 그의 손길은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마치 분을 풀듯이 퍽퍽 소리가 나도록 커다란 딜도를 안에다 쑤셔 박는 손길에 레인의 허벅지 안쪽이 가늘게 떨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허리를 들썩이며 절정에 다다랐다. 덕분에 소파에 남아 있던 옅은 자국이 더욱 짙어졌다.

레인이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으면, 에이든은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애액으로 푹 젖은 손가락을 목 끝까지 밀어 넣었다.

“빨아.”

차가운 명령에 레인은 속으로 망했다고 울면서도 그의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정성스레 핥아 깨끗이 했다. 가끔 손이 미끄러진 척 목 끝을 툭툭 건드리는 바람에 헛구역질이 나올 뻔하기도 했으나 혀를 멈추는 일은 없었다.

레인의 정성스러운 혀 놀림에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중얼거리는 에이든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아래위로 쑤셔지는 걸 이렇게 좋아하면서 평범하게 살 생각을 다 하네.”

“…….”

“교육이 부족했나?”

마치 그런 생각을 하는 레인이 별스럽다는 듯이, 한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레인은 미처 듣지 못했다.

에이든은 냉랭하고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핥아 대는 레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헛구역질 탓인지 가지런한 옅은 하늘빛의 속눈썹이 눈물로 곱게 젖어 있었다. 입가는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곱게 내리뜬 황금빛 눈동자는 한결 유순해져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길들이고 교육시켜 완성해 낸― 제 구미를 당기게 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자신이 입고 오라고 시킨 드레스는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타액 때문에 가슴 앞섶은 이미 젖어서 부어오른 유두가 선명하게 비쳐 보였고, 엉덩이 부분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코 푼 휴지처럼 너저분했다.

그저 손가락을 빠는 것뿐인데도 아래를 움찔거리며 달콤한 정기를 풀풀 내뿜는 것을 보면, 교육이 덜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미래라니.

다른 같잖은 놈들에게 넘겨주려고 그녀에게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이 아니었다. 영원히 제 곁에 두어 귀여워해 주며 그 달콤한 정기를 취하기 위해서 답지 않게 인간 행세까지 하며 이렇게 내려와 있었다. 그런 자신의 사랑스런 먹잇감이 다른 새끼와의 미래를 꿈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에이든은 좀처럼 용납이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훈육을 좀 해야겠군.’

에이든은 잔뜩 헝클어진 레인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다행히도 끔찍한 악몽 같은 지하실에서 밤을 보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레인은 저택에서의 귀중한 주말을 하루 종일 펑펑 울면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교육이 끝나고 얼마간의 대가를 치러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는 저택에 돌아올 때마다 자신의 사역마를 시켜 (딜도를 착용한 채이기는 했으나) 새로 가꾼 정원의 꽃을 보여 준다거나, 마차를 보내 사람을 불러와 각종 드레스와 장신구, 학업에 도움이 될 만한 서적 같은 것을 구매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재미가 조금은 있었다.

식사도 (그 횟수만큼 다리를 벌려야 하기는 했으나) 삼시 세끼 꼬박꼬박 진수성찬으로 차려 주었고, 밤새 침대 위에서 허리를 흔드느라 지쳐 기절하듯 잠이 들면 하던 것을 멈추고 제 몸을 깨끗이 씻겨 제 방 침대 이불을 덮어 주는 약간의 다정함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그런 것 따윈 하나도 없이, 마치 처음으로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살던 시절처럼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레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서 나체로 그의 침실 한복판에 섰다. 양팔은 뒤로 하여 천으로 단단히 묶인 채로 그 끝은 천장과 이어져 있었다. 팔을 뒤로한 탓인지 저절로 등이 휘어지며 가슴이 앞으로 나왔다.

그가 한쪽 유두만을 집요하게 괴롭힌 탓에 레인의 유두는 짝짝이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가슴을 가리고 싶었지만 팔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대신 레인은 고개를 돌려 현실을 잠시 외면하기로 했다.

에이든은 천장 아래로 드리운 단단한 천을 레인의 허벅지에 감아 묶은 뒤 길이를 조절했다. 한쪽 다리가 서서히 들리면서 일자로 벌어졌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그 순간, 레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예감했다.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에이든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분신을 만들어 내는 순간, 레인의 등골이 순간 오싹해졌다.

설마, 설마…….

그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에이든의 모습을 한 분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지춤을 내리는가 싶더니 애무도 필요 없이 흠뻑 젖어 있는 구멍에다 그의 것을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내부가 꿰뚫린 레인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에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그저 더운 숨만 내뱉었다.

에이든의 분신은 레인의 반응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퍽퍽, 거칠게 움직이며 레인의 내부를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레인의 몸은 가눌 길 없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그러자 에이든의 분신은 자신의 것을 좀 더 깊이 맛 보여 주고 싶다는 듯이 골반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서는 박아 대기 시작했다.

“으응… 싫어……. 흑.”

레인은 다시금 치밀어 오르는 쾌감에 도리질을 치며 그의 분신에게서 도망치려 애썼지만 다리를 오므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한쪽 다리로 깽깽이를 뛴다고 한들 천장에 고정되어 있는 천이 허락하는 그 이상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에이든의 분신이 레인의 정기를 맛보는 사이, 진짜 에이든은 짝짝이가 되어 있는― 분신이 움직임에 따라 음란하게 흔들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깜짝 놀란 레인이 고개를 들어 에이든을 바라보자, 그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바짝 서 있는 유두를 힘주어 꼬집었다. 레인의 입술 사이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흘렀다.

“아윽! 아, 잘못, 했어요……. 아파……. 흐으.”

“아직 제대로 벌을 받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되지.”

에이든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레인을 채찍질하며 유두에다가 집게를 달았다. 안 그래도 민감하고 예민한 부위에 집게의 압력이 닿자 신음이 저절로 흘렀다. 방울이 달린 집게였는지 레인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방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다른 한쪽 유두에도 집게를 집은 에이든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신을 통해서 받는 정기는 그 향취가 덜했지만 꽤 나쁘지 않은 질이었다.

레인의 정기는 워낙 품질이 좋았다. 코끝으로 스미는 것만 섭취해도 웬만한 악마들은 눈이 돌아갈 만큼 달콤했다. 그런 그녀의 정기를 오롯이 자신만이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에이든으로서는 횡재나 다름이 없었다.

다른 놈들이랑 공유해야 했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임에 틀림없기에.

“후우.”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하며, 자신에게만 정기를 허락해야 할 레인이 비록 단 한 순간일지라도 다른 사람과의 미래를 꿈꿨다는 사실이 지독하게도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자신의 분신을 이용해 쉴 새 없이 가는 레인의 얼굴을 느긋하게 감상할 요량이었다. 다시는 그런 말도, 생각도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교육은 덤이었다.

그사이, 레인은 한 번 절정에 달했는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허리를 비틀어 댔다. 희고 쭉 뻗은 다리를 타고 물이 흘러 바닥에 고였다. 씹어 삼키듯이 조여 대는 속살이 분신을 타고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그만……. 흑, 더 이상은…….”

이제 고작 한 번 갔을 뿐인데 우는소리를 하는 레인의 애원을 철저하게 무시한 에이든은 레인의 나체가 잘 보이는 곳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러고는 레인이 자신의 분신에게 범해져서 우는 모습을 말없이 감상했다.

살과 살이 마찰하면서 생기는 질꺽이는 음탕한 소리와 흔들리는 가슴을 따라 잔잔히 울려 퍼지는 방울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간간이 섞여 드는 신음에 에이든의 하반신에 피가 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질 때면 분신을 뒤로 물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해 뻐끔이 벌어진 구멍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그 전에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박히느라 피로와 눈물이 짙게 어린 레인에게 한 차례 약을 먹여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레인은 주말 내내 에이든과 에이든의 분신에게 번갈아 박히며 벌어진 구멍이 닫히지 않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몸을 섞어 댔다. 너무 힘들어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을 때쯤이면 에이든이 귀신같이 이를 눈치채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약을 입으로 넘겨주거나 마력을 사용해 레인의 몸 상태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쌩쌩하게 회복시켰다.

머리가 새하얗게 녹아 버릴 듯한 열락의 홍수 속에서 정신없이 허우적대던 레인은 울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빌었고, 에이든이 듣기 원하는 말, 그러니까 다시는 미래 따위는 입에 담지 않겠노라 약속한 후에야 저를 구속하고 있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실금이라도 한 것처럼 맑은 물을 픽픽 내뱉어 내는 음부에 확인 사살을 시키듯 제 성기의 모양을 본떠 만든 딜도를 꽂아 넣는 것으로 교육은 마무리 되었고, 그렇게 레인은 피곤한 몸을 안고 기차와 마차를 번갈아 타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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