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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36화 (36/50)

00036  Chatper 7. 변화는 한 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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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옛날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 반했지 싶은데. 그렇게 아무 의심도 없이 도와주고 믿어준 사람이 처음이었으니까.”

라텐테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직후에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내가 그런 부탁을 그냥 들어줬다고요? 진짜?”

“그랬지.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있고.”

믿을 수가 없다.

“미쳤었나?”

나도 모르게 속내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라텐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정말로 그랬다면 그건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다 죽어가는 사람이라손 쳐도, 도대체 몸을 빌려 달라는 말에 어떻게 그렇게 한 치 고민도 없이 대답을 했을까? 기억이 없으니 상식 밖에 있는 남의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이 하나둘씩 불쑥불쑥 머리를 치미는 통에, 그때의 내 행동에 대한 혼란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 강렬한 경험이 내 기억 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도 충분히 혼란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아니, 그보다도……그래서 내 몸을 빌려서 뭘 어쨌는데요? 왜 하필 나였어요?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는 그때 일을 하나도 기억 못하는 걸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분명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이상하게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 느낌이었다. 뭐가 이렇게 헷갈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건지, 머리가 팽글팽글 돈다. 라텐테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옅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서 슬쩍 떨어지더니 내 질문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답했다. 혼란에 빠진 나와는 달리 그는 아주 차분했다.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마법 빼고 전부를 네 몸에 봉인했어. 왜 하필 너였냐고 물으면 그때 날 깨운 게 너였으니까. 물론 나를 깨운 네가 녹색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운이 좋았어. 녹색은 마법을 가둘 수 있는 색이거든.”

그의 길쭉한 검지가 내 눈가를 슥 훑고 지나갔다. 그 손길에 반사적으로 눈을 끔뻑이니, 그의 눈이 길쭉하게 호선을 그린다. 지척에서 보는 그 은은한 미소는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네 그 기억은 내가 마법이랑 같이 봉인시켜서 없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무래도 더 안전할 것 같았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봄꽃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것은 내 혼란에 대한 해답과 어우러져 내게 안정감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을 채 맛보기도 전에, 나는 또 다시 격동기를 맞아야 했다. 불쑥 다가온 그의 팔이 나를 감싸 제 품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라, 라, 라테?”

“웃긴 게, 난 내 몸이 회복되자마자 혹시 모를 위험에서 널 지키겠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네가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어. 마침 서른 번째 골목 구석에 자리가 남아 있었거든. 거기에 시간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내 마법 공간을 옮겨와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했어. 위험에서 벗어나자마자 또 위험한 짓을 강행했다고나 할까.”

말을 주절주절 내뱉을 때마다, 나를 안고 있는 그의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때문에 나는 의도치 않게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딱 붙이고 그의 심장소리와 그의 목소리를 함께 듣게 되었다. 그의 심장은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주 터질 듯이 쿵쾅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그의 마음을 확인하니, 마치 무방비 상태에서 고백을 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손끝 발끝이 간질거리는 기묘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느낌과 함께, 그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실 그냥 너를 지켜보고만 싶은 거였다면 마법 공간 같은 거 가지고 오는 위험 같은 건 감수할 필요도 없었는데. 그냥 지켜보는 건 싫었어. 네가 위험해지면 지키고 싶었고…….”

잠시 말이 끊겼다. 하아, 하는 한숨소리가 머리 위에서 한 번 터지고, 한 박자 뒤에 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네가 내게 관심을 가지길 바랐어. 잠깐 네 뒤를 지켜봤던 적이 있었는데……항상 책을 들고 있더라고. 그래서 네 흥미를 끌려고 마법을 동원해서 도서관을 만들었지. 마침 내 마법이 종이에 기반 한 것도 있고, 여러모로 잘 맞물렸어.”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라테의 도서관은 그전부터 있었는데요?”

“마법이 있으니까. 없던 걸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지. 그것보다 말이야…….”

라텐테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서서히 줄어드는 그 목소리에서 우울감이 느껴진다. 굉장히 낯선 느낌, 내가 고개를 들려고 했으나 나를 꽉 끌어안고 있는 그의 팔은 내가 고개를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반항하는 나를 아까보다 한층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넌 그게 너를 위한 건지도 모르더라고. 물론 당연한 거긴 한데……가끔은 너무 허무해서, 그때 기억까지 봉인한 걸 후회할 때도 있었어. 가까이서 볼 수 는 있었지만, 혼자만 모든 걸 기억하는 건……혼자만 그 거리에 의미를 두는 건……생각보다도 너무 힘든 거더라고.”

그의 목소리가 뭔가 이상했다.

“라테……? 울어요?”

“아니.”

“목소리가 떨려요. 좀 봐요.”

부정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 목소리와 말 속에 담긴 절절함이 너무 커서, 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들어도 물기 어린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면서, 우느냐고 물으니 부정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궁금했다. 나는 다시금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 거렸다.

그러나 그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내가 제 품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 울어.”

그리고 그 행동에, 그 어투에 나는 확신했다. 울고 있다.

그리고 확신이 듦과 동시에, 더 크게 와 닿는 그의 마음에 나 또한 뭉클해졌다. 그냥 보통 사람들의 만남처럼, 별것 아닌 이끌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오래전부터, 깊게 이어진 것이었다.

그것을 듣고, 깨닫고 나니 뭔가 너무나 미안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안했다. 특히, 트라우마에 갇혀 있던 때에 울면서까지 그를 밀어냈던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그의 얼굴을 보고 사과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라테, 얼굴 보게 해줘요. 얼굴 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냥 말하면 안 돼?”

“안 돼요. 얼굴 보고 할래요.”

내가 단호하게 나가자, 잠시 고민하던 그가 결국 천천히 팔에 힘을 풀었다. 그제야 나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아니었다. 내가 고개를 드니, 그가 내게서 고개를 돌린다.

고개 돌려도 너 울었다는 거 다 알거든, 나는 무릎을 세워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돌렸다. 과연, 눈물이 지나간 길이 얼굴에 남아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라텐테는 급히 그것을 손으로 지워냈다.

“아, 이런 거 보여주기 싫은데.”

나는 그 손이 걷히기를 잠깐 기다렸다가, 그가 손을 걷어내자마자 그의 입에 촉, 짧게 뽀뽀했다.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온 진심을 다해 더했다.

“늦은 만큼 최선을 다할 게요. 앞으로라도……읍.”

하지만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좋은 추억 만들어요, 라는 말은 갑자기 들이닥친 저돌적인 그의 입술에 먹혀버렸다. 여태까지 짧게 스치듯 지나가던 키스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거칠고 깊은 키스였다. 숨 쉴 틈도 없이 지나간 그 여운 짙은 붉은 자국을 남긴 그의 입술은 이내 천천히 떨어졌고, 나는 다시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긴 호선을 그리고 있는 그의 보랏빛 눈동자엔,

“이제 말할 수 있겠네. 사랑해, 레이.”

짙은 욕망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네가 날 밀어냈을 때, 참 슬펐는데.”

그의 몸이 천천히 내게로 기울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쓰러졌다.

“네가 방금 한 말이 너무 기뻐서 잊을 수 있을 거 같아.”

어느새 완전히 누운 내 위에서, 양 팔꿈치를 내 머리맡에 댄 채 나와 눈을 마주한 라텐테가 미소를 지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농염하고 유혹적이며 짙은 미소에, 내 심장이 달음박질쳤다. 아니, 온몸이 다 쿵쿵 뛰었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좋은 기분에 가까웠다. 아니, 그냥 좋은 기분이었다. 나의 입꼬리도 슬쩍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그가 내게로 스러지듯 내려앉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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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편 쓰면서 오글거려 죽는줄....아니....그것보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되...되는 거겠죠........제발 감정선의 변화가 자연스러우면 좋겠어.....항상 둘이 이렇게 마음이 맞는 부분이......제일 어려워요.....ㅠㅠㅠㅠ

걱정됩니다 걱정되지만 어쩌겠습니까....올려야죠....네....썼으니까요....이렇게 진행되게 썼으니까요....판단은 독자님들의 몫....

돌 던지셔도 달게 맞겠습니다 8ㅅ8(돌을 맞을 준비를 한다)

선추코 감사합니닷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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