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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32화 (32/50)

00032  Chapter 6. 강점이자 약점  =========================================================================

“지금 이 상황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잖아?”

밥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라도 한 걸까, 라텐테는 입가에 짙은 미소를 그리며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서 반짝 빛이 나며 순식간에 테이블에는 맛깔나게 생긴 스테이크 두 접시와 커트러리 두 세트가 생겨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건 라텐테와 며칠 전 밥을 먹었던 날 갔던 가게의 스테이크랑 모습이 같았다. 라텐테는 그 중 하나를 내게 건넸다.

“너랑 있으니까 이게 제일 먼저 떠오르네. 자, 일단 들어.”

나는 그의 말에 그 커트러리 세트를 받아들면서도 떨떠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난 불안해서 목구멍이 턱턱 막히는데 이 상황에 밥이 넘어가나?

“음, 맛있네.”

……아주 잘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입속에 쓸어 담고 있었다. 엄청 배가 고팠나보다. 그 모습을 보니 입맛이 돌 것 같으면서도, 막상 먹으려고 하면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려서 정작 먹지는 못하겠다. 나는 결국 스테이크를 집은 포크를 내려놓고 핫초코 잔을 들었다. 도저히 음식은 씹어 삼킬 수가 없었다.

“안 넘어가요.”

“맛있는데. 먹어야 힘나지.”

“그럼 먹을 수 있게 안심 좀 시켜줘 봐요.”

“흐음…….”

어느새 그릇을 싹 비운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핫초코 잔만 홀짝이고 있는 나를 나른한 눈으로 멀뚱히 쳐다봤다. 그 시선이 마치 새로 산 장난감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까하는 천진난만한 애 같다. 다른 의미로 무서워, 더 불안해져서 결국 그나마 먹던 핫초코마저 놓아야했다.

“……라테가 다 먹어요. 못 먹겠어요.”

그는 그것이 못마땅한 듯했다. 그의 잘생긴 입술이 삐죽였다.

“안심시켜 달라더니.”

그 표정이 안심시켜주려는 표정이었어? 이번엔 내 표정이 굳었다.

“내가 할 말이거든요? 그게 무슨 안심시켜주는 거야!”

“옆에 있는 사람이 편하게 있으면 어느 정돈 편해질 줄 알았는데.”

“죽을 지도 모른다는데 잘도 옆 사람이 보일까요.”

‘죽는다’라는 단어만 입에 내걸어도 소심한 몸은 흠칫흠칫 떤다. 그것을 본 라텐테가 흐음, 하는 옅은 숨을 내뱉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두 손가락을 딱 부딪치자, 순식간에 내 주변을 장식하고 있던 배경이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테이블을 앞에 둔 소파에 앉아있던 나였는데, 눈 깜짝할 새 푹신한 침대 위였다. 거참, 마법이란 것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식욕도 잠재운 불안감을 짓누르고 놀라움과 호기심이 불쑥 튀어나왔다.

“와, 이것도 마법이에요?”

“마법과 아닌 것에서 고르라고 하면, 그렇지.”

손가락만 까딱하면 바뀌는 방에, 종이 몇 장 찢으면 먹고 싶은 것까지 대령해주는 게 마법이라니.

“마법이란 거, 진짜 좋네요.”

“정정. 내 마법만. 원래 마법이란 게 다 이런 건 아냐. 보통은 자기 고유 마법 하나만 쓸 수 있지. 다른 마법사를 잡아먹은 마법사들은 거기에 플러스알파고……아.”

내 말에 거의 반 무의식적으로 대꾸하던 그가 퍼뜩 뭔가가 떠오른 듯 몸을 움찔 떨었다. 내 옆에 앉으려고 한 듯 엉거주춤하게 있던 그의 몸이 꼿꼿하게 섰다.

“……변신(變身)인가?”

뭔가 깨달은 듯, 불현 라텐테는 벽에 붙은 종이를 한 장 떼어냈다. 거기에 또 어디서 난 건지 어느새 펜을 들고 있는 손을 슥슥 움직여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원과 그 안을 가득 채운 무늬, 마법진. 그때와 비슷했다. 그는 눈을 뜨고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밝은 광채를 쏟아내는 그 종이를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며 꼭꼭 접었다. 그것을 내 손바닥 위에 얹어주었다.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불안한 거지?”

내가 그를 돌아보자, 그가 씩 웃으며 펼쳐진 내 손가락을 접어주었다. 종이의 까슬한 감촉이 닿았다.

“안 죽어. 지금 이 상황은 헷갈려도, 이건 약속할게.”

헷갈린다고 말은 하지만 묘하게 단호해진 태도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요?”

“알아냈다고 하기엔 거창하고, 알 것 같은 정도? 사실 가정이 맞다면 더 골치 아프긴 한데……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일단 그 종이, 가지고 있어. 일단 확인부터 하자.”

라텐테의 눈동자가 흘끗 내 손을 향했다. 종이를 든 손이다. 내가 주먹을 쥔 손을 슬쩍 펴며 물었다. 종이에서 나오는 빛이 얼마나 강한 건지, 접힌 상태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낸다.

“뭘요?”

“네가 본 게 그놈이 변신한 건지, 아니면 다른 놈인 건지.”

“그게 중요한 거예요?”

“중요하지. 널 얼마나 풀어놔도 되는지가 달렸는데.”

라텐테의 풀린 표정이, 한 시름 놓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몸에 긴장이 풀렸다. 이제야 목 안을 까끌까끌하게 긁어대던 아픈 느낌이 조금 사라진다.

표정이 풀린 걸까, 나를 바라보고 있던 라텐테의 얼굴에 안심의 기색이 피어났다. 어깨에 묵직한 느낌이 내려앉았다. 향기가 날 것 같은 고혹적인 미소를 얼굴에 그린 그의 얼굴이 나에게 가까워졌다. 그가 내 머리에 이마를 콩하고 박더니, 갑자기 뒤로 홱 드러누웠다.

“으앗! 뭐하는 거예요?”

“쉬자고.”

그가 눈을 슬쩍 감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왔다.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턱과 볼을, 그의 따뜻한 숨이 목덜미와 어깨를 간질였다. 여태까지 무감각했던 몸이 적색경보를 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온몸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어지럼증까지 느껴져, 나는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깐, 잠깐만요!”

“왜, 드디어 좀 편해져볼까 했는데.”

편하긴 개뿔!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침대 위에 널브러진 그를 노려보았다. 가늘게 실눈만 뜬 그가 나른하게 웃어보이자, 안 그래도 불 붙었던 심장에 기름이 들이부어졌다. 저 얼굴엔 약도 없어, 나는 고개를 휙 돌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할 자신이 없었다.

“하, 하, 할 얘기 더 있다고요!”

“뭐가 더 궁금한데? 말해봐.”

할 말이 있다는 내 말에 그도 다시 몸을 일으켰다. 노곤한 듯 느릿하게.

그러나……정작 할 말이 없었다. 단지 지금 상황이 너무 민망하고 당혹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확 내뱉어버린 말이었다. 나는 슬쩍 눈동자를 굴려 그의 눈치를 보았다. 초점을 반쯤 잃은 그의 신비로운 보랏빛이 꿰뚫듯 나를 향해 있었다. 얼굴은 보면 안 되겠다. 나는 다시 시선을 허공에 보내고는 생각했다. 생각, 생각……할 말을 생각해, 클레이브!

“아!”

그리고 퍼뜩 떠오른 할 말에 나는 속으로 환희를 내질렀다. 맞아, 그게 있었어!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 입을 열었을 때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 작품 후기 ============================

으 ㅠ_ㅠ 짧아...왜케 짧지...진짜 열시미 썻는데...시무룩...

슬럼프인가봐욥... 나중에 다 쓰고 손 좀 많이 봐야 할 것 같군염 흐규흐규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XD 코멘트들 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ㅠㅠ 덕분에 계속 안 놓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ㅠㅠㅠ 아 물론 추천들두 ㅠㅠㅠ

선추코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떡밥들 잘 치워보겠습니다 (_ 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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