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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30화 (30/50)

00030  Chapter 6. 강점이자 약점  =========================================================================

그런 이유라면 기꺼이 협조해야지, 내 목숨이 걸린 일인데.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득하게 담아 있는 힘껏 눈꺼풀을 닫고 있으니, 어둠 너머에서 그의 호탕한 웃음이 들려온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눈을 감고 있어도 느껴지는 번쩍번쩍한 빛이 수차례 지나갔다. 나는 모르는 그 상황이 지나가고 난 후에야 라텐테의 커다란 손이 내 어깨 위를 툭툭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눈 떠도 돼.”

그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을 때에는, 과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기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와…….”

방금 전까지 벽이 있었던 자리에는, 번쩍이는 기하학적 모양의 빛이 두 개로 갈라져 그 사이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묘한 느낌을 풍기는 구멍이 나 있었다. 딱 봐도 그냥 흔히 보이는 것이 아닌 뭔가 흐리멍텅한 그 구멍은 왠지 모를 모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안에 들어가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상야릇한 느낌에 넋을 놓고 감탄하고 있는데, 내 어깨를 붙잡은 라텐테가 그대로 성큼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더니 예고도 없이 대뜸 아까 하던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완전한 내 공간은 아니지만, 여기 안부터는 완전히 내 공간이야. 내 마법적 능력이 최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곳이지. 근데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공간은 원래 벨라시움에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그곳이 밤이 되었을 때 이곳으로 가져오고 낮이 되기 전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옮겨놔야 하거든. 그러기 위해서 만든 게, 네가 매일 누르는 그 스위치고.”

갑자기 길게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는 바람에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있는데, 문득 익숙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상대적으로 그것만 자세하게 들린다. 앞의 장황한 설명은 일단 급한 대로 다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딱 그 스위치 이야기만 뇌리에 박은 채로 내가 반문했다.

“……잉? 뭐라고요? 그 스위치가 뭐 어쨌다고요?”

“내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었나? 그 버튼은 꼭 아침 아홉 시가 되기 전에 눌러야 된다고. 그 스위치가 눌릴 때까지 이 도서관은 그냥 벨라시움에 없는 거야. 음 그러니까, 단순히 가게가 문을 닫은 그런 류의 ‘없는’ 게 아니라, 정말 존재 자체가 없는 거라고. 원래 그게 맞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에, 나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글과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데에다, 옛날부터 허구성이 가득한 소설들을 많이 보기도 했었고, 최근엔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직접 경험해보기도 한 나였다. 그렇기에 저 비현실적이고 괴상망측한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나는 라텐테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소리 내어 웃을 정도로 밝았던 그의 표정이,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별로 즐거운 이야기도 아니라는 증거였다.

“이런 얘기를, 그것도 지금 하는 이유가 뭐예요?”

“……집들이 선물?”

“집들이는 내가 하는데요? 그리고 선물을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표정이 이상하다는 말에 라텐테가 멈칫하더니, 손을 들어 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내 표정이 이상해?”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정말 말 그대로 ‘이상했다.’ 뭔가 화난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하면서, 반대로 여유롭고 심드렁해 보이기도 했다. 이게 이상한 거지, 뭐가 이상한 거겠어.

나의 긍정에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잠시 우뚝 멈춰 섰던 그의 말은, 두어 박자 뒤에야 다시 이어졌다.

“……음, 사실 지금 같은 상황이 처음이라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거든. 웃긴 말이긴 한데, 하나보다는 둘이 머리를 맞대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짐을 떠넘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덜 답답할 것 같기도 하고……뭐, 그래.”

나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그의 목소리는 말하고 있었지만, 평소답지 않게 횡설수설했다. 아마 저 자신조차도 지금 제 기분이 어떤지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일 거다. 다른 어떤 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별로 어색함이 없을 텐데, 매사 모든 일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하면서도 별것 아니라는 듯 언제나 여유로운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확실히 어색한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그의 저런 모습이 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진짜 내 편인 듯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가슴이 찌릿한 기분이 좋아서, 그가 좋고 그에게 너무 고마워서, 나는 팔을 들어 그의 허리를 살짝 감싸며 그에게 조금 더 붙었다. 그의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이거. 이것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하던 얘기나 마저 해요.”

“냉정하네.”

그는 픽 하고 살짝 콧방귀를 뀌면서 불만 가득한 기색을 내보이면서도, 순순히 하던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답답한 상황이긴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런 상황인데, 생각을 해 봐. 매일 아홉 시에 문을 여는 도서관이 갑자기 네 기억 속에서 뻥 하고 사라지면 그 기억의 빈자리에 뭐가 남겠어? 의심이 남겠지?”

“네, 뭐…….”

그렇다면 그렇겠죠.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실 뭐, 평소엔 그렇게 신경 쓸 만한 건 아냐. 사람들은 상식에서 조금만 어긋난다 싶으면 죄다 괴담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어딜 봐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이 도서관에 대한 소문만 슬쩍 떠올려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분명 상식선에서 어긋나는 무언가가 상당히 많은 데에도 불구하고 이 도서관이 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그저 착각이겠거니 하고 사람들은 그냥저냥 넘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된다는 걸까. 이곳은 언제나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지 않네.

내가 있구나.

하지만 그 생각은, 이어진 라텐테의 말에 거기서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널 좀 더 가까이에서 지키고 싶어서 한 위장이었고, 그래서 네가 여기 취직한다고 왔을 때 그냥 받았지. 애초에 널 위한 거였으니까. 너만 신경 쓴다고 다른 데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아니, 사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마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안 쓴 것도 있었고.”

방금, 뭐라고 그런 거지?

“……네?”

순간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백지가 될 뻔했다. 하지만 라텐테가 이런 나의 반응도 예상했다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내 충격적인 의문에 대답을 하듯 말을 이어나가서, 머릿속을 채우던 백지화 현상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소멸했다.

“넌 기억 못하겠지만, 너랑 나는 예전에 만난 적 있어. 그리고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널 오래 전부터 알고 좋아했지. 이런 괴상한 짓을 자행해서까지 널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한 것도……아니, 지금 중요한 건 이것보다도…….”

“아니요.”

사정은 잘 모르지만, 일순간 받은 충격에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던 팔에 힘이 툭 빠졌다. 머릿속이 쿵쾅쿵쾅 울리며 말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 말 계속 해봐요.”

예전부터 나를 봐 왔다니, 대체 왜! 내게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인데, 그래서 엄청나게 단호하게 대꾸했는데, 라텐테는 그런 나보다 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맞받아쳤다.

“안 돼. 이건 지금 당장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들어도 될 이야기야. 원한다면 다 얘기해 줄게. 약속할게. 그러니까 지금은 더 급한 것부터 들어줘. 응?”

내 어깨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젠 정말 실수하면 널 잃을까봐 무섭단 말이야…….”

어깨를 움켜쥔 그의 손힘은, 빠지기는커녕 점점 세졌다. 어깨가 으스러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그 순간 내가 먼저 느낀 것은 그 통증이 아닌 그의 말투와 얼굴에 묻어나오는 간절함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간절함이 가득한 아릿한 표정과 목소리의 조화에, 나는 어느새 완전히 홀려서는 나도 모르는 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요……그럼.”

============================ 작품 후기 ============================

라테의 설명충화...() 근데 아직 더 남았어...

개인적으로 설명충 짓 이렇게 하는거 너무 소설의 대화라기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싫어하는데 ㅠㅠㅠ 안할 수도 없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날이 오려나요.....

투베 1위에 올라온 소설 보고 갑자기 내글구려병이 심화됨을 느껴갑니당 ㅠ_ㅠ

완전 제 취향 저격인 거...소재도 내용도 심지어 필력까지도...

재밌는 소설은 꽤 많지만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을 주는 작가님들은 그렇게 흔치 않은데...그분은...그 흔치않은 느낌을 주시는 그런 분...

자괴감을 느끼며 저는 이번 편을 투척하고 눈에서 땀을 흘립니다...★

선추코 감사합니당 (_ _) 전 지금도 충분히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편마다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분들 8ㅁ8 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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