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5 Chapter 6. 강점이자 약점 =========================================================================
※※전편 10월 17일 오후 2시 이전에 보신 분들은(소제목이 붙기 전에 보신 분들은)다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ㅁ8 추가된 내용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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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는 완전히 전세가 뒤바뀌었다. 아까 전까지 나에게 일을 재촉하던 라텐테는, 정작 점심시간이 지나고 바빠져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는 제 옆을 에워싸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손으로 슥슥 밀어내며 계속해서 쫓아내고 있었다.
“야, 너네 빨리 가. 클레이브 귀찮게 하지 말고.”
그리고 라텐테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그로 인한 라텐테의 소녀 팬들의 원망스런 눈초리를 받는 건 나였다. 아, 나한테 왜 이래,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닌 인간이……나는 그를 째려보며 장부를 작성하는 손에 힘을 꾹꾹 줬다.
“……가서 관장님 할 일하지 그래요? 애들 책 찾잖아요.”
“너무하네. 일 줄여준다는데.”
“관장님이 제일 귀찮거든요? 아깐 나보고 빨리 일하라더니.”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다행히도 그는 쉽게 물러나줬다. 입을 비죽이는 게 삐진 것 같긴 한데, 어쩌랴. 금방이라도 날 태워죽일 것 같은 저 시선을 받으며 그의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는 않았다.
“찾는 책 있어? 가자.”
그는 동화책 속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를 몰 듯, 여학생들을 몰고 멀어져갔다. 나는 무감각하게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내 앞에 서 있는 여학생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책.”
여학생이 내밀어진 내 손에 책을 올렸다. 나는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그 책을 받아들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그녀와 손이 닿았다. 자주 있는 일이라 별로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닌데, 유독 지금의 것이 머릿속에 인식된 이유는…….
맞닿아 있는 소녀의 손이, 너무 차가웠다. 그냥 차가운 정도가 아니었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 살을 에는 듯한 냉기 때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뭐야, 사람 손이 이렇게 차가울 수도 있어? 섬뜩한 느낌에 슬쩍 눈만 들어 소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심장이 떨어져나갈 뻔했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소녀의 눈은 그 차갑고 창백한 빛을 띤 손과는 달리, 이글거리는 불꽃같이 짙은 붉은색이었다. 게다가 눈매도 얼마나 시원시원하게 날카로운지, 순간 남자로 착각을 할 뻔했다. 그것도 놀라웠지만, 내 심장을 내려앉게 만든 것은 그 의외성이 아니라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의 그것마냥 날카롭고 서늘했으며, 그것엔 상대를 짓누르는 힘이 있었다. 절대 파릇파릇한 십 대 소녀의 눈망울에서 나올 수 있는 빛이 아니었다.
그 얼굴과 눈빛에서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간극에 나는 나도 모르게 책 제목을 끼적이던 펜을 놓치고 몸을 슬쩍 뒤로 뺐다. 뭐야, 쟤. 엄청 무서워.
하지만 혹시라도 저 눈이 원래 저렇게 타고난 거라면……이런 식의 행동은 무지막지한 실례였다. 나는 손에서 삐끗해 자리를 이탈한 펜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시 쥐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휘갈겨 적은 책의 제목 옆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어, 음. 여기 사인 좀 해 줄래?”
다행히도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잘 흘러나왔다. 음, 이 정도면 자연스러웠지? 나는 나의 임기응변(?)에 감탄하며 내 펜을 받아드는 소녀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녀의 눈빛에 겁을 잔뜩 집어먹어서 입매가 내 뜻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주질 않은 것이다. 젠장, 그냥 일 절만 할 걸.
그때, 잠시 침묵하고 있던 소녀가 내 손에 있던 펜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녀와 내 손이 완전히 맞닿았고, 나는 그 살을 에는 듯한 냉기를 또 다시 느꼈다. 아까 스쳐지나갔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번엔 정말로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쳤다.
무표정하니 나를 노려만 보던 소녀의 입매가 슬쩍 휘었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태연한 척 안 해도 돼요. 언니가 느끼는 기분이 당연한 게 맞으니까요.”
“응……?”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쟤가……내가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멍청하게 반문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받아든 펜을 한 번 빙글 돌리더니 사인을 하는 자리에 무언가를 길게 써내려갔다.
모르는 사람이 언뜻 보면 그냥 사인을 하는 것이었다. 사인치고는 조금 길긴 했으나, 그런 걸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그 사인 란에 쓴 글자는, 보통 사람은 모르지만 그녀는 똑똑히 알아볼 수 있는 글자였다.
그 사인 란에 적힌 글자는, 얼마 전에 라텐테에게 배운 고대어였다. 그 고대어로 그녀가 무감정하게 슥슥 써내려간 문장은…….
[당신은 정말로 맛있는 먹잇감이에요.]
뚝,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도서관이 생각보다 멀쩡했던 탓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불안감이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 거기에 당혹감과 두려움 등등……수많은 감정들이 섞여 내 눈동자를 뒤흔들었다. 나는 흔들리려는 눈동자의 초점을 억지로 잡으며,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최대한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 노력하며 입술을 뗐다.
“넌…….”
누구야? 나도 모르는, 내게 숨겨져 있다는 그 힘을 노리는 마법사? 왜 온 거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궁금한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지금 도서관엔 그녀와 나 말고도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탁,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는 내 앞에 펜을 내려놓고 책을 챙겨들며, 잔뜩 굳어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글거리는 불꽃같은 붉은색 눈동자가 나를 오롯이 담고 있는 것이 무섭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앙다물자, 그녀는 그 날카로운 눈매를 초승달 모양으로 휘며 발을 뗐다.
“또 봬요, 언니.”
제3자가 들으면 별것 아닌 평범한 작별인사였지만, 나에게는 온몸의 솜털이 다 곤두설 정도로 무서운 기약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악의를 가진 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기약―
하지만 야속하게도, 지금 내겐 그것을 두려워하고 걱정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그녀의 뒤로도 정신없이 들이닥치는 여학생들 무리의 책 장부를 작성하느라 바빠서, 밀어내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그 걱정을 한 구석으로 밀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업타운걸~ 어제 밤새 시험공부하겟다고 카페가섴ㅋㅋㅋㅋㅋ 얻어온건 귓속벌레....시므룩....
ㅋㅋㅋㅋㅋ무슨ㅋㅋㅋㅋㅋ 시험기간에 시험금지곡찾아듣고 ㅋㅋㅋㅋㅋㅋㅋ 진진자라 지리지리자~ 루낑앳루낑앳루낑앳츄 와와와와와와! 암욜맨 암욜맨 그대여 따라다땃 그대여~
근데 전 이많은 노래들 재끼고 업타운걸만 흥얼거림ㅋㅋㅋㅋ
업타운걸~쉬즈마업타운거어얼~돈츄노아윌비럽 윗언업타운걸~....영고...........
선추코 감사합니당 8ㅁ8
Katie님이 지적해주신 '뭐예요' 고쳤습니당!
헷갈리는 건에 여태 '에요'가 맞는줄 알았어요;; 어제 사전 찾아보고 소름...와우... 앞으로 안 틀리게씁니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