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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23화 (23/50)

00023  Chapter 5. 엎친 데 덮치면 그 충격은 곱절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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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든든한 품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걸 다 토해내고 제정신이 돌아올 정도로 울었으니까.

정신없이 울 때는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다독이고 있던 라텐테의 팔이, 힘이 빠진 채로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뭐지, 언제부터? 나는 슬그머니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내 어깨 위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그의 얼굴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라테?”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설마……나는 늘어진 그의 팔을 툭 쳤다. 그랬더니 그의 축 늘어진 몸이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무방비하게 털썩 쓰러지는 그의 모습에, 나는 예상했으면서도 깜짝 놀라 몸을 움찔 떨고 말았다.

뭐야, 진짜 자는 거야? 나는 굳게 닫힌 그의 눈앞에 손을 가져가 흔들어 보았다. 꿈쩍도 않는다. 흔들리는 기색도 없이 숨도 고르다.

자는 척이 아니라, 진짜 자고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나 위로해주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난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울었는데, 사실은 위로를 받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으니 너무 황당하고 부끄러워져서, 나는 그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이봐요, 라테, 라텐테? 관장님?”

상당히 힘이 들어간 손길인데도, 그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니, 이 사람이! 그럼 나는 내가 우는 지도 모르는 사람 품에 안겨서 정신 놓고 울고 있었다는 거란 말인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부끄러움이 한층 더 짙어져, 나도 모르게 그를 흔들던 손길이 더 거칠어졌다. 어느새 내 손바닥은 그의 팔을 때리고 있었다.

“야! 일어나! 진짜 자는 거야?”

반말까지 튀어나왔다. 제발, 부끄러워 미치겠으니까 일어나 줘! 내가 정신 잃은 사람 붙잡고 위로받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고 해줘!

하지만 내 간절함이 부족한 걸까, 그는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내게 맞고 있으면서도 흔들림조차 없었다.

……혹시 잠든 게 아니라 죽은 거 아니야?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어 황급히 그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다행히 죽은 것은 아닌 듯 온기도 남아있고 맥도 뛰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쏟아졌다……는 잠깐만, 안도라니, 안도는 무슨 안도?

나는 다시 그를 부르고, 흔들고, 때리며 그를 깨웠다. 이 인간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걸로도 모자라서, 멘탈이 산산조각 난 틈을 타 나를 위로해주는 척하더니 은근슬쩍 내 침대에서 잠들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마웠던 마음이 괘씸함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내 이 인간을 가만히 둘 쏘냐! 나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일어나! 라! 고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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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때까지, 나는 그를 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왜 안 일어나냐고…….”

……그의 속눈썹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무슨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에게 저주 받은 공주님이야? 어떻게 이렇게 때렸는데도 안 일어나는데? 이게 말이나 돼? 나도 잠을 매우 깊이 자는 편이지만―최근엔 좀 아니었지만―이만큼 때리면 안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때렸다. 그런데 미동도 없다. 숨은 쉬는데, 죽은 것 같았다. 아니, 마법사는 뭐 잠잘 때 유체이탈이라도 하나? 말이 돼?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나는 결국 그를 깨우는 건 포기했다. 대신 불편한 자세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그의 몸을 편하게 고쳐준 뒤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덮어주었다. 깔린 이불과 덮는 이불 사이의 구겨진 종이들이 이불이 움직이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 거슬렸으나, 지금은 치우기가 조금 곤란했다.

내일 아침이나, 아니면 일마치고 돌아오면 치워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는 그만 침대에서 내려왔다. 피곤하긴 했지만 그의 옆에서 잘 담력은 없었거니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아직 악몽의 여파가 가시질 않아서 도저히 다시 잠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음, 그런 의미에선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나는 아까 라텐테가 앉았던 자리에 쪼그려 앉아 그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그가 날 위로하다가 잠들어버린 것은 좀 찜찜하지만, 어쨌든 그가 옆에 있어준 덕분에 악몽의 잔재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었으니까. 만약 깨어난 후에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직도 그 끔찍함에 몸서리치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가슴에 손을 대 보았다. 심장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쿵쿵 뛴다. 이렇게 내가 평온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 그의 덕분이니까―,

“……괘씸하지만, 봐줄게요.”

그리고 침대 기둥에 머리를 기댄 채 슬쩍 눈을 감았다.

**

“음……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부스스 눈을 뜬 라텐테는, 문득 보이는 새하얀 천장이 낯익은 것이 아니라는 것에 깜짝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

벌떡 일어난 그는, 제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이 살구색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뭐야, 여기 진짜 어디야? 당황한 그는 얼굴을 굳힌 채로 이불을 홱 걷어 젖히고 주위를 살피려고 했다.

“으엉아…….”

아마 그가 치워버린 이불이 꿈틀거리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헉! 뭐야?”

거기에, 화들짝 놀라서 몸을 움직이니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친 감촉이 닿아 확인해보니 마법진이 그려진 구겨진 종이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이건…….

“므어야, 익…….”

뭔가 떠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던져진 이불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덕분에 떠오르려는 생각이 다시 쏙 자취를 감춰버려 다시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문득 그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한 목소린데, 누구 목소리지……잠시 생각하던 라텐테의 얼굴이 쩍 갈라졌다. 설마? 그가 후다닥 그것을 걷어내자, 부스스하지만 익숙한 금발이 보였다.

“클레이브?”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뒤늦게 이것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극한까지 몸을 혹사시켰더니 결국 장소도 못 가리고 뻗어버린 모양이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열심히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클레이브의 머리를 한 손으로 턱 붙잡은 라텐테의 표정은,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왜 이러고 자고 있어?”

“움…….”

그의 손에 머리를 붙잡히자, 그제야 잠이 좀 깬 듯 클레이브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풀빛이 도는 그녀의 눈동자가 탁한 빛을 띤 채로 그를 흘끗 돌아보았다. 별로 놀란 기색이 없는 것을 보니, 그녀는 잠시 상황을 잊고 있었던 그와는 달리 이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일어났어요?”

하긴, 여기서 이러고 자고 있는 거 보면 답 나오지.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클레이브의 머리칼을 마구 휘저었다.

“왜 침대에서 안 자고 거기서 잤어? 불편하게.”

그는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녀는 그걸 정말 모르겠냐는 듯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어차피 덮칠 기운도 없었는데. 나 진짜 거의 반 죽었었어.”

그녀의 심정을 꿰뚫는 라텐테의 말에 얼굴이 잔뜩 붉어진 클레이브가 정색했다.

“그래도 외간 남자 옆에선 못 자요.”

그런데 그녀가 그것은 아는가 모르겠다. 표정은 저렇지만, 정작 그를 경계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부비거리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클레이브는 이전처럼 안색이 파리해진다거나 몸을 움찔 떤다거나 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의 입가에 빙긋이 웃음기가 어렸다.

녹스. 개 같은 자식이긴 했지만, 그 개 같은 자식 덕분에 그녀와 더 가까워졌다. 그것은 참 고마웠다.

물론 그녀가 들으면 기겁할 게 분명하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저 들떠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쓰다듬을 뿐.

그런데 돌연, 정색하고 있던 클레이브의 표정이 태엽 풀린 인형처럼 턱 풀어졌다.

“어, 라, 라테.”

“응?”

“저기, 시간이…….”

그녀의 시선이 그가 아닌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심상치 않아서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그녀가 쳐다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시계였다. 그런데…….

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본 라텐테의 올라가 있던 입매가 순식간에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고 멍하니 풀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탄식인지 신음인지 모를 짧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아.”

시간이, 아홉 시를 한참 지나가 열 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1.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8ㅁ8

하지만 전 이미 틀린 듯해요...아하하하하하핳힣ㅎ

즐감해주세요 :)...

선추코 감사합니담 ♥...

++) 151016 02:04am 약간의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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