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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21화 (21/50)

00021  Chapter 5. 엎친 데 덮치면 그 충격은 곱절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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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하는 아모르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언니가 충고를 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전까지의 그의 태도가 미적지근하고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날 이후부터 보이는 그의 태도는 누가 봐도 명확한 해답 같은 느낌이었다. 내게 관심을 표하는 것이 누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의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했던 그가 불쑥 내 자리를 찾아온 것이 그 시작이었다.

언제나처럼 내 자리에 앉아 평범하게 업무를 보고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내 뒤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머그컵을 쥔 커다란 손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가,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더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오지랖 넓은 에드윈 팀장님이 또 친절하게 커피를 돌리고 계시는구나, 했는데…….

놀랍게도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완전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감사합……헉.”

“안녕, 클레이브?”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딸꾹질을 할 뻔했다. 밤하늘 같은 반짝이는 흑색 머리칼에 유려한 미소를 지은 얼굴……여기서 보일 이유가 없는 인물이 지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이스프렌 님? 여긴 어떻게……아니, 왜……?”

“음, 응원 차?”

그는 분홍빛 달콤한 향을 풍기는 우유 홍차를 담은 머그컵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손을 놀고 있던 내 왼손으로 가져와 머그컵 쪽으로 밀어 그것을 잡게 했다. 아직 김이 올라올 정도로 온기를 머금고 있는 차였기에, 머그컵에 닿은 손에 조금은 뜨겁게 느껴지는 온기가……아니,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가 내 손을 잡았어!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각하는 순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며, 정신이 없어졌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덜덜 떨렸다.

“저, 저, 저 보러 오신 거예요?”

“네에, 이거 마시고 힘내라고요.”

“어…….”

당황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오롯이 나를 향하고 있는 그의 환한 미소가 심장에 못 박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의문이 싹텄다. 갑자기 뭐지? 내가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따뜻한 우유 홍차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것보다,

나한테‘만’, 왜?

“이걸 왜 저한테만…….”

“그야 너한테 관심이 있으니까?”

무심한 듯 덜컥 튀어나온 발언에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 어때?”

― ‘나 어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져 나온 그의 말에,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그의 목소리에서 다른 목소리가 겹쳐 들린 것 같았다. 이 상황, 처음이 아니었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기억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난 이 남자를 알아. 난 ‘예전에’ 이 남자를 좋아했었어. 이 일들은 이미 과거에 지나갔던 일이야. 이 남자는 이렇게 내게 다가와서 내 마음을 모조리 뺏어간 후에, 내 몸도 송두리째 가져갔지. 그리고 난 후에는…….

기억이 점점 되돌아올수록 내 자신이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안 돼, 클레이브, 그 남자는 절대로 안 돼. 그 호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기억이 완전히 돌아와 그에게서 멀어져야만 한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방금 전까지 ‘나’였던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난 후였다. 어느새 나는, 방금 전까지 ‘나’였던 그녀를 바라보는 제3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호의에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뻐하고 있었다. 제게서 떨어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그녀에게 닿지 않는 듯.

그리고 나는, 그 ‘나’이자 그녀인 데스크의 클레이브를 향해 웃고 있는 아모르의 얼굴에서 시커먼 악마를 보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는 그때부터 저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

이건 꿈이었다. 내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꿈이 아니고서야 내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그냥 꿈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나는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을 다 기억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와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결국 악마 같은 그 남자에게 홀딱 빠져버린 바보 같은 스무 살의 클레이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와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그 악마의 옆에서 뭣도 모르고 순진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계속해서 부르짖어도, 그녀에게는 닿지 않는 듯했다. 아무리 소리쳐도 내가 밟았던 그 길을 고스란히 밟고 있는 그녀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눈을 감았지만, 이 빌어먹을 꿈의 영상은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찌그러지는 내 미간, 아니, 그녀의 미간을 손으로 콕 찌르는 모습을 볼 때는 내 몸에 힘이 쭉 빠지며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더러운 욕망을 숨긴 그 잘생긴 얼굴로 가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붉힐 때에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집 쪽으로 향하는 두 인영의 발걸음, 꼭 맞잡은 두 손, 붉어진 얼굴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남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려는 상황은, 그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끔찍한 것이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내 몸이 발작을 일으키듯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빨이 다닥다닥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내고, 몸에 얼음을 통째로 끼얹은 듯 시리게 아픈 느낌이 온몸을 쿡쿡 찔러댄다.

아아, 싫어. 보고 싶지 않아. 부디 날 이 악몽에서 깨워줘. 왜, 왜 깨어나지 않는 거야?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몸과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였지만, 두 남녀가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그 장면부터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살면서 절대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끔찍한 그날인데, 보고 싶지는 더더욱 않은 그날인데…….

“읍, 읍, 윽…….”

구역질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것이 내 목구멍에서 새어나왔다. 어두운 방안, 불빛 하나도 없는 컴컴한 실내라 상식적으로는 사물 분간도 쉽게 되지 않을 정도인데, 이상하게 그 두 남녀의 모습만큼은 선명하다. 몸의 움직임은 물론, 표정의 변화까지도.

“사랑해, 레이.”

악마의 속삭임 같은 남자의 목소리도.

“저도요…….”

그것에 대꾸하는 황홀에 가득 찬 나의 대꾸까지도.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둘은 푹신한 침대 위로 쓰러진다. 그리고는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겨내고…….

적나라하게 보이는 그 치욕스럽고 더러운 행위에 결국 헛구역질이 터져 나왔다.

“우욱…….”

보기 싫어! 싫다고! 눈을 감아도 보고, 가려도 보고, 고개를 마구 흔들어 시야를 흩뜨려 봐도, 그 더러운 장면은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흐려지지 조차 않는다. 온몸을 잠식하는 끔찍한 느낌을 견뎌내려 입술을 세게 깨물었더니, 금방 피가 터져 비릿한 맛이 났다.

차라리 죽고 싶어, 싫어, 왜 내게 이런 걸 보여주는 거야?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끔찍한 기억을 다시 돌이켜야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미 다 지나간 일에 또 다시 상처를 받아야 하느냔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끔찍하고 더러운 장면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주변 공간은 아무것도 없이 새카매졌다.

……끝난 건가? 주변이 고요해짐과 동시에, 덜덜 떨리던 몸도 수그러들었다. 그에 저절로 입술을 물고 있던 힘도 빠졌다.

하지만 그것에 안심할 새는 없었다. 눈을 괴롭히던 장면이 지나가자, 끔찍한 소리들이 귀를 괴롭히기 시작했으니까.

‘이거 봐. 내 말 맞지? 걸려든다니까.’

‘저런 어린 애는 아무것도 아냐. 한 달도 내가 밀고 당겨서 조정한 거라니까?’

‘그럼, 당연하지. 마음만 먹었으면……음, 일주일은 좀 무리고, 이주일이면 됐어.’

‘후후. 아무리 예뻐 봤자, 그런 경험 없는 무지렁이 정도야.’

어떻게 듣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 말 외에는 아무것도 뇌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내 기억에 남아있는 건, 이 말들과 이 말들을 한 사람이 아모르였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그의 인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새카만 무(無)와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먼저 나타나고, 그와 대조되는 흰 얼굴에 자리한 붉은 입술이 날카로운 검신 같은 호선을 그리며 서서히 드러난다. 그를 끔찍하게 여기게 된 지금에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얼굴에…….

시커멓고 붉은 색이 마구잡이로 뒤엉킨 악마의 가면이 덧씌워졌다. 이상한 가면이 덮여 기괴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의 입에서 내 심장에 커다란 말뚝을 박았던 그 한마디가 다시 튀어나와 메아리쳤다.

‘클레이브? 뭐, 귀엽긴 한데……사랑? 푸핫, 그런 꼬맹이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그냥 어린 맛에 데리고 노는 거지. 적당히 장단 맞춰주다 깔끔하게 끝내면 돼.’

쨍그랑―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깨졌다. 예전에 이미 깨져서 산산조각 난 줄 알았는데, 더 부서질 것이 남아 있었던 걸까?

그 의문이 듦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암흑은 순식간에 걷히고, 새하얀 방 천장이 보였다. 새하얀……새하얀?

분명 나는 램프를 끄고 잠들었는데?

그때, 내 옆자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친 기색이 잔뜩 묻은 갈라진 남자의 목소리가 개미 기어가듯 들려왔다.

“클레이브, 괜찮아……? 아, 진짜…….”

============================ 작품 후기 ============================

1.

제가 요즘 정신이 없습니다 8ㅁ8... 시험기간에 과제에...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스트레스 받아서 글이 잘 안써져요 ㅠㅠ 안 그래도 쓰기 어려운 부분인데...

오히려 꿈의 비현실적인 걸 표현하는 게 더 힘드네요... 아니 비현실이 아니라 개연성이 없는 걸 막상 없게 써야한다고 의식하고 쓰려니까 그것도 힘들더라구여...

이번 편 심각하게 맘에 안 드는데...제 필력의 한계를 지대로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ㅠ

아뮤튼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_ㅠ♥

2.

흠 롤 생각한 건 저 뿐이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생각보다 다양한 라이너가 나와서 놀랐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롤 라이너랑 친구가 아이라이너라 그래서 다들 아이라이너 얘기하실 줄 알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ㅍㅌ라이너에 그림그릴때 쓰는 라이너에 라이터까짘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ㄷㅐ답이 넘 다양해서 현웃ㅋㅋㅋㅋㅋ

선추코 감사합니다 ♥ 여태까지도 부족하긴했지만 유독 부족한 이번 편도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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