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8 Chapter 4. 불행에는 항상 전조가 있다더니 =========================================================================
숨이 막히는데, 목을 조르는 힘이 너무 세서 기침도 나오지 않는다. 진짜로 죽일 셈인가, 저놈이. 녹스가 제 목을 붙든 그의 팔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아래로 떼어냈다. 다행히 힘이 비정상적으로 세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떼어내려고 마음먹으니 어렵지 않게 떨어져 나갔다.
떼어낸 라텐테의 손을 홱 내팽겨 치고 일어난 녹스가 손으로 목을 쓸었다. 열이 후끈후끈 오른 것이, 상당히 부은 듯했다. 그는 욱신거리는 목을 어루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숨이 트이자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콜록, 뭐야, 진짜 죽이기라도 하려……윽!”
하지만 숨통이 트이기도 전에, 다시 라텐테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아니, 이놈이……여태껏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라텐테였기에, 녹스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또 다시 치고 들어오는 그의 공격적인 손길을 막지 못했다.
이런 젠장, 또 다시 숨통이 막히는 느낌에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라텐테의 팔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는 잡은 그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안 놓을 거다, 놓으면 정말로 죽을 지도 몰랐으니까. 녹스는 라텐테의 손목을 꺾어 쥐고는 여유가 완전히 식어버린 서늘한 표정을 한 채로 그를 노려보았다.
“다짜고짜 나타나서 하는 인사 치곤 과격하군.”
“너랑 내가 인사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잖아?”
“요즘 자주 만나는데, 좀 주고받을 수도 있지.”
“닥쳐. 그럴 마음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거친 말을 쏟아내는 라텐테의 옆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그들 사이에 있던 공기가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그 충격에 녹스는 그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미처 피하지 못해 그 충격파를 맞은 손목이 강한 통증을 호소하자,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윽.”
그 작은 신음과 함께, 라텐테의 옆에서 번쩍이던 빛이 수그러들었다.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힘을 잃은 종이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의 마법이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손목을 붙든 채로 라텐테를 노려보는 녹스의 얼굴이, 답지 않게 아주 심각하게 구겨져 있었다.
방금 라텐테가 썼던 마법은 분명 충격파였다. 물론 강도가 ‘진짜’ 충격파 마법에 비하면 그저 슬쩍 흉내만 낸 수준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진짜’가 아니다, 그 말인즉 지금 그는 없는 마법을 만들어서 쓰고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아마 기본 마법을 응용해서 다른 영역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전 대륙, 아니, 전 차원을 통틀어도 이놈뿐일 거다. 종이에 쓰인 식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사인 그는 심지어, 지금은 봉인되어 사용할 수 없는 마법들도 수식만 있으면 여전히 흉내 낼 수 있었다. 그것을 방금 전에 그가 썼던 충격파를 보고 깨달았다.
젠장,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이 다 있단 말인가. 녹스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를 으득 갈았다. 그는 힘에 미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제 마법 하나로도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놈이었다.
“역시, 네 마법은 사기야.”
“그걸 알면 내 걸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아니, 적어도 경고할 때 물러나지 그랬어?”
대꾸하는 라텐테의 목소리가 차갑다. 확실히 마법적인 능력으로만 놓고 봤을 때, 녹스는 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저것 구분할 것도 없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라텐테의 마법과, 사람이 잠을 자고 있는 상태를 전제하고 있는 경우에만 쓸 수 있는 녹스의 마법을 대 봤을 때, 그 우위는 볼 것도 없이 전자였다.
하지만 녹스는 그 어조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는 십이 년 전 마음만 먹으면 세상 모든 마법사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던 라텐테가, 저를 노리는 마법사들을 죽이지 못하고 도망 다니던 것을 직접 지켜봤던 이들 중 하나,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힘을 노리고 지켜봤던 마법사들 중 하나였다.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설 만한 강단이 없던 라텐테의 모습을 직접 봤던 녹스다. 그래서 이제 와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쉽게 위기감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목을 조를 때에는 정말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 그는 지금 살아있지 않은가.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다. 그때와 태도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제 손에 피를 묻히고 누군가에 위에 올라설만한 놈은 아닌…….
그때, 라텐테의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녹스의 귓가를 찌르며 그의 상념을 끊었다. 갑자기 왜 웃어재끼는 거지? 미간을 찌푸리며 라텐테의 눈을 보니,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제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빛을 띤 채로 녹스를 향해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라텐테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야, 넌 나한테 어떻게 그 많은 마법들이 있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하지만 제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뉘앙스를 폴폴 풍기는 질문. 네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마법이 있을 수 있었느냐고? 그야 당연히…….
잠깐만, 생각을 하던 녹스의 얼굴이 다시금 서서히 창백하게 질리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많은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내 피에 그 많은 마법이 있었다는 건,”
그의 생각과 똑같은 말이 라텐테의 입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성큼, 라텐테가 큰 보폭으로 녹스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서 실없이 흘러나오는 듯했던 미소가 지워졌고,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내 윗대 마법사들도 누군가에게서 마법을 뺏었다는 거야.”
미소가 지워진 라텐테의 얼굴에서 살기가 뚝뚝 흘렀다. 냉한 표정은 자주 봤지만……이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게 살기를 내뿜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해답은 몸이 내려주고 있었다. 그와 마주쳤을 때 지금처럼 공포가 느껴지고, 몸에 소름이 돋은 적이 없었으니까.
뭐야, 진짜로 죽일 셈인 거야?
그러나 제게 죽음이 닥쳐오는 것을 직감한 그 순간 녹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은, 우습게도 두려움보다는 의문이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내 윗대 마법사들은.”
대답을 하면서 동시에 라텐테가 그의 얼굴 앞에 손을 펼쳤다. 그러자 주먹만 한 새하얀 불꽃이 핀 종이 수십 장이 순식간에 녹스의 온몸을 감싸더니, 그의 몸에 옮겨 붙어 커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달빛, 새하얀 불꽃.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새하얀 라텐테의 은발. 그는 앞뒤로 저를 비추는 빛을 받으며, 새하얀 불꽃에 먹혀가는 녹스를 바라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지키기로 마음먹은 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지켰거든.”
“크아악!”
가짜 불 마법이었지만, 불은 불이었다. 녹스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라텐테는 그런 녹스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마지막 남은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노리는 것들은 죄다 죽여서 말이야.”
녹스의 가슴팍 쪽으로 날아간 그 종이에서는, 다른 것들과 다르게 커다란 붉은색 불꽃이 튀어나와 그를 동여매듯 감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나마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의 고통이었는데, 붉은 불꽃이 몸을 감싸는 순간 그 고통은 더 커져 이젠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녹스는 불꽃에 완전히 잡아먹혀 새카맣게 암전된 시야 속에서 죽음을 직감했다. 점점 의식이 꺼져간다.
아아, 나는 왜 앞만 보고 뒤는 못 본 건가.
녹스는 생각 짧기 그지없던 제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웃었다. 물론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진짜로 소리 내어 웃을 수는 없었지만.
“그러게, 경고할 때 클레이브한테 관심 껐으면 좋았잖아.”
흐릿한 의식 너머로 라텐테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간간이 색색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이, 상당히 지친 모양이다. 힘이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영 시원찮았다. 하긴, 한 번에 그렇게 많은 마법을 써댔으니 지칠 만도 하지.
이렇게 느릿하게 사라지는 힘이라면, 가기 전에 거한 선물 하나 정도 해줄 수도 있겠군. 녹스는 마지막 남은 의식을 최대한 집중했다.
새하얀 불꽃과 붉은 불꽃에 싸인 녹스의 몸에서 나온 시커멓고 서늘한 기운이 클레이브의 집 쪽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앞에 다소 지친 모습으로 앉아 마법을 흡수하고 있던 라텐테는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꺼져가는 불꽃 속에 그을린 녹스를 확 잡아 제 쪽으로 당기며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어디가 얼굴이었는지도 제대로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끔찍하게 타버린 녹스에게서, 마지막 남은 힘을 억지로 짜내어 기괴하게 갈라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악……몽을……맞아……내……마지……막…….”
뚝뚝 끊어지는 데에다 완전한 말도 아니었지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라텐테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이, 미친……!”
이제야 여유가 좀 생겼던 라텐테가 다시 급해졌다. 지쳐 있었지만, 남은 기운을 다 짜내서 녹스의 마법을 흡수하고 재빨리 클레이브의 집 쪽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1.
故 녹스(...) 안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오늘편의 라테는 사이코패스같다...음...무서워
드디어 다음 챕터다 'ㅁ'...또 제목 생각해야 된다...
괜히 관용어구로 시작했어 ()...뭔가 맞춤해야 할 거 같아서 제목 지을 때마다 고민고민고민고민고민...................
시험이 이주도 안 남았대요!!! 공부하기 짱!!!!!시룸.... 아 8ㅁ8...
절망스럽습니다...낼부턴 조모임...으...아.........................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산산조각납니다! 치킨이 먹고싶어!!!!!
2.
우와 오랜만에 그리운 독자님들 코멘트가 여럿 보여요 8ㅁ8!!
다들 바쁘신가보네요 @[email protected] 저는 저번 소설과 분위기가 영 다른 걸 보고 떠나신줄...
아 물론 지금 작품 봐주시는 독자분들도 다들 닉네임 코멘트 꼼꼼히 다 읽어요!!
보였던 분들 계속 보이면 반갑고 감사하고 막 재밌다고 해주시고 등장인물 응원해주시고 녹스 욕해주시고(?) 그러면 막 즐거워서 광대 승천해요!!!
그런 의미에서 많이많이...><
추천도 좋아요 :3 왜냐면 작품 들어가자마자 수치변동 바로 보이는게 선작이랑 추천이거든요 8ㅁ8! 물론 선작이 줄어들 때는 가슴이 파삭파삭 아프지만!!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신 것만으로도 저는 그저...!
감사합니다 (_ _)!
선추코 항상 감사합니다 ♥ 잊지말고 한 번씩만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