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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17화 (17/50)

00017  Chapter 4. 불행에는 항상 전조가 있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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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무인마차 안. 평소와 전혀 다른 것 하나 없는 상황이지만, 오늘따라 이 상황이 괜스레 불안하고 위태로운 느낌이 든다. 나는 꼭꼭 접힌 채로 내 주먹 속에 고이 쥐어져 있던 라텐테의 종이를 다시 펼쳤다. 낡아 빠져 색마저 죄 바래버린 종이 속에 그려진 기묘하고 복잡한 모양의 문양은,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새하얀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거야, 이거. 이것 때문에 더 불안한 거라고.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위험한 상황에 나를 지켜줄 것이라던 이 종이가 나를 안도시키기보다는 더 초조하게 한다. 그것은 마치 내가 반드시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데려다 달라고 했어야 했나.”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어 놓고, 혼자 흠칫해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나를 죽이려들지 않을 거라고 라텐테가 말했으니 괜찮을 걸, 뭐 하러 굳이 되뇌기 싫은 기억을 스스로 되뇌는 짓을 스스로 한단 말인가. 무서워할 거 없다,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 바람에 손에 쥐어져 있던 낡은 종이가 파삭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앗, 이거 구겨지면 안 되는 거 아냐? 놀라서 허둥지둥하며 재빨리 다시 종이를 펼쳐 보니, 여전히 그려진 문양에서는 은은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괜찮은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이 푹 쏟아졌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음.

그러다 문득 종이 한 장에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졌다. 물론 그 종이가 그냥 평범한 종이가 아니라곤 하지만, 그래도……아니, 그래도가 아니라 그래서가 맞는 건가.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이 떨어져 졸지에 마법사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그 마법사에게서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마법사의 도움을 받는다? 심지어 날 지키려고 하는 마법사는 나에게 무한한 호감을 가지고 있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차라리 연애소설의 소재라고 하는 게 나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일이다. 근데 이게 내게 닥친 현실이란다. 사실 아직도 이것이 그다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딱히 별 일이 없어서 그런 지도. 지금까지는 졸지에 고대어 마스터를 한 것과,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이상한 종이 말고는 딱히 비현실적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고, 위기라고 할 만한 것은 더더욱 없었다.

기분이 참 복잡 미묘했다. 황당하고 어이없으면서도 나름 행복하고, 행복한 듯하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며, 불안하고 초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감정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부유감이 든다. 도대체 이건 무슨 기분이지.

막 고민하려던 차에, 마차가 멈췄다.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 몰라. 피곤해.”

그리고 마차의 멈춤과 동시에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포기했다. 생각해서 뭐하나, 맞추면 상 주는 것도 아니고. 빨리 들어가서 일단 침대에 누워야지. 나는 구겨진 자국이 남아있는 종이를 다시 곱게 접어 외투의 속주머니에 집어넣고 마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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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니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씻지 않고 누워 잠드는 대참사는 면했다. 피곤에 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눕는 대신 자연스럽게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워내는 것을 선택했다. 참, 습관이란 대단하단 말이지.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외투에 넣어뒀던 종이를 꺼내와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는 수건을 내팽겨 치고 다시 종이를 펼쳐들었다.

도대체 아까부터 이걸 왜 자꾸 펼쳐보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신기하긴 했지만 이렇게 하릴없이 쳐다보고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정신 차려보면 계속 들고 쳐다보고 있다. 혹시 몸에서 떼어놓지 말라고 유혹하는 마법이라도 걸어둔 건가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이 쏟아져서 시야가 흐릿한 지경에 이르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걸 쳐다보고 있느냐는 말이지.

잠이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갑자기 눈꺼풀이 확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직 저녁도 안 챙겨먹은 데에다 옷도 안 갈아입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누움과 앉음의 경계에 있던 몸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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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의 꽃이 만발한 정원, 온통 풀과 꽃으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어 길이라고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이어진 이곳뿐이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쭉 나아갔다.

걷고, 또 걸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하지만 한참을 나아가도 보이는 것은 화려한 빛을 뽐내는 꽃들 뿐, 아무것도 없었다. 이어진 길은 끝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야, 이 정도 걸었으면 뭐라도 하나 나와 줄 법도 한데.

생각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앞에 커다란 석문이 나타났다.

갑자기 진로를 방해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다지 당황스럽지 않았다. 나는 당황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그 석문을 살펴보았다.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분명 예사로운 것은 아닌 듯했다.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져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만 같은 단단하고 우람한 자태다. 열 수는 있는 건가 싶어 조금 더 살펴보는데, 문 가운데에 걸린 세 개의 자물쇠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것들, 분명 자물쇠는 자물쇠인데 열쇠 구멍도 없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도 없는 요상한 자물쇠였다.

그런데,

“뭐야, 하나는 풀려 있네.”

굳건하게 걸린 두 개의 자물쇠와 달리, 가운데 걸린 자물쇠 하나가 입을 벌린 채로 힘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왜 가운데 하나만 풀려 있는 거지? 다른 것도 풀 수 있는 건가 싶어 단단하게 걸린 다른 자물쇠들을 흔들어도 보고 잡아당겨도 봤지만, 문 못지않게 단단한 자물쇠들은 꿈쩍도 않았다.

도대체 이 문이 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자물쇠를 못 풀어서 지나가지도 못할 문인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자물쇠를 돌려보고 뒤집어보았다. 혹시 풀 수 있나 싶어서. 그때 문득 자물쇠 뒤편에서 무언가 눈에 띄었다. 열쇠구멍도 없는 철벽 민무늬 자물쇠에 난 그 유일한 무늬는…….

별건 아니고, 작은 원이었다.

“원?”

문득 머릿속에 섬광이 스쳤다. 도대체 어디서 연관성을 찾아낸 것인지는 생각한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때 퍼뜩 떠오른 것은 라텐테가 건네준 종이에 그려진 문양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떠올린 것은 그 문양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다른 문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 나는 손가락으로 그 원 안에 생각한 그 모양을 그려 넣고 있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그것을 그려 내려가는 내 손에는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내 손이 내 손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뭐야, 이거. 무서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 안에 문양을 다 그려 넣고 나니, 갑자기 그곳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라텐테의 마법과 비슷한 새하얀 빛, 하지만 그 밝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온 세상을 새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강한 빛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철걱거리는 무거운 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그리고 한참 후에 빛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꽃이 만발했던 밝은 백금색의 정원은 사라졌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익숙했던 내 방 풍경이 시야에 펼쳐져 있었다. 그 말인즉…….

“뭐, 뭐야. 또 꿈이야……?”

그래, 또 꿈이다.

요 근래 꽤나 자주 겪어서 이제는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침대 옆 램프를 켰다. 도대체 왜 이러지? 평생 없던 일이 올해에만, 아니, 거의 한 달 새에만 세 번째다. 어제야 이유가 있는―별로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상황이었다만, 그것 말고도 벌써 두 번째. 나는 채 지워지지 않은 피로감에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이제 막 열두 시를 지난 참이었다.

“아, 짜증나…….”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램프를 껐다. 다행히도 꾸다가 깬 꿈이 악몽은 아니었고, 매우 피곤한 탓에 다시 잠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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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클레이브의 집 맞은편에 있는 집 지붕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로, 만월을 등지고 앉은 녹스의 서늘한 흑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오늘도 머릿속을 뒤져서 봉인에 대한 단서를 조금이라도 찾아내려고 했는데, 라텐테가 미리 손이라도 써뒀는지 쉽게 침범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짜증이 나야할 상황에도, 그의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 올라가 있었다.

왜냐하면, 오히려 결과는 더 좋아진 꼴이었으니까.

봉인이 더 풀렸다. 한층 더 짙어진 마법의 기운을 받으며 녹스가 질척하게 웃었다.

“재밌네. 딴에는 지킨다고 하는 짓 같은데,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드는 꼴이라니.”

“누가 누굴 위험하게 만들어.”

“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뒤에서 낮게 깔린 음성이 들려왔다. 숨소리조차 숨겨가면서 살아왔던 놈이, 요즘 들어 숨어 지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나타난다. 녹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화려한 은발을 날리며, 라텐테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사람 몇 명 죽인 것 같은 살인귀 같은 무서운 표정이 떠 있지만, 실상은 사람 한 번 죽여 본 적 없는 놈이라는 것을 아는 녹스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렸다.

“뭐야, 또 만나……컥.”

그러나 그의 비꼼 가득한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 라텐테가 그대로 손으로 그의 목을 콱 잡은 것이다. 낮에 멱살을 잡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야.”

“커윽…….”

목을 조이며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 있다.

“내가 건드리면 죽여 버린다고 했어, 안 했어.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의 목을 붙든 라텐테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1.

늦어서 죄송합니다 8ㅁ8...

그런데 앞으로도 좀 늦을거 같아요...이제 시험기간...과제...

헬이 코앞으로 다가왔스ㅂ니당 헤헤 :3...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라테 투디가..............!

그림은 너무 이쁜데, 뭔가 자세가...좀 부자연... 자연스럽게 다리에 팔 얹고 턱괴는 자세를 원했는데, 러프를 받았을 땐 그랬었는데 선 정리하고 나니 팔이 다리에서 떴어요 8ㅁ8...!

그래도 그림 자체는 너무 예뻐서 ♥ 마음에 듭니다!

뜰이나 공지에서 크게 보실 수 있어요 :3

2.

ㅋㅋㅋㅋ녹슼ㅋㅋㅋㅋㅋ이름에 대한 반응이 다들 짜네욬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름이 어둠침침한 이유는...녹스 뜻이 아마도 어둠...이런 뜻이라서 그럴 걸요 :3 저도 잘은 몰라요!

이름에 뜻이 있냐고 물으신 분도 계신데!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당...처음에 지을 때는 호기롭게 이름에 적힌 의미를 살려서!!!...라는 취지는 많이 없어졌지만, 네, 뜻은 있어요 ㅎ_ㅎ... 영어 철자를 제멋대로 읽긴 했지만 말이죠 ^-^;

선추코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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