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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13화 (13/50)

00013  Chapter 4. 불행에는 항상 전조가 있다더니  =========================================================================

Chapter 4. 불행에는 항상 전조가 있다더니

집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실을 때까지만 해도 날아갈 듯 가볍고 몽실몽실하던 내 마음은, 그러나, 마차에 혼자 남겨지자마자 싱숭생숭해졌다. 뭐지, 라텐테가 밀어붙여서라도 같이 타주길 바란 건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역시 아까 식당에서 느꼈던 그 이상한 일 때문인가.

“──────”

나는 아까 식당에서 내가 얼떨결에 내뱉었던 고대어 단어들을 천천히 다시 내뱉어보았다. 단어들끼리의 연관도, 나에게 딱히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 이 단어들이 왜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단어를 내뱉었을 때 라텐테가 보였던 표정은 뭐고, 내가 느꼈던 그 이상한 기분은 대체 뭐였을까.

하지만 지금은 또 아무렇지도 않다. 뭘까, 안 느꼈던 걸 느꼈다고 착각이라도 한 걸까?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다. 다시 회상하라면 얼마든지 다시 회상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찜찜해.”

내가 마차에서 내릴 때쯤, 이미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방해 없이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드는 생각은 이상한 갑갑증과 답답함, 그리고 의문이었다. 도대체 뭘까, 왜 계속해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뭔가 해답이 떠오를 듯 말 듯한 찝찝한 기분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로 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라텐테와 이야기를 더 해봤어야 했던 걸까. 그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그를 못 따라오게 막은 건 나였다. 이제 와서 후회해서 뭐해.

**

어둡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어둡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고, 난 왜 여기에 있는…….

“레이!”

생각하기 무섭게, 내 뒤편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익숙한……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나도 모르는 새 그러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아주 천천히.

그리고 돌아간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자리, 그 자리에는 환영처럼 그 남자가 반짝이는 빛을 내며 서 있었다.

밤하늘 빛처럼 검은 머리칼에 깊은 남색 눈동자, 그리고 나를 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꽃처럼 화한 미소.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사랑을 속삭이던 사 년 전 그때의 그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당신이……왜…….”

“예전부터 항상 널 지켜보고 있었어. 네가 좋아, 레이.”

그때와 똑같은 말을 하면서, 천천히 내게로 다가온다.

아아, 이건―

나는 뒷걸음질 쳤다. 싫어, 당신이 왜 여기에서 사 년 전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니야.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갓 소녀 태를 벗은 어린 아가씨가 아니라고.

“오지 마.”

“너도 나를…….”

하지만 그에게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저 그날을 재현하고 있는 것만 같은 그 남자는, 그때와는 다른 내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다가와 천천히 내 몸을 끌어안았고……손을 천천히 내려서 내 등 뒤를 슬슬 더듬기 시작했다.

“시, 싫어…….”

잊어버린 줄 알았던 온몸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소름끼치는 느낌이 다시금 내 등 뒤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아래로 내려와 천천히 내 온몸을 잠식해간다. 그 느낌과 함께 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뻣뻣하게 굳어진다.

벗어나야 하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누군가 내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의 손은 멈추지 않고 내 몸을 계속해서 더듬었다. 목 뒤부터 시작해서 등, 허리……그리고 앞으로 돌아와서 배를 한 번 쓸었다가 조금 더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전보다 더 천천히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발…….”

천천히 올라오는 그 손길은, 소름끼치다 못해 서늘한 얼음이 닿는 듯 숨 막히는 냉기까지 가지고 있다. 이건, 이건 아니야.

“싫다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적처럼 눈이 뜨이며, 그 남자의 환영도, 손길도, 끔찍한 느낌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꿈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꿔 보는, 모든 감각이 생생한, 잊히지 않을 소름끼치는 악몽이었다.

눈을 뜨고 돌아본 주위는, 꿈속에서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무서웠다. 나는 아직까지도 꿈속에서의 충격을 잊지 못해 덜덜 떨리고 있는 몸을 일으켜 재빨리 침대 옆 램프의 불을 켰다. 밝은 흰 빛이 퍼져 내 주변을 환하게 비췄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 몸의 떨림이 천천히 줄어들어갔다. 긴장이 풀리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흑…….”

정작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나를 들쑤시는 이 악몽은 대체 뭐란 말인가. 왜 평생 꾸지 않았던 꿈의 처음이 이런 끔찍한 악몽인 거지? 왜 잊히려고 하는 때가 되어서야 나타나서 다시 나를 수렁에 가두려는 거야.

분명 이불 속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추워. 나는 양팔로 내 몸을 세게 그러안았다. 끔찍하고 더럽고 무섭다. 눈을 감으면 그 어둠속에서 그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아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전혀 원치 않게 끔찍했던 그날로 되돌아가버린 그 맑은 밤은, 나를 끝없이 괴롭히며 느릿느릿 지나갔다.

**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낼 때쯤 되어서야, 그 악몽의 잔재는 서서히 내게서 떠나갔다. 어둠이 무서워 제대로 눈을 깜빡이지도 못한 채로 밤을 지새우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시계는 어느덧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일을 제대로 하기는 아무래도 글렀구나, 나는 수 시간을 웅크리고 있어서 뻣뻣하게 굳은 몸을 천천히 펴며 출근할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

잘 먹지도 않는 화장을 어거지로 하고, 옷은 평소 출근할 때 입던 것보다 헐렁하고 편한 원피스를 걸치고 그 위에 얇은 코트를 걸쳤다. 거기에 뿔테안경까지. 오늘의 복장은 최악이다. 사람을 많이 마주치는 일을 하면서, 이 정도면 거의 폭탄 수준이 아닐까 싶다. 심각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컨디션이 엉망이었으니까.

내 모습의 심각성은, 문을 열어두고 책상 위에 퍼질러져 있는 나를 본 라텐테의 반응에서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클……레이브, 어디 아파?”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이 ‘너는 누구냐?’를 간접적으로 외치고 있는 것을 보니 내 상태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피곤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저 조각 같은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 꼴이 심각하게 부끄러웠다. 나는 픽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에 대꾸했다.

“아뇨, 그냥 잠을 좀 못 잤어요.”

“왜?”

갑자기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아니면 어제 꿈 때문에 내가 예민해진 걸까? 어느 쪽이든 지금 나를 향해 있는 그의 시선은 조금 무서웠다. 나는 몸을 슬쩍 뒤로 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냥……악몽을 좀 꿨어요.”

“악몽?”

그의 새하얀 눈썹이 들썩였다. 상당히 궁금해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이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을 입으로 지껄이며 다시 되새기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그냥 잘라버렸다.

“말하기 싫어요. 묻지 말아줘요.”

내 칼 같은 선수 치기에, 말을 꺼내려고 입을 우물거리던 라텐테가 다시 입을 닫고 볼을 긁적였다. 그의 얼굴에 답지 않게 난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내게 손을 대지도 못하는 터라 잠시 헤매던 그는, 이내 의자에 축 늘어져있는 내 옆에 쪼그려 앉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맞췄다.

“안 물어. 괜찮으냐고 물어보려던 거였는데. 안 쉬어도 되겠어?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그 날카로운 말에도 라텐테는 다정하게 대꾸했다. 확실히 이 남자는 그와 달라, 숨 막히는 다정함에 순식간에 악몽의 잔재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며 또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 화장했는데 좀 울지 말자. 나는 불굴의 의지로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는 슬쩍 손을 내밀어,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그의 무릎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의 소맷자락을 아주 살짝 잡았다.

“클레이브?”

그 작은 스킨십 하나에, 라텐테의 얼굴에 잔뜩 새겨져 있던 난색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그 자리에 경악과 당혹감이 들어찼다. 그의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리며 제 소매를 붙든 내 손과 추한 내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소매를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눈동자를 그에게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라테, 라테는 그 남자와 다른 것 같아요. 정말 다를까요? 다르겠죠?”

음, 내가 내뱉었지만 정말 밑도 끝도 없다. 하지만 라텐테는 설명 하나 없는 그 불친절한 질문에도, 눈부시게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주 강한 확신이 서린 말투였다.

“응. 난 달라. 적어도 네게 이렇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진 않을 거거든.”

그가 내게 소매를 잡힌 반대쪽 손으로, 소매를 쥐고 있는 내 손을 잡았다. 한 순간 흠칫했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이내 나는, 그의 다정함이 묻어나는 손길에는 더 이상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손을 완전히 덮을 만큼 커다란 손으로 내 손을 잡아 든 라텐테는, 그 손을 제 볼로 가져가며 살짝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아니, 정정. 네가 받은 상처, 아물 수 있게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그의 피부는 말할 수 없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는 내 손을 제 볼에 갖다 댄 그 상태 그대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짙게 미소가 깔린 입가에 잡고 있던 내 손을 가져가, 살짝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바닥을 지나 온몸을 저릿하게 울렸다. 그 생경한 감각에 몸을 흠칫 떠니, 라텐테가 그 손을 곱게 내 무릎 위로 되돌려 놓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앉아 있는 나를 그대로 폭 그러안았다.

“내게 널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

이건 조금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아직 꿈속에서 나를 안고 욕망을 불태우던 그 남자의 잔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옅어져가던 두려움이 다시 머리를 내밀기 직전, 나를 안은 그의 손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더 내려가지 않고 딱 머리만.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손길에, 이내 나는 머리를 내밀려던 두려움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넓고 따뜻한 데에다 좋은 향기까지 나는 그의 품에서 힘을 빼고 슬쩍 눈을 감았다.

그렇게 꽤나 오랫동안 나를 토닥이던 라텐테가, 어느 순간 문득 분위기에 맞지 않게 키득거리며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이거. 괘씸한데 고마운걸. 기분이 좋으면 안 되는데, 아, 너무 좋다.”

그리고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드는 그 말에, 나는 그의 몸을 밀어내야만 했다. 뭐야, 저 말투,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잖아? 나는 그에게서 떨어져서 그의 방실거리는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물으려고 했다.

“잠깐만요, 라테. 그 말 뭔가 이상하…….”

“이따가 얘기해 줄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하지만 밀어내자마자 다시 들러붙는 그 때문에 내 말은 그대로 막히고 말았다. 아니, 이 남자가……아주 기회를 제대로 잡았구나. 아무래도 여태껏 스킨십을 못한 것이 상당히 답답했나보다. 안고 있는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힘을 주어 밀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나야말로 당신이 매우 괘씸한데, 안 그래도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태인데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해답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의 말이 너무 거슬렸다. 궁금했다.

하지만……내 상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은 그의 품은, 나쁘지 않았다. 호기심은 잠시 뒤로 미뤄도 될 정도로.

그래, 이따가 얘기해 준다니까. 잠깐은 괜찮겠지. 어차피 오래 이러고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나는 그를 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그의 품에 몸을 맡겼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누군가에게 안기면 어떤 기분인지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누구의 품도, 지금 이 남자의 것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1.

다들 명절 잘 보내셨나요 ^0^...내일이 지나면 이제 다시 일상으로...

왜 쉬는 날은 이렇게 빨리 갈까요 으으 ㅠ 눙물이 앞을 가립니다...

2.

고대어 궁금해하시는 분들 계신뎁...그냥 고대어라서 저렇게 적었습니당...남의 나라 문자 막 갖다쓰기도 그렇고 해서 ㅎ_ㅎ 그냥 고대어구나! 라고 해주세욬ㅋㅋㅋㅋㅋㅋ

녹스는...잘생긴 남자입니다...()남자는 잘생겨야죠 그죠...?

물론 라테가 더잘생김 -///-♥

사랑을 달라고 했더니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셨어...♥ 춤추고 싶네옇 제 사랑도 받으세요!(찡긋)

선추코 항상 감사합니다 :3♥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더 열심히 쓸게여 (_ 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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