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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의 주인은 마법사입니다-2화 (2/50)

00002  Chapter 1. 내일의 해는 서쪽에서 뜨나?  =========================================================================

Chapter 1. 내일의 해는 서쪽에서 뜨나?

“힉.”

갑자기 불쑥 온몸을 뒤덮는 이상한 느낌에, 나는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잠에서 깨어났다. 밤하늘이 어두운 것을 보니, 아직 새벽이다. 내가, 내가…….

자던 도중에 일어났어?

나는 평소에 잠을 자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든다. 자는 도중에는 바깥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못 일어날 정도로 감각이 무뎌진다. 그 말을 한 마디로 하면, 웬만하면 깊은 밤 숙면을 취하고 있을 때에는 중간에 깨는 일이 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다가 온몸에 오한이 들고 소름이 돋는 느낌에 시커먼 하늘이 인상 깊은 어두운 새벽에 눈을 뜨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몸에 소름이 돋는 이상한 느낌 때문에 일어났는데, 일어나고 나서 자각한 사실에 더 소름이 끼친다. 뭐야, 대체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불안함이 뇌리를 팍팍 스쳐갔지만, 나는 고개를 휙휙 저어 그 못된 망상들을 쫓아냈다. 뭘 잠에서 한 번 깨어났다고 오버야.

망상을 하는 사이에도 나의 꿀 같은 수면 시간은 자비 없이 지나간다. 안 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다시 잠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몇 시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탁상 위에서 번쩍번쩍 빛을 내고 있는 시계를 보았다. 그 와중에도 시계에서 나는 빛이 이렇게 밝다니,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정말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출근을 위해 원래 일어나는 시간은 일곱 시 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세 시. 무려 네 시간 반이나 남았다. 다행이다. 아직 잘 시간은 충분히 많았다. 손바닥 뒤집듯 금세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잠이 들어보려고 푹신한 침대에 털썩 드러누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울상이 된 채로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원망했다.

“잠이 안 와…….”

망했다. 눈을 감고 침대 위를 뒤척여도, 심호흡을 해도, 양을 만 마리까지 세어도, 데운 우유를 마시고 누워도 한 번 달아난 잠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아주 애매하게 한 시간 전에나 일어나버리지! 꿀 같은 네 시간 반의 잠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미친 듯이 억울했지만, 이미 깨어나 버린 걸 어떡하라고. 나는 결국 황금보다 귀한 잠을 포기하고 침실의 불을 켰다.

정말 역사적인 날이었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지도? 그게 아니라도 뭔가 그만큼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게 기분이 좋지가 않다.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을 지우기 위해, 나는 무려 사 년 전에 사서 책장에 꽂아두고 한 번도 뽑지 않아 먼지가 가득 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어우, 더러워.”

먼지 때문에 새카매야 할 표지가 회색이 되었을 정도이니, 내가 정말 이 책을 오래 방치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산거지? 돈 아깝게.

하지만 지금은 이 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잠도 오지 않는 새벽, 앞으로 남은 시간은 세 시간, 삼백 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이니 아마 딱 맞게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책과 함께, 길었던 새벽은 하릴없이 지나갔다.

**

그렇게 나는 예정에도 없었던 밤샘을 하고, 창문 너머로 머리를 빼꼼 내미는 해님에게 강제로 문안인사까지 드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기특한 짓을 하고 내가 얻은 것은 수면 부족으로 생긴 어지럼증과 눈 밑을 채워주는 짙은 다크서클. 세 시간이면 다 읽을 줄 알았던 책은, 읽으면서 조느라 반도 채 못 읽었다. 심지어 읽은 부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젠장.

인간은 태생적으로 반항아의 기질을 타고나는 모양이다. 자려고 그렇게 애를 쓸 때는 멀쩡하더니, 준비해야 할 때가 되니까 피곤해진다.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니 눈이 초점도 잘 안 잡히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안 끼던 안경까지 껴야할 지경이었다. 젠장, 젠장.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기분이 아주 찢어지게 나쁘다. 도대체 평생 안 깨던 잠이 갑자기 왜 깨냐고. 그것도 아무 이유도 없이. 오늘 야근 있을 지도 모르는데……그러면 일찍 자는 것도 불가능한데……그건 정말 최악이었다. 나는 제발, 부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나는 기도라도 하듯 양손을 경건하게 모은 채로 이를 닦고 있었다. 더 이상 운이 나쁘지 않길 바라는 무력한 인간의 최대한의 발악이었다. 무의식중에 이럴 정도면, 하늘이 양심이 있으면 들어주겠지.

아, 물론 나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말이다.

**

그리고 그로부터 약 두 시간 후, 나는 회사 앞 미친년을 자초하게 되었다.

“아하핫, 하하하하.”

이러고 있으면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인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이 정신 나간 웃음은 도통 멈추질 않는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나는 몇 분 전 회사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꼼꼼하게 되짚어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처럼 아홉 시 업무 시작인 회사에 여덟 시 반에 출근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리 부서의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고, 또 언제나처럼……아, 여기서부턴 언제나처럼이 아니었구나.

뜬금없이, 얼굴도 한 번 마주친 적 없었던 사장실 비서가 사장님의 호출이라며 날 불렀다. 보기만 해도 내가 다 반듯해질 것 같은 딱딱한 인상의 비서를 따라 사장실로 갔고, 거기에서 뜬금없이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분명 방금 전에 내게 일어났던 그 일이 마치 어디 책에서 읽은 이야기마냥 현실감이 없었다. 이게 정말 내게 일어난 일이란 말이야? 하하하, 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설마, 아닐 거야.

하지만 손목시계가 아홉 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지금, 사무실에서 열심히 책을 수정하지 않고 바깥에 있다는 것은 이 현실감 없는 현실이 진짜 현실이라는 걸 직시하게 만들었다. 아, 이거 진짜구나.

“이런 미친…….”

현실을 직시하자 갑자기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아마 이게 형체가 있었다면 분명 하늘에 구멍을 내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살다 살다 이렇게 꼭지가 돌기는 처음이었다. 단잠에 빠져 있을 새벽에 갑자기 깼을 때부터 낌이 안 좋더니, 설마 이러려고 그랬던 건가. 세상에, 촉도 좋지. 예언자 해도 손색이 없겠네. 대단하다, 클레이브 폰 셀라.

“하하하하.”

영혼이라고는 전혀 담겨있지 않은 일정한 톤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다시 흘러나온다. 이쯤 되니 아침에 고작 야근이 없기 따위를 빌었던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 설마 해고를 당할 줄이야.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닌가? 혹시 신앙심 없이 소원 빌었다고 신이 ‘에라, 엿이나 먹어라!’하면서 이런 폭탄을 안겨준 건가? 그러면 신을 안 믿은 걸 한심해 해야 하나?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신 좀 믿을 걸.

말도 안 되는 망상이다. 아니, 설령 저게 말이 된다 해도,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미 나는 잘렸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회사에 대한 분노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다시 돌아왔다. 또 빡치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열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던 회사 입구와의 거리를 발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좁혔다. 어차피 이제 다시 볼 일도 없는 곳인데, 발로 문 한 번만 걷어차고 나갈 테다.

짜증나는 회사, 짜증나는 사장!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나는 울분을 담아 두꺼운 유리문을 발로 힘껏 걷어차 주고는 씩씩대며 그곳에서 등을 돌렸다. 끝이야, 끝. 이제 이곳에 올 일, 다시는 없겠지.

그곳에서 한 발 한 발 멀어질수록, 분노의 끝자락에 서있던 감정도 허망함과 슬픔 쪽으로 한 발 한 발 향해갔다. 저기가 어떤 직장이었는데……스무 살 성인이 되자마자 입사해서, 무려 사 년을 있었던 곳이었다. 게다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고아로 자라나 아카데미도 못 다녔던 내게 유일하다시피 한 벗들이었다. 그것들을 고작 사장이라는 이의 말 한 마디로 다 잃어버렸다. 허무했다, 그래서 더 슬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회사가 저만치 멀어졌을 때, 눈앞이 흐릿해지고 무언가 뜨거운 것이 차올라 흘러내렸다.

“흑…….”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기 위해 올려다본 그날의 하늘은, 정말 무섭도록 맑고 깨끗했다. 나를 농락하는 듯한 그 아름다운 자태에,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만약 정말로 신이 있다면 정말 명치를 한 대 세게 콱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오늘은 클레이브 폰 셀라의 이십 사년 생에 최고로 끔찍한 날이었다.

============================ 작품 후기 ============================

어...이거 무슨 일인가요 ㅋㅋㅋㅋ 왜 조회수보다 선작수가 높아요 ㅋㅋㅋㅋ 안 보고 선작하시나욬ㅋㅋㅋㅋ

아 그래도 1화부터 선작이 두 자리 수라니, 신이 나는군요? 코멘트 창에는 익숙한 분들의 자태가 보입니다 'ㅁ'...

앞으로는 이 작품에서 자주 뵙겠군요 :D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Gravas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아~

@J비연님: 말만으로도 기쁘네요! 부디 만족하실 수 있을 만한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페르얀님: ㅋㅋㅋㅋㅋ저랑 취향이 똑같으시네욬ㅋㅋㅋㅋㅋ 저도 그런 작품 찾다가 없어서 쓰게 됐어요...ㅠ_ㅠ...혹시 아는 작품 있으시면 추천 좀...해주실래요...

선추코 빵빵! 넣어주세요! 감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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