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Prologue. 이상한 도서관 =========================================================================
Prologue. 이상한 도서관
자유를 사랑하는 도시, 벨라시움에는 서른 개의 골목이 있다. 그 중 교통이 가장 편리한 도시 외곽 부근의 다섯 개의 골목에는 식료품 상가가 즐비해 있고, 그 다음의 다섯 개의 골목에는 그 식료품 상가에서 재료를 납품받아 장사를 하는 식당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 다음 열셋의 골목에는 벨라시움 주민들의 주거지가, 나머지 일곱 개의 골목에는 서비스업과 관련된 직장이나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각종 시설로 가득했다.
벨라시움은 볼거리, 먹거리, 그리고 놀 거리도 많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도시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곳은 단연 벨라시움 가장 끝자락, 서른 번째 골목에 있는 한 건물이었다.
그 건물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벨라시움의 그 누구도 아는 바가 없다. 그냥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었다.
서른 번째 골목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는 그 건물은, 평범했다면 절대로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그 유명세의 시작은 일단 동화책 속 궁전이 튀어나온 것 같은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을 한데 갖춘 외양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마녀가 사는 저택 같은 느낌이 폴폴 풍기는 그곳은, 마녀가 사는 것도 아니었고 저택도 아니었다. 그곳은 그저 아주 잘생긴 남자가 운영하는 조금 화려한 도서관일 뿐이었다.
물론 그 남자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겼다는 점이 또 그 도서관을 유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도서관이 유명한 이유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고풍스럽고 우아한 도서관은 내부에 들어가면 또 한 번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분명 그 도서관은 벨라시움의 가장 구석지고 좁은 골목의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이 그 구석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는 되지만 그래도 그 크기에는 한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묘한 도서관은 바깥에서 볼 때의 그 크기보다 안에 들어갔을 때 그 크기가 훨씬 컸다. 그 누가 들어와서 보더라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아주 큰 차이.
바깥과 확연히 차이나는 그 도서관의 내부가 얼마나 어마무시 하느냐면, 그 높이는 이십 개의 층으로 된 책장이 들어설 수 있는 데에다, 그 너비는 그런 책장을 서른 개나 줄지어 놓고도 남는 공간에 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 너덧 개를 비치해 둘 수 있을 정도. 이 크기는 수도에 있는 중앙 도서관에 빗대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 차이가 그저 착시현상이라고 떠들어대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것 말고는 그 괴리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것 외에도 이 도서관엔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특별한 것이 아주 많았다. 그것들 중 몇 개를 더 나열하자면,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책 외에도 다른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있다는 것―개중엔 평생에 한 번도 보기 힘든 정체불명의 물건들도 있다고 한다―이나, 다른 도서관들과는 달리 책에 도서관 소유라는 표식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둑맞는 책이 없다는 점 등이 있었다. 도서관의 미남은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지, 책을 훔치려는 낌새가 보이면 번개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절도 미수범들을 제지하곤 했으니까.
게다가 이 도서관의 책들은 제때 반납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수중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빌린 이에게 저주를 내리고 되돌아가버린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벨라시움의 사람들은 그런 오싹한 일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해서, 이것은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괴담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십거리들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상시로 구하는 아르바이트 생 구인 광고.
말만 들어서는 전혀 특별할 것 없지만, 이 도서관의 그것은 매우 특별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도서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포스터는 벨라시움 어디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잔뜩 붙어 있는데, 이상하게도 몇 년이 꼬박 가도록 그곳에서 사람을 뽑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 단 하루도 그 도서관에 남자 외에 다른 이가 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다.
참 여러모로 기묘하고 이상하며 신기한 구석이 흘러넘치는 이 도서관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벨라시움 안에서 항상 구설수에 오르내리곤 했다. 그 미스터리한 도서관에 대한 추측 가운데에는, 사실 그 도서관의 입구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며 그 안은 이 벨라시움이 아닌 어떤 다른 차원의 공간이라느니, 도서관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도서관의 주인이 사실 이미 멸족해 사라져버린 마법사라느니 하는 헛소리들도 있었다.
참 미스테리하고 기묘한 곳. 지금까지 벨라시움 서른 번째 골목의 구석, 이상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 작품 후기 ============================
일단 프롤로그만 가볍게 :)
본격적인 시작은 리브의 베이커리를 완결내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