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5/15)

#외전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마치 죄악감을 일으킬 정도로 단것을 먹는 행위와 비슷했다. 도무지 자의로는 멈출 수 없었다. 온갖 말초신경이 달게 절여지는 기분이었다. 추락과 상승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순간순간이었다. 정말 중독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래서 한우진은 선아에게 오늘도 개처럼 흘레붙었다.

“그, 그만.”

이제 막 끝난 정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지, 선아는 두 팔을 허우적댔다. 자신을 약하게 밀어내는 몸짓에도 불구하고 한우진은 늘어진 선아의 몸에 다시금 들러붙었다. 땀에 번들대는 상체가 한 몸인 것처럼 겹쳐졌다. 단단한 자신의 살갗에 닿는 보드라운 살갗에 우진의 목 안쪽에서는 절로 신음이 달게 울렸다. 마른침과 함께 신음을 삼키는 그의 목울대가 그 탓에 크게 출렁댔다.

한우진에게 채선아는 지나치게 부드럽고 너무할 정도로 달았다. 그 탓에 아무리 먹어도 한우진에게 목 안이 갈라지는 갈증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이처럼 게걸스럽게 제 입 속에 그녀를 처넣는 데에는 선아의 책임도 조금은 있었다. 손을 밀어 넣어 선아의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금세 손끝이 축축하게 젖었다. 선아가 몸을 틀어 피하려 하자, 그는 선아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이리 와요. 젖 빨아 줄게요.”

우진은 선아의 뒤집힌 몸을 다시금 정면으로 돌렸다. 우진은 제 커다란 몸을 선아의 작은 몸 위에 수그렸다. 선아가 중간에 그를 밀어낼 것에 대비하여 양손에 선아의 손목을 낚아채어 그녀의 귀 옆에 고정했다.

목마름을 채우려 입을 벌려 그득그득 빨아 댔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서 결국에는 한 손으로 힘껏 주물렀다. 주무르는 손길은 마치 보채는 것처럼 성말랐다. 뭉쳐진 몸을 풀어 준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했다.

우진은 제가 이런 식으로 변태적인 성향이 있었는지, 선아를 통해서 새삼스럽게 깨닫는 중이었다.

이제 막 신생아 티를 벗은 그들의 딸은 모유에는 전혀 입을 대지도 않았다. 선아가 부푼 젖을 물리려 하면, 자지러지게 울기 바빴다. 그래서 그들은 젖병을 그 조그마한 입에 대신 물렸다. 모든 것에 유순하기 그지없으면서, 그것만큼은 까탈을 부려 댔다.

가만히 있어도 줄줄 새어 나오는 유즙은 딸아이 대신에 모두 한우진의 차지였다. 유축기는 선아의 피부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정말이지, 채선아의 몸 중에 그를 기쁘게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리낌 없이 목 너머로 넘어갔다. 꿀꺽꿀꺽 들이마시는 소리가 선명했다. 가끔 혀를 돌려 맺힌 것을 훑었다. 자신의 밑에 깔린 작은 몸뚱이가 들썩댄다.

마디가 가는 그녀의 손가락이 우진의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선다. 가는 손가락이 제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 때면, 우진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벼운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한껏 고양감에 젖은 한우진은 당연한 순서인 양 아까 전처럼 다른 쪽 가슴에 제 입을 흡착하여 쭉쭉 빨아 당겼다. 선아가 흥분에 못 이겨 가볍게 머리카락을 당긴다. 우진은 더욱더 고개를 처박았다. 단단한 코끝에 그녀의 살갗이 푹 눌렸다. 맞잡고 있는 손가락에 꽉 힘을 주었다.

서로에게 묶여 있는 손가락이 사슬처럼 얽힌다. 각자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서로 비벼지며 작은 금속 소리도 났지만, 우진이 일방적으로 내는 소음에 금세 묻히고 말았다.

“아파요.”

몸을 바르작거리며 그를 밀어내려던 선아는 신음과 함께 그에게 호소했다. 한우진은 부러 쪽 소리가 나게 입에 가득 머금었던 것을 빼냈다. 발긋하니 보기 좋게 달아오른 얼굴에 우진은 제 입술을 비볐다.

“거짓말.”

한우진은 이제 채선아의 몸 중에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좋아하는지, 어떤 식으로 만지면 그녀가 흐느끼는지, 어떤 식으로 굴면 그녀의 고성이 높다래지는지 속속들이 알았다. 어쩌면 선아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퍼붓는, 숭배에 가까운 애무에서 그녀가 너무 느끼면 저를 멈추게 하려고 하는 이 쓸데없는 거짓말까지도. 그는 모든 것을 알았다.

그의 몸이 무게감 있게 선아의 윗몸을 눌렀다. 금세 발기한 성기가 선아의 아랫배를 눌렀다. 선아는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일 동서들이랑 어머니하고 같이 미술관 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울먹울먹하는 눈가에 한우진은 쪽쪽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선아에게 일종의 절망을 느끼게 하는 소리도 같이 흘러나왔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뻔뻔스럽도록 태평하게.

“이런……. 내일은 못 가겠네요.”

그의 말에 선아는 고개를 휙휙 젓는다. 우진은 이럴 때면 못 이기는 척 제 요구를 들어주던 선아의 격한 반응에 잠시 움찔댔다. 그래도 그의 착실한 입술은 선아의 볼을 귀찮을 정도로 쪽쪽댔다.

“내일은 꼭 가야 해요. 저번에도 못 갔잖아요.”

집안의 여자들끼리 갖는 모임에 자주 빠지는 것에 선아는 못내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우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시’ 자가 붙으면 치를 떠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그런데 선아는 제 집안의 사람들을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제 집안 식구들은 선아의 옆에 패키지처럼 따라오는 진아 때문에 선아를 더욱 반겼다. 하하 호호 사이가 좋은 대식구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못마땅한 것은 한우진뿐이었다.

한 회장은 별것도 아닌 일로 선아를 불러들였고, 신 원장은 갖은 핑계를 대며 선아를 본가로 불렀다. 진아가 돌을 넘기자 빈도수가 노골적으로 많아졌다. 그리고 두 내외만 있어야 할 그 본가에는 언제나처럼 제 형제들과 그들의 식구들로 바글바글했다. 정말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진아만 보내도 되잖아요.”

우진은 조르듯 선아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도 선아는 단호했다. 안 된다며, 고개를 휙휙 내젓는다. 한우진의 눈썹이 못마땅하게 들썩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제 손아귀에서 적당히 굴리듯 매만졌다.

“내가 선아 씨 젖도 빨아 주었잖아요.”

“그건……!”

어둠 속에서도 선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예상될 정도였다. 선아의 산부인과 담당의가 선아에게 젖을 말리는 약을 처방했었다. 하지만 선아는 언젠가는 진아의 입맛이 변해 제 젖을 물지도 모른다며 복용하지 않았다.

“우진…… 우진 씨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한우진은 금세 제 손가락에 묻어 나오는 뽀얀 모유를 혀를 내밀어 핥아 먹었다. 왜, 꼭 저 말이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는 소리로 들릴까. 우진은 고개를 숙여 선아의 적당히 살이 오른 배 위에 자잘하게 입술을 맞췄다.

“그럼 한 번만 더 하고 그만할게요.”

“거짓말이잖아요!”

“거짓말 아니에요. 단지 선아 씨가 생각하는 한 번이랑 내가 생각하는 한 번이 다를 뿐이에요.”

한우진은 선아의 살갗에 입술을 묻은 채로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 입술로 쪽쪽, 닿는 대로 선아의 살갗에 입술을 맞춰 댔다. 배에서 시작해서 어느새 가슴께 위까지 올라간 입술은 선아의 목과 턱 밑까지 헤집고 다녔다.

명백한 조름이었다.

“그게…….”

“내가 하는 게 싫으면, 언제든지 싫다고 말해요.”

한우진은 말랑거리는 선아의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은 제 좆의 몸통을 전체적으로 비비적댔다. 민감해진 선아의 아래에 성기에 돋아난 힘줄이 느껴질 정도로. 마찰하는 열기에 선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아…….”

“응?”

슬슬 허리를 움직여 선아의 밑에 제 성기를 마찰하는 와중에도 한우진은 그녀의 얼굴 곳곳에 제 입술을 꾹꾹 붙였다가 뗐다. 선아가 정신없이 쪽쪽대는 소리에 고개를 비틀어도 한우진은 그녀의 귀에까지 입술을 쪽쪽댔다. 선아의 잔머리가 있는 귀밑머리에 제 콧등을 비비적대며 선아의 단 체취를 제 마음껏 들이켰다.

“……흐윽!”

그리고 삽입은 단번에 이루어졌다. 선아는 요즘 살살 밀어 넣는 것보다 콱 한꺼번에 짓쳐 올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우진이 들이박는 힘에 선아의 작은 몸이 위로 밀려 올라갈 정도로, 세게.

“어디 한번 말할 수 있으면…….”

한우진은 한숨처럼 말을 내뱉으면서, 제 움직임에 버티지 못하고 덜컹대는 팔을 끌어당겨 제 아래에 완전히 가둔 채 선아의 몸을 깔아뭉개며 난잡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싸 지탱하고 있는 그의 힘 덕분에 선아의 몸이 밀려 올라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쿵쿵 찍어 내리누르는 힘에 선아는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일방적인 선아의 흐느낌만이 그 둘의 침실에 울릴 뿐이었다.

이미 선아는 이게 몇 번째 삽입인지 세는 것도 포기했다. 그냥 앙앙 울어 대며, 우진의 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

한우진의 일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한 뒤에 출근 준비를 한다. 맞춤 갑옷처럼 어느 한구석 흐트러진 모양새가 없는 슈트를 갖춰 입고 출근 준비를 끝마친다.

이보다 더 어렸을 때도 그의 일정은 항상 같았다. 교복이 격식 없는 평상복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슈트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우진의 변하지 않는 삭막한 일정의 한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의식이 남아 있었다. 우진의 걸음이 그들의 침실로 향했다. 맨 어깨를 드러낸 채로 엎드려 잠이 든 선아의 머리카락을 그는 익숙하게 넘겼다. 가느다란 실타래 같은 것이 제 손가락에 감기는 감촉은 언제나 그렇듯 황홀할 정도였다.

“선아 씨.”

우진은 이 꿈이 단지 꿈이 아닌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침대 위에서는 제 좆질에 헐떡이는 선아의 숨으로 확인을 했지만. 잠이 든 그녀에게 좆질을 할 수는 없으니. 애석하게도 이 짧은 입맞춤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한우진의 입술이 쪽쪽 선아의 둥근 어깨를 지분댔다. 그의 손가락이 오목하게 들어간 선아의 등줄기를 은밀히 쓰다듬는다. 아침마다 의식처럼 하는 가벼운 신체 접촉은 질리지 않는다. 때때로 스스로 정말 미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선아 씨.”

한우진은 신음처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부드러운 목 부분을 가볍게 흡입했다. 제 냄새로 범벅이 된 선아의 몸 냄새가 희미하게 풍긴다. 그것을 한우진은 킁킁대며 개처럼 맡았다. 달짝지근한 젖 냄새가 났다. 선아 몸에서는.

“하아.”

탁한 숨이 그의 입에서 터졌다. 넥타이를 맨 탓에 평소보다 더 목이 졸리는 느낌이었다. 입술에 연한 살갗을 비벼 대도 부족했다. 한우진은 매번 이 순간이 고민스러웠다.

“선아 씨.”

그러므로 그의 결정권은 온전히 그녀에게 달려 있었다. 우진은 선아의 눈꺼풀에 가볍게 제 입술을 스치듯 지분댔다. 그가 선아의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는 매우 작아서, 지척에 있는 선아 말고는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의 단잠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다. 한우진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입술이 미끄러지듯 그녀의 볼을 따라 촘촘히 입술을 맞췄다. 숨을 내뱉느라, 입술이 벌어질 때는 그녀의 볼때기를 살짝 입술로 물어 댔다. 질척이는 그 입맞춤은 충분히 선아의 단잠을 방해할 정도는 되었다.

“으응.”

선아의 뒤척임에 한우진의 눈이 일순 생기가 도는 듯 반짝였다. 만약에 선아가 깨어서 봤으면 기겁을 했을 법한 눈이었다. 한우진의 턱의 힘이 조금 더 실렸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선아의 단잠을 깨웠다.

손을 내려 선아의 발목 부근을 매만진다. 동그란 복사뼈가 손가락에 닿는다. 한우진은 충동적으로 선아의 발치에 엎드려 그 뼈에 감싸인 얇은 거죽에 입술을 맞췄다. 혀를 내밀어 맛을 보듯 핥았다.

그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발목이 터무니없이 가늘어 보였다. 힘을 주면 그대로 부러질 것 같았다. 한우진은 조심스럽게 쥐고 있는 발목을 엄지만 움직여 쓰다듬었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제 입술을 맞추며, 발등까지 빼곡히 제 입술을 아낌없이 눌렀다. 얌전히 있던 발가락이 잠깐 꿈틀거리는 게 제 입술 아래에서 느껴지자, 한우진은 한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떴다.

앙큼하게 그의 지분거림에도 잠에 빠진 척 눈을 꼭 감고 있는 제 연인을 책망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더 좋을지, 그는 가슴속으로 저울질을 했다. 그리고 추는 언제나 공정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한우진은 재킷의 가운데 단추를 한 손으로 열었다. 쪽쪽 요란스럽게 그녀의 살갗에 입술을 맞추며 상체를 타고 올라갔다. 동시에 제 손가락을 넥타이 매듭 사이로 밀어 넣어 비틀어 잡아당겼다. 목을 꽉 죄고 있던 넥타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목회자처럼 틈 없이 꽉 잠그고 있던 넥칼라의 맨 위 단추를 풀어냈다. 그 트인 숨통 사이로 선아의 몸 냄새가 더욱 구석구석 한우진의 숨 속으로 파고들었다.

“선아 씨. 선아 씨.”

그는 마치 신을 찾는, 신앙심이 깊은 성직자처럼 그녀의 이름을 목 안쪽에서부터 그르렁대는 울음소리처럼 불러 댔다. 그는 간혹 제 부름에 답이 없는 그녀를 탓하고자, 불순하게 입을 벌려 그녀의 살갗을 물어 댔다.

한우진은 어느새 선아의 몸 위를 점령하듯 위에서 무게감 있게 짓눌렀다. 울먹이는 눈을, 그는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 낯으로 내려다보았다.

“제발요…….”

그에게 눌리지만 않았으면, 두 손으로 빌기라도 하고 싶다는 표정으로 선아는 제 몸 위의 한우진을 올려다보았다. 그 발긋한 눈꺼풀조차도 한우진의 욕심 많은 입술에 약하게 물렸다.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그 입술은 거리낌 없이 파고들었다. 쪽쪽. 그녀가 들으라는 듯 요란스럽게도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 한우진은.

“그렇게 말하니까 빨리 박아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잖아요, 선아 씨.”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우진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에도 그는 입을 벌려 살짝 그녀의 살갗을 물었다가 놓아주었다. 선아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로. 이제는 대놓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팔딱이는 목선을 쭉 핥는다. 어느 곳을 물면 숨을 할딱거리는 것이 더욱 잘 느껴지는지 간을 보는 짐승처럼.

한우진은 미친 것 같았다.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우진은 그런 것을 정정할 생각은 한 치도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친 게 분명했으니까.

날이 선 콧날이 선아의 부드러운 살갗에 가볍게 뭉개진다.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선명했다. 내뱉는 숨결의 뜨거움이 온전히 선아의 살갗에 닿았다. 그리고 음습한 그의 목소리도.

“선아 씨. 다시 말해 봐요.”

선아가 간신히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제는 제 입술의 지척에서 그의 입술이 달싹거린다. 그건 명백한 유혹이었다. 그것도 아주 완벽히 잘난 제 얼굴이 가진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남자가 간사하게 하는.

“제발이라고.”

살짝 부푼 입술을 그의 엄지가 조심스럽게 쓸어 낸다. 선아는 그가 엄지를 제 입술에 댄 상태에서 자신의 입술에 대고 속살대는 것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나 벌써 섰거든요.”

나른히 속삭이는 목소리가 은밀했다. 그리고 그녀의 벌어진 허벅지로 파고든 그의 무릎이 노골적으로 선아의 밑을 살짝 누르고 있었다. 선아는 그 자극에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면……. 내가 말할까요?”

“……읏.”

이제는 무릎을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선아의 아래를 둥글게 문지른다. 뻣뻣한 옷감에 제 음액이 묻어날 것 같았다. 더불어 그가 어제 제게 남겨 놓은 정액까지도 그대로 그의 옷을 더럽힐 것 같았다. 이미 선아의 손아귀에 그의 재킷의 어깨 부분은 구김이 가기 시작했다.

“선아 씨.”

그는 그녀의 이름을 낮게 읊조렸다. 수없이 읊조렸다. 입술을 미끄러트릴 때마다 주기도문을 외는 신자처럼 읊었다. 그리고 수없이 그녀의 가슴에 제 입술을 찍어 댈 때마다 탁한 신음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읊조렸다.

“으응.”

“제발.”

그의 뜨거운 숨이 선아의 부푼 가슴의 정중앙에 쏟아져 내린다. 제발. 제발. 수없이 쏟아 내는 갈망이 선아의 목 안쪽을 바짝 메마르게 만들었다. 그와 반대로 벌름대며 안에 고여 있던 그것을 왈칵 쏟아 내는 구멍과 회음부까지 흐르는 물줄기에 선아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내가 선아 씨를 먹게 해 줘요.”

그는 혓바닥을 길게 내빼어 그녀의 젖꽃판 주위를 훑었다. 까끌까끌한 혓바닥이 도독하게 돋아난 젖꽃판 주위를 훑어 댔다. 유독 곧추선 유두만을 뺀 채로. 젖내를 풍겨 내며, 끝에 맺힌 뽀얀 액체를 외면한 채로. 그러면서도 선아의 가슴을 한가득 제 손아귀에 쥔 채로 젖줄을 자극했다.

빨아 주는 이가 없어 몽글몽글 솟아난 유즙은 아깝게 선아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선아의 가슴을 틀어쥐고 있는 한우진의 손가락에 잠깐 고일 정도였다. 한우진은 제 손가락에 고인 것만을 빨아 먹을 뿐, 끝이 파르르 떨리는 선아의 유두에는 직접 입을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리하게 날을 세우며 치켜뜬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선아의 몸 위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선아의 반응 하나하나를 제 눈 안에 담아냈다. 그의 옷 복장은 전혀 흐트러진 태가 없었다. 흐트러진 것이라고는 겨우 넥타이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아래에 깔린 선아는 무력한 맨몸이었다.

우진의 옷깃을 쥐고 있는 선아의 손에 더욱 바짝 힘이 들어갔다. 제 손가락에 맺힌 유즙만을 젖 떨어진 개처럼 빨고 있는 우진만이 망막에 가득 맺혔다.

“나를…… 나를 먹어 줘요. 우진 씨.”

선아가 막힌 숨구멍에서 겨우 우진이 원하던 답을 내놨다. 그런데도 고고하기 짝이 없는 한우진은 기어이 뒷말까지 더 붙이기를 원했다.

“제발, 제발이 빠졌잖아요. 선아 씨.”

“으흣.”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양쪽의 젖가슴이 각기 그의 손아귀에서 쥐어짜졌다. 몽글몽글 맺혔던 유즙이 쭉 짜질 정도였다. 한우진은 제 뺨까지 튄 그것을 닦아 낼 생각도 않고, 입술 옆으로 흐르는 것을 태연히 제 혀로 핥았다.

포마드로 말끔하게 머리를 넘긴 한우진은 멀끔한 모습으로 아침부터 선아의 젖을 쥐어짜고 있었다. 젖비린내가 나는 선아의 몸에 쉼 없이 입술을 맞추고, 흘러나온 유즙을 소리를 내어 핥아 먹고 있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번들대는 눈만은 위로 치켜뜬 채로 선아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아는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외설적인 모습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니면 이제는 젖가슴을 노골적으로 주물럭대는 그의 손길 때문인지도. 선아의 상체가 절로 들썩이며, 급기야 하체를 그의 단단한 몸에 비비적대고 있었다. 한우진은 그런 선아의 몸뚱이를 태연스럽게 모른 척하며, 제 일에만 열중이었다.

결국 의미 없는 실랑이에서 언제나 승리를 차지하는 건 한우진이었다. 선아는 제 앙가슴에 얼굴을 비비적대고 있는 우진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이 지독한 유혹에 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얄미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우진은 뻔뻔스럽도록 매끈한 입꼬리를 올리고서는 선아의 입술로 기어 올라왔다. 선아의 손가락이 제 뺨을 매만지다, 제 입술로 향하자 우진은 선아의 손가락에도 쪽쪽 입술을 맞춰 댔다. 입술을 벌려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었다. 선아는 그런 한우진을 올려다보며, 눈을 잠시 흘겼다.

“우진 씨.”

“네.”

그렇게 대놓고 외설적으로 유혹할 때는 언제고, 선아의 부름에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대답을 잘하는 우진을 보며 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 작은 웃음소리에 한우진의 입술은 그대로 선아의 입술에 가볍게 붙었다. 마치 어쩔 수 없는 힘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제 연인의 기분이 어찌 됐든 그 가벼운 미소를 짓는 입술에 홀린 어리석은 사내애처럼. 맹목적으로 주인에게 매달리는 개처럼. 고작 부름 한 번에 제 모든 것을 내줄 것같이 구는 복종적인 개처럼.

“우진 씨.”

“네.”

선아의 부름에 이번에는 우진은 앓는 듯 대답했다. 뺨을 쓰다듬다가 목덜미 쪽으로 파고드는 손길에 우진의 목 안쪽에서 끙, 하는 신음이 울렸다. 유유자적하던 그는 고작 선아의 손길 한 번에 갑옷처럼 애써 두르고 있던 겉껍질을 모두 벗어 던지고 싶어 하는 태가 역력했다.

“우진 씨.”

입술이 짧게 떨어진 순간에 제 이름을 부르는 선아의 목소리에 한우진의 남아 있는 이성이 갉작였다. 제 뒷덜미를 쓰다듬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지금 한우진을 미치게 할 작정인 듯 그렇게 간지럽게 움직였다.

“네, 선아 씨.”

한우진은 성마르게 대답하며, 선아의 뺨에 제 입술을 꾹 눌렀다. 제 콧잔등이 선아의 살갗에 눌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아가 그 감촉이 간지러워 살짝 소리 내 웃는 것을 들으며, 한우진도 멍청하게 눈을 접어 웃었다. 애초의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못 했다. 선아가 제 품 안에서 웃고 있는 게 중요했다.

몇 번 더 입술을 맞추고 놓아줄까. 가슴속이 몽글하게 부드러워진 한우진이 그답지 않게 그런 생각을 할 때쯤이었다. 뭉쳐 있는 욕구는 선아가 보는 앞에서 홀로 해결해도 될 것 같았다. 선아의 임신 기간과 산후조리 기간 내내 그런 식으로 풀어냈었다.

그리고 선아가 혼자 잠이 들었을 때도, 간혹.

“사랑해요. 우진 씨.”

선아가 웃음기가 담뿍 묻어 있는 그 목소리로 약하게 속살댔다. 제 사랑 고백에는 언제나 살짝 얼고는 하는 우진이 웃긴지, 선아는 키득 웃으며 일부러 지척에 있는 우진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약하게 속삭였다.

“우진 씨. 사랑해요.”

우진의 눈과 선아의 눈이 마주쳤다. 선아는 웃는 낯으로 조금 그를 약 올리듯 눈을 짓궂게 가늘게 떴다. 손가락으로 그의 뺨을 간지럽히듯 만질 정도로 여유로워 보였다. 고작 선아의 말 한마디에 상황은 역전이 된 듯싶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선아였다.

“한 번 더 말해 봐요. 선아 씨.”

성마른 재촉에 선아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 침묵이 애끓어, 우진은 선아의 입술에 쪽쪽 입술을 맞추며 다시금 재촉했다. 선아 씨, 다시 말해 줘요.

“우진 씨. 제발이 빠졌잖아요.”

선아의 말에 우진의 한쪽 눈이 찌푸려졌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기분이었다. 채선아의 손가락이 유혹이라도 하듯 우진의 짙은 눈썹을 쓰다듬었다. 날렵한 콧날을 타고 내려온 손가락을 따라 선아는 제 손길이 닿은 곳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진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에 선아가 다시금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제발요, 선아 씨. 다시 말해 줘요.”

한우진은 손쉽게 선아의 비위를 맞춰 가며 애원했다. 자존심이라고는 개에게 던져 버린 아주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그녀의 작은 턱에 입술을 쪽쪽 맞춰 대기까지 했다.

“사랑해요. 우진 씨.”

한우진은 선아의 말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선아의 목 쪽으로 제 얼굴을 파고들었다. 선아는 우진이 이럴 때 좋았다. 제 품 안으로 그 커다란 몸을 욱여넣듯 안겨 올 때. 이렇게 절박한 몸짓으로.

“우진 씨.”

“네.”

우진의 목소리가, 뜨거운 숨이 선아의 목덜미의 솜털을 살살 간질인다.

“나 안 먹어요?”

“……먹어도 돼요?”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에다가 버려 두었는지, 어울리지 않게 묻는 말에 선아는 결국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럴 때면 그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우진 씨 거잖아요. 다 먹어도 돼요.”

그리고 채선아는 기어코 뒤탈이 날, 후회할 말을 한우진에게 홀려 내뱉는 사실도. 곧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이었다.

“사랑해요. 선아 씨.”

그래도 제 연인의 애끓는 연정에 선아는 제 쪽으로 설탕 더미가 무너져 내리듯 와르르 쓰러지는 한우진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행위는 단것을 몽땅 입에 물고 있는 것보다 더 달다는 것을 선아는 알고 있었다.

한우진의 옆에 있다는 것은 죄악감이 들 정도로 단것을 먹는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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