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5)

#09

한우진은 뻑뻑한 질 안에 억지로 제 성기를 쑤셔 넣었다. 좁은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는 느낌에 한우진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바르작거리며 움직이는 몸을 고정하기 위해 제 윗몸으로 한껏 짓눌렀다. 아직도 그녀의 볼을 붙들고 있는 제 손가락에 바짝 힘이 들어선다.

공포에 질려 커다래진 눈과 고통을 호소하는 가느다란 신음 따위는 지금의 한우진에게는 와닿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두꺼운 흉곽이 빠듯하게 아플 정도로 흥분한 제 숨소리만 들려왔다.

생존의 욕구 때문인지 우진의 성기를 반쯤 억지로 집어삼킨 뒤에야 축축하게 젖어 드는 속살에 한우진은 탁한 숨을 목 너머로 되삼켰다.

그의 몸은 더욱 전진하듯 꾸역꾸역 선아의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오므려지려는 다리를 더 넓게 잡아 벌렸다. 한우진은 추궁이라도 하는 양 집요한 몸짓으로 선아의 안으로 제 성기를 다 밀어 넣었다. 쿵. 끝에서 맞물리는 느낌에 한우진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제 성기를 꽉 집어 무는 촉감에 등허리가 아찔하게 울린다.

드디어.

“하.”

한우진의 입에서는 포효처럼 거친 숨소리가 나직하게 터졌다. 고조된 흥분이 없어서인지, 선아의 질 안에 끝까지 처박혔는데도 제 성기는 아직 다 들어서지 않은 상태였다. 억지로 더 처넣어서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솟았다.

하지만 한우진은 미세하게 남아 있는 이성으로 그것만은 참아 냈다. 대신에 손을 내려 그녀의 엉덩이 아랫부분을 더욱 잡아 벌렸다.

자신의 와이셔츠 소매가 찢어질 정도로 부여잡는 작은 두 손을 보면서도 한우진은 멈출 생각도, 멈추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유예기간을 주듯 잠시 아무 짓도 않은 채 그녀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처박은 채로, 그득그득 포악스럽게 제 콧속으로 그녀의 체취를 들이켜는 것이 눈곱만큼 남은 그의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입술은 염치도 없이 선아의 목선을 타고 제 것에 낙인을 찍듯 촘촘히도 도장을 찍어 댔다. 푸른 맥박을 따라 제 입술을 눌렀다. 파들파들 떨고 있는 선아의 두 손이 제 등 뒤에서 배회한다. 그러다가 그의 와이셔츠를 꽉 붙든다.

“우, 우진 씨.”

제 이름이 신음처럼 새어 나온다. 우진의 입술이 기어 올라갔다. 선아의 눈물 젖은 뺨까지도 그는 게걸스럽게 핥고 빨았다.

어떻게 이 여자는 눈물조차 미치도록 단지 모르겠다.

한우진은 울고 있는 선아를 달랠 기미 없이 더욱 재촉하듯, 그녀의 눈꼬리에 제 입술을 붙이며 허리를 얕게 빼냈다가 치받았다.

더 울리고 싶었다. 더 자신으로 인해 온전히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직 제 손아귀 안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작은 머리통에는 제 생각만이 꽉 들어차고, 밑에는 제 성기만이 꽉 들어찬 채로. 자신만 볼 수 있도록. 한우진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들게. 좁은 질 안에 처박힌 제 성기처럼. 채선아에게 오로지 한우진만으로 가득하게. 선아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우진은 침대의 헤드를 한 손으로 붙들며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여 댔다.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제힘에 덩치가 큰 자신도 감당이 안 될 지경인데, 그의 아래에 깔린 선아의 몸은 덜컹덜컹 쉼 없이 흔들렸다.

“흑!”

그의 몸짓에 맞추어 선아의 질 안이 죄어들고, 선아는 경련이라도 하듯 파들거렸다. 한우진은 땀에 젖어 번들대는 제 이마를 선아의 이마에 맞댔다. 질끈 감긴 눈이 보였다.

마치 이 행위를 견디는 듯한 선아의 표정에 그의 비위가 크게 뒤틀렸다.

“눈 떠.”

한우진은 그르렁대는 신음 사이로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크게 허리를 잡아 빼고, 그대로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치받았다. 동시에 선아의 질끈 감긴 눈이 한우진의 몸짓으로 인해 크게 뜨였다. 한우진은 그녀의 물기 어린 망막에 완전히 비친 제 모습에 비틀린 안도감을 느꼈다.

제집에 있는 순간만큼은. 제 아래에 깔린 순간만큼은. 채선아는 온전히 한우진의 것이었다. 한우진의 소유물이며, 한우진의 아내이며, 한우진의…….

한우진의 모든 것이었다.

선아는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명백히 우진에 의해 자신의 몸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선아의 몸이 우진의 몸에 크게 치받히다가, 밀어붙이는 힘에 침대 밖으로 미끄러져 내려가자, 한우진은 그녀의 몸을 침대 위로 다시 끌어 올리는 대신에 선아의 상체를 침대맡에 기대게 한 뒤에 선아의 뒤쪽에서 그대로 잡아 누르듯 삽입을 이어 갔다.

이미 그의 정액과 그녀의 애액으로 바글바글한 아래는 우진의 몸을 손쉽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선아의 몸까지 그 체벌 같은 그의 거친 몸짓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우진이 손을 뻗어 침대 시트를 꽉 쥐고 있던 선아의 손을 잡아떼어 냈다. 그녀의 양손을 결박한 채로, 침대에 처박혀 있던 선아의 얼굴을 들어 올려 드러난 그녀의 뺨에 제 입술을 지분댔다.

끝이 날렵한 콧방울이 선아의 뺨에 눌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억지로 측면을 바라보게 된 선아는 거울에 비친 둘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자신은 거의 헐벗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제 몸 위를, 머리만 조금 흐트러졌을 뿐 난잡스럽게 오가는 허리만 아니면 한우진은 상당히 멀끔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선명한 대비에 선아는 열이 올랐다. 수치스러웠다.

한우진은 선아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전체적으로 파묻고 있어서 선아의 눈에는 그가 어떤 표정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터지려는 신음을 참기 위해 더욱 꽉 입술을 짓씹었다.

상처가 난 곳을 건드렸는지 아릿하다. 하지만 온 신경이 우진이 치받고 있는 아래로 쏠려서,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억지로 다문 입술 사이로 우진의 손가락이 다시금 들어섰다. 선아가 신음을 흘리지 않는다는 걸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귀신처럼 알아채서, 억지로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선아는 차마 그의 손가락을 물 수는 없어서, 결국 그의 뜻대로 입을 벌리고 말았다. 한우진은 엇박자로 치받았다. 새된 교성이 선아의 입에서 끝도 없이 새어 나왔다.

움직임은 조금도 잦아들 기미 없이 속도에 속도를 더해만 가서 선아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울음소리와 비슷한 제 신음 소리와 더불어.

몇 번이나 억지로 도달했던 절정이지만, 전신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것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흘레붙는 개처럼 한우진이 제 등에 붙어 짓이겨 쳐올리는 데에는 익숙해질 수 없었다.

선아는 자신이 절정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속살을 들락거리던 성기가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게 거세게 안쪽을 후려치듯 힘껏 처박히자,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신음은커녕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꺽꺽. 숨이 막히는 소리에 한우진은 선아의 머리카락에 제 얼굴을 비비며 다시금 사정했다.

쏘아 대는 사정액이 오줌발처럼 강해서 선아는 그의 정액이 자궁 안쪽에 직접 스미는 느낌이었다. 꿀렁이며 흘러드는 사정액이 선아의 질 안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마개처럼 선아의 질 속으로 파고든 한우진이 성기를 조금 뒤로 빼내면, 그 틈 사이로 조금 비집고 나올 정도였다.

그 난잡스러운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우진은 다시금 몸을 붙여 왔다. 제 정액 한 방울이라도 선아의 몸 안으로 집어넣기 위한 몸짓이었다.

쾌락보다는 그저 제 새끼를 배게 하기 위한 지독히도 짐승적인.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아예 발정이 난 개처럼 수정이 이루어져 가득 부풀어 불룩해질 때까지 제 성기를 선아의 질 안에서 빼고 싶지 않았다.

“하아.”

만족감이 가득한 짙은 탄성을 내뱉고서야 한우진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폐부에 가득 차오르는 정사의 냄새. 온몸의 촉감으로 와닿는 선아의 부드러운 몸. 흥분에 취해 잠시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시야에 곧바로 들어오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과 그리고 선아.

선아. 채선아.

“선아 씨.”

한우진의 입 속에서 드디어 트인 숨과 같이 선아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처음 겪은 그 격렬한 감정을, 한우진은 자신의 냄새와 뒤섞여 엉망이 된 선아의 체취를 다시금 제 콧속으로 들이켜는 것으로 누그러트리고 또 누그러트렸다.

한우진은 기절하듯 잠든 선아를 들어 올려 침대에 뉘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밀려 올라갔는지, 아니면 밀려 내려간 것인지 간신히 허리춤에 걸쳐 있는 선아의 슬립을 아래로 벗겼다. 그리고 자신의 옷들도 하나씩 벗었다. 옷가지들은 의자의 등받이에 걸어 두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끌러 화장대 위에 올려 두었다. 시계에 부딪혀 뻐근한 손목을 잠시 다른 손으로 붙잡아 좌우로 가볍게 돌렸다. 분명히 행위를 하는 와중에 제 손목을 감싸고 있던 시계가 걸리적거리다 못해 아프게 자신의 살갗에 자국을 내도록 몰랐었다.

그 정도로 자신은 반쯤 정신을 놓아 버린 것 같았다. 한우진은 자괴감에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정말로 자신이 미친 것이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우진이 스스로 통제가 가능해지자 끊었던 정신과 상담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평소에 감정에 휩싸여 어리석은 짓거리 하는 이들을 한우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제가 이런 꼴을 선아에게 보이고 말았다. 보이다 못해 선아에게 다 쏟아부었다. 그녀는 겁을 잔뜩 먹었으면서도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개처럼 흥분에 취해 헉헉대는 와중에도 한우진은 그게 못내 가슴이 빠듯하게 조여 올 정도로 좋았다.

미친 새끼가 따로 없었다.

한우진은 선아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모로 누워서 맨몸으로 선아의 몸을 끌어당겨 제 품에 안았다. 부어 있는 눈덩이에 입술을 가볍게 댔다. 그것조차 아픈지 선아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한우진은 그 달콤함을 누리는 대신에 선아의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눈꼬리를 입술로 조심스럽게 눌렀다.

“나는 겁이 나요.”

한우진은 속삭였다.

“선아 씨가 나를 떠날까 봐. 선아 씨가 나를 버릴까 봐.”

잠이 든 제 아내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금세 공중에 바스러져 아주 연약하게 들렸다.

“그래서…….”

아주 간절하게.

“그래서 내가…… 선아 씨를…… 죽이고 싶을까 봐. 그게 무서워요.”

신에게 구원을 구걸하는 애잔한 기도처럼.

선아는 자신의 눈가를 지분대는 조심스러운 손길에 부기로 퉁퉁 부은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망막을 가득 채우는 한우진의 모습에 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조금 벌려 웃었다.

우진이었다. 선아가 알았고, 보았고, 겪었던. 조금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제 눈앞에 있는 그가 선아가 아는 한우진이라서 안심할 뿐.

한우진은 그런 선아의 입꼬리도 제 손가락으로 지분댔다.

눈가보다 더 오래.

“내가 심한 짓을 했어요. 미안해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선아는 잠시 망설였다. 고민하느라 조금 굳어진 입꼬리를 한우진은 아주 오래도록 매만졌다. 그렇게 하면 아까처럼 선아의 입꼬리가 위로 조금이라도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선아의 물음에 잠시 그의 손동작이 멈추었다. 하지만 이내 선아가 눈치챌 틈도 없이 다시금 선아의 얼굴의 윤곽을 덧그리듯 매만진다. 선아는 그 손길을 눈을 살짝 내리깔고 즐겼다. 선아가 알던 우진이었다.

다정한 한우진. 착한 한우진.

“아니요. 없었어요.”

입술을 맞댄 채로 입술을 조금 달싹여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선아는 조금 더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붙였다. 그 사랑스러운 몸짓에 한우진의 입꼬리가 유순하게 올라간다. 그것도 잠시뿐이었지만.

“무서웠어요.”

“미안해요. 다시는 그럴 일 없어요.”

“무서웠는데, 우진 씨라서 참았어요.”

미안해요. 다시금 속삭이는 말에 선아는 빈말로도 괜찮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는 그가 정말로 무서웠으니까. 그가 정말 낯설었으니까. 그런 한우진은 채선아는 처음 겪는 것이라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또 그러면…….”

“…….”

“나 죽여도 돼요, 선아 씨.”

선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한우진은 진지했다. 조금의 장난기도 없었다. 그리고 친히 선아의 두 손을 제 손에 잡고 제 목에 가져다 댔다.

“선아 씨 손에 죽는다면, 나 그대로 죽어도 행복할 거 같아요.”

정말로 지금 당장 선아가 목을 졸라도 상관없을 사람 같았다. 그녀가 그의 목을 편하게 조르도록 한우진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그녀의 처분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그래 보였다.

“정말이에요.”

물기가 어린 눈동자 덕분인지. 아니면 축복을 받고 태어난 저 이루 말할 수 없는 빼어난 생김새 때문인지. 눈을 지그시 내리깐 한우진은 신에게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처럼 고귀해 보이기까지 했다.

***

선아는 지금 한우진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샤워 볼에 거품을 내서 발가락 하나, 손가락 하나, 어느 곳도 놓치지 않고 아주 정성 들여서 한우진은 선아의 몸에 거품을 묻히고 있었다. 어느 예술 조각품도 지금의 자신처럼 헌신적으로 세밀하게 닦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진의 손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오려고 하자, 선아는 겨우 그의 손등을 두 손으로 붙들어 막아 냈다.

“여, 여기는 제가 할게요.”

“내가 해 줄게요.”

“그, 그게…….”

욕실의 수증기에 의해 발긋하게 달아오른 선아의 볼이 불긋불긋 열이 확 올랐다. 이런 것까지 그에게 말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한우진이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

“밑에 빼내고…… 씻어야 할 것 같아서…….”

“…….”

“이제부터는 나 혼자 해도 돼요. 우진 씨는 나가도…….”

한우진의 손이 드디어 선아의 허벅지 근처에서 멀어졌다. 선아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그녀의 착각이었다.

한우진은 욕조의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는 선아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선아는 그가 제 발목을 벌리자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그저 뒤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었다. 고개를 숙인 탓에, 한우진의 머리가 선아의 가랑이 사이에 자연스럽게 위치했다.

“억지로 해서 부었을 테니까 입으로 빨아 줄게요.”

선아가 그의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우진의 입이 선아의 아래에 정확히 맞물렸다. 그리고 말 그대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선아는 발버둥을 치면 발로 그의 얼굴을 걷어차게 될까 봐 꼼짝도 못 한 채로 우진의 어깨에 대고 있는 손톱에 가득 힘을 주었다.

분명히 제 손톱이 살갗을 파고 들어가 아플 텐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더욱 세차게 빨아 댔다.

“우, 우진 씨. 아웃. 아. 제발─.”

선아의 제지에도 우진은 아랑곳없었다. 제 할 일만 할 뿐이었다. 선아는 죄다 빨아 당기는 느낌에 진저리를 쳤다. 서로의 체액은 물론이거니와 선아의 음핵까지도 한우진은 그악스럽게 빨아 대고 있었다. 혀를 밀어 넣어 안에 고여 있는 것까지 훑어 빼냈다.

이건 또 다른 애무였다. 우진의 단단한 어깨를 부여잡은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가끔 입 안에 머금고 있던 것을 뱉어 내기 위해 우진의 입이 떨어졌다. 그 순간조차 선아가 몸을 어떻게 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찰나였다.

그대로 다시금 빨렸다. 우진이 일방적으로 선아의 아래를 빠는 소리와 선아의 신음만 욕실에 가득 울렸다.

“아, 읏.”

목 안쪽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건, 이건, 정말, 이건 말도 되지 않는다.

이제 다 빨아 냈는지, 한우진은 청소라도 하듯 혓바닥으로 그녀의 음부를 전체적으로 훑어 내고는 떨어졌다. 우진은 힘이 다 빠졌는지 제 쪽으로 기울어지는 선아의 몸뚱이를 받쳤다.

그리고 제 입 속에 손가락을 두 개를 집어넣었다. 입 안에 텁텁하게 맴도는 제 정액을 빼내기 위해서였다. 혓바닥과 볼 안쪽을 긁어내려서 입 안에 남아 있는 것을 빼냈다. 퉤. 침과 함께 뱉어 내도 찝찝함이 남았다.

그는 선아의 뒤쪽에 있는 욕조에 받아 두었던 물을 손바닥으로 조금 떠서 입 안을 헹구었다. 고개를 비틀어 입 안을 헹구었던 물을 마저 뱉었다.

선아의 애액만을 빨았던 때랑은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것인데도 더럽게 느껴졌다. 여자에게 정액을 먹이는 게 성적 판타지인 다른 남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진은 선아와 상체를 겹친 상태 그대로 샤워 호스를 가져다 대고는 선아의 몸과 자신의 몸에 있는 거품을 제거했다. 따뜻한 미온수에 선아의 몸이 더욱 제게로 늘어지는 것을 느끼며, 우진은 그녀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비누 거품이 쏟아지는 물에 쓸려 내려갔다.

이대로 선아와 함께 물속으로 잠겨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샤워를 다 마칠 즈음 조금 정신을 차린 선아가 제 몸을 살짝 떼어 낸다. 한우진은 순순히 물러났다. 가만히 선아를 보던 한우진의 매끈한 눈썹 하나가 비죽 올라갔다.

“이, 이거. 다시 하지 말아요.”

한우진은 아직도 여운에 젖어서 덜덜 떨고 있는 선아의 허벅지를 엄지로 지그시 문질렀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녀가 다음에도 또 하기를 원하면, 제 정액쯤이야 먹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빨아서 먹다가 파들파들 떠는 선아를 보는 맛에 익숙해질지도 모르고.

“아니에요. 다시는, 다시는 하지 말아요.”

선아의 목소리가 조금 뒤집힌 게 귀여워 한우진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기를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제 입술을 핥는 것으로 억지로 감추었다.

한우진은 그 자세 그대로 선아의 허벅지에 제 뺨을 기댔다. 선아가 망설이다가 제 손을 우진의 머리카락에 가만히 댔다. 우진은 손바닥으로 선아의 종아리를 가볍게 죄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선아 씨한테 농담이라도 내 정액 먹어 달라고 하면 안 되겠어요.”

멈칫. 제 말에 선아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한우진은 고개를 비틀어 선아의 허벅지에 제 입술을 깊게 묻었다. 그러다 쪽쪽, 오로지 채선아에게만 헌정하는 한우진의 입맞춤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선아 씨 거랑은 달리 내 것은 너무 맛이 없어. 선아 씨 거는 맛있는데.”

눈만 치켜든 그 자세로 그는 얄궂게 웃었다. 선아는 금세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의 허벅지에 빈틈없이 빼곡히 입술을 맞추던 그는 고개를 선아 쪽으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제 손가락을 입 안으로 집어넣어 양쪽으로 제 입을 벌렸다. 검지와 중지가 양쪽으로 그의 입을 크게 잡아 벌렸다. 제 입 안이 선아에게 잘 보이도록. 그는 그 상태로 웅얼대듯 말했다.

“나에게 선아 씨 거, 다 먹여 줘요.”

조금 풀린 눈으로 한우진은 나직이 덧붙였다.

“선아 씨가 내 입 안에 싸 줘요.”

이리저리 굴러먹은 사람처럼.

그 고귀한 얼굴마저도 상스럽게 보이도록.

***

선아는 가만히 있어도 허벅지가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찌뿌둥한 상체를 억지로 일으키자, 온몸의 근육들이 일제히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도로 눕자니 언제 우진이 단잠에서 깨어나 저를 다시금 집어삼킬지 몰라 걱정스러웠다.

선아는 슬그머니 움직였다. 대충 맨몸에 샤워 가운을 걸쳤다. 어제도 우진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선아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 냈는지. 밤새 물리고 빨린 몸은 그다지 찝찝하지 않았다.

잠든 우진의 얼굴을 선아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앞머리에 한쪽 눈가가 가려진 그는 말끔히 머리를 넘겨 고정시켜서 전체적으로 인상이 꼿꼿해 보이던 평소의 포마드 스타일일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선아는 손을 뻗어 그런 그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옆으로 넘겨 주었다. 손가락에 닿는 머리카락도 부드러웠다.

선아의 손이 중앙에 우뚝 솟아오른 콧대를 살짝 매만졌다. 뺨으로, 입술로, 단단한 턱으로. 선아의 손은 솜털처럼 가볍게 우진의 뚜렷한 윤곽을 조심히 쓸었다. 그는 모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도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손에 닿는 곳에 그가 있다는 게. 눈을 뜨는 곳에 그가 있는 게. 고른 호흡을 알아챌 정도로 서로가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그래서 이렇게 행복하다는 게.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절로 불안해질 정도로.

선아의 손끝이 우진의 눈가를 부드럽게 지분댔다. 입술을 맞춰도 좋을까. 선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내려 그의 눈가에 쪽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뗐다.

독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그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건 선아에게 없는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뺨에도 쪽 닿았다. 이번에는 그 매끈한 턱에도.

입술은……. 입술에 해도 될까?

선아가 잠시 거기에서 멈칫거렸다. 다 해 놓고 보니 그건 뭔가 부끄러웠다. 생각해 보니 제가 먼저 스스로 그에게 입술을 맞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괜히 했다가 그에게 들킬지도 몰랐다. 그건 조금 창피한 일이었다. 잠든 사람에게 도둑 뽀뽀를 하다가, 당사자에게 들키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었다.

선아가 그에게 숙였던 상체를 세우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손목을 붙들린 채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에 밀려 선아의 몸이 다시금 침대에 눕혀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선아는 한우진의 아래에 깔린 자세였다. 한우진은 선아의 가슴을 제 몸으로 기분이 좋을 정도로 뭉근히 짓눌렀다. 그리고 제 콧잔등에 닿는 선아의 콧대를 비비적댔다. 커다란 덩치와 맞지 않게 퍽 애교스러운 짓에 선아는 코를 씰룩였다.

간지럽다.

한우진은 손으로 선아의 한쪽 뺨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리고 엄지로 살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왜 하다가 말아요?”

“뭐, 뭘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선아는 제 얼굴이 타오르는 것과는 별개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부부 사이에 그 정도는 몰래 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불쑥 치솟아서, 선아가 뻣뻣하게 고개를 올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를 선아 씨가 이렇게 야하게 만졌던 것 같은데.”

우진이 정확히 선아가 매만졌던 순서와 부위를 다시금 매만졌다. 선아의 머리카락, 선아의 눈가, 선아의 콧대, 선아의 볼, 선아의 턱, 그리고 선아의 입술까지.

“아니에요?”

선아는 눈만 끔벅였다. 범인은 원래 말이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선아는 우진의 손길처럼 그렇게 진득하게 그를 만진 적이 없었다.

제 아래에 깔린 선아를 내려다보며, 한우진이 한쪽 눈을 찡그리듯 웃었다. 이번에는 손등으로 선아의 뺨을 부드럽게 문댔다.

왜 이렇게 머리가 달게 절여질 정도로, 채선아는 예쁜지 모르겠다.

“사람 감질나게 하고 내빼기예요?”

“우진 씨는 맨날 나 잠잘 때도 그러면서…….”

문뜩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지, 꿍얼대듯 내뱉는 변명에 우진은 그녀의 지척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닿지는 않을 거리에서 우진은 속삭였다.

“그러니까 다시 해 봐요.”

“…….”

“아니면 나 다시 잠든 척해요?”

선아는 유혹하듯 속삭이는 그의 모습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한우진이 이렇게 능글맞은지 처음 알았다.

“내 공주님. 어서 입술을 맞춰 줘요.”

눈에 흠뻑 웃음기를 머금은 채 선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스치듯 비벼 댄다. 나붓이 눈꺼풀을 내리깔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저주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잠든 어느 얘기 속의 빼어난 미모의 사람처럼.

거기에 채선아가 홀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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