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입술은 그가 그녀를 침대에 눕히는 순간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선아는 파고든 혀를 받아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경험이 없으니 이 잡아먹힐 것 같은 입맞춤이 능숙한 것인지, 아니면 조급한 것인지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
혀를 달싹이면 그가 그런 그녀의 혀에 제 혀를 비비며 마찰시켰다. 혀끝을 세워 가지런한 치열을 훑는다. 입천장도 같은 방식으로 훑었다. 그녀가 몸을 살짝 떨거나 희미하게라도 신음을 뱉을라치면 귀신같이 알아차려 그 부분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공략하듯 혀로 문댄다. 숨이 모자란 탓에 머리가 빙빙 돈다.
“하아.”
숨이 막힌 건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깊은숨을 내뱉으며 드디어 입술을 떼어 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입술 옆으로 흘러나온 타액을 혀로 훑어 먹는다.
어찔한 머리는 제대로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밤에 잠긴 탓에 어두운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도 한우진의 뚜렷한 윤곽은 선아의 눈에 선명했다. 선아는 자신의 뺨에 짧게 닿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선명한 온기와 감촉은 이것이 그녀의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선아 씨.”
목 안쪽 가장 깊은 곳에서 신음처럼 작고 유약하게 새어 나오는 제 이름도.
선아는 다시금 고개를 틀며 자신에게 입술을 맞추는 그를 받아들였다. 벌어진 가운 틈으로 들어오는 손이 생각보다 더 뜨거워 그녀의 작은 몸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 안을 부드럽게 휘젓는 그의 혀의 선명한 움직임에 선아는 절로 몸이 다시금 늘어졌다.
잠시 입술이 떨어질 때면 그는 그녀의 뺨을 간질이듯 쓰다듬으며 오래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선아는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몸을 지그시 무게감 있게 짓누른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면 그는 몽롱하게 젖은 눈을 감고, 도로 선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붙였다. 마치 제 입술에 닿는 것이 그녀가 맞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듯.
자신이 꿈속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짙은 입맞춤으로 상기시키듯, 그의 가쁜 입맞춤은 마치 애절하게 매달리는 구석이 있었다. 선아는 그 미묘한 차이를 전혀 몰랐다. 오로지 자신의 느낌일 뿐이라 단정 지었다. 그 언젠가의 순간들처럼.
“으응…….”
그가 가슴을 가볍게 틀어쥐는 느낌에 선아는 살짝 몸을 떨었다. 묻어 두었던 긴장감이 다시금 소름을 동반한 채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고개를 살짝 틀자, 자신의 입술에 빈틈없이 맞붙어 있던 그의 입술이 순순히 떨어져 나간다. 곧이어 그는 그녀의 입술 대신 제 마음대로 선아의 살갗에 입술을 맞췄다.
쪽. 쪽. 짧게 퍼지는 소리는 너무 달았다. 마치 그가 그녀가 사랑스러워 못 참겠다고 외치는 소리처럼 말이다. 고요한 가운데 유일하게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그처럼 간지러우며 다정한 구석이 있었다.
한우진은 채선아에게는 모순적인 존재였다.
차가우며 따뜻했다. 무심하며 다감했다. 한없이 먼 존재 같으면서도, 손을 뻗으면 언제든 제 손을 잡아 줄 것 같은 거리감을 그는 유지했다. 마치 지금처럼.
선아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오목한 손바닥에도 수없이 입술을 맞췄다. 선아는 그 감촉이 간지러워 살짝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 닿아 있는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선아는 손바닥에 닿는 축축한 혀의 느낌에 살짝 한쪽 눈을 찌푸렸다. 뜨겁다. 자신의 손바닥을 핥는 그의 혓바닥이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건지. 아니면 열이 오른 자신의 몸이 뜨거워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질척이는 감촉이 낯설다. 그래도 떼어 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살짝 이를 세워 깨물어도 그 아픔마저 달게 느껴졌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도 선명히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 단단히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 고고하기 짝이 없는 한우진이 젖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뭔가를 요구하듯 아주 간절하게.
그가 달고 있는 것 중에 그녀의 시선을 빼앗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번들거리듯 젖은 눈이 자신을 쳐다보는 이 순간은 뒷덜미가 쭈뼛 설 정도의 어떤 쾌감 같은 것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자로 잰 듯이 모든 것이 똑바르고 빈틈이 없는 우진이 제 위에서 숨을 흐트러트리고 있었다. 갈망하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선아의 저열한 욕망을 만족시켰다. 자신의 한없이 낮은 자존감을, 이 남자의 이 순간뿐일지도 모르는 단순한 육체에 대한 갈망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가 벌거벗은 제 몸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었다. 아니. 한우진이 잠시 황홀한 눈으로 쳐다본 것으로 충분했다.
우진의 커다란 손아귀에 잡힌 가슴이 그의 손안에서 주물러졌다. 쪽쪽, 수없이 내리꽂는 가벼운 그의 입맞춤과는 달리, 그의 손은 자비 없이 그녀의 살덩이를 콱 잡아 움켜쥐듯 비틀었다.
“아…….”
선아는 입술을 벌렸다. 선아의 손바닥에 붙어 있던 입술이 양심 없이 냉큼 그녀의 입술로 돌진하여 정신없이 혀를 밀어 넣었다. 목구멍을 찌를 듯 깊숙이도 들어온다.
그는 선아의 정신이 자신의 혓바닥으로 가득 찬 입 안에 쏠린 사이를 틈타 다른 쪽 가슴도 제 손아귀에 가득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둥근 가슴 모양새를 망가트릴 정도로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속된 말로 떡 주무르듯이, 자신의 긴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풍만한 살갗이 튀어나올 정도로 세게 주물럭거렸다.
그의 손아귀 아래에서 선아의 유두가 꼿꼿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흐르듯 안착했다. 그제야 선아는 막힌 숨을 겨우겨우 내뱉을 수 있었다.
“우, 우진 씨.”
선아는 떨리는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봐도 그는 너무 급한 것 같았다. 그의 손아귀 안에서 자비 없이 비틀리는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것인지 제 입술을 맘껏 여린 목덜미에 비볐다. 솜털이 쭈뼛 선다.
“하……. 선아 씨.”
그는 밭은 숨을 그녀의 목덜미에 그대로 내뱉으며 입을 벌려 그녀의 살갗을 베어 물었다. 선아는 크게 움찔거렸다. 아팠다. 그리고 아픔은 이상한 쾌감을 동반했다. 그가 달래듯 제가 깊게 베어 문 목덜미에 잘게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 물린 목덜미가 열감 때문에 화끈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요.”
그녀는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열감은 그녀의 온몸을 삼켜 버릴 것 같았다.
아직도 한우진은 그녀의 가슴살을 정신없이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마치 생전 처음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것같이. 제 손아귀에 감기는 살갗의 부드러움에 제대로 취한 듯이. 큰 자신의 손아귀에서 꽉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치는 선아의 살덩이가 신기한지.
그는 호기심에 들뜬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앙가슴에 입술을 묻었다.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살을 가운데로 모은 그는 제가 만들어 낸 가슴골에 제 입술을 서슴없이 비볐다. 그리고 눈은 치켜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선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선아는 그의 행위보다는 자신을 똑바르게 응시하는 우진의 눈이 더 부끄러웠다. 낱낱이 자신을 까발릴 것 같은 눈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비틀어 우진의 시선을 피했다.
우진은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묻었다. 베일 것 같은 그의 높은 콧날에 여지없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살이 뭉개졌다. 그는 검지로 그녀의 곤두선 유두를 살살 매만졌다.
“으응.”
모든 신경이 마치 거기로 몰린 듯 찌릿하게 울린다. 몸을 비틀고 싶은데, 자신을 위에서 짓누르는 우진의 거대한 몸 덕에 움찔거리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선아 씨. 여기가 만지지도 않았는데 서 있어요.”
선아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탁할 정도로 낮았었나 생각했다.
그는 손가락을 튕기듯 그녀의 유두를 가지고 놀았다. 그의 입술은 그녀의 위쪽 가슴골에 쉴 새 없이 입맞춤을 흩뿌린다. 간지러움에 그녀의 발끝이 곱아든다. 허벅지 사이가 간지럽다. 숨이 거칠어진다.
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그의 엄지가 그대로 그녀의 유두를 그녀의 살덩이 안으로 집어넣듯 꾹 누른다.
“흑!”
신음 소리가 제 입에서 튀어나올까, 손등으로 입술을 가린 선아의 옆얼굴을 우진이 어둑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선아 씨 유두는 튀어나온 것도 이쁘지만, 이렇게 함몰된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는 탁한 숨을 거리낌 없이 선아의 귓가에 내뱉었다.
“그러면 내가 하나하나 핥아서 꺼내 줄 텐데.”
낮게 뇌까린 그가 엄지로 보로통하게 나온 그녀의 젖꼭지를 이리저리 마구 비벼 댄다. 선아는 절로 발가락이 곱아드는 느낌에 우진의 팔뚝을 쥐었다.
선아의 손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인지. 그의 팔뚝이 선아의 손에 비해 터무니없이 굵은 것인지. 선아의 손아귀에는 그의 팔뚝이 다 잡히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휘어지며 가지런한 손톱이 그의 살갗에 박혀 들어간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우진은 그녀의 젖꼭지를 돌연 콱 쥐어 비틀었다. 달뜬 숨만 내뱉던 선아는 눈을 크게 떴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의 팔뚝에 박혀 있는 손톱만 더욱 깊게 들어갔다. 우진은 짧게 숨을 터트렸다.
“우진…….”
선아는 겨우겨우 막힌 숨통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그게 기특하다는 듯 그녀의 입술에 쪽쪽 제 입술을 짧게 가져다 붙였다. 하지만 그의 자비 없는 손은 움켜쥐고 있는 가슴을 더욱더 힘껏 비틀었다.
유륜의 여린 살은 물론이고, 딱딱한 젖꼭지가 한껏 틀어지는 느낌은 아팠다. 분명 아픈 것이 맞는데, 파드득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쾌감이었다.
선아는 혼란스러웠다. 휘몰아치는 감각은 뭐가 뭔지. 도대체 무슨 감각을 제가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선아는 그 속에서 흐느꼈다.
“아, 아파요.”
가느다랗게 애원하듯 우진에게 속삭였다. 그는 힘껏 비틀던 그녀의 유륜을 놔주었다. 그리고 벌겋게 물이 든 그곳에 짧게 입술을 맞췄다. 홧홧하게 달아오른 살갗에 그의 축축한 혀가 닿았다.
“많이 아팠어요?”
그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유두와 그 주변을 둥글게 핥아 올렸다. 그리고 퍽 뻔뻔히도 태연히 묻는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유륜의 여린 살을 모두 제 입 속에 넣으며 길게 빤다. 그의 볼이 움푹 팰 정도로 강하게 빨아들인다. 쭉쭉 힘 있게 빨아들이며 반대편의 유두를 엄지로 지분댄다. 조금 늘어지듯 노곤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달리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성말랐다.
급하고 거칠었다. 안달이 나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와중에도 선아의 표정을 틈틈이 살피며 그녀의 몸을 달구는 데 집중했다.
한껏 물고 빨아 제 침으로 젖은 선아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적당히 굴리면서, 그의 다른 손이 아랫배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음모가 가지런히 난 곳까지 다다른 그의 손은 더 밑까지 내려온다. 선아는 움칠댔다.
“선아 씨.”
그의 손가락이 젖은 음부를 쓰다듬는다. 선아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비음이 새어 나왔다. 허벅지를 그러모으려 해도 그의 몸통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단단히 막고 있었다.
그의 긴 손가락은 그녀의 갈라진 음부 겉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회음부까지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선아는 순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많이 흘린 거 아니에요?”
낮게 읊조린 그가 다시금 제 입 안 그득 그녀의 가슴을 흡입했다. 반대편 유륜은 또다시 그의 손가락에 비틀렸다. 겉면만 살살 문대던 손가락이 불식간에 선아의 음부 속으로 파고든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 속에 있던 여린 살갗이 꽉 아프게 물린다.
“으읏!”
선아는 턱을 추켜올리며 바들 떨었다. 한우진은 그런데도 제 잇새에 있는 것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혀로 문대는 감촉에 선아가 울먹이며 그의 머리를 밀어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저 선아의 젖가슴을 게걸스럽고도 우악스럽게 빨아 댈 뿐이었다.
짓누르듯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그는 선아가 평소에 알고 있는 단정한 한우진이 아니었다.
그가 일방적으로 빨아 당기는 소리와 그가 자신의 밑을 쑤셔 대는 바람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서로 마구 엉겨 선아의 귀를 괴롭혔다.
“으읏. 응. 우, 우…….”
선아는 그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질척이는 소리와 그가 쭉쭉 빨아들이는 소리 속에서 끙끙 앓는 것 같은 자신의 목소리는 선명했다.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오는 느낌이 선득했다.
굵직한 손가락은 거침이 없었다. 자꾸만 기어 들어왔다. 기어코 좁다란 안쪽까지 꾸역꾸역 파고든 한우진의 손가락은 부드러운 내벽을 짓누른다.
우진은 선아의 안쪽 끝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나직이 한숨을 터트린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목을 돌려 제 손가락조차 버겁게 물고 있는 속살을 맘대로 확장시킨다.
선아는 턱을 들어 올리곤 파르르 떨었다.
“좁아…….”
도무지 제 가슴에서 입술을 떼어 낼 것 같지 않던 우진이 짙은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선아는 그로 인해 축축하게 젖은 가슴 끝이 아프도록 꼿꼿하게 서는 것 같았다.
그는 금세 반대편의 젖꼭지도 제 잇새로 깨물었다. 잘근잘근 깨물리는 느낌과 아래에 처박혀 질척거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선아의 모든 감각을 일깨웠다. 반대로 선아의 이지는 점점 일그러져 갔다. 마치 그녀의 손아귀에 구겨지는 침대의 시트처럼.
한우진은 고개를 내려 가볍게 선아의 뱃가죽의 여린 살갗을 깨물기도 하고 입을 벌려 세차게 빨아들이기도 했다. 붉게 새겨진 자국이 생길 만큼 집요하게 구석구석 빨아들였다.
희어서인지 아니면 거죽이 얇아서인지 선아의 몸은 붉은 키스 마크가 단박에 눈에 띌 정도로 잘 생겼다. 그는 제가 새긴 문양을 손바닥으로 크게 훑었다.
그의 고개가 점점 밑으로 향했다. 선아는 제 밑을 일정한 박자로 쑤셔 대는 그의 길쭉한 손가락 때문에 그것을 눈치챌 겨를도 없었다. 잘근잘근 씹히는 살가죽이 홧홧 달아오른다. 질컥질컥. 쑤셔지는 밑에 제멋대로 힘이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셀 수조차 없는 그의 입맞춤이 간지러워 허리가 절로 비틀린다.
선아는 우진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느꼈다. 하지만 발끝이 곱아들 정도로 치솟는 쾌감은 마치 그가 그녀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 괴롭힘은 명백하게 선아에게 쾌감을 주었다. 살갗을 깨물리는 아픔마저도 쾌감으로 뒤바뀐 채로 선아의 몸을 달달 떨게 했다.
“아…….”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저도 모르게 아쉬운 신음을 내뱉을 만큼.
선아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제 두 손으로 가까스로 가렸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양다리가 무릎 뒤쪽을 잡아 쥔 그의 손에 의해 반으로 접혔다. 절로 다리 사이가 방만하게 벌어졌다. 우진은 안쪽 허벅지를 손아귀에 쥐고는 마저 잡아 벌렸다.
물컹한 것이 제 예민한 살갗에 닿는 느낌에 선아는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기겁했다.
얼른 팔꿈치를 세워 상체를 반쯤 일으킨 그녀는 제 밑을 내려다보았다.
한시도 제게서 눈을 뗀 적 없다는 듯 곧장 날아드는 우진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는 놀란 선아의 표정을 보고 살며시 눈을 접어 야살스럽게 웃는 것 같았다. 입은 여전히 선아의 아래에 처박힌 채였다.
그는 보란 듯 혀를 길게 빼고는 그녀의 아래를 핥았다. 선아가 다급하게 다리를 붙이려 하자, 그는 양손으로 선아의 허벅지를 단단히 잡아 눌렀다. 그의 물컹한 혓바닥이 전체적으로 음부를 넓게 핥는다.
혀끝을 세워서 대음순과 소음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구석구석을 핥는다. 버둥대던 발목이 잡혔다. 바닥에 고정하듯 꽉 짓누르는 힘에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졌다. 허리가 비틀리고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우진은 한껏 세워 뾰족해진 혀끝으로 살살 굴리듯 그녀의 내벽을 훑었다. 동시에 힘을 준 탓에 좁아진 구멍을 손가락으로 억지로 잡아 벌렸다.
뻐끔 벌어진 틈으로 울컥 새어 나온 음액을 그는 아예 제 입을 대고 빨아 마셨다. 그의 두꺼운 혓바닥이 음핵을 둥글게 짓누를 때, 선아는 아예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숨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대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쾌락이 제 숨구멍을 콱 틀어막는 것 같았다.
헉헉. 가쁘게 내쉬는 제 숨소리가 짐승의 헐떡임보다 더 거칠었다.
그는 아예 이제는 자신의 어깨 위로 선아의 다리를 걸치곤 상체를 일으켰다. 덩달아 선아의 하체도 그의 앉은키에 맞춰서 들어 올려졌다. 어깨만 간신히 침대에 붙은 채였다. 선아는 그 자세에서 한번 허리를 뒤틀었다. 하지만 한우진이 그녀의 다리를 꽉 붙들고 있는 탓에 미약한 움찔거림으로 그쳤다.
그의 입은 아예 선아의 아랫도리에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쭉쭉 빨아 당기는 힘에 선아는 제 머리카락이라도 쥐어뜯고 싶었다. 하얗게 점멸하는 시야에 온몸이 들썩인다.
아랫배에 꾹 힘이 들어간다. 구멍이 스스로 좁혀지다가 확 넓어지는 감각이 선명했다. 울컥울컥 새어 나오는 음액은 모조리 그의 입 속으로 꿀꺽꿀꺽 잘도 넘어갔다. 그의 목 정중앙에 도드라진 목울대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제 맘껏 들이켠 뒤에야 공중에 띄운 그녀의 하체를 놓아주었다.
선아는 다시금 기어 올라와 자신의 몸 위를 덮는 그의 몸을 얼결에 감싸 안았다. 우진은 더욱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선아는 버겁게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들어갈 거예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선아가 그의 말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힘차게 입구로 밀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눈을 크게 떴다. 우진은 제 얼굴을 아예 선아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한우진이 제 얼굴에 잘게 쏟아 내는 입맞춤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억지로 넓혀지는 듯한 감각은 생전 처음 겪는 고통이라 선아는 파르르 떨었다.
그의 등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톱이 그의 살가죽에 박혀 들어간다. 그런데도 한우진은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정말로 고통스러우면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선아는 실감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꺽꺽 숨이 막혔지만, 제대로 신음조차 내뱉지 못했다.
밀고 들어오는 힘이 잠시 주춤하자, 선아는 드디어 다 들어왔나 싶었다. 헉헉대며 억지로 숨을 내뱉었다. 배 속이 가득 차오른 느낌이었다. 우진이 맞붙였던 상체를 살짝 떼어 내자 그녀의 시선도 절로 결합한 아래로 향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아랫배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몸짓이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그녀의 안에 박혀 들어간 성기가 꿈틀댔다.
“하아.”
일순간 깊은숨을 터트린 우진은 인내하며 이를 사리물었다. 한쪽 팔로 제 상체를 지탱하고 그 손으로 선아의 젖은 이마를 쓸어 올렸다.
“걱정 마요. 천천히 넣을게요.”
그걸 다행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선아는 아래의 자신의 질 안을 다 채우고도 한참은 남아서, 제 것의 남은 부분을 감싸 쥐는 우진의 손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크기와 길이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관자놀이에 깊숙이 내려앉는다. 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반쯤 빠져나간다. 선아의 아래가 비어 버린 공간에 스스로 움찔 조여들었다.
씨발.
“미치겠네.”
분명히 잇새로 욕을 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우진의 성마른 입술이 자신의 입 안으로 파고들자, 이제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살랑대는 물결인 양 그는 천천히 선아에게 밀려 들어왔다. 부드러운 몸짓으로. 하지만 선아 안에 제 존재감은 확실하게 인식시키도록.
잡아 뺄 때마다 오돌토돌한 질벽에 걸리는 자신의 귀두의 느낌에 그는 더욱더 성마르게 선아의 입 안을 탐했다.
선아는 파고드는 혀를 버겁게 받아들이며, 맞붙은 하체를 천천히 달구는 움직임에 더욱 그의 굵은 목을 감싸 안았다. 모든 감각이 불시에 조여드는 것 같았고, 모든 감각이 일순 풀어지는 것 같았다.
몽글몽글 제 가슴을 채우는 것은 충만함이었다. 모든 감각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행위였다. 소실되는 것은 없었다. 잃어버린 것도.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뭘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것은 서로를 서로로 채워 넣는 과정이었다.
그것도 머리가 비워지는 것 같은 쾌감을 동반한.
“흐응.”
선아가 비음을 흘리며 허리를 비틀고 들썩였다. 살랑대며 치받던 행위가 속도를 더한다. 서로의 혀를 뒤섞는 난잡한 소리가 아래에서 질컥대는 소리와 함께 선아의 청각을 한없이 자극한다.
절로 하체가 들썩거렸다.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쳐올리는 힘에 선아의 몸이 들썩대며 밀려서 위로 밀려 올라갈 정도였다. 우진은 그때마다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내렸다.
선아는 점점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하는 것 같았다. 가벼운 절정이었다. 선아는 드디어 끝인가 싶었다.
그런 선아의 속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진이 제 성기에서 손을 떼어 내고 선아의 도톰한 살점을 지분댔다. 그의 입에 막힌 입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구석구석을 핥아 대던 혓바닥이 빠져나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선아는 순간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라,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우진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진은 허리를 천천히 앞으로 밀어 댔다.
“힘들어요?”
선아의 땀에 젖은 이마를 큰 손이 쓸어 올린다. 잔머리가 들러붙어 있던 앞이마가 드러나자 한우진은 거기에도 제 입술을 붙였다. 선아는 아직도 미약하게 경련하는 좁은 공간을 확확 벌리며 들어오는 감각에 진저리를 쳤다.
분명히 우진도 천천히 들어오느라 나름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그 큰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선아에게는 그의 그런 수고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서로의 숨이 한꺼번에 크게 터졌다. 선아는 그의 뭉툭한 귀두가 정확히 파고든 지점이 저릿하게 울리는 동시에 몸 전체가 아찔하니 추락하는 것 같았다. 우진은 그 부분을 다시금 콱콱 받아 댔다.
“여기예요?”
헐떡이는 숨 사이로 그가 부드럽게 묻는다. 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우진은 더욱더 그 부분을 힘 있게 쳐올렸다. 우진의 손가락이 도톰하게 열이 오른 음핵을 살짝 비튼다. 선아는 시야가 다시금 하얗게 점멸하는 것 같았다.
정신이 없었다. 짓이겨 쳐올리는 힘을 이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우진의 움직임에 그 밑에 깔린 선아의 몸은 속절없이 들썩인다.
선아는 구명줄이라도 붙잡듯 애절하게 그의 목을 감싸고 있는 팔에 꽉 힘을 주었다. 그런 그녀의 몸을 끌어안으며, 우진은 맹렬하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조금 전에 하던 것은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 거침없이 턱턱 부딪치는 힘에 선아는 울음과 같은 신음을 터트렸다.
이내 제가 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품에 헐떡이며 신음을 내뱉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극심한 쾌감은 몸뿐만 아니라 뇌까지 저릿저릿하게 녹일 것 같았다. 선아의 상체를 바짝 그러안고 있던 한우진이 고개를 비껴 자신의 목덜미를 양껏 깨무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선아의 몸이 밀려서 침대에서 떨어지기 전에 우진은 더욱더 깊숙이 처박으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탁, 하고 들끓는 신음을 꽉 내리눌렀다. 그 탓에 한우진의 이가 더욱 깊게 선아의 목덜미의 살갗에 박혀 들어갔다. 좁은 통로를 억지로 벌려 기어이 욱여넣듯 들어선 성기는 제 크기만큼이나 울컥대며 방만하게 정액을 싸질러 댔다. 선아는 그 선명한 느낌에 잠깐 몸을 떨었다.
우진은 체중을 실어 더욱 꽉 선아를 그러안았다. 온몸의 힘이 빠진 선아가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기 힘들어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것에 비해 그는 조금 숨이 흐트러졌을 뿐이었다. 그 숨도 금세 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천천히 이를 떼어 낸 그는 쾌락에 빠져 몽롱한 선아의 얼굴 여기저기에 다시금 입을 맞췄다. 절정에 올라 눈물을 글썽이는 눈가에는 더욱 짙게 입술을 붙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너머로 넘기는 손길이 한껏 조심스러웠다. 선아가 살짝 그의 가슴팍을 밀었다. 그런데도 한우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제 손을 내려 그녀의 아랫배를 감쌌다.
“지금 빼면 흘러내려요. 아깝잖아요.”
우진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들은 선아의 얼굴이 확 붉게 물들었다. 뻔뻔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은 한우진은 선아의 열이 오른 얼굴을 섬세하게 만졌다.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를 살짝 매만지며 한우진은 제 혓바닥을 냉큼 그 안으로 들이밀었다.
“응!”
갑작스러운 침입에 놀란 선아가 고개를 틀 시간도 없었다. 손가락이 턱을 당겨 입을 벌린다. 벌어진 입 속으로 밀려든 혀가 한 군데도 빠짐없이 구석구석 훑는다. 거의 갈취해 가듯 그녀의 타액을 제 입 속으로 삼켜 댄다. 그런 주제에 선아의 뺨을 매만지는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다. 솜털을 하나하나 제 지문에 문지르듯 조심히 매만진다.
아직도 선아의 깊은 안쪽에 박혀 있는 성기가 꿈틀댄다. 놀란 선아가 하체를 비틀었다. 한우진은 그녀의 골반을 두 손으로 부여잡아 제 밑으로 다시금 고정한다. 우진의 허리가 뒤로 빠져나가려는 느낌이 들자, 선아는 그의 혓바닥을 피해 겨우 고개를 옆으로 비틀었다.
“빠, 빠져나온다고…….”
옆으로 고개를 비튼 탓에 그녀의 볼에 입술을 대고 있던 한우진의 입술이 미묘하게 올라간다. 그리고 얕게 짓쳐 올린다. 하지만 워낙 깊게 박혀 있던 탓에 선아는 새된 신음을 내뱉었다.
“걱정 마요. 배 터질 때까지 싸 줄 테니까.”
그녀의 몸이 순간 그의 손에 의해 일으켜졌다. 선아는 절로 우진의 허벅지에 앉는 자세가 되었다. 아래가 결합된 채로 제 무게까지 더해지니, 선아는 아까보다 더 밀려 들어오는 느낌에 엉덩이를 살짝 내빼었다. 하지만 그걸 한우진이 곱게 놔둘 리가 없었다.
“하읏!”
되레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아 내리눌렀다. 서로의 밑이 완전히 비벼질 정도로 들러붙은 것이 만족스러운지 우진은 숨을 크게 터트렸다.
“선아 씨. 더 깊게 들어갔어요?”
묻는 말에 은근히 장난기가 섞여 들어갔다. 그의 어깨를 짚고 있던 선아는 뺨을 우진의 어깨에 비볐다. 온갖 신경이 아래에 쏠린 탓에 그가 무어라 귀엣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싸면 임신이 더 잘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귓바퀴 모양마저도 예쁜 선아의 귀를 살살 깨물며 우진은 은근히 허리를 쳐올렸다. 선아는 흔들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어, 다시금 그의 목에 달라붙었다. 한우진은 자신의 쪽으로 쓰러지는 몸을 기꺼이 마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