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 : 동생이 태어났어요
제국 유일의 황녀이자 라시드와 시아나의 딸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아빠를 꼭 닮았다.
은빛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 아이답지 않은 또렷한 이목구비.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공주님께서 참으로 다재다능하십니다. 머리도 명석하시고, 손재주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검술에 엄청난 재능이 있으십니다.”
그뿐인가.
아이리스는 4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무척 어른스러웠다.
늘 침착하고 생각이 깊었다.
황궁의 몇몇 사람들은 공주의 깜찍한 애교를 보지 못해 아쉬워할 정도였다.
그런 아이리스가 평범한 4살 아이로 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시아나와 함께 있을 때였다.
“엄마, 안아 주세요.”
“엄마, 책 읽어 주세요.”
“엄마랑 같이 잘래요.”
아이리스는 저를 살뜰히 돌봐 주는 유모나 다정한 라시드보다, 유난히 시아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시아나는 황후의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최대한 시간을 내어 아이리스의 어리광을 들어주었다.
아이리스는 시아나의 품에 파묻혀 환하게 웃었다.
“엄마가 제일 좋아요.”
시아나도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아이리스가 제일 좋아.”
그 말을 할 때마다 옆에 있던 라시드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리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그런 아이리스의 인생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동생이요?”
“그래, 엄마 배 속에 아이리스를 꼭 닮은 동생이 생겼어.”
시아나는 아직 납작한 배를 쓰다듬으며 방긋이 웃었다.
그날 이후, 아이리스의 일상이 바뀌었다.
“우웁.”
음식을 앞에 둔 시아나가 괴로운 얼굴로 입을 막았다.
시아나를 진료한 의사가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 입덧이 심하시니 식사를 따로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시아나가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아이리스, 아기가 배 속에 있어서 엄마 코가 아주 예민해졌어. 그래서 다른 음식 냄새 맡기가 힘들어. 엄마가 괜찮아질 때까지 아빠랑 둘이 식사하자.”
싫어요, 나는 엄마랑 먹는 게 좋단 말이에요!
아이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아나가 괴로운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괴로웠다.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리스를 시아나는 꼭 껴안아 주었다.
“엄마를 이해해 줘서 고마워, 아이리스.”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미안, 아이리스. 엄마는 어지러워서 쉬어야겠어. 소풍은 아빠와 둘이 다녀오렴.”
“아이리스, 엄마가 요즘 잠을 잘 못 자. 엄마랑 같이 자면 아이리스도 잠이 깰 거야. 그러니까 아빠랑 둘이 자자.”
아이리스가 며칠 걸려 완성한 시아나 모양의 조각상을 가지고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아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라시드가 무릎을 굽혀 딸에게 속삭였다.
“아이리스, 엄마가 많이 피곤한 모양이야. 엄마가 잠에서 깬 후에 보여 주자.”
아이리스의 통통한 두 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 * *
라시드가 엄청난 양의 책을 들고 말했다.
“아이리스가 오늘 공부한 거야. 역사책은 10권을 내리읽고, 그랑시아어는 1권을 통째로 외웠다는군.”
라시드가 반으로 동강 부러진 어린이용 목검을 흔들며 말했다.
“아이리스가 오늘 검술 훈련을 하다가 검이 부러졌다는군. 아, 다친 곳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
라시드의 말을 들은 시아나의 얼굴이 굳었다.
아이리스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다른 것에 열중하며 마음을 삭였다.
저 정도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현재 아이리스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아나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리스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어요.”
그날, 시아나는 아이리스와 단둘이 티 파티를 했다.
푸르른 잔디밭 위에 놓인 동그란 테이블 옆에 앉은 시아나가 웃으며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둘이 노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응!”
아이리스가 해님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작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 과자를 먹는 것뿐인데, 저렇게 기뻐할 줄이야.
시아나는 가슴이 지끈거리는 아픔을 느끼며 말했다.
“아이리스, 엄마 배 속에 누가 있는지 알지?”
“동생이요.”
“아이리스는 동생이 생기는 거 어때?”
“…….”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리스를 향해 시아나가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엄마는 아이리스의 진짜 마음이 알고 싶은 거니까.”
한참 후에야 아이리스가 입을 열었다.
“……싫어요.”
시아나는 가슴이 철렁거렸지만 티 내지 않고 물었다.
“왜?”
엄마가 배 속의 아기 때문에 나를 신경 써 주지 않잖아요.
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가 케이크 말고 다른 음식은 전혀 못 먹잖아요. 매일 피곤하다며 누워만 있잖아요. 한밤중에 다리가 아파서 엉엉 울잖아요.”
“……!”
“그러니까 동생이 미워요.”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시아나의 눈가가 빨개졌다. 시아나는 당황한 얼굴로 눈가를 매만졌다.
‘아기를 가지면 눈물이 제멋대로 나온다니까.’
눈물을 닦아 낸 시아나가 말했다.
“그랬구나. 아이리스가 엄마가 걱정되어 동생이 미웠구나.”
“……못된 생각을 했다고 혼내지 않아요?”
“그럴 리가. 아이리스가 엄마를 아끼고 사랑해서 한 생각이잖아.”
“…….”
아이리스의 부드러운 볼을 어루만지며 시아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이리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음식 냄새를 맡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입덧도,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누워 있어야 하는 것도, 한밤에 다리에 쥐가 나는 것도 무척 힘들어.
어떨 때는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하지만 힘이 드는 거지 속상하진 않아. 아니, 오히려 기쁘단다.”
시아나가 볼록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모든 것이 배 속에 사랑하는 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까.”
시아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이리스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배 속에 있는 아기, 사랑해요?”
“그럼, 엄마 자식인걸. 당연히 사랑하지. 아이리스를 사랑하는 것처럼.”
“……!”
눈을 크게 뜬 아이리스를 향해 시아나가 두 팔을 뻗었다.
아이리스가 의자에서 퐁, 하고 내려오더니 시아나의 품속에 파고들려다가, 멈칫했다.
시아나의 배가 볼록 튀어나와 안길 수가 없던 것이다.
잠시 고민한 아이리스는 통통한 두 팔을 쫙 뻗어 시아나의 배를 감쌌다.
시아나가 허리를 살짝 숙여 아이리스를 껴안으며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리스와 아기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둘 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니까. 그래 줄 수 있니, 아이리스?”
한참 뒤에 대답이 들려왔다.
“노력해 볼게요. 엄마를 위해서.”
딸의 말에 시아나는 눈썹을 내리며 웃었다.
그러나 시아나의 바람과 달리 아이리스는 쉽게 동생을 좋아할 수 없었다.
시아나의 배가 커질수록, 괴로워하는 빈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참지 못할 만큼 속상할 때면, 아이리스는 주문을 걸듯 중얼거렸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기다. 엄마가 소중히 하는 보물이다.”
그러니 미워하지 말고 소중히 하자.
그렇게 수도 없이 말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저쪽에서 걸어오는 시아나를 본 아이리스가 기쁜 얼굴로 달려가려는 순간, 시아나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커다란 배를 매만지며.
“엄마!”
아이리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가장 빨리, 시아나의 옆에 있던 라시드가 움직였다. 라시드는 시아나를 번쩍 안아 황궁 의사에게 달려갔다.
아이리스가 엉엉 울며 그 뒤를 따랐다.
시아나를 진료한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기가 나오려고 합니다. 당장 조산실로 옮기겠습니다.”
시아나는 라시드에게 안겨 미리 준비해 두었던 조산실로 들어갔다.
본래 아기를 낳을 때 남자는 나가 있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라시드는 그러지 않고 시아나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꼭 잡았다.
아이리스를 낳을 때처럼.
시아나 또한 그게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곁에 있으면, 두려움이 조금은 덜어졌으니까.
‘하지만 아이리스는 무서울 거야.’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출산하는 장면은 아이가 보기에 힘겨운 것이었다.
그래서 시아나는 눈물범벅이 되어 이곳까지 쫓아온 아이리스를 향해 힘겹게 말했다.
“아이리스는 나가 있으렴.”
“싫어요. 나도 엄마랑…….”
“아이리스. 어, 엄마가 지금 많이 힘들어.”
평소의 여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게 엄마를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나가 있을게요.”
“……고마워, 내 딸.”
시아나가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아이리스는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유모와 함께 방을 나갔다.
“황녀 저하, 출산이 끝나려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립니다. 방에 돌아가 기다리시지요.”
유모가 말했지만 아이리스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방 앞에 서 있었다. 아이리스의 고집을 익히 아는 유모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준비했다.
아이리스는 자그마한 두 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았다.
거대한 문 너머로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아이리스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러다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그렇진 않을 거야.
황궁 안에는 대륙에서 가장 솜씨 좋은 의사와, 어떤 병이든 고쳐 주는 꽃까지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던 아이리스는 눈물을 왈칵 흘리며 두 손을 모았다.
‘신이시여, 제발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신을 믿지 않는 아이리스가 난생처음 한 기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방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이내 방에서 피 묻은 앞치마를 입은 시녀가 한 명 나왔다. 츄츄였다.
츄츄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우렁차게 소리쳤다.
“건강한 왕자님이 태어났습니다. 황후 폐하도 무사하십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아이리스가 방 안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라시드가 보였다.
아기는 시아나가 낳았는데 어째서인지 라시드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은빛 머리카락도 미친 사람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니까. 아이리스가 걱정하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아나의 얼굴은 몇 시간 만에 반쪽이 되어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리스를 향해 시아나가 빙그르르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아이리스는 토끼처럼 새빨개진 눈으로 시아나를 바라보다가, 한달음에 그녀에게 달려갔다.
제 품속에 파고든 어린 딸을 토닥이며 시아나가 말했다.
“엄마는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 마, 내 아기.”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이리스에 대한 걱정이 뚝뚝 묻어 있었다. 결국 아이리스는 시아나의 품속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흐아앙!”
아기 때부터 잘 울지 않았던 아이리스는 3살 무렵부터는 거의 울지 않게 되었다.
자존심 세고 대담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황녀로서 체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토록 어른스러운 아이가 얼마나 놀랐으면 이렇게 울까.’
딸이 애처로워 시아나도 눈물이 찔끔 나온 순간이었다.
“으아앙!”
아이리스보다는 작고 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라시드가 안고 있던 아기를 흔들며 말했다.
“누나가 우는 소리를 듣고 멈췄던 울음이 다시 터졌나 보군.”
그 말에 시아나가 눈물이 나오려던 것도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아나는 아직까지도 저를 꼭 껴안고 있는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인사도 하지 않았네. 동생과 인사하렴, 아이리스.”
“…….”
아이리스는 동생의 얼굴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애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시아나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차마 싫다고 할 수 없어, 아이리스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런 아이리스 앞으로 라시드가 아기를 데리고 왔다.
‘안 봐도 뻔해. 엄청 밉게 생겼을 거야.’
물론 엄마 아빠를 닮았다면 아기는 눈에 띄게 못생길 확률은 적다.
하지만 아이리스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이처럼 보일 게 분명했다.
‘왜냐면 나는 엄마를 아프게 한 동생이 너무 싫으니까!’
하지만…….
포근한 담요 속에 들어 있는 아기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이리스의 눈이 커졌다.
밀가루 반죽처럼 뽀얗고 동그란 얼굴, 살짝 처진 초록색 눈동자, 앵두처럼 자그마한 입술까지.
‘엄마를 닮았잖아!’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아기는 시아나를 찍어 낸 것처럼 똑같았다. 마치 시아나가 그대로 아기로 변한 것처럼.
‘귀여워…….’
순식간에 아이리스의 마음속에 있던 미움과 원망이 눈 녹듯 사라지고,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
사랑이었다.
* * *
“으아앙!”
아기 울음소리에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연륜 있는 유모도, 다정한 엄마 아빠도 아니었다.
아이리스였다.
아기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이리스는 누구보다 빨리 동생에게 반응할 수 있었다.
“엘리어스, 배가 고프니?”
아이리스는 하녀에게 받은 우유병을 엘리어스에게 먹였다.
몇 달 사이, 더 뽀얗게 변한 엘리어스가 작은 입술을 우물거리며 열심히 우유병을 빨았다.
아이리스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으아앙!”
엘리어스의 작은 칭얼거림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번에도 아이리스였다.
“응아를 쌌구나.”
아이리스는 작은 손으로 능숙하게 아기 똥을 닦고, 똥이 묻은 기저귀를 돌돌 말고, 새 기저귀를 입혔다.
목욕도 같이했다.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거품이 가득한 욕조 속에 아이리스와 엘리어스가 함께 얼굴을 쏙 내밀고 앉았다.
기분이 좋은지 꺅꺅, 거리는 엘리어스의 포동포동한 몸을 아이리스가 열심히 닦아 주었다.
소중한 보물처럼, 그렇게.
잠도 함께 잤다.
“잘 자라, 내 동생. 앞뜰과 뒷동산에…….”
아이리스는 엘리어스의 작은 가슴을 토닥여 주며 노래를 불러 주었다.
이내 엘리어스는 고개를 꾸벅이더니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런 엘리어스를 본 아이리스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꼭 끌어안으며 웃었다.
“밀가루 반죽에 병아리콩 세 개가 박혀 있는 것 같은 예쁜 내 동생. 사랑해!”
달칵.
어두운 밤, 문이 열렸다.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온 사람은 라시드와 시아나였다.
환한 달빛 아래에 잠이 든 아이들이 보였다.
커다랗고 폭신한 침대 위에 아이리스와 엘리어스가 함께 곤히 잠들어 있었다.
쪽쪽이를 입에 물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편안하게 잠든 엘리어스와 달리, 아이리스는 일자로 곧게 다리를 펴고, 두 손을 가슴 위에 올린 채 잠들어 있었다.
‘황족의 우아한 수면 자세’의 견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라시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 딸이지만 범상치 않아. 이 아이는 분명 대단한 인물이 될 거야.”
라시드의 말에 시아나는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나가 잠이 든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둘이 잘 지내서 다행이에요. 아이리스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엘리어스를 챙기긴 하지만요.”
걱정스러운 시아나와 달리 라시드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아이리스는 외모도 취향도 성격도 나랑 같으니까.”
“…….”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는 대신 내가 마음에 드는 한 명에게 모든 마음을 쏟아붓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이의 행복뿐이야.”
강한 애정이었으나, 절대 일그러지지 않는다.
상대를 상처 주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리스도 엘리어스를 잘 보살필 거야. 평범한 누이보다는 좀 유별나겠지만.”
라시드의 말에 시아나는 눈썹을 내리며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요.”
라시드가 그런 시아나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작은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오늘 밤은 너를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고 싶은데…….”
그러니까, 보살펴 준다는 말을 왜 그렇게 야릇한 눈빛으로 하냐고요!
시아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무슨 소리냐며 남편을 미는 대신, 새침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시아나의 말에 라시드의 눈빛이 바뀌었다.
라시드는 시아나를 번쩍 안아 방을 나갔다.
한없이 다정한 포즈로 복도를 걷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은 시녀들이 수군거렸다.
“또 시작이시네.”
“저러다 또 금방 아기님이 생기시겠는걸.”
“그럼 좋지 뭐. 황제 폐하껜 황후 폐하뿐이시라 황손이 부족할 거라고 난리 치는 귀족들도 조용해질 테고 말이야.”
“셋째를 기원합니다!”
시녀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라시드와 시아나의 방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공주보다 시녀가 천직이었습니다> 외전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