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한 번만요.”
속아줘.
내가 당신에게 그랬듯이.
베스는 불현듯 메여오는 목을 애써 꾹 눌렀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내리누르려 하자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항상 저 남자 앞에선 그랬다. 자주 걱정이 됐고, 때때론 화가 났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아릿해졌다. 좋아한다고 서투른 고백은 했었지만, 그게 사랑인 줄은 몰랐다.
죄책감 없는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고작 그 이유로 베스는 겪어본 적 없는 열병을 열병인지도 모르고 앓았었다.
누구의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컴컴한 방 안에 앉아 쉴새 없이 브로치로 손 밑을 찌르고 있을 때면, 베스는 데베르의 흉터를 떠올렸다.
그 수많은 흉터를 남기기까지 그 남자는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까.
잠시 나타난 내가 조금의 위로는 됐을까.
내가 떠나간 소년과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을 때처럼, 당신도 그러지는 않을까. 아, 그런 마음은 몰랐으면 좋겠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 따위 당신만큼은 몰랐으면 했는데.
“한 번-”
“기다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데베르의 목소리였기에 선명하게 들렸다.
베스는 기다렸다. 견고히 잠긴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나타나기까지.
“….”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늘 그렇듯 서늘한 향을 풍겼으며, 무감한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베스의 눈이 얼기설기 단추를 채운 데베르의 가슴팍을 지나, 상처 난 그의 발치로 내려갔다. 날카롭게 찢어진 상처는 유리 조각에 베인 것 같았다. 희미하게 넘어오는 위스키 향이 그의 밤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줬다.
베스는 주머니 안에 욱여넣었던 갖은 약과 거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본 적 있는 그림이었다.
폐허가 된 후방 병원에서 살아보겠다고 전방으로 도망치던 그날 밤의 숲길에서도 우린 이렇게 마주 봤었지. 베스는 작게 웃었다.
그때와 달라진 건….
“오늘은 간호사가 아니라 애인으로 온 거예요.”
베스는 고개를 들어 데베르를 올려다봤다. 초점이 흐릿한 잿빛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베스는 속삭였다.
“아주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야.”
당신은 우리의 처음이 전방 병원이라 생각하겠지만.
괜찮았다.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차피 불행한 하루에서 도망치는 날에만 그녀를 만나러 왔으니까.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는 게 나았다.
베스는 천천히 일어나 데베르의 뺨을 감쌌다.
“정신 차려. 데베르 클리프.”
손을 타고 넘어오는 미온한 체온에 또다시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슬퍼졌다.
왜 하필 당신은 따뜻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아니구나. 내가 차가워서 당신을 슬프게 하는구나.
“취하면 안 돼.”
베스는 데베르를 올곧게 바라봤다. 단단한 시선 속에 그가 담겼다.
“주정뱅이한테 청혼할 수는 없어.”
그 말에 남자의 눈썹이 작게 들썩였다. 무슨 말이건 해보라는 듯 고개가 조금 기울어졌다. 그 덕에 베스의 작은 손안에 그의 입술이 짧게 닿았다. 아직 취해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술이든, 약이든.
베스는 그 모습을 보며 몰리 부인과의 내담을 떠올렸다.
‘데베르의 상태는 어떠니?’
걱정이 묻어나는 그녀의 질문에 몇 번 망설이던 베스는 결국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좋지 않아요. 마지막 전장에서보다 안정제의 복용량이 훨씬 늘었어요. 아마 안정제도 중독이 됐을 거예요. 그리고… 제 추측이지만, 다른 경로로 불법 조제된 약을 꽤 오래 먹은 것 같아요. 집사님은 말씀하시지 않겠지만….’
‘그런 진단을 할 만한 다른 증상이 있었니?’
‘그건….’
이어진 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던 진실이었다.
‘간헐적으로 손을 떠는데 본인 의지로는 발작을 멈추지 못하고, 환각… 증세도 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수면 장애가 이어져 오고 있어요.’
‘수면 장애…?’
‘…제가 함께 밤을 보내서 알아요….’
그 말의 숨은 뜻을 알아챈 부인은 아연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더랬다.
‘잠들지 않아요. 웬만해선.’
베스는 알고 있었다. 막연히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어보려 그의 애인이 되겠노라 고백했던 밤, 그는 날이 밝도록 잠들지 못했다는 걸. 아니. 잠들었다 해도 그의 과거가 그를 계속 깨우고 있다는 걸.
긴 정사 끝에 기절하듯 눈을 붙인 베스를 가장 먼저 깨운 건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아닌 환각을 헤매는 데베르였다.
‘널 오랫동안 찾았어.’
낮게 중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은 베스가 아는 데베르가 아니었다.
풀린 동공의 의미를 간호사인 제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베스는 간밤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몸을 애써 일으켜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의 눈 위에 제 손을 덮었다. 희미한 달빛조차 이 남자를 깨우지 못하도록.
그렇게 한참을 손을 올리고 있다가 까무룩 다시 잠이 든 게 베스가 기억하는 그 날의 마지막이었다. 정사의 마지막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가 잠든 마지막 모습은 기억했다.
허물어지고 비틀린 데베르를 보는 건 고통스러웠다. 차가운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 눈만 껌뻑일 올리비아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끔찍했다.
그래서 베스는 예쁘게 웃었다. 이런 제 생각 따위 그가 영영 모르게.
“내게 청혼서를 보내요.”
당신이 어떤 꿈을 헤매고 있는진 모르지만, 지금은 일어나야 해.
그 속마음이 닿기라도 한 건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기만 하던 데베르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스는 한쪽 손마저 올려 그의 얼굴을 틈 없이 감쌌다. 아주 느리게 데베르 클리프는 깨어나고 있었다.
“아주 성대한 결혼식을 해요.”
때마침 컴컴하던 정원의 등불 하나가 반짝 밝혀졌다. 제대로 본 적 없던 정원 한구석의 작은 온실 정원에도 노란 불이 들어왔다. 층층이 켜지기 시작한 불은 그들만의 세상의 별인 것처럼 아른거리고 있었다.
“넥서스의 모든 사람이 우리의 결혼을 알도록.”
베스는 까치발을 들었다. 닿을 듯 말 듯 그의 입술 앞에 선 베스는 곧 입 맞출 것처럼 속삭였다.
“내가 베스 클리프가 됐다는 걸 모두가 알도록.”
두 번째 청혼의 입맞춤은 베스가 더 빨랐다.
“당신만의 클리프 부인이 될 테니.”
* * *
베스는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보호 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부득불 번트에서의 의료 봉사 마지막 날에 참여하겠다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변덕스럽게도 구는 하늘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녀의 편인 듯했으니까. 베스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의료봉사단과 환자들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하워드가 곁에 없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어둑하고 습한 보호 구역의 뒷골목은 한층 더 음산했다. 모두가 깨어나는 낮은 보호 구역에만큼은 잠드는 시간이었다. 그곳은 모든 게 역행하는 공간이었다.
베스는 아이를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란 건 베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아이가 몸을 숨길만 한 곳은 뻔했다. 잔뜩 취해 널브러진 약쟁이들이 잠든 방, 아니면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담장 위, 그도 아니면….
“아이야.”
제 몸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골목 끄트머리.
어린 베스 제인스가 벌벌 떨며 사라진 가족을 떠올렸던 곳.
“왜요?”
다행히 아이는 맞은 흔적이 없었다. 이에 조금 안심이 된 베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무슨 도움이요?”
동그랗게 눈을 뜬 아이의 눈에 호기심이 비쳤다.
“여길 나가고 싶지 않니?”
“그러고 싶긴 한데, 대장이 저는 이 골목 나가면 굶어 죽을 거라고 해서 못 나가요.”
아이답게 천진난만하고 잔인한 말이었다.
“아니야. 나갈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여기 살았어요…?”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눈으로 베스를 훑어봤다. 비에 젖긴 했어도 이렇게 예쁘고, 멋있고, 비싼 브로치도 턱턱 주는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도 여기 살았어. 할멈하고 같이.”
베스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당겼다. 아이는 낯선 이의 접촉에도 달아나지 않았다. 아는 거였다. 적어도 이 사람은 내게 해를 끼치지 않겠구나, 하는 그런 직감. 이곳에서 자라면 누군들 그런 직감 하나쯤은 갖게 될 것이었다.
“웨인에 가면 이곳처럼 보호 구역이 있어. 가장 큰 중심지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돌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이곳하고 같은 냄새가 나거든.”
“전 똑똑해요. 그 정도는 금세 알아챌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어떻게 그곳까지 가죠? 전 웨인을 본 적도 없는데.”
“지금부터 잘 들어.”
베스는 쭈그리고 앉아 아이와 눈을 맞췄다. 새카만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이상스런 열기에 아이의 얼굴도 긴장으로 흠칫 굳었다.
“의료봉사단이 곧 떠날 거야. 갑자기 비가 와서 마부들은 바퀴를 닦느라 정신이 없을 테고. 그럼 가장 큰 마차의 짐칸으로 뛰어들어서 커다란 상자 뒤에 숨어 있으렴. 사람들은 어느 정도 웨인이 가까워지면 멈추고 차에 타겠지만, 짐마차는 웨인까지 멈추지 않아. 그리고 마차가 멈추는 즉시.”
“즉시 몰래 뛰쳐나가서 보호 구역으로 가라고요?”
“그래.”
베스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호 구역으로 가서 ‘번트 보호 구역에서 공작에 관한 재밌는 걸 가져왔다’고 이리저리 말하고 다니면, 금세 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날 거야.”
가장 천한 소문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다. 분명 이런저런 소식을 물어다 주고 돈을 받는 치들이 있을 터였다.
베스는 품에서 작게 접은 종이 두 장을 꺼내 아이의 옷깃에 쑤셔 넣었다.
“두 장이야. 두 장 모두 전해야 해.”
방 안에서 휘갈겨 쓴 두 장의 추문은 모두 베스가 쓴 거였다.
첫 번째 장은 공작과 그의 애인인 자신에 관한 외설스러운 가십이었다. 모두의 이목을 끌 수 있게끔 최대한 천박하고 자극적으로 써 내려갔다.
그리고 두 번째 장은 자신의 출신에 관한 의심스러운 정황이었다. 갑작스레 사교계에 나타난 하워드의 양녀가 알고 보니 보호 구역 출신이었고, 몰리 공작 내외 앞에 순진한 척 말까지 못 하는 체하며 나타나, 그들의 막대한 후원을 받고 제국의 간호사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모든 것에 깜빡 속은 공작 내외를 향한 건방진 안타까움까지 적힌 기막힌 소식이었다.
사람들은 하워드의 양녀보단 데베르 공작 애인의 추문에 더 열광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근본 없는 아이를 딸이라 내세우는 하워드 백작에게 몰리겠지.
“내가 이 종이를 줬다는 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란다.”
하워드는 넥서스의 독이었다. 번져가는지도 모르고 내버려 둔 독.
넥서스의 황권을 무너뜨리고, 마지막 황제 호이든의 혈통을 빌미 삼아 제국을 섭렵하는 게 브리틴의 숨은 야심이었으며, 무력 없이 고결하게 황권을 거머쥐는 것만이 브리틴 왕가의 사생아이자 죽은 선황후에 대한 비이성적인 집착을 가진 하워드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왕가 혈통의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 브리틴의 개처럼 굴었다. 그는 자신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조차 던질 이였다.
그의 욕망이 선명히 이루어지기 위해선 넥서스의 전쟁영웅인 데베르는 브리틴과의 전쟁에서 죽어선 안 됐다. 그랬다간 브리틴을 향한 넥서스인의 성난 민심이 폭발할지도 모르니까.
데베르는 그저, 몰락해가는 황권과 함께 약으로 시들어가다 병환으로 죽어버려야 했다. 쇠퇴하는 권력의 전형적인 전철을 밟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을 도울 사람은 베스였다.
사랑을 속삭이며 그의 눈을 멀게 하다 서서히 독살시키는 것.
과거 올리비아가 카시우스에게 완수치 못한 임무이자, 이제 그녀의 딸인 베스가 데베르에게 풀어내야만 하는 족쇄.
“첫 번째 장을 먼저 주고, 삼 주 뒤에 두 번째 장을 전해주렴. 반드시 그래야 해. 삼 주 뒤.”
잠들지 못하고, 환각을 헤매는 데베르를 보며 베스는 문득 깨달았다. 군대장까지 사임한 그를 막연한 무력 싸움으로 내몰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심지어 하워드의 세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갔는지도 아직 불명확하지 않은가.
해독의 의미는 환부 한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그 피에 섞여든 모든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섣불리 하워드를 쳤다가, 오히려 놈의 숙청에 놀란 거머리들이 더 깊숙이 넥서스에 숨어드는 게 더 끔찍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한 가지.
베스의 숨통을 붙잡은 건 하워드였지만, 하워드의 비밀을 붙잡은 건 베스였다.
가장 깊숙이 적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는 자신이라는 걸 깨닫자 비로소 모든 게 선명해졌다.
베스는 주머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일부러 가장 낡은 헝겊을 여러 번 기워 만든 주머니였다.
“피오닐레라는 여관에서 잔일을 할 어린 소년을 찾고 있어. 거기에 가서 우선 이 돈으로 잠잘 곳과 식사를 해결한 다음,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 받아줄 거야. 그런데 글자는 아니?”
“알아요. 할멈이 노망나기 전에 가르쳐줘서.”
“그렇구나.”
붉어지는 눈시울에 얼른 고개를 쳐든 베스는 부탁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온갖 난리를 치며 짐을 옮기는 딕시와 그녀를 나무라는 아이네스를 보자 이상스런 안도감이 밀려왔다. 길었던 선택을 끝냈기 때문일까.
베스는 짐마차를 보다가, 저 멀리 있는 컴컴한 공작의 성을 올려다봤다.
“정말로 떠난 건가….”
하워드는 빠져나갈 구석 없이 의심받아야 했다. 그러려면 양녀인 베스의 존재 또한 함께 묶여 추궁당해야만 했다. 그녀가 무죄라는 걸 밝히려 애쓰다가 되려 하워드가 첩자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었다. 하워드는 그 찰나의 빈틈에도 귀신같이 빠져나갈 이란 걸 베스는 잘 알았다.
반드시 하워드의 모든 세력을 끌어안고 제국의 군사재판을 받는다.
그의 침실을 나서며 어리석은 선택을 했노라 잠시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 재판의 끝이 오면 더 이상 베스 제인스는 세상에 존재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쯤은 별거 아니었다.
운이 좋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
들려올 목소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클리프 성을 한 번 더 쳐다봤다. 지금이라도 꼭대기 층의 불이 켜지고, 굳게 닫힌 창 너머로 남자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베스의 입술이 달싹였다.
“…사실 우린 웨인에서도 만난 적 있어요.”
그 만남도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 걸 알기에 하는 고백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방에서 당신을 봤을 때 아주 조금은 기뻤어.”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는 소년을 기다렸었다. 소년이 떠난 사이 생긴 이름을 말해주고 싶었고, 조금 더 키가 커진 제 모습을 자랑하고도 싶었다. 지루한 기다림을 지나 다시 만난 소년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지만, 변치 않는 것도 있었다.
첫 친구이자 첫사랑.
그건 베스의 짧은 인생을 통틀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달콤한 것이자, 변치 않는 것이었다.
“이번 판의 기물은 내가 할게요.”
당신은 나를 찾아내고, 구해내고, 약속을 지킨 유일한 사람이니까.
“당신을 죽일 수는 없어.”
이젠 선택의 대가를 기다릴 때였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