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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돌려막기의 시작 (3/11)

3. 돌려막기의 시작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저녁, 남지유는 권성하가 선물한 페라리를 몰고 그의 회사 앞으로 향했다.

누가 보진 않았을지, 혹시 파파라치가 따라붙진 않았을지 조마조마해하는 남지유와 달리 조수석에 올라탄 권성하는 아주 느긋했다. “우리 지유 빨간 스포츠카 모니까 섹시하네?” 그는 외투로 감춰 놓은 다리를 만져 대며 바다로 드라이브나 가자고 유혹했다. 도심에서 바다까지 아무리 빨리 밟아도 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권성하의 성희롱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남지유는 “오빠, 저 빨리 단둘이 있고 싶어요…….”라고 맘에도 없는 가식을 떨며 권성하를 인적이 드문 근교 숲길로 이끌었다. 운전대를 잡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허벅지뿐만 아니라 그 안쪽까지 만져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앞을 발딱 세운 남지유는 사고 나니까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거의 울듯이 애원하며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적당하고 사람도 적어서 남지유가 곧잘 다니는 곳이었는데, 앞으로는 권성하와의 섹스가 생각나 못 갈지도 모르겠다.

“아으응, 오빠…….”

가로등조차 없는 외딴 숲에 주차한 남지유는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권성하의 위에 스스로 올라탔다. 이미 권성하의 손길을 거치며 흥분했던 몸은 전희가 따로 필요 없었다. 구태여 흥분한 척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달아오른 상태이기도 했다.

남지유가 품 넉넉한 외투를 벗자 권성하의 취향대로 코디된 차림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권성하가 골반까지 걷어 놓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권성하의 바지에서 직접 자지를 꺼냈다. 남지유의 허벅지나 그 안쪽을 만지며 진작부터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발갛게 피가 쏠린 자지가 꺼덕거리며 세워졌다. 언제 봐도 도망치고 싶어지는 크기다. 남지유는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아 페팅으로라도 한 발 뺄 생각으로 사타구니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까만 팬티, 그리고 답답한 팬티스타킹에 겹겹이 갇힌 자지 위로 생자지가 비벼진다. 밋밋한 자극이 답답하여 권성하의 자지를 붙들고 좀 더 강하게 문지르자 드디어 쾌감이 터졌다. 권성하는 제 위에서 농염하게 허리를 흔들어 대는 남지유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의 손이 제 자지와 비벼지는 앞섶에 닿는다.

“지유 발정 나서 오빠 자지에 대고 클리 비비는 거야? 운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길래. 으응?”

“으응응… 운전하는데 오빠가 자꾸, 만져서 그런 거잖아요…….”

“기분 좋다고 클리 비비면서 허리 흔드는 건 우리 지유인데, 왜 자꾸 오빠 탓을 할까.”

“아아앙, 흐응…… 아, 오빠아…….”

그가 사 준 차에서, 그가 선물한 옷을 입은 남지유의 애교를 보는 권성하는 유독 너그럽게 굴었다. 그는 탄력적으로 올라붙은 엉덩이를 양손으로 주무르며 남지유의 움직임을 도왔다. “아으응, 응응….” 권성하의 어깨에다 팔을 두른 남지유가 위아래로 살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앙큼하게도, 속이 다 비치는 블라우스 안에는 까만 브래지어까지 차고 있었다. 이 발칙한 차림새를 얇은 외투 한 장으로 가린 채 집을 빠져나와, 차 안에서 스타킹을 신고, 하이힐로 갈아 신었을 남지유를 생각하니 아랫도리에 곧장 피가 쏠렸다. 당장 다리를 벌리고 처박고 싶은 짜릿한 욕구가 치솟았다.

권성하가 남지유의 납작한 가슴을 손끝으로 만져 가며 웃는다. 그의 손끝마다 브래지어가 툭툭 걸렸다.

“우리 지유 가슴 작은 거 봐. 없는 가슴 모아 담느라 힘들었겠네. 오빠가 지유 가슴 크게 만들어 줘?”

“으응, 더 안 자라요, 다 큰 거예요…….”

속옷을 안 입고 오면 분명 괴롭힐 것 같아서 입었더니 이제는 입은 대로 짓궂게 놀린다. 남지유는 부끄러운 척 가슴을 가렸다. 그러고는 허리를 살살 흔들어 가며 “지유 가슴 작아서 맘에 안 드세요…?”라고 맘에 안 들면 손대지 말란 의도를 잔뜩 담아 말한다. 권성하는 애교에 아주 흡족한 것처럼 웃었다. 가슴을 만지던 손길이 젖꼭지를 장난스럽게 건드리는 손길로 바뀌었다. 남지유는 간질간질한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헐떡였다.

“아응응…… 가슴, 그만해요…….”

“우리 지유 칭얼거리는 거 예뻐 죽겠네. 오빠 꼴리라고 일부러 그래? 으응?”

“아, 아니에요…… 아앙, 응.”

“아니긴. 보지에 박아 달라고 보채느라 허리를 가만두질 않는데.”

권성하는 부드럽게 속살거리며 남지유의 팬티스타킹을 찢었다. 스타킹 올이 나가며 뜯어지는 소리가 난다. 활짝 벌어진 남지유의 가랑이에 브래지어와 한 세트를 이루는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커피색 스타킹과는 대조를 이루는 새하얀 속살도 권성하의 입맛을 제대로 돋워 주었다.

적당한 압박감을 주던 스타킹이 찢어지자 남지유는 해방감과 동시에 묘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더 진하게 닿는 자극에 못내 흥분되었는지 생자지에 대고 허리를 흔들어 가며 문지르는 몸짓이 더욱 바빠졌다. 그의 발끝에 간신히 걸려 있던 하이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러나 조금 비빈다고 해서 만족할 권성하가 아니었다. 권성하는 남지유의 난잡한 엉덩이를 꽉 붙들더니 아주 부드럽게 명령했다.

“지유야, 허리 들어.”

“네에…….”

고분고분 대답한 남지유가 권성하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허리를 들었다. 그의 다리 사이를 더듬는 손이 이미 찢어 놓은 스타킹을 더 뒤쪽까지 찢어 놓았다. 부욱 찢어지며 느껴지는 잔 떨림에 남지유가 잘게 헐떡였다. 엉덩이를 단번에 휘어잡고도 남는 큰 손이 찢어진 스타킹 안쪽으로 기어들더니, 이미 축축이 젖은 팬티를 옆으로 걷었다. 빳빳하게 당겨지며 밀려난 팬티 아래로 발기한 자지와 색이 엷은 속살이 적나라하게 내보였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온갖 멋진 척을 다하는 남배우가 남자 스폰서에게 다리 따위를 벌리는 걸 누가 알까. 이제는 평생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권성하 그 외에는.

남지유가 외출 전에 미리 풀어 놓은 구멍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꽤 많은 양의 젤이 둘러져 있었다. 내벽에도 양껏 문질러 놓았으나 숲길까지 오는 중 이미 체열에 녹아, 권성하가 손가락을 욱여넣자마자 흘러내렸다. 달달한 향이 나는 미끈한 물이 기다란 손가락을 적셔 놓는다.

“손가락 좀 넣었다고 줄줄 흐르는 것 봐. 우리 지유, 차 받자마자 보지물로 시트부터 망가뜨리겠네?”

“오, 오빠…… 벌써, 넣어요……? 아, 아직…….”

“오빠도 우리 예쁜 지유랑 더 놀아 주고 싶은데, 지유 보지가 이렇게 보채니까 오빠가 마음이 약해지네.”

그는 움켜쥔 엉덩이를 억지로 벌려 가며 꺼덕거리는 자지를 가랑이에 문질렀다. 보이지 않는 자지는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남지유가 선명한 두려움과 흐릿한 흥분에 몸을 떨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웃으면서도 남지유의 몸짓을 받아 주었다. 미끈하게 젖은 구멍을 묵직한 자지가 탁탁 건드려 댔다.

커다란 말자지를 받는 공포는 두 번의 섹스 끝에 조금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그 통증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마른침을 꼴깍 삼킨 남지유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권성하를 바라본다. 흠뻑 젖은 눈동자가 우수에 차 흔들렸다. 그 눈에는 언뜻 쾌감도 엿보였다. 피치 못할 사정만 아니었어도 절대 다리를 벌리지 않았을 남지유를 두려움과 쾌감, 흥분 따위로 녹여 가며 잡아먹는 것은 권성하에게 특별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예뻐 죽겠다는 듯 웃은 권성하가 남지유의 귓가에다 달콤하게 속삭인다.

“오빠 자지 받을 때마다 계속 처음인 척 구는 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지유야? 오빠 자지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데, 지유가 예쁘게 구니까 더 커지잖아.”

“아흐윽… 오빠, 아, 아으응, 더 커지면, 지유 죽어요…….”

눈을 감은 채로 헐떡거리는 남지유를 보는 얼굴이 아주 너그러워 보인다. 그는 두려워하는 남지유를 손으로만 달래 가며 “그럼 지유가 직접 넣어 볼래?”하고 별로 달갑지는 않은 타협안을 내놓았다. 어쨌든, 남이 쑤셔 박는 것보다야 직접 넣는 게 나은 법이다. 남지유는 곧장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권성하의 어깨에 둘러 놓았던 팔 한쪽을 내려 꺼덕거리는 말자지를 붙잡았다. 그리고 직접 허리를 들고 움직여 가며 젤로 젖은 구멍에 맞춘다. 한 손으로는 권성하의 어깨를 잡은 채, 또 한 손으로는 자지를 붙잡고 허리 아래로 시선을 내리는 남지유는 굴러먹은 세월에 비해 퍽 서툴러 보였다. 시답잖은 체력을 가진 최 사장을 위해 기승위를 많이 해 보긴 했었지만, 그때는 이만 한 말좆이 아니었다. 떨리는 숨을 내뱉은 남지유가, 간신히 허리를 내려앉히기 시작한다.

“흑… 아응, 너무 커요…… 아파, 지유 아파요, 오빠…….”

“우리 지유 보지는 오빠 자지 아주 맛있게 받아먹는데, 응? 들어갈 때마다 꽉꽉 조여 대서 오빠는 자지가 너무 아파.”

“아아아! 흑, 정말, 아프다구요…… 오빠 자지 너무 커요, 지유 보지에 안 들어가요……. 흑.”

“아, 지유야…… 오빠 꼴리라고 그러는 거 맞지? 응?”

삽입 중이던 것이 더 힘을 받아 꺼덕거리는 게 민감한 내벽으로 느껴졌다. 남지유는 잠깐 삽입을 멈추고 크게 헐떡였다. 그러잖아도 큰데, 위에서 직접 삽입하니까 더 크고 더 굵직하게 느껴졌다. 남지유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제발, 권성하 같은 말자지새끼는 법으로 섹스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버겁고 힘겨웠다. 물론 자존심 강한 남지유가 헐떡이고 흐느끼는 모습은 권성하에게 별미밖에 되지 못했다.

“지유야, 힘들어? 오빠가 할까?”

“아니요… 지유가, 할게요…… 앗, 아. 오빠는 그냥 가만히….”

“왜 싫어. 너무 커서 지유가 못 넣을 것 같으면 오빠가 넣어 줄게.”

“아으응……! 안 돼, 아, 오빠아, 저 할 수 있어요… 지유 보지에 잘 넣을게요, 으응.”

아프지 않게 삽입하는 데에 집중한 얼굴을 멋대로 건드리던 권성하가 이내 유연한 허리를 붙잡는다. 그러고는 남지유가 만류할 틈도 주지 않고, “우리 지유, 거짓말하면 못써요.”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며 허리를 단번에 내려앉혔다. 굵직하고 기다란 자지에 급작스레 꿰뚫린 남지유가 서럽게 자지러졌다. 권성하는 그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고는, 질끈 감겼던 눈이 열리자마자 남지유의 허리를 붙잡고 아래에서 처박아 댔다. 남지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권성하를 붙잡았다.

“아아아! 아앙, 아! 오빠아, 안 돼, 천천히…… 흑, 흐으응!”

권성하는 대답조차 내어 주지 않은 채 깊숙이, 더 빠르게 처박아 댔다. 오랫동안 예열되었던 몸끼리 맞부딪치며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뜨거운 열기가 차올랐다. “오빠, 오빠, 지유 죽어요… 너무 커요…!” 엉엉 울어 대던 남지유는 박는 힘에 밀려나 차 천장에 머리까지 박아 댔다. 그러자 권성하가 그를 대시보드에 기대 눕히고는 어깨를 붙잡고 미니스커트 아래 찢어진 스타킹 안쪽으로 매섭게 파고들었다. 좁은 차 안에서도 붙어먹는 움직임에 부족함은 없었다. 퍽퍽 거세게 박아 대는 소리가 헐떡이는 신음 소리에 묻혔다.

권성하의 손에 몸을 붙들린 채 커다란 자지를 받는 남지유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시야가 핑그르르 돌고 배 속과 명치에 이상야릇한 전율이 스쳤다.

“오빠아, 아, 아앙! 흐으응, 너무 커… 아! 기분 좋아요…….”

“우리 지유, 처음도 아닌데 보지가 왜 이렇게 좁지. 오빠가 박을 때마다, 응? 다시 좁아져서 자지를 씹어 대잖아.”

“아흑, 아아아……! 오빠가, 오빠 자지가, 너무 커서… 지유 보지에 안 맞아요…… 아앙!”

“지유야, 속궁합이 이렇게 좋은데, 씨발, 안 맞긴 뭐가 안 맞아. 어?”

흥분으로 사나워진 목소리가 남지유를 매섭게 을러댄다. 매번 받을 때마다 압박감에 배 속이 빠듯해지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였으니 그의 말마따나 속궁합은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죄송해요, 지유가 말을 잘못했어요… 오빠.” 남지유는 사납게 차오르는 쾌감으로 흐릿해진 눈을 깜빡거리며 연신 사과했다. 그리고 그 말미에 살살, 제발, 천천히 같은 말이 따라붙는다. 권성하는 애인이라는 말로 남지유를 묶어 놓기는 했으나 태생부터 군림하는 체질이었다. 애원을 들어주거나 제 욕심을 뒤로 미뤄 줄 만큼 자상한 남자는 아니란 뜻이다.

남지유의 몸을 꽉 붙든 그가 기다랗고 커다란 자지를 끝까지 처박으며 뜨거운 숨을 토한다. 음모가 붙을 만큼 삽입된 자지는 흐릿한 통증과 어마어마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는 몽롱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가쁘게 헐떡거리느라 오르내리는 가슴이 참 안쓰러워서 답답하게 채워 놓은 단추를 풀어 주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 주자 헐렁해진 속옷이 하얀 가슴 위를 방황한다. 권성하는 깊숙이 삽입한 자지를 길게 빼냈다가 처박으며 힘겨워하는 반응을 즐겼다.

“지유야, 우리 예쁜이. 보지가 좁아서 걱정이면, 오빠 자지에 맞게 풀어질 때까지 자지나 받고 살래? 우리 지유는 어차피 좆물만 먹고 살잖아. 으응?”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권성하에 남지유는 흠칫 몸까지 떨어 가며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끝이 권성하의 허벅다리에 닿는다. 더 처박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흐윽, 아니에요, 아니에요… 지유 보지, 오빠한테 딱, 맞아요… 오빠 자지에 맞춰서 만들어진 거예요…… 아, 아아응!”

“오빠한테 맞춰서 만들어졌어? 아… 우리 지유, 예쁜 소리만 해서 미워할 수가 없네.”

“네, 네, 네에…… 오, 오빠 전용 보지니까, 살살, 흑, 제발요. 지유 보지 망가질 것 같아요…….”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수준이었으나 흥분과 설움에 달뜬 목소리는 그럭저럭 권성하를 만족시킨 것 같았다. 권성하가 웬일로 남지유의 부탁 따위를 들어주며 부드럽고 느긋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런 나긋한 좆질로 약한 부분만 쿡쿡 찔러 대서 정신이 툭툭 끊어질 것 같은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절정이 보일 것만 같으면 자극이 끊어져서 맘만 더 조급해진다. 권성하는 아무래도 남지유의 입에서 그냥, 세게 박아 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씨발, 씨발…… 개변태새끼. 해소되지 못한 열이 가득한 몸에 또다시 절정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간 쾌감이 차오르자 그것은 곧장 눈물로 바뀌었다. 남지유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권성하의 좆질에 굴복하며 아주 애처롭게 애원했다.

“오, 오빠 그냥… 그냥, 해 주세요…….”

“우리 지유 힘들다며, 오빠가 살살 해 주고 있는데. 왜, 싫어?”

“네, 네에… 제발,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해 주세요. 흑.”

“지유 보지 망가질 것 같다는데, 오빠가 걱정돼서 어떻게 그래.”

언제부터 생각해 줬다고 다정한 척인지, 답답함과 짜증이 치솟은 남지유는 그토록 무서워했던 상대라는 걸 망각하고는 바락 화를 냈다.

“씨발, 그냥 박으라면 박지, 흑, 무슨 말이 그렇게, 아으, 많아요?”

“지유야, 오빠 앞에서는 말 예쁘게 써야지. 그렇게 나쁜 말 쓰면 안 된다고 오빠가 여러 번 얘기했잖아. 응? 우리 지유 얼굴만 예쁘고 머리는 너무 나쁘네. 어떡하지?”

“아, 아니… 잠깐, 앗! 아아!! 잘못했어요, 아으응! 흑, 너무 빨라, 아, 아, 아앙!”

애타는 갈증을 못 이기고 욕설을 내뱉었을 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은 때였다. 남지유는 팔뚝만 한 말자지를 몽둥이처럼 처박아 대는 몸짓에 차 밖으로 새 나갈 만큼 크게 울며 자지러졌다. 강한 몸짓에 밀려난 몸은 또다시 차창에 쿵쿵 찧어졌다. 차창에 지문 하나 안 남기는 깔끔한 성격인 남지유는 아찔하게 몰아붙이는 쾌락을 참지 못하고 차창에다가 손을 얹고 더 밀려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래 봤자 강하게 붙들려 처박히는 몸은 속수무책으로 함락되어 갔다. 권성하의 짓궂은 장난으로 몇 번이나 밀려났던 절정이 몇 배나 몸집을 부풀려서 찾아든다. 남지유는 아찔함에 가쁜 숨을 헐떡이다가 안을 쑤시는 자극만으로 절정에 다다랐고, 절정을 느끼기가 무섭게 경련하는 안쪽을 진탕 처박는 자지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너무 강렬하고 황홀한 쾌락이 계속 터져서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벌어진 입에서 제멋대로 애원이 새었다.

“제발, 제발, 잘못했어요! 아, 아아! 오빠, 성하 오빠, 지유 보지 망가져, 아! 지유 죽을 것 같아요……!”

이미 한 번 써먹은 말은 권성하에게 다시 통하지 않았다. 남지유는 이 조용한 숲길에 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떠올리지도 못한 채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쾌락으로 허물어져 갔다.

* * *

결국 그날 돌아가는 길에는 권성하가 운전대를 잡았다. 남지유는 권성하가 만족할 때까지 시달리느라 다 찢어지고 젖은 옷을 정리할 기운도 없어서 포대자루 같은 외투만 돌돌 말았다. 차 청소도 해야 하는데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벗겨 낸 팬티로 닦은 정액도 다시 마른 수건으로 닦아야 하고, 차창에 난 손자국도…….

꾸벅꾸벅 졸던 남지유는 집에 가는 도중이었단 걸 깨닫고 번쩍 눈을 떴다. 차 시동은 이미 꺼져 있었다. 옆을 보자 권성하가 아주 자상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미 본성을 수없이 본 터라 너그러운 척하는 얼굴에 경계심만 일 뿐이다. 외투를 여미는 남지유를 본 권성하가 귀여워 죽겠단 표정으로 웃었다. 펑펑 우느라 발갛게 흔적이 남은 얼굴을 그가 부드럽게 문질렀다.

“오늘 너무 울어서 얼굴 붓겠네. 들어가서 얼음찜질하고 자.”

“네…… 바래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가 혼내서 기죽은 거야?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 응?”

정말 편하게, 오빠 대신 씨발새끼라고 부르기라도 한다면 걸어서 나갈 수도 없게 만들 놈이 너그러운 척은 잘한다. 아마 이 새끼는 봐준다고 봐준 것 같긴 했지만 이미 봐준 그 수준도 정말 집요할 정도였다. 남지유는 숲길 속 차 안에서 했던 섹스를 떠올리는 바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중에는 두 손으로 싹싹 빌면서 이러다 죽는다고 울었는데, “우리 지유는 우는 것도 예뻐서 어쩌나.”하며 좆질만 더 사나워졌었다.

미친, 변태새끼, 사이코새끼…… 그래도 권성하가 무서운 남지유는 얌전한 척 고분고분 대답했다.

“네에, 오빠…… 버릇없이 굴었는데 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오빠가 오늘 좀 심하게 혼냈다고 삐친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다 지유가 잘못한 건데요. 오빠는 아무 잘못 없으세요.”

권성하가 예쁘게 웃으며 남지유에게 입을 맞춘다. 남지유는 유순히 입을 열어 받아들였고 그 고분고분한 태도 덕인지 키스는 아주 부드럽게, 오래 끌지 않고 끝났다.

“많이 늦었네. 이제 들어가서 자. 응?”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빠.”

저녁 무렵에 집을 나섰던 남지유는 자정이 다 넘은 새벽이 되어서야 권성하의 품에서 겨우 풀려났다.

* * *

아주 평화로운 하루였다.

매일같이 만나던 권성하를 하루 못 보니 몸 컨디션이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남지유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조깅도 하고 브런치도 직접 차려 먹으며 영화를 봤다. 핸드폰은 일부러 확인하지 않았다. 권성하가 무슨 지랄을 해 놨을 게 뻔했다. 오후쯤 확인하고 늦잠 자느라 못 봤다고 대충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남지유의 아주 행복한 휴일을 계속 울려 대는 진동 소리가 방해한다. 무음으로 바꿔 놓고 확인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진짜 그러면 그만인데…… 학습 효과가 있는 몸은 결국 권성하의 분노가 두려워 핸드폰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대표님] 세 글자가 떠 있었다. 순식간에 긴장이 풀린 남지유가 성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 너, 이 새끼 연애하냐? 나 몰래 누구 만나는 사람 있어?

“무슨 개소리야? 나 연애 안 하는 거 형도 알잖아.”

- 그럼 왜 네 사진이 기사로 떴는데? 그것도, 차 안에서, 이 미친놈아, 응?! 미쳤냐? 너 집 주변에 파파라치 쫙 깔린 거 몰라?

소파에서 다리를 까닥거리며 듣던 남지유가 문득 싸늘하게 굳는다. 그리고 바로 엊그제, 얇은 외투 안에 여장을 숨기고 차에 올라타 권성하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조심했는데 파파라치가 따라붙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페라리 안에서 진득하게 몇 번이나 남자와 몸을 겹쳤던 것도……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이 망연함으로 흐트러졌다. 대표가 자꾸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무슨 말인지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손끝을 떨던 남지유가 곧장 몸을 일으켜 노트북을 켰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보인 건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남지유]였다. 아, 씨발……. 진짜 좆됐다. 최 사장을 그렇게 보내 버린 의미가 없게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떡하지? 절에 들어갈까? 해외로 나갈까? 재산은 일단 다 처분해야 하는데, 씨발, 내 인생 좆된 건 어떡해?

- 남지유, 너 뭐 해? 내 말 듣고 있어?

“……어.”

- 아무튼 열애는 아니다, 이거지? 그럼 이걸 뭐라고 둘러대냐.

그러게. 남자 둘이 붙어먹은 걸 어떻게 포장하지? 방어기제라도 나온 건지, 이제는 제 일이 아닌 일처럼 남지유가 멍청히 생각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순위는 계속 바뀌었다. 1위 남지유, 2위 남지유 열애설, 3위 남지유 키스 사진…….

“키스 사진?”

- 그래, 이 미친놈아. 파파라치 다 있는 데서 입술을 부비고 싶냐? 미쳤어?

“키스 사진…….”

- 이 새끼 정신 나갔네. 일단 기사 퍼지는 거 우리가 내리고 있고 다른 사람이라고 정정기사 내보낼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

차마 클릭도 못했던 검색어를 눌러 보자 각종 인터넷뉴스 헤드라인이 가득 떴다.

[단독] 남지유, 몰래 한 사랑… “차 안에서 키스”

남지유 측, 사진은 사실 무근… 허위 사실 유포 시 강력 대응

남지유, “잠잘 때는 인형 껴안고 자는 버릇 있어”

뭐야, 씨발.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어? 소속사에서 열애설 기사를 밀어내느라 올린 기사들이 열애설 기사와 뒤섞여 있다. 남지유는 심호흡을 하고 제일 위에 있는 기사를 클릭했다. 첨부된 사진은 노이즈가 잔뜩 낀 흐릿한 사진이었는데 람보르기니 차 안에서 키스하는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너무 흐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남지유라는 건 어렴풋하게 보였다. 교묘하게 상대만 가려진 사진이라, 그는 순간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그래도 어쨌든.

“하, 씨발 다행이네…….”

- 무슨 소리야? 너 기자들 연락 오는 거 받지 말고. 모르는 번호는 당연히 받지 말고! 지인이 떠보는 거에 넘어가지 마라?

“알았어. 수고 좀 해 줘, 형.”

대표는 그 후로도 몇 차례나 당부를 전했고 남지유는 웬일로 가만히 들어 주었다. 섹스 사진이 아니라 키스 사진이 퍼진 것에 안도하고 있는 스스로가 우스웠지만, 씨발, 그래도 이게 어디야. 연기도 계속할 수 있었고 겨우 쌓은 커리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도 손이 떨렸다.

전화를 끝낸 남지유는 그제야 핸드폰에 쌓인 연락들을 발견했다. 문자며 전화며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그는 그걸 무시하고 찬물을 연달아 들이켰다. 그리고 최 사장을 처리하며 쓸 일이 없어진 스폰서용 핸드폰으로 권성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려 준 적 없는 번호라 문자라도 남기고 전화를 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됐는데, 뜻밖에도 권성하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 응, 지유야.

“오빠. 사진, 아니 기사 보셨어요?”

- 아, 오늘 떴나 보네. 사진 예쁘게 나왔지, 지유야.

원래 따지려고 한 전화였지만, 막상 그에게서 대답이 나오는 순간 아연해진다. 권성하는 이미 진작부터 사진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알았으면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순간 남지유는 화가 치밀어서 지난날의 훈육을 몽땅 잊고 말았다.

“오빠, 아니 씨발, 기사 뜰 거 알고 있었어요?”

- 지유 바래다주고 나서 사진 찍던 새끼 잡았거든. 다른 사진은 다 지웠는데… 우리 지유가 고개 꺾인 채로 키스하는 게 너무 섹시해서 지울 수가 없더라. 그런데 지유야, 예쁘게 말해야지?

“씨발, 지금 말이 곱게 나오게 생겼습니까? 내 커리어에 흠집이 날 뻔했는데?”

남지유는 다른 손으로 마른세수를 해 가며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물론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기에 눈빛만 형형하게 달아올랐다. 수화기 너머에서 권성하가 숨을 짧게 내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욕이 나올까 싶었는데 정작 나온 말은 개소리였다.

- 하… 씨발, 지유야. 화내는 거 왜 이렇게 섹시해. 오빠 섰잖아.

“미쳤어요?! 씨발! 진짜 좆같은 새끼네, 이거? 기사 뜬 거 어쩔 건데요? 애인이라며, 씨발?”

- 자꾸 자극하지 마. 아, 회의 중이라 지금 당장 박아 주러 갈 수도 없고.

“…….”

화를 내고 욕을 해 봤자 존나,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남지유는 높게 상승했던 전투 의지가 빠르게 상실되는 걸 느꼈다.

- 걱정 마. 지유가 사진 보면 오빠가 알아서 해결하려고 했어. 오늘은 오빠가 작은 이벤트해 준 거니까, 지유는 오빠랑 한 첫 키스나 추억하면 좋겠네. 응?

“이게 무슨 이벤트예요? 사람 간 떨어지게 해 놓고? 무슨 이벤트야!”

- 회의 끝나고 바로 갈 테니까 식지 말고 기다려. 우리 예쁜이.

“뭐? 오지 마, 오지 마세요! 안 열어 줄 거예요? 오면 신고할 겁니다!”

- 응, 오빠도 우리 예쁜이 보고 싶어. 사랑해.

“아니, 씨발, 말을 하면 좀 들으라고, 이 새끼야!”

그러나 권성하는 더 들어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이 새끼는 미친놈이다. 연예인한테 치명적인 열애 스캔들을 뜨게 해 놓고는 자기와의 첫 키스를 기념하라는 의미에서 한 이벤트라고? 씨발. 소파에 주저앉은 남지유가 답답한 숨을 연신 토하며 오갈 데 없는 분노를 다스린다. 정확히 권성하라는 표적이 있는 분노이기는 했으나 분노를 터뜨려 봤자 통하지 않으니 오갈 데가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씨발…… 이미 터진 걸 지가 뭘 어떻게 한다는 거야.”

한참 짜증을 내던 남지유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포털사이트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1위부터 10위까지 차지하고 있던 남지유 이름이 없다. 의아해서 검색을 해 봤으나 열애설 관련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 남지유, 남지유 열애설, 남지유 키스 사진, 남지유 람보르기니…… 관련된 검색어를 몽땅 돌려 봐도 그 수많은 기사와 글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했을 때 ‘단독’이 붙은 기사가 하나 떴다. 열애설을 터뜨린 사진기사가 사진 조작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뭐야……?”

기사를 읽고, 또다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연해진 남지유가 새로고침을 반복하고 있을 때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남지유는 냉큼 받았다.

“형?”

- 너 그 열애설, 그 사진. 어? 상대 누구냐? 누군데 그런 사진 들고 협상도 안 걸어온 기자가 갑자기 손해배상을…… 기사는 또 어떻게 금방 내렸고?

“…….”

할 말이 없다. 남지유는 대표가 마구잡이로 추측하는 여성 기업가를 한 귀로 흘려듣다가 전화를 껐다. 전화 한 번에 너무 쉽게 해결된 사건이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했다. 그 황당함이 가라앉고 나자 남지유는 뒷골이 오싹해지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결국 그는, 권성하에게는 이토록 간단한 일을 가지고 열을 내고 욕설을 지껄였으며 알아서 벌을 받을 빌미를 제공했다. 씨발. 이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았으면 오빠오빠 하며 적당히 비위나 맞출걸. 씨발!

남지유는 곧 찾아올 테니 식지 말고 기다리라던 권성하의 말이 생각나 곧장 현관으로 달려가 이중, 삼중으로 문을 잠갔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권성하가 찾아오면 문을 열어 줘야만 하는 현실을 알았기에 다시 자물쇠를 풀었다. 한참 거실을 서성이던 그가 결국 소파에 엎어졌다.

“씨발, 좆됐네…….”

진짜 좆됐다.

* * *

‘지유야. 오빠 온다고 준비하고 있었어?’

정확히 한 시간 뒤에 찾아온 권성하가 남지유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한 말이었다. 남지유는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이 전화를 끊은 권성하를 두려워하며 도망을 칠까 생각했고, 결국 잡힐 걸 알기에 포기한 후, 얌전히 준비를 해 놓았었다. 남지유는 샤워를 하면서도 뒤를 풀고 권성하를 받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짜증과 수치심이 동시에 들었었다. 때문에, 권성하가 보지를 만져 가며 하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내리깔았다. 권성하는 정숙한 척 구는 남지유에 더욱 꼴린 듯했지만.

퍽퍽, 커다란 말자지가 녹진녹진해진 안으로 박혀 들 때마다 질척한 소리가 터진다. 화내는 모습에 꼴렸다던 말이 사실이었는지 권성하는 남지유가 문을 열어 주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 지유가 이렇게 맞아 주니까 신혼부부라도 된 것 같네?’

턱을 붙잡은 강제적인 키스와 함께 시작된 섹스가 현관에서 한 번, 남지유가 침대에서 하자고 애원한 덕에 침실로 향하다가 식탁에서 또 두 번, 삽입한 채 그대로 안아 들고 가다가 복도에서 또.

남지유는 연이은 섹스에 금방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자지러졌다. 철저히 권성하의 기준으로 진행된 섹스 중 이미 여섯 번이나 절정에 다다른 남지유는 제대로 매달리지도 못한 채로 헐떡였다. 입고 있던 옷이란 옷은 모조리 현관과 거실복도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 아아, 오빠… 지유 떨어질, 것 같아요, 흐앙, 아!” 남지유의 매끈한 다리가 권성하의 허리에 감기고 우아한 손이 비스포크 정장에 감겨든다. 권성하는 늘씬한 몸을 가볍게 받쳐 들고는 계속해서 좆질을 이어 갔다. 강하게 처박는 움직임에 이미 나른해진 몸이 방아라도 찧듯 흔들렸다. 아래에서 좆이 틀어박히고 위에서 내려찧으니 강렬한 쾌감이 명치를 연신 내려치는 것 같았다.

“아아앙! 아, 오빠아, 제발, 흑, 지유 죽어요, 오빠 지유 살려 주세요… 아!”

“하아… 지유야, 욕해 보라니까. 왜 안 해, 응? 지금, 오빠 앞이라고 조신한 척하는 거야?”

“잘못, 아! 잘못했어요 오빠아, 지유 나쁜 말, 안 쓸게요! 그러니까, 아! 아앙!”

권성하는 기어코 남지유를 일곱 번째 절정으로 이끌었다. 권성하의 어깨에 간절하게 매달린 몸이 짜릿한 절정을 참지 못하고 움찔움찔 경련했다. 그러잖아도 비좁은 보지가 자지를 쥐어짜듯 조인다. 곱상한 얼굴이 야릇한 쾌감으로 일그러졌다. 남지유는 홀로 일곱 번이나 사정한 뒤에야 침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전망 좋고 넓기도 넓은 펜트하우스가 처음으로 좆같았던 순간이었다.

아무나 집에 들이지 않는 데다 침실은 더더욱 아무에게나 열어 주지 않았던 그였지만 현관이든 식탁이든, 권성하의 어깨에 그네처럼 매달린 채든. 어느 곳이든 침대보다 낫진 않았다. 남지유는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에 어쩔 수 없이 끌어들인 권성하를 얼른 만족시키고 돌려보내고 싶었다. 권성하의 단단하고 탄력적인 몸 아래 깔린 채 눈물짓던 그가 “오빠, 지유가 위에서 하면, 안 돼요?”라고 다소 맹랑한 말을 한다. 아쉬울 것 없는 권성하는 순순히 남지유에게 리드를 내주었다.

남지유가 이미 한껏 나른해진 몸으로 권성하의 위에 올라탄다. 한 손으로 권성하의 가슴을 짚고, 한 손으로는 자지를 붙든 채로 삽입을 시작하는 그를 권성하가 아주 즐겁게 관찰했다.

“아으응…… 흑, 오빠 자지, 너무… 너무 커요…….”

“많이 힘들어, 지유야? 어떡하지. 오빠가 자지를 줄일 수도 없고, 지유가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겠네.”

씨발…… 남지유는 차마 내뱉지 못한 욕을 눈물과 함께 삼키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한 움직임은 기승위로 최 사장을 수없이 녹여 먹은 남창답게 아주 훌륭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조이고 푸는 몸짓의 반복도 몹시 훌륭했지만, 권성하는 좀처럼 사정을 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만 더욱 쾌감이 올라 또다시 절정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접합부를 보여 주며 노련하게 굴던 남지유는 이제 완전히 권성하에게 상체를 기댄 채 자지를 애무하는 데에 온 힘을 다했다. 달아오른 얼굴에는 노곤함과 힘겨움, 짜증, 쾌락, 흥분 등이 마구 뒤엉겨 있었다. 이러다 복상사할 것 같았다. 그는 한계까지 몰린 심신을 견디지 못하고 되는 대로 내뱉었다.

“흐윽, 오빠, 대체 언제 싸요…… 씨발, 좆도 존나 큰데 지루이기까지 하면, 오빠랑 누가 자 줘요? 네?”

“우리 지유가 보지 대 주는데 누가 필요하겠어, 지유야. 그리고 오빠 빨리 싸게 하고 싶으면 더 잘해야지.”

“앗, 잠깐, 씨발, 아……! 권성하, 이 개 같은 새끼야, 아, 아, 아!”

권성하가 제 몸에 올라탄 남지유의 허리를 붙잡고는 멋대로 퍽퍽 처박기 시작했다. 모처럼 주도권을 잡았던 남지유는 그 좆질 몇 번에 권성하에게로 풀썩 무너져서는 다시 허리를 세우지도 못했다. 유연한 허리를 꽉 붙든 손을 붙잡고 떼어 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 지친 남지유에게 아직 팔팔한 권성하를 대자면 당연히 결과는 정해져 있다.

결국 포기한 남지유는 권성하의 품에 쓰러진 채 눈물을 펑펑 쏟아 가며 욕설과 애원을 반복했다.

“아흐윽, 씨발! 아, 아앙! 아, 이 개새끼, 아, 으응! 오빠, 지유 살려 주세요…….”

“우리 지유, 예쁜 입 함부로 쓰는 거 혼내 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너무 섹시해서 혼을 못 내겠네. 오빠한테,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으응?”

“씨발, 좆까…… 아! 아으, 아, 아아앙! 안 돼, 흑! 씨발! 성하 오빠, 오빠, 지유 죽어요…….”

사정없이 박히는 아래에서 질척거리는 소리와 엉덩이를 얻어맞는 소리가 연신 터졌다. 드나들 때마다 흘러내린 정액이 연한 보지에다 하얀 거품을 맺히게 만들었다. 남지유는 최고점에서 떨어지지 않는 쾌락에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은 시야를 억지로 다잡았다. 진짜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다시금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지유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우선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가 처음으로 권성하의 얼굴에다 먼저 입을 맞추더니 눈물로 젖은 긴 속눈썹을 깜빡거려 가며 온갖 가련한 척은 다 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아앙, 오빠, 성하 오빠… 제발, 지유, 오빠 거잖아요… 오빠 애인이잖아요…… 제발, 아아! 아, 귀엽고, 예쁘게, 봐, 주세요… 응?”

“지금 오빠한테, 베갯머리송사라도 하는 거야, 지유야? 씨발, 너무 예뻐서 봐줄 수가 없겠는데.”

“아! 오빠, 흑, 오빠아, 욕해서 죄송해요! 흐앙, 아! 한 번만 봐줘요, 아앙! 아, 씨발, 사과하면 봐준다며, 이 개새끼야! 흐앙앙….”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했던 애원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남지유는 권성하의 사나운 손에 붙잡힌 채로 마구잡이로 좆질을 당했고, 또 그대로 나락 같은 절정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권성하의 사정도 함께였다. 남지유는 권성하의 품에 풀썩 쓰러진 채 쾌락에 가물가물해진 머릿속으로 지금 권성하가 몇 번째 사정한 것인지 가늠해 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이번이 고작 네 번째라는 걸 깨닫자마자 참지 못하고 욕을 터뜨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삽입된 자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힘을 받고 있었다.

“흐윽, 씨발…… 성하 오빠 이 개새끼야, 너 씨발, 성욕감퇴 수술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흑.”

“지유야, 많이 힘들어?”

울음과 함께 터진 욕설을 받는 권성하가 웬일로 자상하다. 그는 남지유의 젖은 이마와 눈물을 닦아 주며 정말 애인처럼 부드럽게 굴었다. 남지유는 그 얄팍한 줄이나마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네에, 네… 지유 힘들어요, 오빠, 더 하면 지유 진짜 죽어요, 네? 지유 예뻐하시잖아요… 지유는, 지유는…… 아!”

그리고 권성하는 남지유의 애교를 듬뿍 즐기고는 다시 좆을 움직였다. 배 속에 들어찬 팔뚝만 한 존재감이 빙글 돌며 남지유의 연약한 속살을 진탕 적셨다. 잠깐이나마 또렷했던 눈빛이 다시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미안한데, 지유야. 우리 지유가 지금 너무 섹시해서 오빠가 못 참겠네.”

“아! 흑, 씨발, 이럴 거 왜 물어보고 지랄인데… 사람 갖고 장난쳐? 씨발, 너 내가 언젠가, 발기부전 약, 찾아다가, 아, 앙, 처먹일, 거야!”

“귀여운 말도 잘해. 우리 귀여운 지유는 모르겠지만, 오빠는 굳이 안 박아도 재밌게 노는 법 많이 알고 있거든. 우리 예쁜이. 궁금하면 한번 시도해 볼래?”

“이, 씨발…… 아, 아앙! 아, 아니에요, 안 할게요, 흑! 오빠, 잘못했어요, 응? 잘못했다고, 이 개새끼야…….”

남지유의 구슬픈 신음이 권성하의 자비 없는 좆질을 따라 앙앙 터진다. 권성하는 욕설과 애원을 반복하는 남지유가 퍽 귀여웠는지 그 후로도 놓아주지 않고 몇 번을 더 울게 만들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행위가 끝난 것은 남지유가 결국 정신을 놓은 뒤였다.

* * *

남지유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그는 가물가물한 눈을 연신 삼박거리며 자기가 죽은 건지 산 건지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살아 있긴 한 건지 정신이 떠오르는 순간 온몸에 격통이 달렸다. 씨발… 남지유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베개에다 얼굴을 묻었다. 난생처음 복상사의 위협을 느꼈던 섹스였다. 원래도 절륜하던 권성하였지만 이토록 심하게 몰아붙이진 않았었는데, 오늘은 어떤 점이 그의 브레이크를 망가뜨린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문득, 허리를 부여잡고 낑낑대던 남지유에게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뒤집어쓴 이불을 걷어 내고 억지로 눈을 맞춰 온 상대는 권성하였다.

“지유야, 일어났어?”

“……오빠, 아직 안 가셨어요?”

“우리 지유가 그렇게 쓰러졌는데 걱정돼서 어떻게 그냥 가.”

그러면 좆질을 적당히 했어야지. 하지만 지금은 죽음의 문턱을 들락거리던 그때가 아니다. 다시 자라난 남지유의 인내심이 짜증 섞인 말을 막았다. 대신 조금 간드러지는 듯한 불쌍한 척이 나왔다.

“오빠가 너무 절륜하셔서… 지유는 몸이 약해서 잘, 못 견디겠어요.”

“그랬어? 미안해서 어떡하지. 우리 지유 많이 힘들었겠네.”

“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지유가 힘들다고 하면 그만하는 거예요? 지유 오늘 정말, 죽을 뻔했어요.”

정말 그랬다. 강을 건너려던 그를 돌아가신 부모님이 만류하는 꿈을 꿨다. 남지유는 순간 착잡한 맘이 들었다. 언젠가 복상사로 뒈지는 게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눈을 내리깐 채 생각에 잠긴 남지유는 정말 처연해 보였다. 그를 어루만지던 권성하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지유야, 계속 굶었는데 배고프지. 뭐라도 먹을래?”

“오빠 요리할 줄 아세요?”

“아니. 사 오라고 시키면 돼. 지유가 좋아하는 찜닭 사 오라고 할까?”

“네…… 그러세요.”

침대에 드러누운 채 다 꺼져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남지유는 병환으로 몸져누운 환자 같았다. 실제로 조금 비슷하기도 했다. 가련하고 처연한 데다 병약함까지 겸비한 남지유를 자상하게 지켜보던 권성하가 이마와 입술에 키스를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며 침실을 나섰다. 부하에게 뭔가를 시키는 듯 전화를 하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남지유는 그제야 욱신거리는 몸을 조금 일으키고는 침대헤드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 보니, 안에 잔뜩 싸질러 놓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권성하가 물고 빨고 지랄을 했던 몸도 갓 씻은 듯 산뜻했다. 처음 잤을 때는 멋대로 처박다가 침대에 버려 놓고 가더니 웬일인지. 진짜 애인 노릇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몹시 불길했다.

“지유야, 조금 있으면 온다는데 조금 더 잘래?”

“아뇨… 너무 자서 지금은 잠이 안 와요.”

“아, 우리 지유 이렇게 연약해서 어쩌지. 오빠가 나중에 보약 지어서 보낼 테니까 꼬박꼬박 챙겨 먹어. 응?”

그럴 필요 없이 권성하만 퇴장해 준다면 언제든 해결될 병약함이다. 남지유는 꾸준한 운동과 식단,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한 삶을 유지해 왔던 자신이 어쩌다 매일같이 섹스만 반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할 때마다 저승길이 아득하게 펼쳐지는 섹스 말이다. 최 사장도 남지유를 자주 불러다 다리를 벌리게 하긴 했었지만 그때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남지유는 악마 같은 절륜함의 소유자인 권성하를 올려다보다가 힘없이 고개를 꺾었다.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 새끼가 질릴 때까지만 어울려 주려고 했는데, 질리기도 전에 제가 죽을 것 같았다. 남지유는 제가 죽은 후의 일을 생각해 봤다. 연고가 없으니 재산은 아마 국가에 환원될 것이고, 장례식 상주는 아마 대표님이 해 줄 것이다. 그래 봬도 스무 살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었으니까. 팬들도 슬퍼하겠지……. 그리고 남지유는 대한민국 연예인 최초로 섹스하다 뒈진 인물로 다윈 상을 수여받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참 좆같아졌다. 남지유로서는 절대 그런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유야. 괜찮아? 왜 대답이 없지, 응?”

“아, 잠깐 다른 생각을… 죄송해요. 저 보약 같은 거 잘 안 먹는데….”

“우리 지유 쓴 거 못 먹나 봐. 귀엽기는. 지유가 약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오빠가 사탕 줄게.”

안 먹는다고……. 남지유는 그저 지쳐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수년간 맘에도 없는 ‘사장님 자지 너무 커요.’ ‘우리 사장님처럼 잘생긴 분이 또 어디 있다고.’ ‘저도 사장님밖에 없어요.’ 같은 내숭을 떨어 온 짬이 자연스럽게 다음 말을 지어냈다.

“네… 오빠는 참, 자상하신 것 같아요…….”

좆까라 그래.

* * *

병약한 남지유에게 바로 다음 날 한의사를 대령했던 권성하는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보약을 보내왔다. 약재 값만 기백에 달하는 보약이 고급스럽게 포장된 사탕과 함께 배달되었다. 요즘 기력을 허하게 만들 만한 일이 있었냐는 문진에 권성하를 바라보았던 남지유로서는 참 착잡하기 짝이 없는 선물이었다. 이걸 먹고 기운을 회복해 봤자 무슨 소용인지. 정말 그가 기운을 차리려면 권성하의 성기능감퇴가 제일 시급했다. 그렇지 않는 한 이 보약은 생명을 한시적으로 연장시켜 줄 뿐이었다.

남지유는 줄지어 안으로 들어오는 박스를 허망하게 바라보다가 불쑥 내밀어지는 꽃다발을 보고 질색했다.

“뭡니까, 이게?”

“이사님께서 꽃다발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지유야, 오빠….”

“아! 씨발! 하지 마십쇼, 예? 받을 테니까.”

받을 생각 따위 없던 남지유가 재빠르게 낚아챘다. 무식하게 큰 꽃다발은 한눈에 봐도 ‘우리 지유가 좋아하게 꽃 좀 보내 봐. 적당히 백 송이 정도면 되겠네.’ 이런 가벼운 생각으로 주문한 게 보일 정도였다. 너무 커서 기가 질렸다.

“남지유 님. 이쪽을 봐 주십시오.”

떨떠름하게 꽃다발을 내려다보던 남지유가 고개를 들자, 곧장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까지 꽃다발을 들고 있던 사내는 DSLR 카메라를 들고 남지유를 연사하고 있었다. 남지유가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사님께서 남지유 님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우시다며 이번에는 꼭 찍어 오라 하셨습니다.”

“…….”

씨발, 존나, 가지가지…….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했다. 그것은 표정으로도 여실히 드러났으나 잘생긴 이목구비는 그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마 무작정 찍고 보는 사진에도 그럭저럭 잘 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긴 얼굴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진짜 애인처럼 굴려고 드는 권성하에 대한 반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남지유는 꽃다발을 내팽개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숨을 골랐다.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하는 그에게로 수많은 번뇌와 셔터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권성하 같은 변태새끼 취미에 굳이 맞춰 줘야 할까, 받기 싫다는 거 억지로 받아 줬는데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충분히 있었다. 그에게는 권성하가 질리고 나서도 무사히 살아남겠다는 생명 연장의 꿈이 있었다. 비위를 잘 맞추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였다. 비록 요즘은 그 전에 뒈질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거 지우고 다시 찍으세요.”

“예?”

“표정 썩었을 텐데 다시 찍자고요, 그냥.”

남지유는 결국 사진을 몽땅 삭제시키고는 기뻐하는 척하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인물이 좋으니 뭘 해도 금방 좋은 사진이 나왔다. 꽃다발 하나에 기뻐할 남지유가 아니었기에 설정 티 팍팍 나는 사진이었으나 권성하는 그건 또 그것대로 좋아할 위인이었다. 사진 몇 장을 확인한 남지유는 그제야 만족해서 사내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현관에 줄지은 보약을 냉장고에 정리해 넣고, 무식하게 큰 꽃다발은 분리해서 버릴 작정으로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보약도 버리고 싶었는데 분명 잘 먹었냐고 확인을 하려 들 게 뻔했다. 확인 방법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보약을 다 정리하고 꽃다발 해체 작업에 몰두하던 남지유는 핸드폰 진동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보나마나 권성하의 연락이겠거니 했는데 정말 맞았다. 계륵 같은 촉이었다.

“네, 오빠.”

- 우리 예쁜이, 오빠가 보낸 선물 잘 받았어요?

“네, 잘 받았어요. 꽃도 너무 예뻐서, 지유 너무 감동했어요.”

남지유가 징그럽게 많은 백 송이의 꽃다발을 해체하며 가식을 떨었다.

- 오빠도 사진 잘 봤어. 우리 지유 꽃이랑 보니까 더 예쁘던데. 앞으로 자주 보내 줘야겠어.

“아니에요, 오빠…. 지유는 꽃보다, 지유를 생각해 주는 오빠 마음이 더 좋아요.”

버리기 귀찮으니까 또 보내지 마라.

- 우리 지유는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뻐, 응? 귀여워 죽겠네.

“오빠한테만 그래요.”

- 오빠한테만 그래?

“네에.”

남지유는 부끄러운 척 대답하면서도 어째 해체할수록 더 많아지는 꽃에 소리 없이 짜증을 냈다. 그가 전화에 집중하지 않는 사이 수화기 너머의 권성하는 애교에 함빡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젠가 한 번 들었던 짧은 숨소리가 새었다.

- 오빠가 우리 지유 당장 예뻐해 주러 가고 싶은데, 지유가 너무 연약해서 그럴 수도 없고.

“죄송해요…… 지유도 속상해요. 오빠.”

- 우리 예쁜이. 오빠가 보낸 약 먹고 얼른 기운 차려, 응?

“네, 매일매일 챙겨 먹을게요.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이걸 어떻게 버리지…… 무식하게 많은 꽃을 수납하려면 쓰레기봉투 몇 장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남지유에게 권성하가 은근하게 속삭였다.

- 우리 애기, 쓴 거 못 먹는다고 혹시 안 먹고 몰래 버릴까 봐 걱정되네.

이 새끼는 그 애기랑 그렇게 떡을 치고 싶나? 내내 성의 없이 전화에 임하던 남지유가 처음으로 꽃이 아닌 권성하에게 짜증을 냈다. 우리 예쁜이, 우리 귀염둥이, 우리 애기, 권성하가 이렇게 부를 때마다 남지유는 소름이 끼치고 속이 근질거려 죽을 것 같았다. 왈칵 토해질 것 같은 질색을 간신히 억누른 목소리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흘러나왔다.

“안 그래요, 오빠……. 애도 아니구요.”

- 정말?

“네에. 오빠가 보내 주신 사탕도 있으니까 괜찮아요. 지유 잘 먹을 수 있어요.”

- 귀엽기는. 그럼 매일 먹고 오빠한테 사진 보내는 거야. 응?

존나 귀찮게 굴기는. 남지유는 새빨간 장미 모가지를 뚝뚝 끊어 가며 괜한 곳에 성질을 부렸다.

“네에. 그럴게요, 오빠.”

스폰서한테도 사표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지유는 제 뜻대로 끊을 수도 없는 전화를 한참 받아 주며 권성하의 비위를 맞췄고, 중간중간 권성하가 당장 찾아와 예뻐해 줄 것처럼 말하는 바람에 질겁하기도 했다. 그 탓에 말투마다 자연스럽게 묻어 있던 애교가 경직되었지만 권성하는 그마저도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이제 보니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정말 씨발 더럽고 치사해서, 남지유는 얼른 이 짓을 때려치우고 싶었다.

* * *

징그럽게 많은 꽃을 겨우 쓰레기봉투에 욱여넣은 남지유에게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소속사 대표님이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며 부르는 전화였다. 꽃을 처리하느라 그러잖아도 쇠한 기력이 더 쇠해 거절하려고 했으나 영화 얘기를 하자며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는 강남에 있는 고급 한정식당이었다. 대표 이름을 대고 안채로 들어서던 남지유는 익숙한 얼굴 외에 또 다른 인물이 있는 걸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어, 지유야. 왔어?”

“누구?”

인사에 대꾸도 안 한 남지유가 턱 끝으로 이름 모를 남자를 가리킨다. 가볍게 찌푸린 미간은 잘생긴 얼굴을 한결 싸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불쾌하게 느낄 법한 제스처인데도 남자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외려 대표가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너, 그때, 응? 영화 제작에 도움 주신다는 그분이야. A그룹 전무님!”

“안녕하세요. 남지유 씨.”

“내가 그때 만난다고 했던가, 형?”

남지유는 남자의 인사는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대표에게 말했다. 갑자기 맞닥뜨린 일에 왈칵 솟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고, 참을 생각도 없었다. 대표가 더더욱 당황하여 손사래를 치며 남자의 눈치를 살피다가 “저, 잠깐 지유와 대화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하며 남지유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식당은 룸 옆에 고즈넉한 정원을 끼고 있었다. 그곳까지 남지유를 끌고 나온 대표가 사정사정하기 시작했다.

“지유야, 그냥 눈 딱 감고 술친구나 한 번 되어 드려.”

“형, 내가, 씨발. 아무 얘기도 못 듣고 나왔는데 갑자기 그러라면 그럴 기분이 나겠어?”

권성하의 비위를 맞추다가 나왔더니 이제는 예상에도 없던 시간 외 근무였다. 차라리 씨발, 정말 출장접대부처럼 출장비라도 받았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으리라. 남지유는 한참 전에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해져서 마른 입가를 손끝으로 쓸었다.

“야.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랬겠냐. 저분이 너 한 번 만나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걸 중간에서 잘 커트하는 게 우리 대표님이 하실 일이고요.”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매너도 좋고, 젠틀하기도 젠틀하고. 응? 요즘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 중에 저런 사람 없어.”

“지금 소개팅 주선하세요?”

남지유가 빈정거리자 대표가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지유야. 나도 이상한 사람이었으면 너 안 불렀어. 근데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팬이라고 하는데 그냥 술 몇 잔 먹고 말아. 그러면 너 영화도 해결되고, 응? 얼마나 좋아.”

“…….”

딱 저런 마인드로 스폰서를 잡았다가 제대로 좆된 남지유로서는 영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표가 자존심을 다 굽혀 가며 사정을 하는데 더 뻗대기도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었던 형이었다. 남지유는 묵직한 숨을 토했다. 그래. 평생 술친구 할 것도 아니니 그냥 오늘 술 몇 잔 하고 더 안 보면 그만이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결국 한 수 접어 준 남지유를 대표가 잘 생각했다고 토닥거리며 다시 안으로 이끌었다.

남자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듯한 헤어스타일에 마냥 곧은 이목구비는 처진 눈매 탓에 몹시 부드럽게 보였으나 굳게 다물린 입매가 무게감을 더했다. 확실히 견실해 보이긴 해서 대표가 왜 제 성질머리를 알면서도 불렀는지 이해가 됐다. 남지유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고, 대표는 가방을 챙겼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씨발. 뭐 하자는 거야, 형?”

“미안하다. 지유야. 오늘 혜진이한테 일찍 들어간다고 했거든.”

형수님까지 들먹일 거 왜 약속을 오늘로 잡았는지 모를 일이다. 황당했으나, 이미 한 차례 대표와 입씨름을 했던 남지유로서는 또 언성을 높이기가 싫었다. 입을 다문 채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남지유를 보며 “미안하다, 오늘 애 생일이라….”하고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던 대표는 결국 “됐으니까 그냥 가세요. 씨발.”하는 욕설을 이끌어 낸 다음에야 룸을 나섰다. 겨우 남자와 남지유, 단둘만 남은 넓은 룸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남지유는 속이 타서 술을 연거푸 들이마셨다.

묵묵하게 술을 따라 먹는 남지유를 유심히 지켜보던 남자가 사과했다.

“갑작스럽게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제가 억지를 부린 건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별말씀을요. 저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연예인 별거 없어요. 아시잖습니까. 재벌들 연예인 끼고 노는 거 한두 번 보신 것도 아닐 테고.”

“남지유 씨 팬이라 제가 좀 과하게 욕심을 냈습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요.”

남지유는 순간 머금던 술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씨발, 이 새끼도 게이인가? 하긴 남자가 남배우한테 들이는 정성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유난스러웠다. 제작 지원을 미끼로 만나자고 낚싯대를 흔들고 이번에는 대표를 직접 꼬셔서 낚싯대를 흔들어 기어이 자신을 낚아내지 않았는가. 자고로 남자들이란 돈이 많든 적든 지가 박을 구멍이 아니면 돈 한 푼 쓰기 싫어하는 좀스러운 성향이 있었다. 부모님의 슬하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소 체험했던 사실인지라 남지유는 저도 모르게 남자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래 봤자 테이블에서 조금 멀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봤으니까 이제 만족하셨겠습니다.”

“아뇨. 더…….”

“…….”

더, 뭐? 뭐, 씨발? 노골적으로 불안해하는 남지유에게 남자가 아주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처진 눈매가 곱게 휘며 스스로의 무해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온 말은 퍽 유해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남지유 씨와 만나 보고 싶습니다.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왕이면 길게요.”

“……지금, 저한테 스폰 제의라도 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불쾌하게 해 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불쾌하든 아니든, 씨발, 스폰 제의 맞잖아요?”

남자가 몹시 유감스럽다는 듯 눈썹을 내리더니 이내 난처한 것처럼 웃었다.

“예,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지만 저는 진지한 만남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

“물론 만나는 동안 남지유 씨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이번 영화 역시 남지유 씨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고요.”

남자는 부드럽고 은근한 어조로 이번에는 돈을 미끼로 낚싯대를 흔들어 댔다. 성적인 접촉은 일절 없이, 눈을 바라보며 나오는 말은 제법 신뢰성이 있었다. 그래 봤자 남배우 몸이나 노리는 한량 같은 작자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남지유는 대답을 바로 주지 않고 술을 따르고 또 따랐다. 그의 입으로 독한 술이 연거푸 쏟아졌다.

솔직히 제작 지원을 빌미로 팬이라며 만나고 싶단 말을 전해 왔을 때도 불안한 감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남배우 몸이나 노리는 재벌이 그렇게 많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좁았고 변태새끼는 많았다. 남지유는 골치가 아파져서 취기가 오르는 건지 열이 오르는 건지 뜨끈한 이마를 문질렀다. 이게 다 와꾸 반반하게 타고난 제 탓인 걸 어쩌겠나. 그는 드물게도 너그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보세요, 전무이사님.”

“예, 말씀하세요. 남지유 씨.”

침대 데워 줄 남자 필요하시면 다른 사람 알아보라고 말하려던 입이 문득 닫혔다. 남지유는 기울였던 몸을 등받이에 기대며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대한민국의 주춧돌 같은 건실한 회사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몸답게 어느 곳 하나 관리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몸 선에 딱 맞게 핏 된 셔츠는 꾸준한 운동으로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근육을 얼핏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앉은 것마다 명품이었다. 당장 슈트와 시계 값만 합쳐도 억 단위는 나올 것 같았다. 권성하를 만나며 쌓인 게 많았던 남지유는 문득 재미난 생각이 들어 웃음이 터졌다. 그가 상대를 품평하는 듯한 태도는 거두고 테이블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눈웃음을 친다. 흐트러진 앞머리에 취기가 올라 발긋해진 얼굴로 눈웃음을 치는 그는 당장 영화에 나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했다. 꽃뱀 역할로 친다면 말이다.

“얼마큼 진심인지 좀 알고 싶은데요.”

“얼마큼 진심이냐…….”

읊조리는 남자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으로도 감추지 못한 호기심이 어른거렸다. 일개 배우가 감히 그의 조건에 토를 단 것이 아주 재밌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여태껏 갑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던 남자를 아무리 포장해 봤자 태도에서 자연히 배어 나오는 여유와 위압감은 감출 수 없었다. 높으신 분들 특유의 분위기였다. 남지유는 불편한 속을 감추고 눈웃음이나 지었다. 남자가 부드럽게 따라 웃는다.

“아무래도, 남지유 씨는 따로 바라는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건방져서 이제는 맘에 안 차십니까?”

“아니요. 그럴 리가요. 더 맘에 듭니다.”

저 여유로운 태도는 함부로 위신이라도 건드리지 않는 한 깨지지 않을 것이다. 남지유는 눈꺼풀을 건드리는 앞머리를 넘기고는 술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한약을 먹으려면 금주를 해야 하는데 술이 너무 달다. 그가 술을 따라 마시는 동안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관찰하는 시선이라기보다는 벌써 침대로 자리를 옮기기라도 한 듯 다소 야릇한 시선이었다. 남지유는 굳이 알은체하지 않았다. 뜸을 들이거나 구태여 애를 태우려는 의도는 없었음에도 남자는 몹시 애가 닳은 듯했다.

남자의 입에서 한숨이 샜다.

“남지유 씨 맘을 돌리려면 제가 어떤 성의를 보여 드려야 할까요.”

“전무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사람 하나 치워야 하는 일인데.”

남지유는 작은 술잔을 손안에서 굴려 가며 웃었다. 그제야 남자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남지유 씨 심기를 많이 거슬리게 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저보다는 전무님께서 거슬려 하실 텐데요. 제 ‘뒤’를 봐주시는 데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거든요.”

“음, 애인이라도 되나요?”

“비슷합니다. 전무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지하게 만나는 중이라서요.”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미 스폰서가 있는데 그 이상의 케어를 해 줄 수 있느냐, 그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긴 하느냐…… 꽤나 맹랑한 말이었음에도 남자는 입을 다문 채 약간 곤란한 듯 웃을 뿐이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마디가 굵고 단단해 보이는 손이 테이블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남지유는 주자에 담긴 술이 떨어지는 순간 돌아갈 생각으로 잔을 연거푸 비워 냈다. 권성하한테 엿이나 먹이고 싶단 맘에 자리에 여태 앉아 있기는 했으나 사실 어떻게 되든 그로서는 크게 상관없었다. 남자가 만약 권성하를 잘 치워 준다면 스폰서가 다시 바뀔 뿐이고 아니라면 권성하가 질릴 때까지 말자지나 잘 모시면 그만인 일이었다. 어쩌면 감히 자기를 두고 저울질을 했다는 사실에 권성하가 매우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알 게 뭔가. ‘애인’이라고 해 봤자 진짜 애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남지유도 알고 권성하도 알았다. 좀 예뻐하는 남창이 직업정신 좀 발휘했다고 화를 낼 주제는 아니었다.

“남지유 씨.”

남자는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남지유의 정신을 바싹 차리게 만드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혹시 권성하 대표이사입니까?”

“콜록!”

이번에는 정말 사레가 들렸다. 테이블에 비치된 티슈가 있었으나 남자는 굳이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남지유는 그걸 받아 입가에 흘린 술을 닦았다. 알싸한 술이 걸린 탓에 눈물까지 고이고 말았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얼마 전에 열애설이 났을 때 개인적으로 알아봤습니다. 설마 정말 그런 관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만….”

“뒷조사했다는 얘기를 꽤 당당하게 하시네요.”

남지유가 헛웃음을 터뜨린다. 고작 열애설 하나로 뒷조사까지 벌여 놓고 그 숱한 정황을 읽어 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 남자는 권성하와 남지유가 어쨌든 대가를 주고받는 사이라는 걸 알면서 스폰 제의를 해 온 것이다.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변명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건지. 도도하게 구는 남배우가 남자 스폰서한테 몸이나 대 준다는 걸 알고 나니 직접 먹어 보고 싶기라도 했던 걸까. 잘나가는 기업가가 억 단위로 돈 들여 가며 먹는 맛이 어떤지 궁금할 법도 했다. 남지유 스스로도 참 궁금한 맛이었다. 남지유는 슬슬 취기가 도는 얼굴을 문지르면서 실소했다.

“권 이사님과 제 관계를 알면서도 이런 제의를 하셨던 거군요. ‘진지한 만남’을 원하셨던 분이요.”

“아뇨, 저도 남지유 씨 말을 듣기 전까지는 확신하지 못했었습니다. 곡해해서 듣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빙빙 돌려 말씀하실 거 없습니다. 한번 먹어 보고 싶은 거였다면 그렇게 말을 하시죠. 따로 가격이라도 안내해 드렸을 텐데요.”

“남지유 씨.”

술이 달다고 너무 마셨나, 생각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토해진다. 그렇다고 딱히 낭패스럽지는 않았다. 영화야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다른 투자자를 기다리면 그만이었고, 높으신 분 인맥이야 아쉽지도 않았다. 기분대로 쏘아붙이고 분이라도 좀 풀린다면 그게 나았다.

남자가 무어라 변명을 하는 듯했으나 남지유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아찔해져서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고 있는데, 언제 다가온 건지 남자가 몸을 부축해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스폰 제의나 해 온 주제에 퍽 담백한 손길에 진지한 어투였다. 남지유는 이제 흥미로나마 어울려 줄 생각이 뚝 떨어져서 뿌리치려고 했으나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었다. 짜증이 왈칵 치솟았다.

“놓으시죠. 좀?”

“취하셨습니다. 기사 불러 드릴 테니 타고 가시죠.”

“알아서 할 테니 놓으시라고요.”

“제게 기분이 상하신 건 이해합니다만 배웅해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안전히 들어가시는 모습을 확인해야 제 맘이 편할 것 같습니다.”

이런 씨발…… 어디서 매너 좋은 척을 하는 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남배우한테 쑤시는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돈이나 뿌리고 다니는 주제에 말이다. 결코 곱지 않은 성격이 울컥했으나 남지유의 다혈질은 이내 웃음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익숙한 일이었다. 한번 해 보겠다고 달려드는 놈들 다루는 법이야 빤하기도 했다. 이미 굴러먹은 몸 몇 번 더 굴린다고 상하는 것도 아니고. 높으신 분이 잠깐 비위까지 맞춰 가며 꼬셔 보겠다는데 그 정성에 응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질척거리는 걸 보면 오늘 거절해 봤자 또 질척거릴 게 분명하다.

“저기요, 전무이사님.”

남지유는 제 몸을 부축하고 선 남자의 어깨에다 슬쩍 팔을 뻗었다. 궂은일을 해 본 지 한참 되어 부드럽고 말랑한 손이 단단한 어깨를 스치고 목 뒤로 감겨든다. 다소 헤프게 눈웃음을 쳐 가며 남자를 바라보는 그는 정말 가격표를 읊어 주기라도 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만큼 꼬시려드는 의도가 여실했다. 남자는 곧게 뻗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도 남지유를 유심히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려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값비싼 술을 시음이라도 하는 것 같기도 한 진중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너무 싸게 군다고 고상한 입맛에 안 드신다고 내칠지도 모르겠다. 작게 웃은 남지유가 마주한 눈을 내리깔며 그에게로 다가선다. 키스를 하려는 건지 귓속말을 하려는 건지 애매한 제스처였다. 곧 어디든 닿을 것 같던 입술이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멈췄다. 그제야 짙은 속눈썹이 올라가며 약간의 취기와 그보다 큰 치기에 젖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진작부터 남지유에게서 시선을 못 떼던 눈이 그 눈과 맞닿았다. 남자는 담백한 태도와는 달리 당장이라도 옷을 벗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굳이 꼬시지 않았어도 집에 데려다준다는 명목으로 으슥한 곳에 데려갔을 것 같다. 남지유가 단단히 동여맨 넥타이를 손끝으로 건드리며 웃는다.

“내 몸이 그렇게 궁금합니까? 그럼 한번 잘까, 나랑?”

말을 하며 입술이 벌어질 때마다 남자의 입술에 스친다. 간질거리는 숨결도 함께였다. 넥타이를 건들던 손은 장소를 망각하고 옷을 풀어내려 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손을 붙잡더니, 전혀 딴 얘기를 꺼냈다.

“많이 취하셨네요. 태워 드릴 테니 가시죠.”

“왜요, 취해서 잘 못할까 봐 그래요? 나 잘합니다. 그리고 취하면 구멍이 더 뜨겁다고 좋아하던데.”

“남지유 씨, 그만하세요. 술 깨면 후회합니다.”

“아니, 왜 줘도 못 먹어? 먹고 싶다면서요. 아, 혹시 넣는 거 말고 넣어지는 게 취향이었어요? 그건 내가 해 본 적이 없는데…….”

남자는 남지유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몸을 부축했다. 잠깐이나마 구축되었던 성적 긴장감은 취객을 대하는 듯 선을 긋는 태도에 무너지고 말았다. 씨발, 줄 때 먹지, 나중에 또 질척거릴 거면서 비싸게 군다. 남지유는 짜증이 나 남자를 뿌리쳤다. 그래 봤자 술에 취한 몸이 건장한 체격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뭐 하십니까? 제가 걸을 수 있어요. 저 안 취했거든요. 저 술 존나 세요.”

“괜히 넘어지지 말고 제 말 들으세요. 취하셨어요.”

“내가 안 취했다는데 왜 당신이 취했다고 우깁니까? 안 취했다고.”

조금 취기가 오르는 건 사실이었지만 정말 취한 건 아니었다. 남지유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제 발로 꼿꼿하게 서지 못하고 자꾸 남자에게 몸을 기댔다. 반듯하게 잘생긴 남배우가 술에 취해 남자의 어깨에 매달려 가며 “아, 그냥 자자고. 먹고 떨어지라니까?”라고 칭얼거리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남자가 외투를 챙기며 남지유를 이끌고 나가는 동안에도 남지유에게서는 쓸데없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대체로 “나 존나 잘 빠는데, 박는 거 싫으면 한번 빨아 줄 테니까 그거나 받고 떨어져요.”나 “다 알아, 이렇게 챙겨 주는 척하고 좀 쉬었다 가자고 할 거죠? 존나 뻔해.” 같은 말이었으므로 남자는 VIP손님을 위해 마련된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주차되어 있던 차 뒷좌석에 남지유를 태우고는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말했다.

“L호텔로 가죠.”

“거봐. 어차피 이럴 거 왜 피차 피곤하게 튕겨요?”

남자는 격벽을 내리며 운전석과 분리하고는 이마를 쓸었다. 세련되게 넘겨 잘생긴 이마가 드러났던 당초와는 달리 앞머리가 흘러 내려와 있었다. 지가 걸을 수 있다며 생떼를 쓰던 남지유를 다루느라 흐트러진 머리였다. 그는 퍽 곤란해하는 것 같음에도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남지유 씨, 원래 취하면 아무한테나 그럽니까?”

“싫다는 사람 붙잡고 자 달라고 애원한 사람이 누군데요.”

“자 달라고 애원하는 상대한테는 뭐가 됐든 대 주나 보군요. 남지유 씨는 앞으로 술 먹으면 안 되겠어요.”

씨발, 지가 뭔데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짜증을 숨길 의도는 없었지만 취기가 어질어질 올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는 어느덧 도로를 매끄럽게 내달리고 있다. 고급 리무진이라 승차감이 매우 좋았는데도 취한 상태에서는 그마저도 울렁거렸다. 시트에 깊이 몸을 기대며 숨을 고르는 남지유에게 남자가 차가운 생수를 건네주었다. 남지유는 고맙단 인사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 마셨다. 남자가 옆에서 꼴깍꼴깍 물을 마시는 남지유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물을 마시고 나니 좀 상태가 나아지는 것 같아 남지유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빈정거렸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쳐다봅니까. 못 참겠으면 여기서 하시든가요. 기사님은 서울 한 바퀴 돌라고 하고요.”

“권 이사는 남지유 씨를 아주 예뻐한 모양입니다.”

무언가 이어질 말이 있을 법도 한데 남자는 뒷말을 뚝 잘라 놓고는 부드럽게 웃고만 있다. 오냐오냐해서 버릇이 안 좋단 얘기를 하려는 건가. 남지유는 도무지 남자의 속을 알 수가 없어서 창밖에다 시선을 던졌다. 취했으니 보내 주겠달 때는 언제고 또 마음이 바뀌어서 호텔로 데려가고, 이제는 정중하게 굴던 태도를 버리고 은근슬쩍 하대를 하고 있다. 태도야 아마 이쪽이 본심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대가를 주고 잠자리로 끌어들이는 사람이 돈 몇 푼이면 살 수 있는 상품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게 더욱 특이한 일이었다.

남지유가 찬 물병을 뺨에 대면서 눈을 감는다. 취기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좀 주무세요.”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잔단 말인가. 남지유는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으나 결국 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잠들고 말았다.

그리고 남지유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호텔 침대 위였다. 가물가물한 시야에 그를 침대에 눕혀 주고 있는 남자가 잡혔다. 남지유는 약간 몽롱한 중에도 손을 뻗어 남자의 어깨에다 팔을 둘렀다. 흐릿한 눈은 몇 번 깜빡거려진 후에야 초점이 돌아왔다. 잠꼬대를 하던 입술에서 나온 목소리는 술기운과 잠기운에 푹 잠겨 있었다.

“저 안고 올라오셨습니까? 괜히 힘 빼지 말고 깨우시지 그랬어요. 전 나중에 벌충 안 해 드려요.”

“오늘은 그럴 생각 없습니다. 재워 드리고 갈 생각이었어요.”

“거짓말. 그럴 생각이었으면 절 집으로 보내셨겠죠. 제 집 주소 아시잖아요, 응?”

열애설 하나에 뒷조사를 했던 정성이라면 집이 어디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남지유는 남자의 내숭이 아주 가증스러워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킥킥대는 얼굴을 남자가 집요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끓는 정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여전히 점잖은 체하면서 말이다.

남지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속눈썹을 내리깔며 단단한 목선을 손끝으로 건드리다가, 넥타이를 풀어 주며 다시금 시선을 들었다. 아직 웃음기가 꺼지지 않은 얼굴은 잔망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빨리 정해요. 그 내숭 계속 떨 건지, 때려치울 건지. 내가 전무님 따먹겠다고 화대를 지불할 처지는 아니잖아요?”

“권 이사가 왜 당신을 아끼는지 알 것 같네요. 적당히 발칙한 게 아주 깜찍해.”

남자는 제 넥타이를 풀던 손을 꽉 붙잡으며 웃었다. 곱게 휜 눈매가 아주 부드러웠으나 이번만큼 유해함이 가득했다. 그는 걸어온 도발을 굳이 거절하지 않고 입술부터 탐하였다. 남지유가 유순히 입을 열며 리드를 내어 주는 동안 남자는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나갔다. 키스만은 잡아먹힐 듯 열정적이었는데 옷을 벗기는 손길은 퍽 느긋했다. 남지유는 섹스 한 번에 오래 끌 생각이 없었으므로 주도적으로 옷을 벗겨 나갔다. 단추가 많은 와이셔츠는 건너뛰고 곧장 벨트를 풀어내자 남자가 입술을 떼어 내며 웃었다.

“빨리 먹고 치워 버리려고 그럽니까?”

“잘 아시네요, 전무님.”

“제 이름 백이선입니다. 딱딱하게 부르지 마세요. 당신 돈 주고 사 먹는 것 같아서 입맛이 떨어집니다.”

돈 주고 사 먹는 거 맞으면서 참 고상하게 구신다. 어차피 오늘 이후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기에 남지유는 적당히 맞춰 주었다. “그럼 이선 씨라고 불러 드리면 돼요?” 약간 조소가 스며든 말투였지만 남자는 남지유의 발칙함을 너그럽게 봐주는 듯했다. 단추가 다 풀어진 앞섶에다 손을 천천히 밀어 넣은 백이선이 허리를 어루만지며 웃는다. 커다란 손은 어느새 등까지 기어들고 있었다. 남지유는 허리를 살짝 띄워 주면서도 그의 바지를 능숙히 벗겼다. 보이지 않는 사타구니가 손에 스칠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존나 클 것 같은…….

문득 백이선의 손이 등 한가운데 고랑으로 파고들었다. 벨트를 동여맨 바지 아래로 들뜬 공간으로 손끝이 들어섰다. 남지유는 야릇한 감각에 살짝 몸을 비틀었다.

“권 이사는 남지유 씨를 어떻게 불렀나요?”

“으응… 그냥, 지유라고 부르셨어요.”

“그럼 당신은 권 이사를 뭐라고 불렀습니까?”

“저랑 있는데 권 이사님이 더 궁금하세요?”

남지유는 순간 움찔했으나 외려 불퉁한 척 삐친 체를 했다. 백이선이 부드럽게 웃으며 남지유를 지켜본다. 그는 놀랍게도 남지유의 내숭을 단번에 간파했다.

“건전한 호칭은 아니었나 보군요. 남지유 씨가 이렇게 질색할 정도면, 글쎄, 자기야나 오빠 같은 호칭이었습니까?”

“그럴 리가요. 혹시 전무님 취향이 그러신 건 아니죠?”

씨발, 눈치 한번 존나 빠르다. 남지유는 이 화제를 빨리 넘기고 싶어 예사롭지 않은 사타구니를 손으로 진하게 애무했지만 백이선은 눈썹이나 조금 찡그릴 뿐 크게 흥분한 기색은 없었다. 웃음기가 잠깐 사라진 입매에서 얕은 숨소리가 샌 게 전부였다. 자지는 발딱 세워 놓고 말이다.

남지유의 벨트를 풀어내던 백이선이 속삭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웃는다.

“제 취향은 좀 더 점잖은데요. 저는 정숙한 분이 취향이라서 말입니다.”

“그럼 전무님 취향에는 제가 안 맞겠네요.”

“아뇨, 발랑 까진 걸 내숭으로 무마하려는 것도 귀엽군요. 그리고 전무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으읏!”

벌어진 바지 앞섶으로 커다란 손이 기어들었다. 속옷 위로나 만지던 남지유와 달리 그는 대번에 속옷을 내려 생자지를 문질렀다. 내내 점잖은 척 굴더니 어째 자지를 만지는 손길은 아프기까지 할 지경이라 남지유는 백이선을 붙잡은 채 숨을 헐떡였다. “아, 아파요.” 눈을 맞추고 호소하자 백이선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드리운다. 그리고 애무하는 손길이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는 통증 하나 없이 쾌락만 가득한 애무였다. 늘어져 있던 자지가 단번에 세워질 정도로 아찔한 쾌감이라 남지유는 백이선을 애무하는 것도 잠깐 잊고 말았다.

“아으, 응, 아아아…… 이선 씨.”

“남지유 씨, 제가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허락했었습니까?”

“아, 아뇨… 으응, 그럼 무슨 말을, 듣고 싶으신 건데요?”

애무당하는 아래에서 질척질척 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쾌감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남지유는 백이선의 사타구니를 다시금 문질렀다. 부담스럽고 예사롭지 않은 묵직함이 손바닥 안에서 뭉개진다. 권성하를 처음 상대했던 때의 기시감이 들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다.

백이선은 제 집요한 애무에 눈물까지 떠오른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가 아주 귀한 것을 다루듯 눈가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변태를 상대해 온 역사가 아주 긴 남지유로서도 처음 듣는 호칭을 꺼내 든다.

“글쎄, 서방님은 어때요.”

“흐윽, 서, 서방님이요? 아으응, 존나 변태 같, 아, 아아!”

“서방님은 싫어요? 그럼, 여보라고 부르는 것도 귀엽고 조신한 맛이 있어 좋겠군요.”

서방님이라니 살면서 육성으로 들어 본 적도 없는 호칭이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잠깐 잊고 있던 단어였다. 권성하의 오빠 호칭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질 정도다. 굳이 이 변태놀음에 맞춰 줘야 할까, 남지유는 잠깐 회한이 들었으나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남자였다. 대충 맞춰 주고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이 남자도 권성하가 끼고 사는 남배우 맛이 궁금했던 것일 테니 오늘 이후로 팬인 척 자처하고 나서는 일도 없으리라.

하지만 서방님이라는 구시대의 유물은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씨발, 왜 하나같이 이런 놈들만 꼬이지. 남지유는 욕이 치미는 속을 능숙하게 감추면서 몹시 곤란해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내리깔린 채 가련하게 떨리는 속눈썹 따위는 물론 백이선에게 야릇한 충족감을 안겨 주었다. 그게 내숭인지 아닌지 아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는 노골적이고도 집요한 눈으로 남지유를 내려다보고 있다.

“부끄럽습니까, 남지유 씨?”

“네, 서방님은 좀… 그냥, 이선 씨라고, 부르면…… 읏!”

“이름을 부르고 싶으면 귀엽게 애교라도 떨어 보든가요. 어쩌면 허락해 줄지도 모르잖습니까.”

“아읏, 아파요… 흐, 조금만 살살…… 네?”

따지자면 남지유도 그에게 이름을 부르도록 허락한 적은 없었기에 몹시 짜증이 났지만 가장 민감한 부위를 쥐고 있는 남자에게 성질대로 굴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남지유는 울컥한 짜증을 대충 누르며 살며시 눈을 치켜떴다. 눈물 고인 얼굴이라 딱히 위협적이지 않았고 외려 애교로만 보였다. 백이선만 동하게 만들었단 뜻이다. 잔잔한 미소 따위를 지은 백이선이 자지를 더욱 농염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발딱 선 자지에서 물이 왈칵왈칵 쏟아졌다. “하응, 아아아!” 백이선의 단단한 몸에 매달린 남지유가 자지러지듯 헐떡였다. 눈앞이 하얗게 탈색되길 여러 번 반복했다. 당장 쏟아지는 쾌락에 저항 의식마저 흐릿해졌다. 침대에서조차 상대에게 맞춰 줄 일이 없는 권력자는 아주 적당히, 내키는 대로 애무를 해 대고 있었다. 상대의 통증이나 기분을 딱히 고려하지 않은 애무였으나 그 가감 없는 애무가 더욱 짜릿했다. 약간 얼얼한 통증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남지유는 물기가 차오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백이선을 바라보았다. 백이선이 선하게 웃어 주었다.

“침대 밖에서는 참 건방지도록 맹랑하더니 정작 잠자리에서는 숙맥이네요. 이런 걸 얻다 쓴다고. 안 그렇습니까, 남지유 씨?”

“아응, 아, 아아… 전무님, 아! 흑, 아팟.”

“저 같은 말 반복하게 하는 거 싫어합니다. 멍청한 티 내지 말고, 머리가 나쁘면 아양이라도 잘 떨어야죠.”

“아아, 아! 아파요, 읏, 아흐응, 살살……!”

통증과 쾌락 사이를 오고 가는 감각이 연이어 터졌다. 억지로 미뤄 놓고 있던 사정감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폭력적인 쾌감을 무기로 삼아 변태스러운 호칭을 강요하는 남자였다. 멋대로 싸기라도 하면 어떤 기상천외한 짓을 할지 몰라 남지유는 사정을 지연시키려 애를 썼다. 물론 그야말로 애를 쓰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남지유는 곧장 서방님 세 글자를 입에 담았다. 혀끝으로 굴려진 그 단어가 신음과 섞여 달콤하게 토해졌다.

“아, 아아, 서방님, 살살요…!”

남지유가 애처롭게 눈물을 글썽여 가며 그를 가둔 단단한 팔뚝을 붙잡는다. 과도한 쾌락을 피하려 허리가 움찔거렸으나 갇힌 몸은 어디 도망도 못 갔다. 백이선에게서는 권성하와는 다른 부류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남지유를 애첩 다루듯 굴던 권성하와는 달리 말투도 목소리도 점잖은데 결국 폭군처럼 굴고 있다. 차라리 내숭이나 떨고 있을 때가 나았다.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내숭 때려치우란 말은 하지 않았다. 와락 쏟아지는 쾌락에 반발심이 한풀 꺾인 남지유가 고분고분하고 조신한 척 백이선을 올려다본다. 울먹거리는 애달픈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토해졌다.

“서, 서방님, 저… 저, 쌀 것 같… 흐읏!”

“천박하게 말하지 말고요.”

“네, 네… 응, 아아! 서방님, 저 이제, 아으, 나올 것 같은데….”

“이렇게 말 잘 들을 거 왜 튕겼습니까. 피차 피곤하게.”

맘에 쏙 든다는 듯 너그럽게 웃은 백이선이 당장 쌀 것 같다는 자지를 더욱 강하게 문지르고 흔든다. 점잖은 취향이라더니 내내 강압적인 애무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었다. 남지유는 허리까지 휘어 가며 헐떡이다가 결국 그의 손에 정액을 싸지르고 말았다.

“하아, 아아아……!”

며칠 권성하와 안 잤다고 그새 양이 많아졌는지 사정은 꽤 길었다. 그리고 그만큼 여운도 길었다. 잘생긴 얼굴이 발긋하게 달아오른 채로 한참을 헐떡거린다. 나른한 여운에 젖어 든 얼굴은 모로 흘려진 채 가물가물 흐린 눈을 깜빡거리고나 있다. 여느 베드신보다 문란하고 염기가 흐르는 모습이었다. 백이선은 침대에 늘어져 숨을 몰아쉬는 남지유를 바라보면서 그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다정하고 섬세한 손길이었다. 문제는 남지유가 싸지른 정액이 가득한 손이었단 거지만.

“남지유 씨, 참 예쁘네요.”

남지유의 얼굴에 정액을 잔뜩 묻혀 놓은 백이선이 언뜻 청순해 보일 정도로 무해하게 웃는다. 남지유는 슬슬 뜨거운 여운에서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바지를 언제 벗겨 놓았는지 다리 사이가 몹시 허전했다. 길쭉하게 뻗은 맨다리를 좌우로 활짝 벌린 백이선은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남지유가 대충 헤쳐 놓았던 앞섶에 불룩한 흥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느 쪽으로 수납했는지도 보일 만큼 큼직한 자지는 아직 꺼내지 않았음에도 기가 질리는 크기였다. 남지유가 주춤주춤 침대헤드 쪽으로 몸을 물리며 백이선을 바라본다. 백이선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

“침대 위에서는 맹하게 구는 것도 남지유 씨 영업 전략입니까? 귀엽긴 하네요.”

“아, 으읏….”

젖지 않은 구멍에 손가락 두 개가 단번에 들어섰다. 오늘 섹스를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구멍은 풀어 놓지 않아 아주 빠듯했다. 새삼 괜찮은 사람이라 소개해 줬다는 대표의 말이 좆같아지는 순간이었다. 괜찮기는, 씨발, 백이선은 그냥 내숭 한번 오지게 잘 떠는 개새끼였다. 변태 취향으로는 권성하와 쌍벽을 이뤄 낼지도 모르겠다. 남지유는 안을 대충 푸는 손길에 힘겹게 낑낑거렸다. 차라리 그가 주도권을 잡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조신하고 정숙한’ 취향인 백이선은 함부로 서방님 위에 올라타는 걸 허락해 주지 않을 게 뻔했다. 씨발. 재벌새끼들 취향은 다 이런가? 돈이 많으니까 이미 별짓 다 해 봐서 평범한 섹스로는 만족을 못하나? 아니면 이왕 돈 쓰는 거니까 특이한 섹스를 해 보고 싶어서 그런 건가, 씨발?

백이선은 남지유의 아래를 직접 풀어 주면서 그 자그만 구멍을 지켜보고 있었다. 체모가 거의 없고 색채도 연한 가랑이는 도착적인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모양이었다. 그가 작은 구멍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가며 웃었다.

“털도 없고 좁기는 좁고, 누가 남지유 씨 가랑이에 이런 애기보지 달렸을 거라고 생각하겠어요.”

“…….”

존나 변태 같아서 대답하기도 싫었다. 눈을 내리깐 채 입을 다문 모습을 백이선은 꾸며 낸 정숙함 따위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흥분된 건지, 감히 말을 씹어 벌을 주는 건지 안을 파고드는 손길이 조금 거칠어졌다.

“벌써부터 서방님 자지 모실 준비 한다고 조신한 척하는 겁니까? 무조건 얌전하게 굴면 제가 예뻐해 줄 것 같았나요?”

“아읏, 아, 아뇨… 아! 아파요, 서방님…… 살살 해 주세요, 응?”

“이제 애교도 잘 떠네요. 그렇게 서방님 이름을 부르고 싶었어요, 남지유 씨?”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솜씨 또한 권성하와 아주 비슷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먹고 떨어지라는 말도 안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해 다녔겠지. 물론 제작 지원을 빌미로, 그게 안 되니 대표를 구워삶아 불러낸 정성을 보면 결국 오늘처럼 지치고 신물이 나서 언젠가 먹고 떨어지라는 말을 하긴 했으리라. 백이선이 내숭을 집어던지는 순간은 언제고 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약간 위안이 되긴 했다. 얼른 이 좆같은 시간을 끝내고 싶었던 남지유는 억지로 맡은 배역에 몰입하기로 했다. 이미 권성하라는 좋은 연기 상대가 있기도 했다.

“서방님 자지 얼른 모시고 싶은데, 보지가 좁아서… 서방님께 죄송해서 그랬어요….”

“그랬어요?”

“아으응. 네, 네… 아아!”

약한 부분을 쑤시던 손이 빠져나간다. 남지유는 감았던 눈을 떠 백이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남지유가 대충 풀어 놓았던 앞섶에서 드디어 자지를 꺼내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이미 한껏 발기한 상태였다.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순간 몸이 경직될 만한 크기라 남지유는 잠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다리가 오므려졌으나 사이에 자리 잡은 백이선 때문에 닫을 수도 없었다. 오히려 백이선만 귀엽다는 듯 웃을 뿐이다.

“한두 번 해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겁은 먹었습니까.”

“씨발, 양심은 어디에 키우세요? 그런 흉기로 지금 누굴 찌르려고요?”

“잠깐 내숭 좀 떨더니 금세 때려치웠네요. 이게 더 귀엽긴 합니다. 누가 자기 물까 봐 발발거리며 먼저 짖어 대는 게 치와와 같거든요.”

백이선이 못내 귀엽다는 얼굴로 웃더니 허우적대는 다리를 가볍게 붙잡는다. 그리고 제게로 바싹 끌어당긴다. 붙잡혀 끌려온 가랑이에 예사롭지 않은 묵직한 것이 맞닿았다. “아, 안 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창백하게 질린 남지유가 되지도 않을 협상을 걸기 시작한다. 백이선은 발기한 자지로 구멍을 문질러 가며 웃었다. “뭘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요.” 말을 잘못하면 귀엽게 봐주거나 말거나 당장 쑤셔 박을 기세였다. 남지유가 손끝으로 백이선의 허벅다리를 짚은 채 숨을 몰아쉰다. 가랑이에 닿는 굵직하고 기다란 자지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던 남지유는 이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촉촉하게 젖은 눈과 들끓는 눈이 서로 마주쳤다.

“서, 서방님 이거, 이거 넣으면 지유 죽어요. 응? 첫날밤에 새색시 죽이려고요?”

“남지유 씨 참 귀엽게 구네. 제 맘에 안 찰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요. 나 지금 당신 화대로 뭘 더 해 줘야 하나 고민 중이거든.”

“아, 미친, 필요 없, 힉! 씨발… 아아아……!”

구멍 위를 빙글 돌던 선단이 좁은 안을 비집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며칠 드나드는 자지 없이 호사를 누렸던 구멍이 아주 빠듯하게 열리며 억지로 자지를 받아들인다. 남지유는 심호흡을 하며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 애를 썼다. 허벅다리를 짚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백이선의 자지는 권성하와 비슷한 크기였으나, 며칠 쉬었다고 다시 좁아진 구멍에다 제대로 풀어 주지도 않은 탓에, 들어설 때마다 당장 찢어질 듯 빠듯하게 벌어졌다.

다가붙는 허벅다리를 밀어내려던 남지유가 흑, 짧게 신음하더니 백이선의 팔뚝을 붙든다. 고급스러운 드레스셔츠에 손톱이 세워졌다. 백이선은 다소 아플 정도로 자지를 조이는 구멍에 계속해서 들어서면서도 남지유를 너그럽게 바라보았다. 남지유는 그의 팔뚝을 붙든 채 눈을 질끈 감고 헐떡이고 있었다. 감긴 눈두덩이 애처롭고 가련하게 떨렸다. 굴러먹을 만큼 굴러먹은 주제에 무슨 내숭을 이리 정성껏 떠는지 모를 일이었으나, 그래서 더 깜찍하고 기특한 맛이 있었다. 정말 첫날밤에 새색시 머리라도 올려 주는 기분이지 않는가. 백이선이 작게 웃었다.

“남지유 씨, 처녀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힘듭니까.”

“흐윽, 엄살 같으면 당신도 당신 좆만 한 딜도 박아 보든가요, 씨발!”

“귀엽기도 한데, 버릇없기도 하고. 권 이사는 당신 오냐오냐해 줬을지 몰라도 전 버릇없이 구는 거 안 봐줘요.”

“아, 잠깐, 잠… 흐윽!”

이제 겨우 귀두가 들어섰던 자지가 단번에 뿌리까지 꽂혀 들었다. 아찔한 감각이었다. 남지유는 순간 정신이 멀어졌다가, 겨우 돌아와서는 백이선의 팔뚝을 구명줄처럼 붙들었다. 배 한가운데까지 꽂힌 묵직한 존재감에 숨쉬기도 버거웠다. 권성하의 자지를 처음 받던 그날이 떠오르는 아찔함이다. 질끈 감긴 눈꺼풀 아래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백이선은 손끝으로 눈물을 거둬 주더니 “많이 아파요?”라고 걱정 한 점 느껴지지 않는 질문을 했다. 대답하기도 힘겨워서 남지유가 얕게 흐느끼기만 하자 “대답이 없네. 괜찮나 봐요.”하면서 허리를 느긋하게 굴려 비좁은 속을 헤집어 놓는다. 그제야 남지유에게서 신음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깐, 잠깐만요….” 만류해도 이미 늦었다. 백이선은 딱히 개의치 않고 남지유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던 부근을 묵직한 자지로 마구 찔러 들기 시작했다. 아직 버거운 크기에 익숙해지지도 못했던 남지유가 고개를 젖혀 가며 자지러졌다.

“힉! 하으, 아! 잠깐만요, 전무님, 씨발! 아, 으흑. 아!”

“남지유 씨, 이렇게 멍청해서 대본은 어떻게 외웁니까? 방금 한 말도 기억 못하는데, 엔지 참 많이 냈겠어요.”

“하아앙, 아…! 아니, 엔지 안 낸, 아, 아앙! 아으, 천천히 좀, 흐으응!”

지금껏 제멋대로 굴었던 백이선이 이제 와 남지유의 애원을 들어줄 리가 없다. 그는 남지유의 허리를 강하게 붙든 채로 깊숙이 처박아 댔다. 얼마나 강하게 붙들고 처박는지 팔뚝에 힘줄이 파랗게 돋을 정도였다. 남지유는 어디 매달릴 곳도 마땅찮아 그 팔뚝에 매달린 채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천천히요….” 고개를 저어 가며 헐떡이는 모습은 퍽 숫처녀 같았다. 서방님 운운하고 새색시 운운하던 잠자리에서는 그럭저럭 어울리는 몰입이었다. 백이선은 부드럽게 웃어 가며 거친 좆질을 이어 나갔다. 받기 버거운 크기에 사나운 몸짓인데, 이미 권성하와의 섹스에 익숙해진 몸은 거기서도 쾌감을 얻고 있었다. 박힐 때마다 흔들거리던 자지가 점차 힘을 받아 꼿꼿하게 세워진다. 남지유의 입에서도 달콤한 아양이 잇달아 터졌다. 그래 봤자 힘든 건 힘든 거였다.

남지유는 물기로 흐릿해진 눈을 떠 가며 백이선과 시선을 맞췄다. 비위를 맞추는 데에 아주 능숙한 입이 조금만 천천히 해 달라는 애원을 애교스럽게 조잘거렸다.

“서방님 자지가 너무… 너무 커서, 아아! 제가 서방님 자지 오래, 많이 모실 수 있게 해 주세요, 네?”

“아까는 지유, 지유 귀엽게 잘하더니 이제 와 내외하는 겁니까?”

“아아뇨, 아응! 서방님, 지유 힘든데, 아, 제발 천천히, 살살 해 주세요… 아으응, 앙, 아!”

“지유 씨가 오래 모시고 싶다고 하니까, 한 번으로 끝낼 수가 없겠네요.”

백이선은 값비싼 남배우의 몸을 오나홀처럼 굴리며 비좁은 안을 맘껏 탐했다. 깊숙이, 또 거칠게 파고들 때마다 큼직한 귀두가 속살 곳곳을 아낌없이 건드렸다. 권성하나 백이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존나 커서, 씨발, 그냥 되는 대로 박아도 야릇한 부분이 족족 건드려졌다. 남지유는 과하게 차오르는 쾌락에 눈가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으응, 아… 아앙! 서방님, 흐, 너무 커… 응응!”

“박아 줄 때마다 서방님, 서방님 하니까 얼마나 귀여워요. 안 그래요?”

결국 뜻하는 대로 몸도 취하고, 뻣뻣한 입에서 서방님이라는 호칭까지 끌어낸 주제에 백이선은 그 모든 걸 아주 당연하단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으로 마구 짓쳐드는 몸짓은 애원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은 몸짓이었다. 안을 빠듯하게 채운 자지는 남지유가 유독 약한 부분까지 맘껏 찔러 주었다.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쾌감은 백이선이 허리를 깊이 튕길 때마다 반복되었다. 아찔하고도 짜릿하여 몸이 절로 꼬였다. 단단한 몸 아래 깔린 남지유가 무자비한 쾌락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지러진다. “서방님, 서방님, 아! 여보, 앙, 저 죽어요…!” 백이선은 남지유를 놓아주지 않은 채 퍽 너그러운 눈빛을 보냈다.

사실 그로서도 딱히 서방님이란 호칭에 애착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남지유가 질색하는 게 귀여워서 굴복시켜 보고 싶었을 뿐인데 정작 싫어하면서도 잘 말하는 걸 보니 다른 의미로 돋워진다. 그는 귀두까지 빼내었다가 깊숙이 처박아 가며 뜨거운 숨을 토했다. 남지유는 버거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허리를 움직여 그 몸짓에 맞추었다. 그를 내려다보는 눈빛에 정복감이 아른거렸다.

“지유 씨, 지금 서방님 아래서 뭐 하는 거예요.”

“으응, 아! 보지로, 서방님, 자지 모시고, 있어요… 흐윽, 아, 아! 너무 깊… 으으응!”

“지유 씨 보지로, 서방님 자지 모시고 있어요?”

백이선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남지유의 쓸모없는 예쁜 좆을 만져 주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네요. 지유 씨는 멍청하니까, 앞으로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서방님 자지나 잘 모시면 돼요. 알았죠?”

“아아아…! 흑, 아아, 앙, 알았으니까, 저 좀, 하아, 아으윽!”

커다란 자지가 퍽퍽 찔러 든다. 남지유는 어느덧 완전히 발기한 자지를 흔들거려 가며 백이선에게 얌전히 몸을 대 주고 있었다. 백이선은 천천히, 살살 따위를 염원하는 남지유를 무시하고 맘껏 쑤셔 댔다. 스크린으로 수없이 본 잘생긴 얼굴이 쾌락으로 무너져 가는 건 남지유가 나왔던 어떤 영화보다 흥미로웠다. 남지유는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인지 알기는 할지, 나중에 커다란 스크린으로 직접 보여 주고 싶은 심술이 샘솟았다. 하지만 이미 당한 게 있는 그로서는 충격이 클지도 모르겠다. 백이선이 옆에서 달랑거리는 다리를 잡아 활짝 벌리고는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색이 짙고 굵직한 자지가 길게 빠졌다가 다시금 짓쳐드는 게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아, 아, 너무 깊, 아아!” 남지유는 잡힌 발끝을 오므려 가며 헐떡이고 있다. 벌써 절정이 다가오기라도 하는 건지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은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백이선은 박아 댈 때마다 꼭 맞붙는 아랫배를 밀어내려 애를 쓰는 남지유를 너그럽게 지켜보았다.

“아, 아아앙! 서방님, 아, 여보, 이선 씨, 지유 갈 것, 같… 아으응!”

“서방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면 돼요, 안 돼요?”

“아앙, 아, 죄송, 죄송해요…! 여보, 서방님 지유 가는 거, 허락, 해 주세요… 흑, 아아아!”

남지유가 애원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원래부터 집요했던 좆질이 더욱 집요해지기 시작하자 남지유는 결국 애원이 무색하게도 먼저 절정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백이선의 바로 눈앞에 펼쳐진 몸이 황홀한 절정에 움찔, 움찔, 떨리며 흐느낀다. 자지를 삼킨 속살도 정액을 쥐어짜기라도 하겠다는 듯 조여들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사정은 아직 멀었다. 백이선은 남지유의 오르가즘이 끝나는 걸 기다려 주지 않고 좆을 쑤셔 박았다.

“아아아! 잠깐, 아앙, 아! 아직, 아직…!”

“첫날밤이라면서요, 지유 씨. 자궁에 서방님 씨 받아야죠.”

“미친, 씨, 발…! 변태새끼… 힉, 흐윽, 아! 여보, 제발, 제발…!”

백이선은 남지유의 정숙하지 못한 입버릇을 너그럽게 봐주면서도 결코 좆질을 늦춰 주지 않았다. 살갗이 강하게 맞닿을 때마다 퍽퍽 소리가 터졌고 남지유가 크게 자지러지는 소리가 잇따라 터졌다. 호텔에 오를 때부터 취기에 발그스름한 얼굴이었으나 이제는 벗겨진 몸 곳곳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피부가 하야니 감추지 못한 흥분이 더욱 티가 났다. 남지유는 백이선을 울먹이며 노려보면서 애원을 하다가도, 백이선이 전혀 들어주지 않자 짜증을 참지 않고 드러냈다. 아무래도 그게 더 꼴린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백이선이 남지유의 안으로 짓쳐들며 사정을 못해 발딱거리는 자지를 문질러 주기 시작한다. 남지유가 엉엉 자지러졌다.

“화대로 뭐 받을지나 생각해 놔요.”

오늘 이후로 볼 일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도 주어지지 않아 남지유는 눈물만 쏟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 번 먹고 떨어지란 의미에서 내주었던 몸도 백이선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씨를 받아 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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