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이단아, ‘마녀’ 제이디 헤이스터.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그녀의 의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제국의 2황자, 리안 베르딘.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독재에 물든 황정을 끝내기 위해 무한히 회귀하는 삶을 종식하는 것.
마침내 스물한 번째 우주.
그 시간의 끝에서, 그를 구원할 ‘마녀’를 찾았다.
* * *
【후원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연구를 멈추지 말 것.】
아리송한 얼굴로 소포를 확인한 제이디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ξ1,000,000,000】
팔랑이며 떨어진 수표 위의 ‘0’은 아무리 세어 보아도 변하지 않았다.
10억. 똑바로 봐도 모로 봐도 제 손에 들린 돈은 10억 에크론이었다.
【따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함께 보낸 공책에 적어 두세요.
그게 무엇이든 눈을 뜨면 문 앞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제이디는 수표와 서신 뒤에 가려져 있던 가죽 공책을 펼쳐 보았다.
그저 평범한 공책처럼 보이는데….
【요르디히 계란 비스킷.. 같은 것도 될까요?】
깃펜을 든 제이디는 그저 시험 삼아 적당한 요청을 적었다.
그런데, 맙소사. 이번엔 너무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
【제법 소박하네요.】
제가 쓴 문장 밑에, 마치 답장처럼 다른 필체로 글씨가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