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여전히 뜨거운 (13/13)

공작부인의 음탕한 초대 외전

외전. 여전히 뜨거운

젖이 말라 간다.

안투르는 어제보다 현저히 적은 양이 걱정돼 입맛을 다셨다. 콘라드를 출산한 지 9개월째. 모유가 몇 년 동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양이 줄어드는 게 서운했다.

“둘째를 낳으면 또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안투르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리던 록시나가 위로했다. 아들은 모유에 질려하는데 아버지는 아쉬워한다. 둘째를 빨리 낳을 생각을 갖게 하는 표정에 록시나는 웃음부터 흘렸다.

그러자 제 젖꼭지만 물고 있던 안투르가 눈을 치켜떴다. 입술을 쭉 내밀고 쳐다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트리며 싱긋 웃었다.

“당신이 다 먹은 거예요. 그러니까 말라 간다고 서운해하면 안 돼요.”

“다 먹긴, 콘라드와 나누어 먹었지.”

“콘라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요.”

“어린애가 그런 생각까지 할까.”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하긴 할 거예요.”

그녀는 머리카락에서 손가락을 내려 어깨를 쓸었다. 물결치듯이 움직이는 근육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동이 트기 시작하는 창밖을 내다봤다.

더 자고 싶은데 안투르가 젖을 찾아서 무는 바람에 깼다. 오늘부턴 콘라드에게 이유식을 먹이기로 했기 때문에 남은 건 안투르의 차지였지만 새벽부터 깨운 탓에 몇 시간 정도는 더 자고 싶었다.

“음…….”

록시나가 창밖을 내다보는 사이 안투르가 젖꼭지에서 입술을 뗐다. 오랫동안 입에 넣고 있었던 탓에 불어 버린 젖꼭지의 색은 붉었다. 가운데 뚫린 작은 구멍에 모유가 미세하게 맺혀 있었다.

양쪽 유두 모두 안투르 때문에 한껏 자극을 받아 빨갛게 부어올랐다. 제법 탐스러웠다. 그는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으며 젖가슴을 쥐었다.

엄지손가락과 집게, 중지에 힘을 줘 누르면 모유가 분수처럼 나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즐거움을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몇 방울 맺히는 게 전부였다.

“아쉽군.”

“둘째를 낳으면 나온다니까요.”

“내 마음속 욕심은 평생 나왔으면 좋겠어.”

“욕심쟁이.”

“그러게 말이야,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자꾸만 욕심 나게.”

안투르는 키득 웃으며 록시나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는 그녀를 자신을 몸 밑으로 내린 후 손바닥으로 이불을 지그시 눌렀다.

“둘째를 위해 분발할 시간이군.”

매력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본 그가 혀끝으로 제 입으로 핥으며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매일매일 분발하면서…….”

“조바심을 느낀 안투르 공작님의 힘을 느껴 봐.”

“안투르…….”

록시나는 가슴을 들썩거리며 한껏 기대했다. 성인 남자 팔뚝만 하게 커진 페니스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어젯밤에도 수시로 제 몸을 드나들며 괴력을 자랑했던 놈이 어제보다 몇 배로 뜨거운 열기를 쏟아 내며 록시나를 노려봤다.

그녀는 안투르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넓게 벌어진 가랑이 사이, 연분홍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비의 날개처럼 여리고 부드러운 소음순이 양 옆으로 벌어지며 숨겨 놓았던 루비를 내보였다.

안투르가 허리를 들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는 신화에 나오는 신 같았다.

넓은 어깨, 길고 굵은 팔, 다부진 가슴과 굴곡이 깊은 복근, 풍성한 음모와 큼직하고 굵은 페니스, 힘줄과 핏줄이 울뚝불뚝한 허벅지는 새벽 기운을 받아 튼실했다.

록시나는 완벽한 몸매를 뛰어넘는 외모로 심장을 녹이려는 안투르에게 욕망을 드러냈다. 그러자 길게 찢어진 눈에서 안광이 번쩍거렸다. 그녀의 욕망에 반응하는 그는 무척 섹시했다.

“록시나, 사랑해.”

좀 뜬금없을 만큼 안투르가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는 푸시시 웃었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수백 번도 넘게 듣는 말이었지만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 고백을 처음으로 들은 소녀처럼 뺨을 붉혔다.

이럴 땐 백합처럼 순수한 아름다움이 도드라져 안투르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는 키득거렸다. 그녀가 손가락을 깨물며 요염하게 바라본 탓이었다.

페니스에 힘이 들어가 터질 것 같다. 그는 그녀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녀가 똑바로 쳐다보며 신음했다. 페니스가 요동치듯 흔들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꿀을 흘리는 구멍을 더듬었다. 그녀가 움찔거리며 다시 한번 신음했다.

움푹 팬 꿀단지에 넣었던 손가락에 투명한 액이 묻어나 끈적거렸다. 그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았다. 새큼달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폐부를 팽팽하게 부풀린 그가 입에 넣고 빨아 대던 손가락을 두 개나 구멍에 넣어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때야 가열된 단지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안은 팔팔 끓는 물처럼 뜨거웠다. 안투르에겐 이만한 자극이 없었다. 그는 손목을 유연하게 돌리며 손가락으로 질 내벽을 더듬었다. 이쯤 어디에 성감대가 있었다.

작은 돌기들이 빨판처럼 붙어 있는 그곳을 문지르거나 깊숙하게 누르면 록시나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좋아했다.

이번에도 그녀의 즐거움을 우선시한 그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다, 손끝에 걸리는 돌기를 찾아냈다.

“하읍!”

그의 예상대로 그녀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속도를 냈다. 기교 넘치는 손짓으로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거리자 그녀가 허리를 들었다. 손바닥이 안에 금방 젖었다. 그녀가 흘린 애액 때문이었다.

보통 출산을 후 여인의 몸은 물기가 마른 대지 같다고 했다. 그래서 잠자리를 할 땐 아내가 충분히 젖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데보라가 언질을 주었다.

데보라는 록시나가 출산 후에도 안투르에게 출산한 여성에게 필요한 것들을 수시로 일러 주며 각별하게 챙겼다.

그는 데보라가 시키는 대로 록시나가 흠뻑 젖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는 손가락만 넣어도 금방 달아오르는 몸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한동안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아…….”

록시나가 허리를 들썩거리며 이불을 쥐었다.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젖가슴을 봉긋하게 세운 그녀가 신음했다. 신음소리는 경박하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고요했지만 꽤 야릇했다.

“아흥.”

록시나가 허리를 비틀었다. 눈앞에 별이 수천 개나 떨어지고 번쩍거리는 불빛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아아…… 안투르…… 여보…….”

록시나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숨을 쌕쌕거렸다. 간지럽고 뜨거운 구멍을 빨리 가라앉혀 달라는 애원조가 간드러지자 안투르가 손가락을 뺐다.

시럽을 부어 놓은 것처럼 젖은 회음부를 향해 귀두를 든 그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손가락으로 벌려 놓았던 구멍에 귀두를 천천히 밀어 넣자 그녀가 숨을 집어삼키며 바르르 떨었다.

그녀는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자신을 채우는 페니스를 격렬하게 반겼다.

“아앙, 앙…….”

록시나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페니스를 야금야금 씹어먹기 시작했다. 단박에 찌르는 것보다 천천히 들어오는 게 좋았다.

질 내벽의 자글자글한 주름을 밀치며 자궁벽까지 끈기 있게 들어가는 그 느낌이 오감을 자극했다. 그녀는 코로 숨을 쉬며 쌕쌕거렸다.

그녀가 젖가슴을 모아 쥐자 모유가 흘렀다.

“아, 안…… 안투르…… 빨아 줘…… 빨아 줘요.”

줄줄 흐르는 모유는 최고의 유혹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유두를 깨물었다. 쭉 들이마시자 입 안 한가득 따뜻한 모유가 찼다. 그는 허리를 빠르기 흔들며 쪽쪽 소리가 날 만큼 입에도 힘을 줬다.

“아아, 아…….”

아이를 출산하기 전엔 간지럽기만 하던 감각이 날카롭게 변했다. 콘라드에게 물릴 때완 다르게 가랑이 사이가 간지럽거나 따끔거리며 안투르의 페니스를 강렬하게 원했다.

그녀는 손을 밑으로 내린 후 볼록하게 솟은 음핵을 굴리기 시작했다.

“아흣!”

동공이 풀린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발을 허공으로 높이 쳐들었다. 손가락으로 공알을 굴릴 때마다 발가락이 꼼지락거리고 발레리나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다리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더, 더…… 더!”

록시나는 가슴을 들었다. 그가 두 쪽의 유방을 무식할 정도로 세게 쥐며 젖을 쥐어짰다. 모유를 번갈아가며 마신 그에겐 모유의 향이 진하게 풍겼다.

그녀는 안투르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생각해 보니까 오늘부터 배란기였다. 어쩐지 몸이 근질거려서 미치겠더니 배란기였다.

“안투르……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나도.”

“데, 데보라가 그러는데 딸을 낳고 싶으면…… 흣.”

록시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속삭였다.

“내가 올라타야 한대요.”

“왜?”

“이유는 몰라도…… 대부분 그렇게 해서 딸을 낳는대요.”

데보라가 한 말이라고 하면 독약도 꿀물이라고 믿고 마실 두 사람이었기에 그것이 낭설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록시나를 제 위에 태우는 걸 좋아했던 안투르였기 때문에 마지막의 피날레는 여상 상위 체위였다.

“지금 올려 줘?”

“응.”

“공작부인의 뜻이라면.”

안투르는 록시나의 입술을 억세게 집어삼켜 혀를 꼬았다. 그는 게걸스러웠지만 정신없이 파고드는 정욕은 그녀에겐 크나큰 기쁨이었다. 맞붙인 입술이 방향을 바꾸며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입가엔 타액이 흘렀다. 입술 주변과 턱이 모유 향이 나는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 밑으로 손을 넣은 후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가 그를 올라탔다. 승마 자세를 하듯 등을 세운 그녀는 키스로 인해 젖어 버린 턱과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미소를 지었다.

안투르는 이미 녹아 버렸다. 힘이 풀린 눈으로 그녀를 동경과 사랑,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가 숨을 몰아쉬었다. 좋아서 미치겠나 보다.

“안투르, 딸아이의 이름은 뭐라고 지을래요?”

“그런 걸 먼저 정해야 하나?”

“그냥…… 어떤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바라면 콘라드처럼 예쁜 아이가 태어날 것 같아요.”

“당신을 닮은 딸이면 돼.”

안투르는 진심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록시나를 닮았다면 그 아이는 살아서 움직이는 인형이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벅찼다.

“이름을 물어봤는데…….”

“당신밖에 보이지 않아서 언제 태어날지도 모를 아이의 이름은 생각할 수 없어.”

“그러지 말아요, 오늘 생길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오늘?”

“배란기예요.”

록시나의 대답에 안투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태어날 수 있다는 거야?”

“응…… 이젠 둘째를 낳고 싶어요. 그러니까…… 남기지 말고 퍼부어요.”

그동안은 의도적으로 배란일을 피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콘라드의 육아가 부담스러워 피한 건데 오늘은 딸아이를 안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콘라드 때도 느꼈는데 오늘은 임신이 될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록시나는 안투르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허리를 천천히 들었다가 내렸다. 그러자 그가 그녀의 골반을 잡아 고정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젖가슴을 일부러 내민 그녀는 뒤로 뺀 엉덩이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타듯이 움직였다. 통통 튕기듯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었더니 현기증이 일었다.

“아아…….”

록시나가 속도를 붙이자 콘라드도 박자를 맞추듯이 누운 자세로 허리를 움직였다. 페니스가 귀두까지 보였다가 사라졌다.

“아!”

방광이 눌리는 게 느껴졌던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투르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팽팽해진 근육은 돌처럼 딱딱했다.

그는 그녀를 가볍게 들어올렸다가 내리며 턱을 당겼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주름처럼 말린 복근 또한 대리석 바닥처럼 딱딱했으며 그녀를 관통하려고 힘을 준 페니스는 창 그 자체였다.

“아앙, 아앙…….”

록시나가 애교 섞인 신음으로 안투르의 정신을 쏙 빼놓기 시작한다. 그녀는 엉덩이로 원을 그리듯이 돌리며 안투르의 가슴을 꽉 쥐었다.

그녀는 허리를 유연하게 돌리다가 들썩거렸고 안투르는 골반을 잡고 있던 손을 갈라진 살점 사이에 넣어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교성을 지르며 다리를 오므렸다. 질구와 요도구, 음핵을 누른 탓에 찌릿찌릿한 모양이다.

안투르는 개구졌다. 그녀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페니스가 꽉 물렸다. 조이기 시작한 그녀는 이미 황홀경을 맛본 듯 부르르 진동했다.

“아, 아아…….”

록시나가 몸을 옹크리는 바람에 안투르의 분신도 터질 듯이 눌렸다. 굉장한 압박이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외려 그녀가 터트릴 기세로 움츠리는 게 좋았다.

“안투르, 천천히!”

록시나가 도망치려고 했다.

“더 이상은 안 돼요!”

실례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녀는 헐레벌떡 도망치려고 했지만 안투르는 사냥을 잘했다.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긴 팔에 감겨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안고 뒹군 그는 도망치려고 했던 이유를 눈치챈 것처럼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넓게 벌리게 한 후 페니스를 힘차게 박았다.

“앗!”

한껏 오므라진 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온 페니스의 공격에 이어 손가락이 공알을 눌렀다. 그는 그녀를 뒤에서 결박한 후 손가락을 열심히 털었다.

“아, 아아…… 안 돼…….”

“나올 것 같아?”

“여보, 여보…… 창피해…… 하지 마…….”

“매번 그런 소리를 하지만 좋아한다는 거 알아.”

안투르는 큭큭거리며 록시나를 자극했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질끈 감으며 아랫배를 튕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교성이 터졌다. 황금빛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카펫을 적시기 시작했다.

“아앙…….”

록시나는 몸을 뒤틀었지만 안투르는 멈추지 않았다. 손등과 팔이 오줌에 젖었다. 모유만큼이나 뜨거운 오줌을 덮어쓴 손이 몇 번이나 흔들렸다.

배뇨까지 해 버리자 녹초가 된다. 록시나는 물 먹인 솜처럼 축 늘어졌다. 이젠 몸이 무거워서 손가락을 들 힘이 없었다.

“아…….”

안투르는 정반대였다. 록시나를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자세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엉덩이를 높이 쳐들게 된 그녀는 이불에 얼굴을 뭉갰다.

엉덩이를 벌린 그가 페니스를 잠시 빼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으웁!”

록시나는 발을 동동 움직였다. 요도구와 질 구멍을 쓸어내리는 바람에 정신이 아찔했다. 허벅지가 떨렸다. 종아리가 뭉쳤지만 그건 그녀의 사정이었다.

그는 입바람을 거칠게 흩뿌리며 애무의 강도를 올렸다. 잠시 후 회음부를 못살게 굴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록시나는 숨을 헐떡거리자 말고 호흡을 삼켰다. 자신의 몸속을 헤집어 놓을 놈이 들어왔다. 록시나의 몸이 앞으로 밀렸다.

안투르가 몸을 밀어올리듯이 가열하게 달렸다. 대장장이가 망치질을 하듯이 들이치는 속도와 무게감에 숨이 막혔다.

그녀는 욱욱 소리를 삼켜 가며 발가락을 오므렸다. 이불을 쥔 손가락 역시 힘이 들어가 안으로 말렸다.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 여체와 모유를 흘리기 시작하는 젖가슴이 이불에 쓸려 더없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얼마나 치대고 문지르며 자극했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어금니를 깨물며 절정의 순간을 기다린 것도 잠시 안투르가 땀방울을 쏟아 내며 속도를 올렸다.

그는 그녀의 몸을 반으로 쪼개 놓을 것처럼 과격했다. 사정감이 몰려들어 견딜 수 없겠나 보다. 그는 달뜬 숨을 천장에 흩뿌리며 신음을 토했다.

“윽.”

이 짧은 소리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안다. 그가 정액을 배출하기 전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내뱉는 소리였다. 잠시 후 자궁벽에 강력한 힘이 닿았다. 그것은 그녀가 흘리는 모유처럼 뜨거웠고 생명감이 넘쳤다.

시원하게 사정한 안투르가 쓰러졌다. 그는 팔과 다리를 넓게 버리고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몸을 돌리며 베개를 허리 밑으로 깔았다. 정액이 바깥으로 흐르지 않도록 허리를 든 그녀가 이불을 끌어와 몸을 가리자 안투르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또 이렇게 사랑 고백을 한다.

“당신뿐이야, 록시나.”

매일매일 듣는 얘기지만 행복하다.

“나도 당신뿐이에요, 안투르.”

록시나의 고백은 안투르를 춤추게 한다. 그는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기며 다시 한번 절절 끓어오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이 사랑해.”

*

뜨겁게 사랑을 나눈 날의 록시나는 장미꽃처럼 아름다웠다.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환했는지 오늘은 유독 윤기가 흘러 시녀들의 하녀 키에라가 물었다.

“오늘은 만족감이 다르신 것 같아요.”

오늘 새벽에도 공작 부부의 신음소리를 들어야 했던 키에라는 음흉했다.

“배, 배란일에 했으니까.”

“곧 둘째를 보시겠네요.”

“……그러길 바라.”

“콘라드 도련님이 계시니까 이번에는 아가씨가 어떠세요?”

“내 마음대로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러게요, 낳는 건 여인의 몫인데 성별을 선택할 수 없는 건 좀 억울한 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야, 그보다 오늘의 일정은 어떻게 되니?”

“오늘은 일정을 비웠어요. 어제까지 많이 바쁘셨잖아요. 축하 인사를 아직까지 하다니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안투르의 눈치를 본다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콘라드도 왕위 계승자로서의 대우를 받는다는 소리고.”

국왕의 아들과 손자들은 왕위 계승자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더욱이 막내아들로 국왕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안투르의 첫아들은 의미가 남달랐다.

그렇다보니 먼 지방에서도 축하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조용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큼큼.”

응접실에 집사 필라프가 들어왔다.

“단란한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데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

“손님이 오셨습니다. 오늘은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어찌나 막무가내인지…… 공작님이 잠시 외출하신 틈을 타 들이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례한 자들이군.”

“친정 아버님과 오라버니십니다.”

필라프의 대답에 록시나는 주먹을 쥐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마음이 무거웠던 그녀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만나고 싶지 않네.”

“친어머니……도 오셨습니다.”

“친어머니?”

“부인을 낳아 주신 어머니요.”

“지금까지 남인 것처럼 살더니!”

“이유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필라프가 새하옇게 샌 콧수염을 쓸어내렸다. 안투르가 외출하길 기다린 것처럼 쳐들어온 바람에 제 역량으로는 그들을 내칠 수 없었다. 곤란한 상황을 맞은 필라프는 록시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디 계셔?”

“응접실 밖에요.”

“여기까지 들어왔다고?”

“아시잖습니까? 티에리 경의 성격을요.”

“키에라, 너는 콘라드를 지켜. 저 사람들에겐 내 아들을 보여 주지 않을 거야. 필라프, 지금 당장 공작님께 연락을 넣어.”

“이미 사람을 보내 공작님이 가실 만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들여보내.”

록시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키에라는 옆방으로 건너가 콘라드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친정 아버지 티에리 바라단이라면 콘라드를 빼앗듯이 자신의 영지로 데리고 가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록시나, 이 괘씸한 것. 네가 천륜을 끊을 셈이냐!”

“말조심하세요, 저는 공작부인입니다.”

록시나는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티에리 바라단이 코웃음을 치며 뒤따라 들어온 중년 여성을 가리켰다.

“네 어미에게도 그렇게 말해 보렴!”

티에리는 자신이 팔아먹은 전처이자 록시나의 어머니를 가리켰다. 록시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탓에 생경했다.

“록시나…… 아름답구나.”

“왜 왔죠?”

록시나는 경계했다. 기억이 없었던 만큼 어머니라는 사람이 친모일지 의심스러웠다.

“왕자님의 아들을 낳았으니 당연히…… 축하해야지. 내 손자가 왕위계승권을 쥐고 태어났는데 당연히…….”

“그 전에는 찾을 생각을 안 하시더니 제 아들이 특별해지니까 오셨군요?”

“그건…… 내가 면목이 없어서.”

“지금은 면목이 생겼나요?”

록시나가 쏘아붙이자 어머니라는 여자가 티에리의 뒤에 숨었다. 록시나는 한쪽 눈썹을 높이 치켜세웠다. 자신을 팔아넘긴 남편의 뒤에 숨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번갈아 봤다.

“네 어머니를 내가 거두기로 했다.”

“팔아넘길 땐 언제고.”

“외손자를 위해서.”

“내 아들에겐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어요.”

“나는 그 애의 외할아버지야! 나에게도 권리는 있어!”

“제가 사경을 헤맬 때 병균이 옮을까 봐 보지도 않고 가셨다죠? 그런 분이 아버지라고 할 수 있나요?”

“나는 바라단 가문의 수장이야! 건강을 잃어선 안 된다.”

티에리의 대답은 누가 들어도 이기적일 만큼 어이가 없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아버지에 제대로 된 대우를 바란 적은 없었지만 이런 취급은 끝내고 싶었다.

“저는 아버지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넌 내 자식이다.”

“물건 취급을 하셨죠.”

“넌 내 피와 살로 만들어졌어!”

“아버지가 낳은 건 아닌데 왜 그런 표현을 하시죠?”

록시나는 어머니라는 여자를 노려봤다. 저 여자, 친어머니가 아니다. 티에리가 무서워서 말 한마디 못 꺼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부녀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공작부인의 응접실을 부러운 시선으로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낳자마자 빼앗긴 자식과의 재회라면 저렇게 한눈을 팔 수 없었다.

아버지가 가짜를 데리고 와 어머니라고 속이는 게 틀림없었다. 치가 떨렸던 그녀는 분노에 차 이죽거렸다.

“씨만 뿌린다고 아버지인가요? 낳았다고 어머니인가요? 얼마에 팔아먹을까 그 생각뿐인 파렴치한이면서!”

“록시나!”

“소리 지르지 말아요, 내 아들이 성년이 되어 아버지가 내게 한 일을 알게 된다면 바라단 가문을 어떻게 만들지 모를 일이니까요.”

“네가 감히 이 아비를 겁박해! 죽고 싶은 게냐!”

“내 남편이 아버지를 가만히 둘지 모르겠군요.”

“뭐야!”

“그렇게 뜯어 갔으면 계산은 끝난 거 아니었어요? 안투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아버지인 걸 아시죠? 쓰레기 친정 때문에 제가 마음 고생하는 걸 그 누구보다 아는 사람도 제 남편이에요! 해 보실래요?”

록시나가 침을 튀어가며 티에리에게 걸어갔다.

“저 여자, 내 어머니인 척 꾸민 것까지 안투르가 안다면 국왕 폐하를 움직여 바라단을 박살낼 수도 있어요!”

“이년이!”

티에리가 손을 올렸다. 예전처럼 손찌검을 해서라도 버릇을 잡을 생각인 듯했지만 허공에서 손목이 잡혔다. 언제 도착했는지 안투르가 티에리의 등 뒤에서 서슬 퍼런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다.

“내 아내에게 무슨 짓이오, 티에리 바라단 경.”

안투르는 성난 사자 같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티에리 바라단의 목덜미를 물어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처럼 무시무시했다.

“아, 안투르…… 고, 공작님…….”

“우리는 계약서를 썼소, 약속을 어겼으니 계약서대로 하는 게 맞겠지.”

“나는 록시나의 아비요!”

“내 처가 인정하지 않는.”

안투르는 티에리의 손목을 거칠게 놓고는 록시나를 보호했다.

“내 처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하다니, 감히 왕가의 여인에게…… 그 손목을 잃어도 되겠소?”

“제 딸입니다!”

“내게 팔았소. 소유권은 내게 있소. 잊은 게요? 노망이 난 거면 공기 좋고 물 좋은 요양의 땅으로 보내주고.”

안투르가 턱을 당긴 채 삐딱한 자세로 티에리를 겁박했다.

“나는 당신이 내 성에 발을 들이는 게 싫어. 내가 당신과 머저리 두 아들 때문에 당하는 수모를 생각하면 진즉에 뿌리를 뽑아야 마땅하나 내 처 때문에 참았지. 그런데…….”

안투르의 눈이 점점 붉게 변했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슬며시 올리며 언제든 뽑아 들 것처럼 티에리를 위협했다.

“감히 손찌검을 하려고 들어, 이 공작성에서! 내 집에서!”

“고, 공작…… 그, 그건…….”

“감히 내 아들을 탐해? 당신 같은 쓰레기가 감히 내 아들을!”

“공작, 천륜은 끊을 수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터. 내 아들을 위협하는 인물로 티에리 바라단과 얼빠진 오빠들을 꼽는다면 친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 내 아버지께서 나서주실 거요. 당신에겐 천륜보다 무서운 게 왕명이 아니겠소?”

안투르가 현실을 깨우치듯 눈에 힘을 주고 쏘아붙이자 티에리 바라단이 뒷걸음을 걸었다.

“록시나, 이 아비는…….”

“제게 아버지는 없습니다.”

록시나는 쌀쌀맞은 음성으로 말했다.

“어느 아비가 딸자식을 물건 취급하며 팔아먹을 생각만 해요? 그건 아비가 아니라 장사꾼이죠.”

“너…….”

“노예상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록시나와 안투르가 합심하여 저를 벌레 보듯이 하자 티에리는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똥 씹은 표정으로 있던 그가 옆에 있던 여자에게 소리쳤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멍청한 년!”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엥.”

“닥쳐! 에잇, 쓸모없는 것들!”

티에리는 제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록시나와 안투르를 번갈아 봤다. 두 사람이 똘똘 뭉쳐 자신을 경멸하는 바람에 속에서 분노가 치받쳤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던 그는 도끼눈을 뜨고 쏘아붙였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지! 언젠가 내게 미안하다고…….”

“그런 일은 없어요, 잘못을 비는 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저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 주변은 물론 제 아이들의 근처에도 못 오게 할 겁니다.”

“록시나, 이…….”

“안녕히 가세요, 다시는 뵐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록시나는 여전히 냉랭한 어투로 인사한 후 고개를 돌렸다.

“티에리 바라단과 두 아들, 저 여자 모두 끌고 나가!”

안투르가 소리치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세미와 기사들이 들어왔다.

“공작부인과 콘라드 도련님께는 제가 있습니다. 세미 그라이드 제 이름이니까 기억하십시오.”

티에리의 만행에 분노한 세미가 경고하며 검을 빼들었다. 검까지 빼들고 경계하는 모습에 티에리는 황급히 돌아섰다. 티에리가 데리고 온 여자도 서둘러 응접실을 나갔다. 평화로웠던 일상이 크게 요동쳤다. 몸에 힘을 주며 버티고 있었던 록시나가 휘청거렸다.

“록시나!”

안투르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의자에 앉혔다.

“괜찮아, 내가 왔잖아.”

“방심했어…… 정말 무서웠어요.”

“내가 자리를 비운 탓이야.”

“어떻게 당신의 잘못이에요.”

록시나는 이마를 짚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부인, 괜찮으세요?”

콘라드를 안고 나온 키에라가 걱정했다. 아이는 밖이 소란해도 겁이 나지 않았던 것처럼 눈이 말똥말똥했다.

“콘라드…….”

록시나는 콘라드를 안으며 뺨을 문질렀다. 아이에게선 기분 좋은 향이 났다.

“놀라지 않아서 다행이야.”

“도련님은 아주 늠름하셨어요. 고성이 오가는데도 장난감을 가지고 노셨죠.”

키에라는 콘라드가 대견한 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작님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지니신 것 같아요.”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야지.”

록시나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불규칙하게 뛰던 심장이 이제야 진정됐다. 모두 콘라드 덕분이었다.

“어딜 갔던 거예요?”

숨을 돌릴 여유가 생기니까 이제야 안투르가 어딜 다녀왔는지 궁금했다. 외출하기 전엔 꼭 행선지를 말하던 그가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워 의아했다.

“데보라에게.”

“데보라요?”

“딸을 낳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

안투르의 대답에 록시나는 풋 하고 웃었다. 키에라도 당황했지만 웃음을 참으며 응접실을 나갔다.

“데보라가 뭐라고 해요?”

“이걸 주더군.”

“이건…….”

여자 아이의 신발이었다.

“이걸 머리맡에 두고 사랑을 나누면 딸아이가 생길 거라고 하더군.”

“데보라도 참…….”

“효과가 있는지 당장 해 보고 싶은데 우리 아드님이 잠을 잘 것 같지 않군.”

안투르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들의 뺨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다. 젖살이 포동포동한 아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좋은가 보다.

“콘라드. 너도 이 아비가 지켜 줄 테니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안투르는 사랑하는 아내, 록시나의 품에 안겨 해맑게 웃는 아들, 콘라드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덧붙였다.

“사랑한다, 콘라드.”

<외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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