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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무릎 꿇은 공작님 (11/13)

10화. 무릎 꿇은 공작님

“이것도 아니야!”

안투르는 록시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쓰다 말고 편지지를 구겼다. 이 정도론 화가 풀리지 않을 터다.

지금 당장 록시나의 친정인 바라단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영지를 비울 수 없었던 탓에 애만 탔다.

“좀 더 진심을 담아야 해.”

안투르는 머리를 싸멨지만 잘못했다는 말밖엔 생각이 나지 않았다. 타고난 문장가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수려한 문체를 자랑했으나 용서를 비는 내용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록시나…….”

록시나가 떠난 지 이레가 지났다.

나흘 전부터 내린 비는 단 한 번도 그친 적 없이 퍼시를 적셨다. 마치 안투르의 마음 같았다.

“공작님!”

라울이 뛰어 들어왔다.

“자네는 노크할 줄도 모르나?”

펜촉에 잉크를 찍던 안투르가 엄하게 꾸짖자 라울이 가슴을 들썩거리며 외쳤다.

“공작 부인께서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답니다! 지금 친정에서 오라비들이 왔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돌아가지 않았다니!”

안투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응접실에 있습니다. 집무실로 들일까요?”

“그 쓰레기들은 그곳에 둬. 내가 내려가지.”

안투르는 서둘러 응접실로 향했다. 전투적인 걸음걸이에선 살기가 느껴졌다. 라울은 안투르에게서 이 정도의 살기를 느낀 적이 없어 걱정했다.

나선형의 계단을 잰걸음으로 걸어간 그가 응접실에 도착하자 느긋하게 앉아 있던 록시나의 오빠들이 일어났다.

록시나의 오빠들도 어머니가 모두 달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자식을 본 후엔 꼭 이혼을 했고 늙은이들에게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용돈을 버는 관료였다. 그의 두 아들 역시 아버지를 닮아 아내를 수시로 바꾸는 걸로 악명을 떨쳤다.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록시나의 큰 오빠 케르거 바라단이 손을 흔들었다. 일부러 친한 척 느물거렸지만 안투르는 잔뜩 구긴 인상을 펴지 않았다.

“록시나가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인사 좀 받아 주지, 왜 그렇게 까칠합니까?”

“인사나 나눌 사이가 아닐 텐데?”

“한때는 가족이 아니었습니까? 아주 큰 의미에서…….”

“너희 같은 쓰레기와 가족 할 마음이 없다고 했을 텐데?”

“예예, 그래서 록시나와 이혼하셨겠죠.”

록시나의 둘째 오빠 돈 바라단이 이죽거렸다. 안투르는 까칠해진 피부 결만큼 예민하게 쏘아붙였다.

“그런 식의 말장난을 할 거면 당장 꺼져.”

“여전하시네. 우리 록시나가 그동안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알겠어.”

안투르는 ‘우리’라는 단어를 써 대며 빈정거리는 돈을 노려봤다. 그러자 케르거가 안투르를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록시나는 돌아오지 않았는데 공작님은 연일 이런 편지를 보내시더군요. 록시나에게 온 편지였지만 무슨 사정인가 싶어서 뜯어 보았습니다. 구구절절하더라고요?”

케르거는 피식거리며 안투르를 자극했다.

“이혼을 철회하신다? 아버지가 춤을 추셨습니다. 고고하신 안투르 공작, 아니 왕자님께서 우리 록시나에게 완전히 가버렸잖아요. 이렇게 매달릴 정도로.”

“록시나가 정말 바라단으로 가지 않았다는 건가!”

“그러니까 저희 형제가 온 게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돈이 말했다. 안투르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퍼시로 오면서 밖으로 나가는 짐마차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다녔지만 아무도 못 봤답니다. 아무리 짐이 없다고 해도 옷과 장신구 등은 챙겨서 이동했을 텐데 너무 이상하잖아요?”

안투르는 주먹을 쥐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게 의아하긴 했지만 친정으로 간 줄 알았다. 어딜 간 거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버리고 갔나 싶다가도 록시나 그 아이의 성격이 마음에 걸려서요. 제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애가 아닙니다. 공작님은 그 아이의 성격을 몰랐겠지만요.”

“보기완 다르게 애착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남편에게도 애착을 보이며 잘 살 줄 알았는데…… 증발하고 말다니…… 이런 편지도 못 받아 보고.”

케르거와 돈 형제가 죽이 척척 맞아 조롱하는 바람에 안투르는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록시나가 정하겠지만 재결합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미 정해 놓은 재혼 상대와 결혼을 추진하겠답니다.”

“벌써?”

“벌써라뇨? 우리에겐 1초가 열흘 같은데요.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 때 처리해야죠. 안 그래요, 공작님?”

안투르는 입매를 비틀었다.

록시나 바라단과 결혼이 정해졌을 때 그는 아버지를 원망했었다. 형들에겐 훌륭한 가문 출신의 영애를 반려로 들이게 했으면서 제겐 바라단 가문의 여인이라는 게 치 떨리게 싫었다.

결혼할 거라면 전장으로 내보내 달라고 고집을 부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케이프런 왕국은 타국과의 전쟁이나 내전이 없는 나라인 만큼 도망칠 전장이 없었다.

그저 제 명예에 도움이 되지 않을 장인과 처남 때문에 록시나마저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그녀를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이혼을 하게 되면 돌아갈 친정이 없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 만큼.

안투르는 주먹을 쥐었다.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뭐 어차피…… 친정으로 돌아가게 되면 늙다리 귀족에게 시집이나 갈 텐데요.”

“록시나는 건들지 마.”

록시나를 친정이라는 지독한 족쇄에서 해방시키는 게 먼저였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차라리 잘된 일일 터다. 그런 생각을 하면 바라단 쓰레기들에게 감사했다.

“재결합하실 겁니까?”

케르거가 물었다.

“재결합할 테니까 재혼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하게.”

“우리 아버지가 말보단 문서가 확실하다고…… 이런 걸 주셨습니다.”

안투르의 편지가 티에리 바라단에겐 행운을 주었다. 케르거는 록시나의 몸값을 요구하는 문서를 내밀었다.

“돈에 환장했군.”

“돈이 최고니까요.”

“이 돈의 100배를 줄 테니까 록시나를 완전히 팔라고 해. 록시나의 인생에서 바라단은 지워야 할 거야. 나도 문서를 좋아하니까, 도장 찍어서 와.”

안투르는 무정할 정도로 쌀쌀맞게 내뱉고는 쌀쌀맞게 돌아섰다.

“바라단 경이 아닙니까!”

하네스가 세미와 함께 저택으로 들어오다 바라단 형제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록시나가 공작 부인으로 있을 때도 찾지 않던 그들이 이혼 후엔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표정엔 궁금증이 그득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록시나가 사라졌네.”

돈이 말했다.

“고, 공작 부인께서요? 친정으로 가신 게 아니었다는 겁니까!”

“퍼시에 계신 것 같다더군.”

라울이 대답했다.

“퍼시에요? 그랬으면 소문이 돌았겠죠.”

하네스는 어깨를 으쓱거린 후 라울에게 눈짓을 보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내가 모실 거야. 공작님의 명령이야.”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하네스는 궁금증을 해소한 후 세미와 함께 바라단 형제를 지나쳤다. 그 역시 질이 떨어지는 걸로 유명한 형제들과 오랫동안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고, 공작 부인의 오빠들인가요?”

세미가 어깨 너머를 흘끗거리며 물었다.

“쓰레기 오빠들로 유명하지.”

“……쓰레기요?”

“바라단 가문은 명문 귀족이긴 한데 집구석이 이상해. 사내들에겐 부와 명예를, 여인에겐 가혹한 팔자를 물려주거든.”

“가혹한 팔자라면…….”

“결혼 장사를 하지. 딸이나 아내, 며느리 등을 사고팔면서 이윤을 챙기는 걸로 유명하지. 전 공작 부인의 어머니도 그렇게 팔렸다고 들었어.”

“그래서 친정으로 돌아가시지 않은 거군요.”

“빨리 찾거나,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위험해질 텐데.”

하네스는 록시나를 걱정하며 집무실에 들어갔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던 안투르는 두 사람이 들어서자 창밖을 내려다본 채 물었다.

“뭐지?”

“둑이 무너졌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강 하류의 마을이 물에 잠겼습니다.”

하네스의 보고에 안투르는 까실해진 턱을 문질렀다. 수염을 대충 깎은 탓에 듬성듬성 돋아난 수염이 손가락에 걸려 따끔거렸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높은 지대로 옮긴 후 잠잘 곳과 음식을 제공하라.”

“일단 그렇게 지시를 했습니다. 침수할 것 같은 곳에도 대피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하네스.”

“예, 공작님.”

“록시나가 퍼시에 있을 거라더군. 은밀하게 수소문하라.”

“예.”

“그리고 세미…….”

안투르는 창문에 비친 세미를 노려봤다.

“혹시 록시나가 갈 만한 곳을 아나?”

“모릅니다.”

“평온하군.”

“무슨…….”

“아니, 혼잣말이다.”

안투르는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슬며시 쥐었다. 록시나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으면 세미가 흥분하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야 할 텐데 잠잠한 게 마음에 걸렸다.

안투르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네스가 안투르와 세미를 번갈아 봤다.

“나가 있을까요?”

눈치 빠른 하네스가 물었다. 안투르는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혼자 있고 싶으니까 이만 나가 봐.”

“그보다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혈색이 안 좋습니다.”

“걱정할 정돈 아니야.”

안투르는 의자에 앉으며 눈을 감았다. 며칠 사이에 10년은 더 늙어 버린 듯했다.

윤기가 흐르던 얼굴에 생기가 사라져 푸석푸석하고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게 저러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닌지.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하네스가 인사하자 안투르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세미는 안투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세미를 따라 집무실을 나왔다.

“아까 잠에 대해 물으셨잖아요. 공작님이 불면증에 걸리셨습니까?”

“너만 알아라.”

“……예.”

“그나저나 공작 부인은 어디 가신 거야? 아, 이젠 전 공작 부인이라고 해야 하나?”

하네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앞장 서 걸었다. 세미는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하네스를 뒤따랐지만 얼마 못 가 안투르의 집무실을 흘끗거렸다.

록시나가 제 집에 있다는 걸 숨기는 게 옳은 건지 헷갈렸다.

***

“부인, 이불이 많이 눅눅하죠? 비가 그치질 않아서 온 집 안이 눅눅하네요.”

세미와 로지의 어머니 엘리지는 따뜻하게 데운 돌을 이불에 넣어 습기를 말리며 미안해했다.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니 미안해하지 마.”

“하오나…….”

“나 때문에 피곤하지?”

록시나는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숙였다. 이레 전 퍼시를 떠날 생각으로 별궁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서 결국 세미를 찾아왔다.

세미가 제게 어떤 감정인지 알면서도.

록시나가 한숨을 내쉬자, 엘리지가 정색했다.

“그런 생각 마세요. 우리 로지의 결혼식을 보고 가시겠다고 머무는 건데요. 저희를 끝까지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로지가 너무 예뻐서 결혼식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공작 부인께서 참석해 주시는 것으로도 영광인걸요.”

“이젠 공작 부인이 아닌걸.”

록시나는 머쓱한 마음에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내일은 비가 그쳐야 할 텐데.”

“그러게요, 로지가 속상해 하는 모습은 그만 보고 싶네요.”

엘리지의 말대로 이틀 후엔 로지의 결혼식이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었을 만큼 기대에 차 있던 로지로선 내일도 비가 내리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일 터다.

정성을 들인 만큼 기대와 환상을 품었으니까.

기대와 환상…….

눈물이 날 것 같았던 록시나는 화제를 돌렸다.

“로지는 어디 있어?”

“짐 정리를 하고 있어요. 결혼식을 치르면 분가를 하잖아요.”

“엘리지가 많이 쓸쓸하겠어.”

“세미가 있는데요, 뭐. 그리고 로지도 가까운 곳에 집을 얻었어요. 다리가 불편하니 제가 자주 들여다보려고 가까운 곳에 얻으라고 했어요.”

“좋겠다…… 친정어머니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록시나는 손등을 문질렀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그녀로선 엘리지의 사랑이 부러웠다.

“나도 엘리지 같은 어머니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부인…….”

“어머니가 어디 사는지만 알아도 찾아갔을지 모르겠어.”

“어디 계신지 모르세요?”

“몰라.”

“자식인데…… 어떻게 연을 끊었을까요.”

“아버지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싫었겠지. 어머니뿐만이 아니야. 바라단 가문과 엮이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그래서 어머니가 인연을 끊은 게 이해가 돼.”

록시나는 자조했다.

“내가…… 운이 없는 사람인 거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부인의 운이 늦게 트이려고 고생하시는 거예요. 저는요, 세미와 로지에게 항상 부인에게 입은 은혜를 잊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저희를 수렁에서 구해 주신 은인이거든요. 그리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해요. 어느 순간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고요.”

엘리지는 록시나의 손을 감싸며 어머니의 훈훈한 마음을 담아 위로했다.

“분명 힘든 시기지요. 하지만 고생한 만큼 행복한 시간으로 보상받게 될 거예요.”

“그럴까?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록시나는 울먹거렸다. 눈물이 맺혔다. 가슴이 콕콕 쑤셨지만 덕분에 절망감이 조금은 가셨다.

“예, 분명히 행복해질 거예요. 공작 부인은 따뜻하고 적극적인 분이잖아요.”

“적극적인…… 그런 성격이 아닌데.”

“아뇨, 며칠 동안 같이 지내면서 확실히 파악했어요. 부인은요, 아주 용감한 분이세요.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낯간지러워. 이제 그만하지. 빗줄기가 잦아들고 있어. 잠깐 후원에서 바람을 쏘이고 올게.”

록시나는 주책없이 눈물을 흘릴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엘리지는 어머니의 미소를 잃지 않고 록시나에게 고갯짓을 했다.

먹먹한 감정을 억지웃음으로 감춘 록시나는 집을 나와 후원을 거닐었다. 등나무가 머리 위를 덮고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공기 중에 풀냄새를 들이마시며 언덕 아래 펼쳐진 마레 시가지와 공작성을 응시했다. 안투르와 화끈한 밤을 보낸 탓인지 그 어떤 미움이나 미련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남창 흉내를 낸 걸 질타하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창피한 꼴을 보였다며 화를 냈다면 마음속에 응어리를 남기는 격이 됐으리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 지금쯤이면 재혼처가 정해졌을 테니까 곧바로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될 터.

로지처럼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다. 엘리지는 희망을 가지라고 했지만 실망만 얻게 되는 건 아닐지.

멍청히 서서 먹구름이 짙은 전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세미가 있었다.

“여기 계셨어요?”

“또 일하다가 말고 왔어?”

“알려야 할 것 같아서요.”

“뭘?”

“부인의 두 오라버니가 퍼시에 왔습니다.”

세미의 대답에 록시나는 두 손을 맞잡았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친정에 돌아가지 않은 걸 공작님이 알게 됐구나.”

“……예.”

“반응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세미는 입술을 꼬물거렸다. 안투르가 불면증에 걸렸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음, 그래.”

“조용히 찾아보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내일이면 돌아갈 테니까.”

“정말 가시려고요?”

“가야지, 도망칠 출구도 없는데…… 화형 당하고 싶지 않아.”

“저, 저는 어때요?”

세미가 가슴을 두드리며 물었다.

“제가 청혼한다면요.”

“세미는 우리 가문에 대해서 모르는구나. 얼마나 지독한데.”

“아, 알아요. 하, 하지만 제 아이를 임신하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세미…….”

“저는 부인을 외롭게 두거나 이혼하자고 하지 않아요! 아끼고 사랑할 겁니다. 그러니까 제게도 기회를 주세요.”

세미의 고집에 록시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도 나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녀는 모질게 마음을 먹듯 눈에 힘을 줬다.

“세미, 돈 많아? 네가 날 임신시켜도 우리 아버지는 유산시킨 후에 돈 많은 사내에게 팔아 버릴 거야.”

“설마…….”

“세미는 이해 못 하겠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를 잘 알아. 가난한 사내를 사위로 맞을 분이 아니라는 걸.”

“부인…….”

“나도 하급 귀족에 이제 막 기사가 된 세미가 성에 차지 않아. 공작 부인이었던 나야.”

록시나는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 속물로 보일지라도 세미를 단념시켜야 했다. 여러모로 힘들어질 게 뻔한 데다 그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다.

록시나는 주먹을 쥐었다.

사랑…….

다른 사람에게 이미 줘 버렸다.

가면을 썼던 남창에게.

안투르인 줄도 모르고 매일매일 그를 기다리면서 짝사랑을 키웠던 탓에 마음이 텅 비어 버렸다. 유령과 사랑을 나눈 꼴이 돼서 그런지 누군가를 가슴에 담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만 복귀해. 자리를 오래 비우면 혼날 거야.”

“그렇게 팔려 가도 상관없어요? 공작님보다 더 냉정한 남편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겁나지 않아요?”

당연히 겁나지.

그런데 어떻게 해? 돌아가지 않으면 화형을 당할 텐데. 끔찍하게 죽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는데…….

록시나는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어떻게 설명하겠냐마는 내색해서 좋을 것도 없었다. 세미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만 복귀해. 나는 좀 이따가 들어갈 테니까.”

“부인…….”

“자꾸 같은 말하게 할래? 빨리 복귀해. 정말 혼나. 하네스도 마냥 좋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을 거야. 엄격할 땐 눈물을 쏙 뺄걸.”

“예. 그럼 저녁에 뵈어요.”

“빗길 조심해.”

록시나는 빙그레 웃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선 세미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한숨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못 들은 척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이내 부슬부슬 이슬비로 변했다. 꼭 안개에 갇힌 것처럼 앞이 흐려졌다. 그녀는 뿌옇게 변한 세상을 등진 채 세미의 집으로 향했다. 몇 발자국을 떼는 사이 한치 앞도 못 알아볼 정도로 안개비가 꼈다.

“날씨 참…….”

록시나는 한숨을 내쉬다 말고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결혼반지가 목걸이 줄에 걸려 있었다.

국왕이 며느리에게 준 선물이라며 알아서 처분하라던 그 반지였다.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면 꼬리가 잡히겠지?

록시나는 생각이 많아진 눈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봤다.

“인생을 건 도박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거야.”

***

록시나, 록시나, 록시나…….

안투르는 의자에 기대앉아 푸석푸석한 얼굴을 쓸었다. 면도를 하지 않았던 탓에 수염이 자랐고 눈 밑이 푹 꺼져 있었다.

또 며칠째 불면증을 앓는 데다 입맛까지 잃기도 해 그의 모습은 꼭 폐인 같았다.

“어디 있는 거야.”

록시나가 갈 만한 곳을 전부 뒤져 봤지만 머리카락 한 올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다 영영 못 보는 건 아닌가 불안했던 그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록시나…….”

“공작님!”

하네스가 집무실로 뛰어들었다.

“이거, 이걸 좀 봐주십시오!”

하네스가 손수건에 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려놓았다.

“이거…… 공작 부인의 결혼반지죠?”

“어디서 났어?”

안투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집어 유심히 살펴봤다. 반지 안쪽에 안투르&록시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눈가가 붉게 익었다.

“마네에서 전당포를 하는 반데라스가 이걸 가지고 왔습니다. 어젯밤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여인이 이걸 맡기고 돈을 빌렸다고 합니다.”

“빌려 가? 인적 사항을 기재했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라졌던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네스 역시 표정이 밝았다.

“예! 마레 성당 근처의 여관이었습니다.”

안투르는 록시나의 결혼반지를 챙기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출발한다!”

하늘도 로지의 결혼을 축하하려는 듯 비구름을 몰아내고 파란 하늘을 선사했다. 화관을 쓴 로지는 더없이 아름다웠고 행복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 준비를 서두르던 로지가 록시나에게 뛰어왔다.

“부인, 제 부케를 받아 주실 거죠?”

“내, 내가?”

록시나는 당황했다.

“난 이미…….”

“상관없어요. 다음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라는 제 마음인걸요.”

“로지…….”

“부탁드려요.”

로지는 록시나에게 칭얼거렸다.

“부인께서 받아 주시면 저도 영광일 텐데.”

“알았어, 그렇게 말하면 별수 없지.”

“감사합니다!”

로지가 함박웃음을 짓는 바람에 록시나도 따라 웃었다.

“로지, 예식이 시작될 거야! 이리 오렴!”

엘리지가 로지에게 손짓을 했다.

“이따가 봐요!”

로지는 엘리지에게 뛰어가는 동안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며 깔깔 웃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덩달아 웃음이 핀다.

“어리광이 심하죠?”

세미가 다가왔다.

“예쁜걸.”

“……저…….”

“또 이상한 소리 할 거면 입 다물어.”

“이번에는 아니에요.”

“뜸들일 때마다 겁나.”

록시나는 무심하지만 퉁명스럽게 대꾸한 후 주변을 둘러봤다. 약 400명이 넘는 축하객들이 성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작님이요.”

“공작님이 왜?”

“사랑을 시작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세미의 대답에 성당으로 들어가려던 록시나는 멈칫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미를 응시했다.

“일전에…… 공작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언제?”

“부인께서 앓아 누웠을 때요. 사랑을 끓는 물에 비유를 하시더라고요. 아마 지금쯤이면 팔팔 끓고도 남아…… 졸아붙지 않았을까요?”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록시나는 세미의 저의가 궁금했다.

“공작님이…… 아주 안 좋아요.”

“그래?”

“부인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많이 망가졌니?”

“네.”

세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작님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친정으로 가시지 않은 것도 그렇고 어제 전당포에 반지를 맡긴 것도 그렇고…… 기다리고 계신 거잖아요.”

세미의 대답에 록시나는 흠칫 놀랐다. 전당포에 간 걸 어떻게 알았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그녀가 입에 고인 침을 삼키자 그가 머리를 털었다.

“뒤를 밟았습니다. 보석상에 가서 팔아도 될 걸, 구태여 전당포에 가서 어디서 지내는지 주소까지 적어 놓고 온 건 공작님이 찾아 주길 기다린 거잖아요.”

“……마, 맞아.”

“언제 오실 줄 알고…….”

“뭐, 때가 되면 오겠지.”

록시나가 대답을 마치자 예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녀는 민망함을 감추고자 서둘러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그 때를 제가 당겼습니다.”

세미는 콧바람을 나직하게 불고는 성당의 입구를 응시했다. 이제 곧 하네스가 안투르를 데리고 성당으로 올 것이다.

록시나가 결혼반지를 전당포에 맡긴 것과 오늘 오후에 제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할 거라는 정보를 하네스에게 알렸다.

“세미!”

어깨를 늘어트린 채 제 발끝을 응시하던 세미를 하네스가 불렀다. 두 필의 말이 바람처럼 달려 오더니 안투르가 내렸다. 그는 세미에게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너 이 자식!”

그는 세미의 멱살부터 잡았다.

“내 호위를 책임지는 기사가 뒤통수를 쳐!”

“벌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어서 들어가 보세요. 공작 부인께서 부케를 받을 거예요. 그 모습…… 보고 싶지 않으세요?”

“너, 나중에 얘기하자.”

록시나가 부케를 받는다는 소리에 멱살을 잡은 손에서 힘이 빠졌다. 안투르는 세미를 죽일 듯이 노려본 후 성당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두 대 맞고 끝나게 해줄게. 그럼 우리도 들어갈까?”

하네스는 세미의 머리를 장난스레 흐트린 후 안투르를 뒤쫓았다. 안투르에게 록시나의 거처를 알려 준 게 고마웠던 모양이다.

길고 길었던 본식이 끝나자 모두가 성당의 마당으로 나왔다. 신부가 부케를 던질 시간이었다. 구경꾼들은 부케를 받으려고 나온 록시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잘 받으셔야 해요!”

로지가 외쳤다. 록시나는 쑥쓰러워 목을 쓸어내리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자를 깊게 쓴 덕에 공작 부인이라는 걸 눈치챈 사람은 없어 보였지만 머쓱했다.

로지가 뒤돌아 부케를 머리 위로 힘껏 던졌다. 생각보다 높이 던져진 부케 때문에 당황한 건 록시나뿐이 아니었다. 로지도, 세미도 엘리지도 포물선을 그리며 높이 비상하는 부케를 맥없이 바라봤다.

“이를 어째…….”

록시나는 제자리에서 깡충 뛰어도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가는 부케를 안타까워했지만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안투르가 번쩍 날아올라 부케를 부드럽게 잡았다.

“고, 공작님?”

안투르를 알아본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로지와 엘리지도 치마가 넓게 퍼질 정도로 앉으며 퍼시의 최고 권력자인 영주를 맞았다.

일단 받긴 했지만 저로 인해 분위기가 깨진 것 같아 무안했던 안투르는 열없이 중얼거렸다.

“부케, 다시 던져야겠군.”

“다시 던지는 건 없어요. 그걸 받으셨으니 빠른 시일 안에 결혼하셔야겠네요. 축하드려요.”

록시나는 뚱한 표정으로 조롱했다. 실은 웃음이 터지려고 했지만 이 상황에서 웃어 버리면 자연스럽게 용서하는 꼴이 됐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건 여인이 받아야 하는 거야. 사내가 받아서…….”

“프러포즈를 하시면 되겠네요. 이 자리에서요.”

세미가 불쑥 끼어들었다. 얄미울 정도로 해맑은 제안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자네 여동생 결혼식에서 무슨…….”

“부케도 있고 반지도 있잖아요.”

“세미 그라이드…….”

“어서 하세요, 제 여동생 부부에게도 영광일 겁니다. 결혼식에서 공작님이 프러포즈를 한다? 굉장한 영광이자 언제 꺼내도 즐거운 추억의 한 자락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왕 돕기로 한 거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던 세미는 록시나도 자극했다.

“이참에 프러포즈를 받아 보세요. 왕명 때문에 한 결혼이었을 테니까, 공작 부인께서도 색다른 경험이 될 테니까요.”

“세미…….”

“말하지 않아도 하려고 했어!”

안투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미의 입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는 빨갛게 익은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안투르는 땅에 박힌 듯이 선 록시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초췌한 몰골이 낯선 듯 시선을 떼지 못하는 바람에 머쓱했다.

“지저분하지?”

“엉망이군요.”

“당신이…… 없어서.”

“그동안은 나 없이도 잘 지냈으면서.”

록시나는 입술을 삐쭉거렸다.

“그랬지. 하지만 이젠 아냐.”

“왜요? 자꾸 생각이 나요?”

“많이 생각나고…… 그리워.”

안투르는 콧등을 구겼다.

“너무, 너무 외로워.”

“별일이야, 갑자기 외롭다니.”

“내가 잘못했어. 진심으로 잘못했어.”

“이해한다고 했잖아요.”

“록시나…… 용서해 줘.”

안투르는 록시나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부모님이 아니면 꿇지 않는 무릎이었다. 왕자이자 영주인 안투르가 아내에게 무릎을 꿇자,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숙덕거렸다.

록시나도 당황했다. 자존심이 센 안투르가 무릎을 꿇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당신이 없으니까 너무 외롭다.”

“안투르…….”

안투르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바람에 록시나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결혼해 줘.”

안투르는 록시나가 전당포에 맡겼던 결혼반지를 내밀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안투르의 손끝에 머물렀다. 파르르 떨리는 게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록시나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결혼반지를 찾아오기만 해도 용서해 줄 생각이었지만 무릎까지 꿇고 마니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 게다가 프러포즈라니.

“록시나…….”

“당신은 잘못했다는 말밖에 할 게 없나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에요! 나를 향한 마음을 듣고 싶어요!”

록시나가 참고 있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자 안투르가 손을 잡았다. 그녀는 흠칫 놀라 빼려고 했지만 꽉 잡힌 손에 입술이 닿는 바람에 굳었다.

손등과 손가락에 차례로 입을 맞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물기가 가득 고인 잿빛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다.

록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눈빛에 울컥했다. 곧 안투르가 부드러운 미소를 베어 물며 속삭였다.

“사랑해, 록시나.”

안투르가 사랑을 고백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록시나는 안투르를 바라보다가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안투르…… 정말…… 나빠.”

록시나가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자 안투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힘껏 껴안았다.

“미안해, 다시는 마음 아프게 하지 않아.”

안투르는 록시나의 뺨에 입술을 문지르며 속삭였다.

“다시는 당신을 울리지 않아.”

“흑…….”

“사랑해, 사랑해. 여보.”

안투르가 잘못을 빌며 사랑을 고백하자 지켜보고 있던 세미가 사람들을 일으켰다.

주인공이 바뀐 듯한 결혼식에 흥을 불어넣듯이 어디선가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신부 로지가 신랑과 함께 드레스 자락을 펄럭거리며 춤을 추며 흥을 돋우었다.

곧 하객들도 신랑과 신부의 뒤를 따라 춤을 추었다. 안투르와 록시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는 결혼식을 바라봤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록시나.”

안투르가 불렀다. 그는 그녀의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웠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웃음기를 머금은 시선은 달콤했다.

“사랑해.”

안투르가 한번 더 사랑을 고백했다. 가슴이 부풀어 오를 만큼 벅찼다. 심장 언저리가 간질간질할 만큼 감격한 록시나는 그의 목에 팔을 걸어 끌어당겼다. 그리고 행복감에 취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말로만 끝내지 말아요.”

키스를 요구하듯 입술을 벌린 록시나가 발끝을 세우자, 이 순간만큼을 기다렸다는 양 안투르가 고개를 숙였다.

“물론이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잔뜩 해줄 거야.”

당장 오늘 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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