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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음탕한 이별 (10/13)

9화. 음탕한 이별

“으으으…….”

목구멍이 졸아붙고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 안투르는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긴 했지만 결박된 손목이 머리 위 기둥에 묶여 있어 얼어붙었다.

“깼어요?”

근처에 앉아 있던 록시나가 물었다. 그녀는 조금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건 또 무슨 짓인가 싶었던 그는 인상을 우그러트렸다.

“꿈을 꾸는 건 아닐 텐데 당신의 모습이 달라졌어.”

“마음에 들어요?”

“충분히.”

우선 눈가에 점이 찍혀 있었고 망사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에 밀착된 망사 드레스로 인해 큼직한 젖가슴과 젖꼭지가 여실히 드러나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그의 시선은 가슴 아래 음부로 향했다. 음모가 나지 않아 매끄러운 살결이 갈라져 있어 입에 침이 고였다.

저긴 아기 엉덩이처럼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웠기 때문에 감정과 상관없이 페니스가 고개를 들었다.

록시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요염하고 자극적인 미소에 말라 있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발기한 페니스 때문이라도 자존심이 상했던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진짜 묶었군.”

“말했잖아요, 묶을 거라고.”

“당신 정말…….”

“이제부터 기분 좋아질 테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안투르는 성난 개처럼 으르렁거렸다. 콧등을 잔뜩 우그러트린 모습이 살인마의 그것 같았으나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안투르는 항상 강자로서 군림했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장 풀어.”

“싫어요.”

“록시나!”

“당신도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겪어 봤으면 좋겠어요. 애원해야 하고 사정해야 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잖아요.”

“젠장!”

안투르는 침대 기둥을 뽑아 버릴 기세로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록시나가 배를 깔고 앉은 후 위로 올린 팔을 꽉 눌러 저항하지 못하게 압박했다.

“지금 꽤 귀여운 거 알아요?”

“당신은 꽤 미친 것 같아!”

“수치스러워요?”

“말이라고!”

록시나는 옆에 놓아둔 끈을 집어 안투르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웁!”

“이렇게 꽥꽥거릴 줄 알고 준비하길 잘했네요.”

“우우웁읍!”

“곧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기다려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록시나는 도도한 음성으로 낭창낭창하게 대답하고는 그의 눈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입술 사이로 비죽 나온 혀끝이 눈가를 핥았다. 짠 맛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싫지 않았다.

록시나는 눈에서 배회하던 혀를 콧등으로 옮겼다. 쭉 뻗은 콧날을 미끄러지던 혀가 뭉뚝한 콧방울을 간질이다 입 속에 넣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잘 익은 체리처럼 말랑거리는 콧방울을 혀로 굴리며 입맞춤을 하는 사이 팔을 누르고 있던 손이 가슴을 점령했다.

살점 위로 볼록 솟아오른 젖꼭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집어 좌우로 비틀었더니 안투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프거나 싫은 투가 아니었다.

“우리 남편도 젖꼭지에 약한 줄 몰랐어요.”

“웁!”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록시나는 안투르의 코에서 입술을 뗀 후 몸을 밑으로 내렸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의 속살을, 긴장한 탓에 울뚝불뚝 솟구친 복근에 비볐더니 안투르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가 핑 도는 모양이다.

그녀는 감았던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얄궂을 만큼 아름답고 고혹적인 미소를 보내며 속삭였다.

“당신과 잠자리를 한 여자들이 몇 점짜리인지 몰라도 나만큼 천박했을까 궁금해요.”

이왕 하는 거 안투르에게 강렬한 기억을 심어 주고 싶었던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빼는 동시에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호박처럼 큰 유방을 가볍게 흔들어 대자 안투르가 눈빛을 빛냈다. 누가 봐도 정욕이 번들거리는 눈동자에는 물기가 가득 고여 촉촉했다.

“으…….”

안투르가 신음했다. 록시나가 사타구니를 깔고 앉아 엉덩이를 비빈 탓이었다. 바지를 벗기지 않은 것도 그녀의 계획에 일부였다.

그녀는 볼록하게 솟아오른 부위를 집중 공략하듯이 문지르자 안투르가 하체에 힘을 줬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르작거리던 그가 무릎을 세웠다.

“진정해요, 그러다 바지를 뚫고 나오겠어요.”

록시나의 음성은 섹시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페니스가 내뿜는 열기는 상당했다. 그것은 바지를 뚫을 것처럼 꿈틀거리고 들썩거렸다. 대가리가 큰 구렁이처럼 빠르게 구멍 속으로 들어가 질척거리고 싶어 안달했다.

“여기, 이렇게 문질러 주면 어때요?”

록시나는 허리를 가볍게 튕겼다.

“으!”

“좋아요?”

“음!”

“나 같으면 자존심 상해서 대답하지 않을 것 같은데…….”

“우우웁, 웁, 우우웁!”

안투르는 불만과 분노를 한꺼번에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녀가 젖꼭지를 꼬집는 바람에 등을 높이 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한 감정이 날카롭게 퍼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쭈뼛댔다.

“웁!”

안투르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녀는 방글 웃으며 퉁퉁하게 부풀 때까지 지분거린 젖꼭지를 핥았다. 작은 걸 잇새로 물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깨물었더니 몸을 튕겼다.

잘생긴 얼굴이 잔뜩 달아올라 땀방울까지 맺혔다. 그를 깔고 앉은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꼈기 때문에 입꼬리는 물론 광대까지 도드라질 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그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여섯 개의 단추를 풀어내자 페니스의 굵은 기둥과 독이 오른 귀두가 벌떡 솟구쳤다. 그녀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일부러 신음했다.

안투르의 분신은 주인의 성격을 닮아 꼿꼿하고 힘이 넘쳤다. 굵게 솟구친 핏줄이 꼭 팔뚝처럼 굵게 느껴졌다. 이걸 입에 넣고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먹고 싶었다.

“빨아 줄까요?”

안투르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내 입에 넣고 싶어요?”

록시나는 목젖이 보일 만큼 입을 크게 벌렸다. 턱을 당긴 안투르가 침을 삼키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잿빛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를 눈빛으로 씹어 먹으려는 것 같았다.

그의 눈빛에 그녀는 어깨를 옹송그렸다. 찰나였지만 젖꼭지가 아릿했다. 그의 손길에 익숙해진 만큼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하…….”

계획과 상관없이 농염한 몸짓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채워 놓은 이론을 비웃듯 질구가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안투르…… 넣고 싶어요?”

록시나의 목소리는 새벽안개처럼 끈적거렸다. 안투르는 록시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반응을 하지 않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과열돼 흥분하던 그가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괜히 얼굴이 빨개진다.

아차! 하는 순간 판세를 뒤집은 안투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의 페니스가 팔딱팔딱 뛰었다. 모양새가 웃기긴 했지만 눈앞에서 덜렁대는 바람에 시선을 뗄 수 없다.

“가만히 있어요!”

록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굵고 튼실한 구슬 두 개가 음부를 두드렸다. 그가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조갯살처럼 반질반질하고 팔랑거리는 음순이 자극을 받았다.

“아…….”

저도 모르는 사이 신음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마찰열에 당황한 그녀가 엉덩이를 앞으로 당긴 후 페니스의 기둥을 지그시 눌렀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나른하게 쏟아지는 신음을 토했다. 딱딱한 걸 깔고 앉으니까 기분이 오묘했다. 전에는 닿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지금은 밑을 간질이고 있어 젖꼭지가 팽팽하게 불었다. 망사의 좁은 틈을 벌리며 솟구친 젖꼭지는 장미 봉오리 같았다.

마치 그물에 걸린 장미 봉오리가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어 안투르가 숨을 헉헉댔다. 저걸 입에 넣고 깨물거나 씹고 싶은 충동 때문이라도 허리를 들썩거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록시나는 모으고 있던 허벅지를 넓게 벌렸다. 일부러 회음부를 보인 그녀가 손가락으로 질 구멍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여기 어때요? 많이 빨개요?”

록시나는 천천히 기어올라 와 그의 앞에서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녀는 입마개를 벗겼다. 그가 콜록거렸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엉덩이로 깔고 앉은 그녀가 페니스를 한손으로 쥐었다.

“핥아요.”

록시나의 음성은 명령조였다. 안투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간 이번 게임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게 뻔했다.

“핥아요.”

록시나가 재차 명령했지만 안투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혀를 댔다간 넣게 해 달라고 애원하게 될 터였다.

그녀에게 굴복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유혹적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고 다점했다.

“얼마나 오래 버릴 수 있을지 두고 볼게요.”

록시나는 비웃고는 안투르의 페니스를 집어삼켰다.

“윽!”

안투르는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 위에 묶인 손목을 비틀던 그가 허리를 다시 한번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자두처럼 생긴 귀두가 목구멍으로 쑥 들어왔다. 깜짝 놀란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큭큭큭.”

안투르가 웃었다. 당황한 그녀를 보는 게 재미있나 보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록시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 주려는 양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안투르의 코와 입을 질 입구로 막아 버린 그녀가 가볍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웁!”

“부드럽죠? 달콤한 향이 나요?”

“우우웁!”

“신음하지 말고 혀를 움직여…… 흡!”

안투르를 조롱하며 느긋해 하던 록시나가 숨을 들이마셨다. 건강한 이로 볼록하게 나온 살점을 깨문 탓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리자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혀뿌리가 질 구멍을 파고들었다.

“아…….”

안투르는 끝으로 속살을 헤쳤고 입술로는 진주처럼 단단하고 동그란 공알을 간질였다.

“아아…… 하.”

록시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투르가 찾아 주지 않았던 밤. 독수공방, 외로움을 달래고자 매일 밤마다 사람 머리만한 공을 가랑이 사이에 껴 굴렸다.

이렇게 공을 굴리면 음부가 자극을 받아 잠들어 있던 성감대가 눈을 떴다. 처음에는 공, 그 다음엔 성기 모양의 자위 기구로 음부를 마찰했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매일매일 안투르를 받아들인 탓에 예민해진 속살은 오늘도 할근거리며 무언가를 집어넣고 싶어 했다.

안투르가 타액을 바르거나 이슬처럼 맺힌 애액을 빨아마셨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록시나는 페니스를 두 손으로 꼭 감쌌다. 안투르에게 질 수 없었다. 그녀 역시 기둥을 뽑을 것처럼 혀를 움직이며 빨아들였다.

정면에서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게 보였다. 엄지발가락을 세운 걸 보니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고환을 입에 넣었다. 하나의 구슬만으로도 입 안이 꽉 찼다.

그녀는 사탕을 굴리듯이 혀를 이용해 부드럽게 감쌌다. 단단하긴 해도 말캉거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고환을 뽑아낼 것처럼 숨을 들이켤 때마다 안투르가 발가락을 오므리며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드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안투르 또한 음부에서 입술을 뗀 채 그녀를 노려봤다. 두 사람 모두 삽입을 간절히 바랐지만 침묵했다.

말하지 않아도 교환하는 눈빛을 통해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질 생각이 없다는 것도.

록시나가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여전히 그의 배를 깔고 앉은 그녀가 침 범벅이 된 질구를 손가락으로 벌리며 빨갛게 달아오른 속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손가락 끝으로 살짝만 누르거나 문질러도 신음이 들끓었다.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보드라운 살결을 쥐어뜯듯이 감싸 쥐었다.

“넣고 싶지 않아요?”

달뜬 숨결을 허공에 흩뿌리던 록시나가 조약돌처럼 단단해진 유두 끝을 굴렸다.

“여기도…… 빨고 싶죠?”

안투르는 침만 삼켰다.

“아…… 여보…… 이대로 가 버리면…… 당신만 손해예요. 아하…… 손가락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록시나의 눈빛이 풀렸다.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구멍에 넣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손가락을 넣고 빼는 동작을 반복하자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애액이 울컥 쏟아졌다.

“젠장!”

안투르가 짜증을 부렸다.

“여보…… 여기, 너무 좋아요.”

젖가슴에서 손을 뗀 록시나가 음핵을 지그시 누르며 손가락을 빠르게 굴리자 안투르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여보, 아하…… 아…….”

“이 손 풀어!”

“여보…… 응, 응…… 아…… 하아.”

록시나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자위를 해 대자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쳐 버린 안투르가 소리쳤다.

“손가락으로 가지 마!”

동공이 풀린 록시나가 천장을 응시하며 신음하는 바람에 안투르가 다급해졌다.

“아아…… 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아!”

“넣게 해 줘!”

“화를 내면 안 돼요…… 여보…… 늦장 부리다간 가 버리고 말아요.”

록시나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질 구멍 속에 넣고 있던 손가락을 뺐다. 몽글몽글 거품이 끓기 시작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 항문에 고였다가 그의 배를 적셨다.

“록시나, 부탁이야. 넣게 해 줘.”

“좀 더 간절하게.”

“여보, 록시나…… 손가락보다 더 좋은 걸 넣어 줄 테니까 풀어 줘. 부탁해.”

“좀 더 애절하게.”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처음엔 내 생각만 했지만 당신과 잠자리를 하면서 마음이 바뀌었어. 당신을 다른 놈에게 안기게 할 순 없었어.”

“좀 더 사정해 줘요.”

록시나는 애간장을 녹이는 음성으로 바싹 조였다. 안투르는 숨을 헉헉거렸다.

“당신이 앓아 누운 동안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라.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 줘.”

“아직 부족한걸?”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입술을 혀로 축인 그가 울상을 지어 가며 사정했다.

“당신 없이 안 돼. 당신을 잃을까 봐 겁이 나! 용서해 줘.”

“짐승.”

록시나는 입매를 비틀었다.

“침대에서만 솔직하네요.”

“미안해. 차마 말할 용기가 없었어.”

“침대 위에선 용기가 불끈거려요?”

“록시나…… 내게 기회를 줘.”

“넣고 싶어서 죽겠죠?”

그저 넣기만 하면 되는 거야?

록시나는 안투르를 째려봤지만 곧 웃음을 지었다. 화내지 말자. 발가벗고 화를 내봤자 꼴만 우스워진다.

록시나는 애액을 잔뜩 묻힌 손가락으로 안투르의 입술을 문질렀다. 그러자 그가 혀로 손가락을 핥으며 신음했다.

“록시나…… 제발…….”

한계에 다다른 안투르의 목소리는 안쓰러웠다. 울상을 지은 걸로 보아 진심이었다. 그녀는 애액이 잔뜩 묻은 손가락을 안투르의 입 안에 넣었다. 입 안은 뜨겁고 끈적거렸다. 그녀는 음탕하고 요염한 음색으로 물었다.

“사랑해…… 록시나를 사랑해.”

안투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마음을 고백한 후 록시나의 손가락을 빨았다.

새큼한 맛. 그토록 그리워했었던 록시나의 애액. 그는 그녀의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며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주인님, 빨리 풀어 줘.”

안투르가 애원할 때야 록시나가 매듭을 길게 묶었던 끈을 잡아당겼다. 야수를 포박했던 포승줄이 풀리자 안투르가 그녀를 쓰러트렸다.

“이제부턴 내 차례야.”

안투르는 록시나의 입술을 거칠게 빼앗았다. 결박된 바람에 손목에 빨간 자국이 남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혀를 휘감았다.

“아…….”

록시나가 신음했다. 키스는 저돌적이었지만 꽤 자극적이었다. 목구멍 깊숙하게 파고든 그것이 강인한 힘을 과시하며 입 안을 헤집을 땐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그녀는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근육질의 살결을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자 안투르가 얼굴을 감쌌던 손을 밑으로 내렸다.

안투르의 손은 정확하게 록시나가 벌려 놓았던 질 구멍을 찾았다. 그녀는 긴장했다. 그의 손가락은 굵고 힘이 넘쳤다. 그녀가 손가락을 두 개 정도 모아야 안투르의 손가락 하나 정도의 굵기였다.

“훕.”

록시나가 숨을 들이마셨다. 굵은 손가락이 두 개나 동시에 박혔다. 이번에는 록시나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누군가 발바닥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주름이 생길 만큼 발바닥을 오므리며 발가락 끝까지 힘을 줄 때 안투르가 화려한 손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으음…….”

록시나는 안투르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쑤셨다가 빼는 동작이 빠르게 이어지는 바람에 아찔했다. 클리토리스와 질 구멍 사이의 예민한 살점을 간질인 그가 그녀가 겹치고 있던 입술을 뗐다.

그의 입술은 귓불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귓바퀴를 돌아 귓구멍을 간질였다.

열기에 전 입바람이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신음하던 그녀가 허리를 비틀기 시작하자 이때를 기다린 것처럼 안투르가 단박에 찌르고 들어왔다.

록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잠시 멈추었던 호흡을 내뱉은 그녀의 뺨에 홍조가 내려앉았다.

“아…… 아…….”

손가락으로만 지분거리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흥분이 단전에서 회오리쳤다. 그녀는 무릎을 세운 동시에 가슴을 부풀렸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안투르가 숙이고 있던 상체를 들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제 골반에 붙인 후 엄지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애무했다.

“아!”

록시나가 움찔했다.

“벌써 조이는 거야?”

안투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록시나는 2년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엔 빡빡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부드럽게 감싸는 대신 꽉 물게 된 남성을 야금야금 씹어 대는 기교를 부렸다.

안으로 쑥쑥 빨아들이는 힘 또한 강해져 허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뿌리까지 깊이 박혔다.

“음탕해, 마음에 들어.”

안투르는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이불을 쥔 손을 좌우로 비틀었다.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신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여웠다.

안투르가 허리를 들썩거리는 속도를 올리자 침대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주먹 쥔 손으로 이불을 꾹 누르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교미를 시작한 표범처럼 엉덩이를 요사스럽게 흔들어 댔다.

“흣, 읏!”

록시나가 턱을 굳혔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녀를 맹수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피스톤 했다. 넣고 빼는 동작은 유연했으나 공격적이었다.

“여, 여보…… 흐읏, 읏…… 조, 조금만 처, 천천히…… 아!”

“천천히 하고 있잖아.”

“더, 더 천천히…… 하!”

“멈추라는 건가?”

“아니, 앗!”

록시나가 허리를 높이 쳐들었다. 가랑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고 따끔거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읏!”

안투르가 음모 한 가닥 나지 않은 둔덕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록시나는 눈을 치켜떴다.

짜릿한 기운에 허리가 그만 허리가 들렸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여체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여긴 여전히 부드럽군.”

젖가슴처럼 탄력적이고 보드라운 둔덕을 쓸어내린 그가 요도구를 꾹 눌렀다. 그녀가 다시 한번 허리를 들썩거리며 엉덩이를 조였다.

“기, 기절할 것 같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린 채 간질간질한 감각을 해소하고자 안투르에게 비비기 시작했다.

한 쌍인 양 달아 붙은 몸뚱어리가 질척이기 시작하자 자궁의 좁은 구멍에 선단 끝이 닿았다. 허리와 골반 전체가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불에 덴 것처럼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안투르에게 잡힌 후였다. 그 역시 그녀가 느낀 쾌락의 감각을 분신을 통해 맛본 듯했다.

팔딱거리기 시작한 속살이 게워 내듯이 페니스를 토하려고 했다. 그는 그녀의 골반을 으스러트릴 것처럼 잡은 후 가열하게 쑤셔 박았다.

“아, 안 돼…… 하, 핫!”

록시나가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팔을 밀치며 허리를 비틀었지만 그때마다 눈앞이 흐려져 큰일이었다.

곧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침대와 분신을 처넣을 때마다 육체가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포효했다.

그리고 록시나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가에 고인 눈물로 인해 까맣게 찍었던 점이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이마를 큼직한 손으로 쓸었다. 손바닥이 금방 젖었다.

땀으로 범벅된 그녀는 미끄러웠다. 그는 이마에 입을 맞추며 허리를 뱅뱅 돌렸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흔들리던 다리를 그로 그의 허리를 조인 그녀가 요분질을 시작했다.

“아, 아, 안투르…… 더 깊이…… 아, 아!”

찰나였지만 무언가 탁! 하고 불을 밝히는 소리를 낸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불꽃을 튄 부싯돌 같았다.

탁탁, 소리를 내며 들이칠 때마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렸다. 몸이 쪼그라든다.

“아!”

고개를 뒤로 젖히며 바르작대던 그녀가 발가락을 세웠다. 종아리가 덜덜 떨렸다. 허리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이 저절로 흔들거리더니 눈앞이 번쩍거렸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밀치며 도망치려고 했다.

방광이 눌린 탓에 배뇨감이 요도구의 좁은 구멍을 벌리려 했다. 그를 빼내지 않으면 침대를 적신다.

그녀는 젖 먹던 힘을 쥐어짜며 그를 밀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단단하고 무거운 바위 그 자체였다.

“아, 안 돼요! 놔줘요!”

록시나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가며 울먹였지만 안투르는 듣지 못하는 것처럼 속도를 올렸다.

“안투르!”

록시나는 안투르의 어깨에 손톱이 박힐 만큼 밀어내며 바동거렸다.

“안 돼, 뭐가 나온단 말이에요!”

“싸도 돼.”

“그런 소리 하지 말…… 아!”

안투르는 영악했다. 오르가슴의 타이밍을 눈치챈 그가 큼직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압박했다.

그리고 그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안 돼!”

록시나의 절규와 함께 오줌 줄기가 터졌다. 엉덩이를 높이 쳐든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몸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날아오르는 것 같더니 밤하늘을 밝히던 별들이 제게 쏟아지는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신기루임을 알면서도 몽환적인 감상에 빠져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과 귀까지 올라간 입꼬리에 당황스러웠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거칠어진 숨결만 헐떡거릴 때 안투르가 단말마의 비명과 같은 신음성을 터트렸다.

곧 그녀의 안이 뜨거운 기운으로 인해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안투르가 정액을 한가득 쏟아부은 탓이었다. 배 속에서 전쟁이 터진 것 같다. 그가 쏘아올린 화포의 위력은 상당했다.

불꽃이 터지는 신기루가 천장을 밝혔다. 절정에 치달은 여체는 황홀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부르르 떨었다.

잠시 후 안투르가 쓰러져 누웠다. 양팔을 넓게 벌리고 누운 그 역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숨소리만 겨우 내뱉던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여전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옆얼굴과 망사 드레스를 번갈아 보다가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점은 사라졌고 망사는 그물 같아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이봐, 록시나.”

“왜요.”

“당신에게 망사만큼 안 어울리는 것도 없으니까 다시는 그런 거 입지 마.”

어딘가 모르게 무시하는 듯한 안투르의 대답에 록시나는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새치름하게 치켜뜬 눈으로 그를 노려본 그녀가 상체를 들었다.

“당신 때문에 입은 거예요.”

“그 정성은 고마운데…… 날 위해서라면…….”

안투르는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왜 말하다가 말아요?”

“아무것도 입지 마.”

“……바, 바, 발가벗는 게 좋다는 거예요?”

“그 좋은 몸매를 왜 가려?”

안투르의 대답에 록시나는 입술을 삐쭉거렸다. 착각일지 몰라도 몸매에 대해 칭찬을 들은 것 같아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다, 당신도 몸매…… 가 좋지만…… 발가벗진 말아요.”

록시나는 새침하게 말한 후 어울리지 않는다는 망사 드레스를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체가 드러났다. 풍만한 젖가슴에 달린 유두가 발갛게 달라 올라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군.”

록시나의 도발에 죽었던 페니스가 곧추섰다. 그 역시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록시나를 응시했다.

그러자 거만하게 턱을 쳐든 그녀가 그의 목을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지그시 감쌌다.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얼굴을 가까이 붙인 그녀가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까지 다가와 두근거렸다.

“정력가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나?”

화색을 지은 안투르가 내심 기대에 차 물어보자 록시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는 꽤 요염했다. 정력이 남다른 노예의 주인답게 색기가 도는 눈빛을 반짝거렸다.

“왜 대답이 없어?”

“대답했잖아요.”

“언제?”

“모르겠어요?”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그에게 올라탄 그녀는 유혹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의 시선이 배꼽 아래로 향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한껏 쏟아 낸 정액보다 점성이 약한 애액이 페니스를 적시고 있었다.

“이보다 확실한 대답도 없지.”

“어때요? 한 번 더 할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 정도면 당신을 묶었던 건 잊힐 만하죠?”

안투르는 한쪽 눈썹을 이지러트렸다. 그러자 그녀가 그의 손목을 흘끗거렸다. 결박했던 자국은 사라졌지만 안투르에겐 여전히 생생한 기억일 터다.

“아…….”

록시나는 안투르와 이마를 맞댔다. 애간장을 녹이기로 작정했는지 그녀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록시나의 유혹에 완전히 넘어간 안투르는 입매를 익살스럽게 구긴 채 대답했다.

“이렇게 묶이는 거라면 얼마든지 좋아.”

“록시나, 록시나?”

샤워를 마친 안투르가 록시나를 찾아다녔다. 별궁의 규모가 본궁에 비해 작은 편이라고 해도 40개나 되는 방과 2층과 온실까지 갖추어진 곳이라 만만치 않았다.

“록시나!”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록시나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별궁을 한 바퀴 다 돌아본 그는 침실로 돌아와 록시나를 다시 한번 불렀다.

“록시나!”

목구멍이 따끔거릴 정도로 록시나를 불렀지만 침실은 깨끗하게 치워진 채였다. 그는 짜증 섞인 표정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움찔했다. 별안간 송연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혹시?”

안투르는 곧장 장롱 문을 열었다. 록시나의 옷이 단 한 벌도 없었다. 당황한 그가 화장대의 서랍을 열었다.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뒷걸음을 걷던 몸이 휘청거리다가 푹 꺾였다. 무릎을 꿇고 쓰러져 앉은 안투르의 눈가가 붉게 익었다.

“이별 통보라는 게 이런 거였어?”

수천 발의 화살을 맨몸으로 맞은 기분이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 눈가를 적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대로 보낼 수 없어!”

안투르는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멀리 못 갔을 터다. 그녀를 찾아야 했던 그는 옷을 챙겨 입은 후 침실을 박차고 나갔다.

“잃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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