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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젖어 드는 밤 (5/13)

4화. 젖어 드는 밤

밤이 되자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네스의 집을 나온 록시나는 이대론 휘네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마차에 오르려던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빗줄기가 강해지자 안투르가 말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마차를 타고 이동할 생각인 록시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같이 가지.”

“비 때문이라면…….”

“비 때문이야.”

라울의 마차를 타고 가라고 말하려던 록시나는 입을 다물었다. 만취 상태인 라울이 시종에게 업혀 가고 있었다. 록시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마차에 올랐다.

곧 안투르가 마차에 올랐다. 체구가 큰 만큼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마차가 기우뚱거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문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기울어질 만큼 부실하지 않을 텐데.”

안투르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약간 시비조였지만 록시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둠과 빗줄기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시하는 건 나였는데……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군.”

“저는 궁전에 가지 않아요. 들를 곳이 있거든요.”

“오늘도?”

“매일매일 해도 모자랄 만큼 좋았거든요.”

록시나는 얄미울 정도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신은 부끄럽거나 민망한 것도 없나? 내숭이라도 떨어 봐.”

“다른 사람들에겐 할 거예요.”

“내게도 해.”

“그런 건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거예요.”

록시나의 대답에 안투르는 혀를 입 안에서 굴렸다. 까슬한 입술만큼 입 안도 모래를 삼킨 것처럼 건조하고 거칠었다.

“내겐 잘 보일 마음이 없다…….”

“바라단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던 당신에게 노력해 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잘 보이려고 노력한 적 없어요.”

“그랬지…… 당신은 내게 먼저 다가오는 법이 없었지.”

“나도 내 몸에 흐르는 그 피가 싫었으니까요.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서 포기한 거예요. 무슨 뜻인지 알죠?”

록시나는 안투르를 빤히 쳐다봤다. 건조한 시선에 묻어난 감정 역시 푸석푸석했다.

안투르는 콧바람을 불었다. 벽을 친 건 자신이 아니라 록시나였던 모양이다. 씁쓸한 기분이 들어 입매가 비틀렸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누굴 안았다는 소문이 안 들리네요? 제게 이혼을 요구한 시점부터 정부를 만들었을 것 같았는데.”

“이혼 후에 해도 돼.”

“거기가 안 서는 건 아니에요?”

다리를 꼬고 앉아 발끝에 걸친 뮬을 건들거리던 록시나는 꽤 도발적이었다. 문득 어제 막사에서 본 안투르의 분신이 떠올랐다. 크기만 컸지 축 늘어져 있던 게 불능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신…… 꽤 껄렁하군. 내게 상처를 입히고 싶나?”

록시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적당히 숨길 줄도 알아야지.”

아까부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게 거슬렸던 록시나가 창밖에서 시선을 돌려 안투르를 노려봤다. 시선만큼이나 삐딱하게 앉은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화가 났어요? 혈색이 안 좋아요.”

“오늘은 쉬어.”

“싫어요.”

“비도 오잖아.”

“비가 오니까 해야죠. 이런 날…… 얼마나 당기는데요.”

안투르는 이마를 짚었다. 록시나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갈게요.”

“미쳤군!”

“네, 저는 미쳤어요. 그러니까 중간에 내려 주세요.”

록시나는 차창에 팔꿈치를 괬다.

“공작님이 체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아요. 그래서 피해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몸 사리지 말아요.”

“조심해서 나쁠 거 있나.”

“제겐 시간이 없어요.”

“누가 들으면 시한부인 줄 알겠군.”

“시한부와 다를 게 뭐예요? 이혼에 관한 소문이 돌면 친정에서 오라비들이 오겠죠. 재혼할 사내들의 명단이 적힌 두루마리를 한껏 안길 게 뻔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별궁을 얻어서 종일 하고 싶어요.”

록시나는 거침없이 술술 내뱉었다.

“당신을 상대해야 하는 남창도 생각해. 종일 그 짓만 했다간 순식간에 늙어 버릴걸.”

“당신이 왜 남창 걱정을 해요?”

어이가 없었던 록시나가 쏘아붙였다. 안투르는 욱하고 올라오는 짜증을 눈빛으로 드러냈지만 입술을 떼진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그가 남창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원래의 성격이라면. 그는 버석버석하게 말라 버린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걸로 짜증을 억눌렀다.

마차 안은 조용하다 못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피를 토하는 말다툼이 시작될지도 몰랐다.

맹수 두 마리가 서로 경계하듯이 조용히 숨만 내쉬는 사이 마차가 마레 시가지에 들어섰다. 록시나가 마부에게 소리쳤다.

“마차를 세워!”

깜짝 놀란 마부가 급히 마차를 세웠다.

“당신 정말!”

“제 사생활에 대해서 간섭하지 말아요.”

록시나는 마차 문을 벌컥 열고는 깡충 뛰어내렸다. 그리고 안투르 보란 듯이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은 후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길을 씩씩하게 걸어갔다.

안투르는 갈등했다. 쫓아가야 할지 데보라에게 내쫓으라고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는 록시나를 노려봤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머리카락과 드레스가 몸에 감겨 풍만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빗길을 뚫고 가는 뒷모습만 봐도 그게 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게 느껴졌다.

안투르가 헛웃음을 쳤다.

“저대로 둘 수도 없고…….”

안투르는 이마를 짚었다. 록시나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고, 공작님 어…… 어떻게 할까요?”

록시나가 걱정됐던 마부가 물었다. 안투르는 이마를 긁적거리던 손으로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나도 내릴 테니까 먼저 가.”

***

띵똥.

비 때문에 파리만 날리던 데보라의 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응접실에서 포커를 치며 시간을 보내던 데보라는 귀를 쫑긋 세웠다.

단골손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물로 입을 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상대하고 있던 매춘부들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문을 열어 주려고 간 하녀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주인님, 잠깐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하녀의 안색이 곱지 않았다. 데보라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하녀를 가까이 불렀다.

“누구지?”

“가면의 귀부인이 오셨어요.”

하녀의 대답에 데보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는 눈은?”

“없었어요.”

“누가 물으면 거지였다고 말하고 네 하던 일을 해.”

하녀는 고개를 끄덕거린 후 부엌으로 향했다. 비를 잔뜩 맞고 온 록시나에게 따뜻한 차와 목욕물을 내줘야 할 것 같았다.

데보라가 현관문 바로 옆에 마련된 방문을 열자 록시나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고 있었다. 록시나의 상태에 대해 듣지 못했던 데보라는 멈칫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놀래시네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

“비를 피하려고 오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쓸 만한 남창으로 들여보내 줘.”

“어제 그 남창이 아니라요?”

데보라는 연거푸 놀랐다.

“골라 먹는 맛이라는 게 있어야지.”

“고, 골라 먹는 맛이요?”

“어제는 아주 훌륭했어. 그래서 다른 남창의 실력도 궁금해.”

“그만한 남창은 또 없어요.”

“평가는 내가 해. 그러니까 다른 남창으로 해 줘.”

“날이 이래서…….”

“날과 무슨 상관인가?”

데보라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던 록시나가 턱을 당겼다.

“꺼리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아뇨, 곧 준비하겠습니다.”

데보라는 록시나에게서 젖은 수건을 받은 후 어제 썼던 방으로 이동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은데…….”

“이미 준비를 해 두었을 거예요. 아까 보신 하녀가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간답니다.”

“다행이군.”

록시나는 데보라를 따라서 어제 묵었던 방으로 향했다.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자 방이 나왔다. 그녀는 방문을 열었다. 열린 문틈으로 따뜻한 기운이 풍겼다.

데보라의 말대로 눈치 빠른 하녀가 따뜻한 물로 욕조를 채워 놓은 것 같았다. 어제처럼 실내를 밝힌 향초에선 향긋한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

“옷을 말려 드리겠습니다. 벗어서 주세요.”

“고마워.”

안 그래도 옷이 걱정됐던 그녀는 스스럼없이 드레스를 벗었다.

“몸매가 아름답네요.”

록시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몸매에 대한 칭찬은 처음이었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풍만한 게…… 꽤 좋아요. 이런 몸을 한 번이라도 안아 본 사내는 노예가 되겠어요.”

“과찬이군.”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데보라는 빙그레 웃고는 방을 나갔다. 록시나는 벽에 걸려 있던 가면을 썼다. 몸이 차다. 그녀는 서둘러 욕조에 몸을 담갔다. 따뜻한 수온에 눈이 스르르 감겼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물을 어깨에 끼얹을 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실루엣을 보니 사내였다.

하얀 가면을 쓴 사내가 욕조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하얀 가면을 쓴 그는 어제 왔던 그 남창이었다.

“방을 잘못 찾아온 것 같네. 나는 데보라에게 다른 남창으…… 웁!”

안투르가 허리를 숙이더니 록시나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그녀가 저항하지 못할 걸 예상한 듯 욕조에 들어와 앉았다. 그러고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슴을 맞댄 채 앉으며 음부부터 더듬거렸다.

“흣!”

록시나가 다리를 오므렸다. 저항이나 불만이 쏙 들어갈 만한 손짓에 그녀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영악한…….”

입술을 맞붙인 채 끙끙 앓던 록시나가 그를 노려봤다. 잿빛 눈동자가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어 일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욕조 옆에 놓은 화로에서 내뿜는 열기 때문에 어젠 볼 수 없었던 눈동자 색깔이 드러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분명히 본 듯 눈에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길 무렵 안투르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

록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음순을 간질이던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가 질 구멍을 막듯이 들어갔다.

그는 질구를 문지르는 것처럼 간질이다가 집게와 중지를 동시에 넣었다. 따뜻한 물속이라 그런지 손가락만으로도 가 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눈을 감았다.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긴장한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쓰읍…… 아.”

록시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등줄기를 훑던 전율이 꼬리뼈를 지나 질 속에 파고들었다. 질 내벽이 뻑뻑하게 조였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날카롭게 찌르는 통에 등이 굽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가 암흑에 잠긴다.

아득해지는 정신과 움찔거리는 질 구멍, 손가락을 야금야금 적시는 애액. 그녀는 그의 어깨를 아플 정도로 세게 쥐며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록시나는 안투르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벌린 그녀가 혀를 내밀었다. 달아오른 여체가 하복부를 출렁거릴 때마다 욕조를 채운 물이 출렁거렸다.

강풍이 부는 바다처럼 거친 물살이 일렁거렸다. 그녀가 허리를 들썩거리며 손가락에 대고 회음부를 문지르거나 들썩거린 탓이었다.

그녀는 말을 타듯이 허리와 허벅지를 유연하게 움직였다.

“아아, 아항…….”

록시나가 상체를 뒤로 젖혔다. 젖가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애욕에 젖어 버린 여체가 붉게 물들어 간 만큼 야들야들했던 젖꼭지가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붉은 빛이 탐스러운 열매 같았다. 안투르는 질 구멍에 삽입한 손가락을 뺐다. 양손으로 젖가슴을 쥔 그가 유두를 핥아 댔다.

이로 깨물거나 혀로 문지르는 등의 애무가 시작됐다. 그가 유두를 이로 깨물 때 날카롭고 따끔거리는 기운이 클리토리스를 때렸다.

난타를 맞은 것처럼 파르르 떨리더니 질 구멍과 항문이 숨을 쉬듯이 벌렁거렸다.

록시나는 안투르의 팔 근육을 문지르며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다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을 넣은 그녀는 두피를 어루만지며 뜨겁게 달아오른 숨결을 불어 넣었다.

사과처럼 반으로 쪼개진 모양으로 앉은 그녀가 다리를 오므렸다가 벌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렇게 물속에서 다리를 움직였더니 페니스가 음부를 건드리며 애를 태웠다.

그녀는 그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등을 어루만졌다. 바위산처럼 단단한 근육을 손끝으로 희롱하며 가슴을 감싼 그녀가 굽이치는 복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안투르가 젖가슴을 터트릴 기세로 꽉 눌렀다. 손가락 자국이 빨갛게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살점이 많은 젖무덤을 물었다.

“윽!”

록시나는 통증을 호소하듯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멍이 들도록 턱에 힘을 줬다.

“아아…….”

젖을 빠는 아이처럼 밀어붙이는 바람에 몸이 들썩거렸다. 유두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낀 그가 가볍게 돌리거나 비틀어 대는 바람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 갔다.

“넣어…….”

목소리가 셌다. 수분을 잃은 음성은 건조했다. 삽입을 재촉하듯이 엉덩이를 비볐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록시나가 페니스를 찾아 쥐었다. 페니스 또한 인내심을 잃은 채였다. 그것은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활어처럼 힘이 넘쳤다.

그녀는 후끈거리는 페니스를 잔뜩 흥분해 있던 구멍에 넣었다. 쉽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힘을 줘 욱여넣은 그녀가 가늘게 뜬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엉덩이를 조이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꽂을 때마다 정수리가 지끈거렸다. 항상 텅 비어 있던 구멍을 메우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좋아.”

록시나는 민망할 정도로 음란하게 허리를 돌렸다. 현란하고 빠른 속도로 인해 욕조 주변이 물바다가 됐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줄기를 비웃듯 욕조 밖으로 튀는 물방울이 사방을 적셨다. 파도도 우스울 정도로 욕조의 물이 경망스럽게 출렁거렸다.

“아읏, 아…… 아!”

록시나가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의 목을 끌어안은 그녀는 페니스를 터트릴 기세로 구멍을 조였다.

“너무 좋아, 갈 것 같아…… 아…… 너무 좋아.”

록시나는 저속했다. 욕망에 충실한 그녀는 그의 목에서 팔을 풀어 제 엉덩이를 벌렸다.

“박아, 처박아…… 아!”

입술을 혀끝으로 문질러 가며 춤을 추듯이 엉덩이를 돌리자 지켜보던 안투르가 몸을 일으켰다. 욕조 밖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듯했다.

그녀를 몸에 붙인 채 침대까지 이동한 그가 귓불을 깨물었다. 그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자세를 바꾸려고 뒤로 물러나자 록시나가 안달했다.

“빼지 마!”

록시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로가 좋아.”

록시나는 허리를 들썩거려 음부를 문질렀다.

“넌 그대로 대. 내가 할 거야…… 내가.”

록시나는 제 젖가슴을 입가로 끌어 올렸다. 가슴이 컸던 덕에 그녀는 유두를 입에 넣고 맛을 볼 수 있었다.

안투르의 타액이 느껴졌다. 그녀는 게걸스럽게 맛을 보며 허리를 튕겼다. 요분질이 시작됐다. 색욕에 절어 버린 그녀는 이성을 잃고 날뛰는 색마였다.

“네 좆…… 끝까지 박아 줘.”

무언가에 홀린 듯 생각나는 대로 떠벌린 그녀가 회음부를 비벼 대며 앓는 소리를 연거푸 내자 안투르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빼지 마!”

록시나는 애원했지만 안투르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뒤로 물러나 앉은 그가 다리를 넓게 벌리게 한 후 엉덩이를 들었다.

자신을 받아들여 넓어진 구멍이 탐욕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움찔움찔 넓혔다가 조이는 등 그녀의 나신처럼 할근거렸다. 구멍 위로 도드라진 살점이 시선을 끌었다. 꼭 석류 알갱이 같았다.

그는 석류 알갱이처럼 말캉거리지만 단단한 공알부터 공략했다. 혀끝으로 가볍게 할짝거렸더니 그녀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하앙!”

머리를 옆으로 돌린 그녀는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어제도 느꼈지만 그는 확실하게 노련하고 위태로웠다.

혀로 회음부에 타액을 발라 대며 빠르게 놀리는 바람에 젖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녀는 유두를 비틀어 가며 허리를 들었다.

록시나는 허리를 옆으로 비틀었다. 록시나가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어깨에 걸쳤다. 그때야 고개를 든 그가 그녀의 허리를 완전히 돌린 후 엎드리게 했다.

엎어진 그녀는 엉덩이를 높이 들었다. 이 자세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혀가 항문을 핥아 대는 바람에 눈앞이 번쩍거렸다.

질 속에 고여 있던 애액이 울컥 쏟아지더니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문질렀다.

흥건할 정도로 지린 음부는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황홀할 만큼 찌릿했다. 엉덩이를 뒤로 뺀 록시나는 고양이처럼 엎드린 채 이불을 쥐었다.

그녀는 유연하게 숙인 젖가슴으로 침대 시트를 문질렀다. 이렇게 하면 젖꼭지가 이불에 쓸려 기분이 좋았다.

탁탁.

안투르가 페니스로 엉덩이 계곡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둔중한 무기가 때리는 맛에 오감이 자극됐다.

그는 그가 귀두 끝을 질 구멍에 대고 뱅뱅 굴렸다.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듯이 어루만지던 그가 구멍을 넓히며 서서히 삽입했다.

화로에 담갔던 꼬챙이를 삼킨 기분이었다. 불에 델 것처럼 뜨거워서 엉덩이에도 소름이 돋았다. 발목을 완전히 바닥에 붙인 그녀는 입을 크게 벌렸다.

기도가 졸아붙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목구멍을 열어 폐부를 가득 부풀린 그녀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낼 때였다.

“흡!”

안투르가 록시나의 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젖혔다. 괄약근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따뜻한 입김이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록시나는 숨죽였다. 그가 느껴진다. 자신을 꽉 채우는 열기에 자궁이 진동했고 아랫배가 긴장해 골반이 욱신거렸다.

“아!”

안투르가 엄지손가락으로 항문을 자극하며 하체를 튕겨 댔다. 엄청난 힘이었다. 자궁을 밀어내는 건 물론 배 속의 장기를 엉망진창으로 밀치려고 했다.

익숙한 듯하지만 낯선 쾌감.

록시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도록 얼굴을 찡그린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가면을 쓴 탓에 그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잘 발달된 상체와 볼록볼록 솟구친 복근, 제 몸을 꿰뚫을 것처럼 밀어붙이는 속도였다.

안투르가 머리카락을 손에 뒤고 한 바퀴를 돌렸다. 전차를 모는 전사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을 팽팽하게 당긴 그가 좆을 치대기 시작했다.

쑤시는 속도가 빨라지자 침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허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채찍질을 하듯이 살이 맞은 부분을 휘갈겼다.

눈이 번쩍 뜨이는 자극에 그만 록시나는 교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세게 맞으면 아플 것 같은데 통증은 없었다.

오히려 농밀한 파장이 배 속까지 파고들어 페니스를 감싼 속살이 쫀쫀하게 조였다.

찰싹, 찰싹!

엉덩이가 손바닥 자국으로 벌겋게 변했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아앙, 앙!”

고양이가 발정하듯이 바닥에 댄 젖가슴을 문지르며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코맹맹이 소리와 흐느낌을 토해 내며 눈을 깜빡거렸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전율에 정신이 눈앞이 아찔했다. 절정의 문턱에 오른 그녀가 숨을 헐떡거리자 여태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안투르가 신음했다.

“읏!”

록시나가 조인 탓이었다. 엉덩이에 힘을 준 그녀는 페니스를 배 속 깊은 곳까지 빨아들이려고 했다. 긴장해 있던 고환이 부르르 진동했다.

수차례 참았던 사정감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그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박음질을 하는 사이 눈앞이 핑 돌았다.

페니스 안에 저장해 놓았던 정액이 한꺼번에 분출되어 록시나를 가득 채웠다.

“하아아앙!”

록시나가 자지러졌다. 그녀는 얼굴을 이불에 처박으며 교성을 삼키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르가슴에 젖은 몸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흣, 어흣!”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좌우로 흔들던 그녀가 애액과 정액을 콸콸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아아…… 아!”

록시나는 절정의 단맛에 취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안투르는 그녀를 묵묵히 지켜봤다. 몸을 젖혔다가 펴는 등의 발작을 멈출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아는 것 같았다.

실내에는 록시나의 신음 소리뿐이었다. 파정을 마친 안투르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응시했다. 그녀는 색정에 깊이 빠져 흐느적거리는 후유증을 꿋꿋이 견뎌 내며 안투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넓은 등과 근육. 역삼각형의 뒷모습은 남창을 하기엔 아까웠다. 저런 몸이라면 기사를 해도 잘 어울릴 텐데.

떨림이 차차 가시기 시작할 무렵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가 무시무시했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다리 사이에 끼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그녀는 힘이 빠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뜬 후 몸을 안투르에게 굴렸다. 그리고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내가 잠들 때까지 가만히 있어.”

안투르에게 달라붙은 록시나가 죽어 버린 페니스를 쥐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봤다.

“힘 빠진 거…… 부드러워서 좋아.”

안투르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다시 세울 생각인지 지분거렸다. 그는 그녀가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는 걸 내버려 뒀다.

기가 막힐 만큼 밝히는 바람에 당황스러웠지만 마음 한편으론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밝히는 아내의 외로움을 모르고 무시했던 게 새삼 미안했다. 툭.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던 손이 허벅지에서 미끄러졌다. 록시나가 잠들었다.

안투르는 뒤를 돌았다. 이불을 가랑이 사이에 낀 그녀가 기절한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눕힐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배려하려다가 깨우는 꼴이 될 거다.

깊이 잠든 그녀는 계집아이처럼 작고 가늘었다. 광적으로 매달리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상처투성이처럼 몸을 옹크린 게 마음에 걸렸다.

안투르는 록시나가 쓴 가면을 조심스레 벗겼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 울었던 모양이다. 가면을 쓰고 있어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리고 몹시 외로워 보였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혼의 조건으로 외도를 선택했을 때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문득 궁금했다.

안투르는 록시나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았다. 물기가 흥건한 게 마음을 쓰리게 했다.

젠장…….

안투르는 자학하듯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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