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3/13)

2화. 가면을 쓴 남창

라울에게 돈을 받자마자 길렌 궁전을 나온 록시나는 퍼시에서 불야성을 이룰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가지, 마레로 나왔다.

이 마레에는 데보라라고 하는 포주가 있었다. 귀부인들에게는 남창을 소개하는 걸로 소문이 나 알음알음 찾아왔다.

데보라의 집은 3층짜리 저택이었다. 그녀의 집을 출입할 땐 바로 옆이나 뒤에 지어진 가옥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모두 한집이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복도를 지나자 한 여인이 록시나를 맞이했다. 빨강머리의 초록색 눈동자, 주근깨가 왕창 핀 30대 중반. 그녀가 바로 데보라였다.

“안녕하세요, 데보라입니다.”

록시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매춘부 출신의 포주에겐 고갯짓만으로도 충분한 인사가 됐다.

“남창을 원하신다고요?”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워야 하네.”

“당연하죠, 하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하려면 꽤 비쌉니다.”

“3,000길라트면 되겠지?”

“3,000길라트요?”

데보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무 센 금액이다. 기간을 얼마나 잡는 건지 몰라도 그녀의 씀씀이에 놀란 듯했다.

“저…… 부인에 대해 참고해야 할 게 있을까요? 가령 어느 댁 귀부인이라든가…….”

“알 것 없어. 비밀 유지는 필수지.”

“그건 당연한 거죠.”

“좋아, 오늘 밤에 당장 했으면 하네만?”

록시나는 거침없었다. 몰아치듯이 원하는 걸 말한 그녀는 다리를 꼬았다. 데보라는 미적거리는 것 없이 당돌할 정도로 남창을 원하는 태도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매일매일 했으면 하네.”

“오.”

“비밀 유지를 위해 어떻게 하나?”

“가면을 씁니다.”

“남창도?”

“보통은.”

데보라의 대답에 록시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굴을 가리면 덜 창피하겠군.”

“호호호, 창피해하다니 좀 놀랍네요.”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 같아도 가슴이 뛰어. 처음이니…….”

똑똑똑.

록시나의 말허리를 자르듯 누군가 노크했다. 데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해를 구했다.

“잠깐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데보라가 밖으로 나간 사이 록시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스산했다. 뭉게구름이 하늘을 덮은 탓에 보름달이 가려져 더욱 어두웠다.

록시나는 창틀을 두 손으로 짚으며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렸다.

이 바람이 사내의 손길이길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뺨을 간질이는 꽃잎이 입술이 되어 주길 바란 순간 또한 잦았던 탓에 수시로 울컥거렸다.

“키스…… 꽤 달콤하다던데.”

록시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남편이 있었지만 키스는 해 본 적이 없다.

그의 몸을 만진다?

불가능했다. 최소한의 살만 닿을 수 있는 자세로 받아들인 탓에 사내의 몸을 몰랐다.

“막 매달려야지.”

여기저기 만져 달라고 요구해야지.

록시나는 팔을 감쌌다. 샤론 부인은 남편과의 잠자리 때마다 혼절한다고 했고 헤일로 부인은 정부의 정력 때문에 혈뇨를 본 적이 있다고 했었다.

어찌나 세게 들이치는지 정신이 아찔해 살려 달라고 애원까지 했다나? 부인들이 잠자리에 대해 자랑하듯이 풀어 놓았던 음담패설 때문에라도 록시나는 항상 외로웠다.

자랑할 만한 경험도 없었지만 그게 어떤 건지 체험해 본 적이 없어서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똑똑.

데보라가 노크를 한 후 실내로 들어왔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우선 샤워부터 하시죠. 입욕제에 약간의 최음제 성분을 넣어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록시나는 긴장감을 감추고자 억지웃음을 지었다. 막상 외간 사내의 손길을 타게 되니 심장이 턱 밑에서 뛰는 것처럼 쿵쾅거렸다.

데보라를 따라 좁다란 복도를 지나는 동안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 소리로 인해 솜털이 곤두섰다. 분명 여인의 간드러지는 신음이었다. 록시나는 얼굴을 붉혔다.

“내, 내 소리도 저렇게 들리겠지?”

“누가 내지르는 소린지 알겠어요?”

“저 여인은 이곳 소속인가? 아니면…….”

“저희 소속입니다. 기교가 남달라서 넘버원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록시나는 신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중얼거렸다.

“일부러 내는 소리는 아니겠지?”

“연기 같진 않군요. 오늘 밤의 손님이 아주 마음에 드나 봐요.”

“그래…….”

우수에 젖은 눈빛에 스민 부러움을 읽어 낸 데보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 부러운 건 아니지요?”

“부러워. 나도 만족하고 싶으니까.”

“부인께서도 만족하게 될 테니까 염려 마세요.”

“그랬으면 좋겠군.”

록시나는 머쓱해했다. 남창을 찾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옆얼굴이 어둡고 쓸쓸해 보이는 게 외로움이 극에 달해 위태로워 보였다. 한번 정을 주게 되면 집착에 가깝게 매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였다.

미로처럼 생긴 복도를 몇 번 꺾더니 여러 장의 커튼이 쳐진 문이 나왔다. 데보라가 문을 열어 내부를 보여 주며 설명했다.

“이곳이 오늘 묵으실 방입니다. 안에 목욕탕도 있고 넓은 테라스도 있어요. 오늘은 날이 선선해서 창문을 열어 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신음이 새어 나갈 텐데.”

“자극되고 좋잖아요.”

데보라는 눈웃음을 짓고는 록시나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안에 들어가시면 가면이 있을 거예요. 그걸 쓰시면 됩니다.”

“응.”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데보라는 인사를 한 후 문을 닫았다. 록시나는 숨을 가득 들이마신 후 실내를 둘러봤다. 바닥에 깔아 놓은 향초가 은은한 불빛으로 실내를 밝혔다.

주황빛으로 물든 욕조가 시야에 들어왔다. 보름달처럼 둥근 욕조는 성인남녀 넷까지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고 깊었다.

그녀는 가면을 찾았다. 문 바로 옆에 검은색 가면이 걸려 있었는데 인조 보석이 잔뜩 박혀 있어 꽤 화려했다.

가면을 든 그녀는 욕조 옆에 세워 놓은 전신 거울 앞에서 옷을 벗었다.

치렁거리는 드레스를 벗어 내자 큼직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와 길고 가는 허벅지, 매끈한 종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젖가슴은 커다란 호박처럼 동그랗고 묵직했으며 탄력이 넘쳤다.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살결은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윤기가 흘렀다. 뽀얀 살결 위로 도드라진 유륜과 유두가 분홍빛으로 물들어 탐스러웠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살짝 비틀었다.

“아.”

찌릿한 감각이 죽창처럼 날아들어 음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유두를 꼬집지 않은 손으로 음부를 쓸어내렸다.

부드러운 음모 속에 파묻힌 속살이 볼록하게 솟구쳐 올라 스치기만 해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갈라진 살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숨을 들이마셨다.

손가락을 넣어 가며 눈을 감았다. 요즘은 이곳을 가득 채우고 싶을 만큼 신경이 예민해지고 수시로 짜증이 치솟았다.

성욕이 쌓인 탓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안투르가 발길을 끊을 다음부터 배란일에 가까워지면 사타구니가 근질근질하고 음부를 압박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잠 못 이뤘다.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그런 쪽으로 타고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지만 손가락을 넣고 쑤시는 충동까진 막진 못했다.

남근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나 돌을 구해 넣어 보기도 했지만 말끔하게 해소되거나 만족할 수 없었다.

록시나는 아랫입술을 혀끝으로 문지르며 손가락을 깊숙하게 넣어 질 안쪽을 문지르다 신음했다.

“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삼키며 턱을 당겼다. 거울 속엔 홍조가 핀 색녀가 있었다. 그 색녀는 붉게 달아오른 젖꼭지처럼 위태로웠다. 그녀는 두 손으로 젖가슴을 누르며 욕조에 몸을 담갔다.

붉거나 분홍빛이 도는 꽃잎으로 뒤덮인 수면을 가르며 쪼그려 앉아 야릇한 기분에 휩싸였다. 데보라가 말한 최음제의 영향 같았다.

물을 끼얹어 몸에 묻은 먼지나 땀 냄새를 지운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긴장감이 사라지고 나른해진다. 그녀는 무릎을 모았다.

배꼽을 중심으로 야릇한 감정이 소용돌이를 치는 게 느껴졌다. 젖꼭지가 땡땡하게 굳었다. 그녀는 유륜과 유두를 부드럽게 감싸 쥐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도드라진 음부를 문지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아…….”

신음이 새어 나왔다. 록시나는 발뒤꿈치를 엉덩이 쪽으로 당기며 가랑이를 벌렸다.

나뭇잎처럼 달린 살점이 양옆으로 벌어지면서 콩알처럼 톡 튀어나온 살점이 손끝에 닿았다. 부드럽게 문지르던 그녀는 손끝에 힘을 실어 깊숙이 눌렀다.

“아…… 아…… 아…….”

흐트러진 숨결이 간드러졌다. 그녀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상체를 숙였다. 구멍이 할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가운데 손가락을 질 구멍에 넣으며 볼록한 살점을 비볐다. 숨이 턱에서 걸렸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무릎을 세웠다.

눈앞이 아찔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는 동작에 속도를 내자 눈앞이 팽팽 돌았다.

이곳을 빨리 채우고 싶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다 질 구멍에 넣고 쑤시던 손가락을 뺐다.

수면 위로 들어 올린 손가락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몽롱한 기분에 취해 버린 눈을 가물거릴 때였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록시나는 흠칫 놀라 옆에 놓아 둔 가면을 찾아 얼굴을 덮었다. 가면을 쓴 남성이 들어왔다.

정갈한 옷차림의 그는 드레스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신분을 알 수 없을 만큼 평범해 보였다.

록시나는 그녀를 찾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사내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침대 위를 더듬던 사내의 눈이 록시나를 찾았다.

주황빛으로 은은하게 주변을 태우던 촛불이 실내에 들이친 실바람으로 인해 흔들거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가면을 쓴 사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록시나는 몸을 일으켰다. 젖은 꽃잎이 젖가슴과 납작한 배, 가늘고 긴 팔다리에 붙어 시선을 끌었다.

사내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나다 금방 반짝거렸다. 그는 그녀를 얼굴에서부터 천천히 훑었다. 젖꼭지에 달라붙은 꽃잎을 바라볼 땐 침 넘기는 게 보일 정도로 정욕에 젖어들었다.

사내의 손가락이 젖꼭지에 닿았다. 그는 유두 모양을 확인하듯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면을 써서 그런지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욕조에서 나왔다. 물기가 후드득후드득 떨어져 바닥을 적셨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몸의 물기를 닦으려 하지도 않았다.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와락 앉아 품으로 끌어당겼다.

“흡!”

록시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제야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품에 갇힌 채 고개를 들었다.

가면 속 눈빛이 꼭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처럼 반짝거려 따가웠다. 그녀는 침을 삼킨 후 입술을 벌렸다. 거칠어진 숨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사내가 입술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첫 키스예요…… 좋은 기억을 심어 줘요.”

록시나가 애원하듯 읊조리자 사내가 멈칫했다.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알았다는 듯 천천히 입술을 겹쳤다. 부드러운 입술이 뭉근하게 눌리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사내의 옷깃을 잡으며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미친 듯이 팔딱거리는 가슴이 사내의 손에 아프지 않을 만큼의 강도로 잡혔다.

사내가 젖가슴을 감싸 쥐며 유두를 비틀었다. 그녀는 어깨를 안으로 굽히며 발끝을 세웠다. 고른 치열을 배회하던 혀가 날렵하게 입 안을 헤집으며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녀는 그에게 의지하듯 몸에 준 힘을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줘 번쩍 들었다.

가볍게 들린 그녀를 침대에 눕힌 그가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넣어 두피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같은 느낌으로 혀를 팔락거렸다.

키스는 느긋했지만 혀에 실린 힘 때문에 가랑이 사이에 불이 붙은 기분이었다. 그가 들어오기 전에 예열해 놓은 질 구멍에선 참을성을 잃은 애액이 말간 빛을 띠며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릎을 세웠다. 그러자 그가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곧장 삼각지로 내려 더듬었다. 물기와 윤기가 번들거리는 음부가 미끌거렸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건조할 줄 알았던 구멍이 애액을 흘리고 있어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거긴…… 처음이 아니야.”

록시나는 수줍어했다. 첫 키스라고 말해 경험이 없는 여자로 오해한 줄 알았던 그녀는 뺨을 붉혔다.

“거긴 사내를 알아. 그러니까…… 배려할 필요 없어.”

록시나는 남창에게 예의를 갖출 생각이 없었다.

“짓밟듯이 가져도 돼. 막 넣고 쑤시고 쥐어짜서 흩뿌려.”

록시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녀의 현실이 그러했다. 사내를 아는 몸이었다. 키스는 처음이고 색욕에 절었으나 만족할 만한 잠자리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결혼은 했으나 진짜 남편이 없고, 남편이 있으나 이혼했다. 그리고 남편과 잠자리를 했으나 배를 맞댄 채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항상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 삽입과 파정을 빠르게 마치고 침실을 나가 버렸다. 이런 말까진 할 수 없어 한숨을 길게 내쉴 때 사내가 잠시 떨어트렸던 입술을 겹쳤다.

록시나는 사내의 가슴을 다듬었다. 옷에 가려져 있어 몰랐던 근육이 닿았다. 사내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것처럼 탄탄한 근육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었다.

“아…….”

록시나가 신음했다. 사내의 손가락이 조금 전까지 자신이 벌려 놓았던 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움찔 놀란 하체가 긴장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입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혀처럼 주름이 촘촘한 구멍을 유희하는 손가락의 참맛에 몸을 움츠렸다.

“좋아…… 더…… 깊이 넣어 줘…… 아.”

록시나는 신음했다. 사내가 키스를 멈추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은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그녀를 바라봤다.

생각을 읽을 수 없었지만 주저하거나 미적거리는 게 탐탁지 않았던 록시나가 애무를 재촉했다. 허벅지를 넓게 벌린 그녀가 회음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엉덩이를 들었다.

살짝 들기만 해도 양옆으로 벌어진 구멍과 분홍빛이 도는 속살이 훤히 보였다.

“빨아.”

록시나의 어조는 명령조였다. 사내가 입꼬리를 올렸다. 음탕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음탕한 거 맞으니까.

록시나는 집게손가락으로 매끈한 살점을 문지르며 신음을 토했다.

“빨리…… 빨아…… 근질거려서 죽을 것 같으니까.”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흡!”

록시나는 숨을 한 움큼 집어마셨다. 사내가 클리토리스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며 혀끝으로 음순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키스를 할 때도 느꼈지만 혀가 여린 살을 스칠 때마다 현기증이 일었다.

“아, 아…… 아…….”

록시나는 신음했다. 터져 나오는 숨소리를 감출 수 없었던 그녀는 엉덩이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그와 리듬을 탔다.

“아, 아하…… 좋아…… 더…… 해 줘.”

록시나는 흐느끼듯 사정했다.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헐떡거리는 자신이 얼마나 추할까, 그 생각을 하면 욕지거리를 토하고 싶었지만 그런 죄책감은 불청객에 불과했다.

“아!”

사내가 음순을 깨물었다. 엄지손가락이 항문과 질구 사이를 문지르며 정신을 쏙 빼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젖꼭지를 비틀었다.

전신을 태울 듯한 전율이 올라 아랫배가 빡빡하게 조였다.

“좋아, 좋아…… 아!”

록시나는 몸부림을 쳤다. 자위를 할 때완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그녀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움푹 팬 배꼽이 숨을 쉬듯이 오르내렸다.

마른 모래처럼 버석거리는 입술을 핥으며 그녀는 머리카락 쥔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살결이 물결을 치듯이 파르르 떨렸다.

사내가 손가락과 혀를 이용해 회음부를 자극하는 바람에 몸이 흐느적거렸다.

“아!”

그가 손가락 두 개를 넣고 질 내벽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좁은 통로를 빠르게 넘나들던 손끝이 천장에 달린 돌기를 찾아 집중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히잇!”

록시나는 쇳소리를 냈다.

“하아, 하아…… 하아!”

순간 눈앞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녀는 아랫배를 꿀렁거리며 신음을 쏟아냈다.

애액이 분출하듯 콸콸 흘러 사내의 손을 적셨다. 손가락을 쑤셔 넣거나 뺄 때마다 홍수가 난 것처럼 넘쳐흘렀다. 손가락으로 간질이는 건 이제 그만하고 굵은 게 박혔으면 좋겠다.

“네 걸 넣어 줘. 손가락으론 부족해…… 아!”

록시나는 허리를 들었다. 손가락으로 부족하단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르가슴의 날카로운 신호에 몸이 졸아붙는 것 같았다.

“더 큰 거…… 더 굵은 거…… 아하…….”

달아오른 록시나가 뜨거운 숨을 쌕쌕 소리 내며 교태를 부리는 바람에 사내가 뒤로 물러났다. 지금까지 보였던 여유가 사라졌다.

그가 드레스셔츠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근육질의 상체가 시선을 압도했다. 낮에 신입 기사들과 공 뺏기 경주를 하던 안투르가 생각날 만큼 훌륭한 몸매였다.

안투르도 이렇게 근육질에 균형이 잘 맞아 가슴을 찌르르하게 했었다. 마치 그의 대역이라도 만난 슬픈 미소가 입가에 녹아내렸다.

사내가 바지를 벗었다. 두툼한 음낭과 굵고 긴 페니스가 독기를 가득 품은 자태를 드러냈다. 그녀의 팔뚝보다 굵은 남성은 뿌리처럼 강인하게 내린 힘줄과 핏줄로 인해 탐스러웠다.

입 한가득 침이 고였다. 그녀는 침을 꿀꺽꿀꺽 두 번 삼킨 다음 손을 뻗었다. 페니스를 만지고 싶었다.

“부드러워.”

키스가 처음이었듯 사내의 성기 역시 처음 만져 본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이런 게 달린 사내를 만지는 건 처음이야.”

록시나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넣어 줘.”

귀두를 문지르던 그녀가 질구를 문지르며 속삭였다.

“나…… 넣고 싶어. 갖고 싶어.”

록시나는 눈을 꼭 감고 귀두로 회음부에 마찰열이 생길 만큼 문지르고 또 문지르며 속눈썹을 적셨다.

“느끼고 싶어…….”

록시나는 애절했다.

“날 가져, 처참하게 가져 줘.”

록시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사내가 길들일 필요도 없이 달아오른 질 구멍에 페니스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아아…… 아…….”

록시나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꽉 차는 느낌이 좋아 눈물이 솟구쳤다. 긴장한 통로의 빈틈없이 들어오는 묵직하고 뜨거운 열기에 아랫배가 따뜻했다.

그녀는 하복부를 두 손으로 감싸며 중얼거렸다.

“따뜻해…… 너무 좋아…….”

두피가 짜릿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가슴이 뭉클해 목이 잠겼다. 정상적인 체위는 처음이었다.

젖꼭지가 따끔거릴 만큼 묘한 감정이 심장을 아프도록 쥐었다. 그것은 바로 상실감과 안타까움이었다.

안투르와 이렇게 사랑을 나누어 봤다면 어땠을까?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해 버리는 자신이 한심했다.

만약에 남편이 이렇게 안아 주었다면 이혼할 일은 없었겠지? 머릿속을 복잡하게 떠다니는 상념으로 인해 코끝이 찡하고 눈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젖은 눈을 힘겹게 들어 사내를 바라보자 순간 안투르로 보였다. 그녀는 자조했다. 이젠 환영까지. 모자란 년.

그녀는 제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슬그머니 떴던 눈을 도로 감았다.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 마음을 비우겠다고 다짐해 놓고.

록시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지만 곧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신음했다. 사내가 기교를 부리듯 허만 들썩거렸다. 허벅지 위에 그녀의 엉덩이를 올린 그는 하체의 힘만 이용해 그녀를 환락의 세계로 이끌었다.

“아하압!”

록시나가 교성을 터트렸다. 사내가 젖가슴을 터트릴 기세로 쥐다가 조약돌처럼 단단해진 유두를 꼬집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침대가 출렁거리는 속도만큼 천장이 뱅글뱅글 돌았다.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며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이 사내는 남창을 하기엔 아까운 몸을 가졌다. 남창이라고 하면 근육보단 말랑거리는 살결을 가진 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락부락한 맛이 없어서 사내다움은 떨어져도 잠자리 기술 하나는 기가 막혀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다고.

그런데 이 사내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처럼 창처럼 길고 날카로운 남성이 무기였다. 그리고 제 안에서 꿈틀거리며 정신을 빼놓는 기술이 남달랐다.

“하앗, 아!”

사내가 속도를 올렸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처참하게 짓이길 기세로 몰아붙였다.

“힛!”

사내가 통통하게 부어오른 공알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허리를 들썩거리며 요분질을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팔에 손톱자국이 생길 정도로 세게 잡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하앗, 하아…… 하아, 하아!”

목구멍과 숨구멍을 동시에 연 그녀는 그야말로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르작거렸다.

“읏!”

목에 핏대가 섰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힌 후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페니스가 가열한 속도로 쫄깃거리고 할근대는 구멍을 스칠 때마다 항문이 벌렁거렸다.

“으!”

록시나는 그의 팔에 매달렸다.

“더 빨리, 더 빨리…… 더…… 깊게, 더…… 더, 더…… 아!”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댄 그녀는 동그랗게 만 몸에 힘을 주며 그의 허리를 발목으로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키스를 바라듯 혀끝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속삭였다.

“키스해 줘, 날 부숴 줘.”

록시나가 사내의 입술을 빼앗듯이 겹치며 혀를 날름거렸다. 위아래로 맞붙은 구멍이 타액과 애액으로 범벅되어 질척거렸다.

록시나는 사내에게 매달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숨을 급하게 몰아쉬고 들이마시는 바람에 정수리가 얼얼했다.

“아!”

사내가 처음으로 탄성을 흘렸다. 록시나가 빡빡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힘껏 오므린 질 입구가 욕심을 부려 좆 뿌리까지 씹어 삼키려고 했다.

그는 콧등을 사납게 구겼다. 그는 그녀를 밀쳐 낸 후 골반을 끌어당겼다.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내리꽂기 시작하자 강하게 부딪히기 시작한 육체가 퍽퍽 소리를 냈다.

교성을 쏟아 내던 록시나가 이불로 입을 틀어막았다. 내리박는 힘이 거칠어질수록 그녀는 허리를 비틀었고 그 힘에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록시나는 발바닥을 오므렸다. 무엇이든 쥐지 않으면 그를 밀쳐 낼 것 같았다. 그는 이불을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자궁 안에서 회오리를 치는 감각과 페니스가 용두질을 하는 속도에 이성이 날아갔다.

그가 요도구를 문지르기 시작하자 몸이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수면 위로 끌어 올려지듯 그녀 또한 허리를 튕겼다.

“아아아!”

신음을 참고 있던 록시나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배출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 그녀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나오려고 해…….”

목에 핏대를 세운 록시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싸, 싸고 싶어…… 아!”

록시나는 음탕했다. 이불을 적시는 한이 있더라도 뒷덜미를 강하게 후려치는 쾌락의 달콤한 기운을 맛보고 싶었다.

“윽!”

록시나의 눈이 커졌다. 사내가 페니스를 빼낸 후 손가락을 넣어 질 구멍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앞에서 수천 개의 섬광이 번쩍거리더니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으으읏!”

록시나가 투명한 물줄기를 쏘아 올리자 사내가 손목에 힘을 줬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꽤 컸다. 창피해서 도망치고 싶어야 할 텐데 용감해진다.

가면 덕분일 테다. 이 남창은 자신이 누군지 모를 테니까. 창피해하거나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발가락을 오므렸다. 전신을 훑는 소름과 전율에 뒤엉킨 여체가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젖어 버린 이불처럼 묵직해진 몸을 부들부들 떨 때 사내가 페니스를 삽입했다.

“흡!”

록시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기절할 것 같았다. 그녀는 늘어져 누운 채 사내를 응시했다.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상체를 숙였다.

그가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너무 좋아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느꼈던 절정의 맛을 다시금 음미하고 싶었다.

“더, 더, 더…… 아!”

록시나는 허리를 들었다. 엉덩이를 조이는 동시에 페니스를 꽉 문 그녀가 몸을 비벼 대기 시작했다.

눈동자의 흰자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절정에 오른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에게서 땀 냄새가 확 풍겼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감싼 후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너무 좋아…… 이대로 죽어도…… 좋아……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이성의 끈을 놓은 록시나는 매일매일 기도하는 바람을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꿈을 꾸는 것 같아…… 이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 더 해 줘…… 심장을 멈춰 줘.”

절망에서 빠져나갈 희망이 없다는 건 잔혹하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구해 줄 용감한 기사 하나 없다.

안투르는 신사적인 편이라 외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혔지만, 다음 남편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어머니처럼 의처증이 심한 남편을 만나 딸자식을 낳자마자 이혼당해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 팔려 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절망뿐인 세상에서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록시나는 일부러 숨을 참아 가며 사내에게 매달렸다.

순간 정신이 핑 돌아 눈앞이 깜깜해지고 코에서 단내가 났다. 몸의 중심을 잃은 그녀가 맥없이 축 늘어지자 사내가 콧등을 구겼다.

매섭게 피스톤을 하던 몸짓이 뚝 그쳤다. 부르르 떨던 그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여체에 파묻힌 기둥이 울컥거리며 정액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턱을 긴장했다. 그녀의 몸에서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아랫배를 튕기긴 했지만 그녀 역시 절정에 다다라 기운이 없었다.

침대에 그녀를 눕힌 사내가 물러났다. 분신을 담고 있었던 구멍은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입구를 오물거렸다. 불투명한 정액이 애액과 섞여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번쩍거렸다. 그는 구멍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실내는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는 소리로 들끓었다. 사내와 록시나의 숨소리였다.

잠시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벗어 놓은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록시나는 천장이 뱅글뱅글 돌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곧 사내가 방을 나가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더 하자며 매달려 볼까? 고민하는 사이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록시나는 한동안 꼼짝 없이 누워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를 위로하는 건 오늘 밤에도 귀뚜라미뿐이었다.

록시나와 관계를 마친 사내가 데보라의 집을 나왔다. 그는 잰걸음으로 마구간으로 향했다.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남창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급 원단으로 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푸르륵.

마구간에 묶어 놓은 말이 주인을 알아봤다. 푸르륵 소리를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말에 올라타기 전 가면을 벗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림자 속에서 데보라가 나왔다.

“벌써 가세요?”

가면을 벗으려던 사내가 멈칫했다. 그는 가면을 쓴 채 데보라를 노려봤다.

“더 있어 좋을 게 뭔가.”

“부인께서 또 찾으시면…….”

“그럴 것 같지 않아.”

“확신하세요?”

“녹초가 됐거든.”

사내의 대답에 데보라는 입술을 오므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부인께서 저를 찾을 때마다 연락을 드릴까요?”

“얘기가 다 된 것 같은데?”

사내가 가면을 벗어 데보라에게 던졌다. 느릿하게 흘러가던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사내의 얼굴을 비추었다.

안투르 퍼시 공작의 말간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그녀의 발치에 툭 떨어진 가면처럼 무심하고 무정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가?”

“아뇨, 이건 잘 보관하겠습니다.”

데보라는 고갯짓을 하는 동시에 떨어진 가면을 주웠다.

“비밀 잘 지켜. 입을 잘못 놀렸다간 퍼시는 물론 케이프런에서도 쫓겨나게 될 테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공작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안투르는 말 위에 올랐다.

“살펴 가세요.”

안투르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몰아 으슥한 골목으로 사라졌다.

“외도하는 공작 부인, 남창 흉내를 내는 공작님.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꽤 웃기는 부부잖아?”

데보라는 코웃음을 쳤다.

“남창 흉내까지 냈으면서 자존심 세우긴.”

아내의 외도를 허락했으면서 자신이 아닌 사내와 몸을 섞는 걸 허락하지 않다니…….

자존심이 세다고 해야 하는 거야, 소문을 겁내는 겁쟁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안투르의 속내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데보라는 가면에 묻는 흙을 털어 내며 연신 코웃음을 흘렸다.

“몸정이 맘정 되는 건 한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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