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256)

86화.

“아셰 왕녀를 고발하는 너를 보고…… 아, 리젠답다고 생각했어.”

“아…… 그거…… 독하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니. 난…… 내가 좋아한 여자가 저런 여자였지, 싶던데. 꿈이고 뭐고. 그러고 보니…….”

그녀가 몸부림을 멈췄는데도 그의 몸이 더 밀착해 왔다.

“이런 꿈이 있었는데.”

리젠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맨 처음 꿈을 꿀 때도 이렇게 대련을 하다가…….

“이렇게 했었던 것 같은데.”

그의 입술이 점차 내려와, 그녀의 목에 보랏빛 자국을 만들었다.

“그때도 정말 참기 힘들었고…….”

그녀를 안고 있었던 그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리젠은 그의 큰 손이 자신의 허리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지금도.”

“아…….”

그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겨 냈다. 침대에 밀착해 있던 그녀의 가슴을 만지는 그의 손길에 리젠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뱉었다.

“사실은 아까 방에, 단둘이 있을 때부터.”

“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리젠의 목소리를 들으며 카이든이 그녀의 어깨에 입 맞추고, 자신의 옷을 벗기 위해 잠시 일어났을 때였다.

“이거 뭐야?”

순식간에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리젠은 살짝 놀라 뒤를 돌았다. 카이든이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등이…… 등이 왜 이래? 이 정도까지 아니었잖아.”

“아, 그거…….”

리젠이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했다.

“사실 납치당했었거든. 그래서 네가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때 이것저것 엿듣느라 거기 차 있던 마력을 긁어서 썼고, 좀 무리해서 움직였었어.”

“…….”

그가 안타까워하며 그녀의 흉터가 가득한 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너랑 연결되려고…… 수면제를 좀 과다하게 먹었더니…….”

“……수면제 먹지 말라고…… 그때 의원이 그랬잖아.”

“그래도 잠이 안 와서…….”

카이든이 한숨조차 쉬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간절함으로 그를 살려 낸 줄은 전혀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이런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더라면 정직보다 더한 징계를 받았더라도 궁에 침입하여 리젠을 데리고 나왔을 것 같았다. 리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급히 덧붙였다.

“그래도 다 나았어! 어의가 좋긴 좋더라. 정말 많이 회복됐어. 아까 봤잖아. 처방해 준 약만 먹었는데, 마차 타고 온 사흘 동안 멀쩡하게 회복되어서 격투도 이제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야.”

“널 진짜 어쩌면 좋을까…….”

천연덕스럽게 얘기하는 리젠에게 깊이 입 맞추며 카이든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까지…….”

그가 천천히 리젠의 치마를 벗기고, 등을 안타깝게 쓸던 손으로 엉덩이를 꽉 쥐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말지…….”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그렇게 할 거…… 아아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감각에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카이든이 그녀의 여성에 입을 맞추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매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살려 줘서 고마워.”

손가락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원을 그리며, 그가 혀로 그녀의 작은 돌기를 핥기 시작했다. 리젠은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 때문에 숨을 몰아쉬었다. 꿈은 꿈일 뿐이어서, 어렴풋이 기억만 남았었는데 확실히 현실에서는 훨씬 더 느낌이 묵직했다. 상황이 익숙하다고 할지라도 그와 그녀는 실제로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의 떨리는 숨결과 서투른 손길 때문에 리젠은 더 흥분하여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한데…….”

“나도 그래.”

그가 얼굴을 들어 그녀의 분홍빛 유두를 입에 넣었다. 그의 오른손이 이미 자극 받은 그녀의 돌기를 세게 문질러서, 순식간에 느껴지는 쾌감에 그녀는 허리를 튕겨 올려 냈다. 그녀를 부둥켜안은 그의 눈빛이 잔뜩 탁해져 있었다.

“리젠.”

“……어? 아아아…… 으으…….”

그의 손가락만으로도 절정에 다다른 것 같아 발가락을 모은 채로 몸을 떨던 그녀가 가까스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가볍게 입 맞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으음…….”

리젠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그녀의 상기된 볼이 보였다. ‘꿈’에서도, 늘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리젠은 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풀고,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그의 남성을 꺼냈다. 저게 내 몸에 들어온다고? 리젠은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 처음이기는…… 한데…….”

정말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카이든이 한숨을 쉬고, 손으로 그녀의 질을 찾아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성기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아!”

리젠의 두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척추가 순간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느껴 본 단일 통증으로는 가장 아픈 것 같아서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카이든이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꽉 안았다.

“아파? 그만…… 그만할까?”

“다…… 다 들어왔어?”

“아니…… 중간…….”

리젠이 눈을 질끈 감고 그의 등을 껴안았다.

“그냥 빠르게…… 빠르게 넣어. 이런 건 멈추면 더 아파.”

“…….”

카이든이 결심한 듯, 그녀를 끌어안고 세게 중심을 박아 넣었다. 리젠이 아파서 그의 어깨에 이를 박고 신음 소리를 냈다.

“하아…… 리젠, 너무 좋아.”

“으으으…….”

“나는…… 나는 너무 좋아…….”

그녀의 얼굴에 짧은 입맞춤을 하며, 카이든이 낮게 신음 소리를 냈다.

“나 못 참겠어…….”

그가 그녀를 꽉 안은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젠은 아파서 입술을 깨무는 와중에도 자신의 안에 들어온 카이든이 신기하여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안에서 카이든이 움직이고 있었고,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 통증에 적응된 것 같자, 카이든이 일어나 그의 상체를 바로 세웠다. 누워 있는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그가 빠르게 움직였다. 새로운 각도에 자극을 받아 밑에서 묵직한 쾌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리젠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는 눈이 풀려서, 난생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이 그녀의 나신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참는 것같이 단단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아…….”

그가 한 번 세게 들어오자, 반동으로 그녀의 몸이 한 번 출렁하고 움직였다. 질벽을 긁는 낯선 쾌감에 그녀가 손을 입에 대고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베개에 얼굴을 옆으로 두고 낮은 신음 소리를 흘리자, 카이든이 그녀의 위로 무너졌다.

“아, 안 돼…….”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너 그러니까…… 아…….”

힘이 다 빠진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허리는 더욱 더 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으로 깊이 들어오는 그의 남성을 느끼며 리젠 역시 몸을 떨었다. 육중하게 올라오는 쾌감 때문에 그녀가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았다.

“아…… 리젠…… 그렇게 확 조이면…….”

그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어깨에 느껴졌다.

“……괜찮아.”

리젠이 어의가 처방해 준 약초에 피임 성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안에 해도.”

그 말에 그의 남성이 그녀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가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무언가 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그가 몸을 떨며 숨을 내뱉었다.

“아…….”

그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 그녀의 몸 위로 무너져, 리젠을 꽉 안았다.

“어떡해…… 너무 좋다.”

축 늘어진 리젠의 몸을 안고 그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많이 아팠지?”

리젠이 한숨을 쉬며 대답하지 않고 모로 누웠다. 그가 그녀의 몸에서 조심스레 빠져 나가고, 천천히 이불을 덮어 주었다. 팔베개를 해 주고 누워서 그가 리젠의 갈색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녀의 이마에 연신 입을 맞추며, 그가 힘이 다 빠진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다음엔 더 잘할게.”

리젠이 쿡쿡 웃었다. 몸을 한 번 섞었을 뿐인데 이 세상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동안 원망하고 불안해했던 것이 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의 체온이 따뜻하게 그녀를 감싸고, 팔에 선 잔근육들이 단단하게 그녀의 머리를 받쳐 주고 있었다.

“……카이든.”

그의 나른한 검은 눈을 보며 그녀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부탁이 있어.”

“뭔데?”

카이든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왜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이 있는지 알겠다. 지금은 네가 뭘 말해도 다 들어줄 것 같아.”

“너 차가운 표정 하면 너무 무서워.”

“……그래?”

리젠이 천천히 말하자 카이든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쓸며 툴툴거렸다.

“무서운 표정 하지 말고, 나한테 뒤돌아서지 말아 줘.”

“알았어.”

그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별을 따다 달라고 해도 따 줄 판인데, 그 정도야.”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이 정말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이 모두 풀렸기 때문에, 그녀의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왜…… 왜 떠났어?”

“어?”

“나만 아메니티에 두고…….”

그녀가 칭얼거리며 그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차가운 눈빛으로…… 먼저 가 버리고…….”

“어? 너…….”

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나한테…… 징징대는 거야? 칭얼거리는 거야?”

“어떻게 나만 두고…… 내 말은 다 듣지도 않고…….”

“리젠…….”

카이든이 쿡쿡거리며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너 다른 남자한테 절대 이러지 마. 귀여워 죽을 것 같으니까.”

“난 그래도 널 살리려고…… 수면제까지 먹었는데.”

“……몰랐어.”

그가 그녀의 귀에 입 맞추며 말했다.

“진짜 몰랐어. 그리고…… 아, 자존심 상해서 안 말하려고 했는데…….”

“뭔데?”

“다니엘이 그 자리에서 궁으로 널 데려가 버렸거든. 어의한테 보인다는데 거기서 바로 징계위원회 회부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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