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56)

10화.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상한 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몸만 탐하느라 바빴지만, 현실에서 눈에 담기 시작한 그녀는 삶의 모든 어둠을 딛고 씩씩하게 살아 나가는 당찬 여자아이였다. 그는 그러지 못했다. 슬픈 그림자를 뒤에 두고 자신의 세계에 갇혀 무뚝뚝하기만 했다. 밝고 다정한 다니엘을 보며 ‘너는 왕족이니까’라고 합리화만 했다. 카이든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이후, 졸업 시험과 배서 부정은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되었다. 카이든은 수사국 수석으로, 리젠은 약제국 수석으로 입사가 결정됐다. 졸업식 하루 전날, 예행연습에서 그들은 학사모를 쓰고 줄을 맞춰 졸업장과 동시에 부서 배정을 받는 연습을 했다.

‘꿈이구나.’

리젠은 둘째 날 밤 이후로는 항상 카이든의 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꿈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졸업식이었다. 학장 교수님이 지루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오늘 예행연습을 한 것처럼 리젠과 카이든은 다른 부서 수석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연설이 끝나고 나면 한 명씩 앞으로 나가 부상과 함께 임명장을 받을 것이다.

수사국인 카이든이 가장 먼저였고, 그다음이 약제국인 리젠이었다. 그녀 뒤로 행정국의 유진이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리젠은 교복 위에 걸쳐 입은 헐렁하고 큰 학위복의 소매를 애써 끌어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은 부서 배정 및 수석대표 임명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먼저, 수사국 카이든 루스.”

카이든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리젠은 초조하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가 무대 옆에서 기다렸다. 수사국 임명장을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다음, 약제국 리젠 하카트.”

리젠은 예행연습 때 연습한대로 당당히 걸어 학장 앞에 섰다. 전교생과 각 부서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성적과 평소 학업 태도, 그리고 형식적인 약제국 업무에 대한 소개와 임명한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그녀는 학장 교수님께 인사하고 임명장을 받아 뒤로 돈 뒤 전교생에게도 인사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무대 뒤로 돌아가는데, 단단한 손이 그녀를 확 낚아챘다.

“카, 카이든?”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무대 뒤쪽의 판넬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리젠이 눈을 치켜뜨며 속삭였다.

“카이든! 뭐 하는 거야?”

“마지막이잖아.”

“어?”

“우리, 내일부터는 다른 소속이야.”

“그, 그렇지…….”

“이렇게 같은 옷을 입는 것도 마지막이야.”

“제발, 카이든!”

그녀가 판넬 뒤로 몸을 붙이며 말했다.

“이러다가 남들이 오해하면 어떡해? 할 얘기 있으면 나가서 하자.”

“바보야, 이 으슥한 곳을 누가 보겠어?”

“그래도 바로 무대 앞에는 전교생이 있고, 남은 대표들도 저 뒤로 지나갈 텐데!”

“아무도 안 와.”

카이든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꾹 눌렀다. 꿈인 것을 알면서도 리젠은 불안해서 심장이 뛰었다. 무대에서는 유진이 행정국 임명장을 받고 있었다. 그의 손이 헐렁한 리젠의 학위복으로 들어와 허리를 끌어안았다.

“……리젠.”

“응? 카이든, 제발 이것 좀 놔. 나 무서워.”

“함께 수사국에 가고 싶었는데.”

그의 손이 학위복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능숙하게 그녀의 속옷을 끌어 올린 그가 리젠의 팔을 뒤로 잡아 밀착시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카이든!”

“쉿.”

그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진이 올 거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학위복 안의 교복이 다 풀어헤쳐진 상태였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발자국은 무심하게 무대 뒤를 지나가 멀어졌다.

‘꿈이야, 꿈이잖아.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괜찮아.’

리젠은 몸의 긴장을 풀고 카이든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꼈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그의 입술이 다시 다가왔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다가 갑작스럽게 깊숙이 들어왔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낀 그가 그녀의 유두를 살짝살짝 꼬집었다. 판넬이 점차 기울어졌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이 점차 내려와 교복 치마를 올렸다. 그 사이에 다른 수석대표의 발걸음이 무심히 다가왔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시 무대 뒤를 지나가며 멀어졌다. 분명히 누군가가 볼까 봐 너무 불안한데, 그만큼 짜릿하기도 했다. 리젠은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벽에 가로막혔고, 카이든은 더 그녀의 몸에 밀착하여 몸을 숨겼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속옷 속으로 들어와 곡선을 따라 움직였다.

“젖었네?”

그가 그녀의 입술에 대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리젠은 부끄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밖에서, 남들은 졸업식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너무 외설적이잖아. 카이든, 이 변태 자식. 내일 진짜 있을 졸업식에서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될 것만 같은데…….

“여기야?”

충분히 그녀의 몸을 알고 있을 텐데, 그가 장난스럽게 다른 곳을 건드리며 물었다. 리젠이 울상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면 여기?”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녀의 작은 돌기를 스쳐 지나가며 바로 옆을 쓰다듬었다. 리젠의 여성 주변에서 장난스럽게 원을 그리는 그의 손길에 신음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몇 명의 대표들이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조, 조금 위…….”

리젠이 반쯤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자, 그가 씩 웃으며 천천히 그의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돌기를 살살 문지르다가 진동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가 거의 그의 몸에 갇히다 시피해도 밀려오는 쾌감에 발뒤꿈치를 들었다.

“아…….”

그때였다. 심장이 툭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 없어? 대체 얘네는 왜 안 오는 거야? 이 길로 온다며?”

아셰의 부루퉁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발자국이 오도도도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든의 한쪽 손이 다급하게 신음 소리를 흘리던 리젠의 입을 막았다.

“그러게. 엇갈렸나?”

다니엘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카이든이 그녀의 돌기를 원을 그리며 세게 문질렀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쾌감에 그녀는 울 것 같았다. 몸 전체로 느껴져 오는 압박, 그 와중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이든의 손, 학위복 속에 다 풀어헤쳐진 교복 속의 가슴이 카이든의 단단한 가슴과 밀착하여 흔들렸다. 

“여기에는 없나? 그런데 왜 이렇게 기다려도 안 와?”

“……으으…….”

그녀는 필사적으로 신음 소리를 참았다. 아무리 꿈이어도 이런 걸 아셰와 다니엘에게 보여 주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꿈이어도 싫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몸은 얄궂게도 카이든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에 반응하고 있었다. 머리를 쨍하고 울리는 쾌감이 지나가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다시 그녀의 여성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손가락의 빠른 왕복 운동에 그녀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다시 가 보자. 임명장 받은 애들 모여 있는 데 있겠지.”

다니엘의 말에 그들의 발자국이 멀어졌다. 리젠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작은 한숨을 쉬었다. 카이든은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다시 그녀의 학위복에 넣어 유두를 두 손가락 사이에 넣었다. 양쪽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리젠은 참기 힘든 신음을 토해냈다.

“리젠.”

잔뜩 낮아진 카이든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널 갖고 싶어.”

“아, 안…….”

“계속 좋은 동료가 되어 준다고 약속했어, 바보야.”

리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진심이었다.

“그리울 거야.”

“뭐, 뭐가?”

“네가 있던 이 학교가.”

카이든이 그녀의 입술에 쪽 하고 한 번 입을 맞췄다.

“너랑 1, 2등을 다투던 그 기억이.”

자꾸만 묵직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때문에 리젠은 대답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열심히 수업을 듣던 네 뒷모습이.”

“그만…….”

“그리고 너, 운동할 때도 정말 예뻐. 사실은…….”

[따르르릉! 기상! 기상!]

리젠은 꿈꾸듯 일어났다. 눈을 쉽게 뜨지 못했다. 마지막 카이든의 말들은 다 진심일까? 아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카이든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그저 꿈속에서 무의식이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꿈에 어떤 여자가 나오더라도 그의 무의식은 이렇게 육체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리젠의 몸을 언제나 원했으나 정말로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거의 대다수의 말들이 좋은 라이벌이자 동료로 남자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럼 뭐 어때.”

리젠이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제 마지막인데.”

정말로 졸업식이다. 이제 그녀와 그는 다른 부서에 소속되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볼 일이 없어진다. 꿈속의 카이든이 한 말처럼, 그녀도 뭔가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리울 것 같아.”

물론 다니엘이 그리울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다니엘은 동급생이 아니라 모셔야 하는 왕자가 된다. 더 이상 다니엘이라고 부르지도 못한다. 곧 국혼도 빠르게 추진될 것이다. 상대는 제국의 황녀라고 들었다. 그래도 한때나마 짝사랑했던 남자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것은 좋은 추억이다. 그러나, 그 옆의 얄미웠던 라이벌도 더불어 그리울 것 같았다.

꿈과는 다르게 졸업식은 무사히 아무 일도 없이 치러졌고, 그다음 날부터 그들은 부서 배정을 받아 근무가 시작되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