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의 발단
한옥이 죽 늘어선 거리는 그 자체로 볼거리였다.
사람들이 늘어선 긴 줄은 대부분 유명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였고, 한복을 대여해 주거나 파는 곳도 있었다.
종종 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옥과 어울려 전통의 멋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하지만 시선은 곧 먹거리로 향했다. 회오리 감자를 보는 순간 점심을 먹었다는 포만감조차 잊고 말았다.
“좋아합니까?”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 현조가 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나 혼자 먹죠.”
현조가 회오리 감자 두 개를 사서 하나를 야무지게 베어 물었다. 연재의 얼굴이 곧 울상이 된다.
“한 번만 더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체면치레는 무슨, 코끝으로 파고드는 냄새가 얼마나 유혹적인데.
“줄까요?”
“주세요.”
달라는 말에 슬며시 웃는 현조를 보자 뜬금없이 옆구리가 간지럽다.
“솔직한 게 서 비서에겐 제일 잘 어울립니다.”
“앞으로도 솔직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현조가 들고 있던 꼬치를 연재 손에 쥐여준다.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쌀쌀한 바람이 아직은 겨울임을 알려 주지만, 상기된 볼을 식혀 주지는 못했다.
골목을 누비고 다닌 지 얼마쯤 되자 연재는 수시로 시간을 체크 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전무님.”
오늘 현조는 이상했다. 다정하고, 장난을 잘 치고, 그러다 또 다정하고.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처음이었다.
사장실에서 일할 때는 비서실장인 정욱이 상관으로 있었기 때문에 직접 부딪힐 일조차 드물었다.
이렇듯 직접 상사를 보필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직접 모신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어쩐지 상사와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서 설렜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마법 같은 하루였다.
***
오랜만에 놀러 온 진희와 테라스에 앉아 하릴없는 사람처럼 오후를 흘려보낸다. 이제 막 시작한 2월은 여전히 추웠지만, 추위를 이길 만큼 테라스는 매력적이다.
한낮의 태양이 제법 따사롭게 느껴지는, 이 시간은 힐링을 위한 시간이다.
“연재야,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주말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연준이 진희에게 고백했고, 둘은 극적으로 사귀게 되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해피엔딩이란 말인가. 10년의 사랑이 결실을 본 것이다.
“나……. 맞선 보러 가는 거 말이야.”
연재가 얼굴을 찡그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 얼굴을 봐서라도 일단 나가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연준이가……. 그래서 말인데 연재야…….”
“진희야. 이진희.”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