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10/11)

    

    에필로그

    

    

    

    

    

    약 1년 전.

    

    펄럭! 루나는 카단이 덮고 자던 하얀 면포를 빨아서 오두막 바깥에 널고 있었다.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금방 마르겠어.’

    

    루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란 하늘 위로 햇볕이 쨍하니 내리쬐었다. 루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면포를 빨았던 양동이를 정리했다.

    

    마을에서 장을 보고 온 카단이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그는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어서 와요, 카단!”

    

    뒤늦게 카단을 발견한 루나가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겼다. 카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카단?”

    

    “아, 응.”

    

    카단은 헛기침을 하며서 루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가 한다, 정리.’라고 말하며 무거운 양동이를 번쩍 들었다.

    

    “마을 다녀오는 거예요?”

    

    “응. 마수 심장, 루스 줬어. 돈 벌었다, 많이.”

    

    “그래서 푸짐하게 장을 봐 왔군요.”

    

    루나는 카단이 들고 있던 장바구니 안을 살폈다. 커스터드 크림, 사탕, 설탕 바른 과자 등 달콤한 간식이 그 안에 가득했다.

    

    ‘카단의 입맛이 바뀌었나?’

    

    단 걸 좋아하지 않던 사내가 최근 들어 간식거리를 많이 사들였다.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카단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희망 사항이란 말, 아나.”

    

    “루스에게 배웠어요?”

    

    “응. 청혼, 희망 사항. 이런 거.”

    

    카단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루나의 안색을 확인하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다.

    

    “루스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어서 청혼한대요?”

    

    “아, 그게, 그, 뭐.”

    

    카단이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리곤 커다란 몸을 허둥대다가 쌓아 둔 장작더미를 툭 쳐 버렸다.

    

    와르르- 장작이 아래로 쏟아져 마당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카단이 이마를 붙잡았다.

    

    “괜찮아요. 함께 정리해요.”

    

    저 남자가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구나. 루나는 까르르 웃으며 장작을 하나씩 주워 들기 시작했다.

    

    카단 또한 루나를 따라 장작을 정리했다. 그는 해야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루나를 힐끔거렸다. 텅 빈 입이 몇 번씩 뻐끔이다가 어렵게 질문을 건넸다.

    

    “너는, 있나. 희망 사항.”

    

    “어떤 희망 사항이요?”

    

    “처, 청혼.”

    

    “하하, 말도 안 돼요. 누가 제게 청혼을 해요? 사기꾼이 아니면 모를까.”

    

    루나가 손사래를 치는데 등 뒤에서 장작이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다. 카단이 들고 있던 장작더미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손끝이 야무지던 사내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괜찮아요, 카단?”

    

    “아, 응. 그보다 내 질문의 답, 듣고 싶어.”

    

    평소 말수가 없는 카단이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하는 건 처음이었다. 루스가 카단에게 괜찮은 청혼 방법을 알아 오라고 시킨 모양이다.

    

    “흐음, 만에 하나 누군가에게 청혼을 받는다면…….”

    

    루나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청혼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폭죽처럼 찬란하게 펑 터진 뒤 연기가 되어 아스라이 사라질 그런 장면들.

    

    그래서 루나는 그런 거짓말 같은 청혼이 싫었다.

    

    “저는 평온한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청혼을 받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유난스럽지 않고 고요하게, 그리고 잔잔하게요.”

    

    지금의 내리쬐는 저 햇살 같은 청혼이면 좋을 것이다. 저 따스한 햇볕은 오늘만 내리쬐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일도 약속한 것처럼 찾아올 테니까.

    

    ‘기분이 이상해.’

    

    루나는 멋쩍은 듯 뺨을 긁었다. 말하고 나니 생전 상상해 보지 않았던 결혼 따위의 가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괜스레 손끝이 간지러웠다.

    

    루나는 부지런히 바닥에 떨어진 장작을 정리하면서 이리저리 튀는 생각을 잘라 냈다. 한 번씩 카단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를 바라본다면 돌이킬 수 없는 망상에 사로잡힐 것 같았다.

    

    ‘내가 미쳤나 봐.’

    

    루나는 장작 몇 개를 정리한 후 오두막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카단이 그 뒤를 따른 것은 한참 뒤였다. 그는 주운 장작을 산더미처럼 안고서 ‘평온한 잠, 고요하게, 잔잔하게.’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깊은 숲의 카단 씨> 본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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