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습격
그날 저녁.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빗어 내리던 루나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냥 희멀겋기만 하네.’
그 옆으로 카단의 태중 약혼녀라던 와슈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풍만한 가슴과 탄탄한 몸매를 가진 이누트 여인은 건강한 매력이 흘러넘쳤었다.
‘열심히 운동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뒤늦게 키가 클 리는 없겠지만 가슴이라도 더 풍만했으면 싶었다.
루나가 가슴을 양손으로 쥐어 보았다. 그리고 카단이 하던 것처럼 천천히 가슴을 주물렀다. 크고 거친 손에 잡혀 만져질 때는 아랫배가 저릿저릿했는데 제 손으로 하니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행위에 집중하다 보니 거울 위로 어른거리는 낯선 인영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놀란 루나가 고개를 퍼뜩 올려 거울을 응시했다. 출입구에 몸을 기댄 카단이 커다란 상자를 든 채로 루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왜 멈춰. 더 해 봐.”
“카단? 어, 언제부터 있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루나가 민망해하며 두 손을 후다닥 내렸다.
“손을 왜 내려.”
보폭이 큰 걸음으로 루나의 뒤까지 빠르게 다가온 카단은 들고 있던 상자를 화장대에 내려 두었다. 그리고 내려간 루나의 두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 뒤, 작은 손을 가슴 위로 끌어 올렸다.
“더 만져 봐.”
“카, 카단. 이건 그냥 살을 더 찌워야 하나 하고…….”
루나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걸 듣는지 마는지, 루나 위로 손을 겹친 카단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는 행위에 집중했다.
“네가 살을 찌운다면 반가운 일이지.”
끼니마다 무얼 먹여야 하는지 고심하며 루나의 식사를 직접 챙긴 카단이었다. 그녀의 마른 몸에 살이 오른다면 너무도 반가운 일. 카단의 검지가 옷감 위로 튀어나온 루나의 유두를 탁 튕기며 그 사실을 흐뭇해했다.
“흐읏, 역시 지금은 좀 볼품없죠?”
“볼품없다고?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나.”
미간을 구긴 카단이 루나의 유두를 옷 위로 살살 비틀었다. 히잇, 루나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제 몸집이, 흐응, 이누트 인에 비하면 왜소해서…….”
“네가 이누트 인보다 작은 건 사실이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조금만 세게 쥐어도 부러질 것 같지. 그래서 살을 찌우면 좋겠다고 한 거다. 난 항상 네가 바스러질까 봐 불안하거든.”
카단은 손끝으로 유두 끝을 부드럽게 자극했다가 가슴 전체를 주무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너만 보면 안달이 나, 루나.”
널 한입에 씹어 삼키고 싶다는 고백과 함께 카단이 가슴을 세게 움켜쥐었다.
아으읏! 그 압박감이 유두 안쪽의 신경을 따고 내려가 배 속을 아릿하게 긁어내렸다. 꾹 다물려 있던 구멍이 음란하게 뻐금거리면서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읏! 아응, 카단. 가슴이, 으읏.”
기분이 이상했다. 카단의 손이 겹쳐 있다고는 하지만 마치 그 앞에서 스스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것 같아 너무도 창피했다.
“넌 여기까지도 예뻐. 모르면 네 눈으로 봐.”
여기. 카단이 잠옷의 네크라인을 아래로 살짝 당겼다. 고무줄이 길게 늘어나면서 루나의 가슴과 아랫배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분홍빛 선단이 꼿꼿하게 선 하얗고 풍만한 가슴. 살결이 여려서인지 잠옷 위로 만졌음에도 커다란 손자국이 붉게 찍힌 모습은 지독하게 외설적이었다. 루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카단, 잠깐만요…….”
네크라인을 정리한 루나는 상체를 슬슬 내빼려다가 몸을 굳혔다. 등으로 카단의 하반신이 닿았다. 불뚝 튀어나온 그것은 이미 빳빳하게 달아올라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었다.
카단은 거울에 비친 루나를 빤히 응시하면서 상체를 숙였다. 루나의 가느다란 목 옆으로 단단한 이빨이 닿았다. 번들대는 눈빛과 목덜미를 노리며 쩍 벌어진 아가리가 사냥 중인 맹수 같았다. 그는 이빨 아래로 루나의 얕은 맥박을 느끼면서 옆 목을 잘근 씹었다.
“하읏!”
루나는 목을 길게 내어 준 채로 상체를 파르르 떨었다.
동시에 카단의 손이 잠옷 네크라인을 루나의 가슴 아래까지 아예 내려 버렸다. 부드러운 살덩이가 출렁이면서 봉긋하게 옷 위로 솟아올라 보기 좋은 모양새가 됐다.
카단은 거울 속 루나의 모습을 먹음직스럽게 감상했다. 그러면서 루나의 한 손을 그대로 끌어 내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놓았다.
‘설마?’
시선을 피하고 있던 루나가 거울 속 카단을 응시했다. 색욕에 젖은 카단의 얼굴은 지독하게 퇴폐적이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을 타락시키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마왕 같았다.
“해 봐, 루나.”
무엇을 해 보라는지는 생략되었으나 루나는 충분히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루나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아랫입술을 잘근 말아 물었다.
부끄러워하는 루나의 모습에 더 달아오른 카단이 천천히 루나의 치맛자락을 허리까지 끌어 올렸다. 하얀 두 다리가 공기 중에 드러났다. 이제 루나의 손은 얇은 속옷 위에 닿아 있었다. 젖기 시작한 속옷의 감촉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카단은 그녀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
커다란 손이 시키는 대로 루나의 손가락이 어설프게 움직였다. 그 서툰 손짓에도 루나의 귀여운 음핵은 서서히 껍질을 벗고 나와 빨아 대기 좋을 만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츠즛, 츠즛. 애액으로 젖은 하얀 속옷이 야한 소리를 내며 점점 색이 짙어졌다. 흥건히 젖은 부분은 루나의 분홍빛 구멍의 색을 야릇하게 비췄다. 은밀한 부분까지 거울에 비치는 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신 미간을 찌푸리고 제 음부에 집중하는 거울 속 카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 같은 황제 앞에서도 종일 시큰둥하던 남자가 지금은 제 다리 사이에 쑤셔 넣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
거울에 비친 카단의 모습은 지나치게 야했고 그의 손짓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다. 루나가 눈을 질끈 감자 카단이 그녀의 턱을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거울을 봐야지, 루나.”
“부끄러워요, 흣, 카단.”
“부끄러운 건 이런 거 아닌가.”
카단은 그대로 루나의 오금을 받쳐 안아 들었다. 루나의 엉덩이가 화장대 위에 걸쳐지면서 두 다리는 바깥으로 화알짝 벌어졌다. 깨끗한 거울로 젖은 음부가 적나라하게 비치자 루나가 발을 버둥거렸다.
“카, 카단!”
“예쁘지 않나.”
카단이 손가락으로 루나의 속옷을 옆으로 열어젖혔다. 그 힘이 강했는지 실크 속옷은 찌익 소리를 내며 찢어져 버렸다. 너덜너덜해진 옷감 사이로 분홍빛 음부가 여실히 드러났다. 루나는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리면서 눈을 감았다.
이상했다. 분명 부끄럽고 창피한데 자꾸만 소변이 마려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대로라면 또 투명한 애액을 싸 버릴지도 몰랐다. 흥분한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린다.
“이 구멍은 너보다 솔직해. 이렇게 만지면 내 손가락을 삼키고 싶어 하거든.”
카단은 손끝으로 루나의 구멍을 살살 덧그렸다. 꽉 다물려 있던 구멍이 조개처럼 뻐끔거리면서 투명한 애액을 조로록 흘렸다. 그것은 루나의 음부를 타고 내려가 엉덩이골에 매달리더니 화장대로 뚝 떨어졌다.
카단의 손끝이 갈라진 둔덕을 타고 올라가 음핵을 천천히 비비기 시작했다.
아앗, 하, 으, 아읏, 아, 흐읏! 구멍은 더 빠르게 움찔대면서 아까보다 더 많은 애액을 토해 냈다. 화장대로 루나가 흘린 애액이 한 방울 두 방울 모여 음탕한 웅덩이를 만들었다.
카단은 혀를 내어 아랫입술을 쓸었다. 이대로 꿀이 샘솟는 둔덕에 코를 박고 애액을 모조리 핥아 마실까. 거울 속 루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입맛을 돋우긴 하는데.
그는 아쉬운 대로 루나의 음부를 손으로 스윽 훑어내렸다. 그리고 혀를 내어 손바닥에 묻은 음액을 천천히 핥았다. 그 모든 행위 동안 그의 검은 눈동자는 거울 속 루나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왕국 최고의 요리만을 혀끝에 한 조각씩 올릴 완벽한 외모의 사내가 음액을 짐승처럼 핥아 내는 모습은 지독하게 퇴폐적이었다. 루나는 거울에 비친 카단을 보며 저도 모르게 구멍을 조였다. 속이 간지러워서 장기까지 배배 꼬이는 기분이었다.
“네 것이 자꾸 벌름대는군. 쑤셔 달란 뜻이야?”
“보이니까, 읏, 부끄러워요.”
“제대로 대답해야지, 루나.”
카단이 한 손으로 루나의 둔덕을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곧 반대편 손가락 두 개가 천천히 루나의 안을 침범했다. 굵은 손가락 두 개를 쑤셨는데도 이제 루나의 음부는 무리 없이 카단을 잘도 삼켰다.
“여길 봐, 루나. 네 구멍이 이렇게 오물거려.”
“하으으.”
이 정도면 수치심도 한계치를 벗어났다. 루나는 거울에 비친 제 구멍을 응시했다. 작은 구멍이 카단의 손가락을 오물오물 씹어 대는 장면은 낯설었다.
‘이, 이상해!’
루나가 곧장 손가락을 자를 듯 조이자 카단이 신음하면서 눈썹을 구겼다.
“루나, 살살 해. 이렇게 조이면 내가 지금 당장 네 안에 들어오고 싶잖아.”
카단은 천천히 손가락을 흔들면서 루나의 점막을 자극했다. 츠적츠적 젖은 소리가 울리다가 왈칵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구부려 루나의 스팟을 꾸욱 자극했다. 루나의 허리가 발딱 위로 튀었다.
“힛, 그냥, 흐읏, 넣어 줘요. 하, 흐읏.”
루나가 고개를 꺾자 카단의 어깨가 뒤통수에 닿았다.
“얼른, 넣어 줘요, 하앙, 손가락 말고, 카단 거, 흐읏.”
루나는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카단에게 애원했다. 흐트러진 머리가 카단의 어깨와 가슴팍 위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대답 대신 들린 건 벨트 버클이 철컥이는 소리였다.
곧 벌름대는 구멍으로 미끈한 귀두가 닿았다. 거울 속에 비친 거대한 좆은 오늘따라 흉포했다. 기둥을 따라 불뚝 튀어나온 푸른 핏줄과 쿠퍼액으로 번들대는 단단한 몸체는 당장이라도 루나의 몸을 반으로 찢어 낼 듯이 꿈틀거렸다.
“부탁도 할 줄 알고. 야해졌네, 루나.”
검붉은 귀두가 루나의 분홍색 구멍을 확장하며 천천히 침입하는 장면이 거울 위로 또렷하게 비쳤다. 흐읍, 크게 숨을 참은 루나는 놀란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어때. 스스로가 기특하지 않나.”
『이런 작은 여자한테 밤마다 박는 거냐? 양심 없어?』
그의 형, 가르의 말대로 루나의 몸은 참 작고 가냘팠다. 이런 몸으로 제 거대한 좆을 꾸역꾸역 삼키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한지.
카단은 루나의 음핵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칭찬했다. 그때마다 루나가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카단의 기둥을 리드미컬하게 조였다.
되레 여유를 잃은 것은 카단이었다. 젠장, 그는 턱을 꽉 물고 벽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거울 속 루나를 계속 응시하다가는 당장에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정액을 쏟아 넣는 남자가 지금은 반대로 사정을 참아 내기 위해 애를 썼다. 참 아이러니했다. 카단은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허리를 단번에 처박았다.
“흐앗!”
루나가 사지를 벌벌 떨면서 고개를 뒤로 꺾었다. 카단의 좆이 루나의 자궁까지 단번에 꽂혀 들었다.
안이 단번에 갈라지는 감각은 고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커다란 자지 크기에 조금씩 익숙해진 점막은 그의 침입을 반기며 천천히 늘어났다. 곧 고통보다 더 큰 쾌감의 파도가 루나를 뒤덮었다. 그의 귀두가 루나의 자궁을 쿡쿡 건들 때마다 손발 끝이 경련하며 오므라졌다 펴지길 반복했다.
이제 루나는 거울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번개처럼 내리치는 쾌락이 머리를 온통 새하얗게 만들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충만했다. 안을 빠듯하게 채운 사내의 음경도, 움직일 때마다 전신을 에워싸는 쾌감도, 제 몸을 안정적으로 받치는 크고 단단한 육체도, 이 모든 게 카단이라는 것까지.
루나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그의 허리 짓에 흔들렸다.
“하앙, 하, 앙, 흐, 읏, 하, 아앗!”
부드러운 유방이 움직임에 맞춰 위아래로 출렁였다. 화장대나 카단의 어깨 따위를 잡으려 허우적대는 두 손이 이번에는 자신의 가슴을 잡아 스스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설픈 손길이 유두를 비틀면서 쾌락을 탐했다.
카단은 그 장면을 거울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짐승처럼 형형했다. 큭,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루나의 몸을 더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오늘은 잠들기 어렵겠어, 루나.”
푹, 푹, 카단의 것이 루나의 자궁구를 세게 건들다가 그 뒤쪽까지 영역을 넓혔다. 아무나 찔러 댈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은 비좁고 예민했다. 그의 귀두가 다물린 틈을 비집고 점막 주름을 긁어낼 때마다 구멍은 애액을 왈칵 토해 내며 거대한 살덩이를 자를 듯 조였다.
“젠장.”
카단은 루나의 몸을 더 위로 들어 올렸다. 분홍빛 구멍에서 음경이 끝도 없이 빠져나왔다. 그의 귀두가 입구에 살짝 걸릴 정도가 되자 카단은 그대로 루나를 들고 있는 팔에 힘을 풀었다. 루나의 몸이 낙하하며 카단의 것이 단번에, 그리고 끝까지 틀어박혔다.
“하악!”
루나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팔다리에 힘을 주었다. 카단은 멈추지 않고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카단의 것이 드나들 때마다 루나의 배가 옴폭 튀어나왔다. 카단은 튀어나온 모양을 만족스럽게 매만졌다. 그럴 때마다 좁아진 루나의 배 속은 성난 살덩이를 꽉 물고 길을 내어 주지 않았다. 그 압박감은 카단에게 황홀경을 선사했다. 카단이 숨을 크게 쉴 때마다 두툼한 가슴 근육이 크게 부풀었고 맺혀 있던 땀방울은 조밀하게 짜인 복근 사이로 또르르 흘러내렸다.
카단은 루나를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리꽂기 시작했다. 사람 몸뚱이를 수십 번 위아래로 흔드는데도 지친 내색이 전혀 없었다.
“앗! 힉! 핫! 카단, 읏! 저 이제, 아앗!”
빠르고 깊은 삽입이 반복되자 두 번째 절정이 찾아왔다. 루나의 음부가 카단의 정액을 짜내듯 그의 것을 빈틈없이 물고 경련했다.
크윽! 카단은 이번에야말로 참지 못하고 루나의 자궁구에 씨물을 잔뜩 쏟아 냈다. 그리고 절정의 여운이 가시기 전, 한 번 더 허리를 밀어붙여 쏟아 낸 정액을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접합부로 곧 하얀 정액이 새어 나왔다. 허공으로 들어 올린 체위 때문인가. 카단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보면서 삽입한 채로 루나를 침대로 옮겼다. 루나는 잔경련이 멈추지 않는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카단을 올려다보았다.
“앗, 카단, 빼 주세요.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 흐으! 기분 좋아서, 흣, 죽을 것 같아.”
“이제 한번 싸질렀는데 빼라니. 참으로 잔인한 여인이군.”
카단은 침대에 루나를 눕힌 뒤 그녀의 얼굴 옆에 양손을 받치고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흐익! 루나가 벌벌 떨면서 카단의 목에 두 팔을 감았다.
“흐윽, 못 해요. 안이, 안이 얼얼해.”
“힘내야지. 아기를 가져야 할 거 아닌가.”
“흐으, 아기?”
“그래.”
“카단의, 하으윽, 아기?”
“그래, 아기. 너와 나의 아기.”
그렇게 말하면서 카단은 거친 음모가 루나의 도톰한 둔덕에 닿을 때까지 반복해서 박아 넣었다. 어느새 기세를 회복한 그의 물건은 루나의 안을 빈틈없이 채우고 정액을 싸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흐읏, 하지만, 배 속이 다 뭉개져서…… 하앙, 이렇게 뭉개지면, 아기집이 안 생겨요. 아흣!”
“생겨. 내가 더 많이 싸지르면.”
“하지만, 흐윽, 적응이, 아앗, 아, 아! 잠깐, 카단! 당신 너무, 크니까. 망가져, 흣! 아!”
“누구랑 비교해서 크다 하는 건가.”
루스? 기사단장? 아니면 그 유니콘 왕? 그것도 아니라면 루나가 있었다던 노예 상단? 카단은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사내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나열했다.
왕은 목을 잘라 죽였고 기사단장은 밟아 죽였다. 루나에게 수음 따위를 가르친 노예 상단은 벌레 한 마리도 남지 않도록 씨를 말렸다.
그러고 보니 루스 놈이 아직 살아 있긴 한데……. 괜히 살려 뒀다는 후회가 또다시 밀려들었다. 매번 후회를 반복할 바에야 소리 소문 없이 제거하는 게 나을까. 아니야. 언젠가 루나가 그를 찾았을 때 그가 제 손에 죽은 걸 안다면 저를 혐오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던 때 루나의 것이 또 한 번 경련했다. 절실하게 목을 붙잡던 가느다란 두 팔도 시트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어쩐지 허벅지와 무릎 아래가 축축했다. 카단은 시선을 내려 아래를 살폈다. 그의 거친 음모부터 단단한 허벅지, 그리고 침대 시트까지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하하, 또 쌌네, 루나.”
카단의 질 낮은 표현에도 루나는 쌕쌕 숨을 고를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초점이 흐려진 그녀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젖은 시트 위에서 카단을 더듬더듬 찾았다. 카단이 몸을 낮춰 그녀의 가느다란 몸을 안았다. 루나의 입술이 그의 귓가에 닿았다.
“카단의 아기, 갖고 싶어요.”
가느다란 목소리였을 뿐인데 파급은 대단했다. 카단의 전신이 움찔 떨렸다.
“……젠장.”
드물게 욕설까지 중얼거린 카단은 턱을 꽉 물었다. 안 그래도 커다란 흉곽이 몸집을 부풀려 루나를 완벽하게 품에 가뒀다. 그는 한쪽 팔로 침대를 짚고 나머지 팔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루나가 오직 저만 볼 수 있도록.
“그래, 네 소원대로 수태시켜 줘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임신이야말로 카단의 바람이었다. 안 그래도 커다란 좆이 그 욕망만큼이나 더 팽창했다. 사정할 듯 부푼 물건은 루나의 예민한 점막을 빠짐없이 긁어 대면서 안쪽을 압박했다.
“흐읏! 더, 커지면, 힘들어요, 흣.”
“힘든 것치고는 내 걸 맛있게 씹어 대는데, 루나.”
낮은 목소리가 느릿하게 흘러나왔으나 카단 또한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빈틈없이 제 것을 감싼 점막이 쫀쫀하게 좆을 조여서 쭈욱 빨아 댔다가 놓아줄 때마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저를 타락시키기 위해 악마가 내려왔다면 그것은 바로 루나일 것이다. 그녀와 이 짓을 끊임없이 할 수 있다면 고민도 없이 영혼을 내놓고 계약할 테니. 아, 생각을 거슬러 보면 그딴 계약은 애초에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저 여인이 숲지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부터 그 영혼은 종속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앙, 아앗, 몸이, 녹을 것 같아, 아으, 앗, 앙!”
“글쎄. 네 안에서 녹는 건 나일 것 같은데.”
카단은 이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악마의 자궁을 콱콱 짓눌렀다. 그럴 때마다 루나의 허리가 휘어 허공에 들렸다. 지나친 쾌락이 뇌를 들쑤셨고 몽롱하던 머릿속이 번쩍거렸다.
루나의 정신이 번쩍 든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의 것이 침범하면 안 될 부분까지 짓쳐 누르고 있었다.
“흐아, 카단, 거긴, 아, 안 돼! 헉, 하악!”
“기다려. 곧 씨를 뿌려 줄 테니.”
루나는 허리를 바르르 떨다가 시트를 움켜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손끝에 닿은 시트는 소변이라도 싼 것처럼 죄다 젖어 있었다. 순간 부끄러워서 눈물이 고였으나 입에서는 황홀한 교성만이 튀어나왔다.
루나는 카단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턱을 움켜쥔 카단의 손은 단호했다.
“손을, 놓아줘요. 앗, 얼굴, 부끄러워서, 하, 앙, 아으, 하, 하앙!”
루나의 요청에도 카단은 얼굴을 놓아주지 않은 채 허리를 더 빠르게 쳐올렸다. 그리고 루나에게로 더 가깝게 다가가 흐트러진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우뚝 솟은 콧대에 매달렸다가 루나의 뺨으로 뚝뚝 떨어졌다.
“내게 놓아달라고 하지 마. 뭐든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다.”
흉포한 좆이 귀두까지 빠져나갔다가 단번에 처박으면서 루나를 내려다보았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처연한 눈동자가 저를 간절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루나.”
“흐앗, 하, 앗, 흐아, 앗!”
“넌 나의 모든 것이다.”
너는 그걸 알아야 해. 카단이 루나의 입술 위에 입을 겹쳤다. 얕은 숨을 내쉬느라 벌어진 입 안을 굵고 기다란 혀가 장악하며 점막을 음미했다. 그것은 루나의 혀를 뱀처럼 감고 쪽쪽 빨아들였다. 그녀의 모든 체액은 감로수보다도 달콤했다.
“큿!”
카단의 근육이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그가 짐승 같은 행위를 멈췄다. 그는 루나를 꽉 틀어 안고서 그녀의 안쪽에 사정했다. 핏, 핏, 정액이 자궁을 뜨겁게 때릴 때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함이 루나의 척추골을 따라 머리로 흘러들었다.
그의 씨물이 배 속 가득 고이는 걸 느끼며 루나는 젖은 빨래처럼 힘없이 시트 위로 늘어졌다. 눈가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으나 슬퍼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카단이 루나의 눈가를 닦아 내리면서 루나를 빤히 응시했다. 사출을 마친 음경은 아직도 루나의 몸을 빠져나가지 않은 채였다.
“카단, 더는…….”
더는 못 해요. 안 돼. 루나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애원하다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살이 좀 붙은 것 같은데 체력은 나아지지 않은 건가.”
카단은 살짝 벌어진 루나의 입술과 코끝, 이마에 한 번씩 입을 맞추다가 루나의 동그란 어깨로 입술을 내렸다. 왕이 남긴 빌어먹을 흉터 위를 꽉 깨물자, 잠든 루나가 얕게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카단은 루나의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흉터 위에 남은 제 잇자국을 보니 갈급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걱정이 몰려왔다. 너무 세게 깨문 건 아니겠지. 혹여 피가 맺히지 않았는지 스윽 닦아 내는 손길은 조심스럽다.
‘내가 미친놈이지.’
이렇게 연약하고 조그마한 여인이거늘, 조금만 방심하면 그녀를 자꾸 한계까지 밀어붙이게 된다.
카단은 따듯한 물과 부드러운 천을 구해 와서 루나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몸 위로 제가 남긴 붉은 자국을 확인할 때마다 짐승처럼 아래가 우뚝 서는 건 당연한 절차였다. 젠장, 카단은 들고 있던 젖은 천을 내려 두고 대신 자신의 음경을 쥐었다. 그는 붉은 자국 위로 한 번 더 입을 맞추면서 빠르게 좆을 흔들었다.
* * *
새벽같이 일어난 카단은 옆자리의 루나를 확인했다. 쌔액쌔액 귀여운 숨소리를 들으면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섰다. 방 밖에는 그의 보좌관, 드와보가 흐아암 하품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동태는.』
카단이 드와보가 건넨 서류를 살피며 물었다.
『숨어 있던 반란군 무리가 와슈드 뒤에 붙어 수도까지 따라온 모양입니다. 와슈드가 손을 썼지만 놓쳤다고 하네요.』
『와슈드가 반란군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은?』
카단은 확인을 마친 서류 뭉치를 드와보에게 전달했다.
『황자님, 설마 와슈드를 의심하는 겁니까? 와슈드는 발키리의 대장이라고요! 게다가 황자님의 태중 약혼녀 아니십니까.』
『태중 약혼녀 소리 좀 그만해. 남들이 오해하겠군.』
『오해라뇨. 황자님이 변경에서 실종되기 전까지는 와슈드가 황자님의 반려가 되리라고 모두가 생각했을걸요?』
그 말에 카단이 미간을 구겼다. 자신은 와슈드에게 단 한 번도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낀 적이 없건만 다들 왜 이런 헛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군.』
『황자님께선 워낙 여인에게 관심이 없으셨잖습니까. 그러니 다들 2황자님은 정해진 약혼녀와 결혼하리라고 생각한 거죠.』
『하아.』
카단은 눈을 크게 굴리면서 피곤해했다.
그때 집무실 앞에서 그의 형, 가르를 만났다. 가르는 자신의 검을 허리춤에 장착하면서 카단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야, 동생.』
『잘 주무셨습니까.』
『아니. 왕궁 터가 안 좋은지 아침부터 영 기운 빠지네.』
『기운 없는 분이 이른 시간부터 검을 챙기십니까.』
『어제 와슈드의 말을 들어 보니 곧 습격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건 제가 처리합니다.』
『그래그래. 네 왕국이 될 테니 네가 직접 본보기를 보여야겠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형님께서 무장하십니까.』
『네가 반란군을 정리할 때 나라도 네 반려를 지켜야 할 것 아니냐.』
가르는 새하얀 토끼처럼 작고 말랐던 루나를 떠올렸다. 반란군의 콧바람에도 날아갈 듯이 연약한 여인을 말이다.
『……형님께서, 말입니까.』
『그럼. 이누트의 전통을 잊었어?』
가르의 말에 카단은 잊고 있었던 오래된 사실을 떠올렸다.
이누트 인은 형제가 죽을 경우, 그 형제의 부인을 다른 형제가 거두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카단의 머릿속으로 형의 부인이 되어 버린 루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카단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내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 여인인데 안전하게 지켜 줘야지. 안 그래?』
가르는 동생의 심기를 툭툭 건들며 장난스레 웃었으나 카단의 표정은 살벌하기만 했다.
『저 죽으라고 아예 제사를 지내지 그러십니까.』
반란군이 아니라 형님부터 죽여 버릴까. 카단이 진심으로 분노하던 때, 성벽을 지키던 병사 하나가 부리나케 카단 쪽으로 달려왔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황자님!』
『무슨 일이냐.』
『지금 왕성 쪽으로 반란군이 진격 중이라고 합니다.』
『규모는.』
『지난번에 황자님께서 말씀 주셨던 예상치보다 부족합니다.』
그 말에 가르가 눈을 크게 뜨고 카단을 응시했다.
『너, 규모까지 예상하고 있었냐?』
『모르는 게 바보 아닙니까.』
사실 카단은 반란군의 규모뿐만 아니라 진격할 시기와 동선, 그들의 목적까지 모두 근접하게 예상 중이었으나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오늘 나한테 유독 까칠하다?』
『형님께서 유독 예민하신 거겠지요. 노총각 히스테리입니다.』
『뭐라고?』
『어서 반려를 만드십시오. 동생 반려를 책임지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마시고.』
카단은 가르의 검을 툭 건든 뒤 집무실로 들어갔다.
가르는 쾅 닫힌 문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너 이 자식이 지금 하늘 같은 형님을 무시하냐!’라면서 집무실로 뛰어들었다.
* * *
카단은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소수의 병력만 데리고 출정했다.
루나는 초조하게 카단이 퇴장한 성문을 응시하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때 커다란 손이 루나의 어깨를 탁 짚었다. 루나는 어깨를 움찔 떨면서 뒤를 돌았다.
가르가 루나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무언가에 부딪혔는지 그의 얼굴엔 푸른 멍 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곁에는 어제 인사한 와슈드도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루나 님.”
와슈드가 가르의 통역을 자처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은 궁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안전합니다. 적군이 궁에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거든요.”
“네, 들어갈게요. 그런데 카단의 형님분께서 많이 다치신 것 같아요.”
루나와 함께 궁 안으로 발길을 돌린 와슈드가 가르의 얼굴을 힐끗거렸다. 가르는 ‘카단 그 새끼, 브릴란 왕국에 있을 때 자양강장제를 밥 대신 처먹은 게 틀림없어. 무식하게 힘만 세져서 형을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라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물론 와슈드는 황가의 체통을 위하여 곧이곧대로 번역하진 않았다.
“어제 실수로 벽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벽에? 주먹이 아니라? 루나는 동그랗게 멍이 든 가르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많이 아프셨겠어요. 약은 바르셨나요?”
“1황자님께선 약물은 믿지 않으셔서요. 예전부터 자연 치유를 고집하시는 분입니다.”
“아쉽게 됐어요. 제게 정말 효과 좋은 연고가 있거든요.”
루나가 카단의 특제 연고를 떠올리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가르가 와슈드를 향해 눈을 반짝거렸다.
『뭐래? 저 여자가 뭐라는 거야?』
『2황자님의 반려가 1황자님께 연고를 권했습니다.』
『그래? 한번 발라 볼까나.』
『예?! 진심이세요? 원래 약물은 멀리하셨잖아요.』
와슈드는 얼굴을 구기면서 되물었다. 저 작은 여자의 매력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누트의 두 황자가 이리도 흔들리는 걸까.
‘궁금해.’
와슈드가 루나를 빤히 응시할 때였다. 그 속마음과 같은 말이 가르에게서도 흘러나왔다.
『궁금하잖아.』
가르 또한 루나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응시했다. 루나는 제게 꽂힌 둘의 시선을 미소로 받아들이며 가르와 와슈드를 방으로 안내했다.
* * *
와슈드는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토록 약물을 불신하던 1황자가 화장대 앞에 다소곳이 앉아서 연고를 묵묵히 바르고 있었다.
‘살다 살다 별일도 다 보겠군.’
덩치도 커다란 인간이 손바닥만 한 화장대 의자에 앉은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반짝이는 가르의 시선이 루나에게 박혀 있었다. 2황자님이 이 꼴을 봤다면 난리 났겠어. 와슈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 됐어요.”
가르의 얼굴에 연고를 꼼꼼하게 발라 준 루나가 거울을 가리켰다. 가르는 연고가 발린 거울 속 얼굴이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이 또한 카단을 놀릴 거리가 된다는 걸 알기에 킥킥 웃어 버렸다.
『카단이 귀환했을 때 이 사실을 알면 그 자식 또 난동을 피우겠지?』
『왜 자꾸 황자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세요?』
『재밌잖아. 그리고 그거 알아? 그놈 자식 하렘에 남자도 하나 있다는 거.』
『예에?!』
『진짜야. 드와보가 그랬어.』
가르가 킥킥대고 웃었다.
하다 하다 남자라니! 와슈드가 카단의 취향을 의심하면서 입을 쩍 벌렸다. 그러던 와슈드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었다.
『방금 느끼셨습니까.』
『그래.』
어느새 웃음기를 거둔 가르가 험악한 표정으로 화장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둘은 각각 문 뒤쪽과 침대 밑에 몸을 감췄다.
둘의 수상한 움직임을 보면서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문밖에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 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들어오세요.”
루나가 출입을 허락하자 시종은 커다란 은 수레에 음식을 잔뜩 싣고서 들어왔다. 기름기가 반질대는 칠면조, 오색 과일 위로 올라간 하몽, 향신료를 잔뜩 뿌린 돼지구이. 보기만 해도 화려한 요리였으나 모두 루나가 평소 즐기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상해.’
루나가 뒷걸음질 치면서 시종을 경계했다. 공손한 미소를 짓던 시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발칙한 년이 눈치는 빠르군!”
왕국의 배신자! 시종으로 변장했던 괴한이 숨겨 둔 칼을 꺼내 루나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음식 수레가 뒤집히면서 그 아래 숨어 있던 괴한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저 성녀를 죽이지 말고 생포해야 해. 황자를 겁박할 인질이니까.”
두 괴한이 칼을 들고 루나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문 뒤에 숨어 있던 가르가 튀어나와 그들을 막았다.
캉! 가르의 대검이 날아드는 두 자루의 검을 한꺼번에 막아섰다.
『남자 둘이 여자 하나를 공격하다니 왕국인은 참으로 비겁하군.』
젠장, 평소 같았으면 이놈들 따윈 단칼에 베어 냈을 텐데.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끼기긱! 검 세 자루가 불꽃을 튀기면서 힘겨루기를 했다. 머릿수에서 밀린 가르가 버거울 법도 하건만 그는 어렵지 않게 둘의 공격을 버텼다.
그사이 루나는 괴한의 눈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았다. 복도가 소란스러운 걸 보니 바깥에서도 난전이 벌어지는 게 분명했다.
‘지금은 가르와 와슈드가 있는 이 방이 가장 안전해.’
루나는 구석에 있던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다. 이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가르와 괴한의 접전이 길어질 즈음,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그 무식한 야만인이랑 놀 때가 아니라고! 어서 해치우고 성녀를 찾아!”
창문으로 들어온 괴한이 가르와 접전 중인 동료들을 다그쳤다.
“망할,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놈 실력이 보통 아니야. 상수도에 힘 빠지는 약물을 풀었다며. 제대로 한 거야?”
“맞아. 내 두 눈으로 확인했다고.”
“야만인이라 그런가? 약발이 안 받은 것 같은데!”
캉, 끼릭! 금속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빌어먹을, 잘하면 지겠어. 괴한들은 이를 짓씹었다.
“제기랄, 나라도 어서 성녀를 찾아야겠군.”
“아까 분명 이곳에 있었어. 방을 뒤져서 찾아!”
“너희도 빨리 그 야만인을 처리해.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저 여자 하나 빼돌리려고 투입된 인원만 수백인데 무슨 소리야?”
“그 야만인 황자가 분명 군사를 끌고 나갔는데 성안에 남은 병력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 제기랄!”
최대한 빨리 여자를 찾아 도망가야 한다면서 괴한은 넓은 방을 황급히 뒤지기 시작했다.
기다란 검이 옷장과 침대를 푹푹 찔러 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나가 숨어 있는 테이블 밑으로 검이 쑤셔 들어왔다.
히익! 루나가 숨을 참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테이블보를 찢으며 들어온 검은 루나의 팔등을 베어 냈다. 루나는 최대한 신음을 참으면서 검날을 응시했다. 피가 묻은 검날을 괴한이 보게 된다면 끝장이었다.
“여긴가? 뭔가 찔리는 느낌이…… 컥!”
동시에 괴한의 몸이 우당탕 쓰러졌다. 침대 아래 숨어 있던 와슈드가 괴한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 이 야만인 계집이!”
괴한은 테이블에 찔러 두었던 검을 수거하려 했다. 하지만 검이 쉽게 움직이질 않았다. 루나가 안쪽에서 검날을 꽉 잡고 있었다.
그사이 와슈드가 괴한의 숨통을 노렸다. 큭! 괴한은 급소를 찔려 바닥으로 쓰러졌다. 곧 가르도 두 괴한을 물리치고 상황을 정리했다.
“괜찮아요?”
와슈드가 재빨리 테이블보를 들어 올렸다. 두 손과 팔이 피투성이가 된 루나가 테이블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